합격 수기
홍대 준비 과정, 합격 과정을 들려주세요
장린
🏆
홍익대학교 디자인학부 합격



홍대 준비 과정, 합격 과정을 들려주세요
Q. 본인의 미대입시 준비 과정을 들려 주세요.
저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화실을 취미로 다니기 시작하면서 미술을 시작했습니다. 초등학생이었던 제가 공부에 흥미를 별로 보이지 않아서 부모님께서 저를 미술이라도 시키려고(..), 또 미술학원 선생님께서 초등학교 5학년 때 제가 그림 그리는 것에 흥미도 느끼기 때문에 미술 쪽으로 진로를 선택하는 것을 추천해주셔서 조금 큰 학원으로 옮기면서 미술 분야로 진로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예고 진학을 생각하고 입시 미술학원을 다니면서 정물소묘와 정물수채화, 예고 유형의 수채화(풍경에 동물이나 사물 넣는 것이었습니다)를 중학교 3학년 예고 시험 볼 때까지 3년 반 정도 꽤 빡세게 준비했었습니다. 예고에 떨어지고 미술반이 있는 일반고에 진학하였고, 고1 초반부터 입사미를 다니면서 내신공부와 미술활동 같이 챙기면서 미대를 준비했어요.
Q. 초등학교 6학년 때 부터 입시 미술을 경험 했군요. 본인에게 이 과정은 어떤 의미인가요?
정물을 그리더라도 왜 그렇게 그리는 것이 필요한지, 또 그렇게 하려면 표현을 어떻게 하면 되는지, 이렇게 이유와 과정을 연결해서 설명해서 이해한 후 그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렇지만 학원에서는 그림만 주구장창 그리게 시키고 “이렇게 그려!!” 하니까 그림 그리는 기계가 된 것만 같고, 잘 못한다고 자꾸 혼나면서 자존감만 떨어졌습니다. 또 시험 때마다 원리를 모르고 감에 의존해서, 또 전에 그렸던 걸 외워놓고 그리니까 나오는 정물에 따라, 주제에 따라 매번 그림 상태가 심하게 차이가 나서, 평소 실력에 비해 항상 시험을 망쳤던 것 같아요.
Q. 예고 입시 준비 자체가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본인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았군요.
저는 예고입시 과정에서 자존감도 많이 떨어지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습니다. 미술이 점점 싫어지고 이게 과연 필요가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많이 가졌어요.나중에 할 전공과 입시를 위해 준비하는 것이 서로 동떨어져 있다는 점 또한 저에게 많은 혼란을 준 것 같습니다.
또한 과정에 맞춰서 똑같이 그리는 것에만 익숙해지다 보니, 입시 끝난 직후에는 무언가 그림을 그려보려고 해도 뭘 그려야 할지, 어떻게 그려야 할지 모르겠더라구요. 눈앞에 놓인 정물 외에는 무언가를 그려야겠다는 생각이 안 들었고, ‘그렇다면 전에는 뭘 그렸지? 내가 왜 그림 그리지?’ 하는 생각으로 이어지면서 정말 입시 후에 완벽히 틀에 갇혀버린 기계로 변신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동안 노력했던 것이 저한테 안 좋게 돌아왔다는 생각에 한동안 정말 속상하고 우울했었습니다.
Q. 홍익대 준비가 미술을 하는 과정에서 전환점이 된 것 같습니다. 만약 기존의 방식을 고수했다면 어떤 결과를 얻었을것이라 생각하나요?
성적은 성적대로 떨어지고 실기에도 회의감을 느끼고, 어정쩡한 상태로 대학에 진학하지 않았을까요. 또 애초에 실기를 했으면 지금 원서 썼던 대학들을 쓰지 못할 성적이었을 것 같아요.
힘들게 성적을 유지해서 홍익대 1차 내신, 2차 미활보, 수능최저 다 뚫고 올라왔다 하더라도, 결국 면접에서 제 생각을 말하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외운 것만 이야기하다 떨어졌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고 나서 분명 “대학에서 보려고 하는 것이 지금까지 배운 것과 다른데, 내가 왜 여태까지 힘들게 이걸 준비를 했지?”하고 생각했을 것 같아요.
이것은 막연한 가정이 아니라 제가 면접을 보고 나서 확실하게 느낀 점입니다.
Q. 다른 학생들과 다르게 준비한다는 것에서 불안감을 느끼지는 않았나요?
전 고등학교 들어오기 전 부터 실기를 할 필요가 없다고 확실하게 깨달은 상태였기 때문에 특별히 불안한 부분은 없었습니다. 애초에 그렇게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렇지만 저희 학교는 미술반이 있는 학교고, 학교 안에서 미술 실기를 오랫동안 했고 지금도 계속 하고 있는 다른 친구들과 함께 경쟁하면서 미술 내신을 챙겨야 한다는 점이 두렵긴 했어요.
입사미에서 아트로직 수업을 들으면서 작품을 보는 본질적인 원리나 표현하는 방법 같은 것도 생각해보게 되어서 학교 실기도 그 수업에서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생각해보고 선생님들께서 이 활동을 통해서 어떤 것을 보고 싶어하시는지에 대해 생각하며 작품을 공략하니 실기 점수도 괜찮게 나오더라구요. 또 실기 준비를 거의 안하니까 다른 친구들이 실기학원 다니느라 바쁜 시간에 학교 작품에 시간을 더 많이 쏟을 수 있었던 것도 실기 점수를 잘 받을 수 있었던 요인이라고 생각해요.
Q. 돌이켜 보았을 때, 입시에서 성공 할 수 있었던 요인이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가장 큰 이유로는 전략을 잘 짰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솔직히 올해 홍대 가는 사람들 중 가장 에너지를 절약(?)한 사람이라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ㅋㅋㅋ. 고등학교 들어올 때 실기전형을 준비해도 변수가 너무 크고 들이는 시간에 비해 확률이 너무 낮다고 생각해서 실기를 과감하게 버리고 공부에 집중했습니다. 공부도 특히 국어, 영어, 사탐에만 집중하고 나머지 과목은 직전에만 조금 공부해서 챙겼습니다. 그 결과 내신을 잘 챙길 수 있었어요. 실기를 병행했다면 이정도의 내신을 절대 받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비록 홍대는 내신을 1차에서만 보니까 아주 큰 이득을 얻지는 못했지만 내신이 높으니까 대학 원서를 넣을 때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또 불안함이 줄어들어서 좋았어요. 제가 불안한 요소가 크면 집중을 잘 못하는 스타일이라 내신이 높지 않았으면 수능이나 서류를 쓸 때 집중을 잘 못했을 것 같아요. 이런 점을 고려해 보았을 때 제가 다른 친구들보다 좀 더 안정적으로 홍대를 준비하지 않았나 싶네요.
또 그렇게 선택한 전략을 의심하지 않고 믿고 쭉 밀고 나갔기 때문에 결국에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과정이 안정적이었기 때문에 그 상태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꾸준히 노력했죠.
마지막으로 입사미에 3년 간 다니면서 디자인이나 미술에 대해서, 제 자신이 어떤 디자인에 관심이 있는지 생각해볼 수 있었던 것이 도움이 되었어요. 미활보 쓸 때, 혹은 면접 준비할 때 아예 그런 것들을 생각해본 적이 없었으면 많이 힘들었을 것 같아요.
홍익대 입시, 후배들에게도 추천해 줄 수 있나요?
Q. 예고 입시도 경험 했고 홍익대 입시도 경험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느낀점이 있나요?
주변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미술’하면 ‘그림그리기’라고 반사적으로 생각하고, 저 역시 그랬었기 때문에 실기를 준비했었습니다. 홍익대가 실기를 폐지했다는 것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미대가 실기를 보지 않는데 그게 미대냐?”하는 반응을 보입니다. 보통 미술 관련으로 꿈을 가지면 바로 그림을 그리는 미술학원에 등록하게 돼요. 그렇지만 이 글을 보게 된 미술을 하는 친구들은 먼저 자신이 미대에 왜 가려고 하는지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면 좋겠어요.
그리고 실기를 통해 배울 수 있는 부분들도 물론 있긴 하지만 그게 그 정도로 시간을 많이 투자해서 할 일인지에 대해서, 또 더 효율적인 길이 있는데 굳이 더 많은 시간을 들일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면 좋겠어요. 실기를 하는 것만이 자신의 미래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닌 거 같아요. 오히려 그냥 그리는 것보다 그림의 원리에 대해 더 생각을 해보는 것이 더 의미 있는 길이라고 생각하구요.
Q. 미술을 처음 시작하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절대 미술을 쉽게 시작하지 마세요. 제가 정말 미술이라는 것이 저랑 안 맞다는 생각을 진짜~ 많이 했었기 때문에!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정말로 깊은 동기가 있어서가 아니라 어렸을 때 그냥 그림 좀 잘 그린다고 들었고 또 어렸을 때 공부를 워낙 안해서.. 부모님이 공부는 좀 아닌 것 같다 그래서 미술을 시작했어요. 그 결과 중학교 때 입시미술을 하면서 하루에 두 번 이상 미술을 때려 칠까 고민했어요. 저랑 잘 안 맞는다고 생각하고. 왜 미술을 하고 있는 것인지 제 자신이 이해를 못했습니다. 애초에 미술 하겠다고 결심한 것도 그냥 그림 그리는 것이 좋아서였지만, 그것조차 입시미술을 하면서 그림 그리는 것이 정말 싫어졌어요. 그럼에도 중학교 때 그림을 그리던 이유는 제 눈에는 정말 화려해보이던 예고가 너무 가고 싶었기 때문에 그림 그리는 게 그렇게 싫었지만 엄청 노력했어요.
하지만 예고에 떨어지게 되어서, 처음엔 미술을 포기하려고 했습니다. 미술을 할 이유가 없어져버렸거든요. 저에게 미술은 그림 그리는 것이었고, 그건 좋은 학교에 가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방학동안 이런저런 일을 겪고 결국 미대입시를 다시 생각하고 입사미에 와서 제가 뭐에 관심이 있는지 생각을 해보았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결국 제가 시각 매체가 지닌 힘과 효과에 관심이 많고, 그걸 직접 다루고 활용해보고 싶어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시각 매체를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가치 있는 정보를 알리고 싶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어요. 디자인을 하는게 맞다는 확신을 했어요.
저도 처음에 미술을 왜 하는지에 관한 동기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미술을 하면서도 이런 기나긴 방황을 거쳤습니다.. 저는 결국엔 미술이 저에게 맞는 것이라고 제가 깨달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무작정 시작했다가 자신에게 맞지 않는 게 진짜 사실일 수도 있어요! 사실은 미술이 아니라 다른 것이 더 맞는데 오해한 것일 수 있어요. 그러니까 수학하기 싫어서 미술을 선택했다거나 단순히 그림 그리는 것이 좋아서 시작한 것이라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세요. 특히 그림 그리는 것이 좋았다면, 왜 좋았는지 다시 생각해보면 자신이 어떤 걸 하는 것이 좋을지에 관해 좀 더 괜찮은 결론이 나올 것입니다.
Q. 홍익대 지원을 망설이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홍대는 다른 대학과 달리 실기고사가 없다는 점 때문에 의아스럽거나 당황스러울 수 있을 거에요. 그리고 이 지점을 부정적으로 부각시켜 홍익대에 대한 나쁜 인식을 조성하는 선생님들도 많은 것 같아요. 하지만 홍익대를 직접 준비하다 보면 이런 오해는 자연스레 사라질 겁니다. 홍익대는 기존의 실기고사는 없지만 훨씬 더 복합적인 관점에서 학생이 지닌 실기능력, 미술에 대한 소양을 테스트 합니다.
또 제가 입시를 경험하면서 배웠던 그림 그리기 훈련이 지금 이 시대에 반드시 배워야 할 가치 있는 지식이라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물론 구도에 관한 것, 형태나 색에 관한 것, 물체를 보면서 관찰력을 늘리는 것이 미술인으로서 반드시 필요한 능력입니다. 그렇지만 조형연습이 입시라는 구조 속에서 맹목성을 띄게 되는 것이 문제인 것 같아요. 어느 순간 미술이 남을 이기기 위한 시합이 되어버리더라고요. 그러면서 점차 미술에 흥미를 잃게 되는 것 같았어요.
홍대 학생부 종합 전형을 준비하면서 공부도 좀 더 여유롭게 하고, 여러 활동을 경험해보며 자신과 미술 또는 디자인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이 더 상대적으로 적은 시간과 노동(?)을 들이고 앞으로 필요한 것에 더 근본적으로 가까운 무언가를 얻어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홍익대를 망설이는 다른 이유는 ‘성적대가 너무 높아서’일 거에요. 성적은 사실 홍대가 1차를 내신으로 6배수 뽑기 때문에 생각보다 내신이 아주 높지는 않아도 됩니다. 이 기준이 좀 불분명 할텐데 잘 알아보고 1단계만 통과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 자신감을 가지고 준비해 보기를 권해요.
제 주변 친구들 중에서도 성적이 높지 않은데도 1차에 붙은 친구들을 꽤 많이 봤어요. 아마 그 친구들보다 성적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1차에서 잘릴까봐 겁먹어서, 또는 정보를 몰라서 홍대에 지원하지 못한 친구들도 꽤 있을 거에요. 자신의 성적이 생각보다 홍대를 지원하기에 나쁜 성적이 아닐 수 있어요! 또 그래서 현재 가능성이 있는 성적이라면, 차라리 다른 학교 준비한다고 실기를 준비하는 시간을 과감히 줄이고 성적관리에 시간 투자를 많이 하는 걸 추천해요. 시간 투자를 많이 하면 확실히 성적이 오르긴 합니다. 충분히 홍대 준비해볼 만하다고 생각해요.
Q. 홍익대 준비하면서 힘들었던 점, 기억나는 점이 있나요?
학교 선생님께서 미활보의 내용보다는 활동 양에 집착하셔서 좀 갈등이 많았습니다..ㅠㅠ 학교에서는 무조건 활동의 양이 많고 다양한 것이 중요하다고 했어요. 반면에 입사미에서 지도받은 다음 쓴 서류는 왠지 서류에 제가 드러나는 느낌이었어요. 활동을 하면서 제가 느끼고 깨달은 점에서 제가 관심이 있는 것들이나, 제 관점들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더라구요. 그렇게 다 써서 학교에 가져갔는데 선생님께서는 제가 한 활동들을 무조건 양이 많아보이게 묶어야 한다고 하시면서 가져간 서류에 제가 한 활동의 반도 안 된다고 화내셨어요. 그렇지만 저는 입사미에서 지도받고 쓴 서류가 맞다고 생각해서 수정 없이 그냥 제출했고, 선생님과 갈등을 겪은 그 서류로 결과적으로 홍대 합격했습니다.
면접은 어땠나요?
Q. 홍익대 면접 고사 내용을 상세하게 전달해 주세요.
처음에 들어가자마자 크게 ‘안녕하십니까!!’ 하고 인사하고 ‘1번 문제 답하겠습니다!!!’ 하니까 교수님이 이 학생 참 씩씩하다고 깔깔 웃으셨어요. 그래서 시작할 때 좀 분위기가 좋은 상태에서 시작했습니다. 세 가지 그림을 비교하는 문제였는데, 제가 보고 느낀 대로 친구한테 말하듯이 이야기한 것 같아요.
한 작품에 대해 ‘이 그림은 왜곡시킨 정도가 옆의 두 그림보다 커서 주제가 잘 느껴진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니까 교수님이 ‘왜곡시키면 표현이 잘 전달이 되는 거야?’ 하고 공격적인 질문을 하셨습니다. 듣자마자 약간 ‘아 내가 좀 잘못 말한건가..’하고 잠깐 생각하긴 했지만, 결국에는 제가 대처하는 것을 보기 위한 질문이라고 생각하고 차분하게 대답했어요. ‘주제를 심화시키기 위해 다양한 방법이 있는데, 소재를 통해서도 할 수 있고 이런 방법으로도 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다시 말했어요. 다시 교수님이 왜곡보다 과장이라는 말이 더 맞지 않나? 하셔서 왜곡이 좀 더 비트는 느낌이 강해서 제 관점에서는 왜곡이 더 맞는 것 같다고 답했어요. 1번 문제에 대한 답을 끝내니 세 그림에 제목을 붙여보라고 하셨습니다. 제가 한 말이 정리가 안 되는 건가 생각이 들긴 했지만.. 생각나는 대로 제목을 붙여봤어요.
그리고 2번 문제에서 인간이 상품화된 현실을 자판기에서 인간이 뽑혀져 나오는 모습을 그렸는데, 설명 하자마자 교수님이 또 공격적이게 “아니 이렇게 그리면 이게 인형인지 사람인지 어떻게 알아? 인형 자판기 같은 것도 요새 많은데, 그거랑 똑같잖아?”하고 말하셨습니다. 그래도 당황하지 않고 시간이 한정되어 있어서 아주 사실적으로 사람을 그릴 순 없었고, 이런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이 최선이었고, 만약 그런 인형 자판기가 있다면 사진을 찍어오는 과제였다면 그걸 찍어왔을 거라고 말했습니다. 그냥 교수님은 끄덕끄덕하는 반응이었어요.
그러고 생기부, 미활보 질문으로 들어갔는데, 참여문학에 대해서 발표를 한 것을 이야기하시면서 참여문학에 대표적인 작가가 누가 있냐고 물어보셨습니다. 미활보에 전혀 없는 내용을 물어보셔서 질문 듣고 되게 의외라고 생각했어요. 김수영 시인이 있다고 대답하니까 김수영 시인의 대표적인 시를 하나 외워보래요. 제가 어떻게 알겠어요.. 그래서 그냥 전문을 외우긴 힘들 것 같고 ‘풀’이라는 시가 있는데 풀이 누웠다 이런 말을 민중들이 저항하는 그런 거에 빗댄 시라고 말했습니다. ‘전문을 외우긴 힘들 거 같고’ 이러니까 교수님들이 깔깔 웃었습니다. 그게 그렇게 웃긴 대답이었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그리고 그래피티와 뱅크시 관련해서 미활보에 썼는데, 뱅크시에도 관심이 많냐고 물어보셔서 뱅크시 작품 보고 느낀 점 얘기하다가 사례를 얘기하면 좋을 거 같아서 “제가 뱅크시 작품 중에서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장벽에 그린 작품이 인상적이었는데, (어떤 게 그려져 있는지 말하고) 이 작품을 보고 작품이 그려지는 공간도 작품의 한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이런 식으로 답했어요. 그러니까 교수님이 또 좀 웃으면서 “오!! 공간도 작품의 한 요소가 될 수 있다? ㅋㅋㅋ” 하고 말하면서 웃으시고 “너 그러면 사회적인 문제 뭐 이런 거에 관심이 많구나~”하고 말하셔서 맞다고 디자인을 통해 그런 부분에 참여하고 싶다는 식으로 말했어요. 그러고 그냥 수고했고 가라고 해서 인사하고 나왔습니다. 일반적으로 물어보는 지원동기 같은 거도 하나도 안 물어봐서 특이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뒷 번호여서 앞 번호에 비해서 일반적이지 않은 질문들이 많이 들어올 거라고 예상하긴 했지만 생각보다도 더 마구 질문이 들어오는 느낌. 바로 전 주에 다른 학교 면접을 망하고 거의 체념한 채로 빨리 집에 가겠다는 목표로(?) 임했더니 오히려 더 잘 풀리고 그냥 선생님이랑 편하게 얘기하다가 온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편하게 면접을 보는 게 가장 좋은 거 같아요,
후배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Q. 미대입시를 준비하는 후배들이 고민이 많습니다. 이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도움이 되는 말을 전해주세요.
첫 번째로, 냉정하게 생각해서 자신이 가장 적은 시간을 들여서, 높은 효율을 낼 수 있는 전형과 학교를 찾으세요. 솔직히 실기전형은 준비하는데 들이는 시간과 난이도에 비해 너무 효율이 떨어집니다. 또 변수가 굉장히 많아요. 물론 학종도 변수가 존재하지만 실기에 비해서는 비교적 덜합니다. 또 내신 제대로 챙기세요. 자신이 현재 할 수 있는 것, 자신이 해야 할 것 중 가장 중요한 것부터 차근차근 해나가세요. 미대 입시는 공부에다가 활동 준비도 굉장히 다양하게 해야 되고 여기다 실기까지 겹친다면 정말 바쁠 것입니다. 자신이 가장 효율적이게 갈 수 있는 방향을 찾고, 그 방향에 도달하기 위해 가면서 해야 할 일들의 우선순위를 정해놓고 실천해가다 보면 언젠가 어딘가에는 와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로 이건 저도 잘 못한 거지만 정말 편하게 생각하세요. 자신이 잘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무언가를 하면 좋겠습니다. 너무 초조하게 생각하고, 집착하게 될수록 잘 안풀립니다. 저는 수능이 좀 자신이 없었는데, 전날에 그냥 4등급 맞을 각오하고 임했습니다. 떨지 않고 그냥 풀었더니 점수가 괜찮게 나왔어요. 또 제가 연세대를 1차 두 번 통과해 놓고, 두 번 다 면접에서 떨어졌는데요. 제시문이 어려웠던 것도 있지만 저 자신 스스로 너무 연대가 가고 싶어서 떨어질까봐 불안해하며 떨었던 것도 있는 것 같아요. 가장 마지막에 면접 본 홍대는 거의 체념하다시피 아무것도 생각 안하고 들어갔더니 오히려 더 잘 풀렸어요. 걱정하고 집착해도 결과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는 걸 너무 늦게 깨달았네요.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저는 그나마 미술반이 있는 일반고등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학생부 종합 전형을 익숙하게 느꼈고, 처음부터 당연히 그 방법으로 미대 진학을 하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봉사활동이나 강연을 듣는 것 등)이 조금은 수월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많은 친구들이 활동을 얻기나 학생부 종합 전형에 관한 정보 자체를 얻기 힘든 상황에 놓여있다고 생각해요. 학생부 종합 전형을 알게 되어서 관심이 생겨도, 예고나 미술반 있는 일반고도 아닌데 활동 챙기는 것이나 미활보 준비 같은 것들 때문에 막막하고 준비할 게 못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그런 상황이라면, 입사미가 아주 많이 도움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또 고등학교동안 입시를 하면서 정말 제대로 느끼지만, 사람의 체력에는 한계가 있어요.. 옛날부터 막 ‘독하게 열네시간 공부하기!’ ‘졸려도 절대 자지 말고 공부하기!’ 이런 말 하면서 괴롭게 공부하고 입시를 준비하는 것이 많이 퍼트려져 있는데, 특히 저같은 체력 쓰레기는 더욱!! 정신력으로 버틴다고 될 문제가 아니에요. 미술하는 친구들 중에는 실기학원에서 하루 종일 그림 그리고 힘든 상태로 집에 와서 카페인 음료 마시면서, 억지로 버텨가면서 공부해서 실기와 공부 두 가지를 힘들게 다 잡으려는 친구들이 많은데 그냥 한 가지에만 제대로 투자하세요.
그리고 그걸 공부에 온전히 투자하고, 활동을 좀 채워서 학생부 종합 전형으로 가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 가지 비효율적으로 다 노력하다가 몸은 몸대로 상하고, 그래서 공부에도 지장이 가는 것 보다는 딱 몇 가지만 챙겨서 그걸로 갈 수 있는 학교들을 지원하세요. 저는 한 사람이 입시에서 가장 최대의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통해 가장 큰 효율을 내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무리하게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에서 너무 많은 것을 늘리려고 했다가는 이도저도 아닐 수 있어요.
물론 제가 이렇게 말했다고 쉽게만 입시를 한 건 아닙니다. 저도 힘든 부분이 많았고 할 게 너무 많아서 죽을 것 같던 때도 있었어요. 하지만 한 것만큼 보상을 받을 수 있었던 건 한 가지만 제대로 팠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을 보는 친구들이 있다면 꼭 입시에서 자신이 받을 수 있는 최대의 결과를 낼 수 있으면 좋겠네요.
홍대 준비 과정, 합격 과정을 들려주세요
Q. 본인의 미대입시 준비 과정을 들려 주세요.
저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화실을 취미로 다니기 시작하면서 미술을 시작했습니다. 초등학생이었던 제가 공부에 흥미를 별로 보이지 않아서 부모님께서 저를 미술이라도 시키려고(..), 또 미술학원 선생님께서 초등학교 5학년 때 제가 그림 그리는 것에 흥미도 느끼기 때문에 미술 쪽으로 진로를 선택하는 것을 추천해주셔서 조금 큰 학원으로 옮기면서 미술 분야로 진로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예고 진학을 생각하고 입시 미술학원을 다니면서 정물소묘와 정물수채화, 예고 유형의 수채화(풍경에 동물이나 사물 넣는 것이었습니다)를 중학교 3학년 예고 시험 볼 때까지 3년 반 정도 꽤 빡세게 준비했었습니다. 예고에 떨어지고 미술반이 있는 일반고에 진학하였고, 고1 초반부터 입사미를 다니면서 내신공부와 미술활동 같이 챙기면서 미대를 준비했어요.
Q. 초등학교 6학년 때 부터 입시 미술을 경험 했군요. 본인에게 이 과정은 어떤 의미인가요?
정물을 그리더라도 왜 그렇게 그리는 것이 필요한지, 또 그렇게 하려면 표현을 어떻게 하면 되는지, 이렇게 이유와 과정을 연결해서 설명해서 이해한 후 그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렇지만 학원에서는 그림만 주구장창 그리게 시키고 “이렇게 그려!!” 하니까 그림 그리는 기계가 된 것만 같고, 잘 못한다고 자꾸 혼나면서 자존감만 떨어졌습니다. 또 시험 때마다 원리를 모르고 감에 의존해서, 또 전에 그렸던 걸 외워놓고 그리니까 나오는 정물에 따라, 주제에 따라 매번 그림 상태가 심하게 차이가 나서, 평소 실력에 비해 항상 시험을 망쳤던 것 같아요.
Q. 예고 입시 준비 자체가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본인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았군요.
저는 예고입시 과정에서 자존감도 많이 떨어지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습니다. 미술이 점점 싫어지고 이게 과연 필요가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많이 가졌어요.나중에 할 전공과 입시를 위해 준비하는 것이 서로 동떨어져 있다는 점 또한 저에게 많은 혼란을 준 것 같습니다.
또한 과정에 맞춰서 똑같이 그리는 것에만 익숙해지다 보니, 입시 끝난 직후에는 무언가 그림을 그려보려고 해도 뭘 그려야 할지, 어떻게 그려야 할지 모르겠더라구요. 눈앞에 놓인 정물 외에는 무언가를 그려야겠다는 생각이 안 들었고, ‘그렇다면 전에는 뭘 그렸지? 내가 왜 그림 그리지?’ 하는 생각으로 이어지면서 정말 입시 후에 완벽히 틀에 갇혀버린 기계로 변신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동안 노력했던 것이 저한테 안 좋게 돌아왔다는 생각에 한동안 정말 속상하고 우울했었습니다.
Q. 홍익대 준비가 미술을 하는 과정에서 전환점이 된 것 같습니다. 만약 기존의 방식을 고수했다면 어떤 결과를 얻었을것이라 생각하나요?
성적은 성적대로 떨어지고 실기에도 회의감을 느끼고, 어정쩡한 상태로 대학에 진학하지 않았을까요. 또 애초에 실기를 했으면 지금 원서 썼던 대학들을 쓰지 못할 성적이었을 것 같아요.
힘들게 성적을 유지해서 홍익대 1차 내신, 2차 미활보, 수능최저 다 뚫고 올라왔다 하더라도, 결국 면접에서 제 생각을 말하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외운 것만 이야기하다 떨어졌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고 나서 분명 “대학에서 보려고 하는 것이 지금까지 배운 것과 다른데, 내가 왜 여태까지 힘들게 이걸 준비를 했지?”하고 생각했을 것 같아요.
이것은 막연한 가정이 아니라 제가 면접을 보고 나서 확실하게 느낀 점입니다.
Q. 다른 학생들과 다르게 준비한다는 것에서 불안감을 느끼지는 않았나요?
전 고등학교 들어오기 전 부터 실기를 할 필요가 없다고 확실하게 깨달은 상태였기 때문에 특별히 불안한 부분은 없었습니다. 애초에 그렇게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렇지만 저희 학교는 미술반이 있는 학교고, 학교 안에서 미술 실기를 오랫동안 했고 지금도 계속 하고 있는 다른 친구들과 함께 경쟁하면서 미술 내신을 챙겨야 한다는 점이 두렵긴 했어요.
입사미에서 아트로직 수업을 들으면서 작품을 보는 본질적인 원리나 표현하는 방법 같은 것도 생각해보게 되어서 학교 실기도 그 수업에서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생각해보고 선생님들께서 이 활동을 통해서 어떤 것을 보고 싶어하시는지에 대해 생각하며 작품을 공략하니 실기 점수도 괜찮게 나오더라구요. 또 실기 준비를 거의 안하니까 다른 친구들이 실기학원 다니느라 바쁜 시간에 학교 작품에 시간을 더 많이 쏟을 수 있었던 것도 실기 점수를 잘 받을 수 있었던 요인이라고 생각해요.
Q. 돌이켜 보았을 때, 입시에서 성공 할 수 있었던 요인이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가장 큰 이유로는 전략을 잘 짰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솔직히 올해 홍대 가는 사람들 중 가장 에너지를 절약(?)한 사람이라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ㅋㅋㅋ. 고등학교 들어올 때 실기전형을 준비해도 변수가 너무 크고 들이는 시간에 비해 확률이 너무 낮다고 생각해서 실기를 과감하게 버리고 공부에 집중했습니다. 공부도 특히 국어, 영어, 사탐에만 집중하고 나머지 과목은 직전에만 조금 공부해서 챙겼습니다. 그 결과 내신을 잘 챙길 수 있었어요. 실기를 병행했다면 이정도의 내신을 절대 받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비록 홍대는 내신을 1차에서만 보니까 아주 큰 이득을 얻지는 못했지만 내신이 높으니까 대학 원서를 넣을 때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또 불안함이 줄어들어서 좋았어요. 제가 불안한 요소가 크면 집중을 잘 못하는 스타일이라 내신이 높지 않았으면 수능이나 서류를 쓸 때 집중을 잘 못했을 것 같아요. 이런 점을 고려해 보았을 때 제가 다른 친구들보다 좀 더 안정적으로 홍대를 준비하지 않았나 싶네요.
또 그렇게 선택한 전략을 의심하지 않고 믿고 쭉 밀고 나갔기 때문에 결국에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과정이 안정적이었기 때문에 그 상태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꾸준히 노력했죠.
마지막으로 입사미에 3년 간 다니면서 디자인이나 미술에 대해서, 제 자신이 어떤 디자인에 관심이 있는지 생각해볼 수 있었던 것이 도움이 되었어요. 미활보 쓸 때, 혹은 면접 준비할 때 아예 그런 것들을 생각해본 적이 없었으면 많이 힘들었을 것 같아요.
홍익대 입시, 후배들에게도 추천해 줄 수 있나요?
Q. 예고 입시도 경험 했고 홍익대 입시도 경험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느낀점이 있나요?
주변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미술’하면 ‘그림그리기’라고 반사적으로 생각하고, 저 역시 그랬었기 때문에 실기를 준비했었습니다. 홍익대가 실기를 폐지했다는 것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미대가 실기를 보지 않는데 그게 미대냐?”하는 반응을 보입니다. 보통 미술 관련으로 꿈을 가지면 바로 그림을 그리는 미술학원에 등록하게 돼요. 그렇지만 이 글을 보게 된 미술을 하는 친구들은 먼저 자신이 미대에 왜 가려고 하는지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면 좋겠어요.
그리고 실기를 통해 배울 수 있는 부분들도 물론 있긴 하지만 그게 그 정도로 시간을 많이 투자해서 할 일인지에 대해서, 또 더 효율적인 길이 있는데 굳이 더 많은 시간을 들일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면 좋겠어요. 실기를 하는 것만이 자신의 미래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닌 거 같아요. 오히려 그냥 그리는 것보다 그림의 원리에 대해 더 생각을 해보는 것이 더 의미 있는 길이라고 생각하구요.
Q. 미술을 처음 시작하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절대 미술을 쉽게 시작하지 마세요. 제가 정말 미술이라는 것이 저랑 안 맞다는 생각을 진짜~ 많이 했었기 때문에!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정말로 깊은 동기가 있어서가 아니라 어렸을 때 그냥 그림 좀 잘 그린다고 들었고 또 어렸을 때 공부를 워낙 안해서.. 부모님이 공부는 좀 아닌 것 같다 그래서 미술을 시작했어요. 그 결과 중학교 때 입시미술을 하면서 하루에 두 번 이상 미술을 때려 칠까 고민했어요. 저랑 잘 안 맞는다고 생각하고. 왜 미술을 하고 있는 것인지 제 자신이 이해를 못했습니다. 애초에 미술 하겠다고 결심한 것도 그냥 그림 그리는 것이 좋아서였지만, 그것조차 입시미술을 하면서 그림 그리는 것이 정말 싫어졌어요. 그럼에도 중학교 때 그림을 그리던 이유는 제 눈에는 정말 화려해보이던 예고가 너무 가고 싶었기 때문에 그림 그리는 게 그렇게 싫었지만 엄청 노력했어요.
하지만 예고에 떨어지게 되어서, 처음엔 미술을 포기하려고 했습니다. 미술을 할 이유가 없어져버렸거든요. 저에게 미술은 그림 그리는 것이었고, 그건 좋은 학교에 가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방학동안 이런저런 일을 겪고 결국 미대입시를 다시 생각하고 입사미에 와서 제가 뭐에 관심이 있는지 생각을 해보았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결국 제가 시각 매체가 지닌 힘과 효과에 관심이 많고, 그걸 직접 다루고 활용해보고 싶어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시각 매체를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가치 있는 정보를 알리고 싶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어요. 디자인을 하는게 맞다는 확신을 했어요.
저도 처음에 미술을 왜 하는지에 관한 동기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미술을 하면서도 이런 기나긴 방황을 거쳤습니다.. 저는 결국엔 미술이 저에게 맞는 것이라고 제가 깨달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무작정 시작했다가 자신에게 맞지 않는 게 진짜 사실일 수도 있어요! 사실은 미술이 아니라 다른 것이 더 맞는데 오해한 것일 수 있어요. 그러니까 수학하기 싫어서 미술을 선택했다거나 단순히 그림 그리는 것이 좋아서 시작한 것이라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세요. 특히 그림 그리는 것이 좋았다면, 왜 좋았는지 다시 생각해보면 자신이 어떤 걸 하는 것이 좋을지에 관해 좀 더 괜찮은 결론이 나올 것입니다.
Q. 홍익대 지원을 망설이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홍대는 다른 대학과 달리 실기고사가 없다는 점 때문에 의아스럽거나 당황스러울 수 있을 거에요. 그리고 이 지점을 부정적으로 부각시켜 홍익대에 대한 나쁜 인식을 조성하는 선생님들도 많은 것 같아요. 하지만 홍익대를 직접 준비하다 보면 이런 오해는 자연스레 사라질 겁니다. 홍익대는 기존의 실기고사는 없지만 훨씬 더 복합적인 관점에서 학생이 지닌 실기능력, 미술에 대한 소양을 테스트 합니다.
또 제가 입시를 경험하면서 배웠던 그림 그리기 훈련이 지금 이 시대에 반드시 배워야 할 가치 있는 지식이라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물론 구도에 관한 것, 형태나 색에 관한 것, 물체를 보면서 관찰력을 늘리는 것이 미술인으로서 반드시 필요한 능력입니다. 그렇지만 조형연습이 입시라는 구조 속에서 맹목성을 띄게 되는 것이 문제인 것 같아요. 어느 순간 미술이 남을 이기기 위한 시합이 되어버리더라고요. 그러면서 점차 미술에 흥미를 잃게 되는 것 같았어요.
홍대 학생부 종합 전형을 준비하면서 공부도 좀 더 여유롭게 하고, 여러 활동을 경험해보며 자신과 미술 또는 디자인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이 더 상대적으로 적은 시간과 노동(?)을 들이고 앞으로 필요한 것에 더 근본적으로 가까운 무언가를 얻어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홍익대를 망설이는 다른 이유는 ‘성적대가 너무 높아서’일 거에요. 성적은 사실 홍대가 1차를 내신으로 6배수 뽑기 때문에 생각보다 내신이 아주 높지는 않아도 됩니다. 이 기준이 좀 불분명 할텐데 잘 알아보고 1단계만 통과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 자신감을 가지고 준비해 보기를 권해요.
제 주변 친구들 중에서도 성적이 높지 않은데도 1차에 붙은 친구들을 꽤 많이 봤어요. 아마 그 친구들보다 성적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1차에서 잘릴까봐 겁먹어서, 또는 정보를 몰라서 홍대에 지원하지 못한 친구들도 꽤 있을 거에요. 자신의 성적이 생각보다 홍대를 지원하기에 나쁜 성적이 아닐 수 있어요! 또 그래서 현재 가능성이 있는 성적이라면, 차라리 다른 학교 준비한다고 실기를 준비하는 시간을 과감히 줄이고 성적관리에 시간 투자를 많이 하는 걸 추천해요. 시간 투자를 많이 하면 확실히 성적이 오르긴 합니다. 충분히 홍대 준비해볼 만하다고 생각해요.
Q. 홍익대 준비하면서 힘들었던 점, 기억나는 점이 있나요?
학교 선생님께서 미활보의 내용보다는 활동 양에 집착하셔서 좀 갈등이 많았습니다..ㅠㅠ 학교에서는 무조건 활동의 양이 많고 다양한 것이 중요하다고 했어요. 반면에 입사미에서 지도받은 다음 쓴 서류는 왠지 서류에 제가 드러나는 느낌이었어요. 활동을 하면서 제가 느끼고 깨달은 점에서 제가 관심이 있는 것들이나, 제 관점들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더라구요. 그렇게 다 써서 학교에 가져갔는데 선생님께서는 제가 한 활동들을 무조건 양이 많아보이게 묶어야 한다고 하시면서 가져간 서류에 제가 한 활동의 반도 안 된다고 화내셨어요. 그렇지만 저는 입사미에서 지도받고 쓴 서류가 맞다고 생각해서 수정 없이 그냥 제출했고, 선생님과 갈등을 겪은 그 서류로 결과적으로 홍대 합격했습니다.
면접은 어땠나요?
Q. 홍익대 면접 고사 내용을 상세하게 전달해 주세요.
처음에 들어가자마자 크게 ‘안녕하십니까!!’ 하고 인사하고 ‘1번 문제 답하겠습니다!!!’ 하니까 교수님이 이 학생 참 씩씩하다고 깔깔 웃으셨어요. 그래서 시작할 때 좀 분위기가 좋은 상태에서 시작했습니다. 세 가지 그림을 비교하는 문제였는데, 제가 보고 느낀 대로 친구한테 말하듯이 이야기한 것 같아요.
한 작품에 대해 ‘이 그림은 왜곡시킨 정도가 옆의 두 그림보다 커서 주제가 잘 느껴진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니까 교수님이 ‘왜곡시키면 표현이 잘 전달이 되는 거야?’ 하고 공격적인 질문을 하셨습니다. 듣자마자 약간 ‘아 내가 좀 잘못 말한건가..’하고 잠깐 생각하긴 했지만, 결국에는 제가 대처하는 것을 보기 위한 질문이라고 생각하고 차분하게 대답했어요. ‘주제를 심화시키기 위해 다양한 방법이 있는데, 소재를 통해서도 할 수 있고 이런 방법으로도 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다시 말했어요. 다시 교수님이 왜곡보다 과장이라는 말이 더 맞지 않나? 하셔서 왜곡이 좀 더 비트는 느낌이 강해서 제 관점에서는 왜곡이 더 맞는 것 같다고 답했어요. 1번 문제에 대한 답을 끝내니 세 그림에 제목을 붙여보라고 하셨습니다. 제가 한 말이 정리가 안 되는 건가 생각이 들긴 했지만.. 생각나는 대로 제목을 붙여봤어요.
그리고 2번 문제에서 인간이 상품화된 현실을 자판기에서 인간이 뽑혀져 나오는 모습을 그렸는데, 설명 하자마자 교수님이 또 공격적이게 “아니 이렇게 그리면 이게 인형인지 사람인지 어떻게 알아? 인형 자판기 같은 것도 요새 많은데, 그거랑 똑같잖아?”하고 말하셨습니다. 그래도 당황하지 않고 시간이 한정되어 있어서 아주 사실적으로 사람을 그릴 순 없었고, 이런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이 최선이었고, 만약 그런 인형 자판기가 있다면 사진을 찍어오는 과제였다면 그걸 찍어왔을 거라고 말했습니다. 그냥 교수님은 끄덕끄덕하는 반응이었어요.
그러고 생기부, 미활보 질문으로 들어갔는데, 참여문학에 대해서 발표를 한 것을 이야기하시면서 참여문학에 대표적인 작가가 누가 있냐고 물어보셨습니다. 미활보에 전혀 없는 내용을 물어보셔서 질문 듣고 되게 의외라고 생각했어요. 김수영 시인이 있다고 대답하니까 김수영 시인의 대표적인 시를 하나 외워보래요. 제가 어떻게 알겠어요.. 그래서 그냥 전문을 외우긴 힘들 것 같고 ‘풀’이라는 시가 있는데 풀이 누웠다 이런 말을 민중들이 저항하는 그런 거에 빗댄 시라고 말했습니다. ‘전문을 외우긴 힘들 거 같고’ 이러니까 교수님들이 깔깔 웃었습니다. 그게 그렇게 웃긴 대답이었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그리고 그래피티와 뱅크시 관련해서 미활보에 썼는데, 뱅크시에도 관심이 많냐고 물어보셔서 뱅크시 작품 보고 느낀 점 얘기하다가 사례를 얘기하면 좋을 거 같아서 “제가 뱅크시 작품 중에서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장벽에 그린 작품이 인상적이었는데, (어떤 게 그려져 있는지 말하고) 이 작품을 보고 작품이 그려지는 공간도 작품의 한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이런 식으로 답했어요. 그러니까 교수님이 또 좀 웃으면서 “오!! 공간도 작품의 한 요소가 될 수 있다? ㅋㅋㅋ” 하고 말하면서 웃으시고 “너 그러면 사회적인 문제 뭐 이런 거에 관심이 많구나~”하고 말하셔서 맞다고 디자인을 통해 그런 부분에 참여하고 싶다는 식으로 말했어요. 그러고 그냥 수고했고 가라고 해서 인사하고 나왔습니다. 일반적으로 물어보는 지원동기 같은 거도 하나도 안 물어봐서 특이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뒷 번호여서 앞 번호에 비해서 일반적이지 않은 질문들이 많이 들어올 거라고 예상하긴 했지만 생각보다도 더 마구 질문이 들어오는 느낌. 바로 전 주에 다른 학교 면접을 망하고 거의 체념한 채로 빨리 집에 가겠다는 목표로(?) 임했더니 오히려 더 잘 풀리고 그냥 선생님이랑 편하게 얘기하다가 온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편하게 면접을 보는 게 가장 좋은 거 같아요,
후배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Q. 미대입시를 준비하는 후배들이 고민이 많습니다. 이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도움이 되는 말을 전해주세요.
첫 번째로, 냉정하게 생각해서 자신이 가장 적은 시간을 들여서, 높은 효율을 낼 수 있는 전형과 학교를 찾으세요. 솔직히 실기전형은 준비하는데 들이는 시간과 난이도에 비해 너무 효율이 떨어집니다. 또 변수가 굉장히 많아요. 물론 학종도 변수가 존재하지만 실기에 비해서는 비교적 덜합니다. 또 내신 제대로 챙기세요. 자신이 현재 할 수 있는 것, 자신이 해야 할 것 중 가장 중요한 것부터 차근차근 해나가세요. 미대 입시는 공부에다가 활동 준비도 굉장히 다양하게 해야 되고 여기다 실기까지 겹친다면 정말 바쁠 것입니다. 자신이 가장 효율적이게 갈 수 있는 방향을 찾고, 그 방향에 도달하기 위해 가면서 해야 할 일들의 우선순위를 정해놓고 실천해가다 보면 언젠가 어딘가에는 와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로 이건 저도 잘 못한 거지만 정말 편하게 생각하세요. 자신이 잘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무언가를 하면 좋겠습니다. 너무 초조하게 생각하고, 집착하게 될수록 잘 안풀립니다. 저는 수능이 좀 자신이 없었는데, 전날에 그냥 4등급 맞을 각오하고 임했습니다. 떨지 않고 그냥 풀었더니 점수가 괜찮게 나왔어요. 또 제가 연세대를 1차 두 번 통과해 놓고, 두 번 다 면접에서 떨어졌는데요. 제시문이 어려웠던 것도 있지만 저 자신 스스로 너무 연대가 가고 싶어서 떨어질까봐 불안해하며 떨었던 것도 있는 것 같아요. 가장 마지막에 면접 본 홍대는 거의 체념하다시피 아무것도 생각 안하고 들어갔더니 오히려 더 잘 풀렸어요. 걱정하고 집착해도 결과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는 걸 너무 늦게 깨달았네요.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저는 그나마 미술반이 있는 일반고등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학생부 종합 전형을 익숙하게 느꼈고, 처음부터 당연히 그 방법으로 미대 진학을 하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봉사활동이나 강연을 듣는 것 등)이 조금은 수월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많은 친구들이 활동을 얻기나 학생부 종합 전형에 관한 정보 자체를 얻기 힘든 상황에 놓여있다고 생각해요. 학생부 종합 전형을 알게 되어서 관심이 생겨도, 예고나 미술반 있는 일반고도 아닌데 활동 챙기는 것이나 미활보 준비 같은 것들 때문에 막막하고 준비할 게 못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그런 상황이라면, 입사미가 아주 많이 도움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또 고등학교동안 입시를 하면서 정말 제대로 느끼지만, 사람의 체력에는 한계가 있어요.. 옛날부터 막 ‘독하게 열네시간 공부하기!’ ‘졸려도 절대 자지 말고 공부하기!’ 이런 말 하면서 괴롭게 공부하고 입시를 준비하는 것이 많이 퍼트려져 있는데, 특히 저같은 체력 쓰레기는 더욱!! 정신력으로 버틴다고 될 문제가 아니에요. 미술하는 친구들 중에는 실기학원에서 하루 종일 그림 그리고 힘든 상태로 집에 와서 카페인 음료 마시면서, 억지로 버텨가면서 공부해서 실기와 공부 두 가지를 힘들게 다 잡으려는 친구들이 많은데 그냥 한 가지에만 제대로 투자하세요.
그리고 그걸 공부에 온전히 투자하고, 활동을 좀 채워서 학생부 종합 전형으로 가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 가지 비효율적으로 다 노력하다가 몸은 몸대로 상하고, 그래서 공부에도 지장이 가는 것 보다는 딱 몇 가지만 챙겨서 그걸로 갈 수 있는 학교들을 지원하세요. 저는 한 사람이 입시에서 가장 최대의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통해 가장 큰 효율을 내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무리하게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에서 너무 많은 것을 늘리려고 했다가는 이도저도 아닐 수 있어요.
물론 제가 이렇게 말했다고 쉽게만 입시를 한 건 아닙니다. 저도 힘든 부분이 많았고 할 게 너무 많아서 죽을 것 같던 때도 있었어요. 하지만 한 것만큼 보상을 받을 수 있었던 건 한 가지만 제대로 팠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을 보는 친구들이 있다면 꼭 입시에서 자신이 받을 수 있는 최대의 결과를 낼 수 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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