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 수기
꿈을 이룬 입사미 학생들의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꿈을 이룬 입사미 학생들의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성공과 실패의 갈림길, 어떤 길을 선택했나요?"
🏆
한승민
홍익대학교목조형가구학과합격
Q. 본인의 미대입시 준비 과정을 간략히 설명해주세요.
미대에 진학하기로 결심한 건 고등학교 1학년 초반이었습니다. 저랑 같은 진로희망을 가지고 있던 친구가 미술부에 들어갔다는 얘기를 듣고 저도 급하게 미술부에 들어간 후로 자연스럽게 미대 진학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미대하면 떠오르는 대학은 홍익대 밖에 없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홍익대학교 입시에 대해 알아보게 되었고, 제 진로와 맞는 과가 있어서 그 과를 최종 목표로 잡고 입시를 시작했습니다.
제대로 된 입시 미술은 고1 여름방학 이후에 시작했습니다. 첫 입시학원은 홍대 근처의 대형학원이었고 그곳에서 약 8개월 동안 그림을 배웠습니다. 첫 4개월은 고1 예비반에서 초상화, 컷 만화, 소묘연습, 크로키 등 다양한 그림 수업을 받았습니다. 그 후 4개월은 고2 입시반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기초디자인을 준비했고, 매주 1회 이상 연합시험을 보며 굉장히 많은 주제와 제시물들을 표현하는 연습을 했습니다.
국민대, 연세대 등 여러 대학의 실기 대회도 준비하기 위해 주 4-5회 학원을 다니면서 실기에 엄청나게집중을 했지만, 이후 과도한 실기가 저의 입시전략에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공부의 비중을 높이고 실기를 같이 준비할 수 있도록 소형미술학원으로 옮겼습니다. 미술학원에 다니는 시수도 주 2회로 줄였고, 남는 시간에는 홍익대 서류전형을 준비하기 위해 미활보에 관련된 활동을 주로 했습니다.
Q. 다양한 특성의 미술학원을 경험했네요. 각각의 장단점에 대해 느낀 점을 말해주세요.
입사미를 다니기 전에 총 두 개의 미술학원을 다녔습니다. 하나는 누구나 다 알만한 대형 학원이었고 다른 하나는 학생 수가 10명도 안되는 소형학원이었습니다. 처음으로 다녔던 대형학원은 실기력을 정말 빠른 시간 안에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빽빽한 수업시간으로 인해 학교가 멀었던 저로써는 밥을 챙겨먹을 시간조차 부족했고 무엇보다 실기 위주의 대학을 준비시키는 학원이었기 때문에 저같이 홍익대를 같이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공부하는 시간이 너무나도 부족하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또한 한 반에 학생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선생님 1명과 보조 1-2명으로 수업을 진행하기에는 학생 한 명 한 명이 수업시간 동안 잃는게 너무 많다고 느꼈습니다.
소형학원은 이러한 문제는 확실히 덜했지만, 학생 수가 너무 적으므로 학생들끼리 굉장히 빨리 친해집니다. 이게 좋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로 인해 수업 시간에 떠드는 빈도도 늘고, 학원 수업시간 외의 친목 활동이 많아집니다. 너무 조용하고 어색한 분위기도 좋지 않지만, 수업시간 중 학생들끼리 너무 편하게 대화할 수 있는 분위기가 입시를 준비하기에는 오히려 더 안좋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제가 다녔던 소형학원은 선생님도 학생들을 자유롭게 놔두는 분위기였고, 학생들도 같은 학교에 재학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좀 극단적인 예시일 수도 있지만, 무작정 편하고 조용한 분위기라고 해서 소형학원에 들어가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Q. 기존 미술학원들에서 계속 입시를 했다면 어떤 결과를 얻었을 것이라 생각하나요?
만약 첫번째 대형학원에서 실기 전형만 준비했다면 제가 홍익대에 입학할 확률은 굉장히 낮았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저는 미술우수자 전형으로 홍대 목조형가구학과, 논술전형으로 캠퍼스자율전공에 합격했습니다. 두 개의 전형 모두 실기 전형만 준비해서는 합격하기 힘든 전형들입니다. 홍대 미술우수자 전형은 관련된 자료의 양이나 합격 데이터가 실기만을 준비하는 대형학원에서는 현저히 부족하고, 논술에 관한 정보는 실기 학원에서 얻기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애초에 지원 할 생각도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만약 이러한 전형을 포기하고 실기 전형만 준비했다면 상위권 대학에 들어가기는 더더욱 어려웠을 것입니다. 저는 고2까지 모의고사 성적이 정말 낮았기 때문에 성적으로 학생을 구분하는 상위 대학 준비반에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저희 학원은 서울대, 국민대 급의 실기 유형은 상위권 반에서만 학생들에게 준비를 시켰고, 나머지 학생들은 기초디자인, 사고의 전환 등의 실기 유형만 연습시키며 중위권 대학을 목표로 하도록 했습니다. 제가 이런 상황에서 실기를 준비했다면 공부량도 줄어들었을 것이고, 내신도 챙기지 못해 수시 비실기 대학의 안정권에도 못들어가 결국 아무 결과도 얻지 못하는 어정쩡한 상황이 왔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입사미를 신뢰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입사미는 제가 기존에 알던 미술학원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또한 ‘컨설팅’이라는 것 자체가 미대가 아닌 일반대학 진학에만 필요한 것인 줄 알았던 저는 입사미를 크게 신뢰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첫 상담을 받고 나서부터 왜 입사미가 저에게 필요한지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에 입시 상담을 할 때, 어떤 학교를 갈 것인가 그래서 어떤 유형의 실기를 준비해야 하는가가 아니라, 일반학과의 대학을 선택하듯 대학 선택의 주요 요인을 내신과 수능 실기를 기준으로 사사분면으로 나눠 자신의 강점에 따라 어느 학교를 선택할 수 있을 지 분석했던 과정은 기존에 제가 입시를 준비했던 것과는 너무나도 달랐고 새로웠습니다.
그 전까진 ‘대학만 가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만가지고 있었는데, 이렇게 정교한 방식으로 입시에 접근하니 향후에 어떤 방식으로 준비할지에 대한 계획이 확실히 잡히게 되었고, 제가 대학을 선택하고 고3 1년을 집중하며 준비하는 데 정말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이렇게 계획이 잡히고 미래에 대한 길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부터, 입사미를 점점 더 신뢰하게 되었고, 그 후 서류 면접 등의 수업도 입사미의 수업을 들으며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Q. 입시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이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제가 입시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던 이유는 단 한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명확하고 구체적인 목표가 있었던 것. 저는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홍익대학교 목조형가구학과에 입학하는 것을 꿈꿔왔습니다. 저는 이 이외에 다른 학교에 들어간다는 것을 고3 초반까지는 생각도 해본 적이 없습니다. 너무 극단적일 수 있지만, 진짜 자신이 원하는 목표가 무엇인지 아는 것 만으로도 입시의 50프로는 성공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럼 나머지 50프로는? 이 목표를 실현할 수 있는 의지와 끈기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잠이 많은 스타일이었기 때문에 고3때도 12시를 넘겨서 자는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서 한정된 시간 안에 할 일을 빠르게 끝내야 했죠. 오히려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준비하다 보니 짧은 시간 최대의 집중력을 이끌어 내어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합니다. 자고 싶고, 놀고 싶을 때마다 제 책상 앞에 붙여놓은 ‘홍익대’라는 세 글자를 보며 힘을 얻었고, 대학에 합격했을 때의 그 기쁨을 상상해 보며 더욱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목표를 가지고, 꿈을 가지는 것, 그리고 이 목표를 실현할 수 있도록 옆에서 저를 계속 도와주신 부모님, 선생님들 이 있었기에 입시에서 성공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Q. 실기만 열심히 준비하다가 결국 입시에서 실패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습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노력만큼의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후배들에게 조언을 부탁합니다.
미대입시는 무조건 실기를 열심히 해야 한다. 제 주변에 이렇게 생각하는 친구들이 정말 많습니다. 물론 실기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림 잘 그려서 마이너스될 것 하나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기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만 알아줬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실기에 대한 자신이 조금 부족했기 때문에 실기만 준비하는 학생들과는 반대로 오히려 공부, 서류라는 돌파구를 찾으려고 했습니다. 실기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실기만을 준비하는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성적이 높아지면서 지원할 수 있는 대학의 폭도 넓어졌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더 높은 대학에 지원할 기회가 생겼고, 실기를 줄이면서 생긴 남은 시간에 논술 전형도 준비하면서 홍대에 합격하는 행운도 얻었기 때문에 저는 이 길을 적극 추천해주고 싶습니다.
Q. 입시 때문에 힘들어 하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이 있나요?
저에게는 정말 힘든 과정이었기 때문에 무작정 참고 견디라는 말은 못해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자신만의 목표가 확고히 잡혀있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어떠한 힘든 과정도 참아낼 자신만 있다면! 원하는 대학에 무조건 합격 할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저는 실기에 대한 스트레스가 엄청 컸기 때문에 중간에 미술을 그만두고 싶었던 적이 정말 수도 없이 많았습니다. 머릿속에 있는 이미지가 손으로 그려지지 않았을 때, 그리고 이러한 상황이 계속 반복되었을 때,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혼자 방에서 눈물을 글썽인 적도 많습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항상 대학에 들어간 저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다시 활기를 얻었고, 계속 넘어지고 일어서며 얻은 상처를 통해 더욱 강해지는 저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후배분들도 힘들 때 자신이 대학에 합격하는 모습을 한 번씩 상상해 보셨으면 좋겠어요. 상상만으로도 행복하고 그 꿈을 이뤘을 때의 행복함은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제발 포기하지 말고 파이팅 하세요!!
Q. 홍익대 지원을 망설이고 있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이들에게 조언을 부탁합니다.
절대 망설이지 마세요! 저는 1학년 내신이 미술우수자전형 합격자 평균 내신보다 훨씬 낮았기 때문에 홍대에 지원하기 힘들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많이 갖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정말 홍익대에 가고 싶은 마음이 컸고 홍익대라는 목표가 확고했기 때문에 공부를 더욱 열심히 했고, 그 덕분에 내신을 안정권으로 끌어올릴 수 있었습니다. 또한 홍대는 미대로 들어갈 수 있는 많은 전형들이 있습니다. 학교생활우수자전형, 교과우수자전형 심지어 논술전형도 있습니다. 저는 제가 논술로 홍대에 합격할 줄을 꿈에도 몰랐지만, 홍대 논술은 문제가 어렵지 않은 편이었기 때문에 논술을 한달 정도밖에 준비하지 않았음에도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내신이 낮다고 해서, 그림을 못 그린다고 해서 홍대에 지원하는 걸 포기하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정말 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고 계속 노력할 의지만 있다면,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본인을 믿고 끝까지 목표에 집중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면접 현장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달해 주세요"
Q. 홍익대 면접 고사 내용을 상세히 들려주세요.
저는 맨 마지막 순서였기 때문에 대기실에서 거의 2시간 정도 기다렸습니다. 면접 대기를 시작할때 면접 순서를 알려주고 시작하지 않기 때문에, 제가 첫 번째일지, 마지막일지는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결국 마지막에 제 번호가 불리고 문제 푸는 공간에 들어간 후 두 문제를 풀었습니다.
1번 문제는 로버트 인디애나 조형물, 이름 모르는 문자로 이루어진 사람 두명 조형물, 문자도, 이렇게 제시된 세개의 이미지를 보고 저의 생각을 말하는 문제였습니다. 2번문제는 백지 중간에 커터칼(?) 같은 물건 있고 위에 자유롭게 상상하여 그리는 문제였습니다. 면접고사장에 들어가니 선한 인상의 여자 면접관 두 분이 계셨습니다.
면접관: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자리에 앉고 종이 책상 위에 올려주세요.
나: 넵!
면접관: 지원 동기 들어볼 수 있을까요?
나: 저는 가구가 사람의 몸의 일부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런 가구가 사람들 곁에서 소통하고 상호작용하며 단지 하나의 상품이 아닌 삶의 동반자처럼 살아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저는 이렇게 사람들을 옆에서 든든하게 서포트해주는 가구를 만들고 싶고! 그런 가구를 만들기 위해 홍익대 목조형가구학과에 지원했습니다.
면접관: (미소)..네 잘 들었습니다. 여기 생기부 진로희망란을 보면 어머니와 함께 간 여행에서 어떤 가구를 보고 영감을 받아 가구디자이너를 꿈꾸게 됐다고 했는데, 이 가구가 어떤 가구였나요?
나: 어머니와 함께 여행을 간 곳에서 어떤 사무실을 들릴 일이 있었는데, 거기서 본 방음용 의자가 가장 기억에 남았습니다. 여러 사람들이 있는 공간 안에서 팀원들끼리 서로 앉아 아이디어를 나눌 수도 있고, 사적인 전화를 할 수도 있는 (몸짓으로 형태 설명) 이렇게 생긴 의자였는데,, 저도 사람들 삶을 저렇게 편리하게 해줄 수 있는 가구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면접관: 혹시 그 가구의 이름이나 디자이너가 누군지 아시나요?
나: 제가 그 후로 계속 그 가구를 찾아보려고 했었는데... 비슷한 방음 의자만 나오고 똑 같은 의자는 찾지 못했습니다...
면접관: ***(기억 안남) 라구요?
나: ...네?
면접관: 아아아 알겠습니다. 혹시 좋아하는 작가나 디자이너가 있나요?
나: 음.. 좀 최근에 관심을 가지게 된 Alex Brokamp라는 신예 가구 디자이너가 있는데, 노동자 집안 출신이라 그런지 노동자, 소외된 계층들의 삶을 잘 이해하는 것 같아서 정말 인상깊었습니다.
면접관: 예를 들면 어떤 작품이 있었죠?
나: 거울 같은 게 있었는데.. 밑 부분에 방지턱 모양으로 되어있어서 외출하기 전 속도를 늦추고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라는 의미를 가진 작품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면접관: 그러면 그 전에는 좋아하는 작가가 없었나요?
나: 예전이요?
면접관: 네.
나: Patricia Urquiola라고 스페인 출신의 가구디자이너.. 겸 건축가를 좋아합니다.
면접관: 가장 인상깊었던 작품은?
나: 모듈라 소파 컬렉션..(아 이거 카림 라시드껀데) 아아아 이게아니라.. 블루미 체어라고 꽃모양의 쿠션이 여러 개 있어서 정말 푹신해 보이고 세련된 디자인의 의자가 있는데 그 작품이 정말 인상깊었습니다.
면접관: 그러면 학생은 첫번째 작가처럼 사람들의 삶과 관련된 디자인을 좋아하는 건가요? 아니면 두번째처럼 세련된 디자인을 좋아하는 건가요?(웃음)
나: 어떤 디자인을 콕 찝기 보다는.. 두 디자이너의 작품을 보고 자신만의 컨셉과 디자인 신념이 확실하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에…
면접관: 아하. 그럼 첫번째 문제 볼까요?
나: (세 작품의 공통점을 ‘문자’로 엮어서 설명. 첫번째 두번째 작품 / 세번째 작품으로 나누어 설명. 1,2는 문자 그대로 사용했지만 3은 문자에 변형을 주었다는 점을 차이점으로 설명.)
면접관: 세 작품 중에 가장 인상깊은 작품은 무엇이 있을까요?
나: 아무래도 첫번째 작품(로버트 인디애나 – Love)이 가장 인상깊은 것 같습니다. 단순히 LOVE라는 글자를 나열한 것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빨간색이라는 강렬한 색을 사용함으로써 그 단어의 의미를 무엇보다 잘 나타내주고 있고, 그냥 나열했으면 심심했을 법 한데 가운데 O를 살짝 기울여 변형을 준 것도 정말 재밌고 인상깊은 포인트였던 것 같습니다.
면접관: 혹시 이 작품들 작가의 이름을 아는 게 있을까요?
나: 아... 이름은 잘 모르겠습니다 ㅜ
면접관: 네~ 그럼 다음 문제로 넘어 갈게요
나: 네 저는 제시된 물건을 커터칼? 이라고 생각하고 그렸습니다. 커터칼에 있는 칼날이 우리에게 아픔을 주는 존재잖아요.. 날카롭고.. 그래서 커터칼 안에 칼날 대신 칼처럼 저에게 아픔을 주는 것들이 대신 나오고 있는 장면을 그렸습니다.
면접관: 저게 뭐에요? 명세서? (웃음)
나: 네ㅎㅎ 제가 요즘 부모님이 카드 명세서 때문에 힘들어하시는 모습을 많이 봐서.. 그리고 뒤에는 항상 저에게 아픔을 주는 시험 성적표랑.. 돈이랑.. (면접관 분들이 재밌어하시는게 보여서 텐션이 살짝 올라갔습니다)
면접관: 굳이 이런 구도로 그린 이유가 있을까요?
나: 뭔가 뿜어져 나오는 듯한? 느낌을 주고 싶었습니다. 종이가 휘날리는 것처럼 표현하기에는 이 구도가 알맞다고 생각했습니다.
면접관: 만약에 시간이 더 있었다면 어떤 걸 추가하고 싶으세요? 또 다른 재료를 사용한다면 어떻게?
나: 아직 다 완성을 하진 못한 것 같아서.. 조금 더 자세히 그렸으면 좋을 것 같아요. 음.... 그리고 색연필? 같은 재료를 사용해서 이런 부분에 조금 더 강조를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면접관: 음~~ 네 수고하셨구요. 지금.. 딱 50초!! 남았는데 더 하고싶은 말 있으세요?
나: (울먹이며) 저 진짜..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홍익대 목조형가구학과만 바라보고 공부해왔고.. 이 학과 들어가고싶은 마음은 그 누구보다!!! 크다고 자신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제 열정과 목조과에서 배우는 지식이 합쳐지면 진짜!! 좋은 가구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면접 볼 수 있는 기회 주신 것 만으로도 정말 감사합니다
면접관: (미소) 네 수고하셨구요 그림 놓고 나가시면 됩니다~~
면접관 두 분과 계속 눈 마주치려 노력했습니다! 작가 이름 몰라서 당황했지만 2번문제 때 면접관 분들이 웃으시는 거 보고 자신감 생겨서 안 떨고 말했습니다! 저는 맨 마지막 순서일줄 전혀 예상하지 못해서 면접관분들이 지루해 하시면 어쩌지 엄청 걱정됐는데, 그냥 아파트 이웃 아주머니라고 생각하니 긴장이 풀리면서 말도 또박또박 하게 되더라구요.
면접관 분들은 제 얘기를 친절하게 끝까지 잘 들어주셨고, 마지막 순서였음에도 불구하고 지루해하지 않으시며 웃어주시는 등의 반응을 보여주셨습니다. 저는 모의면접에서 연습했던 것처럼 문제 풀이가 처음, 지원동기가 나중에 나올 줄 알고 있었는데, 들어가자마자 지원동기부터 물어보셔서 상당히 많이 당황을 했습니다. 하지만 입사미 면접 과정에서 수도 없이 말해본 지원동기였기 때문에 떨지 않고 잘 말할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면접을 잘 마무리 할 수 있었습니다.
Q. 홍익대 면접을 보고 난 소감을 말해주세요.
저는 제가 그림 실력이 아주 뛰어난 편은 아니라 생각했기 때문에 면접을 준비하기 전부터 “나는 안될거야”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입사미의 수업을 듣고 나니 이러한 걱정은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서선생님의 수업은 홍대 면접에서 중요한 게 무엇인지를 저에게 깨닫게 해주셨습니다. 단순한 키워드만으로 자신의 아이디어를 잘 표현해내도록 했던 수업은, 제가 그림을 그릴 때 어떻게 갈피를 잡고 시작할 지에 대해 정말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이렇게 방향을 잡고 꾸준히 그려본 결과 실제 면접장에서는 10분안에 그림을 완성시켜냈습니다. 제가 그린 그림을 말로 설명하는 과정에 대한 고민도 많았는데, 여러 명이 둘러 앉아 그림을 발표하고 서로 평가하는 수업 방식이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그림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으면서 제 그림을 다시 한 번 돌아볼 수도 있었습니다. 또한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는 연습을 계속 하다 보니 두 명 앞에서 말하는 실제 면접장에서는 크게 긴장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가장 많은 도움이 되었던 건 마지막에 했던 모의면접 두 번이었습니다. 실제 시험장처럼 시간을 제한해서 문제를 풀어보며 면접에 대한 감을 익혔던 것도 정말 중요한 경험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홍대 면접이 끝나고 서병수 선생님 생각이 가장 먼저 났던게, 선생님과 진행했던 모의 면접에서 나왔던 질문들이 거의 똑같이 나왔고, 같은 답변을 얘기했을 때 선생님과 교수님들의 표정이 너무나 비슷했기 때문에.. 정말 끝나고 소름 돋는 줄 알았습니다. 입사미의 면접 교육을 의심 없이 믿고 따라간 것이 합격의 가장 큰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미대입시 준비생들이 놓치지 말아야할 중요한 팁이 있나요?"
Q. 입시를 준비하는 후배들이 놓칠 수도 있는 중요한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지 알려주세요.
입시를 준비할 때 공부도 중요하고 실기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체력, 몸 관리가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아무리 3년간 죽도록 열심히 해봤자 수능날, 실기날 아프면 다 소용없어진다는 것 알아줬으면 합니다. 저는 일정 시간 이상을 자지 못하면 다음날 일상생활이 거의 불가능한 체질이라 수험생 시절에 많이 고생했습니다. 무리해서 새벽까지 공부하다 하루를 통째로 날린 적도 많았고, 위경련, 위염 등 각종 병 때문에 고생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수능 2주 전 감기에 걸려 공부를 거의 하지 못하는 일도 발생했습니다. 제가 3년동안 노력해온 모든 것이, 감기 하나 때문에 끝나는 줄 알고 정말 절망적인 마음 뿐이었습니다. 후배분들은 절대 이런 상황 겪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부모님이 해주시는 음식 꼬박꼬박 챙겨먹고!! 약도 꾸준히 드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또한 스트레스를 너무 품고만 있는 것도 몸에 안좋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축구 보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축구 경기가 있는 일요일에는 공부를 마치고 집에 일찍 들어와 가족끼리 밥도 먹고, 저녁에는 야식을 먹으며 축구를 봤습니다. 이러한 소소한 행복이 한 주를 견디는 원동력이 될 수 있고, 일주일동안 받은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귀중한 기회이기 때문에 후배분들도 이렇게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 입시가 끝나고 대학에 합격했을 때, 이러한 작은 행복들을 맘껏 누릴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가지시고, 힘든 일이 있더라도 꿋꿋이 버텨내셨으면 좋겠습니다!
Q.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이 있나요?
이 합격수기를 작성하면서 입시에 대한 기억을 다시 꺼내보니, 힘든 기억도 많았지만 정말 좋은 순간들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몰래 야자실에서 빠져나왔던 날, 학교 시험에서 처음 1등급을 받았던 날 등 수험생이 아니면 다신 경험하지 못할 일들도 기억에 남습니다. 안 좋은 날이 있으면, 좋은 날도 있습니다. 안 좋았던 경험을 통한 상처가, 나중의 성공을 위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굳게 믿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들도 꼭 내년에 저처럼 누워서 간식 먹으며 합격 수기를 작성하는 날이 꼭 왔으면 좋겠습니다. 대학에서 뵙기를 기대할게요!!
홍대 준비 과정, 합격 과정을 들려주세요
🏆
장린
홍익대학교 디자인학부 합격
홍대 준비 과정, 합격 과정을 들려주세요
Q. 본인의 미대입시 준비 과정을 들려 주세요.
저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화실을 취미로 다니기 시작하면서 미술을 시작했습니다. 초등학생이었던 제가 공부에 흥미를 별로 보이지 않아서 부모님께서 저를 미술이라도 시키려고(..), 또 미술학원 선생님께서 초등학교 5학년 때 제가 그림 그리는 것에 흥미도 느끼기 때문에 미술 쪽으로 진로를 선택하는 것을 추천해주셔서 조금 큰 학원으로 옮기면서 미술 분야로 진로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예고 진학을 생각하고 입시 미술학원을 다니면서 정물소묘와 정물수채화, 예고 유형의 수채화(풍경에 동물이나 사물 넣는 것이었습니다)를 중학교 3학년 예고 시험 볼 때까지 3년 반 정도 꽤 빡세게 준비했었습니다. 예고에 떨어지고 미술반이 있는 일반고에 진학하였고, 고1 초반부터 입사미를 다니면서 내신공부와 미술활동 같이 챙기면서 미대를 준비했어요.
Q. 초등학교 6학년 때 부터 입시 미술을 경험 했군요. 본인에게 이 과정은 어떤 의미인가요?
정물을 그리더라도 왜 그렇게 그리는 것이 필요한지, 또 그렇게 하려면 표현을 어떻게 하면 되는지, 이렇게 이유와 과정을 연결해서 설명해서 이해한 후 그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렇지만 학원에서는 그림만 주구장창 그리게 시키고 “이렇게 그려!!” 하니까 그림 그리는 기계가 된 것만 같고, 잘 못한다고 자꾸 혼나면서 자존감만 떨어졌습니다. 또 시험 때마다 원리를 모르고 감에 의존해서, 또 전에 그렸던 걸 외워놓고 그리니까 나오는 정물에 따라, 주제에 따라 매번 그림 상태가 심하게 차이가 나서, 평소 실력에 비해 항상 시험을 망쳤던 것 같아요.
Q. 예고 입시 준비 자체가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본인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았군요.
저는 예고입시 과정에서 자존감도 많이 떨어지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습니다. 미술이 점점 싫어지고 이게 과연 필요가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많이 가졌어요.나중에 할 전공과 입시를 위해 준비하는 것이 서로 동떨어져 있다는 점 또한 저에게 많은 혼란을 준 것 같습니다.
또한 과정에 맞춰서 똑같이 그리는 것에만 익숙해지다 보니, 입시 끝난 직후에는 무언가 그림을 그려보려고 해도 뭘 그려야 할지, 어떻게 그려야 할지 모르겠더라구요. 눈앞에 놓인 정물 외에는 무언가를 그려야겠다는 생각이 안 들었고, ‘그렇다면 전에는 뭘 그렸지? 내가 왜 그림 그리지?’ 하는 생각으로 이어지면서 정말 입시 후에 완벽히 틀에 갇혀버린 기계로 변신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동안 노력했던 것이 저한테 안 좋게 돌아왔다는 생각에 한동안 정말 속상하고 우울했었습니다.
Q. 홍익대 준비가 미술을 하는 과정에서 전환점이 된 것 같습니다. 만약 기존의 방식을 고수했다면 어떤 결과를 얻었을것이라 생각하나요?
성적은 성적대로 떨어지고 실기에도 회의감을 느끼고, 어정쩡한 상태로 대학에 진학하지 않았을까요. 또 애초에 실기를 했으면 지금 원서 썼던 대학들을 쓰지 못할 성적이었을 것 같아요.
힘들게 성적을 유지해서 홍익대 1차 내신, 2차 미활보, 수능최저 다 뚫고 올라왔다 하더라도, 결국 면접에서 제 생각을 말하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외운 것만 이야기하다 떨어졌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고 나서 분명 “대학에서 보려고 하는 것이 지금까지 배운 것과 다른데, 내가 왜 여태까지 힘들게 이걸 준비를 했지?”하고 생각했을 것 같아요.
이것은 막연한 가정이 아니라 제가 면접을 보고 나서 확실하게 느낀 점입니다.
Q. 다른 학생들과 다르게 준비한다는 것에서 불안감을 느끼지는 않았나요?
전 고등학교 들어오기 전 부터 실기를 할 필요가 없다고 확실하게 깨달은 상태였기 때문에 특별히 불안한 부분은 없었습니다. 애초에 그렇게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렇지만 저희 학교는 미술반이 있는 학교고, 학교 안에서 미술 실기를 오랫동안 했고 지금도 계속 하고 있는 다른 친구들과 함께 경쟁하면서 미술 내신을 챙겨야 한다는 점이 두렵긴 했어요.
입사미에서 아트로직 수업을 들으면서 작품을 보는 본질적인 원리나 표현하는 방법 같은 것도 생각해보게 되어서 학교 실기도 그 수업에서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생각해보고 선생님들께서 이 활동을 통해서 어떤 것을 보고 싶어하시는지에 대해 생각하며 작품을 공략하니 실기 점수도 괜찮게 나오더라구요. 또 실기 준비를 거의 안하니까 다른 친구들이 실기학원 다니느라 바쁜 시간에 학교 작품에 시간을 더 많이 쏟을 수 있었던 것도 실기 점수를 잘 받을 수 있었던 요인이라고 생각해요.
Q. 돌이켜 보았을 때, 입시에서 성공 할 수 있었던 요인이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가장 큰 이유로는 전략을 잘 짰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솔직히 올해 홍대 가는 사람들 중 가장 에너지를 절약(?)한 사람이라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ㅋㅋㅋ. 고등학교 들어올 때 실기전형을 준비해도 변수가 너무 크고 들이는 시간에 비해 확률이 너무 낮다고 생각해서 실기를 과감하게 버리고 공부에 집중했습니다. 공부도 특히 국어, 영어, 사탐에만 집중하고 나머지 과목은 직전에만 조금 공부해서 챙겼습니다. 그 결과 내신을 잘 챙길 수 있었어요. 실기를 병행했다면 이정도의 내신을 절대 받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비록 홍대는 내신을 1차에서만 보니까 아주 큰 이득을 얻지는 못했지만 내신이 높으니까 대학 원서를 넣을 때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또 불안함이 줄어들어서 좋았어요. 제가 불안한 요소가 크면 집중을 잘 못하는 스타일이라 내신이 높지 않았으면 수능이나 서류를 쓸 때 집중을 잘 못했을 것 같아요. 이런 점을 고려해 보았을 때 제가 다른 친구들보다 좀 더 안정적으로 홍대를 준비하지 않았나 싶네요.
또 그렇게 선택한 전략을 의심하지 않고 믿고 쭉 밀고 나갔기 때문에 결국에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과정이 안정적이었기 때문에 그 상태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꾸준히 노력했죠.
마지막으로 입사미에 3년 간 다니면서 디자인이나 미술에 대해서, 제 자신이 어떤 디자인에 관심이 있는지 생각해볼 수 있었던 것이 도움이 되었어요. 미활보 쓸 때, 혹은 면접 준비할 때 아예 그런 것들을 생각해본 적이 없었으면 많이 힘들었을 것 같아요.
홍익대 입시, 후배들에게도 추천해 줄 수 있나요?
Q. 예고 입시도 경험 했고 홍익대 입시도 경험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느낀점이 있나요?
주변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미술’하면 ‘그림그리기’라고 반사적으로 생각하고, 저 역시 그랬었기 때문에 실기를 준비했었습니다. 홍익대가 실기를 폐지했다는 것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미대가 실기를 보지 않는데 그게 미대냐?”하는 반응을 보입니다. 보통 미술 관련으로 꿈을 가지면 바로 그림을 그리는 미술학원에 등록하게 돼요. 그렇지만 이 글을 보게 된 미술을 하는 친구들은 먼저 자신이 미대에 왜 가려고 하는지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면 좋겠어요.
그리고 실기를 통해 배울 수 있는 부분들도 물론 있긴 하지만 그게 그 정도로 시간을 많이 투자해서 할 일인지에 대해서, 또 더 효율적인 길이 있는데 굳이 더 많은 시간을 들일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면 좋겠어요. 실기를 하는 것만이 자신의 미래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닌 거 같아요. 오히려 그냥 그리는 것보다 그림의 원리에 대해 더 생각을 해보는 것이 더 의미 있는 길이라고 생각하구요.
Q. 미술을 처음 시작하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절대 미술을 쉽게 시작하지 마세요. 제가 정말 미술이라는 것이 저랑 안 맞다는 생각을 진짜~ 많이 했었기 때문에!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정말로 깊은 동기가 있어서가 아니라 어렸을 때 그냥 그림 좀 잘 그린다고 들었고 또 어렸을 때 공부를 워낙 안해서.. 부모님이 공부는 좀 아닌 것 같다 그래서 미술을 시작했어요. 그 결과 중학교 때 입시미술을 하면서 하루에 두 번 이상 미술을 때려 칠까 고민했어요. 저랑 잘 안 맞는다고 생각하고. 왜 미술을 하고 있는 것인지 제 자신이 이해를 못했습니다. 애초에 미술 하겠다고 결심한 것도 그냥 그림 그리는 것이 좋아서였지만, 그것조차 입시미술을 하면서 그림 그리는 것이 정말 싫어졌어요. 그럼에도 중학교 때 그림을 그리던 이유는 제 눈에는 정말 화려해보이던 예고가 너무 가고 싶었기 때문에 그림 그리는 게 그렇게 싫었지만 엄청 노력했어요.
하지만 예고에 떨어지게 되어서, 처음엔 미술을 포기하려고 했습니다. 미술을 할 이유가 없어져버렸거든요. 저에게 미술은 그림 그리는 것이었고, 그건 좋은 학교에 가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방학동안 이런저런 일을 겪고 결국 미대입시를 다시 생각하고 입사미에 와서 제가 뭐에 관심이 있는지 생각을 해보았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결국 제가 시각 매체가 지닌 힘과 효과에 관심이 많고, 그걸 직접 다루고 활용해보고 싶어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시각 매체를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가치 있는 정보를 알리고 싶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어요. 디자인을 하는게 맞다는 확신을 했어요.
저도 처음에 미술을 왜 하는지에 관한 동기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미술을 하면서도 이런 기나긴 방황을 거쳤습니다.. 저는 결국엔 미술이 저에게 맞는 것이라고 제가 깨달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무작정 시작했다가 자신에게 맞지 않는 게 진짜 사실일 수도 있어요! 사실은 미술이 아니라 다른 것이 더 맞는데 오해한 것일 수 있어요. 그러니까 수학하기 싫어서 미술을 선택했다거나 단순히 그림 그리는 것이 좋아서 시작한 것이라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세요. 특히 그림 그리는 것이 좋았다면, 왜 좋았는지 다시 생각해보면 자신이 어떤 걸 하는 것이 좋을지에 관해 좀 더 괜찮은 결론이 나올 것입니다.
Q. 홍익대 지원을 망설이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홍대는 다른 대학과 달리 실기고사가 없다는 점 때문에 의아스럽거나 당황스러울 수 있을 거에요. 그리고 이 지점을 부정적으로 부각시켜 홍익대에 대한 나쁜 인식을 조성하는 선생님들도 많은 것 같아요. 하지만 홍익대를 직접 준비하다 보면 이런 오해는 자연스레 사라질 겁니다. 홍익대는 기존의 실기고사는 없지만 훨씬 더 복합적인 관점에서 학생이 지닌 실기능력, 미술에 대한 소양을 테스트 합니다.
또 제가 입시를 경험하면서 배웠던 그림 그리기 훈련이 지금 이 시대에 반드시 배워야 할 가치 있는 지식이라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물론 구도에 관한 것, 형태나 색에 관한 것, 물체를 보면서 관찰력을 늘리는 것이 미술인으로서 반드시 필요한 능력입니다. 그렇지만 조형연습이 입시라는 구조 속에서 맹목성을 띄게 되는 것이 문제인 것 같아요. 어느 순간 미술이 남을 이기기 위한 시합이 되어버리더라고요. 그러면서 점차 미술에 흥미를 잃게 되는 것 같았어요.
홍대 학생부 종합 전형을 준비하면서 공부도 좀 더 여유롭게 하고, 여러 활동을 경험해보며 자신과 미술 또는 디자인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이 더 상대적으로 적은 시간과 노동(?)을 들이고 앞으로 필요한 것에 더 근본적으로 가까운 무언가를 얻어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홍익대를 망설이는 다른 이유는 ‘성적대가 너무 높아서’일 거에요. 성적은 사실 홍대가 1차를 내신으로 6배수 뽑기 때문에 생각보다 내신이 아주 높지는 않아도 됩니다. 이 기준이 좀 불분명 할텐데 잘 알아보고 1단계만 통과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 자신감을 가지고 준비해 보기를 권해요.
제 주변 친구들 중에서도 성적이 높지 않은데도 1차에 붙은 친구들을 꽤 많이 봤어요. 아마 그 친구들보다 성적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1차에서 잘릴까봐 겁먹어서, 또는 정보를 몰라서 홍대에 지원하지 못한 친구들도 꽤 있을 거에요. 자신의 성적이 생각보다 홍대를 지원하기에 나쁜 성적이 아닐 수 있어요! 또 그래서 현재 가능성이 있는 성적이라면, 차라리 다른 학교 준비한다고 실기를 준비하는 시간을 과감히 줄이고 성적관리에 시간 투자를 많이 하는 걸 추천해요. 시간 투자를 많이 하면 확실히 성적이 오르긴 합니다. 충분히 홍대 준비해볼 만하다고 생각해요.
Q. 홍익대 준비하면서 힘들었던 점, 기억나는 점이 있나요?
학교 선생님께서 미활보의 내용보다는 활동 양에 집착하셔서 좀 갈등이 많았습니다..ㅠㅠ 학교에서는 무조건 활동의 양이 많고 다양한 것이 중요하다고 했어요. 반면에 입사미에서 지도받은 다음 쓴 서류는 왠지 서류에 제가 드러나는 느낌이었어요. 활동을 하면서 제가 느끼고 깨달은 점에서 제가 관심이 있는 것들이나, 제 관점들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더라구요. 그렇게 다 써서 학교에 가져갔는데 선생님께서는 제가 한 활동들을 무조건 양이 많아보이게 묶어야 한다고 하시면서 가져간 서류에 제가 한 활동의 반도 안 된다고 화내셨어요. 그렇지만 저는 입사미에서 지도받고 쓴 서류가 맞다고 생각해서 수정 없이 그냥 제출했고, 선생님과 갈등을 겪은 그 서류로 결과적으로 홍대 합격했습니다.
면접은 어땠나요?
Q. 홍익대 면접 고사 내용을 상세하게 전달해 주세요.
처음에 들어가자마자 크게 ‘안녕하십니까!!’ 하고 인사하고 ‘1번 문제 답하겠습니다!!!’ 하니까 교수님이 이 학생 참 씩씩하다고 깔깔 웃으셨어요. 그래서 시작할 때 좀 분위기가 좋은 상태에서 시작했습니다. 세 가지 그림을 비교하는 문제였는데, 제가 보고 느낀 대로 친구한테 말하듯이 이야기한 것 같아요.
한 작품에 대해 ‘이 그림은 왜곡시킨 정도가 옆의 두 그림보다 커서 주제가 잘 느껴진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니까 교수님이 ‘왜곡시키면 표현이 잘 전달이 되는 거야?’ 하고 공격적인 질문을 하셨습니다. 듣자마자 약간 ‘아 내가 좀 잘못 말한건가..’하고 잠깐 생각하긴 했지만, 결국에는 제가 대처하는 것을 보기 위한 질문이라고 생각하고 차분하게 대답했어요. ‘주제를 심화시키기 위해 다양한 방법이 있는데, 소재를 통해서도 할 수 있고 이런 방법으로도 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다시 말했어요. 다시 교수님이 왜곡보다 과장이라는 말이 더 맞지 않나? 하셔서 왜곡이 좀 더 비트는 느낌이 강해서 제 관점에서는 왜곡이 더 맞는 것 같다고 답했어요. 1번 문제에 대한 답을 끝내니 세 그림에 제목을 붙여보라고 하셨습니다. 제가 한 말이 정리가 안 되는 건가 생각이 들긴 했지만.. 생각나는 대로 제목을 붙여봤어요.
그리고 2번 문제에서 인간이 상품화된 현실을 자판기에서 인간이 뽑혀져 나오는 모습을 그렸는데, 설명 하자마자 교수님이 또 공격적이게 “아니 이렇게 그리면 이게 인형인지 사람인지 어떻게 알아? 인형 자판기 같은 것도 요새 많은데, 그거랑 똑같잖아?”하고 말하셨습니다. 그래도 당황하지 않고 시간이 한정되어 있어서 아주 사실적으로 사람을 그릴 순 없었고, 이런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이 최선이었고, 만약 그런 인형 자판기가 있다면 사진을 찍어오는 과제였다면 그걸 찍어왔을 거라고 말했습니다. 그냥 교수님은 끄덕끄덕하는 반응이었어요.
그러고 생기부, 미활보 질문으로 들어갔는데, 참여문학에 대해서 발표를 한 것을 이야기하시면서 참여문학에 대표적인 작가가 누가 있냐고 물어보셨습니다. 미활보에 전혀 없는 내용을 물어보셔서 질문 듣고 되게 의외라고 생각했어요. 김수영 시인이 있다고 대답하니까 김수영 시인의 대표적인 시를 하나 외워보래요. 제가 어떻게 알겠어요.. 그래서 그냥 전문을 외우긴 힘들 것 같고 ‘풀’이라는 시가 있는데 풀이 누웠다 이런 말을 민중들이 저항하는 그런 거에 빗댄 시라고 말했습니다. ‘전문을 외우긴 힘들 거 같고’ 이러니까 교수님들이 깔깔 웃었습니다. 그게 그렇게 웃긴 대답이었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그리고 그래피티와 뱅크시 관련해서 미활보에 썼는데, 뱅크시에도 관심이 많냐고 물어보셔서 뱅크시 작품 보고 느낀 점 얘기하다가 사례를 얘기하면 좋을 거 같아서 “제가 뱅크시 작품 중에서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장벽에 그린 작품이 인상적이었는데, (어떤 게 그려져 있는지 말하고) 이 작품을 보고 작품이 그려지는 공간도 작품의 한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이런 식으로 답했어요. 그러니까 교수님이 또 좀 웃으면서 “오!! 공간도 작품의 한 요소가 될 수 있다? ㅋㅋㅋ” 하고 말하면서 웃으시고 “너 그러면 사회적인 문제 뭐 이런 거에 관심이 많구나~”하고 말하셔서 맞다고 디자인을 통해 그런 부분에 참여하고 싶다는 식으로 말했어요. 그러고 그냥 수고했고 가라고 해서 인사하고 나왔습니다. 일반적으로 물어보는 지원동기 같은 거도 하나도 안 물어봐서 특이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뒷 번호여서 앞 번호에 비해서 일반적이지 않은 질문들이 많이 들어올 거라고 예상하긴 했지만 생각보다도 더 마구 질문이 들어오는 느낌. 바로 전 주에 다른 학교 면접을 망하고 거의 체념한 채로 빨리 집에 가겠다는 목표로(?) 임했더니 오히려 더 잘 풀리고 그냥 선생님이랑 편하게 얘기하다가 온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편하게 면접을 보는 게 가장 좋은 거 같아요,
후배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Q. 미대입시를 준비하는 후배들이 고민이 많습니다. 이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도움이 되는 말을 전해주세요.
첫 번째로, 냉정하게 생각해서 자신이 가장 적은 시간을 들여서, 높은 효율을 낼 수 있는 전형과 학교를 찾으세요. 솔직히 실기전형은 준비하는데 들이는 시간과 난이도에 비해 너무 효율이 떨어집니다. 또 변수가 굉장히 많아요. 물론 학종도 변수가 존재하지만 실기에 비해서는 비교적 덜합니다. 또 내신 제대로 챙기세요. 자신이 현재 할 수 있는 것, 자신이 해야 할 것 중 가장 중요한 것부터 차근차근 해나가세요. 미대 입시는 공부에다가 활동 준비도 굉장히 다양하게 해야 되고 여기다 실기까지 겹친다면 정말 바쁠 것입니다. 자신이 가장 효율적이게 갈 수 있는 방향을 찾고, 그 방향에 도달하기 위해 가면서 해야 할 일들의 우선순위를 정해놓고 실천해가다 보면 언젠가 어딘가에는 와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로 이건 저도 잘 못한 거지만 정말 편하게 생각하세요. 자신이 잘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무언가를 하면 좋겠습니다. 너무 초조하게 생각하고, 집착하게 될수록 잘 안풀립니다. 저는 수능이 좀 자신이 없었는데, 전날에 그냥 4등급 맞을 각오하고 임했습니다. 떨지 않고 그냥 풀었더니 점수가 괜찮게 나왔어요. 또 제가 연세대를 1차 두 번 통과해 놓고, 두 번 다 면접에서 떨어졌는데요. 제시문이 어려웠던 것도 있지만 저 자신 스스로 너무 연대가 가고 싶어서 떨어질까봐 불안해하며 떨었던 것도 있는 것 같아요. 가장 마지막에 면접 본 홍대는 거의 체념하다시피 아무것도 생각 안하고 들어갔더니 오히려 더 잘 풀렸어요. 걱정하고 집착해도 결과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는 걸 너무 늦게 깨달았네요.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저는 그나마 미술반이 있는 일반고등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학생부 종합 전형을 익숙하게 느꼈고, 처음부터 당연히 그 방법으로 미대 진학을 하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봉사활동이나 강연을 듣는 것 등)이 조금은 수월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많은 친구들이 활동을 얻기나 학생부 종합 전형에 관한 정보 자체를 얻기 힘든 상황에 놓여있다고 생각해요. 학생부 종합 전형을 알게 되어서 관심이 생겨도, 예고나 미술반 있는 일반고도 아닌데 활동 챙기는 것이나 미활보 준비 같은 것들 때문에 막막하고 준비할 게 못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그런 상황이라면, 입사미가 아주 많이 도움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또 고등학교동안 입시를 하면서 정말 제대로 느끼지만, 사람의 체력에는 한계가 있어요.. 옛날부터 막 ‘독하게 열네시간 공부하기!’ ‘졸려도 절대 자지 말고 공부하기!’ 이런 말 하면서 괴롭게 공부하고 입시를 준비하는 것이 많이 퍼트려져 있는데, 특히 저같은 체력 쓰레기는 더욱!! 정신력으로 버틴다고 될 문제가 아니에요. 미술하는 친구들 중에는 실기학원에서 하루 종일 그림 그리고 힘든 상태로 집에 와서 카페인 음료 마시면서, 억지로 버텨가면서 공부해서 실기와 공부 두 가지를 힘들게 다 잡으려는 친구들이 많은데 그냥 한 가지에만 제대로 투자하세요.
그리고 그걸 공부에 온전히 투자하고, 활동을 좀 채워서 학생부 종합 전형으로 가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 가지 비효율적으로 다 노력하다가 몸은 몸대로 상하고, 그래서 공부에도 지장이 가는 것 보다는 딱 몇 가지만 챙겨서 그걸로 갈 수 있는 학교들을 지원하세요. 저는 한 사람이 입시에서 가장 최대의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통해 가장 큰 효율을 내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무리하게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에서 너무 많은 것을 늘리려고 했다가는 이도저도 아닐 수 있어요.
물론 제가 이렇게 말했다고 쉽게만 입시를 한 건 아닙니다. 저도 힘든 부분이 많았고 할 게 너무 많아서 죽을 것 같던 때도 있었어요. 하지만 한 것만큼 보상을 받을 수 있었던 건 한 가지만 제대로 팠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을 보는 친구들이 있다면 꼭 입시에서 자신이 받을 수 있는 최대의 결과를 낼 수 있으면 좋겠네요.
홍익대, 합격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나요?
🏆
윤소현
홍익대학교 디자인학부 합격
PART1. 홍익대, 합격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나요?
Q. 본인의 미대입시 준비 과정을 간략히 설명해 주세요
A. 나는 고2 여름부터 미술을 해야겠다고 결심해서 대형 입시미술학원에 다니게 됐어. 사실 처음엔 어떤 대학에 가고 싶은지 깊게 생각해보지도 않았어. 정말 막연하게 ‘나는 미술을 좋아하니까 미대를 가야지’라는 생각으로 다녔던 거라 수업 나오라 하면 나가고, 특강 나오라면 나가는 식의 입시를 하고 있었지. 이학년 학기말이 되자 진학 상담을 했고 선생님께서 너는 서울대, 국민대, 과기대를 준비하면 된다고 하셔서 알겠다고 대답했어. 거기가 정말 가고 싶은 학교인지, 동시에 준비할 수 있는 대학인지 생각해보지도 않은 채 내 목표를 세우게 되었지.
Q. 미술학원의 입시 가이드가 본인에게 잘 맞지 않았나요?
A. 다니던 미술학원은 수업 시수가 엄청 많았어. 매일 밤 10시까지 학원에 잡아두니 공부할 시간이 매우 부족했고 성적이 좋은 학생은 정말 손에 꼽혔어. 그러다보니 홍익대는 거의 불가능한 대학으로 취급되는 분위기였고 나 또한 당연히 홍익대는 내 길이 아니라고 생각했어.
Q. 미술학원에서는 홍익대 준비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나요?
A. 홍익대에 대해 간혹 물어보면 ‘나중에 따로 반을 개설해주겠다. 지금은 실기에만 집중해라.’와 같은 대답만 돌아왔고, 그런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아 내가 너무 성급하게 굴었나보다. 그래도 언젠가 준비해주시겠지. 일단 실기나 열심히 하자.’ 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 그리고 홍대는 내 성적으로 아슬아슬하다면서 추천하지 않는 분위기였어. 자꾸 그러시니까 ‘내가 지금 주제넘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도 많이 했어. 결국 입사미 상담을 통해 알게 되었지만 나는 홍대 디자인학부 지원 가능한 성적이었어. 그때 미술학원 말만 믿고 정보를 찾아보지도 않았다면 당연히 홍대는 지원 조차 하지 않았겠지? 정말 무섭다.
Q. 서울대와 과기대 두 대학의 실기 유형이 전혀 다르다고 알고 있어요. 하나만 제대로 하기도 어려웠을 것 같고, 준비 시간도 부족했을 것 같아요. 두 대학을 동시에 준비하는 것이 효율적 전략인가요?
A. 선생님께서는 서울대를 중심으로 하되, 서울대 떨어질 경우를 대비해서 과기대도 준비해야 한다고 하셨어. 나는 사실 과기대에 대해 많이 알아보지 않은 상태여서 그닥 가고 싶은 마음은 없었는데 서울대 경쟁률이 높은 건 사실이잖아? 올해부터는 서울대가 정시로 옮긴다고 하니까 이런 혼란은 없겠지만, 내 경우에는 수시에 서울대가 있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혼란스럽기만 했거든.
서울대만 써서 떨어진다고 생각하니 진짜로 불안해져서 과기대 유형을 엄청 열심히 준비했어. 그렇게 시험 유형도 다르고 학교 분위기도 다른 두 곳을 동시에 준비하다보니 점점 시험 날짜는 다가오는데 공부는 공부대로 못하고 실기도 더디게 느는거야. 불안함은 점점 커져만 가고... 그래서 내가 선택한 건 서울대를 포기하는 거였어. 실기 100%인 서울대를 지원하느니 1차 때 성적으로 잘라서 경쟁률을 10:1로 줄일 수 있는 과기대에 올인하자. 사실 이렇게 결심하면서도 과기대가 그렇게 가고 싶진 않았어. 무서워서 도망 친거라고 봐야지.
Q. 수시 실기위주전형은 과기대에만 지원했나요?
A. 입시를 해보면 알게 되겠지만, 과기대 실기 유형으로는 수시 때 지원할 수 있는 학교가 없어. 실기에 시간을 그렇게 쏟아 부었는데 수시 때 실기로 쓸 수 있는 학교가 과기대 뿐 이었던거지. 정말 대책 없이 학원에서 하라는 대로 준비하고 있었는데 수시 지원 날짜가 점점 다가오는거야… 그때서야 수시 카드 6개를 어디로 채워야할지 생각해보기 시작했어. 내가 준비한 실기 유형으로는 다른 곳을 지원할 수가 없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그제서야 알게 된거야.
Q. 수시에 6번의 기회에 대한 구체적 계획 없이 실기만 열심히 하다보면 대학에 갈 수 있을거라 생각했던 거네요.
A. 돌이켜 보면 정말 위험천만한 입시를 했던거야. 나는 홍익대 합격해서 천만 다행이지만, 이런 비효율적인 입시를 애시당초 하지 않기를 바래. 죽자사자 열심히 실기를 준비하다라도, 정작 실기로는 수시에 합격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지원할 수 있는 대학도 고작해야 한 두 대학 밖에 없다는 사실을 꼭! 알아야해. 실기만으로는 절대 수시 6번의 기회를 살릴 수 없어. 결국엔 학종으로 나머지를 채워야해. 사실 나머지를 ‘학종으로 채운다’는 생각 자체가 잘못이었지. 학종도 실기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준비가 필요한 전형이었는데…! 그래서 나는 좀 늦었지만 학종을 빨리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고 이때부터 홍대에 대한 열망을 다시 키우게 되었던 것 같아. 고 3 5월 말경에 입사미를 찾게 되었어. 돌이켜 보면 너무 멀리 돌아온 거라 생각해.
Q. 수시에서 어떤 결과를 얻었나요?
A. 결과적으로 나는 수시 여섯 개 중 홍대만 붙었어. 내가 만약 실기만 준비했다면 수시에서 전부 떨어졌겠지? 혹여 실기로 다른 대학을 붙었다 하더라도 홍대 붙은 것만큼 기쁠 순 없었을 거고. 그리고 만약 재수해야 되는 상황이 와도 또 실기로 넣게 되었을 거야. 미술학원에 있는 선배들은 실기 전형으로 준비해서 떨어지면 그 다음 루트로 또 실기를 하니까... 그걸 보는 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그렇게 했겠지? 학종이 갖는 성공 가능성은 선택지에서 완전히 배제해버린 채 말이야.
Q. 홍익대 붙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그런데 왜 미대입시를 처음 시작할 때 바로 홍익대를 준비하지는 않았나요?
A. 다시 입시를 하라고 하면 당연히 그렇게 할거야. 하지만 당시에는 그 누구도 홍대 입시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주는 사람이 없었어. 올바른 선택을 하기가 진짜 어려운게 사실이야. 나는 미술학원의 영향으로 인해 홍대 가는 사람은 거의 전설인 줄 알았어. 거기서는 마치 홍대 합격을 복권 당첨쯤으로 여겼거든. 선배들도 미활보를 2일만에 써서 냈다고 하더라고! 당연히 붙은 사람은 없었고... 대충 준비했으니 붙지 못하는건데 ‘홍대는 원래 가기 힘들어. 면접도 어려워서 어차피 못붙어.’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어.
Q. 미술학원에서 홍익대를 준비해 준다고 말을 하지만, 정작 홍익대 지원을 포기하게 만드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군요.
A. 나는 홍대를 가고 싶은데 학원에서는 내가 말도 안되는 목표를 세운 것처럼 여기니까 자존심 상하기도 하고 홍대 지원이 두려워지기도 했어. 불필요한 감정만 늘어나고 불안감만 커져갔어. 점점 학원에 대한 신뢰가 사라질 때쯤 입사미를 오게 되었지.
PART2. 복잡한 미대입시, 더 좋은 방향은 무엇일까요?
Q. 입시전략을 전면적으로 수정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A. 입사미에서는 나의 상황을 미술학원과 전혀 다르게 해석했어. 나의 경우에는 수시 실기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거야! 사실 나는 수시 실기로 합격할 만한 상황도 아니었고, 여섯개 중 하나밖에 쓸 수 없는데 그에 비해 실기에 투자하는 시간이 너무 많으니 말도 안되는 방법으로 입시를 준비하고 있었어. 막연하게 알고는 있었든데, 그걸 확실히 깨닫게 되었어. 인정하기 힘들었지만 전부 맞는 말이었어. 너무 정곡을 찔려서 무섭기까지 하더라. 열심히는 하고 있는데 내가 대학에 갈 수 있는 방향으로 열심히 했던게 아니라 그냥 학원에서 시키는 대로 실기를 열심히 하고 있었던 거였어.
Q. 입사미를 믿게 된 또 다른 계기가 있었나요?
A. 처음 상담 했을 때 나눴던 대화 중 아직 기억에 남는 점이 있어. 내가 왜 미대에 가야하는지 부터 시작해서 실기만 하느라 회피하고 있던 질문들을 막 물어보셧어. 나는 입시 상담하러 왔는데 그런 원초적인 질문을 던지다니! 근데 이런 기본적인 질문도 대답할 수 없는데 정말 미대입시는 왜 하는 걸까? 결국 한 시간 내내 얼버무리다가 상담이 끝났는데 내 자신이 스스로에게 무책임 하다는 생각이 들더라. 미대를 가겠다고 이렇게 열심히 준비하는데 정작 왜 가고 싶은지는 모르다니! 이런 것도 대답 못하는 와중에 지금 실기가 중요한가? 그래서 꼭 여기를 다니면서 이 질문들과 끝장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홍대는 그 이유를 미활보와 면접으로 확인하고 학생을 뽑는 거니까 더더욱 학종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너무 거창하게 대답했는데 정말 나는 도전 같은 느낌으로 입사미를 다니기로 결정했어.
Q. 입시에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이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A. 뻔한 답처럼 들리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을 꼽으라면 ‘나를 믿었던 것’이라고 생각해. 나는 내성적인 편인데 그래도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것에 있어서는 꼭 하려고 하거든. 모의 면접때도 내 주관이 뚜렷한 게 장점이라고 해주셨고. 실제 면접에서도 내 생각을 전달하는 것에 있어서는 기죽지 않고 말씀 드렸는데 합격에 크게 작용한 거 같아. 그리고 입시 땐 소신껏 해야 결과가 어떻든 후회 없는 듯! 그러니 이걸 보며 망설이던 친구들은 더 이상 망설이지 마!
Q. ‘미대입시=실기’ 라고만 생각하고 실기만 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인 것 같아요. 그 학생들에게 해 줄 수 있는 말이 있나요?
A. 미대입시는 전략이 정말 중요한 것 같아. 실기는 입시 전략 중 하나일 뿐이고, 그것이 본인에게 맞는 전략이라면 다행이지만 만약 본인에게 맞지 않다고 생각된다면 과감히 버려도 된다고 생각해. 실기가 불안한 사람이라면 어차피 그걸로 성공하기 힘들다는 걸 본인이 가장 잘 알거야. 나 같은 경우엔 가장 유리한 전략이 학종이었고 학종을 준비하면 실기만 했을 때보다 더 많은 대학을 지원할 수 있었어.
사실 나는 학원에서 조성했던 불안감과 이상한 집착 때문에 결국 끝까지 실기를 그만두진 못 했는데 결과는? 슬프지만 돈과 시간만 허비하게 됐어…! 그리고 만약 실기 대학에 붙었다 하더라도 당연히 홍대를 선택했을거야. 그러니까 나한테 실기 준비는 더더욱 필요 없는 과정이었던거지. 내 얘기를 듣고 실기에 대한 미련을 좀 떨칠 수 있길 바래! 너희도 본인에게 적합한 전형이 뭔지 알아냈다면 그냥 본인을 믿고 밀어붙이길!
Q. 미술을 처음 시작하려는 학생들에게 해줄 말이 있나요?
A. 병수쌤을 만나게 되면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왜?’라는 말이 될거야. 거기에 익숙해져야해. 나는 어렸을 때부터 내가 미술을 잘한다고 생각했어. 낙서 같은 걸로도 칭찬받고 미술대회 상도 많이 탔었거든. 그래서 진로를 결정할 때쯤 되니까 공부로 갖는 직업보다는 미술로 직업을 갖는 게 더 재밌겠더라. 그러려면 미대를 꼭 가야겠고... 그래서 미술학원을 등록했어! 근데 나처럼 생각해서 미술을 시작한다면 나중에 미술을 하면서도 후회할 수 있어. 학원이 하라는 대로 끌려 다닐 확률이 높고, 막상 미대에 가서도 행복하지 않을 수 있을거 같거든. 난 왜 미술이 좋은지, 어떤 미술을 하고 싶은지, 왜 미대에 가야하는지 같은 것들에 분명히 대답할 수만 있다면 미술 시작하는 거 전혀 겁내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어!
Q. 홍대 지원을 아직도 망설이는 학생들에게 해줄 말이 있다면?
A. 나도 많이 불안해봤던 사람으로서 본인이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느낀다면 그걸 그냥 믿어보라고 하고 싶어. 불안하다는 건 그만큼 간절하게 가고 싶다는 거 아닐까? 너무 가고 싶으니까 안 좋은 결과를 미리 막 예상하면서 불안해하는 것 같아. 근데 불합격이 두려워서 시작조차 안하면 합격도 못 해! 자신감을 갖고 시작하라고 말해주고 싶어. 입시하다보면 자존감 낮아져서 나를 못 믿게 되지만 홍대 지원을 고려해봤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가능성이 있다는 거야. 그 가능성을 믿어 봐! 오글거리지만 서류 준비는 입시라기 보다는 '나'라는 사람을 알아간다는 마음으로 시작해보는 걸 추천해. 홍대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을거야!
PART3. 면접 문제, 어떻게 풀었나요?
Q. 홍익대 면접 고사 내용을 아주 상세하게 얘기해 주세요.
A. 들어가서 앉자마자 2번 질문 어떻게 풀었는지 설명해보라고 하셨어. 당연히 1번 먼저 할 줄 알았는데! 그래도 당황하지는 않았어.
2번 질문은 ‘다음 그림은 사회 문제를 비유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이처럼 사회 문제를 비유적으로 표현하시오’였어.제시된 그림은 환경 파괴 문제를 인간의 폐에 빗대어 표현한 그림이었어. 사실 이 질문을 받았을 때 진짜 저절로 웃음이 나왔는데 왜냐면 내가 입사미 면접 수업 때 거의 똑같은 문제로 풀어본 적이 있었거든. 그때는 현대 사회의 풍속화를 그리라는 게 질문이었는데 나는 ‘물질만능주의’를 주제로 사회비판적인 메시지를 담았었어. 그래서 그냥 그대로 그리면 되겠다고 생각했지. 정말 대박이지 않니?
나는 물질만능주의를 제사풍습에 비유했는데, 제사상 위에 귀금속이 올라가 있는 장면을 그렸어. 사람들이 물질적인 가치를 너무 중요시한 나머지 제사가 사람의 안녕이 아닌 물질을 염원하고 신격화하는 자리로 변질된 상황을 가정해보았다고 설명했어.
근데 교수님이 물질만능주의가 사회 문제랑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다고 하셨어. 물질만능주의는 문명과 관련된 현상이지 않냐면서 나보고 문제지를 제대로 읽었냐는거야! 나는 물질만능주의가 사회 문제라는 걸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정말 당황스러웠어. 하지만 일단 동의하면서 시작했어.
"면접관님 말씀처럼 물질만능주의는 문명적인 현상이지만, 문명은 사회는 유기적으로 얽혀 있는 문제라 가정했다. 문명 현상에 문제가 있으면 사회적으로도 악영향이 생길 것이다. 물질만능주의가 심화되어서 인간 본연으로서의 가치가 물질적인 가치보다 경시되는 게 그런 예시이다."고 했어.
그러자 면접관님께서 물질만능주의가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언제 그렇게 느끼게 되었냐고 물어 보셨어. 내 경험을 물어보는 거였는데 너무 개인적인 얘기는 하면 안 될 것 같아서 뻔하지만 과시 소비를 예로 들었어. 그런데 과시 소비를 설명하다보니 명품 구입을 부정적으로 얘기하게 됐어. 말하면서도 내가 명품 자체를 안 좋게 보는 사람이 되기는 싫어서 후회스러웠지만 이미 말해버린 상태였지.
역시 다음 질문은 이거였어. ‘본인이 지원한 곳은 디자인학부이다. 디자인은 어찌 됐든 상업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낼텐데 그러면 사람들에게 물질만능주의를 조장할 수 있지 않냐. 본인이 그린 그림과 본인의 지향점이 굉장히 상충하는 것 같이 느껴지는데 어떻게 변호할 것이냐.’ 정말 저렇게 여쭤보셨는데 당황스럽기 보다는 일부러 나를 압박하려고 그러시는 것 같았어. 그래서 그냥 차분하게 내 생각을 말씀 드렸어. 내 그림은 물질을 중요시하는 정도가 지나쳐서 더 중요한 가치를 잃어버린 상황을 가정한 것이며, 사람들의 필요를 충족시켜주는 상업 활동은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했어. 그게 디자이너의 일이기도 하고.
그리고 다음 질문은 그런 물질만능주의가 왜 생긴 것 같은지, 사람들이 돈을 중시하게 된 이유가 뭐인 것 같은지 여쭤보셨어. 진짜 내가 철학과 면접에 온건지...! 어차피 좋은 대답은 못할 것 같아서 "돈으로 모든 욕구를 충족할 수 있다는 풍조가 생겨서 그런 것 같다." 고 했어. 근데 막상 뱉고 나니까 내가 한 말은 그냥 물질만능주의 뜻풀이더라고... ‘아 망했구나’ 라는 생각이 잠깐 스쳤는데 병수쌤이 망친 것 같아도 다른데서 만회하라고 한 게 생각나서 리셋하려고 애썼어.
그 다음에서야 ‘물질만능주의’에서 벗어난 질문이 나오더라고. 내 그림이 굉장히 대칭적이었는데 면접관님이 좀 더 구도를 다이나믹하게 바꾸면 더 재밌을 것 같다면서 지금 바꿔보라고 하셨어. 그런데 내가 좌우 대칭 구조를 쓴 건 이유가 있었기 때문에 바꾸고 싶지 않았어. 그리고 나한테 그 이유를 설명하도록 유도하시려는 것 같기도 했고. 그래서 내가 좌우 대칭 구도를 써서 가운데 놓인 대상을 부각시키고자 했던 거라고 말씀 드리면서 만약 역동적인 구도를 써서 다른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면 그것도 한 번 고민해보고 싶다고 했어. 면접 때 면접관님이랑 논쟁할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줏대 없이 내 생각을 전부 면접관에게 맞추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해. 내 생각이 없어보일 수도 있으니까. 계속 그걸 명심하면서 의견을 절충한다는 느낌으로 면접관님과 대화했던 것 같아.
Q. 2번 문제 다음으로는 어떤 질문을 받았나요?
A. 시간이 꽤 많이 지나서 지원동기 여쭤보실 줄 알았는데 1번 문제 세번째 그림 누가 그렸냐고 여쭤보셨어. 바스키아 그림이라고 하자 면접관님께서 ‘근데 이 그림 너무 원시적이지 않아요? 유치원생 그림 같기도 하고.. 바스키아가 유치원생하고 뭐가 달라요?’ 라고 하셨어. 듣자마자 들었던 생각이 바스키아 그림의 차별점을 말하되 유치원생 그림을 안좋게 말하진 말자는 거였어. 그러면 유치원생 그림은 그림이 아니라는거에요? 이러실 것 같았거든. 그래서 그림에 담겨 있는 감정의 깊이가 다른 것 같다고 했어. ‘아기들이 그림을 그리는 이유와 바스키아가 그림을 그리는 이유는 비슷한 것 같다. 아기들도 자신의 감정 상태를 표출하려고 그림을 그린다. 하지만 이 그림이 아기들 그림보다 높게 평가되는 이유는 바스키아가 굴곡진 인생을 살아오면서 느낀 여러 고통, 정신적 고뇌 같은 것이 쌓여서 비로소 탄생한 그림이기 때문인 것 같다’고.
그러자 옆에 계시던 면접관님이 ‘그럼 이번엔 학생이 비평가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바스키아 그림이 쓰레기야. 말을 어떻게 해주고 싶어요?’ 라고 하셨는데 나는 이때 바스키아 그림이 쓰레기라는 사람들에게 비평가로서 바스키아를 옹호하라는 뜻으로 잘못 알아들었어. 그래서 아까 질문하고 똑같은 거 아닌가? 왜 또 시키시지? 하면서도 바스키아 그림 옹호를 다른 근거를 들어서 한 번 더 했어.
그랬더니 면접관님이 약간 짜증내시면서 ‘아니 쓰레기라고 해보라니까. 비판해보라고.’ 이러셨어. 면접관님 말을 못 알아듣다니! 큰 실수 한 것 같아서 너무 당황스러웠는데 일단 사과부터 드렸어. 제가 질문을 잘못 이해한 것 같다. 죄송하다. 비판해보겠다. 그렇게 말하고 그림을 다시 봤는데 정말 못하겠는거야. 방금까지 칭찬하라 해놓고 이번엔 비판해보라니... 그래서 면접관님이 아까 말씀하셨던 원시적인 표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해봤어. ‘여기 막 그어진 선들이나 난잡하게 쓰여진 색상들에 전부 의미가 있나요? 그냥 막 칠한 것 같은데 무작위성이 전부 예술이라고 할 수 있나요?’라고. 그랬더니 면접관님이 ‘애썼다’ 이러셨어. 칭찬인지 조롱인지 모르겠어…
이후부터는 철학적이거나 어려운 질문이 없었거든. 1번 문제 첫 번째 그림 미술사조 중에 뭐랑 비슷한 것 같냐, 그런 표현 방식을 썼을 때 얻는 효과가 뭐냐 같은 거? 이 질문들은 입사미 모의면접 때 충분히 준비했던 거라 막힘 없이 말할 수 있었어. 근데 이거 말하고 있을 때 시간이 다 되어서 밖에서 문이 잠깐 열렸는데 면접관님이 닫으라는 식으로 손짓했던 것 같아. 그리고 내 말을 끊으면서 우리 학교 오면 뭐 배우고 싶냐고 여쭤보셨어. 원래 문 열리면 시간 끝난 거 아닌가? 그래서 아 나한테 관심이 있으신가보다! 하고 자신감을 좀 얻었던 것 같아.
나는 광고를 하고 싶었기 때문에 그 쪽으로 관련되게 말했어. 광고 중에서도 공익광고가 하고 싶었기 때문에 나중에 사회문화적디자인 스튜디오를 들어가고 싶다고 했어. 아 그리고 인터랙티브 광고도 관심이 많다고 했어. 그랬더니 인터랙션은 왜 하고 싶은지 여쭤보시고,, 대답하고,, 인터랙션 광고 예시 말하라고 하셨고,, 내가 좋아하던 광고 설명했어!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자신 있게 해보라고 하셨어. 면접관님 두 분이셨는데 둘 다 처음으로 웃으면서 자신 있게! 이러시길래 갑자기 긴장 다 풀려서 정말 후련하게 내가 광고를 얼마나 하고 싶은지, 입학하면 어떻게 공부할지 같은 내 각오를 말하고 나왔어!
PART4. 후배들에게 보내는 ‘진심을 다한 충고’
Q. 입시를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말을 해주세요.
A. 면접 얘기부터 하자면 나는 입사미에서 풀었던 문제랑 거의 똑같이 나왔어. 하지만 아무리 풀어봤던 문제라 하더라도 제대로 풀어놓지 않았다면 합격할 수 없었을 거야.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입사미에서 수업할 때 문제를 많이 푸는 것에만 치중하지 말고 좋은 그림이 나올 때까지 스스로 반복해서 풀어봤으면 좋겠다는 거야. 앞서 면접 내용에서 설명했던 그 문제의 경우도, 수업 마치고 남아서 여러 번 질문해가며 고쳐 놨던 그림이라 더 반가웠던 것 같아!
그날 그날 자기가 그린 것도 의미를 파악해가며 다시 그려보고, 칭찬 받는 친구들 그림은 그냥 감탄하고 끝내는 게 아니라 주제를 키워드로 뽑아서 표현 방식이랑 같이 외워두었는데 나중에 내 그림에 써먹을 때가 꼭 있더라고. 아 그리고 공익광고 찾아보는 것도 추천할게. 간단하지만 분명하게 전달되는 이미지를 분석하기에 최고인 것 같아.
Q.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데 하지 못한말이 있으면 해주세요.
A. 마지막으로 입시는 순간의 선택이 정말 중요한 거 같아.. 미활보도 2달 동안 낑낑대며 썼는데 마감 6시간 전에 다시 읽어보니까 내가 어떤 사람인지 전혀 안 보이고 절대 못 붙을 거 같은 거야!! 사실 그때까진 교과, 비교과, 종합란 간 연결성은 포기한 상태였거든. 그래서 그냥 눈 딱 감고 처음부터 끝까지 연결되도록 다 갈아 엎었어. 어차피 이걸로는 못 붙는다, 그냥 떨어지나 갈아엎고 떨어지나 똑같으니 그냥 엎자! 라는 생각으로 엎었는데 정말 잘한 거 같아! 그때 안 바꿨다면 면접까진 가보지도 못했을 것 같다ㅠㅠ
그리고 나 같은 경우엔 수시 6개 지원 중에 나머지는 전부 떨어지고 홍대만 붙었는데 만약에 홍대를 안 썼다면 어떻게 됐을까? 정말 무섭다. 입시하다보면 고민되는 순간이 엄청 많이 올 텐데 주변의 말을 듣는 것도 좋지만 본인이 후회 남지 않을 선택을 하는 게 최고인 것 같아. 확신이 안서더라도 본인이 맞는 것 같다면 그렇게 해! 너무 타인의 말에 휘둘리지 말고, 불안감 때문에 이도저도 아닌 선택을 하지말고, 주도적으로 입시라는 문제 상황을 해결해 나가길 바래.
생생한 면접 현장
🏆
문예준
한국예술종합학교 방송영상 홍익대학교 미대 자율전공
1. 생생한 면접 현장
Q. 홍대 면접 현장에서 어떤 문제가 나왔고, 본인은 어떻게 문제를 풀이했는지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주세요.
A. 첫 번째 문제에서는 마그리트의 작품, 뱅크시의 작품, 동양화까지 총 세 그림이 제시되었어요. 문제를 받자마자 가장 눈에 띈 특징은 ‘언어' 였죠. 마그리트의 작품에서는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는 문구가, 동양화에서는 한문이, 그리고 뱅크시의 작품에서는 “parking”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언어를 중심으로 마인드맵을 작성했어요, ‘왜 이 문구들을 넣었어야 했을까?’라는 의문점을 안고 출발했죠. 다행히도 그와 관련된 질문을 받았어요. 작품에서의 언어가 어떤 기능을 하는지 물으시더라구요. 저는 감상자가 작품을 해석할 때 작가의 의도를 알아채는데 도움을 주기 때문에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는 취지로 답했어요.
Q. 두 번째 문제는 어떤 문제가 나왔나요?
A. 두 번째 문제는 선으로 간단하게 그려진 그림 위에 창의적으로 그림을 덧그려 보라는 문제였어요. 주어진 그림을 처음 딱 봤을 때의 인상은 '소' 같았어요. 사실 소를 소처럼 해석하지 않고 색다른 방법으로 해석해보고 싶었는데, 주어진 시간이 부족하더라구요. 이후에 제가 어떻게 문제를 풀었는지는 교수님과의 대화를 통해 적어볼게요!
교수: 본인의 그림을 설명해볼까요?
나: 그림을 보자마자 든 생각은 “어, 소네?” 였어요. 사실 소를 소처럼 해석하지 않고 색다른 방법으로 해석해보고 싶었는데, 한 번 소라는 생각이 들고 나니 다른 생각이 잘 나지 않았어요.
교수: (웃음) 괜찮아요. 편하게 말해보세요.
나: 제가 느낀 그림의 첫 인상은 “쓸쓸하다”였어요. 더 구체적인 감정으로 표현해본다면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라는 문구가 적합할 거 같아요. 선으로 한 마리만 덩그러니 그려져 있어서 그런지 쓸쓸해 보이더라구요. 제가 선택한 상황을 표현하기 위해 줄에 묶인 소와 그 줄을 잡아끄는 사람의 손을 그려 넣고, 소의 뒤에는 연필로 옅게 그림자를 채워 넣었어요. 대상의 뒷모습에 길게 드리워지는 그림자가 감정의 여운을 더해 줄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또 면으로 표현된 그림자들을 통해 선과 면의 대비도 주고 싶었어요. 그림자들 속에는 송아지 등의 실루엣을 그려 넣어 쉽게 발을 뗄 수 없는 듯한 어미소의 심정을 연출했어요.
교수: 부정적인 해석이네요. 혹시 반대로, 긍정적으로는 해석해보지 않았나요?
나: 긍정적인 해석도 생각해봤지만,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주어진 시간 내에 제가 더 잘 표현할 수 있다고 판단한 쪽을 선택했습니다.
교수: 솔직해서 좋네요! (웃음),그럼 시간이 더 주어진다면 본인이 그린 그림에서 어떤 요소를 극대화시켜 볼거예요?
나: 사실 그림자들을 조금 더 조형적으로 표현해보고 싶었어요, 그런 의미에서 그림자들의 크기를 서로 다르게 한 후에, 층층이 쌓아서 그림자 들의 면과 면이 충돌하도록 표현해보고 싶어요.
교수: 생기부로 넘어가 볼게요. 자율전공에 지원한 동기와 장래희망을 이야기해볼래요?
나: 저는 운 좋게 제품 포장 디자인에 참여했던 경험이 있어요. 원래 포장 디자인에는 큰 관심이 없었는데, 콘텐츠에 디자인을 적용하는 방식에 따라 제품의 분위기와 실적이 달라진 다는 것을 체험한 후 디자인의 힘을 실감했습니다. 더 많은 분야를 배워보고 싶어 지원하게 되었습니 다. 하고 싶은 분야 한 가지만 하는 것도 좋지만, 다양한 경험을 쌓아 남들보다 더 많은 분야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디자이너가 되고 싶습니다. 위의 대화 내용이 끝나고 교수님들께서 계속 더 자세히 설명해달라고 하셔서 조금은 당황했었어요. 하지만 입사미에서 연습했던 경험들을 떠을 리며, 위의 내용처럼 대체적으로 순조로운 대화를 진행하며 마무리할 수 있었답니다!
2. 진짜 면접 vs 가짜 면접
Q. 면접을 순조롭게 진행한 것 같아요. 어떤 태도로 임하는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나요?
A. 많은 합격 수기들을 보면 흔히들 솔직함이 중요하다고 하죠. 그런 수기들을 보면 ‘당연히 면접은 솔직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곤 해요. 하지만 막상 면접에서 모르는 질문을 들으면 대답하기 어려워요. 여기서 제가 말하는 ‘모른다’는 상황은 크게 두 가지예요. 정말 모르는 개념에 대한 질문이거나, 자기 스스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거나.
Q. 첫 번째 경우, 즉 모르는 개넘이 나오는 경우에 대비해서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요?
A. 사실 첫 번째 경우는 입사미에서 제공하는 수업에 충실히 임한다면 쉽게 해결 가능한 문제라고 생각해요. 서병수 선생님이 수업 첫 날에 미술사에 영향을 미친 작품들을 중심으로 입체적으로 정리해 주시거든요. 수업 중에 언급하는 작품의 수가 많지 않아서 들을 땐 ‘겨우 이 정도만으로 모든 작품을 이해할 수 있다고?’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이 흐름을 이해해야 나머지 작품도 이해할 수 있어요. 가장 기반이 되는 수업이에요. 이 수업 하나만으로도 수업을 듣기 전과 후로 나뉜다고 말하고 싶어요.
Q. 수업이 개념을 정리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나 보네요. 어렵진 않았나요?
A. 큰 흐름을 빠르게 정리하다 보면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어요. 그럴 땐 선생님께 질문을 하든, 자료를 찾든지 해서 어떻게든 이해하세요. 예를들어 원근법을 고안해 내기 전과 후의 작품의 차이를 이해하고 나면 익숙하지 않은 작품이라 하더라도 핵심이 되는 요소들만으로도 문제풀이가 가능하거든요. 면접 준비 커리큘럼 중, 이 첫 시간 수업에 꼭 집중해야 한다고 당부하고 싶어요.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모든 수업은 이 날로부터 시작됩니다!
Q. 그렇다면 두 빈째 경우, 자신에 대한 깊이 있는 질문은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요?
A. 그렇죠. 문제는 두 번째 상황이겠죠. 미활보를 쓰기 위해 오로지 입시만을 바라보고 달려왔던 내가 대학 진학 후에 정확히 뭘 하고 싶은지, 왜 미대에 가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반문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해요.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렇게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는 시간들이 별로 없다는게 문제죠. 이렇듯 여유롭지 못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입사미 선생님들께서는 면접 준비를 통해 단순히 면접 당일 하루만을 위해 꾸며진'나'가 아 니라 진정한 '나'를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어요.
Q. 어떤 도움을 받았는지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세요.
A. 저는 막연하게 ‘드라마 감독이 되고 싶다’라고 꿈꿨어요. 내가 왜 이걸 하고 싶고, 무슨 ‘이야기’를 담는 드라마를 만들고 싶은지는 생각해보지 못 했어요. 그러다 보니 막상 ‘왜?’ 라는 질문을 받으면 턱 막히게 돼요. ‘그냥 좋아서, 하고 싶어서’라는 말밖에 안 나오죠. 하지만 이런 순간에 스스로를 한 번 더 돌아봐야 해요. 전 선생님들과의 대화를 통해 ‘과연 난 내가 하고 싶어하는 일에 대해 진정으로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봤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게 되었어요. 그렇게 질문하면서 내면에 집중 하다 보니 내가 하고 싶은 것에 대해 훨씬 능동적으로 찾아보게 되더라rn요.
Q. 면접 고사장에서도 자신의 생각을 잘 보여주고 나왔나요?
A. 흔히들 ‘관심이 있으면 질문이 생긴다’라고 하죠. 진지하게 나에게 질문 하고 끝없이 반문하다 보면 나도 모르는 나의 모습이 보이면서, 교수님들이 나에 대한 질문을 했을 때 아무런 망설임 없이 당당하게 말할 수 있게 되죠. 그리고 이러한 시간들이 있었기에 처음으로 내가 진심으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탐색해볼 수 있었어요. 입사미는 입시생들에게 면접 준비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대학 진학 후에 마주하게 될 삶의 예고편까지 제시해주는 역할을 했다고 생각해요.
Q. 보통 면접 준비를 할 때 예상 문제를 뽑아보고 그것에 대한 답을 미리 외워서 가는 경우가 많지 않나요?
A. 대부분의 학생들은 면접을 준비할 때 예상 질문을 정리해요. 그리고 그 질문들에 대한 답을 머릿속으로 저장해두고 면접에 임하죠. 면접에 가보면 느끼겠지만 막연히 예상 질문을 정리해보는 것만으로는 부족해요. 또, 예상 질문을 정리하다 보면 불안한 마음에 답을 외우려고 하는데, 그렇게 되면 모든 대답이 생각해두었던 답에 맞춰 흘러가 버려요. 흐름에 맞지 않는 답변인데도, 익숙하게 느껴지니까 그 답이 옳다고 착각하게 되거든요. 이런 문제들을 방지하기 위해 입사미에서는 모의 면접이 자주 진행되었어요. 모의 면접은 예상치 못했던 질문들을 접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이에요.
Q. 입사미에서의 면접 준비 과정을 통해 변화가 생겼나요?
A. 모든 과정이 지나고 나면 첫 번째 모의 면접 때의 모습과 마지막 면접 때의 자신이 달라졌음을 느낄 수 있어요. 그리고 또 특별한 점은, 단순히 모의 면접을 경험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을 촬영해 피드백을 제시해준다는 점이에요. 나중에 보면 알겠지만, 생각보다 이 영상이 굉장히 충격적일 거예요. 저는 사실 평소에 면접에는 자신 있다고 생각해 왔었어요. 그런데 막상 영상에 비춰진 모습들은 고쳐야 할 것 투성이더라구요. 그 다음부터 항상 면접 전에 고쳐야 할 점들을 인식하고 들어가다 보니 조금씩 발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아예 모르고 있는 것과 조금이라도 인식하는 것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기 때문에 모의 면접 영상을 꼼꼼히 보는 것을 추천해요!
3. '왜?'라는 질문의 힘
Q. 홍대뿐 아니라 한예종 방송영상과까지 동시에 합격했네요. 입사미의 교육 과정이 홍대 입시뿐만 아니라 한예종 입시에도 도움이 되었나요?
A. 홍대 미대와 한예종 방송영상과라고 하면 다들 의아해 하세요. 서로 연관성이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동의해요! 홍대만 준비하고 한예종 면접까지 무사히 치르고 왔다는게 연결고리가 부족해 보일 테니까요. 하지만 제게 입사미의 교육과정은 단순히 홍대 면접만을 위한 과정은 아니었어요. 약간 우스갯소리를 하자면, 입사미를 다니는 동안 서병수 선생님께서 제 평생 가장 많이 말씀하시는 단어는 “왜?”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서병수 선생님은 대화할 때 하나의 대답에 서너 개의 꼬리를 달아 주세요. 처음에는 무서웠어요. 내가 뭘 잘못 대답했나, 틀린건가 별 생각이 다 드는데 사실 그게 아니거든요. 우리가 깊이 있는 생각에 익숙하지 않을 뿐이에요. 항상 답을 찾는 과정에 익숙하다 보니, 정해진 답이 없는 미술 마저도 답을 찾으려 해서 ‘왜?’라는 질문에 당황하는 거예요.
Q. 입사미 교육과정이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이 되었나요?
A. 서병수 선생님과 몇 번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일상에서도 ‘왜?’라는 질문에 답을 찾으려 노력하게 되었어요. 어느 순간 정말 궁금해지더라구요! 나는 왜 미대가 가고 싶었을까? 놀랍게도 그 끝에 마주하게 된 건 영상이었어요. 사람들의 변덕스러운 욕구를 채워주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 미술을 시작했지만, 그 변덕을 이해하기 위해 바라본 사람들의 삶이 너무 재있더라구요. 오히려 그 삶들을 담아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걸 확실하게 깨닫고 나니 한예종에 지원할 용기도 생겼던 것 같아요. 조금씩 마음에 품고 있던 꿈이었지만 막연한 꿈으로만 여기고 지나쳤던 고3 시절과 달리 행동으로 옮겼고, 이루었으니까요.
Q. 홍대와 한예종 중에서 한예종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A. 홍대와 한예종, 두 대학에 모두 붙었을 때 정말 많은 고민을 했어요 홍대로 가야 할지 한예종으로 가야 할지... 저는 고민 끝에 한예종으로 진학 하기로 결심했어요. 홍대를 포기하고 한예종에 진학한건 후회하지 않아요. 저를 믿었기 때문이겠죠.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하는 과정들이 반복해서 쌓이다 보니 어느새 나도 모르게 단단해지게 된 것 같아 요. ‘왜?’라는 질문에 대답하면서 생긴 꿈에 대한 확고함이 날 뒷받침 해주니까. 자기 자신을 스스로 믿는 것 만큼 큰 힘은 없다고 생각해요. 그 누가 나를 의심해도, 스스로에 대한 믿음만 있다면 절대 혼들리지 않아요. 한 번 길러진 생각하는 힘은 단기적으로만 효과가 있는게 아니니까, 당연히 그 힘이 한예종 입시에서도 힘을 발휘하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Q. 영상이라는 분야를 직접적으로 접해볼 기회는 많이 없었을거 같아요. 면접에서 어려움은 없었나요?
A. 입사미를 다니며 배울 수 있었던 태도를 꼽으라면 단연코 솔직함이 아닐까 싶어요. 사실 인문계 고등학교에 다니면서 영상 프로그램이나 관련 활동을 접하기란 어려워요. 특히 디자인과에 진학하려 했던 저로서는 더욱이 영상 관련 활동 경험이 적었구요. 그렇기 때문에 각 분야에서 손꼽히는 전문가로 인정받으시는 교수님들 앞에서 내가 부분적으로 경험한걸 뭔가 대단한 것처럼 말하기는 더더욱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이 과에 관심이 있다는 걸 어필하고자 하는 욕심과 활동들에 대한 애착 때문에 나도 모르게 내가 한 활동들을 부풀려 말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런 대답들은 오히려 자신에게 독이 되어 돌아와요. 전문적인 질문 하나만으로도 금방 들통나게 되거든요. 오히려 순수하게 디자인과 보다 영상에 더 관심을 갖게 된 동기와, 이곳에 진학해서 하고 싶은 것들을 차분하고 솔직하게 말씀드린 모습을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4. 전략의 핵 - 선택과 집중
Q. 지금과 달리 고3 때는 결과가 좋지 못했다고 들었어요. 당시 결과가 좋지 않았던 원인이 있다고 생각하나요?
A. 그 전에는 일반적인 미술학원들과 다를 바 없는 브랜드 미술학원의 분점에 다녔구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제 현역 입시는 실패였어요. 미술을 그만두겠다는 결심까지 하고 인문계로 걸음을 돌릴 만큼 큰 상처를 받았었죠.
Q. 기존에 다녔던 미술학원은 어땠나요?
A. 현역 시절 제가 다녔던 학원은 서울대를 굉장히 중시하는 곳이었어요. 오로지 서울대만 준비했죠. 참 위험한 방식이었어요. 우선 서울대 실기는 일반적인 실기시험과 다른 형식이기 때문에 타 학교와 잘 연계되지 않아요. 이대-고대 처럼 연결시켜 준비할 수 없다는 뜻이죠. 또 다른 문제는 고3 수능과 홍대 서류 준비를 목전에 두었음에도 불구하고 9월 한 달간 서울대 실기만을 위해 점심때부터 10시가 넘는 시간 까지 실기 준비를 했어요. 하루 종일 실기 준비를 하고 12시가 다 돼서야 집에 오는 스케줄을 소화해가며 공부하기엔 체력적으로 너무 벅찼어요.
Q. 실기 때문에 공부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했겠네요, 성적은 어땠나요?
A. 제 내신은 홍대 미대자율전공을 준비하기엔 애매한 성적이었어요. 크게 좋지도, 그렇다고 나쁘지도 않은 성적이었죠. 그렇기 때문에 1차가 매우 떨리는 관문이었어요. 그렇게 1차 합격이 되고 2차 준비를 해야 하던 날, 서류 준비를 묻는 제게 돌아온 대답은 ‘서울대 안 갈거야?’였고, 내신 성적이 좋은 친구들만 따로 불러 준비시키는 선생님의 모습을 봤어요. 그렇게 저는 저도 모르게 홍대를 포기하고 있었어요. 서류를 준비해 보기도 전에 ‘나는 안 되겠구나’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앞에서 언급했던 것 처럼, 입시는 자기 자신을 믿는게 가장 중요해요. 홍대에 못 갈 거라는 말을 들었던 제가, 재수 때는 당당히 최초합을 이루어 냈으니까요. 그리고 누구와 함께인지도 중요해요. 홍대 미대 자율전공 최초합을 이룬 제 곁에는 입사미가 있었듯이 말이죠.
Q. 현역 시절 당시에 다녔던 미술학원과 입사미의 차이는 무엇이었나요?
A. 위와 같은 방식으로 현역 입시를 준비했던 저였기에 수능이 가까워질수록 성적에 집중하도록 등원 일을 줄이는 입사미의 방식이 더 충격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아요. 재수를 하고 보니 더 와 닿는 점이지만, 입사미의 방식이 옳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실기는 미대 입시생들 간의 경쟁이지만, 수능은 전국 수험생들과의 경쟁이에요. 실기를 준비하는 그 순간에도 붓이 아닌 책을 들고 있는 학생들이 있다는 점을 늘 생각했으면 해요.
Q. 실기와 성적 중 무엇에 더 비중을 둬야 하나요?
A. 본인 성적이 굉장히 탄탄한 학생이 아니라면, 과감히 서울대를 포기해도 된다고 말하고 싶을 정도로 실기로 인해 성적을 잃는 상황을 만들지 않았으면 해요. 입시는 굉장히 긴 싸음이에요. 당장 눈앞에 놓인 수시로 끝낼 수 있다면 너무나 행복하겠지만, 2월까지 이어지는 정시까지 염두에 두어야 하는 긴 레이스예요.
Q. 좋은 입시 결과를 위해서는 이떤 마음가짐이 필요한가요?
A. 불필요 한것은 과감하게 포기하는 용기를 기르세요. 입시는 절대 모든 걸 이루어 낼 만큼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아요. 모든 대학에 합격하려고 하지 마시고 한 두 군데에 집중하세요. 한두 군데만 지원하라는게 아니라, 각 대학별로 노력을 퍼센트별로 나눠주라는 뜻이에요, 오히려 욕심을 덜어내다 보면 도리어 얻는 것들이 생겨요. 현역 시절 서울대와 홍대 모두를 준비하려다 보니 오히려 초조함이 생기더라구요. 서울대 흥대 두 가지 모두에 목매다 보면 둘 다를 놓칠 수 있어요. “둘 다 해낼 수 있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나는 00에 집중하고 00은 한번 도전해보자!”라고 생각하세요. 이렇게 하면 마음의 부담감도 덜 수 있고, 혹여 결과가 좋지 않았을 때도 충격이 적어요.
Q. 현역 시절과 달라진 전략은 무엇인가요?
A. 재수할 때는 서울대를 포기하고 오로지 흥대에만 집중했어요. 지금도 여전히 제가 했었던 그 결정에 후회는 없어요. 입시는 전략이라고 하죠! 저는 한 번의 실패를 통해 얻은 전략이지만, 제 글이 다른 분들이 전략을 짜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5. 잠시 쉬었다 가는 것
Q. 재수를 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텐데요.
A. "너에게로 가지 않으려고 미친 듯 걸었던 그 무수한 길도 실은 네게로 향 한 것이었다.” 나희덕 시인의〈푸른 밤〉이라는 시의 한 구절인데, 조금 오글거리지만 제가 재수 시절을 버티게 해준 한 마디였어요. 처음 재수를 결정했을 때,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나름 상처도 많이 받았었고 지쳐 있어서 미술을 그만뒀어요. 미술 재료도 다 버리고, 인문계 기숙학원에 들어가서 수학을 다시 시작하고 인문계로 전과했었어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오히려 그 시간들이 있었기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좋아서 시작한 미술이 스트레스가 되어버렸군요.
A. 모든 정신이 미술에 집중되어 있었던 과거와 달리, 여유롭게 다른 공부도 해가면서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처음엔 막막했어요. 미술을 시작함과 동시에 수학과 멀어졌던 내가 수학이라니… 신기하게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수학이 전환점이었어요. 머리를 다른 방식으로 쉬게 해준 달까. 물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죠. 수학 때문에 늘 성적에 대한 걱정이 떠나질 않았으니까요(미술을 하는 친구들이 수학을 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에요).
Q. 다시 미술을 하게 된 이유는요?
A. 하지만 매 모의고사마다 오르는 수학 성적을 보며 공부에 대한 자신감도 되찾았고, 그렇게 조금씩 마음에 여유가 생기다 보니 점차 미술도 다시 찾게 된 것 같아요. 현역 때는 항상 불안한 마음과 쫓기는 기분이었다면 , 재수할 때는 조금 더 나 자신을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반년 정도 지나고 나니 미술이 다시 하고 싶어지더라구요. 하고 싶어서 하는 것 과 하다 보니 하게 되는 건 정말 큰 차이예요. 바쁜 입시생활에 이게 무슨 여유 넘치는 말인가 싶을 수 있지만, 내가 미술에 끌려다니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잠깐 붓을 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본인이 하고 싶은 마음은 그 무엇보다 강한 추진력이거든요.
Q. 재수를 하는 친구들에게 할 말이 있다면
혹시 본인이 재수를 한다면 자신이 실패했음을 인정하세요. 자책을 하 라는 게 아니라, 재수도 생각보다 할 만한 일이거든요! (재수가 생각보다 할 만한 일이라던 선배들의 말을 싫어하던 제가 이 말을 쓰게 될 줄은…) 그저 한 번 더 도전할 뿐이고, 스스로에 대해 깊이 성찰할 수 있는 시간들 이기도 해요. 어떤 전략이 잘못됐었고, 옳았는지를 점검해가며 나 자신 에게 적합한 방식을 찾아가는 거죠. 처음엔 받아들이기 힘들기도 하고, 스스로가 무가치한 사람 같고 별 생각이 다 들곤 하는데,그 시간들을 견 뎌낸 후의 자신은 그 이전보다 훨씬 단단해져 있을 거예요. 본인에게 찾 아오는 분노도,슬픔도,실망도 어느 정도 받아주세요. 인정하는 순간, 같 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 노력할 거고 그 시간들의 끝에는 다시 뭐든 할 수 있올 거라는 믿음이 생겼을 거예요!
Q. 스스로에게 믿음을 가지는 좋은 방법이 있나요?
A. 모든 일에 ‘왜’라는 질문을 달아보세요. 이 습관도 서병수 선생님과 대화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생겼는데, 본인의 질문에 바로 대답할 수 있는 일 이라면 스스로가 잘하고 있다고 믿어도 된다고 생각해요. 내가 이 공부 를 왜 하는지도 모르면서 하다 보면 지치는 순간이 분명 와요. 그런 순간 이 안 오도록 예방하는 예방 접종이라고 생각하세요. 그 고민의 순간들 역시 고통스럽겠지만 그 순간순간이 모여 여러분의 서류가 되고, 면접이 되고, 여러분 자신이 된답니다!!
6. 많이 아는 만큼 그릴 수 있다
Q. 지금, 본인의 입시를 돌아보자면?
A. 홍대 입시와 한예종 입시를 하면서 많은 걸 알수록 더 많이 표현할 수 있 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렇기 때문에 관심사를 넓게 두고 많은 걸 받아들 였으면 해요! 과학, 사회, 시사 등 관심사의 폭을 넓히면 디자인을 할 때 에도 더 많은 선택지를 둘 수 있을 거예요. 요즘 입시에서는 사회적 이슈 들도 고려해가며 문제를 출제하기 때문에 분명 도움이 될 거예요.
Q. 실기와 내신, 수능 공부를 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한데, 관심사는 언제 알아보나요?
A. 제 경험을 예로 들어보자면, 재수를 할 때 국어 시험이 어려워지는 추세라 논술 대비도 할 경, 긴 글에 익숙해지기 위해 신문 사설을 매일 읽었어 요. 사설을 읽은 친구들은 알겠지만 사설에는 정치적인 이슈뿐만 아니라 사회 등 많은 이슈들을 다양한 시각으로 담아내기 때문에 우리 사회가 어떤 흐름으로 흘러가는지 눈치 정도는 첼 수 있어요! 그런데 이게 아이러니하게도 홍대와 한예종 준비에도 쏠쏠한 도음이 됐어요. 우선, 특정 스타일의 디자인에만 한정되어 있었던 나에게 더 넓은 세상에 사는사람 들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줬고, 하나의 사건도 긍정과 부정 모두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되었어요. 특히 뉴스 비평에 익숙해져야 하는 한예종 입시에서는 더욱 도음이 됐죠. 다른 이유로 시작했던 일이 오히려 더 큰 득이 되어 돌아온 셈이에요.
Q. 결국 공부가 그림에도 도움을 주었군요?
A. 주변에 그런 친구 한두 명은 있을 거예요. 실기는 많이 안했으면서 홍대 가려는 친구들. 그런데 이게 또 가능한 일이라서 더 화가 날지도 몰라요. 나도 학교 다닐 때 그랬었어요. 분명 나보다 실기 경력도 짧고 그림도 못 그리는 것 같은데 홍대에 합격하는 친구들에게 질투가 났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까 그 친구들은 단순히 내신만 좋다고 뽑힌게 절대 아니더라구요. 단지 미술을 늦게 시작해서 표현력이 부족할 뿐이지 아이디어가 통통 튀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Q. 미술의 핵심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A. 이제는 얼마나 실제와 가깝게 그리느냐?를 경쟁하는게 아니잖아요? 내가 생각한 걸 어느 정도 표현해낼 수 있는 실력만 된다면, 이제는 “무엇을 표현할 것인가?”를 생각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고 생각해요. 미술이 꼭 그림을 '잘' 그리는 것만으로 판단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림 잘 그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림도 하나의 표현방식인 거잖아요? 그러니까 그 수단에 매몰되지 말고, 본질적으로 미술을 통해 드러내고 싶은 자신의 생각을 키우는 것에 집중했으면 해요.
Q. 미술학원이 학생들에게 상처로 남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이 학생들 을 위해 해줄 수 있는 말이 있나요?
A. 마지막으로, 학원의 시스템에 너무 상처받지 않았으면 해요. 내 개인 적인 경험이지만. 입사미 다니기 전 학원에서는 상처를 많이 받았어 요. 막말이나 무시 뭐 그런 것들이요. 그래서 미술을 접었어도 입사미에서 붙잡아 주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인문계 대학에 진학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나서 보니, 그런 말들은 말 그대로 그저 막말 에 불과해요.
자신의 잘못이나 부족함 때문이 아니라는 거예요. 그런 말들에 연연하고 마음에 담아두지 마세요! 그저 흘려들으세요. 그리고 그런 면들이 자신을 혼란스럽게 만든다면, 과감하게 그만두고 진심으로 당신을 아끼고 신경써주는 학원에 가서 입시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되길 바랄게요. 저에겐 입사미가 그런 학원이었어요!
성공의 비결은 '확실한 선택'
🏆
김도연
이화여자대학교 디자인학부
1. 성공의 비결은 '확실한 선택'
Q. 입시 준비 과정을 설명한다면?
A. 중학교 때 예고 입시에 실패한 상태로 고등학교에 왔어. 내 스스로 실패한 것에 대해 속상하기도 하고 악도 생기면서 당장 눈앞의 일들에 대해 열심히 하자는 마음이 생겨서 학교생활을 내 나름대로 열심히 했던 것 같아. 1, 2학년 때는 실기를 했는데 그때도 실기 학원은 내신 기간에 아예 나가지 않았어. 실기 학원에서는 내신 기간에도 학원에 계속 나오라고 하고, 다른 친구들은 그 말을 듣고 다 학원에 나가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 이어서 눈칫밥 좀 먹었어. 그래도 나는 내신 기간에 실기 학원을 나가다 보면 내신 공부에 집중이 되지 않는 느낌을 많이 받아서 실기는 해도 방학때 주로 열심히 했고, 3학년이 되어서는 학생부 종합전형으로 입시 방향을 확실히 정하고 실기를 stop! 했어. 내신과 수능에만 집중하자는 마인드로!
Q. 실기를 그만둔다고 했을 때 주변 반응은 어땠나?
A. 사실 나도 처음에는 미술을 하는데 학생부 종합전형을 목표로 한다는게 정말 불안했어. 나는 중학교 때부터 실기를 해왔고 이게 미술이라고 생각했는데 비실기로 방향을 돌린다는게 너무 불안했지. 미술학원에서 상담을 받아도 학생부 종합은 가능성이 없으니까 실기를 더 많이 하라고만 이야기하더라고.
Q. 특별히 노력을 기울였던 부분이 있나?
A. 너무 교과서적인 대답일지도 모르겠지만 정말로 내신 공부와 교내 활동을 열심히 한게 다른 친구들과의 차별점이 아닐까 싶어. 그리고 많은 친구들이 '미술=실기'라고 생각해서 내신을 신경 쓰지 않는다는걸 되게 많이 봤어. 근데 내신이랑 학교생활, 학생부 관리는 잘 해놓아서 나쁠 거 없고 그걸 잘 해놔야 나중에 후회할 일이 안 생길 것 같다고 판단했어. 교내 활동은 뭐든 다 열심히 했던 것 같아. 턱없이 부족했던 교내 미술 공모전도 선생님께 열어달라고 부탁드려서 1년에 5개씩 열기도 했고, 자율 동아리도 만들고, 교내 활동 중에 '미술' 또는 '디자인'이 들어가면 전부 다 했던 것 같아. 그렇게 교내 활동을 일심히 하다 보니 선생님께서 활동을 제안해 주기도 하셨고, 선생님이랑 친해져서 정보도 많이 얻을 수 있었어. 학교에서 열리는 행사와 활동에서 미술 쪽으로 많이 참여했던 게 도움이 많이된 것 같아.
Q. 학생부 종합전형을 선택하게 된 더 확실한 이유가 있다면 ?
A.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이면 대부분은 그럴 거라고 생각해, 수시 때 공부에 집중하려고 실기 학원을 안 다녔는데 수시가 잘 안되면 정시 때 어떡하지? 이게 딱 내가 고2, 고3 초기 때까지 했던 고민이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실기를 그만두었던 건 '확실히 하기'위해서 였어. (근데 이건 나의 경우고 사람마다 상황이 다르니까 자신의 상황을잘 파악해서 들어줬으면 좋겠다!) 공부와 실기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다가 이도저도 아니게 되어버린다면 그것이야말로 대참사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단호하게 실기를 그만두고 공부에 집중했어. 정말 단호한 마음가짐과 확신, 그리고 꼭 성공하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한길만 파다 보니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아.
Q. 입사미에서의 상담은 다른 미술학원과 다른 점이 있었나?
A. 그 시기에 입사미에서 상담을 받았는데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어. 모든 미술학원들이 실기를 안하면 안된다고 했을 거야. 그런데 입사미에서 상담받고 나니까 나의 경우에는 정말 실기를 할 필요가 없다는 확신이 들더라고. 만에 하나 수시에 안 되면 정시에 가서도 가, 나, 다군 모두 홍익대에 넣을 수 있다는 걸 그때야 알게 됐어. 정시는 수능만 잘 나오면 나는 실기 없어도 가, 나, 다군 모두 홍익대에 합격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더라고.
Q. 어느 대학에 지원했고 결과는 어땠나?
A. 수시에서 홍익대, 이화여대, 세종대, 경희대, 홍대 세종을 채워서 지원했어. 결과는 홍익대 본교 빼고 모두 합격! 사실 제1의 목표였던 홍익대는 2단계 서류 전형도 무난히 통과했어. 면접도 입사미에서 연습한 대로 잘봤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수능이 평소만큼 나와주지 않았어. 너무 아쉽게 한 문제 차이로 최저 기준을 맞추지 못한 거야. 정말 속상했지. 최저를 받지 못할 거라고는 단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는데. 다행히 홍익대 본교를 제외한 이화여대, 경희대, 세종대, 홍대 세종 등 내가 지원한 나머지 대학은 모두 합격을 했어!
Q. 실기에 집중했을 때보다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생각하나?
A. 만일 내가 실기 준비까지 했더라면 정말 수능은 끔찍한 점수가 나왔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우리 학교에 미술 하는 애들이 25명 정도 있는데, 그 친구들 모두 미술학원에서 실기를 준비했어. 정말 놀랍게도 그 친구들 중 대학 간 친구가 한 명도 없어. 25명 중에 그나마 대학에 간 친구들은 모두 학생부 종합전형으로만 합격했더라고. 만약 나도 미술학원에서 실기만 준비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생각만 해도 가슴이 답답하다. 너희들도 좀 더 잘 알아보고 신중히 판단하길 바랄게.
Q. 실기 전형으로 준비했을 때 합격 결과가 그렇게 좋지 못한가?
A. 물론 실기로 대학 가는 애들도 없지는 않겠지만 우리 학교뿐만 아니라 다른 학교 친구들 말을 들어봐도 실기 전형으로 원하는 대학에 간 경우가 거의 없더라고. 나도 마찬가지로 그 친구들처럼 입시를 준비했다면 내신도 떨어지고 수능도 더 낮게 나왔을 거야. 그 친구들이 못해서가 아니라 나도 그 친구들처럼 했으면 당연히 재수를 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Q. 학생부 종합전형을 준비하면서 배우거나 느낀 것이 있나?
A. 입사미에서 서류와 면접을 준비하면서 가장 크게 얻은 것이 있어. 나에 대한 이해와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는 확실한 주관이야. 일단 입사미에 다니기 전에 나는 미술을 왜 하는지, 미술을 통해 어떤 사람이 될 것이고, 내가 미술을 통해 이루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잘 몰랐었어. 일반 실기 학원을 다니면서도 '난 미술을 왜 시작했지?' 이런 고민을 정말 끊임없이 했었고, 이유를 모르니까 그림을 그리는 게 지루해지기도 했어.
Q. 입사미는 답을 떠먹여주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한다던데, 어땠나?
A. 미술을 진로로 선택한 것에 대해 살짝씩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을 때 (2학년 가을쯤이었던 것 같아), 학교 친구로부터 입사미를 소개받게 되었고 병수 쌤, 석현 쌤과 상담을 하게 되었어. 긴장되는 첫 상담의 모든 질문이 '왜?'였어. 내가 항상 스스로 질문해왔지만 답을 찾을 수 없었던 바로 그 질문들이라서 많이 놀라고 당황했어. 아무말 대잔치를 했던 기억이 나. 계속되는 질문에 나는 '내가 나를 이렇게 몰랐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 이런 것도 모르면서 미술을 하겠다고 한 나 자신이 되게 한심하기도 하고, 그 질문에 진지하게 생각해볼 기회가 생겨서 나름 기분이 좋았던 것 같기도 해.
Q. 질문을 통해 깨달은 게 있나?
A. 집에 오면서부터 계속해서 스스로에게 다시 질문하기 시작했어.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지? 미술을 왜 좋아하게 됐지? 절대로 짧은 시간에 답을 찾을 수는 없었어., 지속적으로 선생님들과 상담을 하면서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어.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서 말이야, 전시를 봐도 내가 어떤 것에 홍미가 있는지, 내 기준에서 어떤 것이 미적으로 좋아 보이는지 등등 나만의 개성과 선호에 대해서 알게 되었고 그렇게 19년 동안 몰랐던런 내가 조금씩 이해가 되기 시작했어. 내가 영화, 특히 판타지 영화 보는 걸 좋아하는구나!
Q. 판타지 영화를 좋아하면 진로가 영상 쪽으로 정해지게 되는 것인가?
A. 보통 판타지 영화를 좋아한다고 하면 시각디자인이나 영상디자인을 하면 된다라고 말해줄 거야, 나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어, 하지만 병수 쌤은 예상밖의 말씀을 해주셨어. '시각디자이너, 영상디자이너는 직업의 이름일 뿐이지 그것이 진로는 아니다'라고 말씀하셨어, 처음엔 그게 무슨 말인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가더라고, 좀 충격이었지. 판타지 영화를 좋아하면 나는 어떤 직업을 가질 수 있지? 어떤 과를 가야 하지?라고 생각하는 게 보통 사람들의 생각이잖아. 병수 쌤은 전혀 다른 질문을 던져주셨어.
Q. 어떤 질문을 받았나?
A. 병수 쌤은 이렇게 질문하셨어. "판타지 영화를 왜 좋아하지? 판타지 영화는 너를 이해하는 하나의 단서일 뿐이야, 판타지라는 요소를 통해 네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내야 해" 이렇게 질문했을 때 진정한 나의 진로를 찾을 수 있다고 말씀하셨어.
Q. 그 질문에 대해 어떤 답을 얻었나?
A. 나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정말로 많은 고민을 했어. 판타지, 영상, 가상세계 등을 통해 내가 무엇을 추구하는지를 끝없이 고민해보았어. 그 생각의 끝에서 나는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을 좋아하는구나!, 더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고 싶다!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영상을 활용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어.
Q. 질문이 바뀌니까 생각하는 방향이 월씬 깊어진것 같다. 역시 좋은 질문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
A. 병수 쌤이 '판타지 영화를 좋아하니 영상디자인을 전공하고 싶다'라고 이어지는 논리는 너무나 도식적이고 값싼 답변에 불과하다고 말씀하셨는데, 그 말의 의미를 그제야 알게 된 거 같아. 만일 판타지 영화를 좋아하니까 영상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는 생각에 그 단편적인 직업명을 내 진로라고 결론 내렸다면 나는 내가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진정으로 알지 못한 채 영상기법을 배우는 것에 머물러 버렸을 거야. 영상은 수단일 뿐이지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닐 텐데… 영상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는 것과 영상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어.
Q.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가 명확해졌으니 동기 부여가 많이 되었을 것 같다.
A. 목표가 생기니까 자신감이 생겼고, 미술을 하는 것이 자랑스러워졌어. 내가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한 영상을 찾아보기도 하고 프로덕션 디자인이나 특수효과에 대한 책을 찾아보기도 하면서 간접적인 경험을 스스로 하게 되었어, 상담 이전에는 별것 아니게 느껴졌던 일상들도 상담 후에는 나를 이해하는 과정이 됐어. 내가 다른 학원만 다녔을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정말 값진 성과였지. 서류 작성을 하면서 생각으로만 했던 것들이 문서화되고 정리되면서 미술에 대한 생각과 주관은 점점 확고해졌어. 나라는 사람이 나 스스로에게조차 항상 모호하게 느껴졌는데, 서류 작성과 면접 준비를 거치면서 다른 사람에게 나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해 있더라. 그래서 나는 나라는 사람을 스스로 이해하고, 깨닫는 계기를 얻었던 게 가장 큰 도움이 된 것 같아.
2. 나만을 위한 맞춤형 입시
Q. 입사미에서 서류를 작성할 때 어떤 과정을 거쳤나?
A. 먼저 병수 쌤과 석현 쌤이랑 상담하면서 나에 대해 더 자세히 이해하고 알아보는 경험을 할 수 있었어. 상담을 통해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싶고, 대학에 가서 미술을 배우고 싶은지에 대해서도 꾸준히 생각해볼 수 있었는데, 내 스스로 충분히 생각해보고 대답할 수 있을 때까지 다른 사소한 질문들을 하시면서 그 답을 찾도록 도와주셨어. 그 다음에는 '내 마음의 MRI'라는 노트에 실린 몇 가지 가이드 질문에 답하면서 상담을 통해 했던 생각들을 문서화해 정리하면서 그 노트에 적은 내용을 바탕으로 서류를 작성했어. 선생님들께서 내 서류의 어떤 점이 좋다는 걸 피드백 해주셔서 나 스스로도 내 서류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어.
Q. 지원한 대학 모두 합격했으니 서류를 정말 잘 쓴 것 같다. 자신의 서류의 강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A. 입시 때 내 서류가 좋게 보였던 이유는 내가 정말로 느꼈던 점을 간결하게 전달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특히 활동에 대해 쓸 때 그 활동을 '왜' 하게 되었고 '어떻게' 하였고, '무엇'을 느꼈는지가 명확히 보였던 게 가장 큰 장점이 아니었나 싶어. 근데 나 같은 경우는 활동 하나하나를 곱씹어보면 그 '왜', '어떻게' '무엇'이 모호할 때도 종종 있었어. 선생님들께서는 그런 모호한 것들을 스스로 생각해보면서 해결할 수 있도록 상담 과정에서 큰 도움을 주셨던 것 같아. 선생님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나는 내가 한 활동들만 나열하고 관념적인 말들이 가득한 서류를 썼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다행히도 선생님들이 상담에서 던져주시는 질문을 통해 내가 했던 활동들에 대해 생각해보고 그것을 나한테 도움이 되도록 기록할 수 있었어. 내가 했던 활동의 내용이나 느낀 내용 중에 어떤 점이 나에게 강점이 되는지를 함께 상담하면서 찾아주셨던 게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해! 왜냐면 나는 내가 한 활동이니까 활동 하나하나가 내 자식처럼 느껴져서 어떤 걸 골라서 씨야 함지 감이 안 잡혔는데, 상담하면서 쌤이 단호하게 이건 빼자, 해주셔서 결정할 수 있있어, 또 쌤이 내가 쓴 글을 읽고 별로면 어떤 점이 문제인지 확실히 알려주셔서 문제를 빨리빨리 고치면서 신속 정확하게 서류를 쓸 수 있었던 것 같아.
Q. 입시 과정에서 특벌히 중점을 둔 부분이 있나?
A. 나의 입시 성공 원인은 나에게 맞는 입시 방향을 설정한 것이라고 생각해, 나는 1, 2학년 때 실기 학원을 다니면서 내 스스로 '이걸 왜 그려이야 하지?라는 질문을 했을 때 끝까지 마땅한 답을 찾을 수 없었어. 게다가 내신 기간에도 학원을 나오라는 강요를 계속해서 받다 보니 심리적으로 불안했지. 아무리 생각해도 학교생활을 소홀히 하면서까지 실기 시간을 늘리는 게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 모르겠더라. 그렇게 점점 그림 그리는 게 지루해지니까 이대로라면 내가 미술을 싫어하게 될 것 같다는 마음에 실기 학원을 나가지 않고 입시미술이 아닌 미술 활동과 공부에만 집중해보기로 했어.
Q. 어떤 보람을 느꼈나?
A. 근데 웬걸! 벽화 봉사 활동, 해외 전시 이런 활동들에 참여하다 보니 너무 재미있었어. 그래서 형식적인 그림을 기계적으로 그리는 입시 준비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작업들을 하면서 할 수 있는 입시 준비를 하자고 마음 먹었어. 입시 준비도 기왕이면 즐겁게 하는 게 좋으니까! 그래서 내가 관심 있던 3D 애니메이션이나 그래픽디자인, 무대 미술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강연을 찾아보기도 했고, 교내 공모전도 많이 참가해보면서 내가 어떤 디자인을 할 때 행복한지 경험해보기도 했어. 나에게는 그 경험들이 실기 학원에서 남들과 똑같은 그림을 반복해서 그리는 시간보다 훨씬 유익하게 느껴졌어, 그것들이 나에게는 피가 되고 살이 되었던 것 같아.
Q. 입시 준비 과정이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 긍정적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A. 입시라고 해서 꼭 괴로워야 하는 건 아니잖아, 물론 진짜로 괴로운 순간도 있지만… 그래도 굳이 내가 하기 싫은 걸 억지로 해가면서 입시 준비를 하고 그것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일을 싫어하게 되는 건 너무 슬픈 일인 것 같아. 디자이너로서의 나에 대해 더 생각해보고 경험해볼 수 있는 기회라고 판단하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입시에 임하면서 배우려고 했던 것이 나의 가장 큰 성공 원인이었던 것 같아! 내가 실기와 비실기 사이의 갈림길에서 실기를 선택했다면, 또는 두 가지를 같이 가지고 갔다면 정.말 이도저도 아니게 되었을지도 몰라. 어느 것에도 집중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면서 불안했을 거야. 비실기라는 확신을 가지니까 하나에만 오롯이 집중할 수 있었고,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미술, 디자인에 대해 많이 고민해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던 것 같네요.
그 과정에서 서미컨의 도움을 받게 되었지. 특히 아트로직 수업을 들으면서 미술 작품을 보는 것이 아니라 느낄 수 있었어. 전에는 그냥 지나쳤던 길 위의 조형물이나 그림들을 보면서 이제는 그 의미를 생각해보고 표현 방법에 대해 생각하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어. ㅋㅋ ㅋ 아트로직 수업을 통해서 일상에서도 계속해서 생각하는 습관을 가지게 되었어. 사소한 것에 대해서도 호기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걸 해소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 서미컨을 만나지 못했다면 나는 아마 미술을 왜 하는지조차 모르는 미대 입시생, 생각하지 않는 디자이너로만 남아 있을지도 몰라.
Q. 아트로직은 기존의 미술학원 수업과 많이 다르다고 들었다.
A. 아트로직 수업에서 나 스스로 디자인을 해보고 친구들과 선생님 앞에서 발표하고 크리틱을 받아보는 과정이 없었다면 이걸 평생 알지 못하지 않았을까 싶어. 또 내 디자인을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설득하는 과정에서 말을 조리 있게 하는 방법도 알게 된 것 같아. 내 생각을 뚜렷하게 말할 수 있고 무엇보다도 스스로 계속 생각하는 습관을 갖게 된 게 입사미에서 받은 가장 큰 도움인 것 같아.
3. '생각'이 답이다
Q. 실기를 그만두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있있나? 고민이 아주 많았을것 같다.
A. 미술학원을 그만두고 학생부 종합전형을 선택한 이유는, 똑같은 그림을 반복하고 그걸로 누가 더 묘사를 잘했는지 비교하는 순위를 나누는 경쟁 때문이었어. 미술이 좋아서 미술을 시작했는데 오히려 미술이 질리기 시작했어, 나는 분명 즐거워지고 싶어서 미술을 시작했는데 왜 내가 좋아하는 걸 하면서 상처받아야 하고 좌절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거든, 매일매일 학원을 나갈 때마다 한숨이 나왔고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기초디자인 하는 사람들은 알텐데 시험을 보고 벽에다 그림을 걸면 그림이 정말 다 똑같은 거야. 사실 그 그림들 사이에서 내 그림을 못 찾은 적도 많아. 다 똑같아서 구분조차 안 되는 걸 보고 자괴감이 들었어.
Q. 입시미술을 하게 되면서부터 오히려 미술과 멀이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A. 그런 걸 보면서 솔직히 점점 미술에 흥미를 잃어 갔어, 차라리 인문계로 돌릴까 이런 생각을 한 적도 많았거든, 차라리 그 편이 내 개성이 더 생기는 것 같아서 말이야, 내 존재가 사라지는 느낌이 들어서 나는 그게 너무 불쾌했고 인간성이 느껴지지 않았어, 우리가 무슨 그림 그려내는 기계도 아니고 말이야. 내가 미술대학에 간다고 해도 무엇을 할지도 모르겠고,
디자이너가 될 거긴 한데 무슨 디자이너가 될지도 모르겠고, 근데 대학은 가야 하니까 그림은 그려야겠고. 이런 억지스러운 상황이 싫었어.
Q. 실기 전형을 준비하지 않고 학생부 종합전형을 선택했기 때문에 오히려 미술에 대해 더 깊은 생각을 가질 수 있게 된 것 같다.
A. 사실 중학교 때 너무 질리게 많이 겪기도 했고, 선생님의 마음에 드는 그림을 그리지 않으면 혼났던 상황들이 나에게는 상처로 남았거든. 그래서 면접과 서류를 통한 입시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 어찌 보면 실기에 대한 도피였을지도 몰라. 근데 학생부 종합전형을 준비하면서 읽은 디자인 관련도서들, 보고 온 전시들, 강연들이 나에게 정말 큰 도움이 됐어. 실기학원에서 하루 종일 그림 그리면서 오늘 날씨가 어떤지, 무슨 요일인지도 모르는 생활을 할 때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보고 들을 수 있었고, 그건 4시간 동안 그리는 그림 한 장보다 몇백 배는 더 값진 거였어.
Q. 자신에게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그때도 느꼈나?
A. 그전까지 나는 수동적인 사람이었는데 이제는 나 스스로 디자인한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디자이너가 되기 위한 공부를 하기 시작했어. 그렇게 하다 보니 즐겁게 입시를 준비했던 것 같아. 진짜 내가 궁금한 것에 대해 배우고 나의 안목이 바뀌고 주관이 생기는 게 일상에서도 느껴졌으니까!
Q. 숙련된 실기 능력이 없으면 대학 수업을 듣는 데 지장이 있지는 않나?
A. 어제 전공 수업 교수께서 하신 말씀이 있는데 드로잉은 수단일 뿐이지 목적이 아니라고 하셨어. 그림 그리는 실력은 머리에서 '생각하는 것'을 표현하기 위한 도구여야 하고 그 '생각'이 드로잉의 핵심이라고. 그 말씀이 정말 와 닿더라. 그림을 그리는 주체의 생각과 개성은 중요하지 않은게 우리나라 입시미술의 가장 큰 문제잖아. 나는 생각과 개성이 미술하는 사람들의 엔진이라고 생각하거든. 그게 있어야 좋은 작품을 만들고, 다른 사람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 내 생각을 정확히 보여줄 수 있을 정도의 드로잉 실력이면 디자이너 할 수 있어! 교수님이 말씀하신 거니까 믿어도 될 것 같아.
Q. 미대 준비생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A. 붓질을 어떻게 할지, 연필 선을 어떻게 쓸지, 이런 고민보다는 전시도 많이 보고 책도 많이 읽으면서, 또는 영화를 보거나 일기를 쓰거나 하면서 나에 대해 이해하고 생각을 키우는 게 더 중요한 것 같아. 주관이 생기면 면접 때 무엇을 물어보더라도 대답할 수 있는 힘이 생기더라구. 서류 쓸 때도 엄청 수월하고! 뭔가를 꾸며내거나 인위적으로 꾸밀 필요 없이 '나'를 보여주면 되니까! 입시 과정에서 생긴 자신감이 앞으로 디자이너가 되는 데 있어서 정말 큰 도움이 될 것 같아. 그래서 나는 이 글을 읽고 있는 예비 미대생 친구들이 실기에만 너무 노력을 기울이면서 입시를 준비하는 게 아니라 자신을 이해하고 다른 사람들의 좋은 작업들도 보면서 경험을 넓히는 입시 준비를 했으면 좋겠어. 그 경험들은 분명 나중에 대학에 와서도 직장에 가서도 정말 큰 도움이 될 거니까!
Q. 고민하거나 힘들어 하고 있는 학생들에게도 한마디 해주세요.
A. 실기 실력 때문에 상처받거나 좌절하지 말고! 또 교수님이 하신 말씀을 인용하자면 '실기 실력은 디자인의 일부인데 생각은 디자인의 핵심'이라고 하셨어. 그니까 혹시나 실기에 대한 회의감이 든다면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이해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거라고 생각해. 대학을 가기 위해 입시 준비를 하는 것보다는 더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기 위해, 나 자신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입시 준비를 하는 거라고 생각하면서! 그러면 분명 좋은 결과가 있을 거야! 자기 주관을 가지고 생각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 교수님들도 다 그걸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고! 꼭 본인에게 도움이 되는 입시 준비해서 좋은 결과 있었으면 좋겠어! 대학 정말 재밌어. ^_^ 힘들어도 좀만 더 힘내서 원하는 대학 가면 좋겠다!!
제대로 준비하고 있는 것일까?
🏆
윤여진
홍익대학교 디자인학부
1. 제대로 준비하고 있는 것일까?
Q. 미대입시 준비는 언제부터, 어디에서 시작했나?
A. 나는 고등학교 2학년 때 대형 미술학원에서 처음으로 실기를 시작했어. 딱 들으면 아는 대형 미술학원에서. 왜냐면 사람이 많으면 비교할 그림 도 많아질 테니까 좋을 거라고 생각했거든.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좋은 선택이 아니란 걸 알게 됐어. 비교할 그림이 많아진다기보다 그 많 은 아이들이 다 똑같아져 간다는 걸 느꼈으니까.
Q. 어떤 점에서 그렇게 느꼈나?
A. 계속 다닐수록 '이렇게 하면 합격할 수 있겠다’가 아니라 ‘이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나는 서울대, 홍익대, 국민대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자꾸 기초디자인을 시키는 거야. 심지어 홍익대 준비는 시작도 안 했어. 내가 재촉해도 나중에 고3 때 할 테니 '기다리라'는 말만 반복하고.
Q. 홍익대가 목표인데 홍익대 준비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
A. 그렇지! 홍익대도 학생을 선발하는 기준이 있을 텐데 그렇게 아무런 준비도 안 하다가 고3 때 갑자기 준비해서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잖아? 내가 생각해도 너무 이상했어. 홍익대를 가지 말라는 건가? 이렇게 계속 실기 만 하다가 결국 실기로만 지원하게 만드는 건가? 이런 의심이 들기 시작 했어.
Q. 홍익대 준비는 그렇다치고, 서울대 준비는 잘 되고 있었나?
A. 2학년 2학기 말부터는 분반이 되어서 서울대 수업을 듣기 시작했어. 그런데 말은 서울대 반이었지만 그 전에 배웠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더라고. 뭔가 그럴듯하게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 것 같지만 정작 그 안에 내용은 하나도 없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 서울대 반만 만들어 놓고 코스프레하는 느낌이랄까?
Q. 어떤 점에서 그렇게 느꼈나?
A. 서울대 기출 문제를 읽어보면 누구나 알 수 있겠지만, 서을대는 고정된 유형이 있는 게 아니잖아? 매년 다양한 상황이 제시되고 그 상황에 맞는 나만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나 스스로도 느꼈거든. 그런데 수업 내용은 자꾸 표현력 위주로만 연습을 시키더라고. 문제 해결력이니 창의력이니 이런 말만 그럴싸하게 해놓고 결국에는 그림을 잘 그리 게 만드는 것만이 유일한 목적처럼 느껴졌어. 그 수업을 받는다고 해서 서울대 시험을 잘 볼 수 있을 거란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어. 반 이름만 서울대 반이지, 하는 내용은 이전과 하나도 다를게 없었으니까. 환장하겠어서 학원을 나와버렸어.
2. 홍익대 준비는 뒷전, 오직 실기만?
Q. 다니던 학원을 그만두기가 쉽지 없었을텐데. 그 후 어떤 학원을 가게 됐나?
A. 이제는 나에게 맞는 내가 목표하는 대학에 맞는 입시 준비를 하고 싶다 고 생각해서 고3 때 학원을 찾아보기 시작했어. 열심히 찾아서 합격률이 좋은 중소 규모 학원에 등록했어. 대형 학원의 맹점을 나도 겪어봤으니까. 그 많은 학생들 중 극소수의 학생들만 합격자 명단에 오르는 거잖아, 합격자가 많다기보다 애들이 그보다 훨씬 더 많았던 거겠지. 이건 내가 직접 경험해 본사실이야.
암튼 서울대는 자신이 점점 없어져서 국민대는 꼭 붙자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학원을 선택하는 기준을 국민대 합격률이 괜찮은 학원으로 정했어.
Q. 새로 옮긴 미술학원에서는 준비가 잘 되어 갔나?
A. 새로 옮긴 학원을 다니는 초반엔 좋았어. 실기 실력이 을라갔고. 이대로만 하면 국민대는 붙을 것 같은 거야. 근데 중요한 건, 내 1지망이 어디였더라? 홍대였지! 근데 난 왜 또 실기 준비만 하고 있지? 나는 국민대보다는 홍대에 더 치중하고 싶었어. 일단 내신이 좋았고 학교생활도 열심히 해서 생기부도 괜찮았거든! 또 국민대는 정시잖아. 난 정시까지 버틸 자신이 없었고 되도록이면 수시로 끝내고 싶었어. 왜나면 시간이 갈수록 수능에 대한 자신감이 점점 떨어졌거든.
Q. 홍익대가 목표라면 홍익대 준비롭 민저 헤야 하는 것 아닌가? 홍익대 준비는 어떻게 했나?
A. 홍대 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그리고 누가 봐도 난 정시에 가능성이 낮은 거 같은데도 국민대 실기만 시키니까 정말 답답했어. 특히 홍대 미활보는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었거든. 너무 답답해 서 미슬학원 선생님께 말씀드리니까 서류는 학원에서 내 생기부를 바탕으로 다 써주신다는 거야. 대필을 해준다는 말이었지.
Q. 서류틀 대필해준다고? 그런 게 가능한가?
A. 오… 서류가 막막하던 나에겐 좀 회소식이었지. 그래서 ‘그럼 언제쯤 될 까요?’ 하니까 일주일이면 다 쓴대. ‘아 그래요?’ 했지. 근데 막상 생각해보니까 누가 내 서류를 써준다는 게 찝찝하기도 하거니와 서류를 바탕으로 면접을 볼 텐데, 그걸 면접에서 내가 커버할 수 있을지에 대한 자신이 없는 거야. 내가 쓴 게 아니잖아! 불안한 마음이 더 커지기 시작했어. 학원에서는 계속 홍대 서류나 면접 준비 없이 실기만 진행했고. 그 막판 짧은 1~2주 내에 서류나 면접을 다 준비해준다고 하는데… 정말일까? 정말 그게 가능한 걸까? 그리고 그게 옳은 일일까? 나는 자신이 없었어. 홍대 전형 관련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이었으니까 뭐가 맞는 건지도 모르겠고.
Q. 홍익대 준비시켜준다고 말만 하고 결국은 실기만 시킨 것이다. 학원에 항의해야 하는 거 아닌가?
A. 결국 실기 학원은 국민대 준비만 계속시켰어. 국민대는 일단 수능 점수가 되어야 하는데 점수는 '점점 떨어지는 상황에서 실기만 준비하는 것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지. 사실 이런 상황이라면 실기를 더 할게 아니라 하루 빨리 서류를 잘 써서 홍익대 합격해야 하는데... 정시로 가봤자 나는 승산이 전혀 없는데 내가 지금 뭐하는 것일까? 국민대는 홍대 서류 접수 끝나고 시작해도 될 것 같은데… 정말 불안함의 연속이었어, 진짜 맨날 수만휘 들락거리고 난리 났었음.
Q. 정말 생각이 많았겠다. 무엇이 중요한지 확신을 가지지 못한 상태였 던 것 같다.
A. 솔직히 수시 학생부 전형에 지원했다가 안 되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이 지짜 많이 들었어. 실기 학원에서도 1안, 2안 다음의 3안을 만들어둬야 한다고, 실기를 반드시 해야 한다고 누누이 애기했었으니까. 홍대 안되면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었어. 그런데 갈수록 내가 입시를 이상하게 준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거야. 제일 중요한 홍대 준비는 하지도 않고 실기만 하고 있다는 게 이상했던 거지. 2안, 3안을 준비한다는 생각으로 정작 제일 중요한 1안을 놓치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어. 그리고 홍대는 준비해야 할 게 서류밖에 없는데도 그 시간조차 투자하지 못 하고 2안, 3안에 모든 시간을 다 쏟고 있는 내가 바보같이 느껴졌어.
Q. 주변에서도 이상하다고 조언해주지 않았나?
A. 같이 다니던 친구들도 나더러 니 생기부에 내신이면 홍대에 올인했을 거라고 왜 실기를 하냐고 다그치는 거야! 결국 실기는 나중에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 홍대를 준비하기로 했어. 홍대 안 될 가능성을 전제로 정시만 준비하다보면 결국 홍대 준비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었으니까.
Q. 미술학원은 실기를 시키지 못해서 안달이 난 사람들 같다. 학생에게 필요한 것을 찾아주기보다는 무작정 실기를 권유하는 것 같이 느껴진다.
A. 진짜 그런 거 같아. 미술학원은 학생들에게 무조건 실기를 시켜야 하는 입장이잖아. 그래서인지 내가 실기를 그만두지 않게 하기 위해 계속 불안감을 조성한 거 같아. 불안감 때문에 2안, 3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말 체가 그럴 듯하게 들렸지. 하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결국 미술학원 이 실기를 시키기 위해서 만들어 낸 말장난에 불과한 거란 생각이 들어.
Q. 어떤 점에서 그렇게 생각을 했나?
A. 학생부 종합전형만 제대로 준비해도 층분히 그 안에서도 1,2,3안을 만 들 수 있어. 홍익대뿐만 아니라 학생부 종합으로 지원할 수 있는 대학이 생각보다 많더라고. 만일 수시에 안 된다 하더라도 정시에 홍대를 가, 나, 다군 세 번이나 칠 수 있으니까. 수시, 정시 총 9번의 기회를 다 살릴 수 있잖아.
Q. 만일 실기로 2안, 3안을 준비했다면 성공했을까?
A. 실기를 준비해서 1, 2, 3안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거 같아. 왜냐면 내가 국민대 실기를 열심히 했다고 치자. 가군에는 국민대를 치고, 나머지 나군, 다군은 어디를 치게 될까? 나군에는 어차피 홍대를 쳤겠지. 그럼 다군은? 잘 알아뒤야 해. 다군에는 정말 지원할 대학 자체가 없어. 있다 하더라도 국민대 실기와는 전혀 다른 실기를 준비해야 해. 그걸 2안, 3안이라 생각하고 그 실기까지 준비했다면 내 입시는 완전히 망했겠지. 국민대 실기 하나만 준비해도 내 수능은 점점 하향세였는데, 다른 대학 실기까지 준비한다고? 실기 유형 하나를 더 해야 한다고? 정말 답이 없었을 거 같아. 많은 학생들이 답 안 나오는 준비를 하고 있을 거야. 정말 좋지 않은 선택이라고 꼭 말해주고 싶어. 빨리 그 틀 안에서 벗어나기를 바랄 뿐이야.
3. 현명한 선택
Q. 그 미술학원도 계속 다녀서는 안 될 상황이었다. 또 다시 미술학원을 옮겨야 할 상황에서 자신에게 맞는 학원을 어떻게 찾았나?
A. 정보를 엄청 알아보고, 여기저기 최대한 수소문을 해봤어. 노력 끝에 서울대와 홍대를 둘 다 합격하신 선배분의 어머니와 연락이 닿게 된거야.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연락하라고… 너무 감동받아서 울 뻔했어. 내 사정에 대해 말씀드리니까 그런 사정을 너무나도 잘 알고 계시더라고. 미술학원들이 무작정 실기만 시키기 위해 짜놓은 불필요한 교육에 대해 매우 좋지 않게 생각하고 계셨어. 엄청 공감이 가더라고. 대화 끝에 입사미에 한번 가서 상담해보라고 추천해주셨어!
Q. 입사미에서 상담은 어땠나?
A. 어머님 말씀을 들을수록 뭔가 학생부 종합에 힘을 쏟고 싶어졌어. 자문을 구할 데가 없어 난감하던 나에게 찰떡인거야. 바로 상담에 가봤지! 가 보고 무릎을 쳤다, 정말. 게다가 상담 날에 쌤께서 서병수 선생님이 쓰신 책을 주셨는데 거기 있는 선배들의 수기가 너무 절절하게 내 얘기인거야.
Q. 그 수기를 읽고 이제 본인이 수기를 쓰게 되었다.
A. 올해 내가 이 수기를 쓰게 될 줄이야. 그때 만약 다니던 미술학원에서 실기만 계속했더라면 내 인생이 어떻게 되었을까?
지금 이 시기에 합격 수기를 쓰고 있는 게 아니라 학원에서 다시 일년 더 입시를 준비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면 끔찍해진다. 입시는 정말 올바른 선택이 중요한 거 같아. 난 운 좋게 확실한 정보를 주신 합격생 어머님을 만나게 되었고, 제대로 된 선택을 해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거 같아. 중요한 시기에 큰 도움을 받았던 것처럼 나도 더 많은 사람들 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 이 인터뷰가 좋은 선택을 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
Q. 입사미에 가서 어떤 방향으로 전략 수정을 했나?
고2 때까지만 하더 라도, 고3 때공부 열심히 하면 수능이 오를거라 믿었어. 아 물론 열심히 하면 오를 수도 있겠지. 하지만 우리는 고3이 되면서 실기를 더 많이 하게 되잖아. 특히 여름방학 때는 공부할 시간이 전혀 없었어. 실기 특강이다 뭐다 하느라 공부할 시간이 거의 없어지더라고. 시간 뿐 아니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 집에 오면 지치고, 미술학원 가면 스트레스 받고… 내가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 동안 인문계 아이들은 그 시간에 정말 치열하게 공부를 할 거란 말이야. 절대적 시간량 자체가 부족한데, 무조건 성적이 오를거라 가정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는 판단을 했어. 그래서 나는 정시보다 수시를 택한 거였어.
Q. 대부분의 학생들은 그래도 정시를 택하는 것 같다. 본인도 정시에 집중했더라면 어떤 결과를 얻었을까?
A. 내가 만약에 기존 미술학원에서 계속 실기만 준비했다면 일단 수시는 광탈했겠지. 꾸역꾸역 정시를 준비했겠지만… 그마저도 떨어졌을 것 같아. 정시는 너무 위험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것 같아. 기복이 있는 실기 실력 과 낮은 수능 성적, 정시에 적합하지 않은 두 요소를 모두 갖춘 나… 이도 저도 아닌 상황이 되었겠지. 잘 다듬으면 수시에서 층분히 합격할 수 있 는 성적과 생기부를 날리고, 가능성도 거의 없는 정시를 했다면… 와… 끔찍하다.
미술학원을 그만둘 때 나는 이렇게 생각하고 거기서 빨리 벗어날 수 있었어. 하지만 대부분의 친구들은 그냥 잘 되겠지 하고 미술학원을 계속 다니더라고. 실제로 정시 합격 결과는 좋지 못할 게 뻔한데… 정시는 재수생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잖아. 조금만 생각해봐도 당연히 그렇다는 걸 알았겠지. 나도 만약 정시까지 갔더라면 분명 재수를 했을 거야.
난 그래도 내신이 괜찮았으니 탈출구가 있었지만 미술학원 다니면서 내신까지 망가뜨린 대부분의 아이들은 정말 대학 가기가 힘들 수밖에 없어. 실제로 실기 전형으로 대학 간 친구들은 거의 없더라고. 그렇게 열심 히 했는데도. 이걸 꼭 알아야 해! 미술학원에서 시키는 대로 실기만 하다 보면 진짜 망할지도 몰라. 그런데 그건 네 잘못이 아니고 무조건 지는 게임을 선택하도록 만든 사람들의 잘못이야. 말 안 해도 누구인지 알겠지? 속지 말았으면 좋겠어. 조금만 더 이성적으로 생각해 보길 바랄게.
4. 진심을 담은 서류
Q. 입사미의 서류 교육은 이전 미술학원들과 어떤 점에서 달랐나?
A. 이전 미술학원에서는 서류 교육이라기보다는 대신 써준다고 했지. 놀랍게도 전에 다녔던 두 학원 모두가 그랬어. 서류를 어떻게 써야 할지 몰랐던 나는 처음엔 '오, 좋은데?' 싶었어. 근데 뭔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계속 드는 거야. 거짓말로 쓰면 걸릴 것 같은 거야. 뭐든지 진심이 들어있어야 통하지 않겠니? 그런데 입사미는 서류를 스스로 쓰게 만들어줘. 쓸 수 있는 생각이 들게끔 도와준다거나 감을 잡아준다고 해야 하나?
Q. 어떤 서류가 좋은 서류라고 생각하나?
A. 내가 처음에 혼자 썼던 서류를 보면 가관이야. 진짜 일단 너무 길고 말이 많아. 온갖 있어 보이는 단어들은 다 갖다 썼었지. 입사미에서는 말을 억지스럽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런 겉치레를 다 없애 나갔어.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줄 수 있게 만드는 것 같아. 처음엔 '뭐야 좀 있어 보이게 써야 하는 거 아닌가?' 싶었어. 뭔가 더 어렵고 고상하게 쓰는 게 좋을 것 같았거든. 하지만 입사미에서는 오히려 어려운 표현, 현학적 표현 등은 배제하고 쉽고 간결하게 내 생각을 서술할 수 있도록 도와줬어. 일단 내가 최초합으로 붙은 걸 보니, 그게 확실히 좋은 방향이었던 거 같아. 화려한 말보다는 진정성이 중요한 것 같아.
Q. 진정성을 찾는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A. 아무래도 진정성을 갖기 위해서는 스스로에게 많은 질문을 해보고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한데. 나는 스스로에게 무슨 질문을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었거든. 그런데 입사미에서 그런 틀을 잡아줘서 나는 그 답을 찾아가면 되니까 훨씬 수월했어. 또 제일 중요한 건... 나는 그 답을 누가 대신 써주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
Q. 면접 준비는 어땠나?
A. 우선 되게 자아성찰을 많이 하게 됐었어. 나의 내면을 탐구하는 시간... 나는 왜 미술을 할까... 근데 나는 이게 너무 마음에 들었던 게 항상 고민했던 부분이었거든. 면접에서 이런 질문을 하면 어떡하지? 하고. 시뮬레이션 했던 질문들의 근본적인 뿌리가 다 이런 깊은 고민을 해보지 않으면 진정성 있게 대답할 수 없는 것들이었어. 그런데 나는 그 진정성을 갖고 싶어서 애를 쓰고 있었거든. 겉핥기 같은, 면접을 위해 급조한 가짜 대답들 말고 진심으로 대답할 수 있길 바랐는데 입사미에서의 면접 준비는 그런 부분을 캐치해줘서 너무 좋았어.
5. 안될 것에 대비하지 말고 될 것에 집중하라!
Q. 입시 치르고 느낀 점이 있나? 입시생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어떤 말일까?
A. 홍대를 지원하기로 했으면 홍대에 집중했으면 좋겠어. 홍대 안될지 모르니까 2안, 3안까지 준비해야 된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그건 잘못된 생각인 거 같아. 막상 입시가 불안하니까 그 말에 혹할지도 몰라. 근데 입시를 치뤄보면 알게 될 거야. 불필요한 불안감 때문에 정말 중요한 걸 놓치면 안 돼. 특히 수시 끝나기도 전에 정시 걱정하지 마! 괜히 수시 서류 전형만 하면 무서우니까 억지로 실기 꾸역꾸역 하다 보면 서류도 떨어지고 실기도 떨어진다. 이도저도 아니게 돼. 한 우물만 파. 제발!
Q. 그렇다고 정시를 완전히 포기할 수는 없지 않은가?
A. 정시 준비는 수능이라 생각하고 수능에 집중하는 게 좋아. 어차피 수능 점수 안 나오면 정시 지원도 의미가 없잖아. 수능 점수 잘 나오면 정시에 홍대 또 넣을 수도 있어! 이렇게 준비하는 게 합격 가능성이 휠~씬 높은거 같아. 우리 학교는 물론이고 예전 실기 학원 같이 다녔던 친구들만 봐도 입시 결과가 정말 좋지 못해. 실기로 대학 간 경우는 정말 거의 없어. 특히 인서울로 가는 경우는 적어도 내 주변에서는 못 본 거 같아. 대학 간 친구들은 거의 학종으로 붙었어. 재수생 상황은 내가 잘 모르지만 적어도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는 그렇게 봐도 될 거 같아.
Q. 서류와 면접에 대해서도 해줄 말이 있나?
A. 그리고 서류나 면접에서는 진심을 보이려고 노력하는 게 좋은 것 같아. 괜히 있어 보이려고 그럴듯한 말로 꾸미다 보면 나중에 수습하기 힘들어져. 초반의 내가 그랬지. 남의 서류 어떻게 썼나 기웃기웃대면서 어떻게든 티 안 나게 베껴보려고 했었는데 그러지 말자! 실기 학원에서 홍대 준비시켜준다고 철썩 같이 믿지 말고. 제대로 된 서류를 준비하기 바랄게. 진짜 서류는 자기 생각을 찾아주는 과정이 담겨야 할 것 같아. 그런 학원이 좋은 학원이야. 내가 전에 다닌 미술학원에서는 서류를 그냥 글짓기 정도로만 생각했던 것 같아. 그에 반해 입사미는 내 생각을 찾아 나가는 데 큰 힘이 되어줘서 좋았던 거 같아.
Q. 미대입시를 준비하면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
A. 가장 중요한 건 내신과 학교생활... 알차게 살아둬! 있는 거는 다 해둬! 나중에 입시가 훨씬 쉬워질 거야. 난 수시로 갈 수 있는 탈출구가 있어서 다행이었어. 하지만 미술 하게 되면서 학교생활을 완전히 등진 애들도 많아. 그런 친구들은 정말 대학 가기가 힘든 게 현실이야. 결국 재수를 해도 모든 학생들이 또 정시 실기로 지원하게 될 거잖아. 재수생. 삼수생들끼리 경쟁하는 거니까. 쉽지 않은 거 같아.
Q. 끝으로 비교과 활동에 대한 팁을 준다면?
A. 동아리도 만들면 좋아. 나 같은 경우에는 동아리를 만들어서 내가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프로젝트들을 진행했거든. 학교생활로는 채울 수 없는 것들을 동아리 프록트로 진행했어! 이게 진짜 내가 봐도 서류나 면접에서 먹어준 것 같아. 그리고 뭐 포스터나 유씨씨 이런 것도 좋은데 좀 색다른 매체로 활동해보는 것도 좋아. 나는 의미 있는 배지를 디자인하고 실제로 주문도 넣어서 제작했었거든.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에도 올리고. 이게 되게 마음에 들었어. 대학 가서도 써먹었는데 반응이 좋았단다.
활동 반경을 좀 확장해 봐. 무슨 활동을 하든 좋아하는 걸 바탕으로 시작하는 게 좋은 것 같아. 나 같은 경우는 영화를 많이 써먹었는데 서류나 면접 준비할 때도 내가 더 신나서 쓰게 되더라고... 너의 오타쿠스러운 성향을 뽐내보렴. 꼭 합격해서 홍대에서 보자!!
본인의 미대입시 준비 과정을 돌아본다면?
🏆
강세원
홍익대학교 디자인학부
1. 전략
Q. 본인의 미대입시 준비 과정을 돌아본다면?
A. 난 미술학원을 다니기 시작한 게 미술을 시작한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 그냥 그림이 한번이라도 내 일상이 된 적이 있다면 그때부터가 미술을 시작한 게 아닐까? 난 어렸을때부터 늘“난 절대 회사에서 서류 치고 있는 사람이 되지 않을거야!너무 지루하잖아?”라고 말하고 다녔어.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초등학교때부터 미대를 가고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한국 최고의 미대라고 불리는 홍대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늘 했었던 것 같아. 그러다가 중2때, 지인의 미술수업을 해주시는 선생님을 만났어. 선생님이 집에 오시거나 내가 선생님 집에 가서 4명이서 수업하는 방식이었어. 나는 다른 입시미술 학원을 다니는 친구들이 하는 소묘, 기초디자인, 발상의 전환같은 것에 집중하지 않았어. 내 상상속의 동물들을 그려보고, 한 그림을 다양한 화가의 방식대로 그려보고, 터져나오는 아이디어들을 정돈하는 방법이나 예술하는 사람으로서 지녀야 할 것들에 대해 배웠던 것 같아. 미대입시 준비한다는 애들 사이에서 나만 자유롭다는 느낌이 들어서 가끔 회의감이 들기도 했지만, 미술에 대한 내 열정과 애정을 더 키울 수 있었던 수업이었어. 그리고 나는 일반 입시학원에서 논술 수업을 꾸준히 받았었어! 인문학에 대해 공부하니까, 그림을 그리거나 아이디어를 내는 데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되더라구. 그러다가 고2가 되면서, 홍대뿐만이 아니라 서울대와 이대 등 한국 탑인 대학들은 다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 열정이 넘쳤던 시절인 것 같아.
Q. 홍대 준비는 어떤 방식으로 하게 되었나?
A. 홍대 준비를 위해 대형학원들의 커리큘럼이나 교육과정에 대해 상담을 받아본 적은 있어. 그리고 많은 내 친구들이 대형입시 학원을 다녔었고, 생생한 경험들을 보고 들었어. 나도 상담을 갔는데, 홍대 준비반이라는 게 따로 있더라. 나는 혹해서 들어갈까 했어. 그런데 커리큘럼을 들어보니까 뭔가 이상하더라고. 그때가 고2여서 학생들이 대부분 주 4회정도 나와서 하루 4시간 정도 그림을 그리고 가는데, 홍대 준비반은 주말 이틀을 하루에 6시간 씩 총 12시간을 그린다는거야. 1주일에 투자하는 시간으로 치면 거의 차이가 안나잖아? 조삼모사도 아니고 이건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 그냥 이름만 홍대반일 뿐, 가르치는 내용도 똑같은 그림그리기 훈련밖에 시키지 않는다는 것도 알게 되었어.
Q. 실기 학원의 경우 무늬만 '홍대 준비반'인 경우가 많다. 어떤 점을 유의해야 하나?
A. 맞아. 홍대가고 싶어 하는 심리를 활용해서 학생을 모집 한 뒤, 결국 실기를 시키는 경우가 많은 거 같아. 심지어 홍대는 내신이 중요한데, 내신기간까지 실기에 예외가 있는 게 아니더라고. 학원 말을 믿고 끝까지 다닌 내 친구들은 1학년때는 성적이 괜찮았는데, 3학년이 되니까 도저히 어느 대학에 내밀 내신이 아니게 되더라고. 학년이 더 올라가니까 학원에서는 주 6회를 부르고, 과제를 줘서 애들이 과제하느라 새벽 3~4시에 잠들고, 학교 와서도 부족한 잠을 자던지, 과제를 마저 하던지 둘 중 하나더라구. 공부는 완전히 놓게 되는거지. 그래서 내신도 안되고, 그렇다고 실기도 엄청 잘하는 것도 아니고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 애들이 많았어. 결국 입시 결과도 좋지 않았고.. 나도 그렇게 했다면 어떻게 됐을 지 상상이 안 돼. 아마 갈 곳 잃고 방황하지 않았을까 싶어. 지금까지도 방향을 못 잡고 있었을 수도 있지.
Q. 남들과 다르게 한다는 것이 불안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나?
A. 입시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좀 불안했었어. 애들은 주 6회 학원에 가서 그림 그리고, 심지어 숙제를 받아와서 학교에서도 그림만 그리더라고. 내가 목표가 홍대인데 얘네랑 경쟁해서 이길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 엄마 친구분 딸 소개로 입사미를 알게 되었고, 그곳에 가서 도움을 받아보는 게 어떻겠냐는 말을 들었어. 알아보니 홍대 보내는 걸로 유명하더라고. 그래서 무작정 찾아갔지. 가면 나한테 무슨 말을 하실까 걱정했어. 내가 거쳐온 방법들이 틀렸다고 하지 않을까? 이미 늦었다고 하지 않을까? 주4회 실기 수업을 들으러 오라고 하는게 아닐까?
일단 모든 걱정들을 안고 상담실을 들어갔는데, 나한테 물어보시더라고. “왜 미술을 하고 싶고, 어떤 미술을 하고 싶은건데?” 난 너무 당황했지. 보통은 바로 스펙부터 물어보고, 바로 서류작성을 시작할거라고 생각했거든. 난 미술에 애정을 쏟은 시간이 긴만큼 자신있게 대답했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디자인을 하고 싶어요.”그랬더니 “왜 디자인이 사람들과 소통해야 되는데?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뭔데?”라고 날카롭게 질문하시더라고. 난 그때 깨달았어. 내가 입시에 맞춘다고 겉만 꾸미는 것에 너무 집중했다는 것을. 그리고 나한테 실기에 집중하지 말고 공부에 집중하라고 하시더라고. 입시미술학원인데 공부에 집중하라는 말에 처음엔 당황했지만, 이 말 덕분에 나는 이곳을 믿어도 되겠다는 확신이 생겼어. 내가 틀리지 않았다는 믿음을 줬고, 진짜 나를 발견하고, 발전시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
Q. 입시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원인이 무엇이라 생각하나?
A. 틀에 갇혀있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아. 나는 늘 기존 입시학원들에 대해 문제의식을 늘 가지고 있었어. 어렸을때부터 같은 꿈을 가진 친구들이 입시미술학원에 가더니 스킬만 화려해지고, 자기만의 그림 하나를 제대로 못 그리더라고. 그리더라도 다들 비슷한 그림들만 그리고 있는 모습에 난 꽤나 충격을 받았었어.
난 시사에 관심이 많았어서, 시사를 보고 스크랩하고, 문제가 있다면 이를 해결하는 디자인 아이디어를 내보기도 하고, 사회를 비판하는 그림을 그려보기도 했었어. 그게 아니면 그냥 자유주제로 내가 그리고 싶은 것들을 마음껏 그렸지. 다만 어렸을때처럼 아무 생각 없이 그린 그림들은 아니었어. 내 그림 속의 작은 요소들에도 의미 부여를 하기 시작했고, 그러다보니 그림 한장이 많은 이야기들을 가지게 되더라고. 이게 나중에 홍대 면접 가서 빛을 발한 것 같아. 면접 때 그린 그림 속의 이야기를 내가 신나서 막 말하니 면접관님들의 표정이 밝아졌던 기억이 나. 그리고 그림에만 집중하지 않고, 시간 배분을 잘한 것 같아. 그림은 주말에만 잠깐씩 그리고, 평일에는 내신과 수능공부만 했었어. 그러다보니 주말에 그림 그리는 시간이 되면 너무 신나더라고. 덕분에 그림을 그린다는 건 나에게 부담을 주는 행동이 아닌, 그냥 너무나도 즐거운 작업이었어.
Q. 홍대는 물론 이대까지 합격했다.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A. 마찬가지로 틀에 갇혀있지 않았고 진솔했기 때문인 것 같아. 미대생은 미술만 해야 한다.라는 틀 말이야. 난 학교활동이나 봉사활동이나, 미술관련된 것에만 집중하지 않았어. 난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았어서 캠페인도 많이 하고, 요양원도 다니고, 장애인근로 센터도 다녔어. 미대생은 국영사만 챙기면 되지. 라는 말도 무시했어. 난 수학이나 과학을 뛰어나게 잘하지는 않았어도, 싫어하지는 않았어. 그래서 내신도 버리지 않았고, 교내 수학대회나 과학대회도 막 나갔었어! 수상을 많이 하지는 않았어도, 좋은 경험이 되더라고. 이런 좋은경험들은 나중에 미활보에도 자연스럽게 들어가더라!
이러한 과정들을 모두 미활보에 담았는데, 교수님들이 내 생기부와 미활보를 통해 “얘는 정체성이 뚜렷하네.”라고 판단하지 않았을까 싶어. 난 거짓으로 미활보를 꾸며내지 않았거든. 미활보나 생기부에 겉멋만 잔뜩 든 학생들은 결국 면접때 대부분 실패를 겪었던 것 같아.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이 왜 그렇게 유명한지 새삼 느끼게 되더라ㅋㅋ
Q. 미대입시=실기 라고만 생각하고 실기만 하는 학생들이 많다. 이들을 위해 진심어린 조언을 해준다면?
A. 표현력이 좋으면 좋지. 하지만 그림의 메세지도 동시에 중요한것 아닐까? 대다수의 입시미술 학원에서 배우는 것은 잘 그리는 것에만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모든 학생의 생각을 다 똑같이 만들어 버리는 것 같아. 겉멋만 잔뜩 든 그림인거지. 이런걸 주4~6회나 한다는건 스스로를 망치는 일 같아. 속에 든 게 없는 그림은 결국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 애초에 미술이라는 게 그림의 퀄리티가 가장 중요한거면 홍대가 실기전형을 적극 추진하지 않았을까? ‘왜 면접 때 그림 그릴 시간을 24분 밖에 안줄까?’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고 봐.
내가 합격한 친구들의 그림도 다 봤는데, 그림실력 자체는 평범한 애들이 많아. 근데, 그림의 내용들을 들어보면 정말 입이 떡 벌어지더라구.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하지? 어떻게 생각이 저렇게 깊지? 싶어. 자신만의 철학을 가진 애들이 정말 많더라. 미대 상위권을 가고 싶어하는 친구들은 나중에 사회에서도 성공하고 싶은 마음이 큰 거잖아. 근데 요즘 트렌드를 보면, 작가가 아닌 이상 가장 위에 있는 사람은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이더라고. 그러면 나머지 분들이 그걸 기술적으로 표현해주는 일을 하시더라. 어쩔 수 없이 실기 전형을 봐야한다면, 실기에 집중하는걸 피할 수는 없지만, 조금은 그 그림들 속에 너희만의 이야기를 담아보려고 노력해봤으면 좋겠어.
Q. 미술을 시작하는 학생들에게 해줄 말이 있다면?
A. 미술을 계속 하더라도, 처음 미술을 시작할 때의 열정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림은 너희를 표현하는 하나의 방법이지, 너희를 억누르는 게 아냐. 나중에 그림의 노예가 되지 않았으면 해. 그리고 미술을 한다고 미술에만 집중하지 말고, 영화가 좋으면 영화도 보러 다니고, 여행도 다니고. 친구가 좋다면 다양한 친구들도 마음껏 만나봐! 미술을 제외했을때도 너희가 내세울 게 있는 사람이 되길 바라. 다양한 경험들은 결국 너희에게 큰 힘이 될테니까! 그리고 미술을 시작했는데, 미술이 너희와 맞지 않다는걸 알게 될 수도 있어. 이미 시간이 많이 지나서 돌이킬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해. 요즘 뉴스나 인턴프로그램 같은거 보면 알겠지만, 다양한 분야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결국 잘 풀리더라. 대학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 외길인생 걸어온 애들도 좋지만, 좀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이 좋지 않을까?
내신 절대 포기하지마! 절대로 절대로 내신을 포기하면 안되!! 이미 알고 있는 친구들도 있겠지만, 홍대는 내신 좋고 수능성적 잘나오면 교과로 한방에 들어올 수 있는 전형도 있다는 걸 명심했음 좋겠어!ㅋㅋ 그리고 내신이 안좋으면, 내신을 안보는 실기전형을 찾게 될거야. 실기는 3수가 기본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정도로 실력도 실력이지만 엄청난 운이 따라줘야 하는 과정이야.. 너희가 많이 상처받을 수 있어.
이 얘기들을 들으면 절망할 수도 있어. 하지만 고등학교 생활을 고통스럽게 빡빡하게 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 틀에 얽메이지 말고, 학교의 시스템만을 따라가지 말고 너희가 스스로의 방향을 제시하다 보면 힘들어도 즐거운 학교 생활이 될거고,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좋은 위치에 있을거야. 이 과정들을 조금은 즐겼으면 해!
Q. 홍대 지원을 망설이는 학생들에게 해줄 말이 있다면?
A. 미대를 지망하는데, 한국 최고 대학이라는 데는 한번 도전이라도 해봐야 하지 않겠어?ㅋㅋ 미대 지망생들은 사실 수시때 6개 다 쓰는 경우가 많지는 않아. 그러니까 써봐! 대신, 쓴다면 스스로에 대한 고민을 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으면 해. 어려운건 아니잖아? 부모님도 좋고, 친구들이랑도 얘기를 해보면 도움이 많이 될거야. 입시때 겁먹지 말고, 한번 불도저처럼 밀고 나가봐! 그래야 후회하지 않을거야
2. 면접
Q. 홍익대 면접 고사 내용을 말해달라.
A. 대기실이 꽤나 많았는데, 다 학생 수가 다르더라. 수능 보고 최저를 못 맞췄다고 판단한 애들이 안 온 것 같았어. 나의 경우 12명씩 들어갔어. 들어가면 면접순서를 알려주는데, 무작위 추첨이었어. 그리도 대기하는 동안 아무 자료도 못 보게 했어. 자는 친구도 있었고, 멍때리는 친구들도 있었고 면접 주의사항 종이 뒷면에 낙서하는 친구들도 있었어. 난 나눠준 종이 뒷면에 내가 준비했던 자기소개, 지원동기, 인상깊은 책의 답변들을 쭉 적어나가면서 생각을 정리했고, 난 1시간30분정도 그렇게 대기했어. 이름이 불려서 강의실 뒤편에 있는 문제푸는 부스 안에 들어갔고, 연필 2자루와 지우개를 받고 24분동안 문제를 풀었어. 안에 시계는 없었고, 끝나기 3분전과 끝났을때 밖에 있는 도우미분이 말해주셨어. 첫번째 문제는 3가지 사진을 주고 비교분석하는 문제였어. A.몬드안과 패션콜라보 작품 B. 앤디 워홀의 수프 캔 C. 쿠사마 야요이의 잡화점 공간디자인 사진이었어. 문제지를 한손에 들고 면접관님들한테 보여주면서 설명했어야 했어. 첫번째 문제부터 설명해보세요.라고 하셨어. “공통점부터 살펴보면, 첫번째는 모두 실생활이 담겨있다는 것입니다. A의 경우 의상이고, B의 경우는 사람들이 실제로 먹는 수프 캔이고, C는 실제 사람들이 거니는 공간을 디자인했기 때문입니다. 두번째는 모두 간단한 색채를 사용했다는 점인데요, A의 경우 기본 삼원색만을 사용했고, B와 C는 레드색상과 화이트 색상만을 사용했습니다. 세번째는 변형이 이루어졌다는 것인데, 이때 차이점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A의 경우 기하학적 평면그림이었던 몬드리안의 작품을 패턴으로 재해석해 이를 의상디자인으로 활용했는데, 평면을 입체로 바꿨습니다. B는 실제로 먹는 입체적인 수프 캔을 평면적으로 나타냈습니다. C는 원이라는 기본 조형요소를 반복하고, 크기의 변형을 통해 공간감을 나타냈습니다. 평면으로 입체를 나타낸 것이죠. 그리고 각각의 작품을 살펴보면,(여기서부터는 이미 알고 있던 작품내용이나 작가의 특징들을 말했어!) A는 기하학적인 무늬이지만 생명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마치 화려한 도시를 높은 곳에서 내려다본 느낌을 줍니다. B는 평소에 우리가 보던 것을 강조함으로서 너희가 이 대상의 본질에 대해 알아?라고 묻는 것 같으면서 복제가 이루어지는 산업혁명시대를 비판하는 느낌도 듭니다. C는, 우선 쿠사마 야요이는 어렸을 때 부모에게 학대를 당해 세상의 모든 것들이 점으로 보이는 병을 가지게 됐는데요, 이 작품을 통해 그녀만의 독창적인 세계관을 엿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다양한 크기의 원들을 굉장히 많이 사용했다는 점에서 잡화점의 특성을 잘 살린 것 같습니다.”라고 답했지. 얘기할 때, 조금 긴장되기도 하고, 아는 작가가 나와서 반가움에 흥분상태여서 그런지 중간중간 좀 버벅댔어. 쿠사마 야요이를 쿠사마 ‘뱌’요이라고 말하기도 하는 참사도 일어났었어..ㅜㅜ
음..그러면 가장 마음에 와닿는 작품은 뭐에요? 라고 추가질문을 하셨어. 사실 완전히 당황했어. 아무것도 마음에 와닿지 않았거든ㅋㅋ 3초 정적 뒤에 “ 저는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이 와닿는 것 같습니다. 그녀는 병을 가졌고, 자신의 아픈 점을 미술을 통해 치유하고 자신만의 그림으로 나타낸다는 점에서 저는 희망을 봤습니다. 그래서 마음에 와닿는 것 같습니다.”라고 답했어. 순발력이 필요했어..ㅜㅜ
혹시 좋아하는 콜라보 작품 있어요?라고 물어보셨어. 난 평소에 콜라보 작품에 크게 관심이 없었는데, 관심 있는 척했다가 더 깊은 질문 들어오면 큰일 날 것같아서 솔직하게 말했어. “저는 사실 콜라보레이션 작품에 관심이 많지 않아서 정확히 알지는 못합니다.”라고 하니까 교수님들이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이시더라고. 난 여기서 콜라보 관심 대신 전시회에 관심이 많았던 걸 조금 어필하려고 “그런데 제가 얼마 전 다녀온, ‘이상한 나라의 괴짜들’이라는 전시회에서 김지희 작가님이 인상깊었다고 생각했었는데요, 김지희 작가님은 늘 교정기를 낀 웃고 있는 소녀의 얼굴을 그리셨는데 교정기는 사회적 기준을 의미하고 소녀의 미소는 억지웃음입니다. 진실을 말하는 눈은 욕망을 나타내는 안경으로 가려져 있구요, 저는 이게 굉장히 마음에 와닿았었는데, 김지희 작가님 특유의 장식적인 형태를 활용해 백 브랜드와 콜라보레이션한 작품을 본 적이 있습니다. 정확한 브랜드명은 기억이 안나네요!”라고 답했어. 어쩌다 보니 김지희 작가님에 대한 tmi가 되버렸는데, 그만큼 내가 전시회를 가면 정말 진지하게, 주의 깊게 보고 온다!라는 걸 어필하려고 했어.
이제 두번째 문제로 넘어갔어. 문제는 앤디 워홀의 BRILLO박스가 중앙에 있었고, 나머지는 자유 상상해서 그림 그리는 방식이었어. 나는 정장 입은, 거대한 뚱뚱한 윤기 나는 남자가 박스 위에 앉아서 돈을 날리고 있고, 박스를 기준으로 가로선을 그려서 박스 위는 도시, 박스 아래는 지하인데, 지하에 있는 사람들이 서로 기어오르면서 박스를 받치고 있는 그림을 그렸어. 시간이 부족해서 도시는 그냥 네모난 건물 두어개랑 구름 그리고, 지하에 있는 사람들은 흔히들 말하는 졸라맨처럼 그렸어.
학생이 그린 작품에 대해 설명해줄래요? 라고 하셔서 설명했어. “네, 저는 우선 박스에 나와있는 영어 글자들을 살펴봤습니다. 첫번째 제가 발견한 것은 GIANT SIZE었고, 두번째는
SHINES ALUMINUM, 즉 알루미늄에 빠르게 광택을 낸다는 것이었습니다. 광택을 낸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자연 그대로의 상태를 보는 것이 아니라 인위적으로 변형시킨다는 뜻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라고 하니까 교수님이 피식 웃으시더라고. 긍정의 의미였다고 믿고 있어ㅋㅋ! “그래서 저는 믿음이나 돈으로 시민들을 현혹시켜 혼자 반짝반짝 빛나려는 일부 기득권층을 비판하고자 했습니다. 먼저 보시면, 그림은 하늘과 지하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국민들은 지상으로 나갈 길이 오직 BRILLO박스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헌신적으로 박스를 받치고 있는 반면, 박스에서 나온 기득권층을 나타내는 굉장히 뚱뚱한 남자는 윤기가 나고, 그는 돈이나 뿌리며 놀고 있습니다.”
그러면 이 그림을 채색한다면 어떻게 할거에요? “ 우선 기득권자는 시야가 넓게 세상을 바라볼 수 있기 때문에, 몬드리안의 작품처럼 화려한 색들을 활용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시민들이 있는 지하세계는 어둡고, 그들이 볼 수 있는 것은 오직 브릴로 박스로 시야가 좁기 때문에 희미한 흰색으로 흰색 빛만 보이게 할겁니다.”사실 당황해서, 뻔한 내용을 말하게 됐어ㅜㅜ그래서 문제1번의 몬드리안 작품 속 화려한 도시를 조금 언급했었지!
이제 문제 질문은 끝났어!
좋아하는 그래픽 디자이너나 뭐..그런거 있어요? 내 생기부에 3학년 진로희망사항은 아트디렉터였어! “그래픽 디자이너는 없구요, 존경하는 아트디렉터님은 있습니다. 늘 독특한 인터렉션 디자인으로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려 하는 아트디렉터인 이지철님을 존경합니다. 그 분은 다양성을 추구하는 마인드를 가졌는데, 그가 직접 창립한 회사인 자이언트 스텝의 모토가 ‘하고 싶은 것은 마음껏 하라!’ 라는 자유로움을 강조하는 것을 볼때 이를 알 수 있습니다. 그는 늘 다양한 사람들의 협업을 이끌어내고, 다양한 분야의 융합을 꾀하기에 데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아트디렉터셨습니다.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을 정확하게 파악해 끊임없이 자신의 역량과 전문분야를 넓혀나가고자 노력하는 부분이 존경스러웠습니다.”이 질문은 미리 준비해둔 거였어! 홍대 면접때 존경하는 사람을 많이 물어보더라구. 준비한 말을 할때, 외운 티가 안나게 일부러 조금씩 뜸을 들이면서 고민하는 척을 했어!ㅋㅋ 정말 약았지만, 외운것처럼 보이는 건 안좋기 때문에 약간의 연기가 필요해!
음..자이언트 스텝이 뭐하는 곳인지는 알죠? “네! 자이언트 스텝 자체가 다양한 분야로 구성돼있고, 그만큼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 이번에 평창동계올림픽에서는 태극공연의 CG를 담당해 외국인들이 한국에 대해 가지고 있던 안좋은 편견들을 깨고,한국의 고유성을 나타낼 수 있는 작품을 기획했습니다.”질문이 되게 날카롭지? 사실 굉장히 당황했어.. 존경하는 인물을 준비할 때, 진짜가 아니라 설정이라면 그 사람의 업적까지 확실하게 알도록 해! 그리고 알고보니 이 질문을 하셨던 교수님이 학교에 영상전공을 가르치시는 분이더라고..정말 놀랐는데 홍대 미대 교수님들은 정말 아는 것도 많으시고 경험도 많으셔서 철저하게 준비해가야해! 수박 겉핥기 식으로 준비해가면 교수님이 바로 알아 채실거야.
시간이 30초 남았는데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있어요? “네! 저는 미술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켜 사람들의 뜨거운 가슴을 차분하게, 차가운 가슴은 따뜻하게, 피끓는 분노는 감동으로, 모든 절망은 희망으로 바꿀 수 있는 미술을 하고 싶습니다. 저는 홍익대학교 미술자율전공학과에 합격해 이런 제 꿈을 이뤘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하니까 웃으면서 나가보세요~하시길래 “네!! 감사합니다!!”하고 소리지르고 나왔어ㅋㅋ 면접이 잘 풀렸다고 생각해서 흥분상태였거든..
내가 면접을 보면서 느낀건, 자신감이 제일 중요하다는 거야. 네가 말하는 것에 확신이 없더라도 당당하게 말해! 그럼 교수님들도 그냥 웃으면서 끄덕끄덕 해주시더라구. 그냥 오구오구 식으로 느껴져도ㅋㅋ그래도 분위기가 싸해지지는 않더라구. 난 그냥 계속 긍정에너지를 뿜으면서 면접 봐서 분위기는 되게 좋았어! 분위기가 중요한 것 같아. 그리고 이번 면접때 나온 작품의 작가들을 난 미리 알고 있어서 수월했다고 봐. 내가 모르는 작가가 나왔으면 팩트랑 감상을 같이 말하는 게 아니라 감상만 주구장창 말했을거야..난 면접 준비할 때, 다른학교 친구들의 미술교과서들을 모아서 작품들 쭉 보면서, 감상을 말로 하는걸 연습했어! 모르는 작품이 면접 때 나올 수 있으니까!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작가들도 한번씩 조사해보고 노트에 정리했었어.
3. 서류
Q. 입사미의 서류교육이 어떤 도움이 되었나?
A. 입사미는 겉치장에 집중하고 있던 나에게 정신 차리라고 말해준 것 같아. 대학에 내는 미활보는 퀄리티가 높아야겠지? 내 수준은 안받아줄지도 몰라. 라는 불안감 때문에 좀 더 현학적인 표현을 찾기도 하고, 내가 했던 활동들을 더 화려하게 보이게 꾸미기도 했어. 이렇게 쓴 초안을 입사미에 가져갔을 때, 선생님이 '네가 하고 있는 말들을 네가 진짜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지?'라는 질문을 던지셨는데, 답을 못하겠더라고. 정말 10분동안 정적이 흐르다가, 내가 답을 못하겠다고 했어. 겉치레에 집중하지 말고, 너의 있는 그대로를 써오라고 하셨어. 그래서 난 거의 7시간동안 쓴 초안을 다 뒤엎고, 고민에 빠졌었어. 고민 끝에 하나하나 정말 솔직하게 써내려가다 보니, 초안을 다 쓰는 데 이번에는 정말 2시간정도밖에 안걸리더라. 선생님한테 칭찬받았을 때 어찌나 짜릿했던지..이런 게 진짜 입시구나. 싶었어. 남을 속이는 방법을 배우는 게 아니라, 나를 진솔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찾는 것 말이야! 이 마인드를 면접까지 갖고 갔어. 교수님을 속이려 하지 말고, 솔직하고 담백하게 얘기해서 교수님이 나에 대해 더 알아가고 싶게 하자!라고 생각했어. 그리고 이게 결국 빛을 발한 게 아닐까 싶어.
Q. 이전 미술학원이나 학교, 혹은 기타 학원 등에서 서류 교육을 받아 보았다면 그것과 비교해서 서술할 것
A. 사실 우리 학교는 미대를 수시로 보내는 것 자체가 내가 최초여서 베이스가 없는 상태였어. 선생님한테 개인적으로 서류 교육을 받았는데, 끝나고 나서 한숨밖에 안나오더라. 그냥 멋져보이는 예시 몇 개 주시고, 이런 식으로 해봐~가 끝이였어. 진짜 어이없지?ㅋㅋ 첨삭 받으러 가지고 가도 그냥 모범답안이랑 비교해보고.. 난 나에 대해 쓰는게 아니라, 그냥 모범 답안 속 그 사람을 각색한다는 느낌밖에 안들더라구. 그렇다고 해서 선생님에게 내가 어떤 사람인지 막 설명하려 드는건 시간낭비라고 생각했어. 왜냐하면 사실 나도 나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태였거든. 이게 입사미랑 달랐던 것 같아. 학교에서는 답을 먼저 던져줬고, 입사미는 나만의 답을 찾기를 요구했다는거야. 사실 누군가가 계속해서 나 자신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건 누구한테나 생소한 경험일거야. 그만큼 고민이 많이 필요한 과정이었어. 그리고 그 고민들이 모여서 나에게 자심감이 됐던 것 같아.
4. 기타
Q. 입시를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을 해준다면?
A. 입시를 너무 고통스럽고 두려운 과정으로만 생각 안했으면 좋겠어. 입시라는 게 고통이 없을 수 없는 거지만, 중간중간 즐기는 게 정말 중요한 것 같아. 그게 끝까지 달리는 원동력이 되거든.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라는 말이 정말 맞는 것 같아. 개인적으로 미대 입시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특권이 아닐까 생각하는데, 공부를 하다가 너무 힘들면 전시회도 가끔은 보러 다니고, 영화를 너무 좋아한다면 영화를 가끔씩 봐도 좋아. 그래도 예술을 하겠다는 사람이 문화생활을 하나도 안한다는건 상식적으로 말이 안되잖아? 대신 그냥 아무생각없이 놀러간다고 생각하지 말고, 뭘 경험하고 왔으면 보고 느낀걸 한번 쭉 써봐. 이런 게 나중에 모여서 미활보에도 들어가는 거거든! 그리고 공부를 안한 시간만큼 좀 더 열심히 하면 돼.
그리고 미대 입시를 준비하다 보면, 공부와 그림 사이에서 고민해야 하는 순간들이 정말 많이 올거야. 이럴 때는 무조건 공부를 택했으면 좋겠어. 너희가 아무리 활동을 화려하게 하고, 면접을 기똥차게 잘봐도, 수능최저를 못 맞추면 다 말짱 도루묵이거든. n수를 할거라면 준비했던 과정들이 중요한 밑거름이 되겠지만, 목표가 몇년 더 해서 성공하는건 아니잖아? 공부는 정말 놓지 않았으면 좋겠어. 너희가 계속해서 미대입시를 준비하다가, 고2나 고3이 돼서 미술이 정말 안맞아서 길을 바꿔야 할때도, 내신이나 수능이 잘나오면 다른 과를 교과로 써도 돼. 공부를 챙겨두면, 갈 수 있는 길이 정말 많아져. 쉽지 않은 과정이겠지만, 대학이 절실하다면 너희에게 길은 열릴거라 믿어!
대학에 막상 와보니, 자기는 어렸을 때부터 미술밖에 안해서, 미술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할 줄 아는 게 미술밖에 없어서 미대를 왔다는 친구들도 있더라고. 마음이 아프더라. 정말 미대가 절실한데도 못 온 친구들이 생각나서 마음이 아프고, 힘들게 대학 와서도 방황하는 그 애들의 허무함 때문에 마음이 아팠어.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너희가 진정 원하는 것을 찾고, 그 길로 갔으면 좋겠다는거야. 부모님의 강요로 미술을 택한 애들도 분명히 있을거야. 대학에 와보니, 수업과정들이 미술을 억지로 한 애들이 결코 견딜 수 있는 과정이 아니더라. 그래서인지 휴학하거나 자퇴하는 사람도 은근 많아. 너희가 미술을 진정 좋아한다면 이 길로 그대로 가도 좋아. 하지만 그런 게 아니라면 한번쯤 고민해보는 게 좋을 것 같아. 대학 와서도 방황하는 친구들이 많아서 하는 말이니 꼭 새겨들었으면 좋겠어!
Q. 끝으로 하고 싶은데 하지 못한말이 있다면?
A. 입시 과정을 꼭 대학에 가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미래의 나를 위한 기초 토대를 쌓는다, 즉 준비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아! 너 자신을 게임처럼 점점 레벨업시키는 느낌이 들면, 입시라는 과정이 나름 재미있게 느껴질거야. 실기능력, 드로잉이나 채색은 너희의 생각을 전달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야. 수단에 집착하지 말고, 너희의 본질, 알맹이라고 부르지? 너희의 생각을 키우는 데 중점을 두는 게 좋을 것 같아. 자기 주관이 뚜렷한 게 너희 스스로에게도 좋고, 교수님들도 좋아하셔! 전시회도 많이 다니고, 영화같은 것도 많이 보고, 책도 읽고, 강연도 듣고! 입시를 그냥 너희 스스로를 찾아가고, 키워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어. 그러다보면 어느새 좋은 결과를 맞이하게 될거야! 대학을 와보니, 수업이 정말 자유로워. 자기만의 생각이 없으면 안되겠더라구. 교수님이 이런걸 그려라! 하시는 게 아니라, 이 재료를 이용해서 아무 주제로 자유창작해봐! 하고 그냥 냅두셔ㅋㅋㅋ정말 난감해. 평소에 자유롭게 창작활동도 마음껏 해봐! 일주일에 한번 정도는 실기를 하는 것이 괜찮지 않을까 싶어! 하루종일 말고 좀 짧게나마! 그러면서 스트레스도 풀고 그림에 대한 애정도 조금씩 생기고 그래ㅎㅎ
입시를 각자만의 방법으로 준비하고 있겠지만, 너희의 정체성이 희미해진다는 생각이 들면 바로 stop!할 줄 알아야 해. 예를 들어서 디자이너가 되고는 싶은데, 무슨 디자이너가 될지도 모르겠고, 일단 대학은 들어가야 될 것 같아서 억지로 뭔가를 하는 상황들이 반복되다 보면 스스로가 상처도 많이 받고 회의감도 들거야. 그럴때는 터닝포인트가 필요하다는 걸 명심해!
지금은 밤새 그림을 그리거나, 밤새 공부하는 것들이 정말 힘겨울때도 많을거야. 대학을 오면 똑같이 과제 때문에 야작을 하는 상황이 생기지만.. 대신 대학에서는 친구들과 다함께 치킨도 시켜먹으면서 밤새 수다떨면서 즐겁게 작업할거야. 상상만 해도 즐겁지 않니 *^ㅁ^*!!
꼭 학교에서 봤으면 좋겠어! 합격하고 이 수기를 읽었다고 연락주면 밥 사주면서 학교 생활 팁 공유해줄게ㅎㅎ 그때까지 화이팅!
수능을 망치고 정시는 어떻게 준비했나?
🏆
박00
홍익대학교 미대자율전공
1. 입시전략
Q. 본인의 미대입시 준비 과정을 돌아본다면?
A. 저는 고등학교 2학년 6월부터 미술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어요. 대형학원에서 서울대 실기를 위주로 하는 반에 들어가서 1년 반정도 서울대를 바라보며 실기를 했어요. 고등학교 3학년 6월이 되어서야 제가 홍대에 지원할 성적이 된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고3 때는 홍대 준비를 짧게 밖에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서울대 실기도 떨어지고, 수능 1주일 전 홍익대 2차 서류 심사에서도 떨어졌어요. 수능 때까지 제대로 집중을 못했어요. 이미 재수를 예감하고 있었습니다. 수능도 제가 받아보지 못했던 점수로 정말 망쳤어요. 미술학원에 제 점수를 써내면서 많이 울었습니다.
Q. 수능을 망치고 정시는 어떻게 준비했나?
A. 수능 이 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기초디자인을 처음 배워서 건대 커뮤니케이션 디자인과와 패션 디자인과, 가천대 시각디자인과에 지원했습니다. 물론 준비하면서 꼭 건대에 붙겠다는 마음으로 매일매일 열심히 했지만 건대 떨어지면 재수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좀 높게 썼어요. 홍대와 서울대를 지원했던 만큼 눈이 높았거든요.
Q. 재수 때는 어떻게 준비했나?
A. 결국 셋 다 떨어지고 바로 재수를 했고, 입사미는 재수 4월달부터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성적이 뒷받침을 해줘야 실기를 제대로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재수하는 동안에는 1달 정도 일주일에 8시간 국민대 실기를 하다가 또 성적이 불안해져서 바로 그만두고 공부와 홍대 서류에만 집중했습니다.
Q. 서울대 준비 과정을 돌아본다면?
A. 고3 때 수시를 준비하면서 내내 서울대에 치중했고 매주 금,토,일과 방학 때는 특강을 나가면서 준비했습니다. 제가 재수를 하면서 가장 후회했던 게, 고3 때 서울대에만 집중했던 거예요. 서울대의 예상하지 못하는 문제 유형과 정말 높은 경쟁률을 생각한다면 학생들이 거치기엔 너무 위험한 입시라고 생각해요. 근데 학원의 커리큘럼을 따라 배우고, 칭찬도 받고 하면서 100명 중 한명이 나일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도 들고, 전과목 3등급(수능최저)이란 말이 참 쉬워 보였어요. 실기학원을 다니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작정 모의고사 성적 3등급이 된다고 다 서울대를 준비하는 건 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또 그렇게 시키는 학원도 문제가 있는 학원이라 생각이 들어요. 저는 모의고사 볼 때만 해도 당연히 다 3등급은 나오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4등급도 나왔어요,,,
그리고 서울대는 정말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내신 성적이 되는 친구들이라면 홍대를, 내신이 부족하다면 다른 정시 학교를 우선 순위로 두고 서울대를 부로 준비하는 게 더 안전한 입시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학원들의 너무 낙관적인 말을 다 믿으면 안됩니다!
Q. 주변 친구들의 입시 결과는 어땠는가?
A. 저를 포함해서 같이 미술학원을 다녔던 친구들 대부분 재수를 했습니다. 그제서야 서울대에만 치중했던 게 후회되더라고요. 미대가 재수를 많이 한다지만 이렇게 많이 할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서울대를 잘 보내는 학원은 세상에 없습니다.. 아무리 잘 보낸다 해도, 서울대 공예, 디자인 다 합쳐봤자 35명 밖에 되지 않아요. 35명 정원에 모든 것을 걸고 입시를 하는 것을 추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합격도 어려울 뿐더러 예측하기도 힘든 학교예요. 여러분은 좀 더 똑똑한 입시를 하길 바라요.
Q. 홍대는 물론 이대까지 합격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A. 착실한 학교 생활이 중요한 거 같아요. 저는 일반고를 나왔어요. 이대는 예고가 많이 붙는다고 그래서 전혀 기대하지 못했는데 붙은 걸 보면 학교에서 꾸준하게 보여준 미술 활동과 미술 외에 영역에서도 성실하게 참여했던 게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생각해요. 저는 홍대를 쓰겠다는 생각은 고 3 6월에서야 했지만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학교에서 미술활동을 직접 만들고 챙겨서 했어요. 매 학년마다 반 친구들끼리 모임을 만들어서 각자 원하는 분야에 대한 책이나 ted강연을 보고 발표하고 서로 토론하는 활동도 했고, 수업시간에도 미술에 관련된 거라면 작은 것이라도 다 참여했습니다. 그 외에 영역에서는 학교에 모든 대회에도 나갔고, 반장이나 동아리 부장도 했어요. 저는 대회에서 거의 대부분 장려상을 탔는데 어떤 성적을 냈느냐보다 얼마나 적극적인 자세로 전반적인 학교 생활에 임했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저희 학교가 생활기록부를 좀 잘 챙겨주는 학교로 지역 내에서 유명하기도 했고, 저도 선생님들과의 관계가 다 좋아서 미술 선생님뿐만 아니라 국어, 수학, 과학 등 모든 선생님들이 세부 특기사항도 다 자세하게 적어 주신 것을 보고 학교 생활을 성실히 했다고 판단하신 것 같아요. 그리고 버리는 과목 없이 전과목 성적을 고르게 챙긴 것도 홍대와 이대 모두 합격할 수 있었던 큰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Q. 실기학원을 고민하고 있는 학생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말이 있나?
A. 저는 정말 실기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근데 어떤 실기를 할 지 잘 생각해야 해요. 미술을 하겠다고, 미대에 가겠다고 다 실기 학원에 가야 하는 게 아닌데, 저도 그렇고 대부분의 친구들이 바로 학원들의 부풀려진 광고를 믿고 실기 학원으로 갑니다. 그리고 대부분 시키는 유형의 실기를 합니다. 서울대 붙으면 정말 좋지만 학생들에게는 정말 위험한 입시라고 생각해요. 그 위험을 안고 서울대를 정말 가고 싶다면 한번 도전하는 것도 좋지만 떨어졌을 경우를 가정하고 철저하게 대비해야 해요. 무작정 시키는 실기를 할 게 아니라 나에게 맞는, 내가 올바르게 선택한 입시를 하는 자세가 필요해요.
Q. 홍대 지원을 망설이는 학생들에게 해줄 말이 있다면?
A. 객관적인 성적이 갖춰진 이상 수시의 기회를 버리는 건 아깝다고 생각해요. 경쟁률 면에서도 홍대가 상대적으로 가능성이 높은 학교이기도 하고요. 서류 쓰는 데 시간이 많이 들까봐 걱정하는 게 아마 가장 클 것 같아요. 실기하는 시간에 비하면 시간이 많이 드는 건 아니에요. 실기시간을 조금 줄이고 서류와 공부 시간을 조절한다면 충분히 서류를 쓸 수 있을 거예요.
2. 면접
Q. 본인의 면접 고사 내용을 말해달라.
A. 바로 그림 비교 문제를 풀었어요. 긴장해서 손도 많이 떨었는데 교수님께서 웃으시면서 편하게 하라고 말씀해 주셔서 긴장 풀고 면접에 임할 수 있었어요. 저는 비교를 하면서 말 순서를 정리하지 못했는데 여러분이 면접을 준비하실 때는 꼭 말 하는 순서를 정리하시는 게 도움이 되실 것 같아요. 그리고 딱 한 문장만이라도 남들이 잘 하지 않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저는 몬드리안의 작품과 그 작품이 담긴 입생로랑의 원피스의 사진을 보면서 기존의 원피스 형태와 입생로랑의 원피스 형태를 비교해보기도 했어요. 객관적인 비교를 하면서도 자신만의 생각을 보여주시길 바라요.
추가 질문 없이 바로 그림 그리는 문제 풀이를 했어요. 저는 문제를 풀면서 제가 잡은 주제가 너무 평범하다고 생각했지만 더 좋은 생각이 안 나서 그냥 빨리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앤디워홀의 브릴로 상자를 보고 저는 앤디워홀의 실크스크린을 통한 복제가 생각났고 이에서 다 똑같이 생긴 가족, 다 똑같은 모양을 하고 있는 현대인들이 생각나서 5명의 얼굴을 브릴로 상자로 똑같게 만들어서 가족 사진처럼 그렸어요. 그리고 가장 어리고 매체의 영향을 덜 받은 막내만 잭슨폴록의 작품처럼 어디로 튈 지 모르는, 다시는 똑같이 그릴 수 없는 무늬를 담은 옷을 입혔어요. 제가 하고 싶은 말을 막내에게 투영시켜서 왜 우리는 다 똑같아요? 라고 묻는, 현대인의 남을 의식하고 다 똑같아 지는 문제점을 담아내려고 했습니다. 아마 이런 주제 의식을 가진 사람이 많았을 거예요. 그래도 그 와중에 내 주제 의식을 어떻게 조금 다르게 전달할까 고민했던 게 좋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는 이 작품을 제목을 짓는다면 어떻게 할거냐, 어떤 사람이 되고 싶고 그걸 위해서 무엇을 배우고 싶냐 그런 것들을 물어보셨어요.
저는 제가 예상 질문으로 준비했던 거라서 준비한 대로만 말하고 분위기 좋게 면접이 끝났어요. 하고 싶은 말 다 하고 후회 없이 면접장을 나와서 만족했어요. 비교문제, 그림 그리는 문제는 많이 말 해볼수록 느니까 많이 연습하고 또 기본 면접 질문에 대한 답변을 철저히 준비하는 게 좋아요. 전 정말 준비한 대로 여쭤 보셔서 면접 잘 볼 수 있었어요. 면접할 때 쫄지 말고 하고 싶은 말 다 하신다면 좋은 결과 있을 거예요!
Q. 입사미의 면접 수업이 어떤 도움이 되었는지?
A. 지식 암기가 아니라 생각하는 법을 가르쳐 줬어요. 문제 풀이를 많이 해 보는 것도 면접 때 말을 유창하게 하는 데 필요하지만 입사미에서는 양보다는 질의 수업을 해요. 깊이 있게 생각해보고 그 사고의 방향을 배우는 게 도움이 됩니다. 수강생이 많은 만큼 학원에서 배운 방향을 개인이 많은 기출 문제에 적용해보고 말하는 연습을 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면접을 위해 올려주시는 영상 자료나 글들도 저는 꼼꼼히 읽고 면접 때 배경지식으로 잘 써먹을 수 있었어요.
3. 미술활동보고서
Q. 입사미 서류 수업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A. 전에 다녔던 입시 학원에서도는 한 문장 한 문장 고쳐 주셨습니다. 그래서인지 처음 입사미에서 수업을 받았을 때는 불안함이 있었습니다. 근데 상담을 거듭할수록 입사미의 방법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군가 한 문장을 고쳐주는 것보다 큰 맥락과 이야기를 담아내는 것이 더 중요하니까요. 제가 미술을 하는 이유, 디자인을 하는 이유를 찾아가는 과정이 홍대 입시에서 더 중요한 부분이라고 느꼈습니다. 입사미에서는 제 생기부를 보시면서 제가 어떤 성향을 가졌는지, 어떤 활동을 많이 했는지, 또 미술활동이 아닌 영역에서도 저의 큰 틀을 파악하시는 모습에서 믿음이 갔어요. 이 전 학원에서도 생기부를 활용하기는 했어요. 하지만 입사미에서는 생기부를 읽어내고 저에 대해 파악하는 수준이 좀 달랐던 것 같아요. 훨씬 더 깊이 있게 저에 대해 파악하고, 저에 대해 제 스스로 알 수 있게 도움을 줬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좀 힘들어요. 그냥 내가 쓴 문장을 다듬는 수준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저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해야되니 답답하고 괴롭고 힘들었어요. 하지만 그 과정이 오히려 '여긴 좀 다르다', '재밌다'는 생각으로 변하게 되었어요. 특히 종합란 작성을 할 때 입사미의 방식이 끌렸어요. ‘어렸을 때부터~’ 이런 뻔한 미술 이야기가 아니라 미술과 관련한 저만의 상상과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어서 하나의 잘 읽히는 서류가 나왔어요. 저의 성향과 제가 그리는 그림들의 큰 이야기를 끄집어 내 주시는 게 입사미의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써 내려 가는 과정에서 다시 틀어진 방향을 잡기도 하고, 조금 더 디테일하게 내가 설정한 학생으로 더 잘 보일 수 있게 수정해 나갈 방법을 함께 모색합니다. 흔들리지 않는 중심축을 잘 설정한 게 서류를 작성하면서 가장 큰 도움이 됐습니다.
Q. 마지막으로 수험생들에게 해줄 말이 있다면?
A. 내가 열심히 한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더 열심히 더 치밀하게 준비해야 해요. 공부도 다 안다고 생각해도 더 보고 더 외우고, 서류도 정말 더 이상 질려서 못 보겠어도 꾹 참고 볼 정도로 정말 내가 생각한 것 이상의 노력을 쏟아야 해요. 그리고 불안해하지 말고 자신을 믿어야 해요. 전 현역 때는 당연히 대학 갈 줄 알았는데 재수를 하니까 삼수할거 같고 정말 너무 불안해서 계속 선생님이 좋다고 할 때까지 확인 받으려고 했었어요. 불안하지 않을 때까지 스스로가 완벽하게 입시를 준비하는 게 최선이겠지만.. 그러기 쉽지 않죠ㅠㅠ 자만이 아니라 노력과 계획을 근거로 불안해하지 말고 나를 믿는 게 정말 필요한 자세라고 생각해요. 전 그러지 못해서 정말 힘들었거든요. 모두 파이팅!!~!
고려대 합격의 비결
🏆
이예빈
고려대학교 디자인조형학부 합격
1.면접 준비방식
면접은 입사미 학원에서 준비했습니다. 해도해도 모자르고 하면 할수록 불안한 것이 준비라고들 이야기합니다. 저는 자신에 대해 본인이 세워놓은 기준치만큼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정말 불안해하는 사람입니다. 따라서 현역 시절에 비록 최저를 맞추지 못해 대학 최종의 문턱에서 떨어졌지만 입사미에서 준비했던 면접 덕분에 면접장에서의 좋은 기억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이 떠올라, 입사미를 한 번 더 찾아 면접을 준비했습니다. 학원에서 이야기하는 모든 면접의 기반은 홍익대학교였고, 홍익대학교의 면접을 기준으로 다른 대학교의 면접을 준비하는 형식으로 진행됐습니다. 조형요소, 조형원리에 대한 내용을 파악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나누어 주신 프린트물을 암기하고, 미술사에 대한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입사미 프로그램 중 하나인 ‘아트로직’을 수강했습니다. 무작정 암기하는 미술사가 아닌, 미술이라는 하나의 큰 흐름을 자연스레 이해하고 배운 내용을 쉽게 홍익대학교 면접에서 적용할 수 있었기에 현역 시절과 재수할 당시에 모두 듣게 되었습니다. 입사미에서 면접을 준비할 때, 모의 면접에서 저의 자세, 언행, 습관, 시선처리 등의 제 모습을 카메라로 담아 보내주셨습니다. 이를 모니터링하며 짧은 면접 준비 기간동안 작았던 제 목소리, 눈으로만 웃었기에 마스크에 가려 자칫 우울해보일 수 있는 표정 등 많은 것들을 고칠 수 있었습니다. 이후, 홍익대학교 면접이 아닌 일반 면접, 서류 기반 면접을 도와주시는 선생님들께서 특정 활동에 대한 활동 내용, 어떤 활동들을 했는지 제 생활기록부를 낱낱이 파헤쳐 살피시고 질문을 던져주셨습니다. 이를 통해 저는 전보다 제 생활기록부에 쓰여있는 내용들에 대해 저 자세하게 알게 되었고, 선생님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에 했던 질문과 대답들을 복기하고 집에서 대답이 미흡했다고 생각하는 부분들을 생활기록부에서 찾아 쓰거나 관련된 자료를 찾고 제 느낀점까지 추가하여 보다 완성도 있는 대답을 만들어내고자 노력했습니다. 또한 제 생활기록부인만큼 제가 모르는 부분이 없다고 생각했기에 활동명, 활동내용, 느낀점 등을 적어 가지고 다니며 ‘이것이 어떤 활동이냐’고 물어봤을 때, 막힘이 없을 정도로 암기했습니다. 또한 그날의 컨디션도 중요하다고 생각했기에 수능이 끝나고 2~3일 정도는 생활기록부를 살펴보며 푹 쉬어주었습니다. 그 후부터는 다시 수면 패턴, 식습관을 면접 시간과 맞춰 생활했으며 자세와 언행은 하루 아침에 고쳐지는 것이 아니기에 입사미 학원에서 보내준 영상을 모니터링하며 말도 평소보다 예쁘게 사용하고 허릴 곧게 펴 올바른 자세로 앉아있는 연습을 했습니다. 평소에 준비를 일상화 했을 때, 당일의 컨디션이 완벽하진 못하더라도 준비를 일상화 했기에 하던대로 한다면 그 내용을 전부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최대한 입사미 시스템의 도움을 받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전부 찾아 면접 보는 당일에 최상의 컨디션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2.면접의 진행 방식
미디어학부 건물의 강당에서 대기를 하고 있으면 진행 요원들이 한 명씩 호명을 해주십니다. 진행 요원을 따라 미디어학부의 계단을 타고 지하로 내려가면 내부가 훤히 보이는 회의실이 복도를 따라 주욱 늘어서 있습니다. 그 방들의 문 앞에 놓여있는 탁자와 의자에 짐을 올려놓은 뒤, 노트북과 마이크를 제외한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하얀 방에 들어가 노트북 앞에 앉습니다. 그렇게 노트북에 교수님들의 얼굴이 뜨고 면접이 시작됩니다.
3.질문
고려대학교 디자인조형학부를 지원하게 된 지원동기?
: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공간을 디자인하고 싶습니다. 교내 미술 전시를 진행하면서 고간의 변화가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 크게 와 닿았습니다. 공간의 변화로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위해서는 공간과 사람이 어떤 식으로 상호작용 하는지,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공간적 요소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에 대해 총체적으로 알아야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고려대학교 디자인조형학부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공간을 디자인하고자 하는지?
: 아까 말씀 드렸다시피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공간을 디자인하고 싶습니다. 코로나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사람들의 정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공간, 꼭 코로나 뿐만 아니더라도 사람들에게 있어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공간을 디자인하고 싶습니다.
인상깊었던 활동은 무엇이었는지?
: 교내 미술 전시 활동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교무실 앞이라는 딱딱하게 느낄 수 있는 공간을교내의 누구나 와서 전시품들을 감상하고 그들을 체험하는 공간으로 만들어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 수 있었습니다. 공간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 지에 대해 몸소 깨달을 수 있었고, 공간 디자인을 하고자 하는 계기가 된 활동이었기에 교내 미술 전시라는 활동이 학교에서 했던 활동 중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ㄴ교내 공간 디자인을 했을 때 어떤 식으로 구성했나?
: 테이블 위에 채도가 낮은 붉은 벨벳 재질의 천을 깔아 깔끔하고 작품이 돋보일 수 있게 했고 교무실 앞의 공간까지 올라오는 계단에는 교무실에 가까워질수록 더 많은 작품을 볼 수 있도록 하여 전시에 대한 관심을 유도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더불어 천장에 학생들의 작품인 드림캐쳐를 달아 직접 만져 체험할 수 있도록 하여 전시를 관람하는 이들이 관심과 흥미를 유발할 수 있도록 공간을 디자인했습니다.
ㄴ교무실 앞이라는 공간의 천장에 작품을 설치했다고 하는데, 이는 공간디자인이 아닌 설치미술아닌가?
:좁은 범위에서 보면 설치미술, 넓은 범위에서 보면 공간디자인이라고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ㄴ그렇다면 공간디자인과 설치미술의 차이점은 뭐라고 생각하는가?
: 둘 다 공간을 활용하는 것에서 공통점이 있지만 공간디자인은 사용자를 고려하여 미적으로 디자인 하는 것이라면 설치미술은 작가의 의도,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작품을 공간에 설치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공간디자인이 설치미술을 포함할 수 있는 조금 더 넓은 범위의 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과학 성적이 높은데 열심히 공부한 이유가 있나?
: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공간을 디자인하기 위해서는 사람을 잘 이해해야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생각했을 때, 과학이 사람을 생물학적으로 가장 잘 파악할 수 있는 과목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흥미를 가지고 열심히 공부했고 그 결과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과학 뿐 아니라 다른 과목도 마찬가지로 열심히 공부한다면 그 경험이 나중에 사람을 이해하고 그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들을 잘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모든 과목에 최선을 다 해 공부했습니다.
고려대학교 디자인조형학부에 들어와서 어떤 디자이너로 성장하고 싶은가?
: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공간 디자이너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라고 말씀 드린 후, 이유를 말씀 드리려고 할 때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나 교수님들께서 그쯤하면 됐다고 말씀 주셔서 면접을 종료하게 되었습니다.
4.교수님의 모습, 태도는 어땠는가?
원래는 진행 요원이 말씀 주신 것처럼 제가 준비가 되었으면 시작 버튼을 누르고, 그 신호를 받은 교수님들께서 면접 시작 버튼을 눌러야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고 면접이 시작되지만 오류가 있었는지, 면접 시간이 앞에서 지체가 되었는지 저는 앉자마자 교수님들의 얼굴이 화면에 나오게 되었고 바로 면접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아무것도 없고 개미 한 마리도 기어 다니지 못할 것 같은 반도체 공장 같은 분위기의 회의실에서 울리는 제 목소리와 교수님들의 목소리를 들으니 여태 하지 않았던 긴장감이 한 번에 몰려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머릿속이 면접이 진행되는 회의실의 하얀 벽처럼 하얘지는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나이가 지긋하신 남자 교수님과 여자 교수님 두 분이 면접을 진행 하셨습니다. 지원동기, 어떤 디자인을 하고자 하는지, 학교에 들어와서 어떤 디자이너로 성장하고 싶은지 같은 기본적인 질문은 남자 교수님께서, 구체적인 활동과 그와 관련된 세부 질문들은 여자 교수님께서 해주셨습니다. 기본적으로 남자 교수님께서는 인상이 포근하시고 나긋나긋한 말투로 질문을 해주셔서 빨리 정신을 차릴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자 교수님께서는 정말 생각지도 못한 질문을 계속해서 하시고 대답을 드렸을 때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해주셨지만 날카로운 질문을 처음 받았을 때 그 충격은 빨리 가시지 않았습니다. 당황하면 얼굴이 정말 빨개지기에 당황한 티를 정말 많이 내고 왔지만 준비한 것을 모두 보여드리기 위해 질문에 대한 대답 하나하나 정말 최선을 다해 답변을 했습니다.
5. 압박면접은 아니었는가?
압박 면접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교수님들께서는 결코 학생들의 상식에서 벗어난 질문을 하시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본인이 판단하기에 본인의 학업, 면접을 보는 대학교와 관련되지 않은 질문을 했을 때 모른다고 솔직하게 대답을 하더라도 면접에 있어 큰 마이너스는 없을 것입니다. 정말 단순히 이 학생이 얼만큼 알고 있는가 궁금한 마음에 교수님들께서 물어보셨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잘 대답을 하게 된다면 플러스 요소가 되겠지만 그렇다고 대답을 못했을 때 마이너스가 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6. 옷, 차림새, 화장의 정도
옷은 최대한 깔끔하고 학생답게 보일 수 있는 옷이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현역 시절에 입었던 옷을 그대로 입고 갔습니다. 흰 블라우스, 채도 낮은 청록색 긴팔티, 검정 슬렉스, 검정 코트를 입었습니다. 코트는 거추장스러울 수 있다고 판단되어 면접실에 들어가기 전에 테이블에 개인 물품들을 놓을 때 같이 벗어두고 면접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마스크를 쓰고 진행했기 때문에 마스크 위의 인상이 중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마스크 위로 볼 수 있는 외적 요소 중에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머리와 눈썹이라고 생각했기에 반곱슬인 머리는 아침에 고데기와 드라이기로 전부 깔끔하게 폈고, 눈썹은 깔끔하게 다듬어 빈 곳만 채우는 정도로 정리했습니다. 피부의 상태도 중요하다고 생각했기에 화장을 두껍게 하기보다는 이마의 잡티를 가리는 정도로만 가려주었고 마스크를 벗는 상황을 고려해 정말 연한 색이 들어가 있는 립밤만을 발라 혈색이 돌 수 있도록 화장을 했습니다.
7.떨지 않을 수 있는 꿀팁
정말 준비만이 답이라고 생각합니다. 중대한 일을 앞두고 그 일이 생각한대로 완벽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하는 완벽한 준비는 없겠지만 그래도 최대한 일어날 일에 대한 모든 경우를 생각해 최선을 다해 준비한다면 준비할수록 안정을 찾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준비를 어느정도 마치고 본인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아니면 누가 이 학교를 가?’, ‘이렇게까지 준비하는데 학교가 나를 뽑지 않는다면 인재를 놓치는 것이다’ 등과 같이 여태껏 잘 해왔던 본인에게 지속되는 채찍질보다는 따뜻한 말 한마디와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는 말을 끊임없이 해주었습니다. 더불어 어느정도 마음을 내려놓는 것이 중요합니다. 포기하라는 소리가 아닙니다. 이렇게까지 준비했는데 합격되지 않는다면 나보다 더 준비한 사람들, 3년동안 나보다 열심히 살았던 사람들이 붙는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정말 준비를 많이 했기에 마음을 조금 편하게 하는 위의 말들을 끊임없이 되뇌여 면접에 들어갔을 때 조금의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여지를 본인에게 줄 수 있었습니다. 준비, 무엇이든 최선을 다하겠다는 마음가짐, 준비한만큼 그에서 우러나오는 여유와 자신감, 편한 마음가짐 이것들이 제게 있어 면접장에 들어가서 떨었더라도 금방 정신을 차리고 여유를 가질 수 있게 해 준 요인들이었습니다.
"성공과 실패의 갈림길, 어떤 길을 선택했나요?"
🏆
한승민
-
홍익대학교목조형가구학과합격
Q. 본인의 미대입시 준비 과정을 간략히 설명해주세요.
미대에 진학하기로 결심한 건 고등학교 1학년 초반이었습니다. 저랑 같은 진로희망을 가지고 있던 친구가 미술부에 들어갔다는 얘기를 듣고 저도 급하게 미술부에 들어간 후로 자연스럽게 미대 진학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미대하면 떠오르는 대학은 홍익대 밖에 없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홍익대학교 입시에 대해 알아보게 되었고, 제 진로와 맞는 과가 있어서 그 과를 최종 목표로 잡고 입시를 시작했습니다.
제대로 된 입시 미술은 고1 여름방학 이후에 시작했습니다. 첫 입시학원은 홍대 근처의 대형학원이었고 그곳에서 약 8개월 동안 그림을 배웠습니다. 첫 4개월은 고1 예비반에서 초상화, 컷 만화, 소묘연습, 크로키 등 다양한 그림 수업을 받았습니다. 그 후 4개월은 고2 입시반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기초디자인을 준비했고, 매주 1회 이상 연합시험을 보며 굉장히 많은 주제와 제시물들을 표현하는 연습을 했습니다.
국민대, 연세대 등 여러 대학의 실기 대회도 준비하기 위해 주 4-5회 학원을 다니면서 실기에 엄청나게집중을 했지만, 이후 과도한 실기가 저의 입시전략에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공부의 비중을 높이고 실기를 같이 준비할 수 있도록 소형미술학원으로 옮겼습니다. 미술학원에 다니는 시수도 주 2회로 줄였고, 남는 시간에는 홍익대 서류전형을 준비하기 위해 미활보에 관련된 활동을 주로 했습니다.
Q. 다양한 특성의 미술학원을 경험했네요. 각각의 장단점에 대해 느낀 점을 말해주세요.
입사미를 다니기 전에 총 두 개의 미술학원을 다녔습니다. 하나는 누구나 다 알만한 대형 학원이었고 다른 하나는 학생 수가 10명도 안되는 소형학원이었습니다. 처음으로 다녔던 대형학원은 실기력을 정말 빠른 시간 안에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빽빽한 수업시간으로 인해 학교가 멀었던 저로써는 밥을 챙겨먹을 시간조차 부족했고 무엇보다 실기 위주의 대학을 준비시키는 학원이었기 때문에 저같이 홍익대를 같이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공부하는 시간이 너무나도 부족하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또한 한 반에 학생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선생님 1명과 보조 1-2명으로 수업을 진행하기에는 학생 한 명 한 명이 수업시간 동안 잃는게 너무 많다고 느꼈습니다.
소형학원은 이러한 문제는 확실히 덜했지만, 학생 수가 너무 적으므로 학생들끼리 굉장히 빨리 친해집니다. 이게 좋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로 인해 수업 시간에 떠드는 빈도도 늘고, 학원 수업시간 외의 친목 활동이 많아집니다. 너무 조용하고 어색한 분위기도 좋지 않지만, 수업시간 중 학생들끼리 너무 편하게 대화할 수 있는 분위기가 입시를 준비하기에는 오히려 더 안좋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제가 다녔던 소형학원은 선생님도 학생들을 자유롭게 놔두는 분위기였고, 학생들도 같은 학교에 재학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좀 극단적인 예시일 수도 있지만, 무작정 편하고 조용한 분위기라고 해서 소형학원에 들어가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Q. 기존 미술학원들에서 계속 입시를 했다면 어떤 결과를 얻었을 것이라 생각하나요?만약 첫번째 대형학원에서 실기 전형만 준비했다면 제가 홍익대에 입학할 확률은 굉장히 낮았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저는 미술우수자 전형으로 홍대 목조형가구학과, 논술전형으로 캠퍼스자율전공에 합격했습니다. 두 개의 전형 모두 실기 전형만 준비해서는 합격하기 힘든 전형들입니다. 홍대 미술우수자 전형은 관련된 자료의 양이나 합격 데이터가 실기만을 준비하는 대형학원에서는 현저히 부족하고, 논술에 관한 정보는 실기 학원에서 얻기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애초에 지원 할 생각도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만약 이러한 전형을 포기하고 실기 전형만 준비했다면 상위권 대학에 들어가기는 더더욱 어려웠을 것입니다. 저는 고2까지 모의고사 성적이 정말 낮았기 때문에 성적으로 학생을 구분하는 상위 대학 준비반에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저희 학원은 서울대, 국민대 급의 실기 유형은 상위권 반에서만 학생들에게 준비를 시켰고, 나머지 학생들은 기초디자인, 사고의 전환 등의 실기 유형만 연습시키며 중위권 대학을 목표로 하도록 했습니다. 제가 이런 상황에서 실기를 준비했다면 공부량도 줄어들었을 것이고, 내신도 챙기지 못해 수시 비실기 대학의 안정권에도 못들어가 결국 아무 결과도 얻지 못하는 어정쩡한 상황이 왔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Q. 입사미를 신뢰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입사미는 제가 기존에 알던 미술학원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또한 ‘컨설팅’이라는 것 자체가 미대가 아닌 일반대학 진학에만 필요한 것인 줄 알았던 저는 입사미를 크게 신뢰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첫 상담을 받고 나서부터 왜 입사미가 저에게 필요한지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에 입시 상담을 할 때, 어떤 학교를 갈 것인가 그래서 어떤 유형의 실기를 준비해야 하는가가 아니라, 일반학과의 대학을 선택하듯 대학 선택의 주요 요인을 내신과 수능 실기를 기준으로 사사분면으로 나눠 자신의 강점에 따라 어느 학교를 선택할 수 있을 지 분석했던 과정은 기존에 제가 입시를 준비했던 것과는 너무나도 달랐고 새로웠습니다.
그 전까진 ‘대학만 가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만가지고 있었는데, 이렇게 정교한 방식으로 입시에 접근하니 향후에 어떤 방식으로 준비할지에 대한 계획이 확실히 잡히게 되었고, 제가 대학을 선택하고 고3 1년을 집중하며 준비하는 데 정말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이렇게 계획이 잡히고 미래에 대한 길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부터, 입사미를 점점 더 신뢰하게 되었고, 그 후 서류 면접 등의 수업도 입사미의 수업을 들으며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Q. 입시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이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제가 입시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던 이유는 단 한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명확하고 구체적인 목표가 있었던 것. 저는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홍익대학교 목조형가구학과에 입학하는 것을 꿈꿔왔습니다. 저는 이 이외에 다른 학교에 들어간다는 것을 고3 초반까지는 생각도 해본 적이 없습니다. 너무 극단적일 수 있지만, 진짜 자신이 원하는 목표가 무엇인지 아는 것 만으로도 입시의 50프로는 성공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럼 나머지 50프로는? 이 목표를 실현할 수 있는 의지와 끈기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잠이 많은 스타일이었기 때문에 고3때도 12시를 넘겨서 자는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서 한정된 시간 안에 할 일을 빠르게 끝내야 했죠. 오히려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준비하다 보니 짧은 시간 최대의 집중력을 이끌어 내어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합니다. 자고 싶고, 놀고 싶을 때마다 제 책상 앞에 붙여놓은 ‘홍익대’라는 세 글자를 보며 힘을 얻었고, 대학에 합격했을 때의 그 기쁨을 상상해 보며 더욱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목표를 가지고, 꿈을 가지는 것, 그리고 이 목표를 실현할 수 있도록 옆에서 저를 계속 도와주신 부모님, 선생님들 이 있었기에 입시에서 성공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Q. 실기만 열심히 준비하다가 결국 입시에서 실패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습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노력만큼의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후배들에게 조언을 부탁합니다.
미대입시는 무조건 실기를 열심히 해야 한다. 제 주변에 이렇게 생각하는 친구들이 정말 많습니다. 물론 실기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림 잘 그려서 마이너스될 것 하나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기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만 알아줬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실기에 대한 자신이 조금 부족했기 때문에 실기만 준비하는 학생들과는 반대로 오히려 공부, 서류라는 돌파구를 찾으려고 했습니다. 실기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실기만을 준비하는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성적이 높아지면서 지원할 수 있는 대학의 폭도 넓어졌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더 높은 대학에 지원할 기회가 생겼고, 실기를 줄이면서 생긴 남은 시간에 논술 전형도 준비하면서 홍대에 합격하는 행운도 얻었기 때문에 저는 이 길을 적극 추천해주고 싶습니다.Q. 입시 때문에 힘들어 하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이 있나요?
저에게는 정말 힘든 과정이었기 때문에 무작정 참고 견디라는 말은 못해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자신만의 목표가 확고히 잡혀있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어떠한 힘든 과정도 참아낼 자신만 있다면! 원하는 대학에 무조건 합격 할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저는 실기에 대한 스트레스가 엄청 컸기 때문에 중간에 미술을 그만두고 싶었던 적이 정말 수도 없이 많았습니다. 머릿속에 있는 이미지가 손으로 그려지지 않았을 때, 그리고 이러한 상황이 계속 반복되었을 때,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혼자 방에서 눈물을 글썽인 적도 많습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항상 대학에 들어간 저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다시 활기를 얻었고, 계속 넘어지고 일어서며 얻은 상처를 통해 더욱 강해지는 저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후배분들도 힘들 때 자신이 대학에 합격하는 모습을 한 번씩 상상해 보셨으면 좋겠어요. 상상만으로도 행복하고 그 꿈을 이뤘을 때의 행복함은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제발 포기하지 말고 파이팅 하세요!!
Q. 홍익대 지원을 망설이고 있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이들에게 조언을 부탁합니다.
절대 망설이지 마세요! 저는 1학년 내신이 미술우수자전형 합격자 평균 내신보다 훨씬 낮았기 때문에 홍대에 지원하기 힘들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많이 갖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정말 홍익대에 가고 싶은 마음이 컸고 홍익대라는 목표가 확고했기 때문에 공부를 더욱 열심히 했고, 그 덕분에 내신을 안정권으로 끌어올릴 수 있었습니다. 또한 홍대는 미대로 들어갈 수 있는 많은 전형들이 있습니다. 학교생활우수자전형, 교과우수자전형 심지어 논술전형도 있습니다. 저는 제가 논술로 홍대에 합격할 줄을 꿈에도 몰랐지만, 홍대 논술은 문제가 어렵지 않은 편이었기 때문에 논술을 한달 정도밖에 준비하지 않았음에도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내신이 낮다고 해서, 그림을 못 그린다고 해서 홍대에 지원하는 걸 포기하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정말 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고 계속 노력할 의지만 있다면,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본인을 믿고 끝까지 목표에 집중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면접 현장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달해 주세요"
Q. 홍익대 면접 고사 내용을 상세히 들려주세요.저는 맨 마지막 순서였기 때문에 대기실에서 거의 2시간 정도 기다렸습니다. 면접 대기를 시작할때 면접 순서를 알려주고 시작하지 않기 때문에, 제가 첫 번째일지, 마지막일지는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결국 마지막에 제 번호가 불리고 문제 푸는 공간에 들어간 후 두 문제를 풀었습니다.
1번 문제는 로버트 인디애나 조형물, 이름 모르는 문자로 이루어진 사람 두명 조형물, 문자도, 이렇게 제시된 세개의 이미지를 보고 저의 생각을 말하는 문제였습니다. 2번문제는 백지 중간에 커터칼(?) 같은 물건 있고 위에 자유롭게 상상하여 그리는 문제였습니다. 면접고사장에 들어가니 선한 인상의 여자 면접관 두 분이 계셨습니다.
면접관: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자리에 앉고 종이 책상 위에 올려주세요.
나: 넵!
면접관: 지원 동기 들어볼 수 있을까요?
나: 저는 가구가 사람의 몸의 일부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런 가구가 사람들 곁에서 소통하고 상호작용하며 단지 하나의 상품이 아닌 삶의 동반자처럼 살아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저는 이렇게 사람들을 옆에서 든든하게 서포트해주는 가구를 만들고 싶고! 그런 가구를 만들기 위해 홍익대 목조형가구학과에 지원했습니다.
면접관: (미소)..네 잘 들었습니다. 여기 생기부 진로희망란을 보면 어머니와 함께 간 여행에서 어떤 가구를 보고 영감을 받아 가구디자이너를 꿈꾸게 됐다고 했는데, 이 가구가 어떤 가구였나요?
나: 어머니와 함께 여행을 간 곳에서 어떤 사무실을 들릴 일이 있었는데, 거기서 본 방음용 의자가 가장 기억에 남았습니다. 여러 사람들이 있는 공간 안에서 팀원들끼리 서로 앉아 아이디어를 나눌 수도 있고, 사적인 전화를 할 수도 있는 (몸짓으로 형태 설명) 이렇게 생긴 의자였는데,, 저도 사람들 삶을 저렇게 편리하게 해줄 수 있는 가구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면접관: 혹시 그 가구의 이름이나 디자이너가 누군지 아시나요?
나: 제가 그 후로 계속 그 가구를 찾아보려고 했었는데... 비슷한 방음 의자만 나오고 똑 같은 의자는 찾지 못했습니다...
면접관: ***(기억 안남) 라구요?
나: ...네?
면접관: 아아아 알겠습니다. 혹시 좋아하는 작가나 디자이너가 있나요?
나: 음.. 좀 최근에 관심을 가지게 된 Alex Brokamp라는 신예 가구 디자이너가 있는데, 노동자 집안 출신이라 그런지 노동자, 소외된 계층들의 삶을 잘 이해하는 것 같아서 정말 인상깊었습니다.
면접관: 예를 들면 어떤 작품이 있었죠?
나: 거울 같은 게 있었는데.. 밑 부분에 방지턱 모양으로 되어있어서 외출하기 전 속도를 늦추고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라는 의미를 가진 작품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면접관: 그러면 그 전에는 좋아하는 작가가 없었나요?
나: 예전이요?
면접관: 네.
나: Patricia Urquiola라고 스페인 출신의 가구디자이너.. 겸 건축가를 좋아합니다.
면접관: 가장 인상깊었던 작품은?
나: 모듈라 소파 컬렉션..(아 이거 카림 라시드껀데) 아아아 이게아니라.. 블루미 체어라고 꽃모양의 쿠션이 여러 개 있어서 정말 푹신해 보이고 세련된 디자인의 의자가 있는데 그 작품이 정말 인상깊었습니다.
면접관: 그러면 학생은 첫번째 작가처럼 사람들의 삶과 관련된 디자인을 좋아하는 건가요? 아니면 두번째처럼 세련된 디자인을 좋아하는 건가요?(웃음)
나: 어떤 디자인을 콕 찝기 보다는.. 두 디자이너의 작품을 보고 자신만의 컨셉과 디자인 신념이 확실하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에…
면접관: 아하. 그럼 첫번째 문제 볼까요?
나: (세 작품의 공통점을 ‘문자’로 엮어서 설명. 첫번째 두번째 작품 / 세번째 작품으로 나누어 설명. 1,2는 문자 그대로 사용했지만 3은 문자에 변형을 주었다는 점을 차이점으로 설명.)
면접관: 세 작품 중에 가장 인상깊은 작품은 무엇이 있을까요?
나: 아무래도 첫번째 작품(로버트 인디애나 – Love)이 가장 인상깊은 것 같습니다. 단순히 LOVE라는 글자를 나열한 것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빨간색이라는 강렬한 색을 사용함으로써 그 단어의 의미를 무엇보다 잘 나타내주고 있고, 그냥 나열했으면 심심했을 법 한데 가운데 O를 살짝 기울여 변형을 준 것도 정말 재밌고 인상깊은 포인트였던 것 같습니다.
면접관: 혹시 이 작품들 작가의 이름을 아는 게 있을까요?
나: 아... 이름은 잘 모르겠습니다 ㅜ
면접관: 네~ 그럼 다음 문제로 넘어 갈게요
나: 네 저는 제시된 물건을 커터칼? 이라고 생각하고 그렸습니다. 커터칼에 있는 칼날이 우리에게 아픔을 주는 존재잖아요.. 날카롭고.. 그래서 커터칼 안에 칼날 대신 칼처럼 저에게 아픔을 주는 것들이 대신 나오고 있는 장면을 그렸습니다.
면접관: 저게 뭐에요? 명세서? (웃음)
나: 네ㅎㅎ 제가 요즘 부모님이 카드 명세서 때문에 힘들어하시는 모습을 많이 봐서.. 그리고 뒤에는 항상 저에게 아픔을 주는 시험 성적표랑.. 돈이랑.. (면접관 분들이 재밌어하시는게 보여서 텐션이 살짝 올라갔습니다)
면접관: 굳이 이런 구도로 그린 이유가 있을까요?
나: 뭔가 뿜어져 나오는 듯한? 느낌을 주고 싶었습니다. 종이가 휘날리는 것처럼 표현하기에는 이 구도가 알맞다고 생각했습니다.
면접관: 만약에 시간이 더 있었다면 어떤 걸 추가하고 싶으세요? 또 다른 재료를 사용한다면 어떻게?
나: 아직 다 완성을 하진 못한 것 같아서.. 조금 더 자세히 그렸으면 좋을 것 같아요. 음.... 그리고 색연필? 같은 재료를 사용해서 이런 부분에 조금 더 강조를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면접관: 음~~ 네 수고하셨구요. 지금.. 딱 50초!! 남았는데 더 하고싶은 말 있으세요?
나: (울먹이며) 저 진짜..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홍익대 목조형가구학과만 바라보고 공부해왔고.. 이 학과 들어가고싶은 마음은 그 누구보다!!! 크다고 자신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제 열정과 목조과에서 배우는 지식이 합쳐지면 진짜!! 좋은 가구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면접 볼 수 있는 기회 주신 것 만으로도 정말 감사합니다
면접관: (미소) 네 수고하셨구요 그림 놓고 나가시면 됩니다~~
면접관 두 분과 계속 눈 마주치려 노력했습니다! 작가 이름 몰라서 당황했지만 2번문제 때 면접관 분들이 웃으시는 거 보고 자신감 생겨서 안 떨고 말했습니다! 저는 맨 마지막 순서일줄 전혀 예상하지 못해서 면접관분들이 지루해 하시면 어쩌지 엄청 걱정됐는데, 그냥 아파트 이웃 아주머니라고 생각하니 긴장이 풀리면서 말도 또박또박 하게 되더라구요.
면접관 분들은 제 얘기를 친절하게 끝까지 잘 들어주셨고, 마지막 순서였음에도 불구하고 지루해하지 않으시며 웃어주시는 등의 반응을 보여주셨습니다. 저는 모의면접에서 연습했던 것처럼 문제 풀이가 처음, 지원동기가 나중에 나올 줄 알고 있었는데, 들어가자마자 지원동기부터 물어보셔서 상당히 많이 당황을 했습니다. 하지만 입사미 면접 과정에서 수도 없이 말해본 지원동기였기 때문에 떨지 않고 잘 말할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면접을 잘 마무리 할 수 있었습니다.Q. 홍익대 면접을 보고 난 소감을 말해주세요.
저는 제가 그림 실력이 아주 뛰어난 편은 아니라 생각했기 때문에 면접을 준비하기 전부터 “나는 안될거야”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입사미의 수업을 듣고 나니 이러한 걱정은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서선생님의 수업은 홍대 면접에서 중요한 게 무엇인지를 저에게 깨닫게 해주셨습니다. 단순한 키워드만으로 자신의 아이디어를 잘 표현해내도록 했던 수업은, 제가 그림을 그릴 때 어떻게 갈피를 잡고 시작할 지에 대해 정말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이렇게 방향을 잡고 꾸준히 그려본 결과 실제 면접장에서는 10분안에 그림을 완성시켜냈습니다. 제가 그린 그림을 말로 설명하는 과정에 대한 고민도 많았는데, 여러 명이 둘러 앉아 그림을 발표하고 서로 평가하는 수업 방식이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그림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으면서 제 그림을 다시 한 번 돌아볼 수도 있었습니다. 또한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는 연습을 계속 하다 보니 두 명 앞에서 말하는 실제 면접장에서는 크게 긴장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가장 많은 도움이 되었던 건 마지막에 했던 모의면접 두 번이었습니다. 실제 시험장처럼 시간을 제한해서 문제를 풀어보며 면접에 대한 감을 익혔던 것도 정말 중요한 경험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홍대 면접이 끝나고 서병수 선생님 생각이 가장 먼저 났던게, 선생님과 진행했던 모의 면접에서 나왔던 질문들이 거의 똑같이 나왔고, 같은 답변을 얘기했을 때 선생님과 교수님들의 표정이 너무나 비슷했기 때문에.. 정말 끝나고 소름 돋는 줄 알았습니다. 입사미의 면접 교육을 의심 없이 믿고 따라간 것이 합격의 가장 큰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미대입시 준비생들이 놓치지 말아야할 중요한 팁이 있나요?"
Q. 입시를 준비하는 후배들이 놓칠 수도 있는 중요한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지 알려주세요.
입시를 준비할 때 공부도 중요하고 실기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체력, 몸 관리가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아무리 3년간 죽도록 열심히 해봤자 수능날, 실기날 아프면 다 소용없어진다는 것 알아줬으면 합니다. 저는 일정 시간 이상을 자지 못하면 다음날 일상생활이 거의 불가능한 체질이라 수험생 시절에 많이 고생했습니다. 무리해서 새벽까지 공부하다 하루를 통째로 날린 적도 많았고, 위경련, 위염 등 각종 병 때문에 고생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수능 2주 전 감기에 걸려 공부를 거의 하지 못하는 일도 발생했습니다. 제가 3년동안 노력해온 모든 것이, 감기 하나 때문에 끝나는 줄 알고 정말 절망적인 마음 뿐이었습니다. 후배분들은 절대 이런 상황 겪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부모님이 해주시는 음식 꼬박꼬박 챙겨먹고!! 약도 꾸준히 드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또한 스트레스를 너무 품고만 있는 것도 몸에 안좋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축구 보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축구 경기가 있는 일요일에는 공부를 마치고 집에 일찍 들어와 가족끼리 밥도 먹고, 저녁에는 야식을 먹으며 축구를 봤습니다. 이러한 소소한 행복이 한 주를 견디는 원동력이 될 수 있고, 일주일동안 받은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귀중한 기회이기 때문에 후배분들도 이렇게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 입시가 끝나고 대학에 합격했을 때, 이러한 작은 행복들을 맘껏 누릴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가지시고, 힘든 일이 있더라도 꿋꿋이 버텨내셨으면 좋겠습니다!Q.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이 있나요?
이 합격수기를 작성하면서 입시에 대한 기억을 다시 꺼내보니, 힘든 기억도 많았지만 정말 좋은 순간들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몰래 야자실에서 빠져나왔던 날, 학교 시험에서 처음 1등급을 받았던 날 등 수험생이 아니면 다신 경험하지 못할 일들도 기억에 남습니다. 안 좋은 날이 있으면, 좋은 날도 있습니다. 안 좋았던 경험을 통한 상처가, 나중의 성공을 위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굳게 믿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들도 꼭 내년에 저처럼 누워서 간식 먹으며 합격 수기를 작성하는 날이 꼭 왔으면 좋겠습니다. 대학에서 뵙기를 기대할게요!!
홍대 준비 과정, 합격 과정을 들려주세요
🏆
장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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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대학교 디자인학부 합격
홍대 준비 과정, 합격 과정을 들려주세요
Q. 본인의 미대입시 준비 과정을 들려 주세요.
저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화실을 취미로 다니기 시작하면서 미술을 시작했습니다. 초등학생이었던 제가 공부에 흥미를 별로 보이지 않아서 부모님께서 저를 미술이라도 시키려고(..), 또 미술학원 선생님께서 초등학교 5학년 때 제가 그림 그리는 것에 흥미도 느끼기 때문에 미술 쪽으로 진로를 선택하는 것을 추천해주셔서 조금 큰 학원으로 옮기면서 미술 분야로 진로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예고 진학을 생각하고 입시 미술학원을 다니면서 정물소묘와 정물수채화, 예고 유형의 수채화(풍경에 동물이나 사물 넣는 것이었습니다)를 중학교 3학년 예고 시험 볼 때까지 3년 반 정도 꽤 빡세게 준비했었습니다. 예고에 떨어지고 미술반이 있는 일반고에 진학하였고, 고1 초반부터 입사미를 다니면서 내신공부와 미술활동 같이 챙기면서 미대를 준비했어요.Q. 초등학교 6학년 때 부터 입시 미술을 경험 했군요. 본인에게 이 과정은 어떤 의미인가요?
정물을 그리더라도 왜 그렇게 그리는 것이 필요한지, 또 그렇게 하려면 표현을 어떻게 하면 되는지, 이렇게 이유와 과정을 연결해서 설명해서 이해한 후 그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렇지만 학원에서는 그림만 주구장창 그리게 시키고 “이렇게 그려!!” 하니까 그림 그리는 기계가 된 것만 같고, 잘 못한다고 자꾸 혼나면서 자존감만 떨어졌습니다. 또 시험 때마다 원리를 모르고 감에 의존해서, 또 전에 그렸던 걸 외워놓고 그리니까 나오는 정물에 따라, 주제에 따라 매번 그림 상태가 심하게 차이가 나서, 평소 실력에 비해 항상 시험을 망쳤던 것 같아요.
Q. 예고 입시 준비 자체가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본인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았군요.
저는 예고입시 과정에서 자존감도 많이 떨어지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습니다. 미술이 점점 싫어지고 이게 과연 필요가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많이 가졌어요.나중에 할 전공과 입시를 위해 준비하는 것이 서로 동떨어져 있다는 점 또한 저에게 많은 혼란을 준 것 같습니다.
또한 과정에 맞춰서 똑같이 그리는 것에만 익숙해지다 보니, 입시 끝난 직후에는 무언가 그림을 그려보려고 해도 뭘 그려야 할지, 어떻게 그려야 할지 모르겠더라구요. 눈앞에 놓인 정물 외에는 무언가를 그려야겠다는 생각이 안 들었고, ‘그렇다면 전에는 뭘 그렸지? 내가 왜 그림 그리지?’ 하는 생각으로 이어지면서 정말 입시 후에 완벽히 틀에 갇혀버린 기계로 변신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동안 노력했던 것이 저한테 안 좋게 돌아왔다는 생각에 한동안 정말 속상하고 우울했었습니다.Q. 홍익대 준비가 미술을 하는 과정에서 전환점이 된 것 같습니다. 만약 기존의 방식을 고수했다면 어떤 결과를 얻었을것이라 생각하나요?
성적은 성적대로 떨어지고 실기에도 회의감을 느끼고, 어정쩡한 상태로 대학에 진학하지 않았을까요. 또 애초에 실기를 했으면 지금 원서 썼던 대학들을 쓰지 못할 성적이었을 것 같아요.
힘들게 성적을 유지해서 홍익대 1차 내신, 2차 미활보, 수능최저 다 뚫고 올라왔다 하더라도, 결국 면접에서 제 생각을 말하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외운 것만 이야기하다 떨어졌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고 나서 분명 “대학에서 보려고 하는 것이 지금까지 배운 것과 다른데, 내가 왜 여태까지 힘들게 이걸 준비를 했지?”하고 생각했을 것 같아요.
이것은 막연한 가정이 아니라 제가 면접을 보고 나서 확실하게 느낀 점입니다.
Q. 다른 학생들과 다르게 준비한다는 것에서 불안감을 느끼지는 않았나요?
전 고등학교 들어오기 전 부터 실기를 할 필요가 없다고 확실하게 깨달은 상태였기 때문에 특별히 불안한 부분은 없었습니다. 애초에 그렇게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렇지만 저희 학교는 미술반이 있는 학교고, 학교 안에서 미술 실기를 오랫동안 했고 지금도 계속 하고 있는 다른 친구들과 함께 경쟁하면서 미술 내신을 챙겨야 한다는 점이 두렵긴 했어요.
입사미에서 아트로직 수업을 들으면서 작품을 보는 본질적인 원리나 표현하는 방법 같은 것도 생각해보게 되어서 학교 실기도 그 수업에서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생각해보고 선생님들께서 이 활동을 통해서 어떤 것을 보고 싶어하시는지에 대해 생각하며 작품을 공략하니 실기 점수도 괜찮게 나오더라구요. 또 실기 준비를 거의 안하니까 다른 친구들이 실기학원 다니느라 바쁜 시간에 학교 작품에 시간을 더 많이 쏟을 수 있었던 것도 실기 점수를 잘 받을 수 있었던 요인이라고 생각해요.Q. 돌이켜 보았을 때, 입시에서 성공 할 수 있었던 요인이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가장 큰 이유로는 전략을 잘 짰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솔직히 올해 홍대 가는 사람들 중 가장 에너지를 절약(?)한 사람이라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ㅋㅋㅋ. 고등학교 들어올 때 실기전형을 준비해도 변수가 너무 크고 들이는 시간에 비해 확률이 너무 낮다고 생각해서 실기를 과감하게 버리고 공부에 집중했습니다. 공부도 특히 국어, 영어, 사탐에만 집중하고 나머지 과목은 직전에만 조금 공부해서 챙겼습니다. 그 결과 내신을 잘 챙길 수 있었어요. 실기를 병행했다면 이정도의 내신을 절대 받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비록 홍대는 내신을 1차에서만 보니까 아주 큰 이득을 얻지는 못했지만 내신이 높으니까 대학 원서를 넣을 때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또 불안함이 줄어들어서 좋았어요. 제가 불안한 요소가 크면 집중을 잘 못하는 스타일이라 내신이 높지 않았으면 수능이나 서류를 쓸 때 집중을 잘 못했을 것 같아요. 이런 점을 고려해 보았을 때 제가 다른 친구들보다 좀 더 안정적으로 홍대를 준비하지 않았나 싶네요.
또 그렇게 선택한 전략을 의심하지 않고 믿고 쭉 밀고 나갔기 때문에 결국에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과정이 안정적이었기 때문에 그 상태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꾸준히 노력했죠.
마지막으로 입사미에 3년 간 다니면서 디자인이나 미술에 대해서, 제 자신이 어떤 디자인에 관심이 있는지 생각해볼 수 있었던 것이 도움이 되었어요. 미활보 쓸 때, 혹은 면접 준비할 때 아예 그런 것들을 생각해본 적이 없었으면 많이 힘들었을 것 같아요.홍익대 입시, 후배들에게도 추천해 줄 수 있나요?
Q. 예고 입시도 경험 했고 홍익대 입시도 경험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느낀점이 있나요?
주변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미술’하면 ‘그림그리기’라고 반사적으로 생각하고, 저 역시 그랬었기 때문에 실기를 준비했었습니다. 홍익대가 실기를 폐지했다는 것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미대가 실기를 보지 않는데 그게 미대냐?”하는 반응을 보입니다. 보통 미술 관련으로 꿈을 가지면 바로 그림을 그리는 미술학원에 등록하게 돼요. 그렇지만 이 글을 보게 된 미술을 하는 친구들은 먼저 자신이 미대에 왜 가려고 하는지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면 좋겠어요.
그리고 실기를 통해 배울 수 있는 부분들도 물론 있긴 하지만 그게 그 정도로 시간을 많이 투자해서 할 일인지에 대해서, 또 더 효율적인 길이 있는데 굳이 더 많은 시간을 들일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면 좋겠어요. 실기를 하는 것만이 자신의 미래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닌 거 같아요. 오히려 그냥 그리는 것보다 그림의 원리에 대해 더 생각을 해보는 것이 더 의미 있는 길이라고 생각하구요.
Q. 미술을 처음 시작하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절대 미술을 쉽게 시작하지 마세요. 제가 정말 미술이라는 것이 저랑 안 맞다는 생각을 진짜~ 많이 했었기 때문에!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정말로 깊은 동기가 있어서가 아니라 어렸을 때 그냥 그림 좀 잘 그린다고 들었고 또 어렸을 때 공부를 워낙 안해서.. 부모님이 공부는 좀 아닌 것 같다 그래서 미술을 시작했어요. 그 결과 중학교 때 입시미술을 하면서 하루에 두 번 이상 미술을 때려 칠까 고민했어요. 저랑 잘 안 맞는다고 생각하고. 왜 미술을 하고 있는 것인지 제 자신이 이해를 못했습니다. 애초에 미술 하겠다고 결심한 것도 그냥 그림 그리는 것이 좋아서였지만, 그것조차 입시미술을 하면서 그림 그리는 것이 정말 싫어졌어요. 그럼에도 중학교 때 그림을 그리던 이유는 제 눈에는 정말 화려해보이던 예고가 너무 가고 싶었기 때문에 그림 그리는 게 그렇게 싫었지만 엄청 노력했어요.
하지만 예고에 떨어지게 되어서, 처음엔 미술을 포기하려고 했습니다. 미술을 할 이유가 없어져버렸거든요. 저에게 미술은 그림 그리는 것이었고, 그건 좋은 학교에 가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방학동안 이런저런 일을 겪고 결국 미대입시를 다시 생각하고 입사미에 와서 제가 뭐에 관심이 있는지 생각을 해보았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결국 제가 시각 매체가 지닌 힘과 효과에 관심이 많고, 그걸 직접 다루고 활용해보고 싶어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시각 매체를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가치 있는 정보를 알리고 싶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어요. 디자인을 하는게 맞다는 확신을 했어요.
저도 처음에 미술을 왜 하는지에 관한 동기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미술을 하면서도 이런 기나긴 방황을 거쳤습니다.. 저는 결국엔 미술이 저에게 맞는 것이라고 제가 깨달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무작정 시작했다가 자신에게 맞지 않는 게 진짜 사실일 수도 있어요! 사실은 미술이 아니라 다른 것이 더 맞는데 오해한 것일 수 있어요. 그러니까 수학하기 싫어서 미술을 선택했다거나 단순히 그림 그리는 것이 좋아서 시작한 것이라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세요. 특히 그림 그리는 것이 좋았다면, 왜 좋았는지 다시 생각해보면 자신이 어떤 걸 하는 것이 좋을지에 관해 좀 더 괜찮은 결론이 나올 것입니다.
Q. 홍익대 지원을 망설이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홍대는 다른 대학과 달리 실기고사가 없다는 점 때문에 의아스럽거나 당황스러울 수 있을 거에요. 그리고 이 지점을 부정적으로 부각시켜 홍익대에 대한 나쁜 인식을 조성하는 선생님들도 많은 것 같아요. 하지만 홍익대를 직접 준비하다 보면 이런 오해는 자연스레 사라질 겁니다. 홍익대는 기존의 실기고사는 없지만 훨씬 더 복합적인 관점에서 학생이 지닌 실기능력, 미술에 대한 소양을 테스트 합니다.
또 제가 입시를 경험하면서 배웠던 그림 그리기 훈련이 지금 이 시대에 반드시 배워야 할 가치 있는 지식이라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물론 구도에 관한 것, 형태나 색에 관한 것, 물체를 보면서 관찰력을 늘리는 것이 미술인으로서 반드시 필요한 능력입니다. 그렇지만 조형연습이 입시라는 구조 속에서 맹목성을 띄게 되는 것이 문제인 것 같아요. 어느 순간 미술이 남을 이기기 위한 시합이 되어버리더라고요. 그러면서 점차 미술에 흥미를 잃게 되는 것 같았어요.
홍대 학생부 종합 전형을 준비하면서 공부도 좀 더 여유롭게 하고, 여러 활동을 경험해보며 자신과 미술 또는 디자인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이 더 상대적으로 적은 시간과 노동(?)을 들이고 앞으로 필요한 것에 더 근본적으로 가까운 무언가를 얻어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홍익대를 망설이는 다른 이유는 ‘성적대가 너무 높아서’일 거에요. 성적은 사실 홍대가 1차를 내신으로 6배수 뽑기 때문에 생각보다 내신이 아주 높지는 않아도 됩니다. 이 기준이 좀 불분명 할텐데 잘 알아보고 1단계만 통과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 자신감을 가지고 준비해 보기를 권해요.
제 주변 친구들 중에서도 성적이 높지 않은데도 1차에 붙은 친구들을 꽤 많이 봤어요. 아마 그 친구들보다 성적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1차에서 잘릴까봐 겁먹어서, 또는 정보를 몰라서 홍대에 지원하지 못한 친구들도 꽤 있을 거에요. 자신의 성적이 생각보다 홍대를 지원하기에 나쁜 성적이 아닐 수 있어요! 또 그래서 현재 가능성이 있는 성적이라면, 차라리 다른 학교 준비한다고 실기를 준비하는 시간을 과감히 줄이고 성적관리에 시간 투자를 많이 하는 걸 추천해요. 시간 투자를 많이 하면 확실히 성적이 오르긴 합니다. 충분히 홍대 준비해볼 만하다고 생각해요.Q. 홍익대 준비하면서 힘들었던 점, 기억나는 점이 있나요?
학교 선생님께서 미활보의 내용보다는 활동 양에 집착하셔서 좀 갈등이 많았습니다..ㅠㅠ 학교에서는 무조건 활동의 양이 많고 다양한 것이 중요하다고 했어요. 반면에 입사미에서 지도받은 다음 쓴 서류는 왠지 서류에 제가 드러나는 느낌이었어요. 활동을 하면서 제가 느끼고 깨달은 점에서 제가 관심이 있는 것들이나, 제 관점들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더라구요. 그렇게 다 써서 학교에 가져갔는데 선생님께서는 제가 한 활동들을 무조건 양이 많아보이게 묶어야 한다고 하시면서 가져간 서류에 제가 한 활동의 반도 안 된다고 화내셨어요. 그렇지만 저는 입사미에서 지도받고 쓴 서류가 맞다고 생각해서 수정 없이 그냥 제출했고, 선생님과 갈등을 겪은 그 서류로 결과적으로 홍대 합격했습니다.
면접은 어땠나요?Q. 홍익대 면접 고사 내용을 상세하게 전달해 주세요.
처음에 들어가자마자 크게 ‘안녕하십니까!!’ 하고 인사하고 ‘1번 문제 답하겠습니다!!!’ 하니까 교수님이 이 학생 참 씩씩하다고 깔깔 웃으셨어요. 그래서 시작할 때 좀 분위기가 좋은 상태에서 시작했습니다. 세 가지 그림을 비교하는 문제였는데, 제가 보고 느낀 대로 친구한테 말하듯이 이야기한 것 같아요.
한 작품에 대해 ‘이 그림은 왜곡시킨 정도가 옆의 두 그림보다 커서 주제가 잘 느껴진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니까 교수님이 ‘왜곡시키면 표현이 잘 전달이 되는 거야?’ 하고 공격적인 질문을 하셨습니다. 듣자마자 약간 ‘아 내가 좀 잘못 말한건가..’하고 잠깐 생각하긴 했지만, 결국에는 제가 대처하는 것을 보기 위한 질문이라고 생각하고 차분하게 대답했어요. ‘주제를 심화시키기 위해 다양한 방법이 있는데, 소재를 통해서도 할 수 있고 이런 방법으로도 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다시 말했어요. 다시 교수님이 왜곡보다 과장이라는 말이 더 맞지 않나? 하셔서 왜곡이 좀 더 비트는 느낌이 강해서 제 관점에서는 왜곡이 더 맞는 것 같다고 답했어요. 1번 문제에 대한 답을 끝내니 세 그림에 제목을 붙여보라고 하셨습니다. 제가 한 말이 정리가 안 되는 건가 생각이 들긴 했지만.. 생각나는 대로 제목을 붙여봤어요.
그리고 2번 문제에서 인간이 상품화된 현실을 자판기에서 인간이 뽑혀져 나오는 모습을 그렸는데, 설명 하자마자 교수님이 또 공격적이게 “아니 이렇게 그리면 이게 인형인지 사람인지 어떻게 알아? 인형 자판기 같은 것도 요새 많은데, 그거랑 똑같잖아?”하고 말하셨습니다. 그래도 당황하지 않고 시간이 한정되어 있어서 아주 사실적으로 사람을 그릴 순 없었고, 이런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이 최선이었고, 만약 그런 인형 자판기가 있다면 사진을 찍어오는 과제였다면 그걸 찍어왔을 거라고 말했습니다. 그냥 교수님은 끄덕끄덕하는 반응이었어요.
그러고 생기부, 미활보 질문으로 들어갔는데, 참여문학에 대해서 발표를 한 것을 이야기하시면서 참여문학에 대표적인 작가가 누가 있냐고 물어보셨습니다. 미활보에 전혀 없는 내용을 물어보셔서 질문 듣고 되게 의외라고 생각했어요. 김수영 시인이 있다고 대답하니까 김수영 시인의 대표적인 시를 하나 외워보래요. 제가 어떻게 알겠어요.. 그래서 그냥 전문을 외우긴 힘들 것 같고 ‘풀’이라는 시가 있는데 풀이 누웠다 이런 말을 민중들이 저항하는 그런 거에 빗댄 시라고 말했습니다. ‘전문을 외우긴 힘들 거 같고’ 이러니까 교수님들이 깔깔 웃었습니다. 그게 그렇게 웃긴 대답이었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그리고 그래피티와 뱅크시 관련해서 미활보에 썼는데, 뱅크시에도 관심이 많냐고 물어보셔서 뱅크시 작품 보고 느낀 점 얘기하다가 사례를 얘기하면 좋을 거 같아서 “제가 뱅크시 작품 중에서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장벽에 그린 작품이 인상적이었는데, (어떤 게 그려져 있는지 말하고) 이 작품을 보고 작품이 그려지는 공간도 작품의 한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이런 식으로 답했어요. 그러니까 교수님이 또 좀 웃으면서 “오!! 공간도 작품의 한 요소가 될 수 있다? ㅋㅋㅋ” 하고 말하면서 웃으시고 “너 그러면 사회적인 문제 뭐 이런 거에 관심이 많구나~”하고 말하셔서 맞다고 디자인을 통해 그런 부분에 참여하고 싶다는 식으로 말했어요. 그러고 그냥 수고했고 가라고 해서 인사하고 나왔습니다. 일반적으로 물어보는 지원동기 같은 거도 하나도 안 물어봐서 특이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뒷 번호여서 앞 번호에 비해서 일반적이지 않은 질문들이 많이 들어올 거라고 예상하긴 했지만 생각보다도 더 마구 질문이 들어오는 느낌. 바로 전 주에 다른 학교 면접을 망하고 거의 체념한 채로 빨리 집에 가겠다는 목표로(?) 임했더니 오히려 더 잘 풀리고 그냥 선생님이랑 편하게 얘기하다가 온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편하게 면접을 보는 게 가장 좋은 거 같아요,
후배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Q. 미대입시를 준비하는 후배들이 고민이 많습니다. 이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도움이 되는 말을 전해주세요.
첫 번째로, 냉정하게 생각해서 자신이 가장 적은 시간을 들여서, 높은 효율을 낼 수 있는 전형과 학교를 찾으세요. 솔직히 실기전형은 준비하는데 들이는 시간과 난이도에 비해 너무 효율이 떨어집니다. 또 변수가 굉장히 많아요. 물론 학종도 변수가 존재하지만 실기에 비해서는 비교적 덜합니다. 또 내신 제대로 챙기세요. 자신이 현재 할 수 있는 것, 자신이 해야 할 것 중 가장 중요한 것부터 차근차근 해나가세요. 미대 입시는 공부에다가 활동 준비도 굉장히 다양하게 해야 되고 여기다 실기까지 겹친다면 정말 바쁠 것입니다. 자신이 가장 효율적이게 갈 수 있는 방향을 찾고, 그 방향에 도달하기 위해 가면서 해야 할 일들의 우선순위를 정해놓고 실천해가다 보면 언젠가 어딘가에는 와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로 이건 저도 잘 못한 거지만 정말 편하게 생각하세요. 자신이 잘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무언가를 하면 좋겠습니다. 너무 초조하게 생각하고, 집착하게 될수록 잘 안풀립니다. 저는 수능이 좀 자신이 없었는데, 전날에 그냥 4등급 맞을 각오하고 임했습니다. 떨지 않고 그냥 풀었더니 점수가 괜찮게 나왔어요. 또 제가 연세대를 1차 두 번 통과해 놓고, 두 번 다 면접에서 떨어졌는데요. 제시문이 어려웠던 것도 있지만 저 자신 스스로 너무 연대가 가고 싶어서 떨어질까봐 불안해하며 떨었던 것도 있는 것 같아요. 가장 마지막에 면접 본 홍대는 거의 체념하다시피 아무것도 생각 안하고 들어갔더니 오히려 더 잘 풀렸어요. 걱정하고 집착해도 결과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는 걸 너무 늦게 깨달았네요.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저는 그나마 미술반이 있는 일반고등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학생부 종합 전형을 익숙하게 느꼈고, 처음부터 당연히 그 방법으로 미대 진학을 하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봉사활동이나 강연을 듣는 것 등)이 조금은 수월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많은 친구들이 활동을 얻기나 학생부 종합 전형에 관한 정보 자체를 얻기 힘든 상황에 놓여있다고 생각해요. 학생부 종합 전형을 알게 되어서 관심이 생겨도, 예고나 미술반 있는 일반고도 아닌데 활동 챙기는 것이나 미활보 준비 같은 것들 때문에 막막하고 준비할 게 못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그런 상황이라면, 입사미가 아주 많이 도움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또 고등학교동안 입시를 하면서 정말 제대로 느끼지만, 사람의 체력에는 한계가 있어요.. 옛날부터 막 ‘독하게 열네시간 공부하기!’ ‘졸려도 절대 자지 말고 공부하기!’ 이런 말 하면서 괴롭게 공부하고 입시를 준비하는 것이 많이 퍼트려져 있는데, 특히 저같은 체력 쓰레기는 더욱!! 정신력으로 버틴다고 될 문제가 아니에요. 미술하는 친구들 중에는 실기학원에서 하루 종일 그림 그리고 힘든 상태로 집에 와서 카페인 음료 마시면서, 억지로 버텨가면서 공부해서 실기와 공부 두 가지를 힘들게 다 잡으려는 친구들이 많은데 그냥 한 가지에만 제대로 투자하세요.
그리고 그걸 공부에 온전히 투자하고, 활동을 좀 채워서 학생부 종합 전형으로 가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 가지 비효율적으로 다 노력하다가 몸은 몸대로 상하고, 그래서 공부에도 지장이 가는 것 보다는 딱 몇 가지만 챙겨서 그걸로 갈 수 있는 학교들을 지원하세요. 저는 한 사람이 입시에서 가장 최대의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통해 가장 큰 효율을 내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무리하게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에서 너무 많은 것을 늘리려고 했다가는 이도저도 아닐 수 있어요.
물론 제가 이렇게 말했다고 쉽게만 입시를 한 건 아닙니다. 저도 힘든 부분이 많았고 할 게 너무 많아서 죽을 것 같던 때도 있었어요. 하지만 한 것만큼 보상을 받을 수 있었던 건 한 가지만 제대로 팠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을 보는 친구들이 있다면 꼭 입시에서 자신이 받을 수 있는 최대의 결과를 낼 수 있으면 좋겠네요.홍익대, 합격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나요?
🏆
윤소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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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대학교 디자인학부 합격
PART1. 홍익대, 합격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나요?
Q. 본인의 미대입시 준비 과정을 간략히 설명해 주세요
A. 나는 고2 여름부터 미술을 해야겠다고 결심해서 대형 입시미술학원에 다니게 됐어. 사실 처음엔 어떤 대학에 가고 싶은지 깊게 생각해보지도 않았어. 정말 막연하게 ‘나는 미술을 좋아하니까 미대를 가야지’라는 생각으로 다녔던 거라 수업 나오라 하면 나가고, 특강 나오라면 나가는 식의 입시를 하고 있었지. 이학년 학기말이 되자 진학 상담을 했고 선생님께서 너는 서울대, 국민대, 과기대를 준비하면 된다고 하셔서 알겠다고 대답했어. 거기가 정말 가고 싶은 학교인지, 동시에 준비할 수 있는 대학인지 생각해보지도 않은 채 내 목표를 세우게 되었지.
Q. 미술학원의 입시 가이드가 본인에게 잘 맞지 않았나요?
A. 다니던 미술학원은 수업 시수가 엄청 많았어. 매일 밤 10시까지 학원에 잡아두니 공부할 시간이 매우 부족했고 성적이 좋은 학생은 정말 손에 꼽혔어. 그러다보니 홍익대는 거의 불가능한 대학으로 취급되는 분위기였고 나 또한 당연히 홍익대는 내 길이 아니라고 생각했어.
Q. 미술학원에서는 홍익대 준비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나요?
A. 홍익대에 대해 간혹 물어보면 ‘나중에 따로 반을 개설해주겠다. 지금은 실기에만 집중해라.’와 같은 대답만 돌아왔고, 그런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아 내가 너무 성급하게 굴었나보다. 그래도 언젠가 준비해주시겠지. 일단 실기나 열심히 하자.’ 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 그리고 홍대는 내 성적으로 아슬아슬하다면서 추천하지 않는 분위기였어. 자꾸 그러시니까 ‘내가 지금 주제넘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도 많이 했어. 결국 입사미 상담을 통해 알게 되었지만 나는 홍대 디자인학부 지원 가능한 성적이었어. 그때 미술학원 말만 믿고 정보를 찾아보지도 않았다면 당연히 홍대는 지원 조차 하지 않았겠지? 정말 무섭다.
Q. 서울대와 과기대 두 대학의 실기 유형이 전혀 다르다고 알고 있어요. 하나만 제대로 하기도 어려웠을 것 같고, 준비 시간도 부족했을 것 같아요. 두 대학을 동시에 준비하는 것이 효율적 전략인가요?
A. 선생님께서는 서울대를 중심으로 하되, 서울대 떨어질 경우를 대비해서 과기대도 준비해야 한다고 하셨어. 나는 사실 과기대에 대해 많이 알아보지 않은 상태여서 그닥 가고 싶은 마음은 없었는데 서울대 경쟁률이 높은 건 사실이잖아? 올해부터는 서울대가 정시로 옮긴다고 하니까 이런 혼란은 없겠지만, 내 경우에는 수시에 서울대가 있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혼란스럽기만 했거든.
서울대만 써서 떨어진다고 생각하니 진짜로 불안해져서 과기대 유형을 엄청 열심히 준비했어. 그렇게 시험 유형도 다르고 학교 분위기도 다른 두 곳을 동시에 준비하다보니 점점 시험 날짜는 다가오는데 공부는 공부대로 못하고 실기도 더디게 느는거야. 불안함은 점점 커져만 가고... 그래서 내가 선택한 건 서울대를 포기하는 거였어. 실기 100%인 서울대를 지원하느니 1차 때 성적으로 잘라서 경쟁률을 10:1로 줄일 수 있는 과기대에 올인하자. 사실 이렇게 결심하면서도 과기대가 그렇게 가고 싶진 않았어. 무서워서 도망 친거라고 봐야지.
Q. 수시 실기위주전형은 과기대에만 지원했나요?
A. 입시를 해보면 알게 되겠지만, 과기대 실기 유형으로는 수시 때 지원할 수 있는 학교가 없어. 실기에 시간을 그렇게 쏟아 부었는데 수시 때 실기로 쓸 수 있는 학교가 과기대 뿐 이었던거지. 정말 대책 없이 학원에서 하라는 대로 준비하고 있었는데 수시 지원 날짜가 점점 다가오는거야… 그때서야 수시 카드 6개를 어디로 채워야할지 생각해보기 시작했어. 내가 준비한 실기 유형으로는 다른 곳을 지원할 수가 없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그제서야 알게 된거야.
Q. 수시에 6번의 기회에 대한 구체적 계획 없이 실기만 열심히 하다보면 대학에 갈 수 있을거라 생각했던 거네요.
A. 돌이켜 보면 정말 위험천만한 입시를 했던거야. 나는 홍익대 합격해서 천만 다행이지만, 이런 비효율적인 입시를 애시당초 하지 않기를 바래. 죽자사자 열심히 실기를 준비하다라도, 정작 실기로는 수시에 합격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지원할 수 있는 대학도 고작해야 한 두 대학 밖에 없다는 사실을 꼭! 알아야해. 실기만으로는 절대 수시 6번의 기회를 살릴 수 없어. 결국엔 학종으로 나머지를 채워야해. 사실 나머지를 ‘학종으로 채운다’는 생각 자체가 잘못이었지. 학종도 실기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준비가 필요한 전형이었는데…! 그래서 나는 좀 늦었지만 학종을 빨리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고 이때부터 홍대에 대한 열망을 다시 키우게 되었던 것 같아. 고 3 5월 말경에 입사미를 찾게 되었어. 돌이켜 보면 너무 멀리 돌아온 거라 생각해.
Q. 수시에서 어떤 결과를 얻었나요?
A. 결과적으로 나는 수시 여섯 개 중 홍대만 붙었어. 내가 만약 실기만 준비했다면 수시에서 전부 떨어졌겠지? 혹여 실기로 다른 대학을 붙었다 하더라도 홍대 붙은 것만큼 기쁠 순 없었을 거고. 그리고 만약 재수해야 되는 상황이 와도 또 실기로 넣게 되었을 거야. 미술학원에 있는 선배들은 실기 전형으로 준비해서 떨어지면 그 다음 루트로 또 실기를 하니까... 그걸 보는 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그렇게 했겠지? 학종이 갖는 성공 가능성은 선택지에서 완전히 배제해버린 채 말이야.
Q. 홍익대 붙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그런데 왜 미대입시를 처음 시작할 때 바로 홍익대를 준비하지는 않았나요?
A. 다시 입시를 하라고 하면 당연히 그렇게 할거야. 하지만 당시에는 그 누구도 홍대 입시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주는 사람이 없었어. 올바른 선택을 하기가 진짜 어려운게 사실이야. 나는 미술학원의 영향으로 인해 홍대 가는 사람은 거의 전설인 줄 알았어. 거기서는 마치 홍대 합격을 복권 당첨쯤으로 여겼거든. 선배들도 미활보를 2일만에 써서 냈다고 하더라고! 당연히 붙은 사람은 없었고... 대충 준비했으니 붙지 못하는건데 ‘홍대는 원래 가기 힘들어. 면접도 어려워서 어차피 못붙어.’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어.
Q. 미술학원에서 홍익대를 준비해 준다고 말을 하지만, 정작 홍익대 지원을 포기하게 만드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군요.
A. 나는 홍대를 가고 싶은데 학원에서는 내가 말도 안되는 목표를 세운 것처럼 여기니까 자존심 상하기도 하고 홍대 지원이 두려워지기도 했어. 불필요한 감정만 늘어나고 불안감만 커져갔어. 점점 학원에 대한 신뢰가 사라질 때쯤 입사미를 오게 되었지.
PART2. 복잡한 미대입시, 더 좋은 방향은 무엇일까요?
Q. 입시전략을 전면적으로 수정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A. 입사미에서는 나의 상황을 미술학원과 전혀 다르게 해석했어. 나의 경우에는 수시 실기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거야! 사실 나는 수시 실기로 합격할 만한 상황도 아니었고, 여섯개 중 하나밖에 쓸 수 없는데 그에 비해 실기에 투자하는 시간이 너무 많으니 말도 안되는 방법으로 입시를 준비하고 있었어. 막연하게 알고는 있었든데, 그걸 확실히 깨닫게 되었어. 인정하기 힘들었지만 전부 맞는 말이었어. 너무 정곡을 찔려서 무섭기까지 하더라. 열심히는 하고 있는데 내가 대학에 갈 수 있는 방향으로 열심히 했던게 아니라 그냥 학원에서 시키는 대로 실기를 열심히 하고 있었던 거였어.
Q. 입사미를 믿게 된 또 다른 계기가 있었나요?
A. 처음 상담 했을 때 나눴던 대화 중 아직 기억에 남는 점이 있어. 내가 왜 미대에 가야하는지 부터 시작해서 실기만 하느라 회피하고 있던 질문들을 막 물어보셧어. 나는 입시 상담하러 왔는데 그런 원초적인 질문을 던지다니! 근데 이런 기본적인 질문도 대답할 수 없는데 정말 미대입시는 왜 하는 걸까? 결국 한 시간 내내 얼버무리다가 상담이 끝났는데 내 자신이 스스로에게 무책임 하다는 생각이 들더라. 미대를 가겠다고 이렇게 열심히 준비하는데 정작 왜 가고 싶은지는 모르다니! 이런 것도 대답 못하는 와중에 지금 실기가 중요한가? 그래서 꼭 여기를 다니면서 이 질문들과 끝장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홍대는 그 이유를 미활보와 면접으로 확인하고 학생을 뽑는 거니까 더더욱 학종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너무 거창하게 대답했는데 정말 나는 도전 같은 느낌으로 입사미를 다니기로 결정했어.
Q. 입시에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이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A. 뻔한 답처럼 들리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을 꼽으라면 ‘나를 믿었던 것’이라고 생각해. 나는 내성적인 편인데 그래도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것에 있어서는 꼭 하려고 하거든. 모의 면접때도 내 주관이 뚜렷한 게 장점이라고 해주셨고. 실제 면접에서도 내 생각을 전달하는 것에 있어서는 기죽지 않고 말씀 드렸는데 합격에 크게 작용한 거 같아. 그리고 입시 땐 소신껏 해야 결과가 어떻든 후회 없는 듯! 그러니 이걸 보며 망설이던 친구들은 더 이상 망설이지 마!
Q. ‘미대입시=실기’ 라고만 생각하고 실기만 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인 것 같아요. 그 학생들에게 해 줄 수 있는 말이 있나요?
A. 미대입시는 전략이 정말 중요한 것 같아. 실기는 입시 전략 중 하나일 뿐이고, 그것이 본인에게 맞는 전략이라면 다행이지만 만약 본인에게 맞지 않다고 생각된다면 과감히 버려도 된다고 생각해. 실기가 불안한 사람이라면 어차피 그걸로 성공하기 힘들다는 걸 본인이 가장 잘 알거야. 나 같은 경우엔 가장 유리한 전략이 학종이었고 학종을 준비하면 실기만 했을 때보다 더 많은 대학을 지원할 수 있었어.
사실 나는 학원에서 조성했던 불안감과 이상한 집착 때문에 결국 끝까지 실기를 그만두진 못 했는데 결과는? 슬프지만 돈과 시간만 허비하게 됐어…! 그리고 만약 실기 대학에 붙었다 하더라도 당연히 홍대를 선택했을거야. 그러니까 나한테 실기 준비는 더더욱 필요 없는 과정이었던거지. 내 얘기를 듣고 실기에 대한 미련을 좀 떨칠 수 있길 바래! 너희도 본인에게 적합한 전형이 뭔지 알아냈다면 그냥 본인을 믿고 밀어붙이길!
Q. 미술을 처음 시작하려는 학생들에게 해줄 말이 있나요?
A. 병수쌤을 만나게 되면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왜?’라는 말이 될거야. 거기에 익숙해져야해. 나는 어렸을 때부터 내가 미술을 잘한다고 생각했어. 낙서 같은 걸로도 칭찬받고 미술대회 상도 많이 탔었거든. 그래서 진로를 결정할 때쯤 되니까 공부로 갖는 직업보다는 미술로 직업을 갖는 게 더 재밌겠더라. 그러려면 미대를 꼭 가야겠고... 그래서 미술학원을 등록했어! 근데 나처럼 생각해서 미술을 시작한다면 나중에 미술을 하면서도 후회할 수 있어. 학원이 하라는 대로 끌려 다닐 확률이 높고, 막상 미대에 가서도 행복하지 않을 수 있을거 같거든. 난 왜 미술이 좋은지, 어떤 미술을 하고 싶은지, 왜 미대에 가야하는지 같은 것들에 분명히 대답할 수만 있다면 미술 시작하는 거 전혀 겁내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어!
Q. 홍대 지원을 아직도 망설이는 학생들에게 해줄 말이 있다면?
A. 나도 많이 불안해봤던 사람으로서 본인이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느낀다면 그걸 그냥 믿어보라고 하고 싶어. 불안하다는 건 그만큼 간절하게 가고 싶다는 거 아닐까? 너무 가고 싶으니까 안 좋은 결과를 미리 막 예상하면서 불안해하는 것 같아. 근데 불합격이 두려워서 시작조차 안하면 합격도 못 해! 자신감을 갖고 시작하라고 말해주고 싶어. 입시하다보면 자존감 낮아져서 나를 못 믿게 되지만 홍대 지원을 고려해봤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가능성이 있다는 거야. 그 가능성을 믿어 봐! 오글거리지만 서류 준비는 입시라기 보다는 '나'라는 사람을 알아간다는 마음으로 시작해보는 걸 추천해. 홍대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을거야!
PART3. 면접 문제, 어떻게 풀었나요?
Q. 홍익대 면접 고사 내용을 아주 상세하게 얘기해 주세요.
A. 들어가서 앉자마자 2번 질문 어떻게 풀었는지 설명해보라고 하셨어. 당연히 1번 먼저 할 줄 알았는데! 그래도 당황하지는 않았어.
2번 질문은 ‘다음 그림은 사회 문제를 비유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이처럼 사회 문제를 비유적으로 표현하시오’였어.제시된 그림은 환경 파괴 문제를 인간의 폐에 빗대어 표현한 그림이었어. 사실 이 질문을 받았을 때 진짜 저절로 웃음이 나왔는데 왜냐면 내가 입사미 면접 수업 때 거의 똑같은 문제로 풀어본 적이 있었거든. 그때는 현대 사회의 풍속화를 그리라는 게 질문이었는데 나는 ‘물질만능주의’를 주제로 사회비판적인 메시지를 담았었어. 그래서 그냥 그대로 그리면 되겠다고 생각했지. 정말 대박이지 않니?
나는 물질만능주의를 제사풍습에 비유했는데, 제사상 위에 귀금속이 올라가 있는 장면을 그렸어. 사람들이 물질적인 가치를 너무 중요시한 나머지 제사가 사람의 안녕이 아닌 물질을 염원하고 신격화하는 자리로 변질된 상황을 가정해보았다고 설명했어.
근데 교수님이 물질만능주의가 사회 문제랑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다고 하셨어. 물질만능주의는 문명과 관련된 현상이지 않냐면서 나보고 문제지를 제대로 읽었냐는거야! 나는 물질만능주의가 사회 문제라는 걸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정말 당황스러웠어. 하지만 일단 동의하면서 시작했어.
"면접관님 말씀처럼 물질만능주의는 문명적인 현상이지만, 문명은 사회는 유기적으로 얽혀 있는 문제라 가정했다. 문명 현상에 문제가 있으면 사회적으로도 악영향이 생길 것이다. 물질만능주의가 심화되어서 인간 본연으로서의 가치가 물질적인 가치보다 경시되는 게 그런 예시이다."고 했어.
그러자 면접관님께서 물질만능주의가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언제 그렇게 느끼게 되었냐고 물어 보셨어. 내 경험을 물어보는 거였는데 너무 개인적인 얘기는 하면 안 될 것 같아서 뻔하지만 과시 소비를 예로 들었어. 그런데 과시 소비를 설명하다보니 명품 구입을 부정적으로 얘기하게 됐어. 말하면서도 내가 명품 자체를 안 좋게 보는 사람이 되기는 싫어서 후회스러웠지만 이미 말해버린 상태였지.
역시 다음 질문은 이거였어. ‘본인이 지원한 곳은 디자인학부이다. 디자인은 어찌 됐든 상업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낼텐데 그러면 사람들에게 물질만능주의를 조장할 수 있지 않냐. 본인이 그린 그림과 본인의 지향점이 굉장히 상충하는 것 같이 느껴지는데 어떻게 변호할 것이냐.’ 정말 저렇게 여쭤보셨는데 당황스럽기 보다는 일부러 나를 압박하려고 그러시는 것 같았어. 그래서 그냥 차분하게 내 생각을 말씀 드렸어. 내 그림은 물질을 중요시하는 정도가 지나쳐서 더 중요한 가치를 잃어버린 상황을 가정한 것이며, 사람들의 필요를 충족시켜주는 상업 활동은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했어. 그게 디자이너의 일이기도 하고.
그리고 다음 질문은 그런 물질만능주의가 왜 생긴 것 같은지, 사람들이 돈을 중시하게 된 이유가 뭐인 것 같은지 여쭤보셨어. 진짜 내가 철학과 면접에 온건지...! 어차피 좋은 대답은 못할 것 같아서 "돈으로 모든 욕구를 충족할 수 있다는 풍조가 생겨서 그런 것 같다." 고 했어. 근데 막상 뱉고 나니까 내가 한 말은 그냥 물질만능주의 뜻풀이더라고... ‘아 망했구나’ 라는 생각이 잠깐 스쳤는데 병수쌤이 망친 것 같아도 다른데서 만회하라고 한 게 생각나서 리셋하려고 애썼어.
그 다음에서야 ‘물질만능주의’에서 벗어난 질문이 나오더라고. 내 그림이 굉장히 대칭적이었는데 면접관님이 좀 더 구도를 다이나믹하게 바꾸면 더 재밌을 것 같다면서 지금 바꿔보라고 하셨어. 그런데 내가 좌우 대칭 구조를 쓴 건 이유가 있었기 때문에 바꾸고 싶지 않았어. 그리고 나한테 그 이유를 설명하도록 유도하시려는 것 같기도 했고. 그래서 내가 좌우 대칭 구도를 써서 가운데 놓인 대상을 부각시키고자 했던 거라고 말씀 드리면서 만약 역동적인 구도를 써서 다른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면 그것도 한 번 고민해보고 싶다고 했어. 면접 때 면접관님이랑 논쟁할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줏대 없이 내 생각을 전부 면접관에게 맞추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해. 내 생각이 없어보일 수도 있으니까. 계속 그걸 명심하면서 의견을 절충한다는 느낌으로 면접관님과 대화했던 것 같아.
Q. 2번 문제 다음으로는 어떤 질문을 받았나요?
A. 시간이 꽤 많이 지나서 지원동기 여쭤보실 줄 알았는데 1번 문제 세번째 그림 누가 그렸냐고 여쭤보셨어. 바스키아 그림이라고 하자 면접관님께서 ‘근데 이 그림 너무 원시적이지 않아요? 유치원생 그림 같기도 하고.. 바스키아가 유치원생하고 뭐가 달라요?’ 라고 하셨어. 듣자마자 들었던 생각이 바스키아 그림의 차별점을 말하되 유치원생 그림을 안좋게 말하진 말자는 거였어. 그러면 유치원생 그림은 그림이 아니라는거에요? 이러실 것 같았거든. 그래서 그림에 담겨 있는 감정의 깊이가 다른 것 같다고 했어. ‘아기들이 그림을 그리는 이유와 바스키아가 그림을 그리는 이유는 비슷한 것 같다. 아기들도 자신의 감정 상태를 표출하려고 그림을 그린다. 하지만 이 그림이 아기들 그림보다 높게 평가되는 이유는 바스키아가 굴곡진 인생을 살아오면서 느낀 여러 고통, 정신적 고뇌 같은 것이 쌓여서 비로소 탄생한 그림이기 때문인 것 같다’고.
그러자 옆에 계시던 면접관님이 ‘그럼 이번엔 학생이 비평가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바스키아 그림이 쓰레기야. 말을 어떻게 해주고 싶어요?’ 라고 하셨는데 나는 이때 바스키아 그림이 쓰레기라는 사람들에게 비평가로서 바스키아를 옹호하라는 뜻으로 잘못 알아들었어. 그래서 아까 질문하고 똑같은 거 아닌가? 왜 또 시키시지? 하면서도 바스키아 그림 옹호를 다른 근거를 들어서 한 번 더 했어.
그랬더니 면접관님이 약간 짜증내시면서 ‘아니 쓰레기라고 해보라니까. 비판해보라고.’ 이러셨어. 면접관님 말을 못 알아듣다니! 큰 실수 한 것 같아서 너무 당황스러웠는데 일단 사과부터 드렸어. 제가 질문을 잘못 이해한 것 같다. 죄송하다. 비판해보겠다. 그렇게 말하고 그림을 다시 봤는데 정말 못하겠는거야. 방금까지 칭찬하라 해놓고 이번엔 비판해보라니... 그래서 면접관님이 아까 말씀하셨던 원시적인 표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해봤어. ‘여기 막 그어진 선들이나 난잡하게 쓰여진 색상들에 전부 의미가 있나요? 그냥 막 칠한 것 같은데 무작위성이 전부 예술이라고 할 수 있나요?’라고. 그랬더니 면접관님이 ‘애썼다’ 이러셨어. 칭찬인지 조롱인지 모르겠어…
이후부터는 철학적이거나 어려운 질문이 없었거든. 1번 문제 첫 번째 그림 미술사조 중에 뭐랑 비슷한 것 같냐, 그런 표현 방식을 썼을 때 얻는 효과가 뭐냐 같은 거? 이 질문들은 입사미 모의면접 때 충분히 준비했던 거라 막힘 없이 말할 수 있었어. 근데 이거 말하고 있을 때 시간이 다 되어서 밖에서 문이 잠깐 열렸는데 면접관님이 닫으라는 식으로 손짓했던 것 같아. 그리고 내 말을 끊으면서 우리 학교 오면 뭐 배우고 싶냐고 여쭤보셨어. 원래 문 열리면 시간 끝난 거 아닌가? 그래서 아 나한테 관심이 있으신가보다! 하고 자신감을 좀 얻었던 것 같아.
나는 광고를 하고 싶었기 때문에 그 쪽으로 관련되게 말했어. 광고 중에서도 공익광고가 하고 싶었기 때문에 나중에 사회문화적디자인 스튜디오를 들어가고 싶다고 했어. 아 그리고 인터랙티브 광고도 관심이 많다고 했어. 그랬더니 인터랙션은 왜 하고 싶은지 여쭤보시고,, 대답하고,, 인터랙션 광고 예시 말하라고 하셨고,, 내가 좋아하던 광고 설명했어!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자신 있게 해보라고 하셨어. 면접관님 두 분이셨는데 둘 다 처음으로 웃으면서 자신 있게! 이러시길래 갑자기 긴장 다 풀려서 정말 후련하게 내가 광고를 얼마나 하고 싶은지, 입학하면 어떻게 공부할지 같은 내 각오를 말하고 나왔어!
PART4. 후배들에게 보내는 ‘진심을 다한 충고’
Q. 입시를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말을 해주세요.
A. 면접 얘기부터 하자면 나는 입사미에서 풀었던 문제랑 거의 똑같이 나왔어. 하지만 아무리 풀어봤던 문제라 하더라도 제대로 풀어놓지 않았다면 합격할 수 없었을 거야.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입사미에서 수업할 때 문제를 많이 푸는 것에만 치중하지 말고 좋은 그림이 나올 때까지 스스로 반복해서 풀어봤으면 좋겠다는 거야. 앞서 면접 내용에서 설명했던 그 문제의 경우도, 수업 마치고 남아서 여러 번 질문해가며 고쳐 놨던 그림이라 더 반가웠던 것 같아!
그날 그날 자기가 그린 것도 의미를 파악해가며 다시 그려보고, 칭찬 받는 친구들 그림은 그냥 감탄하고 끝내는 게 아니라 주제를 키워드로 뽑아서 표현 방식이랑 같이 외워두었는데 나중에 내 그림에 써먹을 때가 꼭 있더라고. 아 그리고 공익광고 찾아보는 것도 추천할게. 간단하지만 분명하게 전달되는 이미지를 분석하기에 최고인 것 같아.
Q.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데 하지 못한말이 있으면 해주세요.
A. 마지막으로 입시는 순간의 선택이 정말 중요한 거 같아.. 미활보도 2달 동안 낑낑대며 썼는데 마감 6시간 전에 다시 읽어보니까 내가 어떤 사람인지 전혀 안 보이고 절대 못 붙을 거 같은 거야!! 사실 그때까진 교과, 비교과, 종합란 간 연결성은 포기한 상태였거든. 그래서 그냥 눈 딱 감고 처음부터 끝까지 연결되도록 다 갈아 엎었어. 어차피 이걸로는 못 붙는다, 그냥 떨어지나 갈아엎고 떨어지나 똑같으니 그냥 엎자! 라는 생각으로 엎었는데 정말 잘한 거 같아! 그때 안 바꿨다면 면접까진 가보지도 못했을 것 같다ㅠㅠ
그리고 나 같은 경우엔 수시 6개 지원 중에 나머지는 전부 떨어지고 홍대만 붙었는데 만약에 홍대를 안 썼다면 어떻게 됐을까? 정말 무섭다. 입시하다보면 고민되는 순간이 엄청 많이 올 텐데 주변의 말을 듣는 것도 좋지만 본인이 후회 남지 않을 선택을 하는 게 최고인 것 같아. 확신이 안서더라도 본인이 맞는 것 같다면 그렇게 해! 너무 타인의 말에 휘둘리지 말고, 불안감 때문에 이도저도 아닌 선택을 하지말고, 주도적으로 입시라는 문제 상황을 해결해 나가길 바래.
생생한 면접 현장
🏆
문예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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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예술종합학교 방송영상 홍익대학교 미대 자율전공
1. 생생한 면접 현장
Q. 홍대 면접 현장에서 어떤 문제가 나왔고, 본인은 어떻게 문제를 풀이했는지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주세요.
A. 첫 번째 문제에서는 마그리트의 작품, 뱅크시의 작품, 동양화까지 총 세 그림이 제시되었어요. 문제를 받자마자 가장 눈에 띈 특징은 ‘언어' 였죠. 마그리트의 작품에서는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는 문구가, 동양화에서는 한문이, 그리고 뱅크시의 작품에서는 “parking”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언어를 중심으로 마인드맵을 작성했어요, ‘왜 이 문구들을 넣었어야 했을까?’라는 의문점을 안고 출발했죠. 다행히도 그와 관련된 질문을 받았어요. 작품에서의 언어가 어떤 기능을 하는지 물으시더라구요. 저는 감상자가 작품을 해석할 때 작가의 의도를 알아채는데 도움을 주기 때문에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는 취지로 답했어요.
Q. 두 번째 문제는 어떤 문제가 나왔나요?
A. 두 번째 문제는 선으로 간단하게 그려진 그림 위에 창의적으로 그림을 덧그려 보라는 문제였어요. 주어진 그림을 처음 딱 봤을 때의 인상은 '소' 같았어요. 사실 소를 소처럼 해석하지 않고 색다른 방법으로 해석해보고 싶었는데, 주어진 시간이 부족하더라구요. 이후에 제가 어떻게 문제를 풀었는지는 교수님과의 대화를 통해 적어볼게요!
교수: 본인의 그림을 설명해볼까요?
나: 그림을 보자마자 든 생각은 “어, 소네?” 였어요. 사실 소를 소처럼 해석하지 않고 색다른 방법으로 해석해보고 싶었는데, 한 번 소라는 생각이 들고 나니 다른 생각이 잘 나지 않았어요.
교수: (웃음) 괜찮아요. 편하게 말해보세요.
나: 제가 느낀 그림의 첫 인상은 “쓸쓸하다”였어요. 더 구체적인 감정으로 표현해본다면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라는 문구가 적합할 거 같아요. 선으로 한 마리만 덩그러니 그려져 있어서 그런지 쓸쓸해 보이더라구요. 제가 선택한 상황을 표현하기 위해 줄에 묶인 소와 그 줄을 잡아끄는 사람의 손을 그려 넣고, 소의 뒤에는 연필로 옅게 그림자를 채워 넣었어요. 대상의 뒷모습에 길게 드리워지는 그림자가 감정의 여운을 더해 줄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또 면으로 표현된 그림자들을 통해 선과 면의 대비도 주고 싶었어요. 그림자들 속에는 송아지 등의 실루엣을 그려 넣어 쉽게 발을 뗄 수 없는 듯한 어미소의 심정을 연출했어요.
교수: 부정적인 해석이네요. 혹시 반대로, 긍정적으로는 해석해보지 않았나요?
나: 긍정적인 해석도 생각해봤지만,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주어진 시간 내에 제가 더 잘 표현할 수 있다고 판단한 쪽을 선택했습니다.
교수: 솔직해서 좋네요! (웃음),그럼 시간이 더 주어진다면 본인이 그린 그림에서 어떤 요소를 극대화시켜 볼거예요?
나: 사실 그림자들을 조금 더 조형적으로 표현해보고 싶었어요, 그런 의미에서 그림자들의 크기를 서로 다르게 한 후에, 층층이 쌓아서 그림자 들의 면과 면이 충돌하도록 표현해보고 싶어요.
교수: 생기부로 넘어가 볼게요. 자율전공에 지원한 동기와 장래희망을 이야기해볼래요?
나: 저는 운 좋게 제품 포장 디자인에 참여했던 경험이 있어요. 원래 포장 디자인에는 큰 관심이 없었는데, 콘텐츠에 디자인을 적용하는 방식에 따라 제품의 분위기와 실적이 달라진 다는 것을 체험한 후 디자인의 힘을 실감했습니다. 더 많은 분야를 배워보고 싶어 지원하게 되었습니 다. 하고 싶은 분야 한 가지만 하는 것도 좋지만, 다양한 경험을 쌓아 남들보다 더 많은 분야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디자이너가 되고 싶습니다. 위의 대화 내용이 끝나고 교수님들께서 계속 더 자세히 설명해달라고 하셔서 조금은 당황했었어요. 하지만 입사미에서 연습했던 경험들을 떠을 리며, 위의 내용처럼 대체적으로 순조로운 대화를 진행하며 마무리할 수 있었답니다!
2. 진짜 면접 vs 가짜 면접
Q. 면접을 순조롭게 진행한 것 같아요. 어떤 태도로 임하는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나요?
A. 많은 합격 수기들을 보면 흔히들 솔직함이 중요하다고 하죠. 그런 수기들을 보면 ‘당연히 면접은 솔직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곤 해요. 하지만 막상 면접에서 모르는 질문을 들으면 대답하기 어려워요. 여기서 제가 말하는 ‘모른다’는 상황은 크게 두 가지예요. 정말 모르는 개념에 대한 질문이거나, 자기 스스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거나.
Q. 첫 번째 경우, 즉 모르는 개넘이 나오는 경우에 대비해서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요?
A. 사실 첫 번째 경우는 입사미에서 제공하는 수업에 충실히 임한다면 쉽게 해결 가능한 문제라고 생각해요. 서병수 선생님이 수업 첫 날에 미술사에 영향을 미친 작품들을 중심으로 입체적으로 정리해 주시거든요. 수업 중에 언급하는 작품의 수가 많지 않아서 들을 땐 ‘겨우 이 정도만으로 모든 작품을 이해할 수 있다고?’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이 흐름을 이해해야 나머지 작품도 이해할 수 있어요. 가장 기반이 되는 수업이에요. 이 수업 하나만으로도 수업을 듣기 전과 후로 나뉜다고 말하고 싶어요.
Q. 수업이 개념을 정리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나 보네요. 어렵진 않았나요?
A. 큰 흐름을 빠르게 정리하다 보면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어요. 그럴 땐 선생님께 질문을 하든, 자료를 찾든지 해서 어떻게든 이해하세요. 예를들어 원근법을 고안해 내기 전과 후의 작품의 차이를 이해하고 나면 익숙하지 않은 작품이라 하더라도 핵심이 되는 요소들만으로도 문제풀이가 가능하거든요. 면접 준비 커리큘럼 중, 이 첫 시간 수업에 꼭 집중해야 한다고 당부하고 싶어요.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모든 수업은 이 날로부터 시작됩니다!
Q. 그렇다면 두 빈째 경우, 자신에 대한 깊이 있는 질문은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요?
A. 그렇죠. 문제는 두 번째 상황이겠죠. 미활보를 쓰기 위해 오로지 입시만을 바라보고 달려왔던 내가 대학 진학 후에 정확히 뭘 하고 싶은지, 왜 미대에 가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반문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해요.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렇게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는 시간들이 별로 없다는게 문제죠. 이렇듯 여유롭지 못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입사미 선생님들께서는 면접 준비를 통해 단순히 면접 당일 하루만을 위해 꾸며진'나'가 아 니라 진정한 '나'를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어요.
Q. 어떤 도움을 받았는지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세요.
A. 저는 막연하게 ‘드라마 감독이 되고 싶다’라고 꿈꿨어요. 내가 왜 이걸 하고 싶고, 무슨 ‘이야기’를 담는 드라마를 만들고 싶은지는 생각해보지 못 했어요. 그러다 보니 막상 ‘왜?’ 라는 질문을 받으면 턱 막히게 돼요. ‘그냥 좋아서, 하고 싶어서’라는 말밖에 안 나오죠. 하지만 이런 순간에 스스로를 한 번 더 돌아봐야 해요. 전 선생님들과의 대화를 통해 ‘과연 난 내가 하고 싶어하는 일에 대해 진정으로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봤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게 되었어요. 그렇게 질문하면서 내면에 집중 하다 보니 내가 하고 싶은 것에 대해 훨씬 능동적으로 찾아보게 되더라rn요.
Q. 면접 고사장에서도 자신의 생각을 잘 보여주고 나왔나요?
A. 흔히들 ‘관심이 있으면 질문이 생긴다’라고 하죠. 진지하게 나에게 질문 하고 끝없이 반문하다 보면 나도 모르는 나의 모습이 보이면서, 교수님들이 나에 대한 질문을 했을 때 아무런 망설임 없이 당당하게 말할 수 있게 되죠. 그리고 이러한 시간들이 있었기에 처음으로 내가 진심으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탐색해볼 수 있었어요. 입사미는 입시생들에게 면접 준비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대학 진학 후에 마주하게 될 삶의 예고편까지 제시해주는 역할을 했다고 생각해요.
Q. 보통 면접 준비를 할 때 예상 문제를 뽑아보고 그것에 대한 답을 미리 외워서 가는 경우가 많지 않나요?
A. 대부분의 학생들은 면접을 준비할 때 예상 질문을 정리해요. 그리고 그 질문들에 대한 답을 머릿속으로 저장해두고 면접에 임하죠. 면접에 가보면 느끼겠지만 막연히 예상 질문을 정리해보는 것만으로는 부족해요. 또, 예상 질문을 정리하다 보면 불안한 마음에 답을 외우려고 하는데, 그렇게 되면 모든 대답이 생각해두었던 답에 맞춰 흘러가 버려요. 흐름에 맞지 않는 답변인데도, 익숙하게 느껴지니까 그 답이 옳다고 착각하게 되거든요. 이런 문제들을 방지하기 위해 입사미에서는 모의 면접이 자주 진행되었어요. 모의 면접은 예상치 못했던 질문들을 접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이에요.
Q. 입사미에서의 면접 준비 과정을 통해 변화가 생겼나요?
A. 모든 과정이 지나고 나면 첫 번째 모의 면접 때의 모습과 마지막 면접 때의 자신이 달라졌음을 느낄 수 있어요. 그리고 또 특별한 점은, 단순히 모의 면접을 경험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을 촬영해 피드백을 제시해준다는 점이에요. 나중에 보면 알겠지만, 생각보다 이 영상이 굉장히 충격적일 거예요. 저는 사실 평소에 면접에는 자신 있다고 생각해 왔었어요. 그런데 막상 영상에 비춰진 모습들은 고쳐야 할 것 투성이더라구요. 그 다음부터 항상 면접 전에 고쳐야 할 점들을 인식하고 들어가다 보니 조금씩 발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아예 모르고 있는 것과 조금이라도 인식하는 것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기 때문에 모의 면접 영상을 꼼꼼히 보는 것을 추천해요!
3. '왜?'라는 질문의 힘
Q. 홍대뿐 아니라 한예종 방송영상과까지 동시에 합격했네요. 입사미의 교육 과정이 홍대 입시뿐만 아니라 한예종 입시에도 도움이 되었나요?
A. 홍대 미대와 한예종 방송영상과라고 하면 다들 의아해 하세요. 서로 연관성이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동의해요! 홍대만 준비하고 한예종 면접까지 무사히 치르고 왔다는게 연결고리가 부족해 보일 테니까요. 하지만 제게 입사미의 교육과정은 단순히 홍대 면접만을 위한 과정은 아니었어요. 약간 우스갯소리를 하자면, 입사미를 다니는 동안 서병수 선생님께서 제 평생 가장 많이 말씀하시는 단어는 “왜?”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서병수 선생님은 대화할 때 하나의 대답에 서너 개의 꼬리를 달아 주세요. 처음에는 무서웠어요. 내가 뭘 잘못 대답했나, 틀린건가 별 생각이 다 드는데 사실 그게 아니거든요. 우리가 깊이 있는 생각에 익숙하지 않을 뿐이에요. 항상 답을 찾는 과정에 익숙하다 보니, 정해진 답이 없는 미술 마저도 답을 찾으려 해서 ‘왜?’라는 질문에 당황하는 거예요.
Q. 입사미 교육과정이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이 되었나요?
A. 서병수 선생님과 몇 번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일상에서도 ‘왜?’라는 질문에 답을 찾으려 노력하게 되었어요. 어느 순간 정말 궁금해지더라구요! 나는 왜 미대가 가고 싶었을까? 놀랍게도 그 끝에 마주하게 된 건 영상이었어요. 사람들의 변덕스러운 욕구를 채워주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 미술을 시작했지만, 그 변덕을 이해하기 위해 바라본 사람들의 삶이 너무 재있더라구요. 오히려 그 삶들을 담아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걸 확실하게 깨닫고 나니 한예종에 지원할 용기도 생겼던 것 같아요. 조금씩 마음에 품고 있던 꿈이었지만 막연한 꿈으로만 여기고 지나쳤던 고3 시절과 달리 행동으로 옮겼고, 이루었으니까요.
Q. 홍대와 한예종 중에서 한예종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A. 홍대와 한예종, 두 대학에 모두 붙었을 때 정말 많은 고민을 했어요 홍대로 가야 할지 한예종으로 가야 할지... 저는 고민 끝에 한예종으로 진학 하기로 결심했어요. 홍대를 포기하고 한예종에 진학한건 후회하지 않아요. 저를 믿었기 때문이겠죠.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하는 과정들이 반복해서 쌓이다 보니 어느새 나도 모르게 단단해지게 된 것 같아 요. ‘왜?’라는 질문에 대답하면서 생긴 꿈에 대한 확고함이 날 뒷받침 해주니까. 자기 자신을 스스로 믿는 것 만큼 큰 힘은 없다고 생각해요. 그 누가 나를 의심해도, 스스로에 대한 믿음만 있다면 절대 혼들리지 않아요. 한 번 길러진 생각하는 힘은 단기적으로만 효과가 있는게 아니니까, 당연히 그 힘이 한예종 입시에서도 힘을 발휘하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Q. 영상이라는 분야를 직접적으로 접해볼 기회는 많이 없었을거 같아요. 면접에서 어려움은 없었나요?
A. 입사미를 다니며 배울 수 있었던 태도를 꼽으라면 단연코 솔직함이 아닐까 싶어요. 사실 인문계 고등학교에 다니면서 영상 프로그램이나 관련 활동을 접하기란 어려워요. 특히 디자인과에 진학하려 했던 저로서는 더욱이 영상 관련 활동 경험이 적었구요. 그렇기 때문에 각 분야에서 손꼽히는 전문가로 인정받으시는 교수님들 앞에서 내가 부분적으로 경험한걸 뭔가 대단한 것처럼 말하기는 더더욱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이 과에 관심이 있다는 걸 어필하고자 하는 욕심과 활동들에 대한 애착 때문에 나도 모르게 내가 한 활동들을 부풀려 말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런 대답들은 오히려 자신에게 독이 되어 돌아와요. 전문적인 질문 하나만으로도 금방 들통나게 되거든요. 오히려 순수하게 디자인과 보다 영상에 더 관심을 갖게 된 동기와, 이곳에 진학해서 하고 싶은 것들을 차분하고 솔직하게 말씀드린 모습을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4. 전략의 핵 - 선택과 집중
Q. 지금과 달리 고3 때는 결과가 좋지 못했다고 들었어요. 당시 결과가 좋지 않았던 원인이 있다고 생각하나요?
A. 그 전에는 일반적인 미술학원들과 다를 바 없는 브랜드 미술학원의 분점에 다녔구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제 현역 입시는 실패였어요. 미술을 그만두겠다는 결심까지 하고 인문계로 걸음을 돌릴 만큼 큰 상처를 받았었죠.
Q. 기존에 다녔던 미술학원은 어땠나요?
A. 현역 시절 제가 다녔던 학원은 서울대를 굉장히 중시하는 곳이었어요. 오로지 서울대만 준비했죠. 참 위험한 방식이었어요. 우선 서울대 실기는 일반적인 실기시험과 다른 형식이기 때문에 타 학교와 잘 연계되지 않아요. 이대-고대 처럼 연결시켜 준비할 수 없다는 뜻이죠. 또 다른 문제는 고3 수능과 홍대 서류 준비를 목전에 두었음에도 불구하고 9월 한 달간 서울대 실기만을 위해 점심때부터 10시가 넘는 시간 까지 실기 준비를 했어요. 하루 종일 실기 준비를 하고 12시가 다 돼서야 집에 오는 스케줄을 소화해가며 공부하기엔 체력적으로 너무 벅찼어요.
Q. 실기 때문에 공부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했겠네요, 성적은 어땠나요?
A. 제 내신은 홍대 미대자율전공을 준비하기엔 애매한 성적이었어요. 크게 좋지도, 그렇다고 나쁘지도 않은 성적이었죠. 그렇기 때문에 1차가 매우 떨리는 관문이었어요. 그렇게 1차 합격이 되고 2차 준비를 해야 하던 날, 서류 준비를 묻는 제게 돌아온 대답은 ‘서울대 안 갈거야?’였고, 내신 성적이 좋은 친구들만 따로 불러 준비시키는 선생님의 모습을 봤어요. 그렇게 저는 저도 모르게 홍대를 포기하고 있었어요. 서류를 준비해 보기도 전에 ‘나는 안 되겠구나’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앞에서 언급했던 것 처럼, 입시는 자기 자신을 믿는게 가장 중요해요. 홍대에 못 갈 거라는 말을 들었던 제가, 재수 때는 당당히 최초합을 이루어 냈으니까요. 그리고 누구와 함께인지도 중요해요. 홍대 미대 자율전공 최초합을 이룬 제 곁에는 입사미가 있었듯이 말이죠.
Q. 현역 시절 당시에 다녔던 미술학원과 입사미의 차이는 무엇이었나요?
A. 위와 같은 방식으로 현역 입시를 준비했던 저였기에 수능이 가까워질수록 성적에 집중하도록 등원 일을 줄이는 입사미의 방식이 더 충격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아요. 재수를 하고 보니 더 와 닿는 점이지만, 입사미의 방식이 옳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실기는 미대 입시생들 간의 경쟁이지만, 수능은 전국 수험생들과의 경쟁이에요. 실기를 준비하는 그 순간에도 붓이 아닌 책을 들고 있는 학생들이 있다는 점을 늘 생각했으면 해요.
Q. 실기와 성적 중 무엇에 더 비중을 둬야 하나요?
A. 본인 성적이 굉장히 탄탄한 학생이 아니라면, 과감히 서울대를 포기해도 된다고 말하고 싶을 정도로 실기로 인해 성적을 잃는 상황을 만들지 않았으면 해요. 입시는 굉장히 긴 싸음이에요. 당장 눈앞에 놓인 수시로 끝낼 수 있다면 너무나 행복하겠지만, 2월까지 이어지는 정시까지 염두에 두어야 하는 긴 레이스예요.
Q. 좋은 입시 결과를 위해서는 이떤 마음가짐이 필요한가요?
A. 불필요 한것은 과감하게 포기하는 용기를 기르세요. 입시는 절대 모든 걸 이루어 낼 만큼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아요. 모든 대학에 합격하려고 하지 마시고 한 두 군데에 집중하세요. 한두 군데만 지원하라는게 아니라, 각 대학별로 노력을 퍼센트별로 나눠주라는 뜻이에요, 오히려 욕심을 덜어내다 보면 도리어 얻는 것들이 생겨요. 현역 시절 서울대와 홍대 모두를 준비하려다 보니 오히려 초조함이 생기더라구요. 서울대 흥대 두 가지 모두에 목매다 보면 둘 다를 놓칠 수 있어요. “둘 다 해낼 수 있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나는 00에 집중하고 00은 한번 도전해보자!”라고 생각하세요. 이렇게 하면 마음의 부담감도 덜 수 있고, 혹여 결과가 좋지 않았을 때도 충격이 적어요.
Q. 현역 시절과 달라진 전략은 무엇인가요?
A. 재수할 때는 서울대를 포기하고 오로지 흥대에만 집중했어요. 지금도 여전히 제가 했었던 그 결정에 후회는 없어요. 입시는 전략이라고 하죠! 저는 한 번의 실패를 통해 얻은 전략이지만, 제 글이 다른 분들이 전략을 짜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5. 잠시 쉬었다 가는 것
Q. 재수를 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텐데요.
A. "너에게로 가지 않으려고 미친 듯 걸었던 그 무수한 길도 실은 네게로 향 한 것이었다.” 나희덕 시인의〈푸른 밤〉이라는 시의 한 구절인데, 조금 오글거리지만 제가 재수 시절을 버티게 해준 한 마디였어요. 처음 재수를 결정했을 때,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나름 상처도 많이 받았었고 지쳐 있어서 미술을 그만뒀어요. 미술 재료도 다 버리고, 인문계 기숙학원에 들어가서 수학을 다시 시작하고 인문계로 전과했었어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오히려 그 시간들이 있었기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좋아서 시작한 미술이 스트레스가 되어버렸군요.
A. 모든 정신이 미술에 집중되어 있었던 과거와 달리, 여유롭게 다른 공부도 해가면서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처음엔 막막했어요. 미술을 시작함과 동시에 수학과 멀어졌던 내가 수학이라니… 신기하게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수학이 전환점이었어요. 머리를 다른 방식으로 쉬게 해준 달까. 물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죠. 수학 때문에 늘 성적에 대한 걱정이 떠나질 않았으니까요(미술을 하는 친구들이 수학을 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에요).
Q. 다시 미술을 하게 된 이유는요?
A. 하지만 매 모의고사마다 오르는 수학 성적을 보며 공부에 대한 자신감도 되찾았고, 그렇게 조금씩 마음에 여유가 생기다 보니 점차 미술도 다시 찾게 된 것 같아요. 현역 때는 항상 불안한 마음과 쫓기는 기분이었다면 , 재수할 때는 조금 더 나 자신을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반년 정도 지나고 나니 미술이 다시 하고 싶어지더라구요. 하고 싶어서 하는 것 과 하다 보니 하게 되는 건 정말 큰 차이예요. 바쁜 입시생활에 이게 무슨 여유 넘치는 말인가 싶을 수 있지만, 내가 미술에 끌려다니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잠깐 붓을 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본인이 하고 싶은 마음은 그 무엇보다 강한 추진력이거든요.
Q. 재수를 하는 친구들에게 할 말이 있다면
혹시 본인이 재수를 한다면 자신이 실패했음을 인정하세요. 자책을 하 라는 게 아니라, 재수도 생각보다 할 만한 일이거든요! (재수가 생각보다 할 만한 일이라던 선배들의 말을 싫어하던 제가 이 말을 쓰게 될 줄은…) 그저 한 번 더 도전할 뿐이고, 스스로에 대해 깊이 성찰할 수 있는 시간들 이기도 해요. 어떤 전략이 잘못됐었고, 옳았는지를 점검해가며 나 자신 에게 적합한 방식을 찾아가는 거죠. 처음엔 받아들이기 힘들기도 하고, 스스로가 무가치한 사람 같고 별 생각이 다 들곤 하는데,그 시간들을 견 뎌낸 후의 자신은 그 이전보다 훨씬 단단해져 있을 거예요. 본인에게 찾 아오는 분노도,슬픔도,실망도 어느 정도 받아주세요. 인정하는 순간, 같 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 노력할 거고 그 시간들의 끝에는 다시 뭐든 할 수 있올 거라는 믿음이 생겼을 거예요!
Q. 스스로에게 믿음을 가지는 좋은 방법이 있나요?
A. 모든 일에 ‘왜’라는 질문을 달아보세요. 이 습관도 서병수 선생님과 대화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생겼는데, 본인의 질문에 바로 대답할 수 있는 일 이라면 스스로가 잘하고 있다고 믿어도 된다고 생각해요. 내가 이 공부 를 왜 하는지도 모르면서 하다 보면 지치는 순간이 분명 와요. 그런 순간 이 안 오도록 예방하는 예방 접종이라고 생각하세요. 그 고민의 순간들 역시 고통스럽겠지만 그 순간순간이 모여 여러분의 서류가 되고, 면접이 되고, 여러분 자신이 된답니다!!
6. 많이 아는 만큼 그릴 수 있다
Q. 지금, 본인의 입시를 돌아보자면?
A. 홍대 입시와 한예종 입시를 하면서 많은 걸 알수록 더 많이 표현할 수 있 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렇기 때문에 관심사를 넓게 두고 많은 걸 받아들 였으면 해요! 과학, 사회, 시사 등 관심사의 폭을 넓히면 디자인을 할 때 에도 더 많은 선택지를 둘 수 있을 거예요. 요즘 입시에서는 사회적 이슈 들도 고려해가며 문제를 출제하기 때문에 분명 도움이 될 거예요.
Q. 실기와 내신, 수능 공부를 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한데, 관심사는 언제 알아보나요?
A. 제 경험을 예로 들어보자면, 재수를 할 때 국어 시험이 어려워지는 추세라 논술 대비도 할 경, 긴 글에 익숙해지기 위해 신문 사설을 매일 읽었어 요. 사설을 읽은 친구들은 알겠지만 사설에는 정치적인 이슈뿐만 아니라 사회 등 많은 이슈들을 다양한 시각으로 담아내기 때문에 우리 사회가 어떤 흐름으로 흘러가는지 눈치 정도는 첼 수 있어요! 그런데 이게 아이러니하게도 홍대와 한예종 준비에도 쏠쏠한 도음이 됐어요. 우선, 특정 스타일의 디자인에만 한정되어 있었던 나에게 더 넓은 세상에 사는사람 들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줬고, 하나의 사건도 긍정과 부정 모두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되었어요. 특히 뉴스 비평에 익숙해져야 하는 한예종 입시에서는 더욱 도음이 됐죠. 다른 이유로 시작했던 일이 오히려 더 큰 득이 되어 돌아온 셈이에요.
Q. 결국 공부가 그림에도 도움을 주었군요?
A. 주변에 그런 친구 한두 명은 있을 거예요. 실기는 많이 안했으면서 홍대 가려는 친구들. 그런데 이게 또 가능한 일이라서 더 화가 날지도 몰라요. 나도 학교 다닐 때 그랬었어요. 분명 나보다 실기 경력도 짧고 그림도 못 그리는 것 같은데 홍대에 합격하는 친구들에게 질투가 났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까 그 친구들은 단순히 내신만 좋다고 뽑힌게 절대 아니더라구요. 단지 미술을 늦게 시작해서 표현력이 부족할 뿐이지 아이디어가 통통 튀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Q. 미술의 핵심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A. 이제는 얼마나 실제와 가깝게 그리느냐?를 경쟁하는게 아니잖아요? 내가 생각한 걸 어느 정도 표현해낼 수 있는 실력만 된다면, 이제는 “무엇을 표현할 것인가?”를 생각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고 생각해요. 미술이 꼭 그림을 '잘' 그리는 것만으로 판단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림 잘 그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림도 하나의 표현방식인 거잖아요? 그러니까 그 수단에 매몰되지 말고, 본질적으로 미술을 통해 드러내고 싶은 자신의 생각을 키우는 것에 집중했으면 해요.
Q. 미술학원이 학생들에게 상처로 남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이 학생들 을 위해 해줄 수 있는 말이 있나요?
A. 마지막으로, 학원의 시스템에 너무 상처받지 않았으면 해요. 내 개인 적인 경험이지만. 입사미 다니기 전 학원에서는 상처를 많이 받았어 요. 막말이나 무시 뭐 그런 것들이요. 그래서 미술을 접었어도 입사미에서 붙잡아 주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인문계 대학에 진학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나서 보니, 그런 말들은 말 그대로 그저 막말 에 불과해요.
자신의 잘못이나 부족함 때문이 아니라는 거예요. 그런 말들에 연연하고 마음에 담아두지 마세요! 그저 흘려들으세요. 그리고 그런 면들이 자신을 혼란스럽게 만든다면, 과감하게 그만두고 진심으로 당신을 아끼고 신경써주는 학원에 가서 입시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되길 바랄게요. 저에겐 입사미가 그런 학원이었어요!
성공의 비결은 '확실한 선택'
🏆
김도연
-
이화여자대학교 디자인학부
1. 성공의 비결은 '확실한 선택'
Q. 입시 준비 과정을 설명한다면?
A. 중학교 때 예고 입시에 실패한 상태로 고등학교에 왔어. 내 스스로 실패한 것에 대해 속상하기도 하고 악도 생기면서 당장 눈앞의 일들에 대해 열심히 하자는 마음이 생겨서 학교생활을 내 나름대로 열심히 했던 것 같아. 1, 2학년 때는 실기를 했는데 그때도 실기 학원은 내신 기간에 아예 나가지 않았어. 실기 학원에서는 내신 기간에도 학원에 계속 나오라고 하고, 다른 친구들은 그 말을 듣고 다 학원에 나가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 이어서 눈칫밥 좀 먹었어. 그래도 나는 내신 기간에 실기 학원을 나가다 보면 내신 공부에 집중이 되지 않는 느낌을 많이 받아서 실기는 해도 방학때 주로 열심히 했고, 3학년이 되어서는 학생부 종합전형으로 입시 방향을 확실히 정하고 실기를 stop! 했어. 내신과 수능에만 집중하자는 마인드로!
Q. 실기를 그만둔다고 했을 때 주변 반응은 어땠나?
A. 사실 나도 처음에는 미술을 하는데 학생부 종합전형을 목표로 한다는게 정말 불안했어. 나는 중학교 때부터 실기를 해왔고 이게 미술이라고 생각했는데 비실기로 방향을 돌린다는게 너무 불안했지. 미술학원에서 상담을 받아도 학생부 종합은 가능성이 없으니까 실기를 더 많이 하라고만 이야기하더라고.
Q. 특별히 노력을 기울였던 부분이 있나?
A. 너무 교과서적인 대답일지도 모르겠지만 정말로 내신 공부와 교내 활동을 열심히 한게 다른 친구들과의 차별점이 아닐까 싶어. 그리고 많은 친구들이 '미술=실기'라고 생각해서 내신을 신경 쓰지 않는다는걸 되게 많이 봤어. 근데 내신이랑 학교생활, 학생부 관리는 잘 해놓아서 나쁠 거 없고 그걸 잘 해놔야 나중에 후회할 일이 안 생길 것 같다고 판단했어. 교내 활동은 뭐든 다 열심히 했던 것 같아. 턱없이 부족했던 교내 미술 공모전도 선생님께 열어달라고 부탁드려서 1년에 5개씩 열기도 했고, 자율 동아리도 만들고, 교내 활동 중에 '미술' 또는 '디자인'이 들어가면 전부 다 했던 것 같아. 그렇게 교내 활동을 일심히 하다 보니 선생님께서 활동을 제안해 주기도 하셨고, 선생님이랑 친해져서 정보도 많이 얻을 수 있었어. 학교에서 열리는 행사와 활동에서 미술 쪽으로 많이 참여했던 게 도움이 많이된 것 같아.
Q. 학생부 종합전형을 선택하게 된 더 확실한 이유가 있다면 ?
A.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이면 대부분은 그럴 거라고 생각해, 수시 때 공부에 집중하려고 실기 학원을 안 다녔는데 수시가 잘 안되면 정시 때 어떡하지? 이게 딱 내가 고2, 고3 초기 때까지 했던 고민이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실기를 그만두었던 건 '확실히 하기'위해서 였어. (근데 이건 나의 경우고 사람마다 상황이 다르니까 자신의 상황을잘 파악해서 들어줬으면 좋겠다!) 공부와 실기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다가 이도저도 아니게 되어버린다면 그것이야말로 대참사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단호하게 실기를 그만두고 공부에 집중했어. 정말 단호한 마음가짐과 확신, 그리고 꼭 성공하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한길만 파다 보니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아.
Q. 입사미에서의 상담은 다른 미술학원과 다른 점이 있었나?
A. 그 시기에 입사미에서 상담을 받았는데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어. 모든 미술학원들이 실기를 안하면 안된다고 했을 거야. 그런데 입사미에서 상담받고 나니까 나의 경우에는 정말 실기를 할 필요가 없다는 확신이 들더라고. 만에 하나 수시에 안 되면 정시에 가서도 가, 나, 다군 모두 홍익대에 넣을 수 있다는 걸 그때야 알게 됐어. 정시는 수능만 잘 나오면 나는 실기 없어도 가, 나, 다군 모두 홍익대에 합격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더라고.
Q. 어느 대학에 지원했고 결과는 어땠나?
A. 수시에서 홍익대, 이화여대, 세종대, 경희대, 홍대 세종을 채워서 지원했어. 결과는 홍익대 본교 빼고 모두 합격! 사실 제1의 목표였던 홍익대는 2단계 서류 전형도 무난히 통과했어. 면접도 입사미에서 연습한 대로 잘봤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수능이 평소만큼 나와주지 않았어. 너무 아쉽게 한 문제 차이로 최저 기준을 맞추지 못한 거야. 정말 속상했지. 최저를 받지 못할 거라고는 단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는데. 다행히 홍익대 본교를 제외한 이화여대, 경희대, 세종대, 홍대 세종 등 내가 지원한 나머지 대학은 모두 합격을 했어!
Q. 실기에 집중했을 때보다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생각하나?
A. 만일 내가 실기 준비까지 했더라면 정말 수능은 끔찍한 점수가 나왔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우리 학교에 미술 하는 애들이 25명 정도 있는데, 그 친구들 모두 미술학원에서 실기를 준비했어. 정말 놀랍게도 그 친구들 중 대학 간 친구가 한 명도 없어. 25명 중에 그나마 대학에 간 친구들은 모두 학생부 종합전형으로만 합격했더라고. 만약 나도 미술학원에서 실기만 준비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생각만 해도 가슴이 답답하다. 너희들도 좀 더 잘 알아보고 신중히 판단하길 바랄게.
Q. 실기 전형으로 준비했을 때 합격 결과가 그렇게 좋지 못한가?
A. 물론 실기로 대학 가는 애들도 없지는 않겠지만 우리 학교뿐만 아니라 다른 학교 친구들 말을 들어봐도 실기 전형으로 원하는 대학에 간 경우가 거의 없더라고. 나도 마찬가지로 그 친구들처럼 입시를 준비했다면 내신도 떨어지고 수능도 더 낮게 나왔을 거야. 그 친구들이 못해서가 아니라 나도 그 친구들처럼 했으면 당연히 재수를 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Q. 학생부 종합전형을 준비하면서 배우거나 느낀 것이 있나?
A. 입사미에서 서류와 면접을 준비하면서 가장 크게 얻은 것이 있어. 나에 대한 이해와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는 확실한 주관이야. 일단 입사미에 다니기 전에 나는 미술을 왜 하는지, 미술을 통해 어떤 사람이 될 것이고, 내가 미술을 통해 이루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잘 몰랐었어. 일반 실기 학원을 다니면서도 '난 미술을 왜 시작했지?' 이런 고민을 정말 끊임없이 했었고, 이유를 모르니까 그림을 그리는 게 지루해지기도 했어.
Q. 입사미는 답을 떠먹여주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한다던데, 어땠나?
A. 미술을 진로로 선택한 것에 대해 살짝씩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을 때 (2학년 가을쯤이었던 것 같아), 학교 친구로부터 입사미를 소개받게 되었고 병수 쌤, 석현 쌤과 상담을 하게 되었어. 긴장되는 첫 상담의 모든 질문이 '왜?'였어. 내가 항상 스스로 질문해왔지만 답을 찾을 수 없었던 바로 그 질문들이라서 많이 놀라고 당황했어. 아무말 대잔치를 했던 기억이 나. 계속되는 질문에 나는 '내가 나를 이렇게 몰랐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 이런 것도 모르면서 미술을 하겠다고 한 나 자신이 되게 한심하기도 하고, 그 질문에 진지하게 생각해볼 기회가 생겨서 나름 기분이 좋았던 것 같기도 해.
Q. 질문을 통해 깨달은 게 있나?
A. 집에 오면서부터 계속해서 스스로에게 다시 질문하기 시작했어.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지? 미술을 왜 좋아하게 됐지? 절대로 짧은 시간에 답을 찾을 수는 없었어., 지속적으로 선생님들과 상담을 하면서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어.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서 말이야, 전시를 봐도 내가 어떤 것에 홍미가 있는지, 내 기준에서 어떤 것이 미적으로 좋아 보이는지 등등 나만의 개성과 선호에 대해서 알게 되었고 그렇게 19년 동안 몰랐던런 내가 조금씩 이해가 되기 시작했어. 내가 영화, 특히 판타지 영화 보는 걸 좋아하는구나!
Q. 판타지 영화를 좋아하면 진로가 영상 쪽으로 정해지게 되는 것인가?
A. 보통 판타지 영화를 좋아한다고 하면 시각디자인이나 영상디자인을 하면 된다라고 말해줄 거야, 나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어, 하지만 병수 쌤은 예상밖의 말씀을 해주셨어. '시각디자이너, 영상디자이너는 직업의 이름일 뿐이지 그것이 진로는 아니다'라고 말씀하셨어, 처음엔 그게 무슨 말인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가더라고, 좀 충격이었지. 판타지 영화를 좋아하면 나는 어떤 직업을 가질 수 있지? 어떤 과를 가야 하지?라고 생각하는 게 보통 사람들의 생각이잖아. 병수 쌤은 전혀 다른 질문을 던져주셨어.
Q. 어떤 질문을 받았나?
A. 병수 쌤은 이렇게 질문하셨어. "판타지 영화를 왜 좋아하지? 판타지 영화는 너를 이해하는 하나의 단서일 뿐이야, 판타지라는 요소를 통해 네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내야 해" 이렇게 질문했을 때 진정한 나의 진로를 찾을 수 있다고 말씀하셨어.
Q. 그 질문에 대해 어떤 답을 얻었나?
A. 나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정말로 많은 고민을 했어. 판타지, 영상, 가상세계 등을 통해 내가 무엇을 추구하는지를 끝없이 고민해보았어. 그 생각의 끝에서 나는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을 좋아하는구나!, 더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고 싶다!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영상을 활용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어.
Q. 질문이 바뀌니까 생각하는 방향이 월씬 깊어진것 같다. 역시 좋은 질문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
A. 병수 쌤이 '판타지 영화를 좋아하니 영상디자인을 전공하고 싶다'라고 이어지는 논리는 너무나 도식적이고 값싼 답변에 불과하다고 말씀하셨는데, 그 말의 의미를 그제야 알게 된 거 같아. 만일 판타지 영화를 좋아하니까 영상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는 생각에 그 단편적인 직업명을 내 진로라고 결론 내렸다면 나는 내가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진정으로 알지 못한 채 영상기법을 배우는 것에 머물러 버렸을 거야. 영상은 수단일 뿐이지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닐 텐데… 영상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는 것과 영상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어.
Q.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가 명확해졌으니 동기 부여가 많이 되었을 것 같다.
A. 목표가 생기니까 자신감이 생겼고, 미술을 하는 것이 자랑스러워졌어. 내가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한 영상을 찾아보기도 하고 프로덕션 디자인이나 특수효과에 대한 책을 찾아보기도 하면서 간접적인 경험을 스스로 하게 되었어, 상담 이전에는 별것 아니게 느껴졌던 일상들도 상담 후에는 나를 이해하는 과정이 됐어. 내가 다른 학원만 다녔을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정말 값진 성과였지. 서류 작성을 하면서 생각으로만 했던 것들이 문서화되고 정리되면서 미술에 대한 생각과 주관은 점점 확고해졌어. 나라는 사람이 나 스스로에게조차 항상 모호하게 느껴졌는데, 서류 작성과 면접 준비를 거치면서 다른 사람에게 나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해 있더라. 그래서 나는 나라는 사람을 스스로 이해하고, 깨닫는 계기를 얻었던 게 가장 큰 도움이 된 것 같아.
2. 나만을 위한 맞춤형 입시
Q. 입사미에서 서류를 작성할 때 어떤 과정을 거쳤나?
A. 먼저 병수 쌤과 석현 쌤이랑 상담하면서 나에 대해 더 자세히 이해하고 알아보는 경험을 할 수 있었어. 상담을 통해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싶고, 대학에 가서 미술을 배우고 싶은지에 대해서도 꾸준히 생각해볼 수 있었는데, 내 스스로 충분히 생각해보고 대답할 수 있을 때까지 다른 사소한 질문들을 하시면서 그 답을 찾도록 도와주셨어. 그 다음에는 '내 마음의 MRI'라는 노트에 실린 몇 가지 가이드 질문에 답하면서 상담을 통해 했던 생각들을 문서화해 정리하면서 그 노트에 적은 내용을 바탕으로 서류를 작성했어. 선생님들께서 내 서류의 어떤 점이 좋다는 걸 피드백 해주셔서 나 스스로도 내 서류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어.
Q. 지원한 대학 모두 합격했으니 서류를 정말 잘 쓴 것 같다. 자신의 서류의 강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A. 입시 때 내 서류가 좋게 보였던 이유는 내가 정말로 느꼈던 점을 간결하게 전달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특히 활동에 대해 쓸 때 그 활동을 '왜' 하게 되었고 '어떻게' 하였고, '무엇'을 느꼈는지가 명확히 보였던 게 가장 큰 장점이 아니었나 싶어. 근데 나 같은 경우는 활동 하나하나를 곱씹어보면 그 '왜', '어떻게' '무엇'이 모호할 때도 종종 있었어. 선생님들께서는 그런 모호한 것들을 스스로 생각해보면서 해결할 수 있도록 상담 과정에서 큰 도움을 주셨던 것 같아. 선생님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나는 내가 한 활동들만 나열하고 관념적인 말들이 가득한 서류를 썼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다행히도 선생님들이 상담에서 던져주시는 질문을 통해 내가 했던 활동들에 대해 생각해보고 그것을 나한테 도움이 되도록 기록할 수 있었어. 내가 했던 활동의 내용이나 느낀 내용 중에 어떤 점이 나에게 강점이 되는지를 함께 상담하면서 찾아주셨던 게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해! 왜냐면 나는 내가 한 활동이니까 활동 하나하나가 내 자식처럼 느껴져서 어떤 걸 골라서 씨야 함지 감이 안 잡혔는데, 상담하면서 쌤이 단호하게 이건 빼자, 해주셔서 결정할 수 있있어, 또 쌤이 내가 쓴 글을 읽고 별로면 어떤 점이 문제인지 확실히 알려주셔서 문제를 빨리빨리 고치면서 신속 정확하게 서류를 쓸 수 있었던 것 같아.
Q. 입시 과정에서 특벌히 중점을 둔 부분이 있나?
A. 나의 입시 성공 원인은 나에게 맞는 입시 방향을 설정한 것이라고 생각해, 나는 1, 2학년 때 실기 학원을 다니면서 내 스스로 '이걸 왜 그려이야 하지?라는 질문을 했을 때 끝까지 마땅한 답을 찾을 수 없었어. 게다가 내신 기간에도 학원을 나오라는 강요를 계속해서 받다 보니 심리적으로 불안했지. 아무리 생각해도 학교생활을 소홀히 하면서까지 실기 시간을 늘리는 게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 모르겠더라. 그렇게 점점 그림 그리는 게 지루해지니까 이대로라면 내가 미술을 싫어하게 될 것 같다는 마음에 실기 학원을 나가지 않고 입시미술이 아닌 미술 활동과 공부에만 집중해보기로 했어.
Q. 어떤 보람을 느꼈나?
A. 근데 웬걸! 벽화 봉사 활동, 해외 전시 이런 활동들에 참여하다 보니 너무 재미있었어. 그래서 형식적인 그림을 기계적으로 그리는 입시 준비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작업들을 하면서 할 수 있는 입시 준비를 하자고 마음 먹었어. 입시 준비도 기왕이면 즐겁게 하는 게 좋으니까! 그래서 내가 관심 있던 3D 애니메이션이나 그래픽디자인, 무대 미술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강연을 찾아보기도 했고, 교내 공모전도 많이 참가해보면서 내가 어떤 디자인을 할 때 행복한지 경험해보기도 했어. 나에게는 그 경험들이 실기 학원에서 남들과 똑같은 그림을 반복해서 그리는 시간보다 훨씬 유익하게 느껴졌어, 그것들이 나에게는 피가 되고 살이 되었던 것 같아.
Q. 입시 준비 과정이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 긍정적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A. 입시라고 해서 꼭 괴로워야 하는 건 아니잖아, 물론 진짜로 괴로운 순간도 있지만… 그래도 굳이 내가 하기 싫은 걸 억지로 해가면서 입시 준비를 하고 그것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일을 싫어하게 되는 건 너무 슬픈 일인 것 같아. 디자이너로서의 나에 대해 더 생각해보고 경험해볼 수 있는 기회라고 판단하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입시에 임하면서 배우려고 했던 것이 나의 가장 큰 성공 원인이었던 것 같아! 내가 실기와 비실기 사이의 갈림길에서 실기를 선택했다면, 또는 두 가지를 같이 가지고 갔다면 정.말 이도저도 아니게 되었을지도 몰라. 어느 것에도 집중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면서 불안했을 거야. 비실기라는 확신을 가지니까 하나에만 오롯이 집중할 수 있었고,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미술, 디자인에 대해 많이 고민해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던 것 같네요.
그 과정에서 서미컨의 도움을 받게 되었지. 특히 아트로직 수업을 들으면서 미술 작품을 보는 것이 아니라 느낄 수 있었어. 전에는 그냥 지나쳤던 길 위의 조형물이나 그림들을 보면서 이제는 그 의미를 생각해보고 표현 방법에 대해 생각하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어. ㅋㅋ ㅋ 아트로직 수업을 통해서 일상에서도 계속해서 생각하는 습관을 가지게 되었어. 사소한 것에 대해서도 호기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걸 해소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 서미컨을 만나지 못했다면 나는 아마 미술을 왜 하는지조차 모르는 미대 입시생, 생각하지 않는 디자이너로만 남아 있을지도 몰라.
Q. 아트로직은 기존의 미술학원 수업과 많이 다르다고 들었다.
A. 아트로직 수업에서 나 스스로 디자인을 해보고 친구들과 선생님 앞에서 발표하고 크리틱을 받아보는 과정이 없었다면 이걸 평생 알지 못하지 않았을까 싶어. 또 내 디자인을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설득하는 과정에서 말을 조리 있게 하는 방법도 알게 된 것 같아. 내 생각을 뚜렷하게 말할 수 있고 무엇보다도 스스로 계속 생각하는 습관을 갖게 된 게 입사미에서 받은 가장 큰 도움인 것 같아.
3. '생각'이 답이다
Q. 실기를 그만두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있있나? 고민이 아주 많았을것 같다.
A. 미술학원을 그만두고 학생부 종합전형을 선택한 이유는, 똑같은 그림을 반복하고 그걸로 누가 더 묘사를 잘했는지 비교하는 순위를 나누는 경쟁 때문이었어. 미술이 좋아서 미술을 시작했는데 오히려 미술이 질리기 시작했어, 나는 분명 즐거워지고 싶어서 미술을 시작했는데 왜 내가 좋아하는 걸 하면서 상처받아야 하고 좌절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거든, 매일매일 학원을 나갈 때마다 한숨이 나왔고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기초디자인 하는 사람들은 알텐데 시험을 보고 벽에다 그림을 걸면 그림이 정말 다 똑같은 거야. 사실 그 그림들 사이에서 내 그림을 못 찾은 적도 많아. 다 똑같아서 구분조차 안 되는 걸 보고 자괴감이 들었어.
Q. 입시미술을 하게 되면서부터 오히려 미술과 멀이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A. 그런 걸 보면서 솔직히 점점 미술에 흥미를 잃어 갔어, 차라리 인문계로 돌릴까 이런 생각을 한 적도 많았거든, 차라리 그 편이 내 개성이 더 생기는 것 같아서 말이야, 내 존재가 사라지는 느낌이 들어서 나는 그게 너무 불쾌했고 인간성이 느껴지지 않았어, 우리가 무슨 그림 그려내는 기계도 아니고 말이야. 내가 미술대학에 간다고 해도 무엇을 할지도 모르겠고,
디자이너가 될 거긴 한데 무슨 디자이너가 될지도 모르겠고, 근데 대학은 가야 하니까 그림은 그려야겠고. 이런 억지스러운 상황이 싫었어.
Q. 실기 전형을 준비하지 않고 학생부 종합전형을 선택했기 때문에 오히려 미술에 대해 더 깊은 생각을 가질 수 있게 된 것 같다.
A. 사실 중학교 때 너무 질리게 많이 겪기도 했고, 선생님의 마음에 드는 그림을 그리지 않으면 혼났던 상황들이 나에게는 상처로 남았거든. 그래서 면접과 서류를 통한 입시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 어찌 보면 실기에 대한 도피였을지도 몰라. 근데 학생부 종합전형을 준비하면서 읽은 디자인 관련도서들, 보고 온 전시들, 강연들이 나에게 정말 큰 도움이 됐어. 실기학원에서 하루 종일 그림 그리면서 오늘 날씨가 어떤지, 무슨 요일인지도 모르는 생활을 할 때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보고 들을 수 있었고, 그건 4시간 동안 그리는 그림 한 장보다 몇백 배는 더 값진 거였어.
Q. 자신에게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그때도 느꼈나?
A. 그전까지 나는 수동적인 사람이었는데 이제는 나 스스로 디자인한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디자이너가 되기 위한 공부를 하기 시작했어. 그렇게 하다 보니 즐겁게 입시를 준비했던 것 같아. 진짜 내가 궁금한 것에 대해 배우고 나의 안목이 바뀌고 주관이 생기는 게 일상에서도 느껴졌으니까!
Q. 숙련된 실기 능력이 없으면 대학 수업을 듣는 데 지장이 있지는 않나?
A. 어제 전공 수업 교수께서 하신 말씀이 있는데 드로잉은 수단일 뿐이지 목적이 아니라고 하셨어. 그림 그리는 실력은 머리에서 '생각하는 것'을 표현하기 위한 도구여야 하고 그 '생각'이 드로잉의 핵심이라고. 그 말씀이 정말 와 닿더라. 그림을 그리는 주체의 생각과 개성은 중요하지 않은게 우리나라 입시미술의 가장 큰 문제잖아. 나는 생각과 개성이 미술하는 사람들의 엔진이라고 생각하거든. 그게 있어야 좋은 작품을 만들고, 다른 사람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 내 생각을 정확히 보여줄 수 있을 정도의 드로잉 실력이면 디자이너 할 수 있어! 교수님이 말씀하신 거니까 믿어도 될 것 같아.
Q. 미대 준비생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A. 붓질을 어떻게 할지, 연필 선을 어떻게 쓸지, 이런 고민보다는 전시도 많이 보고 책도 많이 읽으면서, 또는 영화를 보거나 일기를 쓰거나 하면서 나에 대해 이해하고 생각을 키우는 게 더 중요한 것 같아. 주관이 생기면 면접 때 무엇을 물어보더라도 대답할 수 있는 힘이 생기더라구. 서류 쓸 때도 엄청 수월하고! 뭔가를 꾸며내거나 인위적으로 꾸밀 필요 없이 '나'를 보여주면 되니까! 입시 과정에서 생긴 자신감이 앞으로 디자이너가 되는 데 있어서 정말 큰 도움이 될 것 같아. 그래서 나는 이 글을 읽고 있는 예비 미대생 친구들이 실기에만 너무 노력을 기울이면서 입시를 준비하는 게 아니라 자신을 이해하고 다른 사람들의 좋은 작업들도 보면서 경험을 넓히는 입시 준비를 했으면 좋겠어. 그 경험들은 분명 나중에 대학에 와서도 직장에 가서도 정말 큰 도움이 될 거니까!
Q. 고민하거나 힘들어 하고 있는 학생들에게도 한마디 해주세요.
A. 실기 실력 때문에 상처받거나 좌절하지 말고! 또 교수님이 하신 말씀을 인용하자면 '실기 실력은 디자인의 일부인데 생각은 디자인의 핵심'이라고 하셨어. 그니까 혹시나 실기에 대한 회의감이 든다면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이해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거라고 생각해. 대학을 가기 위해 입시 준비를 하는 것보다는 더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기 위해, 나 자신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입시 준비를 하는 거라고 생각하면서! 그러면 분명 좋은 결과가 있을 거야! 자기 주관을 가지고 생각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 교수님들도 다 그걸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고! 꼭 본인에게 도움이 되는 입시 준비해서 좋은 결과 있었으면 좋겠어! 대학 정말 재밌어. ^_^ 힘들어도 좀만 더 힘내서 원하는 대학 가면 좋겠다!!
제대로 준비하고 있는 것일까?
🏆
윤여진
-
홍익대학교 디자인학부
1. 제대로 준비하고 있는 것일까?
Q. 미대입시 준비는 언제부터, 어디에서 시작했나?
A. 나는 고등학교 2학년 때 대형 미술학원에서 처음으로 실기를 시작했어. 딱 들으면 아는 대형 미술학원에서. 왜냐면 사람이 많으면 비교할 그림 도 많아질 테니까 좋을 거라고 생각했거든.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좋은 선택이 아니란 걸 알게 됐어. 비교할 그림이 많아진다기보다 그 많 은 아이들이 다 똑같아져 간다는 걸 느꼈으니까.
Q. 어떤 점에서 그렇게 느꼈나?
A. 계속 다닐수록 '이렇게 하면 합격할 수 있겠다’가 아니라 ‘이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나는 서울대, 홍익대, 국민대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자꾸 기초디자인을 시키는 거야. 심지어 홍익대 준비는 시작도 안 했어. 내가 재촉해도 나중에 고3 때 할 테니 '기다리라'는 말만 반복하고.
Q. 홍익대가 목표인데 홍익대 준비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
A. 그렇지! 홍익대도 학생을 선발하는 기준이 있을 텐데 그렇게 아무런 준비도 안 하다가 고3 때 갑자기 준비해서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잖아? 내가 생각해도 너무 이상했어. 홍익대를 가지 말라는 건가? 이렇게 계속 실기 만 하다가 결국 실기로만 지원하게 만드는 건가? 이런 의심이 들기 시작 했어.
Q. 홍익대 준비는 그렇다치고, 서울대 준비는 잘 되고 있었나?
A. 2학년 2학기 말부터는 분반이 되어서 서울대 수업을 듣기 시작했어. 그런데 말은 서울대 반이었지만 그 전에 배웠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더라고. 뭔가 그럴듯하게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 것 같지만 정작 그 안에 내용은 하나도 없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 서울대 반만 만들어 놓고 코스프레하는 느낌이랄까?
Q. 어떤 점에서 그렇게 느꼈나?
A. 서울대 기출 문제를 읽어보면 누구나 알 수 있겠지만, 서을대는 고정된 유형이 있는 게 아니잖아? 매년 다양한 상황이 제시되고 그 상황에 맞는 나만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나 스스로도 느꼈거든. 그런데 수업 내용은 자꾸 표현력 위주로만 연습을 시키더라고. 문제 해결력이니 창의력이니 이런 말만 그럴싸하게 해놓고 결국에는 그림을 잘 그리 게 만드는 것만이 유일한 목적처럼 느껴졌어. 그 수업을 받는다고 해서 서울대 시험을 잘 볼 수 있을 거란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어. 반 이름만 서울대 반이지, 하는 내용은 이전과 하나도 다를게 없었으니까. 환장하겠어서 학원을 나와버렸어.
2. 홍익대 준비는 뒷전, 오직 실기만?
Q. 다니던 학원을 그만두기가 쉽지 없었을텐데. 그 후 어떤 학원을 가게 됐나?
A. 이제는 나에게 맞는 내가 목표하는 대학에 맞는 입시 준비를 하고 싶다 고 생각해서 고3 때 학원을 찾아보기 시작했어. 열심히 찾아서 합격률이 좋은 중소 규모 학원에 등록했어. 대형 학원의 맹점을 나도 겪어봤으니까. 그 많은 학생들 중 극소수의 학생들만 합격자 명단에 오르는 거잖아, 합격자가 많다기보다 애들이 그보다 훨씬 더 많았던 거겠지. 이건 내가 직접 경험해 본사실이야.
암튼 서울대는 자신이 점점 없어져서 국민대는 꼭 붙자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학원을 선택하는 기준을 국민대 합격률이 괜찮은 학원으로 정했어.
Q. 새로 옮긴 미술학원에서는 준비가 잘 되어 갔나?
A. 새로 옮긴 학원을 다니는 초반엔 좋았어. 실기 실력이 을라갔고. 이대로만 하면 국민대는 붙을 것 같은 거야. 근데 중요한 건, 내 1지망이 어디였더라? 홍대였지! 근데 난 왜 또 실기 준비만 하고 있지? 나는 국민대보다는 홍대에 더 치중하고 싶었어. 일단 내신이 좋았고 학교생활도 열심히 해서 생기부도 괜찮았거든! 또 국민대는 정시잖아. 난 정시까지 버틸 자신이 없었고 되도록이면 수시로 끝내고 싶었어. 왜나면 시간이 갈수록 수능에 대한 자신감이 점점 떨어졌거든.
Q. 홍익대가 목표라면 홍익대 준비롭 민저 헤야 하는 것 아닌가? 홍익대 준비는 어떻게 했나?
A. 홍대 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그리고 누가 봐도 난 정시에 가능성이 낮은 거 같은데도 국민대 실기만 시키니까 정말 답답했어. 특히 홍대 미활보는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었거든. 너무 답답해 서 미슬학원 선생님께 말씀드리니까 서류는 학원에서 내 생기부를 바탕으로 다 써주신다는 거야. 대필을 해준다는 말이었지.
Q. 서류틀 대필해준다고? 그런 게 가능한가?
A. 오… 서류가 막막하던 나에겐 좀 회소식이었지. 그래서 ‘그럼 언제쯤 될 까요?’ 하니까 일주일이면 다 쓴대. ‘아 그래요?’ 했지. 근데 막상 생각해보니까 누가 내 서류를 써준다는 게 찝찝하기도 하거니와 서류를 바탕으로 면접을 볼 텐데, 그걸 면접에서 내가 커버할 수 있을지에 대한 자신이 없는 거야. 내가 쓴 게 아니잖아! 불안한 마음이 더 커지기 시작했어. 학원에서는 계속 홍대 서류나 면접 준비 없이 실기만 진행했고. 그 막판 짧은 1~2주 내에 서류나 면접을 다 준비해준다고 하는데… 정말일까? 정말 그게 가능한 걸까? 그리고 그게 옳은 일일까? 나는 자신이 없었어. 홍대 전형 관련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이었으니까 뭐가 맞는 건지도 모르겠고.
Q. 홍익대 준비시켜준다고 말만 하고 결국은 실기만 시킨 것이다. 학원에 항의해야 하는 거 아닌가?
A. 결국 실기 학원은 국민대 준비만 계속시켰어. 국민대는 일단 수능 점수가 되어야 하는데 점수는 '점점 떨어지는 상황에서 실기만 준비하는 것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지. 사실 이런 상황이라면 실기를 더 할게 아니라 하루 빨리 서류를 잘 써서 홍익대 합격해야 하는데... 정시로 가봤자 나는 승산이 전혀 없는데 내가 지금 뭐하는 것일까? 국민대는 홍대 서류 접수 끝나고 시작해도 될 것 같은데… 정말 불안함의 연속이었어, 진짜 맨날 수만휘 들락거리고 난리 났었음.
Q. 정말 생각이 많았겠다. 무엇이 중요한지 확신을 가지지 못한 상태였 던 것 같다.
A. 솔직히 수시 학생부 전형에 지원했다가 안 되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이 지짜 많이 들었어. 실기 학원에서도 1안, 2안 다음의 3안을 만들어둬야 한다고, 실기를 반드시 해야 한다고 누누이 애기했었으니까. 홍대 안되면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었어. 그런데 갈수록 내가 입시를 이상하게 준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거야. 제일 중요한 홍대 준비는 하지도 않고 실기만 하고 있다는 게 이상했던 거지. 2안, 3안을 준비한다는 생각으로 정작 제일 중요한 1안을 놓치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어. 그리고 홍대는 준비해야 할 게 서류밖에 없는데도 그 시간조차 투자하지 못 하고 2안, 3안에 모든 시간을 다 쏟고 있는 내가 바보같이 느껴졌어.
Q. 주변에서도 이상하다고 조언해주지 않았나?
A. 같이 다니던 친구들도 나더러 니 생기부에 내신이면 홍대에 올인했을 거라고 왜 실기를 하냐고 다그치는 거야! 결국 실기는 나중에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 홍대를 준비하기로 했어. 홍대 안 될 가능성을 전제로 정시만 준비하다보면 결국 홍대 준비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었으니까.
Q. 미술학원은 실기를 시키지 못해서 안달이 난 사람들 같다. 학생에게 필요한 것을 찾아주기보다는 무작정 실기를 권유하는 것 같이 느껴진다.
A. 진짜 그런 거 같아. 미술학원은 학생들에게 무조건 실기를 시켜야 하는 입장이잖아. 그래서인지 내가 실기를 그만두지 않게 하기 위해 계속 불안감을 조성한 거 같아. 불안감 때문에 2안, 3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말 체가 그럴 듯하게 들렸지. 하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결국 미술학원 이 실기를 시키기 위해서 만들어 낸 말장난에 불과한 거란 생각이 들어.
Q. 어떤 점에서 그렇게 생각을 했나?
A. 학생부 종합전형만 제대로 준비해도 층분히 그 안에서도 1,2,3안을 만 들 수 있어. 홍익대뿐만 아니라 학생부 종합으로 지원할 수 있는 대학이 생각보다 많더라고. 만일 수시에 안 된다 하더라도 정시에 홍대를 가, 나, 다군 세 번이나 칠 수 있으니까. 수시, 정시 총 9번의 기회를 다 살릴 수 있잖아.
Q. 만일 실기로 2안, 3안을 준비했다면 성공했을까?
A. 실기를 준비해서 1, 2, 3안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거 같아. 왜냐면 내가 국민대 실기를 열심히 했다고 치자. 가군에는 국민대를 치고, 나머지 나군, 다군은 어디를 치게 될까? 나군에는 어차피 홍대를 쳤겠지. 그럼 다군은? 잘 알아뒤야 해. 다군에는 정말 지원할 대학 자체가 없어. 있다 하더라도 국민대 실기와는 전혀 다른 실기를 준비해야 해. 그걸 2안, 3안이라 생각하고 그 실기까지 준비했다면 내 입시는 완전히 망했겠지. 국민대 실기 하나만 준비해도 내 수능은 점점 하향세였는데, 다른 대학 실기까지 준비한다고? 실기 유형 하나를 더 해야 한다고? 정말 답이 없었을 거 같아. 많은 학생들이 답 안 나오는 준비를 하고 있을 거야. 정말 좋지 않은 선택이라고 꼭 말해주고 싶어. 빨리 그 틀 안에서 벗어나기를 바랄 뿐이야.
3. 현명한 선택
Q. 그 미술학원도 계속 다녀서는 안 될 상황이었다. 또 다시 미술학원을 옮겨야 할 상황에서 자신에게 맞는 학원을 어떻게 찾았나?
A. 정보를 엄청 알아보고, 여기저기 최대한 수소문을 해봤어. 노력 끝에 서울대와 홍대를 둘 다 합격하신 선배분의 어머니와 연락이 닿게 된거야.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연락하라고… 너무 감동받아서 울 뻔했어. 내 사정에 대해 말씀드리니까 그런 사정을 너무나도 잘 알고 계시더라고. 미술학원들이 무작정 실기만 시키기 위해 짜놓은 불필요한 교육에 대해 매우 좋지 않게 생각하고 계셨어. 엄청 공감이 가더라고. 대화 끝에 입사미에 한번 가서 상담해보라고 추천해주셨어!
Q. 입사미에서 상담은 어땠나?
A. 어머님 말씀을 들을수록 뭔가 학생부 종합에 힘을 쏟고 싶어졌어. 자문을 구할 데가 없어 난감하던 나에게 찰떡인거야. 바로 상담에 가봤지! 가 보고 무릎을 쳤다, 정말. 게다가 상담 날에 쌤께서 서병수 선생님이 쓰신 책을 주셨는데 거기 있는 선배들의 수기가 너무 절절하게 내 얘기인거야.
Q. 그 수기를 읽고 이제 본인이 수기를 쓰게 되었다.
A. 올해 내가 이 수기를 쓰게 될 줄이야. 그때 만약 다니던 미술학원에서 실기만 계속했더라면 내 인생이 어떻게 되었을까?
지금 이 시기에 합격 수기를 쓰고 있는 게 아니라 학원에서 다시 일년 더 입시를 준비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면 끔찍해진다. 입시는 정말 올바른 선택이 중요한 거 같아. 난 운 좋게 확실한 정보를 주신 합격생 어머님을 만나게 되었고, 제대로 된 선택을 해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거 같아. 중요한 시기에 큰 도움을 받았던 것처럼 나도 더 많은 사람들 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 이 인터뷰가 좋은 선택을 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
Q. 입사미에 가서 어떤 방향으로 전략 수정을 했나?
고2 때까지만 하더 라도, 고3 때공부 열심히 하면 수능이 오를거라 믿었어. 아 물론 열심히 하면 오를 수도 있겠지. 하지만 우리는 고3이 되면서 실기를 더 많이 하게 되잖아. 특히 여름방학 때는 공부할 시간이 전혀 없었어. 실기 특강이다 뭐다 하느라 공부할 시간이 거의 없어지더라고. 시간 뿐 아니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 집에 오면 지치고, 미술학원 가면 스트레스 받고… 내가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 동안 인문계 아이들은 그 시간에 정말 치열하게 공부를 할 거란 말이야. 절대적 시간량 자체가 부족한데, 무조건 성적이 오를거라 가정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는 판단을 했어. 그래서 나는 정시보다 수시를 택한 거였어.
Q. 대부분의 학생들은 그래도 정시를 택하는 것 같다. 본인도 정시에 집중했더라면 어떤 결과를 얻었을까?
A. 내가 만약에 기존 미술학원에서 계속 실기만 준비했다면 일단 수시는 광탈했겠지. 꾸역꾸역 정시를 준비했겠지만… 그마저도 떨어졌을 것 같아. 정시는 너무 위험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것 같아. 기복이 있는 실기 실력 과 낮은 수능 성적, 정시에 적합하지 않은 두 요소를 모두 갖춘 나… 이도 저도 아닌 상황이 되었겠지. 잘 다듬으면 수시에서 층분히 합격할 수 있 는 성적과 생기부를 날리고, 가능성도 거의 없는 정시를 했다면… 와… 끔찍하다.
미술학원을 그만둘 때 나는 이렇게 생각하고 거기서 빨리 벗어날 수 있었어. 하지만 대부분의 친구들은 그냥 잘 되겠지 하고 미술학원을 계속 다니더라고. 실제로 정시 합격 결과는 좋지 못할 게 뻔한데… 정시는 재수생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잖아. 조금만 생각해봐도 당연히 그렇다는 걸 알았겠지. 나도 만약 정시까지 갔더라면 분명 재수를 했을 거야.
난 그래도 내신이 괜찮았으니 탈출구가 있었지만 미술학원 다니면서 내신까지 망가뜨린 대부분의 아이들은 정말 대학 가기가 힘들 수밖에 없어. 실제로 실기 전형으로 대학 간 친구들은 거의 없더라고. 그렇게 열심 히 했는데도. 이걸 꼭 알아야 해! 미술학원에서 시키는 대로 실기만 하다 보면 진짜 망할지도 몰라. 그런데 그건 네 잘못이 아니고 무조건 지는 게임을 선택하도록 만든 사람들의 잘못이야. 말 안 해도 누구인지 알겠지? 속지 말았으면 좋겠어. 조금만 더 이성적으로 생각해 보길 바랄게.
4. 진심을 담은 서류
Q. 입사미의 서류 교육은 이전 미술학원들과 어떤 점에서 달랐나?
A. 이전 미술학원에서는 서류 교육이라기보다는 대신 써준다고 했지. 놀랍게도 전에 다녔던 두 학원 모두가 그랬어. 서류를 어떻게 써야 할지 몰랐던 나는 처음엔 '오, 좋은데?' 싶었어. 근데 뭔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계속 드는 거야. 거짓말로 쓰면 걸릴 것 같은 거야. 뭐든지 진심이 들어있어야 통하지 않겠니? 그런데 입사미는 서류를 스스로 쓰게 만들어줘. 쓸 수 있는 생각이 들게끔 도와준다거나 감을 잡아준다고 해야 하나?
Q. 어떤 서류가 좋은 서류라고 생각하나?
A. 내가 처음에 혼자 썼던 서류를 보면 가관이야. 진짜 일단 너무 길고 말이 많아. 온갖 있어 보이는 단어들은 다 갖다 썼었지. 입사미에서는 말을 억지스럽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런 겉치레를 다 없애 나갔어.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줄 수 있게 만드는 것 같아. 처음엔 '뭐야 좀 있어 보이게 써야 하는 거 아닌가?' 싶었어. 뭔가 더 어렵고 고상하게 쓰는 게 좋을 것 같았거든. 하지만 입사미에서는 오히려 어려운 표현, 현학적 표현 등은 배제하고 쉽고 간결하게 내 생각을 서술할 수 있도록 도와줬어. 일단 내가 최초합으로 붙은 걸 보니, 그게 확실히 좋은 방향이었던 거 같아. 화려한 말보다는 진정성이 중요한 것 같아.
Q. 진정성을 찾는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A. 아무래도 진정성을 갖기 위해서는 스스로에게 많은 질문을 해보고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한데. 나는 스스로에게 무슨 질문을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었거든. 그런데 입사미에서 그런 틀을 잡아줘서 나는 그 답을 찾아가면 되니까 훨씬 수월했어. 또 제일 중요한 건... 나는 그 답을 누가 대신 써주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
Q. 면접 준비는 어땠나?
A. 우선 되게 자아성찰을 많이 하게 됐었어. 나의 내면을 탐구하는 시간... 나는 왜 미술을 할까... 근데 나는 이게 너무 마음에 들었던 게 항상 고민했던 부분이었거든. 면접에서 이런 질문을 하면 어떡하지? 하고. 시뮬레이션 했던 질문들의 근본적인 뿌리가 다 이런 깊은 고민을 해보지 않으면 진정성 있게 대답할 수 없는 것들이었어. 그런데 나는 그 진정성을 갖고 싶어서 애를 쓰고 있었거든. 겉핥기 같은, 면접을 위해 급조한 가짜 대답들 말고 진심으로 대답할 수 있길 바랐는데 입사미에서의 면접 준비는 그런 부분을 캐치해줘서 너무 좋았어.
5. 안될 것에 대비하지 말고 될 것에 집중하라!
Q. 입시 치르고 느낀 점이 있나? 입시생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어떤 말일까?
A. 홍대를 지원하기로 했으면 홍대에 집중했으면 좋겠어. 홍대 안될지 모르니까 2안, 3안까지 준비해야 된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그건 잘못된 생각인 거 같아. 막상 입시가 불안하니까 그 말에 혹할지도 몰라. 근데 입시를 치뤄보면 알게 될 거야. 불필요한 불안감 때문에 정말 중요한 걸 놓치면 안 돼. 특히 수시 끝나기도 전에 정시 걱정하지 마! 괜히 수시 서류 전형만 하면 무서우니까 억지로 실기 꾸역꾸역 하다 보면 서류도 떨어지고 실기도 떨어진다. 이도저도 아니게 돼. 한 우물만 파. 제발!
Q. 그렇다고 정시를 완전히 포기할 수는 없지 않은가?
A. 정시 준비는 수능이라 생각하고 수능에 집중하는 게 좋아. 어차피 수능 점수 안 나오면 정시 지원도 의미가 없잖아. 수능 점수 잘 나오면 정시에 홍대 또 넣을 수도 있어! 이렇게 준비하는 게 합격 가능성이 휠~씬 높은거 같아. 우리 학교는 물론이고 예전 실기 학원 같이 다녔던 친구들만 봐도 입시 결과가 정말 좋지 못해. 실기로 대학 간 경우는 정말 거의 없어. 특히 인서울로 가는 경우는 적어도 내 주변에서는 못 본 거 같아. 대학 간 친구들은 거의 학종으로 붙었어. 재수생 상황은 내가 잘 모르지만 적어도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는 그렇게 봐도 될 거 같아.
Q. 서류와 면접에 대해서도 해줄 말이 있나?
A. 그리고 서류나 면접에서는 진심을 보이려고 노력하는 게 좋은 것 같아. 괜히 있어 보이려고 그럴듯한 말로 꾸미다 보면 나중에 수습하기 힘들어져. 초반의 내가 그랬지. 남의 서류 어떻게 썼나 기웃기웃대면서 어떻게든 티 안 나게 베껴보려고 했었는데 그러지 말자! 실기 학원에서 홍대 준비시켜준다고 철썩 같이 믿지 말고. 제대로 된 서류를 준비하기 바랄게. 진짜 서류는 자기 생각을 찾아주는 과정이 담겨야 할 것 같아. 그런 학원이 좋은 학원이야. 내가 전에 다닌 미술학원에서는 서류를 그냥 글짓기 정도로만 생각했던 것 같아. 그에 반해 입사미는 내 생각을 찾아 나가는 데 큰 힘이 되어줘서 좋았던 거 같아.
Q. 미대입시를 준비하면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
A. 가장 중요한 건 내신과 학교생활... 알차게 살아둬! 있는 거는 다 해둬! 나중에 입시가 훨씬 쉬워질 거야. 난 수시로 갈 수 있는 탈출구가 있어서 다행이었어. 하지만 미술 하게 되면서 학교생활을 완전히 등진 애들도 많아. 그런 친구들은 정말 대학 가기가 힘든 게 현실이야. 결국 재수를 해도 모든 학생들이 또 정시 실기로 지원하게 될 거잖아. 재수생. 삼수생들끼리 경쟁하는 거니까. 쉽지 않은 거 같아.
Q. 끝으로 비교과 활동에 대한 팁을 준다면?
A. 동아리도 만들면 좋아. 나 같은 경우에는 동아리를 만들어서 내가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프로젝트들을 진행했거든. 학교생활로는 채울 수 없는 것들을 동아리 프록트로 진행했어! 이게 진짜 내가 봐도 서류나 면접에서 먹어준 것 같아. 그리고 뭐 포스터나 유씨씨 이런 것도 좋은데 좀 색다른 매체로 활동해보는 것도 좋아. 나는 의미 있는 배지를 디자인하고 실제로 주문도 넣어서 제작했었거든.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에도 올리고. 이게 되게 마음에 들었어. 대학 가서도 써먹었는데 반응이 좋았단다.
활동 반경을 좀 확장해 봐. 무슨 활동을 하든 좋아하는 걸 바탕으로 시작하는 게 좋은 것 같아. 나 같은 경우는 영화를 많이 써먹었는데 서류나 면접 준비할 때도 내가 더 신나서 쓰게 되더라고... 너의 오타쿠스러운 성향을 뽐내보렴. 꼭 합격해서 홍대에서 보자!!
본인의 미대입시 준비 과정을 돌아본다면?
🏆
강세원
-
홍익대학교 디자인학부
1. 전략
Q. 본인의 미대입시 준비 과정을 돌아본다면?
A. 난 미술학원을 다니기 시작한 게 미술을 시작한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 그냥 그림이 한번이라도 내 일상이 된 적이 있다면 그때부터가 미술을 시작한 게 아닐까? 난 어렸을때부터 늘“난 절대 회사에서 서류 치고 있는 사람이 되지 않을거야!너무 지루하잖아?”라고 말하고 다녔어.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초등학교때부터 미대를 가고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한국 최고의 미대라고 불리는 홍대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늘 했었던 것 같아. 그러다가 중2때, 지인의 미술수업을 해주시는 선생님을 만났어. 선생님이 집에 오시거나 내가 선생님 집에 가서 4명이서 수업하는 방식이었어. 나는 다른 입시미술 학원을 다니는 친구들이 하는 소묘, 기초디자인, 발상의 전환같은 것에 집중하지 않았어. 내 상상속의 동물들을 그려보고, 한 그림을 다양한 화가의 방식대로 그려보고, 터져나오는 아이디어들을 정돈하는 방법이나 예술하는 사람으로서 지녀야 할 것들에 대해 배웠던 것 같아. 미대입시 준비한다는 애들 사이에서 나만 자유롭다는 느낌이 들어서 가끔 회의감이 들기도 했지만, 미술에 대한 내 열정과 애정을 더 키울 수 있었던 수업이었어. 그리고 나는 일반 입시학원에서 논술 수업을 꾸준히 받았었어! 인문학에 대해 공부하니까, 그림을 그리거나 아이디어를 내는 데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되더라구. 그러다가 고2가 되면서, 홍대뿐만이 아니라 서울대와 이대 등 한국 탑인 대학들은 다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 열정이 넘쳤던 시절인 것 같아.
Q. 홍대 준비는 어떤 방식으로 하게 되었나?
A. 홍대 준비를 위해 대형학원들의 커리큘럼이나 교육과정에 대해 상담을 받아본 적은 있어. 그리고 많은 내 친구들이 대형입시 학원을 다녔었고, 생생한 경험들을 보고 들었어. 나도 상담을 갔는데, 홍대 준비반이라는 게 따로 있더라. 나는 혹해서 들어갈까 했어. 그런데 커리큘럼을 들어보니까 뭔가 이상하더라고. 그때가 고2여서 학생들이 대부분 주 4회정도 나와서 하루 4시간 정도 그림을 그리고 가는데, 홍대 준비반은 주말 이틀을 하루에 6시간 씩 총 12시간을 그린다는거야. 1주일에 투자하는 시간으로 치면 거의 차이가 안나잖아? 조삼모사도 아니고 이건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 그냥 이름만 홍대반일 뿐, 가르치는 내용도 똑같은 그림그리기 훈련밖에 시키지 않는다는 것도 알게 되었어.
Q. 실기 학원의 경우 무늬만 '홍대 준비반'인 경우가 많다. 어떤 점을 유의해야 하나?
A. 맞아. 홍대가고 싶어 하는 심리를 활용해서 학생을 모집 한 뒤, 결국 실기를 시키는 경우가 많은 거 같아. 심지어 홍대는 내신이 중요한데, 내신기간까지 실기에 예외가 있는 게 아니더라고. 학원 말을 믿고 끝까지 다닌 내 친구들은 1학년때는 성적이 괜찮았는데, 3학년이 되니까 도저히 어느 대학에 내밀 내신이 아니게 되더라고. 학년이 더 올라가니까 학원에서는 주 6회를 부르고, 과제를 줘서 애들이 과제하느라 새벽 3~4시에 잠들고, 학교 와서도 부족한 잠을 자던지, 과제를 마저 하던지 둘 중 하나더라구. 공부는 완전히 놓게 되는거지. 그래서 내신도 안되고, 그렇다고 실기도 엄청 잘하는 것도 아니고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 애들이 많았어. 결국 입시 결과도 좋지 않았고.. 나도 그렇게 했다면 어떻게 됐을 지 상상이 안 돼. 아마 갈 곳 잃고 방황하지 않았을까 싶어. 지금까지도 방향을 못 잡고 있었을 수도 있지.
Q. 남들과 다르게 한다는 것이 불안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나?
A. 입시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좀 불안했었어. 애들은 주 6회 학원에 가서 그림 그리고, 심지어 숙제를 받아와서 학교에서도 그림만 그리더라고. 내가 목표가 홍대인데 얘네랑 경쟁해서 이길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 엄마 친구분 딸 소개로 입사미를 알게 되었고, 그곳에 가서 도움을 받아보는 게 어떻겠냐는 말을 들었어. 알아보니 홍대 보내는 걸로 유명하더라고. 그래서 무작정 찾아갔지. 가면 나한테 무슨 말을 하실까 걱정했어. 내가 거쳐온 방법들이 틀렸다고 하지 않을까? 이미 늦었다고 하지 않을까? 주4회 실기 수업을 들으러 오라고 하는게 아닐까?
일단 모든 걱정들을 안고 상담실을 들어갔는데, 나한테 물어보시더라고. “왜 미술을 하고 싶고, 어떤 미술을 하고 싶은건데?” 난 너무 당황했지. 보통은 바로 스펙부터 물어보고, 바로 서류작성을 시작할거라고 생각했거든. 난 미술에 애정을 쏟은 시간이 긴만큼 자신있게 대답했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디자인을 하고 싶어요.”그랬더니 “왜 디자인이 사람들과 소통해야 되는데?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뭔데?”라고 날카롭게 질문하시더라고. 난 그때 깨달았어. 내가 입시에 맞춘다고 겉만 꾸미는 것에 너무 집중했다는 것을. 그리고 나한테 실기에 집중하지 말고 공부에 집중하라고 하시더라고. 입시미술학원인데 공부에 집중하라는 말에 처음엔 당황했지만, 이 말 덕분에 나는 이곳을 믿어도 되겠다는 확신이 생겼어. 내가 틀리지 않았다는 믿음을 줬고, 진짜 나를 발견하고, 발전시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
Q. 입시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원인이 무엇이라 생각하나?
A. 틀에 갇혀있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아. 나는 늘 기존 입시학원들에 대해 문제의식을 늘 가지고 있었어. 어렸을때부터 같은 꿈을 가진 친구들이 입시미술학원에 가더니 스킬만 화려해지고, 자기만의 그림 하나를 제대로 못 그리더라고. 그리더라도 다들 비슷한 그림들만 그리고 있는 모습에 난 꽤나 충격을 받았었어.
난 시사에 관심이 많았어서, 시사를 보고 스크랩하고, 문제가 있다면 이를 해결하는 디자인 아이디어를 내보기도 하고, 사회를 비판하는 그림을 그려보기도 했었어. 그게 아니면 그냥 자유주제로 내가 그리고 싶은 것들을 마음껏 그렸지. 다만 어렸을때처럼 아무 생각 없이 그린 그림들은 아니었어. 내 그림 속의 작은 요소들에도 의미 부여를 하기 시작했고, 그러다보니 그림 한장이 많은 이야기들을 가지게 되더라고. 이게 나중에 홍대 면접 가서 빛을 발한 것 같아. 면접 때 그린 그림 속의 이야기를 내가 신나서 막 말하니 면접관님들의 표정이 밝아졌던 기억이 나. 그리고 그림에만 집중하지 않고, 시간 배분을 잘한 것 같아. 그림은 주말에만 잠깐씩 그리고, 평일에는 내신과 수능공부만 했었어. 그러다보니 주말에 그림 그리는 시간이 되면 너무 신나더라고. 덕분에 그림을 그린다는 건 나에게 부담을 주는 행동이 아닌, 그냥 너무나도 즐거운 작업이었어.
Q. 홍대는 물론 이대까지 합격했다.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A. 마찬가지로 틀에 갇혀있지 않았고 진솔했기 때문인 것 같아. 미대생은 미술만 해야 한다.라는 틀 말이야. 난 학교활동이나 봉사활동이나, 미술관련된 것에만 집중하지 않았어. 난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았어서 캠페인도 많이 하고, 요양원도 다니고, 장애인근로 센터도 다녔어. 미대생은 국영사만 챙기면 되지. 라는 말도 무시했어. 난 수학이나 과학을 뛰어나게 잘하지는 않았어도, 싫어하지는 않았어. 그래서 내신도 버리지 않았고, 교내 수학대회나 과학대회도 막 나갔었어! 수상을 많이 하지는 않았어도, 좋은 경험이 되더라고. 이런 좋은경험들은 나중에 미활보에도 자연스럽게 들어가더라!
이러한 과정들을 모두 미활보에 담았는데, 교수님들이 내 생기부와 미활보를 통해 “얘는 정체성이 뚜렷하네.”라고 판단하지 않았을까 싶어. 난 거짓으로 미활보를 꾸며내지 않았거든. 미활보나 생기부에 겉멋만 잔뜩 든 학생들은 결국 면접때 대부분 실패를 겪었던 것 같아.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이 왜 그렇게 유명한지 새삼 느끼게 되더라ㅋㅋ
Q. 미대입시=실기 라고만 생각하고 실기만 하는 학생들이 많다. 이들을 위해 진심어린 조언을 해준다면?
A. 표현력이 좋으면 좋지. 하지만 그림의 메세지도 동시에 중요한것 아닐까? 대다수의 입시미술 학원에서 배우는 것은 잘 그리는 것에만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모든 학생의 생각을 다 똑같이 만들어 버리는 것 같아. 겉멋만 잔뜩 든 그림인거지. 이런걸 주4~6회나 한다는건 스스로를 망치는 일 같아. 속에 든 게 없는 그림은 결국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 애초에 미술이라는 게 그림의 퀄리티가 가장 중요한거면 홍대가 실기전형을 적극 추진하지 않았을까? ‘왜 면접 때 그림 그릴 시간을 24분 밖에 안줄까?’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고 봐.
내가 합격한 친구들의 그림도 다 봤는데, 그림실력 자체는 평범한 애들이 많아. 근데, 그림의 내용들을 들어보면 정말 입이 떡 벌어지더라구.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하지? 어떻게 생각이 저렇게 깊지? 싶어. 자신만의 철학을 가진 애들이 정말 많더라. 미대 상위권을 가고 싶어하는 친구들은 나중에 사회에서도 성공하고 싶은 마음이 큰 거잖아. 근데 요즘 트렌드를 보면, 작가가 아닌 이상 가장 위에 있는 사람은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이더라고. 그러면 나머지 분들이 그걸 기술적으로 표현해주는 일을 하시더라. 어쩔 수 없이 실기 전형을 봐야한다면, 실기에 집중하는걸 피할 수는 없지만, 조금은 그 그림들 속에 너희만의 이야기를 담아보려고 노력해봤으면 좋겠어.
Q. 미술을 시작하는 학생들에게 해줄 말이 있다면?
A. 미술을 계속 하더라도, 처음 미술을 시작할 때의 열정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림은 너희를 표현하는 하나의 방법이지, 너희를 억누르는 게 아냐. 나중에 그림의 노예가 되지 않았으면 해. 그리고 미술을 한다고 미술에만 집중하지 말고, 영화가 좋으면 영화도 보러 다니고, 여행도 다니고. 친구가 좋다면 다양한 친구들도 마음껏 만나봐! 미술을 제외했을때도 너희가 내세울 게 있는 사람이 되길 바라. 다양한 경험들은 결국 너희에게 큰 힘이 될테니까! 그리고 미술을 시작했는데, 미술이 너희와 맞지 않다는걸 알게 될 수도 있어. 이미 시간이 많이 지나서 돌이킬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해. 요즘 뉴스나 인턴프로그램 같은거 보면 알겠지만, 다양한 분야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결국 잘 풀리더라. 대학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 외길인생 걸어온 애들도 좋지만, 좀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이 좋지 않을까?
내신 절대 포기하지마! 절대로 절대로 내신을 포기하면 안되!! 이미 알고 있는 친구들도 있겠지만, 홍대는 내신 좋고 수능성적 잘나오면 교과로 한방에 들어올 수 있는 전형도 있다는 걸 명심했음 좋겠어!ㅋㅋ 그리고 내신이 안좋으면, 내신을 안보는 실기전형을 찾게 될거야. 실기는 3수가 기본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정도로 실력도 실력이지만 엄청난 운이 따라줘야 하는 과정이야.. 너희가 많이 상처받을 수 있어.
이 얘기들을 들으면 절망할 수도 있어. 하지만 고등학교 생활을 고통스럽게 빡빡하게 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 틀에 얽메이지 말고, 학교의 시스템만을 따라가지 말고 너희가 스스로의 방향을 제시하다 보면 힘들어도 즐거운 학교 생활이 될거고,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좋은 위치에 있을거야. 이 과정들을 조금은 즐겼으면 해!
Q. 홍대 지원을 망설이는 학생들에게 해줄 말이 있다면?
A. 미대를 지망하는데, 한국 최고 대학이라는 데는 한번 도전이라도 해봐야 하지 않겠어?ㅋㅋ 미대 지망생들은 사실 수시때 6개 다 쓰는 경우가 많지는 않아. 그러니까 써봐! 대신, 쓴다면 스스로에 대한 고민을 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으면 해. 어려운건 아니잖아? 부모님도 좋고, 친구들이랑도 얘기를 해보면 도움이 많이 될거야. 입시때 겁먹지 말고, 한번 불도저처럼 밀고 나가봐! 그래야 후회하지 않을거야
2. 면접
Q. 홍익대 면접 고사 내용을 말해달라.
A. 대기실이 꽤나 많았는데, 다 학생 수가 다르더라. 수능 보고 최저를 못 맞췄다고 판단한 애들이 안 온 것 같았어. 나의 경우 12명씩 들어갔어. 들어가면 면접순서를 알려주는데, 무작위 추첨이었어. 그리도 대기하는 동안 아무 자료도 못 보게 했어. 자는 친구도 있었고, 멍때리는 친구들도 있었고 면접 주의사항 종이 뒷면에 낙서하는 친구들도 있었어. 난 나눠준 종이 뒷면에 내가 준비했던 자기소개, 지원동기, 인상깊은 책의 답변들을 쭉 적어나가면서 생각을 정리했고, 난 1시간30분정도 그렇게 대기했어. 이름이 불려서 강의실 뒤편에 있는 문제푸는 부스 안에 들어갔고, 연필 2자루와 지우개를 받고 24분동안 문제를 풀었어. 안에 시계는 없었고, 끝나기 3분전과 끝났을때 밖에 있는 도우미분이 말해주셨어. 첫번째 문제는 3가지 사진을 주고 비교분석하는 문제였어. A.몬드안과 패션콜라보 작품 B. 앤디 워홀의 수프 캔 C. 쿠사마 야요이의 잡화점 공간디자인 사진이었어. 문제지를 한손에 들고 면접관님들한테 보여주면서 설명했어야 했어. 첫번째 문제부터 설명해보세요.라고 하셨어. “공통점부터 살펴보면, 첫번째는 모두 실생활이 담겨있다는 것입니다. A의 경우 의상이고, B의 경우는 사람들이 실제로 먹는 수프 캔이고, C는 실제 사람들이 거니는 공간을 디자인했기 때문입니다. 두번째는 모두 간단한 색채를 사용했다는 점인데요, A의 경우 기본 삼원색만을 사용했고, B와 C는 레드색상과 화이트 색상만을 사용했습니다. 세번째는 변형이 이루어졌다는 것인데, 이때 차이점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A의 경우 기하학적 평면그림이었던 몬드리안의 작품을 패턴으로 재해석해 이를 의상디자인으로 활용했는데, 평면을 입체로 바꿨습니다. B는 실제로 먹는 입체적인 수프 캔을 평면적으로 나타냈습니다. C는 원이라는 기본 조형요소를 반복하고, 크기의 변형을 통해 공간감을 나타냈습니다. 평면으로 입체를 나타낸 것이죠. 그리고 각각의 작품을 살펴보면,(여기서부터는 이미 알고 있던 작품내용이나 작가의 특징들을 말했어!) A는 기하학적인 무늬이지만 생명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마치 화려한 도시를 높은 곳에서 내려다본 느낌을 줍니다. B는 평소에 우리가 보던 것을 강조함으로서 너희가 이 대상의 본질에 대해 알아?라고 묻는 것 같으면서 복제가 이루어지는 산업혁명시대를 비판하는 느낌도 듭니다. C는, 우선 쿠사마 야요이는 어렸을 때 부모에게 학대를 당해 세상의 모든 것들이 점으로 보이는 병을 가지게 됐는데요, 이 작품을 통해 그녀만의 독창적인 세계관을 엿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다양한 크기의 원들을 굉장히 많이 사용했다는 점에서 잡화점의 특성을 잘 살린 것 같습니다.”라고 답했지. 얘기할 때, 조금 긴장되기도 하고, 아는 작가가 나와서 반가움에 흥분상태여서 그런지 중간중간 좀 버벅댔어. 쿠사마 야요이를 쿠사마 ‘뱌’요이라고 말하기도 하는 참사도 일어났었어..ㅜㅜ
음..그러면 가장 마음에 와닿는 작품은 뭐에요? 라고 추가질문을 하셨어. 사실 완전히 당황했어. 아무것도 마음에 와닿지 않았거든ㅋㅋ 3초 정적 뒤에 “ 저는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이 와닿는 것 같습니다. 그녀는 병을 가졌고, 자신의 아픈 점을 미술을 통해 치유하고 자신만의 그림으로 나타낸다는 점에서 저는 희망을 봤습니다. 그래서 마음에 와닿는 것 같습니다.”라고 답했어. 순발력이 필요했어..ㅜㅜ
혹시 좋아하는 콜라보 작품 있어요?라고 물어보셨어. 난 평소에 콜라보 작품에 크게 관심이 없었는데, 관심 있는 척했다가 더 깊은 질문 들어오면 큰일 날 것같아서 솔직하게 말했어. “저는 사실 콜라보레이션 작품에 관심이 많지 않아서 정확히 알지는 못합니다.”라고 하니까 교수님들이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이시더라고. 난 여기서 콜라보 관심 대신 전시회에 관심이 많았던 걸 조금 어필하려고 “그런데 제가 얼마 전 다녀온, ‘이상한 나라의 괴짜들’이라는 전시회에서 김지희 작가님이 인상깊었다고 생각했었는데요, 김지희 작가님은 늘 교정기를 낀 웃고 있는 소녀의 얼굴을 그리셨는데 교정기는 사회적 기준을 의미하고 소녀의 미소는 억지웃음입니다. 진실을 말하는 눈은 욕망을 나타내는 안경으로 가려져 있구요, 저는 이게 굉장히 마음에 와닿았었는데, 김지희 작가님 특유의 장식적인 형태를 활용해 백 브랜드와 콜라보레이션한 작품을 본 적이 있습니다. 정확한 브랜드명은 기억이 안나네요!”라고 답했어. 어쩌다 보니 김지희 작가님에 대한 tmi가 되버렸는데, 그만큼 내가 전시회를 가면 정말 진지하게, 주의 깊게 보고 온다!라는 걸 어필하려고 했어.
이제 두번째 문제로 넘어갔어. 문제는 앤디 워홀의 BRILLO박스가 중앙에 있었고, 나머지는 자유 상상해서 그림 그리는 방식이었어. 나는 정장 입은, 거대한 뚱뚱한 윤기 나는 남자가 박스 위에 앉아서 돈을 날리고 있고, 박스를 기준으로 가로선을 그려서 박스 위는 도시, 박스 아래는 지하인데, 지하에 있는 사람들이 서로 기어오르면서 박스를 받치고 있는 그림을 그렸어. 시간이 부족해서 도시는 그냥 네모난 건물 두어개랑 구름 그리고, 지하에 있는 사람들은 흔히들 말하는 졸라맨처럼 그렸어.
학생이 그린 작품에 대해 설명해줄래요? 라고 하셔서 설명했어. “네, 저는 우선 박스에 나와있는 영어 글자들을 살펴봤습니다. 첫번째 제가 발견한 것은 GIANT SIZE었고, 두번째는
SHINES ALUMINUM, 즉 알루미늄에 빠르게 광택을 낸다는 것이었습니다. 광택을 낸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자연 그대로의 상태를 보는 것이 아니라 인위적으로 변형시킨다는 뜻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라고 하니까 교수님이 피식 웃으시더라고. 긍정의 의미였다고 믿고 있어ㅋㅋ! “그래서 저는 믿음이나 돈으로 시민들을 현혹시켜 혼자 반짝반짝 빛나려는 일부 기득권층을 비판하고자 했습니다. 먼저 보시면, 그림은 하늘과 지하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국민들은 지상으로 나갈 길이 오직 BRILLO박스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헌신적으로 박스를 받치고 있는 반면, 박스에서 나온 기득권층을 나타내는 굉장히 뚱뚱한 남자는 윤기가 나고, 그는 돈이나 뿌리며 놀고 있습니다.”
그러면 이 그림을 채색한다면 어떻게 할거에요? “ 우선 기득권자는 시야가 넓게 세상을 바라볼 수 있기 때문에, 몬드리안의 작품처럼 화려한 색들을 활용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시민들이 있는 지하세계는 어둡고, 그들이 볼 수 있는 것은 오직 브릴로 박스로 시야가 좁기 때문에 희미한 흰색으로 흰색 빛만 보이게 할겁니다.”사실 당황해서, 뻔한 내용을 말하게 됐어ㅜㅜ그래서 문제1번의 몬드리안 작품 속 화려한 도시를 조금 언급했었지!
이제 문제 질문은 끝났어!
좋아하는 그래픽 디자이너나 뭐..그런거 있어요? 내 생기부에 3학년 진로희망사항은 아트디렉터였어! “그래픽 디자이너는 없구요, 존경하는 아트디렉터님은 있습니다. 늘 독특한 인터렉션 디자인으로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려 하는 아트디렉터인 이지철님을 존경합니다. 그 분은 다양성을 추구하는 마인드를 가졌는데, 그가 직접 창립한 회사인 자이언트 스텝의 모토가 ‘하고 싶은 것은 마음껏 하라!’ 라는 자유로움을 강조하는 것을 볼때 이를 알 수 있습니다. 그는 늘 다양한 사람들의 협업을 이끌어내고, 다양한 분야의 융합을 꾀하기에 데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아트디렉터셨습니다.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을 정확하게 파악해 끊임없이 자신의 역량과 전문분야를 넓혀나가고자 노력하는 부분이 존경스러웠습니다.”이 질문은 미리 준비해둔 거였어! 홍대 면접때 존경하는 사람을 많이 물어보더라구. 준비한 말을 할때, 외운 티가 안나게 일부러 조금씩 뜸을 들이면서 고민하는 척을 했어!ㅋㅋ 정말 약았지만, 외운것처럼 보이는 건 안좋기 때문에 약간의 연기가 필요해!
음..자이언트 스텝이 뭐하는 곳인지는 알죠? “네! 자이언트 스텝 자체가 다양한 분야로 구성돼있고, 그만큼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 이번에 평창동계올림픽에서는 태극공연의 CG를 담당해 외국인들이 한국에 대해 가지고 있던 안좋은 편견들을 깨고,한국의 고유성을 나타낼 수 있는 작품을 기획했습니다.”질문이 되게 날카롭지? 사실 굉장히 당황했어.. 존경하는 인물을 준비할 때, 진짜가 아니라 설정이라면 그 사람의 업적까지 확실하게 알도록 해! 그리고 알고보니 이 질문을 하셨던 교수님이 학교에 영상전공을 가르치시는 분이더라고..정말 놀랐는데 홍대 미대 교수님들은 정말 아는 것도 많으시고 경험도 많으셔서 철저하게 준비해가야해! 수박 겉핥기 식으로 준비해가면 교수님이 바로 알아 채실거야.
시간이 30초 남았는데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있어요? “네! 저는 미술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켜 사람들의 뜨거운 가슴을 차분하게, 차가운 가슴은 따뜻하게, 피끓는 분노는 감동으로, 모든 절망은 희망으로 바꿀 수 있는 미술을 하고 싶습니다. 저는 홍익대학교 미술자율전공학과에 합격해 이런 제 꿈을 이뤘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하니까 웃으면서 나가보세요~하시길래 “네!! 감사합니다!!”하고 소리지르고 나왔어ㅋㅋ 면접이 잘 풀렸다고 생각해서 흥분상태였거든..
내가 면접을 보면서 느낀건, 자신감이 제일 중요하다는 거야. 네가 말하는 것에 확신이 없더라도 당당하게 말해! 그럼 교수님들도 그냥 웃으면서 끄덕끄덕 해주시더라구. 그냥 오구오구 식으로 느껴져도ㅋㅋ그래도 분위기가 싸해지지는 않더라구. 난 그냥 계속 긍정에너지를 뿜으면서 면접 봐서 분위기는 되게 좋았어! 분위기가 중요한 것 같아. 그리고 이번 면접때 나온 작품의 작가들을 난 미리 알고 있어서 수월했다고 봐. 내가 모르는 작가가 나왔으면 팩트랑 감상을 같이 말하는 게 아니라 감상만 주구장창 말했을거야..난 면접 준비할 때, 다른학교 친구들의 미술교과서들을 모아서 작품들 쭉 보면서, 감상을 말로 하는걸 연습했어! 모르는 작품이 면접 때 나올 수 있으니까!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작가들도 한번씩 조사해보고 노트에 정리했었어.
3. 서류
Q. 입사미의 서류교육이 어떤 도움이 되었나?
A. 입사미는 겉치장에 집중하고 있던 나에게 정신 차리라고 말해준 것 같아. 대학에 내는 미활보는 퀄리티가 높아야겠지? 내 수준은 안받아줄지도 몰라. 라는 불안감 때문에 좀 더 현학적인 표현을 찾기도 하고, 내가 했던 활동들을 더 화려하게 보이게 꾸미기도 했어. 이렇게 쓴 초안을 입사미에 가져갔을 때, 선생님이 '네가 하고 있는 말들을 네가 진짜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지?'라는 질문을 던지셨는데, 답을 못하겠더라고. 정말 10분동안 정적이 흐르다가, 내가 답을 못하겠다고 했어. 겉치레에 집중하지 말고, 너의 있는 그대로를 써오라고 하셨어. 그래서 난 거의 7시간동안 쓴 초안을 다 뒤엎고, 고민에 빠졌었어. 고민 끝에 하나하나 정말 솔직하게 써내려가다 보니, 초안을 다 쓰는 데 이번에는 정말 2시간정도밖에 안걸리더라. 선생님한테 칭찬받았을 때 어찌나 짜릿했던지..이런 게 진짜 입시구나. 싶었어. 남을 속이는 방법을 배우는 게 아니라, 나를 진솔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찾는 것 말이야! 이 마인드를 면접까지 갖고 갔어. 교수님을 속이려 하지 말고, 솔직하고 담백하게 얘기해서 교수님이 나에 대해 더 알아가고 싶게 하자!라고 생각했어. 그리고 이게 결국 빛을 발한 게 아닐까 싶어.
Q. 이전 미술학원이나 학교, 혹은 기타 학원 등에서 서류 교육을 받아 보았다면 그것과 비교해서 서술할 것
A. 사실 우리 학교는 미대를 수시로 보내는 것 자체가 내가 최초여서 베이스가 없는 상태였어. 선생님한테 개인적으로 서류 교육을 받았는데, 끝나고 나서 한숨밖에 안나오더라. 그냥 멋져보이는 예시 몇 개 주시고, 이런 식으로 해봐~가 끝이였어. 진짜 어이없지?ㅋㅋ 첨삭 받으러 가지고 가도 그냥 모범답안이랑 비교해보고.. 난 나에 대해 쓰는게 아니라, 그냥 모범 답안 속 그 사람을 각색한다는 느낌밖에 안들더라구. 그렇다고 해서 선생님에게 내가 어떤 사람인지 막 설명하려 드는건 시간낭비라고 생각했어. 왜냐하면 사실 나도 나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태였거든. 이게 입사미랑 달랐던 것 같아. 학교에서는 답을 먼저 던져줬고, 입사미는 나만의 답을 찾기를 요구했다는거야. 사실 누군가가 계속해서 나 자신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건 누구한테나 생소한 경험일거야. 그만큼 고민이 많이 필요한 과정이었어. 그리고 그 고민들이 모여서 나에게 자심감이 됐던 것 같아.
4. 기타
Q. 입시를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을 해준다면?
A. 입시를 너무 고통스럽고 두려운 과정으로만 생각 안했으면 좋겠어. 입시라는 게 고통이 없을 수 없는 거지만, 중간중간 즐기는 게 정말 중요한 것 같아. 그게 끝까지 달리는 원동력이 되거든.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라는 말이 정말 맞는 것 같아. 개인적으로 미대 입시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특권이 아닐까 생각하는데, 공부를 하다가 너무 힘들면 전시회도 가끔은 보러 다니고, 영화를 너무 좋아한다면 영화를 가끔씩 봐도 좋아. 그래도 예술을 하겠다는 사람이 문화생활을 하나도 안한다는건 상식적으로 말이 안되잖아? 대신 그냥 아무생각없이 놀러간다고 생각하지 말고, 뭘 경험하고 왔으면 보고 느낀걸 한번 쭉 써봐. 이런 게 나중에 모여서 미활보에도 들어가는 거거든! 그리고 공부를 안한 시간만큼 좀 더 열심히 하면 돼.
그리고 미대 입시를 준비하다 보면, 공부와 그림 사이에서 고민해야 하는 순간들이 정말 많이 올거야. 이럴 때는 무조건 공부를 택했으면 좋겠어. 너희가 아무리 활동을 화려하게 하고, 면접을 기똥차게 잘봐도, 수능최저를 못 맞추면 다 말짱 도루묵이거든. n수를 할거라면 준비했던 과정들이 중요한 밑거름이 되겠지만, 목표가 몇년 더 해서 성공하는건 아니잖아? 공부는 정말 놓지 않았으면 좋겠어. 너희가 계속해서 미대입시를 준비하다가, 고2나 고3이 돼서 미술이 정말 안맞아서 길을 바꿔야 할때도, 내신이나 수능이 잘나오면 다른 과를 교과로 써도 돼. 공부를 챙겨두면, 갈 수 있는 길이 정말 많아져. 쉽지 않은 과정이겠지만, 대학이 절실하다면 너희에게 길은 열릴거라 믿어!
대학에 막상 와보니, 자기는 어렸을 때부터 미술밖에 안해서, 미술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할 줄 아는 게 미술밖에 없어서 미대를 왔다는 친구들도 있더라고. 마음이 아프더라. 정말 미대가 절실한데도 못 온 친구들이 생각나서 마음이 아프고, 힘들게 대학 와서도 방황하는 그 애들의 허무함 때문에 마음이 아팠어.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너희가 진정 원하는 것을 찾고, 그 길로 갔으면 좋겠다는거야. 부모님의 강요로 미술을 택한 애들도 분명히 있을거야. 대학에 와보니, 수업과정들이 미술을 억지로 한 애들이 결코 견딜 수 있는 과정이 아니더라. 그래서인지 휴학하거나 자퇴하는 사람도 은근 많아. 너희가 미술을 진정 좋아한다면 이 길로 그대로 가도 좋아. 하지만 그런 게 아니라면 한번쯤 고민해보는 게 좋을 것 같아. 대학 와서도 방황하는 친구들이 많아서 하는 말이니 꼭 새겨들었으면 좋겠어!
Q. 끝으로 하고 싶은데 하지 못한말이 있다면?
A. 입시 과정을 꼭 대학에 가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미래의 나를 위한 기초 토대를 쌓는다, 즉 준비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아! 너 자신을 게임처럼 점점 레벨업시키는 느낌이 들면, 입시라는 과정이 나름 재미있게 느껴질거야. 실기능력, 드로잉이나 채색은 너희의 생각을 전달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야. 수단에 집착하지 말고, 너희의 본질, 알맹이라고 부르지? 너희의 생각을 키우는 데 중점을 두는 게 좋을 것 같아. 자기 주관이 뚜렷한 게 너희 스스로에게도 좋고, 교수님들도 좋아하셔! 전시회도 많이 다니고, 영화같은 것도 많이 보고, 책도 읽고, 강연도 듣고! 입시를 그냥 너희 스스로를 찾아가고, 키워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어. 그러다보면 어느새 좋은 결과를 맞이하게 될거야! 대학을 와보니, 수업이 정말 자유로워. 자기만의 생각이 없으면 안되겠더라구. 교수님이 이런걸 그려라! 하시는 게 아니라, 이 재료를 이용해서 아무 주제로 자유창작해봐! 하고 그냥 냅두셔ㅋㅋㅋ정말 난감해. 평소에 자유롭게 창작활동도 마음껏 해봐! 일주일에 한번 정도는 실기를 하는 것이 괜찮지 않을까 싶어! 하루종일 말고 좀 짧게나마! 그러면서 스트레스도 풀고 그림에 대한 애정도 조금씩 생기고 그래ㅎㅎ
입시를 각자만의 방법으로 준비하고 있겠지만, 너희의 정체성이 희미해진다는 생각이 들면 바로 stop!할 줄 알아야 해. 예를 들어서 디자이너가 되고는 싶은데, 무슨 디자이너가 될지도 모르겠고, 일단 대학은 들어가야 될 것 같아서 억지로 뭔가를 하는 상황들이 반복되다 보면 스스로가 상처도 많이 받고 회의감도 들거야. 그럴때는 터닝포인트가 필요하다는 걸 명심해!
지금은 밤새 그림을 그리거나, 밤새 공부하는 것들이 정말 힘겨울때도 많을거야. 대학을 오면 똑같이 과제 때문에 야작을 하는 상황이 생기지만.. 대신 대학에서는 친구들과 다함께 치킨도 시켜먹으면서 밤새 수다떨면서 즐겁게 작업할거야. 상상만 해도 즐겁지 않니 *^ㅁ^*!!
꼭 학교에서 봤으면 좋겠어! 합격하고 이 수기를 읽었다고 연락주면 밥 사주면서 학교 생활 팁 공유해줄게ㅎㅎ 그때까지 화이팅!
수능을 망치고 정시는 어떻게 준비했나?
🏆
박00
-
홍익대학교 미대자율전공
1. 입시전략
Q. 본인의 미대입시 준비 과정을 돌아본다면?
A. 저는 고등학교 2학년 6월부터 미술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어요. 대형학원에서 서울대 실기를 위주로 하는 반에 들어가서 1년 반정도 서울대를 바라보며 실기를 했어요. 고등학교 3학년 6월이 되어서야 제가 홍대에 지원할 성적이 된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고3 때는 홍대 준비를 짧게 밖에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서울대 실기도 떨어지고, 수능 1주일 전 홍익대 2차 서류 심사에서도 떨어졌어요. 수능 때까지 제대로 집중을 못했어요. 이미 재수를 예감하고 있었습니다. 수능도 제가 받아보지 못했던 점수로 정말 망쳤어요. 미술학원에 제 점수를 써내면서 많이 울었습니다.
Q. 수능을 망치고 정시는 어떻게 준비했나?
A. 수능 이 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기초디자인을 처음 배워서 건대 커뮤니케이션 디자인과와 패션 디자인과, 가천대 시각디자인과에 지원했습니다. 물론 준비하면서 꼭 건대에 붙겠다는 마음으로 매일매일 열심히 했지만 건대 떨어지면 재수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좀 높게 썼어요. 홍대와 서울대를 지원했던 만큼 눈이 높았거든요.
Q. 재수 때는 어떻게 준비했나?
A. 결국 셋 다 떨어지고 바로 재수를 했고, 입사미는 재수 4월달부터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성적이 뒷받침을 해줘야 실기를 제대로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재수하는 동안에는 1달 정도 일주일에 8시간 국민대 실기를 하다가 또 성적이 불안해져서 바로 그만두고 공부와 홍대 서류에만 집중했습니다.
Q. 서울대 준비 과정을 돌아본다면?
A. 고3 때 수시를 준비하면서 내내 서울대에 치중했고 매주 금,토,일과 방학 때는 특강을 나가면서 준비했습니다. 제가 재수를 하면서 가장 후회했던 게, 고3 때 서울대에만 집중했던 거예요. 서울대의 예상하지 못하는 문제 유형과 정말 높은 경쟁률을 생각한다면 학생들이 거치기엔 너무 위험한 입시라고 생각해요. 근데 학원의 커리큘럼을 따라 배우고, 칭찬도 받고 하면서 100명 중 한명이 나일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도 들고, 전과목 3등급(수능최저)이란 말이 참 쉬워 보였어요. 실기학원을 다니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작정 모의고사 성적 3등급이 된다고 다 서울대를 준비하는 건 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또 그렇게 시키는 학원도 문제가 있는 학원이라 생각이 들어요. 저는 모의고사 볼 때만 해도 당연히 다 3등급은 나오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4등급도 나왔어요,,,
그리고 서울대는 정말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내신 성적이 되는 친구들이라면 홍대를, 내신이 부족하다면 다른 정시 학교를 우선 순위로 두고 서울대를 부로 준비하는 게 더 안전한 입시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학원들의 너무 낙관적인 말을 다 믿으면 안됩니다!
Q. 주변 친구들의 입시 결과는 어땠는가?
A. 저를 포함해서 같이 미술학원을 다녔던 친구들 대부분 재수를 했습니다. 그제서야 서울대에만 치중했던 게 후회되더라고요. 미대가 재수를 많이 한다지만 이렇게 많이 할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서울대를 잘 보내는 학원은 세상에 없습니다.. 아무리 잘 보낸다 해도, 서울대 공예, 디자인 다 합쳐봤자 35명 밖에 되지 않아요. 35명 정원에 모든 것을 걸고 입시를 하는 것을 추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합격도 어려울 뿐더러 예측하기도 힘든 학교예요. 여러분은 좀 더 똑똑한 입시를 하길 바라요.
Q. 홍대는 물론 이대까지 합격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A. 착실한 학교 생활이 중요한 거 같아요. 저는 일반고를 나왔어요. 이대는 예고가 많이 붙는다고 그래서 전혀 기대하지 못했는데 붙은 걸 보면 학교에서 꾸준하게 보여준 미술 활동과 미술 외에 영역에서도 성실하게 참여했던 게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생각해요. 저는 홍대를 쓰겠다는 생각은 고 3 6월에서야 했지만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학교에서 미술활동을 직접 만들고 챙겨서 했어요. 매 학년마다 반 친구들끼리 모임을 만들어서 각자 원하는 분야에 대한 책이나 ted강연을 보고 발표하고 서로 토론하는 활동도 했고, 수업시간에도 미술에 관련된 거라면 작은 것이라도 다 참여했습니다. 그 외에 영역에서는 학교에 모든 대회에도 나갔고, 반장이나 동아리 부장도 했어요. 저는 대회에서 거의 대부분 장려상을 탔는데 어떤 성적을 냈느냐보다 얼마나 적극적인 자세로 전반적인 학교 생활에 임했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저희 학교가 생활기록부를 좀 잘 챙겨주는 학교로 지역 내에서 유명하기도 했고, 저도 선생님들과의 관계가 다 좋아서 미술 선생님뿐만 아니라 국어, 수학, 과학 등 모든 선생님들이 세부 특기사항도 다 자세하게 적어 주신 것을 보고 학교 생활을 성실히 했다고 판단하신 것 같아요. 그리고 버리는 과목 없이 전과목 성적을 고르게 챙긴 것도 홍대와 이대 모두 합격할 수 있었던 큰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Q. 실기학원을 고민하고 있는 학생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말이 있나?
A. 저는 정말 실기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근데 어떤 실기를 할 지 잘 생각해야 해요. 미술을 하겠다고, 미대에 가겠다고 다 실기 학원에 가야 하는 게 아닌데, 저도 그렇고 대부분의 친구들이 바로 학원들의 부풀려진 광고를 믿고 실기 학원으로 갑니다. 그리고 대부분 시키는 유형의 실기를 합니다. 서울대 붙으면 정말 좋지만 학생들에게는 정말 위험한 입시라고 생각해요. 그 위험을 안고 서울대를 정말 가고 싶다면 한번 도전하는 것도 좋지만 떨어졌을 경우를 가정하고 철저하게 대비해야 해요. 무작정 시키는 실기를 할 게 아니라 나에게 맞는, 내가 올바르게 선택한 입시를 하는 자세가 필요해요.
Q. 홍대 지원을 망설이는 학생들에게 해줄 말이 있다면?
A. 객관적인 성적이 갖춰진 이상 수시의 기회를 버리는 건 아깝다고 생각해요. 경쟁률 면에서도 홍대가 상대적으로 가능성이 높은 학교이기도 하고요. 서류 쓰는 데 시간이 많이 들까봐 걱정하는 게 아마 가장 클 것 같아요. 실기하는 시간에 비하면 시간이 많이 드는 건 아니에요. 실기시간을 조금 줄이고 서류와 공부 시간을 조절한다면 충분히 서류를 쓸 수 있을 거예요.
2. 면접
Q. 본인의 면접 고사 내용을 말해달라.
A. 바로 그림 비교 문제를 풀었어요. 긴장해서 손도 많이 떨었는데 교수님께서 웃으시면서 편하게 하라고 말씀해 주셔서 긴장 풀고 면접에 임할 수 있었어요. 저는 비교를 하면서 말 순서를 정리하지 못했는데 여러분이 면접을 준비하실 때는 꼭 말 하는 순서를 정리하시는 게 도움이 되실 것 같아요. 그리고 딱 한 문장만이라도 남들이 잘 하지 않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저는 몬드리안의 작품과 그 작품이 담긴 입생로랑의 원피스의 사진을 보면서 기존의 원피스 형태와 입생로랑의 원피스 형태를 비교해보기도 했어요. 객관적인 비교를 하면서도 자신만의 생각을 보여주시길 바라요.
추가 질문 없이 바로 그림 그리는 문제 풀이를 했어요. 저는 문제를 풀면서 제가 잡은 주제가 너무 평범하다고 생각했지만 더 좋은 생각이 안 나서 그냥 빨리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앤디워홀의 브릴로 상자를 보고 저는 앤디워홀의 실크스크린을 통한 복제가 생각났고 이에서 다 똑같이 생긴 가족, 다 똑같은 모양을 하고 있는 현대인들이 생각나서 5명의 얼굴을 브릴로 상자로 똑같게 만들어서 가족 사진처럼 그렸어요. 그리고 가장 어리고 매체의 영향을 덜 받은 막내만 잭슨폴록의 작품처럼 어디로 튈 지 모르는, 다시는 똑같이 그릴 수 없는 무늬를 담은 옷을 입혔어요. 제가 하고 싶은 말을 막내에게 투영시켜서 왜 우리는 다 똑같아요? 라고 묻는, 현대인의 남을 의식하고 다 똑같아 지는 문제점을 담아내려고 했습니다. 아마 이런 주제 의식을 가진 사람이 많았을 거예요. 그래도 그 와중에 내 주제 의식을 어떻게 조금 다르게 전달할까 고민했던 게 좋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는 이 작품을 제목을 짓는다면 어떻게 할거냐, 어떤 사람이 되고 싶고 그걸 위해서 무엇을 배우고 싶냐 그런 것들을 물어보셨어요.
저는 제가 예상 질문으로 준비했던 거라서 준비한 대로만 말하고 분위기 좋게 면접이 끝났어요. 하고 싶은 말 다 하고 후회 없이 면접장을 나와서 만족했어요. 비교문제, 그림 그리는 문제는 많이 말 해볼수록 느니까 많이 연습하고 또 기본 면접 질문에 대한 답변을 철저히 준비하는 게 좋아요. 전 정말 준비한 대로 여쭤 보셔서 면접 잘 볼 수 있었어요. 면접할 때 쫄지 말고 하고 싶은 말 다 하신다면 좋은 결과 있을 거예요!
Q. 입사미의 면접 수업이 어떤 도움이 되었는지?
A. 지식 암기가 아니라 생각하는 법을 가르쳐 줬어요. 문제 풀이를 많이 해 보는 것도 면접 때 말을 유창하게 하는 데 필요하지만 입사미에서는 양보다는 질의 수업을 해요. 깊이 있게 생각해보고 그 사고의 방향을 배우는 게 도움이 됩니다. 수강생이 많은 만큼 학원에서 배운 방향을 개인이 많은 기출 문제에 적용해보고 말하는 연습을 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면접을 위해 올려주시는 영상 자료나 글들도 저는 꼼꼼히 읽고 면접 때 배경지식으로 잘 써먹을 수 있었어요.
3. 미술활동보고서
Q. 입사미 서류 수업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A. 전에 다녔던 입시 학원에서도는 한 문장 한 문장 고쳐 주셨습니다. 그래서인지 처음 입사미에서 수업을 받았을 때는 불안함이 있었습니다. 근데 상담을 거듭할수록 입사미의 방법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군가 한 문장을 고쳐주는 것보다 큰 맥락과 이야기를 담아내는 것이 더 중요하니까요. 제가 미술을 하는 이유, 디자인을 하는 이유를 찾아가는 과정이 홍대 입시에서 더 중요한 부분이라고 느꼈습니다. 입사미에서는 제 생기부를 보시면서 제가 어떤 성향을 가졌는지, 어떤 활동을 많이 했는지, 또 미술활동이 아닌 영역에서도 저의 큰 틀을 파악하시는 모습에서 믿음이 갔어요. 이 전 학원에서도 생기부를 활용하기는 했어요. 하지만 입사미에서는 생기부를 읽어내고 저에 대해 파악하는 수준이 좀 달랐던 것 같아요. 훨씬 더 깊이 있게 저에 대해 파악하고, 저에 대해 제 스스로 알 수 있게 도움을 줬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좀 힘들어요. 그냥 내가 쓴 문장을 다듬는 수준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저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해야되니 답답하고 괴롭고 힘들었어요. 하지만 그 과정이 오히려 '여긴 좀 다르다', '재밌다'는 생각으로 변하게 되었어요. 특히 종합란 작성을 할 때 입사미의 방식이 끌렸어요. ‘어렸을 때부터~’ 이런 뻔한 미술 이야기가 아니라 미술과 관련한 저만의 상상과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어서 하나의 잘 읽히는 서류가 나왔어요. 저의 성향과 제가 그리는 그림들의 큰 이야기를 끄집어 내 주시는 게 입사미의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써 내려 가는 과정에서 다시 틀어진 방향을 잡기도 하고, 조금 더 디테일하게 내가 설정한 학생으로 더 잘 보일 수 있게 수정해 나갈 방법을 함께 모색합니다. 흔들리지 않는 중심축을 잘 설정한 게 서류를 작성하면서 가장 큰 도움이 됐습니다.
Q. 마지막으로 수험생들에게 해줄 말이 있다면?
A. 내가 열심히 한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더 열심히 더 치밀하게 준비해야 해요. 공부도 다 안다고 생각해도 더 보고 더 외우고, 서류도 정말 더 이상 질려서 못 보겠어도 꾹 참고 볼 정도로 정말 내가 생각한 것 이상의 노력을 쏟아야 해요. 그리고 불안해하지 말고 자신을 믿어야 해요. 전 현역 때는 당연히 대학 갈 줄 알았는데 재수를 하니까 삼수할거 같고 정말 너무 불안해서 계속 선생님이 좋다고 할 때까지 확인 받으려고 했었어요. 불안하지 않을 때까지 스스로가 완벽하게 입시를 준비하는 게 최선이겠지만.. 그러기 쉽지 않죠ㅠㅠ 자만이 아니라 노력과 계획을 근거로 불안해하지 말고 나를 믿는 게 정말 필요한 자세라고 생각해요. 전 그러지 못해서 정말 힘들었거든요. 모두 파이팅!!~!
고려대 합격의 비결
🏆
이예빈
-
고려대학교 디자인조형학부 합격
1.면접 준비방식
면접은 입사미 학원에서 준비했습니다. 해도해도 모자르고 하면 할수록 불안한 것이 준비라고들 이야기합니다. 저는 자신에 대해 본인이 세워놓은 기준치만큼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정말 불안해하는 사람입니다. 따라서 현역 시절에 비록 최저를 맞추지 못해 대학 최종의 문턱에서 떨어졌지만 입사미에서 준비했던 면접 덕분에 면접장에서의 좋은 기억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이 떠올라, 입사미를 한 번 더 찾아 면접을 준비했습니다. 학원에서 이야기하는 모든 면접의 기반은 홍익대학교였고, 홍익대학교의 면접을 기준으로 다른 대학교의 면접을 준비하는 형식으로 진행됐습니다. 조형요소, 조형원리에 대한 내용을 파악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나누어 주신 프린트물을 암기하고, 미술사에 대한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입사미 프로그램 중 하나인 ‘아트로직’을 수강했습니다. 무작정 암기하는 미술사가 아닌, 미술이라는 하나의 큰 흐름을 자연스레 이해하고 배운 내용을 쉽게 홍익대학교 면접에서 적용할 수 있었기에 현역 시절과 재수할 당시에 모두 듣게 되었습니다. 입사미에서 면접을 준비할 때, 모의 면접에서 저의 자세, 언행, 습관, 시선처리 등의 제 모습을 카메라로 담아 보내주셨습니다. 이를 모니터링하며 짧은 면접 준비 기간동안 작았던 제 목소리, 눈으로만 웃었기에 마스크에 가려 자칫 우울해보일 수 있는 표정 등 많은 것들을 고칠 수 있었습니다. 이후, 홍익대학교 면접이 아닌 일반 면접, 서류 기반 면접을 도와주시는 선생님들께서 특정 활동에 대한 활동 내용, 어떤 활동들을 했는지 제 생활기록부를 낱낱이 파헤쳐 살피시고 질문을 던져주셨습니다. 이를 통해 저는 전보다 제 생활기록부에 쓰여있는 내용들에 대해 저 자세하게 알게 되었고, 선생님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에 했던 질문과 대답들을 복기하고 집에서 대답이 미흡했다고 생각하는 부분들을 생활기록부에서 찾아 쓰거나 관련된 자료를 찾고 제 느낀점까지 추가하여 보다 완성도 있는 대답을 만들어내고자 노력했습니다. 또한 제 생활기록부인만큼 제가 모르는 부분이 없다고 생각했기에 활동명, 활동내용, 느낀점 등을 적어 가지고 다니며 ‘이것이 어떤 활동이냐’고 물어봤을 때, 막힘이 없을 정도로 암기했습니다. 또한 그날의 컨디션도 중요하다고 생각했기에 수능이 끝나고 2~3일 정도는 생활기록부를 살펴보며 푹 쉬어주었습니다. 그 후부터는 다시 수면 패턴, 식습관을 면접 시간과 맞춰 생활했으며 자세와 언행은 하루 아침에 고쳐지는 것이 아니기에 입사미 학원에서 보내준 영상을 모니터링하며 말도 평소보다 예쁘게 사용하고 허릴 곧게 펴 올바른 자세로 앉아있는 연습을 했습니다. 평소에 준비를 일상화 했을 때, 당일의 컨디션이 완벽하진 못하더라도 준비를 일상화 했기에 하던대로 한다면 그 내용을 전부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최대한 입사미 시스템의 도움을 받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전부 찾아 면접 보는 당일에 최상의 컨디션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2.면접의 진행 방식
미디어학부 건물의 강당에서 대기를 하고 있으면 진행 요원들이 한 명씩 호명을 해주십니다. 진행 요원을 따라 미디어학부의 계단을 타고 지하로 내려가면 내부가 훤히 보이는 회의실이 복도를 따라 주욱 늘어서 있습니다. 그 방들의 문 앞에 놓여있는 탁자와 의자에 짐을 올려놓은 뒤, 노트북과 마이크를 제외한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하얀 방에 들어가 노트북 앞에 앉습니다. 그렇게 노트북에 교수님들의 얼굴이 뜨고 면접이 시작됩니다.
3.질문
고려대학교 디자인조형학부를 지원하게 된 지원동기?
: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공간을 디자인하고 싶습니다. 교내 미술 전시를 진행하면서 고간의 변화가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 크게 와 닿았습니다. 공간의 변화로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위해서는 공간과 사람이 어떤 식으로 상호작용 하는지,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공간적 요소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에 대해 총체적으로 알아야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고려대학교 디자인조형학부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공간을 디자인하고자 하는지?
: 아까 말씀 드렸다시피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공간을 디자인하고 싶습니다. 코로나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사람들의 정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공간, 꼭 코로나 뿐만 아니더라도 사람들에게 있어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공간을 디자인하고 싶습니다.
인상깊었던 활동은 무엇이었는지?
: 교내 미술 전시 활동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교무실 앞이라는 딱딱하게 느낄 수 있는 공간을교내의 누구나 와서 전시품들을 감상하고 그들을 체험하는 공간으로 만들어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 수 있었습니다. 공간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 지에 대해 몸소 깨달을 수 있었고, 공간 디자인을 하고자 하는 계기가 된 활동이었기에 교내 미술 전시라는 활동이 학교에서 했던 활동 중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ㄴ교내 공간 디자인을 했을 때 어떤 식으로 구성했나?
: 테이블 위에 채도가 낮은 붉은 벨벳 재질의 천을 깔아 깔끔하고 작품이 돋보일 수 있게 했고 교무실 앞의 공간까지 올라오는 계단에는 교무실에 가까워질수록 더 많은 작품을 볼 수 있도록 하여 전시에 대한 관심을 유도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더불어 천장에 학생들의 작품인 드림캐쳐를 달아 직접 만져 체험할 수 있도록 하여 전시를 관람하는 이들이 관심과 흥미를 유발할 수 있도록 공간을 디자인했습니다.
ㄴ교무실 앞이라는 공간의 천장에 작품을 설치했다고 하는데, 이는 공간디자인이 아닌 설치미술아닌가?
:좁은 범위에서 보면 설치미술, 넓은 범위에서 보면 공간디자인이라고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ㄴ그렇다면 공간디자인과 설치미술의 차이점은 뭐라고 생각하는가?
: 둘 다 공간을 활용하는 것에서 공통점이 있지만 공간디자인은 사용자를 고려하여 미적으로 디자인 하는 것이라면 설치미술은 작가의 의도,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작품을 공간에 설치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공간디자인이 설치미술을 포함할 수 있는 조금 더 넓은 범위의 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과학 성적이 높은데 열심히 공부한 이유가 있나?
: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공간을 디자인하기 위해서는 사람을 잘 이해해야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생각했을 때, 과학이 사람을 생물학적으로 가장 잘 파악할 수 있는 과목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흥미를 가지고 열심히 공부했고 그 결과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과학 뿐 아니라 다른 과목도 마찬가지로 열심히 공부한다면 그 경험이 나중에 사람을 이해하고 그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들을 잘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모든 과목에 최선을 다 해 공부했습니다.
고려대학교 디자인조형학부에 들어와서 어떤 디자이너로 성장하고 싶은가?
: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공간 디자이너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라고 말씀 드린 후, 이유를 말씀 드리려고 할 때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나 교수님들께서 그쯤하면 됐다고 말씀 주셔서 면접을 종료하게 되었습니다.
4.교수님의 모습, 태도는 어땠는가?
원래는 진행 요원이 말씀 주신 것처럼 제가 준비가 되었으면 시작 버튼을 누르고, 그 신호를 받은 교수님들께서 면접 시작 버튼을 눌러야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고 면접이 시작되지만 오류가 있었는지, 면접 시간이 앞에서 지체가 되었는지 저는 앉자마자 교수님들의 얼굴이 화면에 나오게 되었고 바로 면접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아무것도 없고 개미 한 마리도 기어 다니지 못할 것 같은 반도체 공장 같은 분위기의 회의실에서 울리는 제 목소리와 교수님들의 목소리를 들으니 여태 하지 않았던 긴장감이 한 번에 몰려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머릿속이 면접이 진행되는 회의실의 하얀 벽처럼 하얘지는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나이가 지긋하신 남자 교수님과 여자 교수님 두 분이 면접을 진행 하셨습니다. 지원동기, 어떤 디자인을 하고자 하는지, 학교에 들어와서 어떤 디자이너로 성장하고 싶은지 같은 기본적인 질문은 남자 교수님께서, 구체적인 활동과 그와 관련된 세부 질문들은 여자 교수님께서 해주셨습니다. 기본적으로 남자 교수님께서는 인상이 포근하시고 나긋나긋한 말투로 질문을 해주셔서 빨리 정신을 차릴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자 교수님께서는 정말 생각지도 못한 질문을 계속해서 하시고 대답을 드렸을 때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해주셨지만 날카로운 질문을 처음 받았을 때 그 충격은 빨리 가시지 않았습니다. 당황하면 얼굴이 정말 빨개지기에 당황한 티를 정말 많이 내고 왔지만 준비한 것을 모두 보여드리기 위해 질문에 대한 대답 하나하나 정말 최선을 다해 답변을 했습니다.
5. 압박면접은 아니었는가?
압박 면접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교수님들께서는 결코 학생들의 상식에서 벗어난 질문을 하시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본인이 판단하기에 본인의 학업, 면접을 보는 대학교와 관련되지 않은 질문을 했을 때 모른다고 솔직하게 대답을 하더라도 면접에 있어 큰 마이너스는 없을 것입니다. 정말 단순히 이 학생이 얼만큼 알고 있는가 궁금한 마음에 교수님들께서 물어보셨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잘 대답을 하게 된다면 플러스 요소가 되겠지만 그렇다고 대답을 못했을 때 마이너스가 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6. 옷, 차림새, 화장의 정도
옷은 최대한 깔끔하고 학생답게 보일 수 있는 옷이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현역 시절에 입었던 옷을 그대로 입고 갔습니다. 흰 블라우스, 채도 낮은 청록색 긴팔티, 검정 슬렉스, 검정 코트를 입었습니다. 코트는 거추장스러울 수 있다고 판단되어 면접실에 들어가기 전에 테이블에 개인 물품들을 놓을 때 같이 벗어두고 면접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마스크를 쓰고 진행했기 때문에 마스크 위의 인상이 중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마스크 위로 볼 수 있는 외적 요소 중에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머리와 눈썹이라고 생각했기에 반곱슬인 머리는 아침에 고데기와 드라이기로 전부 깔끔하게 폈고, 눈썹은 깔끔하게 다듬어 빈 곳만 채우는 정도로 정리했습니다. 피부의 상태도 중요하다고 생각했기에 화장을 두껍게 하기보다는 이마의 잡티를 가리는 정도로만 가려주었고 마스크를 벗는 상황을 고려해 정말 연한 색이 들어가 있는 립밤만을 발라 혈색이 돌 수 있도록 화장을 했습니다.
7.떨지 않을 수 있는 꿀팁
정말 준비만이 답이라고 생각합니다. 중대한 일을 앞두고 그 일이 생각한대로 완벽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하는 완벽한 준비는 없겠지만 그래도 최대한 일어날 일에 대한 모든 경우를 생각해 최선을 다해 준비한다면 준비할수록 안정을 찾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준비를 어느정도 마치고 본인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아니면 누가 이 학교를 가?’, ‘이렇게까지 준비하는데 학교가 나를 뽑지 않는다면 인재를 놓치는 것이다’ 등과 같이 여태껏 잘 해왔던 본인에게 지속되는 채찍질보다는 따뜻한 말 한마디와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는 말을 끊임없이 해주었습니다. 더불어 어느정도 마음을 내려놓는 것이 중요합니다. 포기하라는 소리가 아닙니다. 이렇게까지 준비했는데 합격되지 않는다면 나보다 더 준비한 사람들, 3년동안 나보다 열심히 살았던 사람들이 붙는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정말 준비를 많이 했기에 마음을 조금 편하게 하는 위의 말들을 끊임없이 되뇌여 면접에 들어갔을 때 조금의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여지를 본인에게 줄 수 있었습니다. 준비, 무엇이든 최선을 다하겠다는 마음가짐, 준비한만큼 그에서 우러나오는 여유와 자신감, 편한 마음가짐 이것들이 제게 있어 면접장에 들어가서 떨었더라도 금방 정신을 차리고 여유를 가질 수 있게 해 준 요인들이었습니다.
"성공과 실패의 갈림길, 어떤 길을 선택했나요?"
🏆
한승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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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대학교목조형가구학과합격
Q. 본인의 미대입시 준비 과정을 간략히 설명해주세요.
미대에 진학하기로 결심한 건 고등학교 1학년 초반이었습니다. 저랑 같은 진로희망을 가지고 있던 친구가 미술부에 들어갔다는 얘기를 듣고 저도 급하게 미술부에 들어간 후로 자연스럽게 미대 진학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미대하면 떠오르는 대학은 홍익대 밖에 없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홍익대학교 입시에 대해 알아보게 되었고, 제 진로와 맞는 과가 있어서 그 과를 최종 목표로 잡고 입시를 시작했습니다.
제대로 된 입시 미술은 고1 여름방학 이후에 시작했습니다. 첫 입시학원은 홍대 근처의 대형학원이었고 그곳에서 약 8개월 동안 그림을 배웠습니다. 첫 4개월은 고1 예비반에서 초상화, 컷 만화, 소묘연습, 크로키 등 다양한 그림 수업을 받았습니다. 그 후 4개월은 고2 입시반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기초디자인을 준비했고, 매주 1회 이상 연합시험을 보며 굉장히 많은 주제와 제시물들을 표현하는 연습을 했습니다.
국민대, 연세대 등 여러 대학의 실기 대회도 준비하기 위해 주 4-5회 학원을 다니면서 실기에 엄청나게집중을 했지만, 이후 과도한 실기가 저의 입시전략에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공부의 비중을 높이고 실기를 같이 준비할 수 있도록 소형미술학원으로 옮겼습니다. 미술학원에 다니는 시수도 주 2회로 줄였고, 남는 시간에는 홍익대 서류전형을 준비하기 위해 미활보에 관련된 활동을 주로 했습니다.
Q. 다양한 특성의 미술학원을 경험했네요. 각각의 장단점에 대해 느낀 점을 말해주세요.
입사미를 다니기 전에 총 두 개의 미술학원을 다녔습니다. 하나는 누구나 다 알만한 대형 학원이었고 다른 하나는 학생 수가 10명도 안되는 소형학원이었습니다. 처음으로 다녔던 대형학원은 실기력을 정말 빠른 시간 안에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빽빽한 수업시간으로 인해 학교가 멀었던 저로써는 밥을 챙겨먹을 시간조차 부족했고 무엇보다 실기 위주의 대학을 준비시키는 학원이었기 때문에 저같이 홍익대를 같이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공부하는 시간이 너무나도 부족하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또한 한 반에 학생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선생님 1명과 보조 1-2명으로 수업을 진행하기에는 학생 한 명 한 명이 수업시간 동안 잃는게 너무 많다고 느꼈습니다.
소형학원은 이러한 문제는 확실히 덜했지만, 학생 수가 너무 적으므로 학생들끼리 굉장히 빨리 친해집니다. 이게 좋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로 인해 수업 시간에 떠드는 빈도도 늘고, 학원 수업시간 외의 친목 활동이 많아집니다. 너무 조용하고 어색한 분위기도 좋지 않지만, 수업시간 중 학생들끼리 너무 편하게 대화할 수 있는 분위기가 입시를 준비하기에는 오히려 더 안좋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제가 다녔던 소형학원은 선생님도 학생들을 자유롭게 놔두는 분위기였고, 학생들도 같은 학교에 재학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좀 극단적인 예시일 수도 있지만, 무작정 편하고 조용한 분위기라고 해서 소형학원에 들어가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Q. 기존 미술학원들에서 계속 입시를 했다면 어떤 결과를 얻었을 것이라 생각하나요?만약 첫번째 대형학원에서 실기 전형만 준비했다면 제가 홍익대에 입학할 확률은 굉장히 낮았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저는 미술우수자 전형으로 홍대 목조형가구학과, 논술전형으로 캠퍼스자율전공에 합격했습니다. 두 개의 전형 모두 실기 전형만 준비해서는 합격하기 힘든 전형들입니다. 홍대 미술우수자 전형은 관련된 자료의 양이나 합격 데이터가 실기만을 준비하는 대형학원에서는 현저히 부족하고, 논술에 관한 정보는 실기 학원에서 얻기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애초에 지원 할 생각도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만약 이러한 전형을 포기하고 실기 전형만 준비했다면 상위권 대학에 들어가기는 더더욱 어려웠을 것입니다. 저는 고2까지 모의고사 성적이 정말 낮았기 때문에 성적으로 학생을 구분하는 상위 대학 준비반에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저희 학원은 서울대, 국민대 급의 실기 유형은 상위권 반에서만 학생들에게 준비를 시켰고, 나머지 학생들은 기초디자인, 사고의 전환 등의 실기 유형만 연습시키며 중위권 대학을 목표로 하도록 했습니다. 제가 이런 상황에서 실기를 준비했다면 공부량도 줄어들었을 것이고, 내신도 챙기지 못해 수시 비실기 대학의 안정권에도 못들어가 결국 아무 결과도 얻지 못하는 어정쩡한 상황이 왔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Q. 입사미를 신뢰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입사미는 제가 기존에 알던 미술학원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또한 ‘컨설팅’이라는 것 자체가 미대가 아닌 일반대학 진학에만 필요한 것인 줄 알았던 저는 입사미를 크게 신뢰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첫 상담을 받고 나서부터 왜 입사미가 저에게 필요한지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에 입시 상담을 할 때, 어떤 학교를 갈 것인가 그래서 어떤 유형의 실기를 준비해야 하는가가 아니라, 일반학과의 대학을 선택하듯 대학 선택의 주요 요인을 내신과 수능 실기를 기준으로 사사분면으로 나눠 자신의 강점에 따라 어느 학교를 선택할 수 있을 지 분석했던 과정은 기존에 제가 입시를 준비했던 것과는 너무나도 달랐고 새로웠습니다.
그 전까진 ‘대학만 가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만가지고 있었는데, 이렇게 정교한 방식으로 입시에 접근하니 향후에 어떤 방식으로 준비할지에 대한 계획이 확실히 잡히게 되었고, 제가 대학을 선택하고 고3 1년을 집중하며 준비하는 데 정말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이렇게 계획이 잡히고 미래에 대한 길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부터, 입사미를 점점 더 신뢰하게 되었고, 그 후 서류 면접 등의 수업도 입사미의 수업을 들으며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Q. 입시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이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제가 입시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던 이유는 단 한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명확하고 구체적인 목표가 있었던 것. 저는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홍익대학교 목조형가구학과에 입학하는 것을 꿈꿔왔습니다. 저는 이 이외에 다른 학교에 들어간다는 것을 고3 초반까지는 생각도 해본 적이 없습니다. 너무 극단적일 수 있지만, 진짜 자신이 원하는 목표가 무엇인지 아는 것 만으로도 입시의 50프로는 성공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럼 나머지 50프로는? 이 목표를 실현할 수 있는 의지와 끈기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잠이 많은 스타일이었기 때문에 고3때도 12시를 넘겨서 자는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서 한정된 시간 안에 할 일을 빠르게 끝내야 했죠. 오히려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준비하다 보니 짧은 시간 최대의 집중력을 이끌어 내어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합니다. 자고 싶고, 놀고 싶을 때마다 제 책상 앞에 붙여놓은 ‘홍익대’라는 세 글자를 보며 힘을 얻었고, 대학에 합격했을 때의 그 기쁨을 상상해 보며 더욱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목표를 가지고, 꿈을 가지는 것, 그리고 이 목표를 실현할 수 있도록 옆에서 저를 계속 도와주신 부모님, 선생님들 이 있었기에 입시에서 성공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Q. 실기만 열심히 준비하다가 결국 입시에서 실패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습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노력만큼의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후배들에게 조언을 부탁합니다.
미대입시는 무조건 실기를 열심히 해야 한다. 제 주변에 이렇게 생각하는 친구들이 정말 많습니다. 물론 실기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림 잘 그려서 마이너스될 것 하나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기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만 알아줬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실기에 대한 자신이 조금 부족했기 때문에 실기만 준비하는 학생들과는 반대로 오히려 공부, 서류라는 돌파구를 찾으려고 했습니다. 실기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실기만을 준비하는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성적이 높아지면서 지원할 수 있는 대학의 폭도 넓어졌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더 높은 대학에 지원할 기회가 생겼고, 실기를 줄이면서 생긴 남은 시간에 논술 전형도 준비하면서 홍대에 합격하는 행운도 얻었기 때문에 저는 이 길을 적극 추천해주고 싶습니다.Q. 입시 때문에 힘들어 하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이 있나요?
저에게는 정말 힘든 과정이었기 때문에 무작정 참고 견디라는 말은 못해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자신만의 목표가 확고히 잡혀있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어떠한 힘든 과정도 참아낼 자신만 있다면! 원하는 대학에 무조건 합격 할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저는 실기에 대한 스트레스가 엄청 컸기 때문에 중간에 미술을 그만두고 싶었던 적이 정말 수도 없이 많았습니다. 머릿속에 있는 이미지가 손으로 그려지지 않았을 때, 그리고 이러한 상황이 계속 반복되었을 때,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혼자 방에서 눈물을 글썽인 적도 많습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항상 대학에 들어간 저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다시 활기를 얻었고, 계속 넘어지고 일어서며 얻은 상처를 통해 더욱 강해지는 저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후배분들도 힘들 때 자신이 대학에 합격하는 모습을 한 번씩 상상해 보셨으면 좋겠어요. 상상만으로도 행복하고 그 꿈을 이뤘을 때의 행복함은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제발 포기하지 말고 파이팅 하세요!!
Q. 홍익대 지원을 망설이고 있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이들에게 조언을 부탁합니다.
절대 망설이지 마세요! 저는 1학년 내신이 미술우수자전형 합격자 평균 내신보다 훨씬 낮았기 때문에 홍대에 지원하기 힘들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많이 갖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정말 홍익대에 가고 싶은 마음이 컸고 홍익대라는 목표가 확고했기 때문에 공부를 더욱 열심히 했고, 그 덕분에 내신을 안정권으로 끌어올릴 수 있었습니다. 또한 홍대는 미대로 들어갈 수 있는 많은 전형들이 있습니다. 학교생활우수자전형, 교과우수자전형 심지어 논술전형도 있습니다. 저는 제가 논술로 홍대에 합격할 줄을 꿈에도 몰랐지만, 홍대 논술은 문제가 어렵지 않은 편이었기 때문에 논술을 한달 정도밖에 준비하지 않았음에도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내신이 낮다고 해서, 그림을 못 그린다고 해서 홍대에 지원하는 걸 포기하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정말 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고 계속 노력할 의지만 있다면,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본인을 믿고 끝까지 목표에 집중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면접 현장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달해 주세요"
Q. 홍익대 면접 고사 내용을 상세히 들려주세요.저는 맨 마지막 순서였기 때문에 대기실에서 거의 2시간 정도 기다렸습니다. 면접 대기를 시작할때 면접 순서를 알려주고 시작하지 않기 때문에, 제가 첫 번째일지, 마지막일지는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결국 마지막에 제 번호가 불리고 문제 푸는 공간에 들어간 후 두 문제를 풀었습니다.
1번 문제는 로버트 인디애나 조형물, 이름 모르는 문자로 이루어진 사람 두명 조형물, 문자도, 이렇게 제시된 세개의 이미지를 보고 저의 생각을 말하는 문제였습니다. 2번문제는 백지 중간에 커터칼(?) 같은 물건 있고 위에 자유롭게 상상하여 그리는 문제였습니다. 면접고사장에 들어가니 선한 인상의 여자 면접관 두 분이 계셨습니다.
면접관: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자리에 앉고 종이 책상 위에 올려주세요.
나: 넵!
면접관: 지원 동기 들어볼 수 있을까요?
나: 저는 가구가 사람의 몸의 일부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런 가구가 사람들 곁에서 소통하고 상호작용하며 단지 하나의 상품이 아닌 삶의 동반자처럼 살아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저는 이렇게 사람들을 옆에서 든든하게 서포트해주는 가구를 만들고 싶고! 그런 가구를 만들기 위해 홍익대 목조형가구학과에 지원했습니다.
면접관: (미소)..네 잘 들었습니다. 여기 생기부 진로희망란을 보면 어머니와 함께 간 여행에서 어떤 가구를 보고 영감을 받아 가구디자이너를 꿈꾸게 됐다고 했는데, 이 가구가 어떤 가구였나요?
나: 어머니와 함께 여행을 간 곳에서 어떤 사무실을 들릴 일이 있었는데, 거기서 본 방음용 의자가 가장 기억에 남았습니다. 여러 사람들이 있는 공간 안에서 팀원들끼리 서로 앉아 아이디어를 나눌 수도 있고, 사적인 전화를 할 수도 있는 (몸짓으로 형태 설명) 이렇게 생긴 의자였는데,, 저도 사람들 삶을 저렇게 편리하게 해줄 수 있는 가구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면접관: 혹시 그 가구의 이름이나 디자이너가 누군지 아시나요?
나: 제가 그 후로 계속 그 가구를 찾아보려고 했었는데... 비슷한 방음 의자만 나오고 똑 같은 의자는 찾지 못했습니다...
면접관: ***(기억 안남) 라구요?
나: ...네?
면접관: 아아아 알겠습니다. 혹시 좋아하는 작가나 디자이너가 있나요?
나: 음.. 좀 최근에 관심을 가지게 된 Alex Brokamp라는 신예 가구 디자이너가 있는데, 노동자 집안 출신이라 그런지 노동자, 소외된 계층들의 삶을 잘 이해하는 것 같아서 정말 인상깊었습니다.
면접관: 예를 들면 어떤 작품이 있었죠?
나: 거울 같은 게 있었는데.. 밑 부분에 방지턱 모양으로 되어있어서 외출하기 전 속도를 늦추고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라는 의미를 가진 작품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면접관: 그러면 그 전에는 좋아하는 작가가 없었나요?
나: 예전이요?
면접관: 네.
나: Patricia Urquiola라고 스페인 출신의 가구디자이너.. 겸 건축가를 좋아합니다.
면접관: 가장 인상깊었던 작품은?
나: 모듈라 소파 컬렉션..(아 이거 카림 라시드껀데) 아아아 이게아니라.. 블루미 체어라고 꽃모양의 쿠션이 여러 개 있어서 정말 푹신해 보이고 세련된 디자인의 의자가 있는데 그 작품이 정말 인상깊었습니다.
면접관: 그러면 학생은 첫번째 작가처럼 사람들의 삶과 관련된 디자인을 좋아하는 건가요? 아니면 두번째처럼 세련된 디자인을 좋아하는 건가요?(웃음)
나: 어떤 디자인을 콕 찝기 보다는.. 두 디자이너의 작품을 보고 자신만의 컨셉과 디자인 신념이 확실하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에…
면접관: 아하. 그럼 첫번째 문제 볼까요?
나: (세 작품의 공통점을 ‘문자’로 엮어서 설명. 첫번째 두번째 작품 / 세번째 작품으로 나누어 설명. 1,2는 문자 그대로 사용했지만 3은 문자에 변형을 주었다는 점을 차이점으로 설명.)
면접관: 세 작품 중에 가장 인상깊은 작품은 무엇이 있을까요?
나: 아무래도 첫번째 작품(로버트 인디애나 – Love)이 가장 인상깊은 것 같습니다. 단순히 LOVE라는 글자를 나열한 것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빨간색이라는 강렬한 색을 사용함으로써 그 단어의 의미를 무엇보다 잘 나타내주고 있고, 그냥 나열했으면 심심했을 법 한데 가운데 O를 살짝 기울여 변형을 준 것도 정말 재밌고 인상깊은 포인트였던 것 같습니다.
면접관: 혹시 이 작품들 작가의 이름을 아는 게 있을까요?
나: 아... 이름은 잘 모르겠습니다 ㅜ
면접관: 네~ 그럼 다음 문제로 넘어 갈게요
나: 네 저는 제시된 물건을 커터칼? 이라고 생각하고 그렸습니다. 커터칼에 있는 칼날이 우리에게 아픔을 주는 존재잖아요.. 날카롭고.. 그래서 커터칼 안에 칼날 대신 칼처럼 저에게 아픔을 주는 것들이 대신 나오고 있는 장면을 그렸습니다.
면접관: 저게 뭐에요? 명세서? (웃음)
나: 네ㅎㅎ 제가 요즘 부모님이 카드 명세서 때문에 힘들어하시는 모습을 많이 봐서.. 그리고 뒤에는 항상 저에게 아픔을 주는 시험 성적표랑.. 돈이랑.. (면접관 분들이 재밌어하시는게 보여서 텐션이 살짝 올라갔습니다)
면접관: 굳이 이런 구도로 그린 이유가 있을까요?
나: 뭔가 뿜어져 나오는 듯한? 느낌을 주고 싶었습니다. 종이가 휘날리는 것처럼 표현하기에는 이 구도가 알맞다고 생각했습니다.
면접관: 만약에 시간이 더 있었다면 어떤 걸 추가하고 싶으세요? 또 다른 재료를 사용한다면 어떻게?
나: 아직 다 완성을 하진 못한 것 같아서.. 조금 더 자세히 그렸으면 좋을 것 같아요. 음.... 그리고 색연필? 같은 재료를 사용해서 이런 부분에 조금 더 강조를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면접관: 음~~ 네 수고하셨구요. 지금.. 딱 50초!! 남았는데 더 하고싶은 말 있으세요?
나: (울먹이며) 저 진짜..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홍익대 목조형가구학과만 바라보고 공부해왔고.. 이 학과 들어가고싶은 마음은 그 누구보다!!! 크다고 자신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제 열정과 목조과에서 배우는 지식이 합쳐지면 진짜!! 좋은 가구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면접 볼 수 있는 기회 주신 것 만으로도 정말 감사합니다
면접관: (미소) 네 수고하셨구요 그림 놓고 나가시면 됩니다~~
면접관 두 분과 계속 눈 마주치려 노력했습니다! 작가 이름 몰라서 당황했지만 2번문제 때 면접관 분들이 웃으시는 거 보고 자신감 생겨서 안 떨고 말했습니다! 저는 맨 마지막 순서일줄 전혀 예상하지 못해서 면접관분들이 지루해 하시면 어쩌지 엄청 걱정됐는데, 그냥 아파트 이웃 아주머니라고 생각하니 긴장이 풀리면서 말도 또박또박 하게 되더라구요.
면접관 분들은 제 얘기를 친절하게 끝까지 잘 들어주셨고, 마지막 순서였음에도 불구하고 지루해하지 않으시며 웃어주시는 등의 반응을 보여주셨습니다. 저는 모의면접에서 연습했던 것처럼 문제 풀이가 처음, 지원동기가 나중에 나올 줄 알고 있었는데, 들어가자마자 지원동기부터 물어보셔서 상당히 많이 당황을 했습니다. 하지만 입사미 면접 과정에서 수도 없이 말해본 지원동기였기 때문에 떨지 않고 잘 말할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면접을 잘 마무리 할 수 있었습니다.Q. 홍익대 면접을 보고 난 소감을 말해주세요.
저는 제가 그림 실력이 아주 뛰어난 편은 아니라 생각했기 때문에 면접을 준비하기 전부터 “나는 안될거야”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입사미의 수업을 듣고 나니 이러한 걱정은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서선생님의 수업은 홍대 면접에서 중요한 게 무엇인지를 저에게 깨닫게 해주셨습니다. 단순한 키워드만으로 자신의 아이디어를 잘 표현해내도록 했던 수업은, 제가 그림을 그릴 때 어떻게 갈피를 잡고 시작할 지에 대해 정말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이렇게 방향을 잡고 꾸준히 그려본 결과 실제 면접장에서는 10분안에 그림을 완성시켜냈습니다. 제가 그린 그림을 말로 설명하는 과정에 대한 고민도 많았는데, 여러 명이 둘러 앉아 그림을 발표하고 서로 평가하는 수업 방식이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그림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으면서 제 그림을 다시 한 번 돌아볼 수도 있었습니다. 또한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는 연습을 계속 하다 보니 두 명 앞에서 말하는 실제 면접장에서는 크게 긴장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가장 많은 도움이 되었던 건 마지막에 했던 모의면접 두 번이었습니다. 실제 시험장처럼 시간을 제한해서 문제를 풀어보며 면접에 대한 감을 익혔던 것도 정말 중요한 경험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홍대 면접이 끝나고 서병수 선생님 생각이 가장 먼저 났던게, 선생님과 진행했던 모의 면접에서 나왔던 질문들이 거의 똑같이 나왔고, 같은 답변을 얘기했을 때 선생님과 교수님들의 표정이 너무나 비슷했기 때문에.. 정말 끝나고 소름 돋는 줄 알았습니다. 입사미의 면접 교육을 의심 없이 믿고 따라간 것이 합격의 가장 큰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미대입시 준비생들이 놓치지 말아야할 중요한 팁이 있나요?"
Q. 입시를 준비하는 후배들이 놓칠 수도 있는 중요한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지 알려주세요.
입시를 준비할 때 공부도 중요하고 실기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체력, 몸 관리가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아무리 3년간 죽도록 열심히 해봤자 수능날, 실기날 아프면 다 소용없어진다는 것 알아줬으면 합니다. 저는 일정 시간 이상을 자지 못하면 다음날 일상생활이 거의 불가능한 체질이라 수험생 시절에 많이 고생했습니다. 무리해서 새벽까지 공부하다 하루를 통째로 날린 적도 많았고, 위경련, 위염 등 각종 병 때문에 고생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수능 2주 전 감기에 걸려 공부를 거의 하지 못하는 일도 발생했습니다. 제가 3년동안 노력해온 모든 것이, 감기 하나 때문에 끝나는 줄 알고 정말 절망적인 마음 뿐이었습니다. 후배분들은 절대 이런 상황 겪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부모님이 해주시는 음식 꼬박꼬박 챙겨먹고!! 약도 꾸준히 드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또한 스트레스를 너무 품고만 있는 것도 몸에 안좋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축구 보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축구 경기가 있는 일요일에는 공부를 마치고 집에 일찍 들어와 가족끼리 밥도 먹고, 저녁에는 야식을 먹으며 축구를 봤습니다. 이러한 소소한 행복이 한 주를 견디는 원동력이 될 수 있고, 일주일동안 받은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귀중한 기회이기 때문에 후배분들도 이렇게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 입시가 끝나고 대학에 합격했을 때, 이러한 작은 행복들을 맘껏 누릴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가지시고, 힘든 일이 있더라도 꿋꿋이 버텨내셨으면 좋겠습니다!Q.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이 있나요?
이 합격수기를 작성하면서 입시에 대한 기억을 다시 꺼내보니, 힘든 기억도 많았지만 정말 좋은 순간들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몰래 야자실에서 빠져나왔던 날, 학교 시험에서 처음 1등급을 받았던 날 등 수험생이 아니면 다신 경험하지 못할 일들도 기억에 남습니다. 안 좋은 날이 있으면, 좋은 날도 있습니다. 안 좋았던 경험을 통한 상처가, 나중의 성공을 위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굳게 믿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들도 꼭 내년에 저처럼 누워서 간식 먹으며 합격 수기를 작성하는 날이 꼭 왔으면 좋겠습니다. 대학에서 뵙기를 기대할게요!!
홍대 준비 과정, 합격 과정을 들려주세요
🏆
장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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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대학교 디자인학부 합격
홍대 준비 과정, 합격 과정을 들려주세요
Q. 본인의 미대입시 준비 과정을 들려 주세요.
저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화실을 취미로 다니기 시작하면서 미술을 시작했습니다. 초등학생이었던 제가 공부에 흥미를 별로 보이지 않아서 부모님께서 저를 미술이라도 시키려고(..), 또 미술학원 선생님께서 초등학교 5학년 때 제가 그림 그리는 것에 흥미도 느끼기 때문에 미술 쪽으로 진로를 선택하는 것을 추천해주셔서 조금 큰 학원으로 옮기면서 미술 분야로 진로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예고 진학을 생각하고 입시 미술학원을 다니면서 정물소묘와 정물수채화, 예고 유형의 수채화(풍경에 동물이나 사물 넣는 것이었습니다)를 중학교 3학년 예고 시험 볼 때까지 3년 반 정도 꽤 빡세게 준비했었습니다. 예고에 떨어지고 미술반이 있는 일반고에 진학하였고, 고1 초반부터 입사미를 다니면서 내신공부와 미술활동 같이 챙기면서 미대를 준비했어요.Q. 초등학교 6학년 때 부터 입시 미술을 경험 했군요. 본인에게 이 과정은 어떤 의미인가요?
정물을 그리더라도 왜 그렇게 그리는 것이 필요한지, 또 그렇게 하려면 표현을 어떻게 하면 되는지, 이렇게 이유와 과정을 연결해서 설명해서 이해한 후 그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렇지만 학원에서는 그림만 주구장창 그리게 시키고 “이렇게 그려!!” 하니까 그림 그리는 기계가 된 것만 같고, 잘 못한다고 자꾸 혼나면서 자존감만 떨어졌습니다. 또 시험 때마다 원리를 모르고 감에 의존해서, 또 전에 그렸던 걸 외워놓고 그리니까 나오는 정물에 따라, 주제에 따라 매번 그림 상태가 심하게 차이가 나서, 평소 실력에 비해 항상 시험을 망쳤던 것 같아요.
Q. 예고 입시 준비 자체가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본인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았군요.
저는 예고입시 과정에서 자존감도 많이 떨어지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습니다. 미술이 점점 싫어지고 이게 과연 필요가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많이 가졌어요.나중에 할 전공과 입시를 위해 준비하는 것이 서로 동떨어져 있다는 점 또한 저에게 많은 혼란을 준 것 같습니다.
또한 과정에 맞춰서 똑같이 그리는 것에만 익숙해지다 보니, 입시 끝난 직후에는 무언가 그림을 그려보려고 해도 뭘 그려야 할지, 어떻게 그려야 할지 모르겠더라구요. 눈앞에 놓인 정물 외에는 무언가를 그려야겠다는 생각이 안 들었고, ‘그렇다면 전에는 뭘 그렸지? 내가 왜 그림 그리지?’ 하는 생각으로 이어지면서 정말 입시 후에 완벽히 틀에 갇혀버린 기계로 변신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동안 노력했던 것이 저한테 안 좋게 돌아왔다는 생각에 한동안 정말 속상하고 우울했었습니다.Q. 홍익대 준비가 미술을 하는 과정에서 전환점이 된 것 같습니다. 만약 기존의 방식을 고수했다면 어떤 결과를 얻었을것이라 생각하나요?
성적은 성적대로 떨어지고 실기에도 회의감을 느끼고, 어정쩡한 상태로 대학에 진학하지 않았을까요. 또 애초에 실기를 했으면 지금 원서 썼던 대학들을 쓰지 못할 성적이었을 것 같아요.
힘들게 성적을 유지해서 홍익대 1차 내신, 2차 미활보, 수능최저 다 뚫고 올라왔다 하더라도, 결국 면접에서 제 생각을 말하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외운 것만 이야기하다 떨어졌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고 나서 분명 “대학에서 보려고 하는 것이 지금까지 배운 것과 다른데, 내가 왜 여태까지 힘들게 이걸 준비를 했지?”하고 생각했을 것 같아요.
이것은 막연한 가정이 아니라 제가 면접을 보고 나서 확실하게 느낀 점입니다.
Q. 다른 학생들과 다르게 준비한다는 것에서 불안감을 느끼지는 않았나요?
전 고등학교 들어오기 전 부터 실기를 할 필요가 없다고 확실하게 깨달은 상태였기 때문에 특별히 불안한 부분은 없었습니다. 애초에 그렇게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렇지만 저희 학교는 미술반이 있는 학교고, 학교 안에서 미술 실기를 오랫동안 했고 지금도 계속 하고 있는 다른 친구들과 함께 경쟁하면서 미술 내신을 챙겨야 한다는 점이 두렵긴 했어요.
입사미에서 아트로직 수업을 들으면서 작품을 보는 본질적인 원리나 표현하는 방법 같은 것도 생각해보게 되어서 학교 실기도 그 수업에서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생각해보고 선생님들께서 이 활동을 통해서 어떤 것을 보고 싶어하시는지에 대해 생각하며 작품을 공략하니 실기 점수도 괜찮게 나오더라구요. 또 실기 준비를 거의 안하니까 다른 친구들이 실기학원 다니느라 바쁜 시간에 학교 작품에 시간을 더 많이 쏟을 수 있었던 것도 실기 점수를 잘 받을 수 있었던 요인이라고 생각해요.Q. 돌이켜 보았을 때, 입시에서 성공 할 수 있었던 요인이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가장 큰 이유로는 전략을 잘 짰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솔직히 올해 홍대 가는 사람들 중 가장 에너지를 절약(?)한 사람이라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ㅋㅋㅋ. 고등학교 들어올 때 실기전형을 준비해도 변수가 너무 크고 들이는 시간에 비해 확률이 너무 낮다고 생각해서 실기를 과감하게 버리고 공부에 집중했습니다. 공부도 특히 국어, 영어, 사탐에만 집중하고 나머지 과목은 직전에만 조금 공부해서 챙겼습니다. 그 결과 내신을 잘 챙길 수 있었어요. 실기를 병행했다면 이정도의 내신을 절대 받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비록 홍대는 내신을 1차에서만 보니까 아주 큰 이득을 얻지는 못했지만 내신이 높으니까 대학 원서를 넣을 때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또 불안함이 줄어들어서 좋았어요. 제가 불안한 요소가 크면 집중을 잘 못하는 스타일이라 내신이 높지 않았으면 수능이나 서류를 쓸 때 집중을 잘 못했을 것 같아요. 이런 점을 고려해 보았을 때 제가 다른 친구들보다 좀 더 안정적으로 홍대를 준비하지 않았나 싶네요.
또 그렇게 선택한 전략을 의심하지 않고 믿고 쭉 밀고 나갔기 때문에 결국에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과정이 안정적이었기 때문에 그 상태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꾸준히 노력했죠.
마지막으로 입사미에 3년 간 다니면서 디자인이나 미술에 대해서, 제 자신이 어떤 디자인에 관심이 있는지 생각해볼 수 있었던 것이 도움이 되었어요. 미활보 쓸 때, 혹은 면접 준비할 때 아예 그런 것들을 생각해본 적이 없었으면 많이 힘들었을 것 같아요.홍익대 입시, 후배들에게도 추천해 줄 수 있나요?
Q. 예고 입시도 경험 했고 홍익대 입시도 경험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느낀점이 있나요?
주변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미술’하면 ‘그림그리기’라고 반사적으로 생각하고, 저 역시 그랬었기 때문에 실기를 준비했었습니다. 홍익대가 실기를 폐지했다는 것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미대가 실기를 보지 않는데 그게 미대냐?”하는 반응을 보입니다. 보통 미술 관련으로 꿈을 가지면 바로 그림을 그리는 미술학원에 등록하게 돼요. 그렇지만 이 글을 보게 된 미술을 하는 친구들은 먼저 자신이 미대에 왜 가려고 하는지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면 좋겠어요.
그리고 실기를 통해 배울 수 있는 부분들도 물론 있긴 하지만 그게 그 정도로 시간을 많이 투자해서 할 일인지에 대해서, 또 더 효율적인 길이 있는데 굳이 더 많은 시간을 들일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면 좋겠어요. 실기를 하는 것만이 자신의 미래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닌 거 같아요. 오히려 그냥 그리는 것보다 그림의 원리에 대해 더 생각을 해보는 것이 더 의미 있는 길이라고 생각하구요.
Q. 미술을 처음 시작하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절대 미술을 쉽게 시작하지 마세요. 제가 정말 미술이라는 것이 저랑 안 맞다는 생각을 진짜~ 많이 했었기 때문에!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정말로 깊은 동기가 있어서가 아니라 어렸을 때 그냥 그림 좀 잘 그린다고 들었고 또 어렸을 때 공부를 워낙 안해서.. 부모님이 공부는 좀 아닌 것 같다 그래서 미술을 시작했어요. 그 결과 중학교 때 입시미술을 하면서 하루에 두 번 이상 미술을 때려 칠까 고민했어요. 저랑 잘 안 맞는다고 생각하고. 왜 미술을 하고 있는 것인지 제 자신이 이해를 못했습니다. 애초에 미술 하겠다고 결심한 것도 그냥 그림 그리는 것이 좋아서였지만, 그것조차 입시미술을 하면서 그림 그리는 것이 정말 싫어졌어요. 그럼에도 중학교 때 그림을 그리던 이유는 제 눈에는 정말 화려해보이던 예고가 너무 가고 싶었기 때문에 그림 그리는 게 그렇게 싫었지만 엄청 노력했어요.
하지만 예고에 떨어지게 되어서, 처음엔 미술을 포기하려고 했습니다. 미술을 할 이유가 없어져버렸거든요. 저에게 미술은 그림 그리는 것이었고, 그건 좋은 학교에 가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방학동안 이런저런 일을 겪고 결국 미대입시를 다시 생각하고 입사미에 와서 제가 뭐에 관심이 있는지 생각을 해보았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결국 제가 시각 매체가 지닌 힘과 효과에 관심이 많고, 그걸 직접 다루고 활용해보고 싶어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시각 매체를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가치 있는 정보를 알리고 싶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어요. 디자인을 하는게 맞다는 확신을 했어요.
저도 처음에 미술을 왜 하는지에 관한 동기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미술을 하면서도 이런 기나긴 방황을 거쳤습니다.. 저는 결국엔 미술이 저에게 맞는 것이라고 제가 깨달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무작정 시작했다가 자신에게 맞지 않는 게 진짜 사실일 수도 있어요! 사실은 미술이 아니라 다른 것이 더 맞는데 오해한 것일 수 있어요. 그러니까 수학하기 싫어서 미술을 선택했다거나 단순히 그림 그리는 것이 좋아서 시작한 것이라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세요. 특히 그림 그리는 것이 좋았다면, 왜 좋았는지 다시 생각해보면 자신이 어떤 걸 하는 것이 좋을지에 관해 좀 더 괜찮은 결론이 나올 것입니다.
Q. 홍익대 지원을 망설이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홍대는 다른 대학과 달리 실기고사가 없다는 점 때문에 의아스럽거나 당황스러울 수 있을 거에요. 그리고 이 지점을 부정적으로 부각시켜 홍익대에 대한 나쁜 인식을 조성하는 선생님들도 많은 것 같아요. 하지만 홍익대를 직접 준비하다 보면 이런 오해는 자연스레 사라질 겁니다. 홍익대는 기존의 실기고사는 없지만 훨씬 더 복합적인 관점에서 학생이 지닌 실기능력, 미술에 대한 소양을 테스트 합니다.
또 제가 입시를 경험하면서 배웠던 그림 그리기 훈련이 지금 이 시대에 반드시 배워야 할 가치 있는 지식이라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물론 구도에 관한 것, 형태나 색에 관한 것, 물체를 보면서 관찰력을 늘리는 것이 미술인으로서 반드시 필요한 능력입니다. 그렇지만 조형연습이 입시라는 구조 속에서 맹목성을 띄게 되는 것이 문제인 것 같아요. 어느 순간 미술이 남을 이기기 위한 시합이 되어버리더라고요. 그러면서 점차 미술에 흥미를 잃게 되는 것 같았어요.
홍대 학생부 종합 전형을 준비하면서 공부도 좀 더 여유롭게 하고, 여러 활동을 경험해보며 자신과 미술 또는 디자인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이 더 상대적으로 적은 시간과 노동(?)을 들이고 앞으로 필요한 것에 더 근본적으로 가까운 무언가를 얻어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홍익대를 망설이는 다른 이유는 ‘성적대가 너무 높아서’일 거에요. 성적은 사실 홍대가 1차를 내신으로 6배수 뽑기 때문에 생각보다 내신이 아주 높지는 않아도 됩니다. 이 기준이 좀 불분명 할텐데 잘 알아보고 1단계만 통과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 자신감을 가지고 준비해 보기를 권해요.
제 주변 친구들 중에서도 성적이 높지 않은데도 1차에 붙은 친구들을 꽤 많이 봤어요. 아마 그 친구들보다 성적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1차에서 잘릴까봐 겁먹어서, 또는 정보를 몰라서 홍대에 지원하지 못한 친구들도 꽤 있을 거에요. 자신의 성적이 생각보다 홍대를 지원하기에 나쁜 성적이 아닐 수 있어요! 또 그래서 현재 가능성이 있는 성적이라면, 차라리 다른 학교 준비한다고 실기를 준비하는 시간을 과감히 줄이고 성적관리에 시간 투자를 많이 하는 걸 추천해요. 시간 투자를 많이 하면 확실히 성적이 오르긴 합니다. 충분히 홍대 준비해볼 만하다고 생각해요.Q. 홍익대 준비하면서 힘들었던 점, 기억나는 점이 있나요?
학교 선생님께서 미활보의 내용보다는 활동 양에 집착하셔서 좀 갈등이 많았습니다..ㅠㅠ 학교에서는 무조건 활동의 양이 많고 다양한 것이 중요하다고 했어요. 반면에 입사미에서 지도받은 다음 쓴 서류는 왠지 서류에 제가 드러나는 느낌이었어요. 활동을 하면서 제가 느끼고 깨달은 점에서 제가 관심이 있는 것들이나, 제 관점들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더라구요. 그렇게 다 써서 학교에 가져갔는데 선생님께서는 제가 한 활동들을 무조건 양이 많아보이게 묶어야 한다고 하시면서 가져간 서류에 제가 한 활동의 반도 안 된다고 화내셨어요. 그렇지만 저는 입사미에서 지도받고 쓴 서류가 맞다고 생각해서 수정 없이 그냥 제출했고, 선생님과 갈등을 겪은 그 서류로 결과적으로 홍대 합격했습니다.
면접은 어땠나요?Q. 홍익대 면접 고사 내용을 상세하게 전달해 주세요.
처음에 들어가자마자 크게 ‘안녕하십니까!!’ 하고 인사하고 ‘1번 문제 답하겠습니다!!!’ 하니까 교수님이 이 학생 참 씩씩하다고 깔깔 웃으셨어요. 그래서 시작할 때 좀 분위기가 좋은 상태에서 시작했습니다. 세 가지 그림을 비교하는 문제였는데, 제가 보고 느낀 대로 친구한테 말하듯이 이야기한 것 같아요.
한 작품에 대해 ‘이 그림은 왜곡시킨 정도가 옆의 두 그림보다 커서 주제가 잘 느껴진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니까 교수님이 ‘왜곡시키면 표현이 잘 전달이 되는 거야?’ 하고 공격적인 질문을 하셨습니다. 듣자마자 약간 ‘아 내가 좀 잘못 말한건가..’하고 잠깐 생각하긴 했지만, 결국에는 제가 대처하는 것을 보기 위한 질문이라고 생각하고 차분하게 대답했어요. ‘주제를 심화시키기 위해 다양한 방법이 있는데, 소재를 통해서도 할 수 있고 이런 방법으로도 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다시 말했어요. 다시 교수님이 왜곡보다 과장이라는 말이 더 맞지 않나? 하셔서 왜곡이 좀 더 비트는 느낌이 강해서 제 관점에서는 왜곡이 더 맞는 것 같다고 답했어요. 1번 문제에 대한 답을 끝내니 세 그림에 제목을 붙여보라고 하셨습니다. 제가 한 말이 정리가 안 되는 건가 생각이 들긴 했지만.. 생각나는 대로 제목을 붙여봤어요.
그리고 2번 문제에서 인간이 상품화된 현실을 자판기에서 인간이 뽑혀져 나오는 모습을 그렸는데, 설명 하자마자 교수님이 또 공격적이게 “아니 이렇게 그리면 이게 인형인지 사람인지 어떻게 알아? 인형 자판기 같은 것도 요새 많은데, 그거랑 똑같잖아?”하고 말하셨습니다. 그래도 당황하지 않고 시간이 한정되어 있어서 아주 사실적으로 사람을 그릴 순 없었고, 이런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이 최선이었고, 만약 그런 인형 자판기가 있다면 사진을 찍어오는 과제였다면 그걸 찍어왔을 거라고 말했습니다. 그냥 교수님은 끄덕끄덕하는 반응이었어요.
그러고 생기부, 미활보 질문으로 들어갔는데, 참여문학에 대해서 발표를 한 것을 이야기하시면서 참여문학에 대표적인 작가가 누가 있냐고 물어보셨습니다. 미활보에 전혀 없는 내용을 물어보셔서 질문 듣고 되게 의외라고 생각했어요. 김수영 시인이 있다고 대답하니까 김수영 시인의 대표적인 시를 하나 외워보래요. 제가 어떻게 알겠어요.. 그래서 그냥 전문을 외우긴 힘들 것 같고 ‘풀’이라는 시가 있는데 풀이 누웠다 이런 말을 민중들이 저항하는 그런 거에 빗댄 시라고 말했습니다. ‘전문을 외우긴 힘들 거 같고’ 이러니까 교수님들이 깔깔 웃었습니다. 그게 그렇게 웃긴 대답이었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그리고 그래피티와 뱅크시 관련해서 미활보에 썼는데, 뱅크시에도 관심이 많냐고 물어보셔서 뱅크시 작품 보고 느낀 점 얘기하다가 사례를 얘기하면 좋을 거 같아서 “제가 뱅크시 작품 중에서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장벽에 그린 작품이 인상적이었는데, (어떤 게 그려져 있는지 말하고) 이 작품을 보고 작품이 그려지는 공간도 작품의 한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이런 식으로 답했어요. 그러니까 교수님이 또 좀 웃으면서 “오!! 공간도 작품의 한 요소가 될 수 있다? ㅋㅋㅋ” 하고 말하면서 웃으시고 “너 그러면 사회적인 문제 뭐 이런 거에 관심이 많구나~”하고 말하셔서 맞다고 디자인을 통해 그런 부분에 참여하고 싶다는 식으로 말했어요. 그러고 그냥 수고했고 가라고 해서 인사하고 나왔습니다. 일반적으로 물어보는 지원동기 같은 거도 하나도 안 물어봐서 특이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뒷 번호여서 앞 번호에 비해서 일반적이지 않은 질문들이 많이 들어올 거라고 예상하긴 했지만 생각보다도 더 마구 질문이 들어오는 느낌. 바로 전 주에 다른 학교 면접을 망하고 거의 체념한 채로 빨리 집에 가겠다는 목표로(?) 임했더니 오히려 더 잘 풀리고 그냥 선생님이랑 편하게 얘기하다가 온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편하게 면접을 보는 게 가장 좋은 거 같아요,
후배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Q. 미대입시를 준비하는 후배들이 고민이 많습니다. 이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도움이 되는 말을 전해주세요.
첫 번째로, 냉정하게 생각해서 자신이 가장 적은 시간을 들여서, 높은 효율을 낼 수 있는 전형과 학교를 찾으세요. 솔직히 실기전형은 준비하는데 들이는 시간과 난이도에 비해 너무 효율이 떨어집니다. 또 변수가 굉장히 많아요. 물론 학종도 변수가 존재하지만 실기에 비해서는 비교적 덜합니다. 또 내신 제대로 챙기세요. 자신이 현재 할 수 있는 것, 자신이 해야 할 것 중 가장 중요한 것부터 차근차근 해나가세요. 미대 입시는 공부에다가 활동 준비도 굉장히 다양하게 해야 되고 여기다 실기까지 겹친다면 정말 바쁠 것입니다. 자신이 가장 효율적이게 갈 수 있는 방향을 찾고, 그 방향에 도달하기 위해 가면서 해야 할 일들의 우선순위를 정해놓고 실천해가다 보면 언젠가 어딘가에는 와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로 이건 저도 잘 못한 거지만 정말 편하게 생각하세요. 자신이 잘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무언가를 하면 좋겠습니다. 너무 초조하게 생각하고, 집착하게 될수록 잘 안풀립니다. 저는 수능이 좀 자신이 없었는데, 전날에 그냥 4등급 맞을 각오하고 임했습니다. 떨지 않고 그냥 풀었더니 점수가 괜찮게 나왔어요. 또 제가 연세대를 1차 두 번 통과해 놓고, 두 번 다 면접에서 떨어졌는데요. 제시문이 어려웠던 것도 있지만 저 자신 스스로 너무 연대가 가고 싶어서 떨어질까봐 불안해하며 떨었던 것도 있는 것 같아요. 가장 마지막에 면접 본 홍대는 거의 체념하다시피 아무것도 생각 안하고 들어갔더니 오히려 더 잘 풀렸어요. 걱정하고 집착해도 결과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는 걸 너무 늦게 깨달았네요.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저는 그나마 미술반이 있는 일반고등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학생부 종합 전형을 익숙하게 느꼈고, 처음부터 당연히 그 방법으로 미대 진학을 하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봉사활동이나 강연을 듣는 것 등)이 조금은 수월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많은 친구들이 활동을 얻기나 학생부 종합 전형에 관한 정보 자체를 얻기 힘든 상황에 놓여있다고 생각해요. 학생부 종합 전형을 알게 되어서 관심이 생겨도, 예고나 미술반 있는 일반고도 아닌데 활동 챙기는 것이나 미활보 준비 같은 것들 때문에 막막하고 준비할 게 못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그런 상황이라면, 입사미가 아주 많이 도움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또 고등학교동안 입시를 하면서 정말 제대로 느끼지만, 사람의 체력에는 한계가 있어요.. 옛날부터 막 ‘독하게 열네시간 공부하기!’ ‘졸려도 절대 자지 말고 공부하기!’ 이런 말 하면서 괴롭게 공부하고 입시를 준비하는 것이 많이 퍼트려져 있는데, 특히 저같은 체력 쓰레기는 더욱!! 정신력으로 버틴다고 될 문제가 아니에요. 미술하는 친구들 중에는 실기학원에서 하루 종일 그림 그리고 힘든 상태로 집에 와서 카페인 음료 마시면서, 억지로 버텨가면서 공부해서 실기와 공부 두 가지를 힘들게 다 잡으려는 친구들이 많은데 그냥 한 가지에만 제대로 투자하세요.
그리고 그걸 공부에 온전히 투자하고, 활동을 좀 채워서 학생부 종합 전형으로 가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 가지 비효율적으로 다 노력하다가 몸은 몸대로 상하고, 그래서 공부에도 지장이 가는 것 보다는 딱 몇 가지만 챙겨서 그걸로 갈 수 있는 학교들을 지원하세요. 저는 한 사람이 입시에서 가장 최대의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통해 가장 큰 효율을 내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무리하게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에서 너무 많은 것을 늘리려고 했다가는 이도저도 아닐 수 있어요.
물론 제가 이렇게 말했다고 쉽게만 입시를 한 건 아닙니다. 저도 힘든 부분이 많았고 할 게 너무 많아서 죽을 것 같던 때도 있었어요. 하지만 한 것만큼 보상을 받을 수 있었던 건 한 가지만 제대로 팠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을 보는 친구들이 있다면 꼭 입시에서 자신이 받을 수 있는 최대의 결과를 낼 수 있으면 좋겠네요.홍익대, 합격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나요?
🏆
윤소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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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대학교 디자인학부 합격
PART1. 홍익대, 합격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나요?
Q. 본인의 미대입시 준비 과정을 간략히 설명해 주세요
A. 나는 고2 여름부터 미술을 해야겠다고 결심해서 대형 입시미술학원에 다니게 됐어. 사실 처음엔 어떤 대학에 가고 싶은지 깊게 생각해보지도 않았어. 정말 막연하게 ‘나는 미술을 좋아하니까 미대를 가야지’라는 생각으로 다녔던 거라 수업 나오라 하면 나가고, 특강 나오라면 나가는 식의 입시를 하고 있었지. 이학년 학기말이 되자 진학 상담을 했고 선생님께서 너는 서울대, 국민대, 과기대를 준비하면 된다고 하셔서 알겠다고 대답했어. 거기가 정말 가고 싶은 학교인지, 동시에 준비할 수 있는 대학인지 생각해보지도 않은 채 내 목표를 세우게 되었지.
Q. 미술학원의 입시 가이드가 본인에게 잘 맞지 않았나요?
A. 다니던 미술학원은 수업 시수가 엄청 많았어. 매일 밤 10시까지 학원에 잡아두니 공부할 시간이 매우 부족했고 성적이 좋은 학생은 정말 손에 꼽혔어. 그러다보니 홍익대는 거의 불가능한 대학으로 취급되는 분위기였고 나 또한 당연히 홍익대는 내 길이 아니라고 생각했어.
Q. 미술학원에서는 홍익대 준비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나요?
A. 홍익대에 대해 간혹 물어보면 ‘나중에 따로 반을 개설해주겠다. 지금은 실기에만 집중해라.’와 같은 대답만 돌아왔고, 그런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아 내가 너무 성급하게 굴었나보다. 그래도 언젠가 준비해주시겠지. 일단 실기나 열심히 하자.’ 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 그리고 홍대는 내 성적으로 아슬아슬하다면서 추천하지 않는 분위기였어. 자꾸 그러시니까 ‘내가 지금 주제넘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도 많이 했어. 결국 입사미 상담을 통해 알게 되었지만 나는 홍대 디자인학부 지원 가능한 성적이었어. 그때 미술학원 말만 믿고 정보를 찾아보지도 않았다면 당연히 홍대는 지원 조차 하지 않았겠지? 정말 무섭다.
Q. 서울대와 과기대 두 대학의 실기 유형이 전혀 다르다고 알고 있어요. 하나만 제대로 하기도 어려웠을 것 같고, 준비 시간도 부족했을 것 같아요. 두 대학을 동시에 준비하는 것이 효율적 전략인가요?
A. 선생님께서는 서울대를 중심으로 하되, 서울대 떨어질 경우를 대비해서 과기대도 준비해야 한다고 하셨어. 나는 사실 과기대에 대해 많이 알아보지 않은 상태여서 그닥 가고 싶은 마음은 없었는데 서울대 경쟁률이 높은 건 사실이잖아? 올해부터는 서울대가 정시로 옮긴다고 하니까 이런 혼란은 없겠지만, 내 경우에는 수시에 서울대가 있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혼란스럽기만 했거든.
서울대만 써서 떨어진다고 생각하니 진짜로 불안해져서 과기대 유형을 엄청 열심히 준비했어. 그렇게 시험 유형도 다르고 학교 분위기도 다른 두 곳을 동시에 준비하다보니 점점 시험 날짜는 다가오는데 공부는 공부대로 못하고 실기도 더디게 느는거야. 불안함은 점점 커져만 가고... 그래서 내가 선택한 건 서울대를 포기하는 거였어. 실기 100%인 서울대를 지원하느니 1차 때 성적으로 잘라서 경쟁률을 10:1로 줄일 수 있는 과기대에 올인하자. 사실 이렇게 결심하면서도 과기대가 그렇게 가고 싶진 않았어. 무서워서 도망 친거라고 봐야지.
Q. 수시 실기위주전형은 과기대에만 지원했나요?
A. 입시를 해보면 알게 되겠지만, 과기대 실기 유형으로는 수시 때 지원할 수 있는 학교가 없어. 실기에 시간을 그렇게 쏟아 부었는데 수시 때 실기로 쓸 수 있는 학교가 과기대 뿐 이었던거지. 정말 대책 없이 학원에서 하라는 대로 준비하고 있었는데 수시 지원 날짜가 점점 다가오는거야… 그때서야 수시 카드 6개를 어디로 채워야할지 생각해보기 시작했어. 내가 준비한 실기 유형으로는 다른 곳을 지원할 수가 없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그제서야 알게 된거야.
Q. 수시에 6번의 기회에 대한 구체적 계획 없이 실기만 열심히 하다보면 대학에 갈 수 있을거라 생각했던 거네요.
A. 돌이켜 보면 정말 위험천만한 입시를 했던거야. 나는 홍익대 합격해서 천만 다행이지만, 이런 비효율적인 입시를 애시당초 하지 않기를 바래. 죽자사자 열심히 실기를 준비하다라도, 정작 실기로는 수시에 합격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지원할 수 있는 대학도 고작해야 한 두 대학 밖에 없다는 사실을 꼭! 알아야해. 실기만으로는 절대 수시 6번의 기회를 살릴 수 없어. 결국엔 학종으로 나머지를 채워야해. 사실 나머지를 ‘학종으로 채운다’는 생각 자체가 잘못이었지. 학종도 실기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준비가 필요한 전형이었는데…! 그래서 나는 좀 늦었지만 학종을 빨리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고 이때부터 홍대에 대한 열망을 다시 키우게 되었던 것 같아. 고 3 5월 말경에 입사미를 찾게 되었어. 돌이켜 보면 너무 멀리 돌아온 거라 생각해.
Q. 수시에서 어떤 결과를 얻었나요?
A. 결과적으로 나는 수시 여섯 개 중 홍대만 붙었어. 내가 만약 실기만 준비했다면 수시에서 전부 떨어졌겠지? 혹여 실기로 다른 대학을 붙었다 하더라도 홍대 붙은 것만큼 기쁠 순 없었을 거고. 그리고 만약 재수해야 되는 상황이 와도 또 실기로 넣게 되었을 거야. 미술학원에 있는 선배들은 실기 전형으로 준비해서 떨어지면 그 다음 루트로 또 실기를 하니까... 그걸 보는 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그렇게 했겠지? 학종이 갖는 성공 가능성은 선택지에서 완전히 배제해버린 채 말이야.
Q. 홍익대 붙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그런데 왜 미대입시를 처음 시작할 때 바로 홍익대를 준비하지는 않았나요?
A. 다시 입시를 하라고 하면 당연히 그렇게 할거야. 하지만 당시에는 그 누구도 홍대 입시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주는 사람이 없었어. 올바른 선택을 하기가 진짜 어려운게 사실이야. 나는 미술학원의 영향으로 인해 홍대 가는 사람은 거의 전설인 줄 알았어. 거기서는 마치 홍대 합격을 복권 당첨쯤으로 여겼거든. 선배들도 미활보를 2일만에 써서 냈다고 하더라고! 당연히 붙은 사람은 없었고... 대충 준비했으니 붙지 못하는건데 ‘홍대는 원래 가기 힘들어. 면접도 어려워서 어차피 못붙어.’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어.
Q. 미술학원에서 홍익대를 준비해 준다고 말을 하지만, 정작 홍익대 지원을 포기하게 만드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군요.
A. 나는 홍대를 가고 싶은데 학원에서는 내가 말도 안되는 목표를 세운 것처럼 여기니까 자존심 상하기도 하고 홍대 지원이 두려워지기도 했어. 불필요한 감정만 늘어나고 불안감만 커져갔어. 점점 학원에 대한 신뢰가 사라질 때쯤 입사미를 오게 되었지.
PART2. 복잡한 미대입시, 더 좋은 방향은 무엇일까요?
Q. 입시전략을 전면적으로 수정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A. 입사미에서는 나의 상황을 미술학원과 전혀 다르게 해석했어. 나의 경우에는 수시 실기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거야! 사실 나는 수시 실기로 합격할 만한 상황도 아니었고, 여섯개 중 하나밖에 쓸 수 없는데 그에 비해 실기에 투자하는 시간이 너무 많으니 말도 안되는 방법으로 입시를 준비하고 있었어. 막연하게 알고는 있었든데, 그걸 확실히 깨닫게 되었어. 인정하기 힘들었지만 전부 맞는 말이었어. 너무 정곡을 찔려서 무섭기까지 하더라. 열심히는 하고 있는데 내가 대학에 갈 수 있는 방향으로 열심히 했던게 아니라 그냥 학원에서 시키는 대로 실기를 열심히 하고 있었던 거였어.
Q. 입사미를 믿게 된 또 다른 계기가 있었나요?
A. 처음 상담 했을 때 나눴던 대화 중 아직 기억에 남는 점이 있어. 내가 왜 미대에 가야하는지 부터 시작해서 실기만 하느라 회피하고 있던 질문들을 막 물어보셧어. 나는 입시 상담하러 왔는데 그런 원초적인 질문을 던지다니! 근데 이런 기본적인 질문도 대답할 수 없는데 정말 미대입시는 왜 하는 걸까? 결국 한 시간 내내 얼버무리다가 상담이 끝났는데 내 자신이 스스로에게 무책임 하다는 생각이 들더라. 미대를 가겠다고 이렇게 열심히 준비하는데 정작 왜 가고 싶은지는 모르다니! 이런 것도 대답 못하는 와중에 지금 실기가 중요한가? 그래서 꼭 여기를 다니면서 이 질문들과 끝장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홍대는 그 이유를 미활보와 면접으로 확인하고 학생을 뽑는 거니까 더더욱 학종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너무 거창하게 대답했는데 정말 나는 도전 같은 느낌으로 입사미를 다니기로 결정했어.
Q. 입시에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이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A. 뻔한 답처럼 들리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을 꼽으라면 ‘나를 믿었던 것’이라고 생각해. 나는 내성적인 편인데 그래도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것에 있어서는 꼭 하려고 하거든. 모의 면접때도 내 주관이 뚜렷한 게 장점이라고 해주셨고. 실제 면접에서도 내 생각을 전달하는 것에 있어서는 기죽지 않고 말씀 드렸는데 합격에 크게 작용한 거 같아. 그리고 입시 땐 소신껏 해야 결과가 어떻든 후회 없는 듯! 그러니 이걸 보며 망설이던 친구들은 더 이상 망설이지 마!
Q. ‘미대입시=실기’ 라고만 생각하고 실기만 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인 것 같아요. 그 학생들에게 해 줄 수 있는 말이 있나요?
A. 미대입시는 전략이 정말 중요한 것 같아. 실기는 입시 전략 중 하나일 뿐이고, 그것이 본인에게 맞는 전략이라면 다행이지만 만약 본인에게 맞지 않다고 생각된다면 과감히 버려도 된다고 생각해. 실기가 불안한 사람이라면 어차피 그걸로 성공하기 힘들다는 걸 본인이 가장 잘 알거야. 나 같은 경우엔 가장 유리한 전략이 학종이었고 학종을 준비하면 실기만 했을 때보다 더 많은 대학을 지원할 수 있었어.
사실 나는 학원에서 조성했던 불안감과 이상한 집착 때문에 결국 끝까지 실기를 그만두진 못 했는데 결과는? 슬프지만 돈과 시간만 허비하게 됐어…! 그리고 만약 실기 대학에 붙었다 하더라도 당연히 홍대를 선택했을거야. 그러니까 나한테 실기 준비는 더더욱 필요 없는 과정이었던거지. 내 얘기를 듣고 실기에 대한 미련을 좀 떨칠 수 있길 바래! 너희도 본인에게 적합한 전형이 뭔지 알아냈다면 그냥 본인을 믿고 밀어붙이길!
Q. 미술을 처음 시작하려는 학생들에게 해줄 말이 있나요?
A. 병수쌤을 만나게 되면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왜?’라는 말이 될거야. 거기에 익숙해져야해. 나는 어렸을 때부터 내가 미술을 잘한다고 생각했어. 낙서 같은 걸로도 칭찬받고 미술대회 상도 많이 탔었거든. 그래서 진로를 결정할 때쯤 되니까 공부로 갖는 직업보다는 미술로 직업을 갖는 게 더 재밌겠더라. 그러려면 미대를 꼭 가야겠고... 그래서 미술학원을 등록했어! 근데 나처럼 생각해서 미술을 시작한다면 나중에 미술을 하면서도 후회할 수 있어. 학원이 하라는 대로 끌려 다닐 확률이 높고, 막상 미대에 가서도 행복하지 않을 수 있을거 같거든. 난 왜 미술이 좋은지, 어떤 미술을 하고 싶은지, 왜 미대에 가야하는지 같은 것들에 분명히 대답할 수만 있다면 미술 시작하는 거 전혀 겁내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어!
Q. 홍대 지원을 아직도 망설이는 학생들에게 해줄 말이 있다면?
A. 나도 많이 불안해봤던 사람으로서 본인이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느낀다면 그걸 그냥 믿어보라고 하고 싶어. 불안하다는 건 그만큼 간절하게 가고 싶다는 거 아닐까? 너무 가고 싶으니까 안 좋은 결과를 미리 막 예상하면서 불안해하는 것 같아. 근데 불합격이 두려워서 시작조차 안하면 합격도 못 해! 자신감을 갖고 시작하라고 말해주고 싶어. 입시하다보면 자존감 낮아져서 나를 못 믿게 되지만 홍대 지원을 고려해봤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가능성이 있다는 거야. 그 가능성을 믿어 봐! 오글거리지만 서류 준비는 입시라기 보다는 '나'라는 사람을 알아간다는 마음으로 시작해보는 걸 추천해. 홍대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을거야!
PART3. 면접 문제, 어떻게 풀었나요?
Q. 홍익대 면접 고사 내용을 아주 상세하게 얘기해 주세요.
A. 들어가서 앉자마자 2번 질문 어떻게 풀었는지 설명해보라고 하셨어. 당연히 1번 먼저 할 줄 알았는데! 그래도 당황하지는 않았어.
2번 질문은 ‘다음 그림은 사회 문제를 비유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이처럼 사회 문제를 비유적으로 표현하시오’였어.제시된 그림은 환경 파괴 문제를 인간의 폐에 빗대어 표현한 그림이었어. 사실 이 질문을 받았을 때 진짜 저절로 웃음이 나왔는데 왜냐면 내가 입사미 면접 수업 때 거의 똑같은 문제로 풀어본 적이 있었거든. 그때는 현대 사회의 풍속화를 그리라는 게 질문이었는데 나는 ‘물질만능주의’를 주제로 사회비판적인 메시지를 담았었어. 그래서 그냥 그대로 그리면 되겠다고 생각했지. 정말 대박이지 않니?
나는 물질만능주의를 제사풍습에 비유했는데, 제사상 위에 귀금속이 올라가 있는 장면을 그렸어. 사람들이 물질적인 가치를 너무 중요시한 나머지 제사가 사람의 안녕이 아닌 물질을 염원하고 신격화하는 자리로 변질된 상황을 가정해보았다고 설명했어.
근데 교수님이 물질만능주의가 사회 문제랑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다고 하셨어. 물질만능주의는 문명과 관련된 현상이지 않냐면서 나보고 문제지를 제대로 읽었냐는거야! 나는 물질만능주의가 사회 문제라는 걸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정말 당황스러웠어. 하지만 일단 동의하면서 시작했어.
"면접관님 말씀처럼 물질만능주의는 문명적인 현상이지만, 문명은 사회는 유기적으로 얽혀 있는 문제라 가정했다. 문명 현상에 문제가 있으면 사회적으로도 악영향이 생길 것이다. 물질만능주의가 심화되어서 인간 본연으로서의 가치가 물질적인 가치보다 경시되는 게 그런 예시이다."고 했어.
그러자 면접관님께서 물질만능주의가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언제 그렇게 느끼게 되었냐고 물어 보셨어. 내 경험을 물어보는 거였는데 너무 개인적인 얘기는 하면 안 될 것 같아서 뻔하지만 과시 소비를 예로 들었어. 그런데 과시 소비를 설명하다보니 명품 구입을 부정적으로 얘기하게 됐어. 말하면서도 내가 명품 자체를 안 좋게 보는 사람이 되기는 싫어서 후회스러웠지만 이미 말해버린 상태였지.
역시 다음 질문은 이거였어. ‘본인이 지원한 곳은 디자인학부이다. 디자인은 어찌 됐든 상업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낼텐데 그러면 사람들에게 물질만능주의를 조장할 수 있지 않냐. 본인이 그린 그림과 본인의 지향점이 굉장히 상충하는 것 같이 느껴지는데 어떻게 변호할 것이냐.’ 정말 저렇게 여쭤보셨는데 당황스럽기 보다는 일부러 나를 압박하려고 그러시는 것 같았어. 그래서 그냥 차분하게 내 생각을 말씀 드렸어. 내 그림은 물질을 중요시하는 정도가 지나쳐서 더 중요한 가치를 잃어버린 상황을 가정한 것이며, 사람들의 필요를 충족시켜주는 상업 활동은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했어. 그게 디자이너의 일이기도 하고.
그리고 다음 질문은 그런 물질만능주의가 왜 생긴 것 같은지, 사람들이 돈을 중시하게 된 이유가 뭐인 것 같은지 여쭤보셨어. 진짜 내가 철학과 면접에 온건지...! 어차피 좋은 대답은 못할 것 같아서 "돈으로 모든 욕구를 충족할 수 있다는 풍조가 생겨서 그런 것 같다." 고 했어. 근데 막상 뱉고 나니까 내가 한 말은 그냥 물질만능주의 뜻풀이더라고... ‘아 망했구나’ 라는 생각이 잠깐 스쳤는데 병수쌤이 망친 것 같아도 다른데서 만회하라고 한 게 생각나서 리셋하려고 애썼어.
그 다음에서야 ‘물질만능주의’에서 벗어난 질문이 나오더라고. 내 그림이 굉장히 대칭적이었는데 면접관님이 좀 더 구도를 다이나믹하게 바꾸면 더 재밌을 것 같다면서 지금 바꿔보라고 하셨어. 그런데 내가 좌우 대칭 구조를 쓴 건 이유가 있었기 때문에 바꾸고 싶지 않았어. 그리고 나한테 그 이유를 설명하도록 유도하시려는 것 같기도 했고. 그래서 내가 좌우 대칭 구도를 써서 가운데 놓인 대상을 부각시키고자 했던 거라고 말씀 드리면서 만약 역동적인 구도를 써서 다른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면 그것도 한 번 고민해보고 싶다고 했어. 면접 때 면접관님이랑 논쟁할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줏대 없이 내 생각을 전부 면접관에게 맞추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해. 내 생각이 없어보일 수도 있으니까. 계속 그걸 명심하면서 의견을 절충한다는 느낌으로 면접관님과 대화했던 것 같아.
Q. 2번 문제 다음으로는 어떤 질문을 받았나요?
A. 시간이 꽤 많이 지나서 지원동기 여쭤보실 줄 알았는데 1번 문제 세번째 그림 누가 그렸냐고 여쭤보셨어. 바스키아 그림이라고 하자 면접관님께서 ‘근데 이 그림 너무 원시적이지 않아요? 유치원생 그림 같기도 하고.. 바스키아가 유치원생하고 뭐가 달라요?’ 라고 하셨어. 듣자마자 들었던 생각이 바스키아 그림의 차별점을 말하되 유치원생 그림을 안좋게 말하진 말자는 거였어. 그러면 유치원생 그림은 그림이 아니라는거에요? 이러실 것 같았거든. 그래서 그림에 담겨 있는 감정의 깊이가 다른 것 같다고 했어. ‘아기들이 그림을 그리는 이유와 바스키아가 그림을 그리는 이유는 비슷한 것 같다. 아기들도 자신의 감정 상태를 표출하려고 그림을 그린다. 하지만 이 그림이 아기들 그림보다 높게 평가되는 이유는 바스키아가 굴곡진 인생을 살아오면서 느낀 여러 고통, 정신적 고뇌 같은 것이 쌓여서 비로소 탄생한 그림이기 때문인 것 같다’고.
그러자 옆에 계시던 면접관님이 ‘그럼 이번엔 학생이 비평가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바스키아 그림이 쓰레기야. 말을 어떻게 해주고 싶어요?’ 라고 하셨는데 나는 이때 바스키아 그림이 쓰레기라는 사람들에게 비평가로서 바스키아를 옹호하라는 뜻으로 잘못 알아들었어. 그래서 아까 질문하고 똑같은 거 아닌가? 왜 또 시키시지? 하면서도 바스키아 그림 옹호를 다른 근거를 들어서 한 번 더 했어.
그랬더니 면접관님이 약간 짜증내시면서 ‘아니 쓰레기라고 해보라니까. 비판해보라고.’ 이러셨어. 면접관님 말을 못 알아듣다니! 큰 실수 한 것 같아서 너무 당황스러웠는데 일단 사과부터 드렸어. 제가 질문을 잘못 이해한 것 같다. 죄송하다. 비판해보겠다. 그렇게 말하고 그림을 다시 봤는데 정말 못하겠는거야. 방금까지 칭찬하라 해놓고 이번엔 비판해보라니... 그래서 면접관님이 아까 말씀하셨던 원시적인 표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해봤어. ‘여기 막 그어진 선들이나 난잡하게 쓰여진 색상들에 전부 의미가 있나요? 그냥 막 칠한 것 같은데 무작위성이 전부 예술이라고 할 수 있나요?’라고. 그랬더니 면접관님이 ‘애썼다’ 이러셨어. 칭찬인지 조롱인지 모르겠어…
이후부터는 철학적이거나 어려운 질문이 없었거든. 1번 문제 첫 번째 그림 미술사조 중에 뭐랑 비슷한 것 같냐, 그런 표현 방식을 썼을 때 얻는 효과가 뭐냐 같은 거? 이 질문들은 입사미 모의면접 때 충분히 준비했던 거라 막힘 없이 말할 수 있었어. 근데 이거 말하고 있을 때 시간이 다 되어서 밖에서 문이 잠깐 열렸는데 면접관님이 닫으라는 식으로 손짓했던 것 같아. 그리고 내 말을 끊으면서 우리 학교 오면 뭐 배우고 싶냐고 여쭤보셨어. 원래 문 열리면 시간 끝난 거 아닌가? 그래서 아 나한테 관심이 있으신가보다! 하고 자신감을 좀 얻었던 것 같아.
나는 광고를 하고 싶었기 때문에 그 쪽으로 관련되게 말했어. 광고 중에서도 공익광고가 하고 싶었기 때문에 나중에 사회문화적디자인 스튜디오를 들어가고 싶다고 했어. 아 그리고 인터랙티브 광고도 관심이 많다고 했어. 그랬더니 인터랙션은 왜 하고 싶은지 여쭤보시고,, 대답하고,, 인터랙션 광고 예시 말하라고 하셨고,, 내가 좋아하던 광고 설명했어!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자신 있게 해보라고 하셨어. 면접관님 두 분이셨는데 둘 다 처음으로 웃으면서 자신 있게! 이러시길래 갑자기 긴장 다 풀려서 정말 후련하게 내가 광고를 얼마나 하고 싶은지, 입학하면 어떻게 공부할지 같은 내 각오를 말하고 나왔어!
PART4. 후배들에게 보내는 ‘진심을 다한 충고’
Q. 입시를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말을 해주세요.
A. 면접 얘기부터 하자면 나는 입사미에서 풀었던 문제랑 거의 똑같이 나왔어. 하지만 아무리 풀어봤던 문제라 하더라도 제대로 풀어놓지 않았다면 합격할 수 없었을 거야.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입사미에서 수업할 때 문제를 많이 푸는 것에만 치중하지 말고 좋은 그림이 나올 때까지 스스로 반복해서 풀어봤으면 좋겠다는 거야. 앞서 면접 내용에서 설명했던 그 문제의 경우도, 수업 마치고 남아서 여러 번 질문해가며 고쳐 놨던 그림이라 더 반가웠던 것 같아!
그날 그날 자기가 그린 것도 의미를 파악해가며 다시 그려보고, 칭찬 받는 친구들 그림은 그냥 감탄하고 끝내는 게 아니라 주제를 키워드로 뽑아서 표현 방식이랑 같이 외워두었는데 나중에 내 그림에 써먹을 때가 꼭 있더라고. 아 그리고 공익광고 찾아보는 것도 추천할게. 간단하지만 분명하게 전달되는 이미지를 분석하기에 최고인 것 같아.
Q.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데 하지 못한말이 있으면 해주세요.
A. 마지막으로 입시는 순간의 선택이 정말 중요한 거 같아.. 미활보도 2달 동안 낑낑대며 썼는데 마감 6시간 전에 다시 읽어보니까 내가 어떤 사람인지 전혀 안 보이고 절대 못 붙을 거 같은 거야!! 사실 그때까진 교과, 비교과, 종합란 간 연결성은 포기한 상태였거든. 그래서 그냥 눈 딱 감고 처음부터 끝까지 연결되도록 다 갈아 엎었어. 어차피 이걸로는 못 붙는다, 그냥 떨어지나 갈아엎고 떨어지나 똑같으니 그냥 엎자! 라는 생각으로 엎었는데 정말 잘한 거 같아! 그때 안 바꿨다면 면접까진 가보지도 못했을 것 같다ㅠㅠ
그리고 나 같은 경우엔 수시 6개 지원 중에 나머지는 전부 떨어지고 홍대만 붙었는데 만약에 홍대를 안 썼다면 어떻게 됐을까? 정말 무섭다. 입시하다보면 고민되는 순간이 엄청 많이 올 텐데 주변의 말을 듣는 것도 좋지만 본인이 후회 남지 않을 선택을 하는 게 최고인 것 같아. 확신이 안서더라도 본인이 맞는 것 같다면 그렇게 해! 너무 타인의 말에 휘둘리지 말고, 불안감 때문에 이도저도 아닌 선택을 하지말고, 주도적으로 입시라는 문제 상황을 해결해 나가길 바래.
생생한 면접 현장
🏆
문예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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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예술종합학교 방송영상 홍익대학교 미대 자율전공
1. 생생한 면접 현장
Q. 홍대 면접 현장에서 어떤 문제가 나왔고, 본인은 어떻게 문제를 풀이했는지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주세요.
A. 첫 번째 문제에서는 마그리트의 작품, 뱅크시의 작품, 동양화까지 총 세 그림이 제시되었어요. 문제를 받자마자 가장 눈에 띈 특징은 ‘언어' 였죠. 마그리트의 작품에서는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는 문구가, 동양화에서는 한문이, 그리고 뱅크시의 작품에서는 “parking”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언어를 중심으로 마인드맵을 작성했어요, ‘왜 이 문구들을 넣었어야 했을까?’라는 의문점을 안고 출발했죠. 다행히도 그와 관련된 질문을 받았어요. 작품에서의 언어가 어떤 기능을 하는지 물으시더라구요. 저는 감상자가 작품을 해석할 때 작가의 의도를 알아채는데 도움을 주기 때문에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는 취지로 답했어요.
Q. 두 번째 문제는 어떤 문제가 나왔나요?
A. 두 번째 문제는 선으로 간단하게 그려진 그림 위에 창의적으로 그림을 덧그려 보라는 문제였어요. 주어진 그림을 처음 딱 봤을 때의 인상은 '소' 같았어요. 사실 소를 소처럼 해석하지 않고 색다른 방법으로 해석해보고 싶었는데, 주어진 시간이 부족하더라구요. 이후에 제가 어떻게 문제를 풀었는지는 교수님과의 대화를 통해 적어볼게요!
교수: 본인의 그림을 설명해볼까요?
나: 그림을 보자마자 든 생각은 “어, 소네?” 였어요. 사실 소를 소처럼 해석하지 않고 색다른 방법으로 해석해보고 싶었는데, 한 번 소라는 생각이 들고 나니 다른 생각이 잘 나지 않았어요.
교수: (웃음) 괜찮아요. 편하게 말해보세요.
나: 제가 느낀 그림의 첫 인상은 “쓸쓸하다”였어요. 더 구체적인 감정으로 표현해본다면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라는 문구가 적합할 거 같아요. 선으로 한 마리만 덩그러니 그려져 있어서 그런지 쓸쓸해 보이더라구요. 제가 선택한 상황을 표현하기 위해 줄에 묶인 소와 그 줄을 잡아끄는 사람의 손을 그려 넣고, 소의 뒤에는 연필로 옅게 그림자를 채워 넣었어요. 대상의 뒷모습에 길게 드리워지는 그림자가 감정의 여운을 더해 줄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또 면으로 표현된 그림자들을 통해 선과 면의 대비도 주고 싶었어요. 그림자들 속에는 송아지 등의 실루엣을 그려 넣어 쉽게 발을 뗄 수 없는 듯한 어미소의 심정을 연출했어요.
교수: 부정적인 해석이네요. 혹시 반대로, 긍정적으로는 해석해보지 않았나요?
나: 긍정적인 해석도 생각해봤지만,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주어진 시간 내에 제가 더 잘 표현할 수 있다고 판단한 쪽을 선택했습니다.
교수: 솔직해서 좋네요! (웃음),그럼 시간이 더 주어진다면 본인이 그린 그림에서 어떤 요소를 극대화시켜 볼거예요?
나: 사실 그림자들을 조금 더 조형적으로 표현해보고 싶었어요, 그런 의미에서 그림자들의 크기를 서로 다르게 한 후에, 층층이 쌓아서 그림자 들의 면과 면이 충돌하도록 표현해보고 싶어요.
교수: 생기부로 넘어가 볼게요. 자율전공에 지원한 동기와 장래희망을 이야기해볼래요?
나: 저는 운 좋게 제품 포장 디자인에 참여했던 경험이 있어요. 원래 포장 디자인에는 큰 관심이 없었는데, 콘텐츠에 디자인을 적용하는 방식에 따라 제품의 분위기와 실적이 달라진 다는 것을 체험한 후 디자인의 힘을 실감했습니다. 더 많은 분야를 배워보고 싶어 지원하게 되었습니 다. 하고 싶은 분야 한 가지만 하는 것도 좋지만, 다양한 경험을 쌓아 남들보다 더 많은 분야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디자이너가 되고 싶습니다. 위의 대화 내용이 끝나고 교수님들께서 계속 더 자세히 설명해달라고 하셔서 조금은 당황했었어요. 하지만 입사미에서 연습했던 경험들을 떠을 리며, 위의 내용처럼 대체적으로 순조로운 대화를 진행하며 마무리할 수 있었답니다!
2. 진짜 면접 vs 가짜 면접
Q. 면접을 순조롭게 진행한 것 같아요. 어떤 태도로 임하는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나요?
A. 많은 합격 수기들을 보면 흔히들 솔직함이 중요하다고 하죠. 그런 수기들을 보면 ‘당연히 면접은 솔직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곤 해요. 하지만 막상 면접에서 모르는 질문을 들으면 대답하기 어려워요. 여기서 제가 말하는 ‘모른다’는 상황은 크게 두 가지예요. 정말 모르는 개념에 대한 질문이거나, 자기 스스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거나.
Q. 첫 번째 경우, 즉 모르는 개넘이 나오는 경우에 대비해서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요?
A. 사실 첫 번째 경우는 입사미에서 제공하는 수업에 충실히 임한다면 쉽게 해결 가능한 문제라고 생각해요. 서병수 선생님이 수업 첫 날에 미술사에 영향을 미친 작품들을 중심으로 입체적으로 정리해 주시거든요. 수업 중에 언급하는 작품의 수가 많지 않아서 들을 땐 ‘겨우 이 정도만으로 모든 작품을 이해할 수 있다고?’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이 흐름을 이해해야 나머지 작품도 이해할 수 있어요. 가장 기반이 되는 수업이에요. 이 수업 하나만으로도 수업을 듣기 전과 후로 나뉜다고 말하고 싶어요.
Q. 수업이 개념을 정리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나 보네요. 어렵진 않았나요?
A. 큰 흐름을 빠르게 정리하다 보면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어요. 그럴 땐 선생님께 질문을 하든, 자료를 찾든지 해서 어떻게든 이해하세요. 예를들어 원근법을 고안해 내기 전과 후의 작품의 차이를 이해하고 나면 익숙하지 않은 작품이라 하더라도 핵심이 되는 요소들만으로도 문제풀이가 가능하거든요. 면접 준비 커리큘럼 중, 이 첫 시간 수업에 꼭 집중해야 한다고 당부하고 싶어요.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모든 수업은 이 날로부터 시작됩니다!
Q. 그렇다면 두 빈째 경우, 자신에 대한 깊이 있는 질문은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요?
A. 그렇죠. 문제는 두 번째 상황이겠죠. 미활보를 쓰기 위해 오로지 입시만을 바라보고 달려왔던 내가 대학 진학 후에 정확히 뭘 하고 싶은지, 왜 미대에 가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반문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해요.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렇게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는 시간들이 별로 없다는게 문제죠. 이렇듯 여유롭지 못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입사미 선생님들께서는 면접 준비를 통해 단순히 면접 당일 하루만을 위해 꾸며진'나'가 아 니라 진정한 '나'를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어요.
Q. 어떤 도움을 받았는지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세요.
A. 저는 막연하게 ‘드라마 감독이 되고 싶다’라고 꿈꿨어요. 내가 왜 이걸 하고 싶고, 무슨 ‘이야기’를 담는 드라마를 만들고 싶은지는 생각해보지 못 했어요. 그러다 보니 막상 ‘왜?’ 라는 질문을 받으면 턱 막히게 돼요. ‘그냥 좋아서, 하고 싶어서’라는 말밖에 안 나오죠. 하지만 이런 순간에 스스로를 한 번 더 돌아봐야 해요. 전 선생님들과의 대화를 통해 ‘과연 난 내가 하고 싶어하는 일에 대해 진정으로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봤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게 되었어요. 그렇게 질문하면서 내면에 집중 하다 보니 내가 하고 싶은 것에 대해 훨씬 능동적으로 찾아보게 되더라rn요.
Q. 면접 고사장에서도 자신의 생각을 잘 보여주고 나왔나요?
A. 흔히들 ‘관심이 있으면 질문이 생긴다’라고 하죠. 진지하게 나에게 질문 하고 끝없이 반문하다 보면 나도 모르는 나의 모습이 보이면서, 교수님들이 나에 대한 질문을 했을 때 아무런 망설임 없이 당당하게 말할 수 있게 되죠. 그리고 이러한 시간들이 있었기에 처음으로 내가 진심으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탐색해볼 수 있었어요. 입사미는 입시생들에게 면접 준비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대학 진학 후에 마주하게 될 삶의 예고편까지 제시해주는 역할을 했다고 생각해요.
Q. 보통 면접 준비를 할 때 예상 문제를 뽑아보고 그것에 대한 답을 미리 외워서 가는 경우가 많지 않나요?
A. 대부분의 학생들은 면접을 준비할 때 예상 질문을 정리해요. 그리고 그 질문들에 대한 답을 머릿속으로 저장해두고 면접에 임하죠. 면접에 가보면 느끼겠지만 막연히 예상 질문을 정리해보는 것만으로는 부족해요. 또, 예상 질문을 정리하다 보면 불안한 마음에 답을 외우려고 하는데, 그렇게 되면 모든 대답이 생각해두었던 답에 맞춰 흘러가 버려요. 흐름에 맞지 않는 답변인데도, 익숙하게 느껴지니까 그 답이 옳다고 착각하게 되거든요. 이런 문제들을 방지하기 위해 입사미에서는 모의 면접이 자주 진행되었어요. 모의 면접은 예상치 못했던 질문들을 접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이에요.
Q. 입사미에서의 면접 준비 과정을 통해 변화가 생겼나요?
A. 모든 과정이 지나고 나면 첫 번째 모의 면접 때의 모습과 마지막 면접 때의 자신이 달라졌음을 느낄 수 있어요. 그리고 또 특별한 점은, 단순히 모의 면접을 경험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을 촬영해 피드백을 제시해준다는 점이에요. 나중에 보면 알겠지만, 생각보다 이 영상이 굉장히 충격적일 거예요. 저는 사실 평소에 면접에는 자신 있다고 생각해 왔었어요. 그런데 막상 영상에 비춰진 모습들은 고쳐야 할 것 투성이더라구요. 그 다음부터 항상 면접 전에 고쳐야 할 점들을 인식하고 들어가다 보니 조금씩 발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아예 모르고 있는 것과 조금이라도 인식하는 것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기 때문에 모의 면접 영상을 꼼꼼히 보는 것을 추천해요!
3. '왜?'라는 질문의 힘
Q. 홍대뿐 아니라 한예종 방송영상과까지 동시에 합격했네요. 입사미의 교육 과정이 홍대 입시뿐만 아니라 한예종 입시에도 도움이 되었나요?
A. 홍대 미대와 한예종 방송영상과라고 하면 다들 의아해 하세요. 서로 연관성이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동의해요! 홍대만 준비하고 한예종 면접까지 무사히 치르고 왔다는게 연결고리가 부족해 보일 테니까요. 하지만 제게 입사미의 교육과정은 단순히 홍대 면접만을 위한 과정은 아니었어요. 약간 우스갯소리를 하자면, 입사미를 다니는 동안 서병수 선생님께서 제 평생 가장 많이 말씀하시는 단어는 “왜?”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서병수 선생님은 대화할 때 하나의 대답에 서너 개의 꼬리를 달아 주세요. 처음에는 무서웠어요. 내가 뭘 잘못 대답했나, 틀린건가 별 생각이 다 드는데 사실 그게 아니거든요. 우리가 깊이 있는 생각에 익숙하지 않을 뿐이에요. 항상 답을 찾는 과정에 익숙하다 보니, 정해진 답이 없는 미술 마저도 답을 찾으려 해서 ‘왜?’라는 질문에 당황하는 거예요.
Q. 입사미 교육과정이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이 되었나요?
A. 서병수 선생님과 몇 번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일상에서도 ‘왜?’라는 질문에 답을 찾으려 노력하게 되었어요. 어느 순간 정말 궁금해지더라구요! 나는 왜 미대가 가고 싶었을까? 놀랍게도 그 끝에 마주하게 된 건 영상이었어요. 사람들의 변덕스러운 욕구를 채워주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 미술을 시작했지만, 그 변덕을 이해하기 위해 바라본 사람들의 삶이 너무 재있더라구요. 오히려 그 삶들을 담아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걸 확실하게 깨닫고 나니 한예종에 지원할 용기도 생겼던 것 같아요. 조금씩 마음에 품고 있던 꿈이었지만 막연한 꿈으로만 여기고 지나쳤던 고3 시절과 달리 행동으로 옮겼고, 이루었으니까요.
Q. 홍대와 한예종 중에서 한예종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A. 홍대와 한예종, 두 대학에 모두 붙었을 때 정말 많은 고민을 했어요 홍대로 가야 할지 한예종으로 가야 할지... 저는 고민 끝에 한예종으로 진학 하기로 결심했어요. 홍대를 포기하고 한예종에 진학한건 후회하지 않아요. 저를 믿었기 때문이겠죠.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하는 과정들이 반복해서 쌓이다 보니 어느새 나도 모르게 단단해지게 된 것 같아 요. ‘왜?’라는 질문에 대답하면서 생긴 꿈에 대한 확고함이 날 뒷받침 해주니까. 자기 자신을 스스로 믿는 것 만큼 큰 힘은 없다고 생각해요. 그 누가 나를 의심해도, 스스로에 대한 믿음만 있다면 절대 혼들리지 않아요. 한 번 길러진 생각하는 힘은 단기적으로만 효과가 있는게 아니니까, 당연히 그 힘이 한예종 입시에서도 힘을 발휘하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Q. 영상이라는 분야를 직접적으로 접해볼 기회는 많이 없었을거 같아요. 면접에서 어려움은 없었나요?
A. 입사미를 다니며 배울 수 있었던 태도를 꼽으라면 단연코 솔직함이 아닐까 싶어요. 사실 인문계 고등학교에 다니면서 영상 프로그램이나 관련 활동을 접하기란 어려워요. 특히 디자인과에 진학하려 했던 저로서는 더욱이 영상 관련 활동 경험이 적었구요. 그렇기 때문에 각 분야에서 손꼽히는 전문가로 인정받으시는 교수님들 앞에서 내가 부분적으로 경험한걸 뭔가 대단한 것처럼 말하기는 더더욱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이 과에 관심이 있다는 걸 어필하고자 하는 욕심과 활동들에 대한 애착 때문에 나도 모르게 내가 한 활동들을 부풀려 말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런 대답들은 오히려 자신에게 독이 되어 돌아와요. 전문적인 질문 하나만으로도 금방 들통나게 되거든요. 오히려 순수하게 디자인과 보다 영상에 더 관심을 갖게 된 동기와, 이곳에 진학해서 하고 싶은 것들을 차분하고 솔직하게 말씀드린 모습을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4. 전략의 핵 - 선택과 집중
Q. 지금과 달리 고3 때는 결과가 좋지 못했다고 들었어요. 당시 결과가 좋지 않았던 원인이 있다고 생각하나요?
A. 그 전에는 일반적인 미술학원들과 다를 바 없는 브랜드 미술학원의 분점에 다녔구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제 현역 입시는 실패였어요. 미술을 그만두겠다는 결심까지 하고 인문계로 걸음을 돌릴 만큼 큰 상처를 받았었죠.
Q. 기존에 다녔던 미술학원은 어땠나요?
A. 현역 시절 제가 다녔던 학원은 서울대를 굉장히 중시하는 곳이었어요. 오로지 서울대만 준비했죠. 참 위험한 방식이었어요. 우선 서울대 실기는 일반적인 실기시험과 다른 형식이기 때문에 타 학교와 잘 연계되지 않아요. 이대-고대 처럼 연결시켜 준비할 수 없다는 뜻이죠. 또 다른 문제는 고3 수능과 홍대 서류 준비를 목전에 두었음에도 불구하고 9월 한 달간 서울대 실기만을 위해 점심때부터 10시가 넘는 시간 까지 실기 준비를 했어요. 하루 종일 실기 준비를 하고 12시가 다 돼서야 집에 오는 스케줄을 소화해가며 공부하기엔 체력적으로 너무 벅찼어요.
Q. 실기 때문에 공부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했겠네요, 성적은 어땠나요?
A. 제 내신은 홍대 미대자율전공을 준비하기엔 애매한 성적이었어요. 크게 좋지도, 그렇다고 나쁘지도 않은 성적이었죠. 그렇기 때문에 1차가 매우 떨리는 관문이었어요. 그렇게 1차 합격이 되고 2차 준비를 해야 하던 날, 서류 준비를 묻는 제게 돌아온 대답은 ‘서울대 안 갈거야?’였고, 내신 성적이 좋은 친구들만 따로 불러 준비시키는 선생님의 모습을 봤어요. 그렇게 저는 저도 모르게 홍대를 포기하고 있었어요. 서류를 준비해 보기도 전에 ‘나는 안 되겠구나’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앞에서 언급했던 것 처럼, 입시는 자기 자신을 믿는게 가장 중요해요. 홍대에 못 갈 거라는 말을 들었던 제가, 재수 때는 당당히 최초합을 이루어 냈으니까요. 그리고 누구와 함께인지도 중요해요. 홍대 미대 자율전공 최초합을 이룬 제 곁에는 입사미가 있었듯이 말이죠.
Q. 현역 시절 당시에 다녔던 미술학원과 입사미의 차이는 무엇이었나요?
A. 위와 같은 방식으로 현역 입시를 준비했던 저였기에 수능이 가까워질수록 성적에 집중하도록 등원 일을 줄이는 입사미의 방식이 더 충격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아요. 재수를 하고 보니 더 와 닿는 점이지만, 입사미의 방식이 옳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실기는 미대 입시생들 간의 경쟁이지만, 수능은 전국 수험생들과의 경쟁이에요. 실기를 준비하는 그 순간에도 붓이 아닌 책을 들고 있는 학생들이 있다는 점을 늘 생각했으면 해요.
Q. 실기와 성적 중 무엇에 더 비중을 둬야 하나요?
A. 본인 성적이 굉장히 탄탄한 학생이 아니라면, 과감히 서울대를 포기해도 된다고 말하고 싶을 정도로 실기로 인해 성적을 잃는 상황을 만들지 않았으면 해요. 입시는 굉장히 긴 싸음이에요. 당장 눈앞에 놓인 수시로 끝낼 수 있다면 너무나 행복하겠지만, 2월까지 이어지는 정시까지 염두에 두어야 하는 긴 레이스예요.
Q. 좋은 입시 결과를 위해서는 이떤 마음가짐이 필요한가요?
A. 불필요 한것은 과감하게 포기하는 용기를 기르세요. 입시는 절대 모든 걸 이루어 낼 만큼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아요. 모든 대학에 합격하려고 하지 마시고 한 두 군데에 집중하세요. 한두 군데만 지원하라는게 아니라, 각 대학별로 노력을 퍼센트별로 나눠주라는 뜻이에요, 오히려 욕심을 덜어내다 보면 도리어 얻는 것들이 생겨요. 현역 시절 서울대와 홍대 모두를 준비하려다 보니 오히려 초조함이 생기더라구요. 서울대 흥대 두 가지 모두에 목매다 보면 둘 다를 놓칠 수 있어요. “둘 다 해낼 수 있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나는 00에 집중하고 00은 한번 도전해보자!”라고 생각하세요. 이렇게 하면 마음의 부담감도 덜 수 있고, 혹여 결과가 좋지 않았을 때도 충격이 적어요.
Q. 현역 시절과 달라진 전략은 무엇인가요?
A. 재수할 때는 서울대를 포기하고 오로지 흥대에만 집중했어요. 지금도 여전히 제가 했었던 그 결정에 후회는 없어요. 입시는 전략이라고 하죠! 저는 한 번의 실패를 통해 얻은 전략이지만, 제 글이 다른 분들이 전략을 짜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5. 잠시 쉬었다 가는 것
Q. 재수를 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텐데요.
A. "너에게로 가지 않으려고 미친 듯 걸었던 그 무수한 길도 실은 네게로 향 한 것이었다.” 나희덕 시인의〈푸른 밤〉이라는 시의 한 구절인데, 조금 오글거리지만 제가 재수 시절을 버티게 해준 한 마디였어요. 처음 재수를 결정했을 때,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나름 상처도 많이 받았었고 지쳐 있어서 미술을 그만뒀어요. 미술 재료도 다 버리고, 인문계 기숙학원에 들어가서 수학을 다시 시작하고 인문계로 전과했었어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오히려 그 시간들이 있었기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좋아서 시작한 미술이 스트레스가 되어버렸군요.
A. 모든 정신이 미술에 집중되어 있었던 과거와 달리, 여유롭게 다른 공부도 해가면서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처음엔 막막했어요. 미술을 시작함과 동시에 수학과 멀어졌던 내가 수학이라니… 신기하게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수학이 전환점이었어요. 머리를 다른 방식으로 쉬게 해준 달까. 물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죠. 수학 때문에 늘 성적에 대한 걱정이 떠나질 않았으니까요(미술을 하는 친구들이 수학을 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에요).
Q. 다시 미술을 하게 된 이유는요?
A. 하지만 매 모의고사마다 오르는 수학 성적을 보며 공부에 대한 자신감도 되찾았고, 그렇게 조금씩 마음에 여유가 생기다 보니 점차 미술도 다시 찾게 된 것 같아요. 현역 때는 항상 불안한 마음과 쫓기는 기분이었다면 , 재수할 때는 조금 더 나 자신을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반년 정도 지나고 나니 미술이 다시 하고 싶어지더라구요. 하고 싶어서 하는 것 과 하다 보니 하게 되는 건 정말 큰 차이예요. 바쁜 입시생활에 이게 무슨 여유 넘치는 말인가 싶을 수 있지만, 내가 미술에 끌려다니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잠깐 붓을 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본인이 하고 싶은 마음은 그 무엇보다 강한 추진력이거든요.
Q. 재수를 하는 친구들에게 할 말이 있다면
혹시 본인이 재수를 한다면 자신이 실패했음을 인정하세요. 자책을 하 라는 게 아니라, 재수도 생각보다 할 만한 일이거든요! (재수가 생각보다 할 만한 일이라던 선배들의 말을 싫어하던 제가 이 말을 쓰게 될 줄은…) 그저 한 번 더 도전할 뿐이고, 스스로에 대해 깊이 성찰할 수 있는 시간들 이기도 해요. 어떤 전략이 잘못됐었고, 옳았는지를 점검해가며 나 자신 에게 적합한 방식을 찾아가는 거죠. 처음엔 받아들이기 힘들기도 하고, 스스로가 무가치한 사람 같고 별 생각이 다 들곤 하는데,그 시간들을 견 뎌낸 후의 자신은 그 이전보다 훨씬 단단해져 있을 거예요. 본인에게 찾 아오는 분노도,슬픔도,실망도 어느 정도 받아주세요. 인정하는 순간, 같 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 노력할 거고 그 시간들의 끝에는 다시 뭐든 할 수 있올 거라는 믿음이 생겼을 거예요!
Q. 스스로에게 믿음을 가지는 좋은 방법이 있나요?
A. 모든 일에 ‘왜’라는 질문을 달아보세요. 이 습관도 서병수 선생님과 대화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생겼는데, 본인의 질문에 바로 대답할 수 있는 일 이라면 스스로가 잘하고 있다고 믿어도 된다고 생각해요. 내가 이 공부 를 왜 하는지도 모르면서 하다 보면 지치는 순간이 분명 와요. 그런 순간 이 안 오도록 예방하는 예방 접종이라고 생각하세요. 그 고민의 순간들 역시 고통스럽겠지만 그 순간순간이 모여 여러분의 서류가 되고, 면접이 되고, 여러분 자신이 된답니다!!
6. 많이 아는 만큼 그릴 수 있다
Q. 지금, 본인의 입시를 돌아보자면?
A. 홍대 입시와 한예종 입시를 하면서 많은 걸 알수록 더 많이 표현할 수 있 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렇기 때문에 관심사를 넓게 두고 많은 걸 받아들 였으면 해요! 과학, 사회, 시사 등 관심사의 폭을 넓히면 디자인을 할 때 에도 더 많은 선택지를 둘 수 있을 거예요. 요즘 입시에서는 사회적 이슈 들도 고려해가며 문제를 출제하기 때문에 분명 도움이 될 거예요.
Q. 실기와 내신, 수능 공부를 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한데, 관심사는 언제 알아보나요?
A. 제 경험을 예로 들어보자면, 재수를 할 때 국어 시험이 어려워지는 추세라 논술 대비도 할 경, 긴 글에 익숙해지기 위해 신문 사설을 매일 읽었어 요. 사설을 읽은 친구들은 알겠지만 사설에는 정치적인 이슈뿐만 아니라 사회 등 많은 이슈들을 다양한 시각으로 담아내기 때문에 우리 사회가 어떤 흐름으로 흘러가는지 눈치 정도는 첼 수 있어요! 그런데 이게 아이러니하게도 홍대와 한예종 준비에도 쏠쏠한 도음이 됐어요. 우선, 특정 스타일의 디자인에만 한정되어 있었던 나에게 더 넓은 세상에 사는사람 들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줬고, 하나의 사건도 긍정과 부정 모두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되었어요. 특히 뉴스 비평에 익숙해져야 하는 한예종 입시에서는 더욱 도음이 됐죠. 다른 이유로 시작했던 일이 오히려 더 큰 득이 되어 돌아온 셈이에요.
Q. 결국 공부가 그림에도 도움을 주었군요?
A. 주변에 그런 친구 한두 명은 있을 거예요. 실기는 많이 안했으면서 홍대 가려는 친구들. 그런데 이게 또 가능한 일이라서 더 화가 날지도 몰라요. 나도 학교 다닐 때 그랬었어요. 분명 나보다 실기 경력도 짧고 그림도 못 그리는 것 같은데 홍대에 합격하는 친구들에게 질투가 났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까 그 친구들은 단순히 내신만 좋다고 뽑힌게 절대 아니더라구요. 단지 미술을 늦게 시작해서 표현력이 부족할 뿐이지 아이디어가 통통 튀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Q. 미술의 핵심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A. 이제는 얼마나 실제와 가깝게 그리느냐?를 경쟁하는게 아니잖아요? 내가 생각한 걸 어느 정도 표현해낼 수 있는 실력만 된다면, 이제는 “무엇을 표현할 것인가?”를 생각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고 생각해요. 미술이 꼭 그림을 '잘' 그리는 것만으로 판단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림 잘 그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림도 하나의 표현방식인 거잖아요? 그러니까 그 수단에 매몰되지 말고, 본질적으로 미술을 통해 드러내고 싶은 자신의 생각을 키우는 것에 집중했으면 해요.
Q. 미술학원이 학생들에게 상처로 남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이 학생들 을 위해 해줄 수 있는 말이 있나요?
A. 마지막으로, 학원의 시스템에 너무 상처받지 않았으면 해요. 내 개인 적인 경험이지만. 입사미 다니기 전 학원에서는 상처를 많이 받았어 요. 막말이나 무시 뭐 그런 것들이요. 그래서 미술을 접었어도 입사미에서 붙잡아 주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인문계 대학에 진학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나서 보니, 그런 말들은 말 그대로 그저 막말 에 불과해요.
자신의 잘못이나 부족함 때문이 아니라는 거예요. 그런 말들에 연연하고 마음에 담아두지 마세요! 그저 흘려들으세요. 그리고 그런 면들이 자신을 혼란스럽게 만든다면, 과감하게 그만두고 진심으로 당신을 아끼고 신경써주는 학원에 가서 입시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되길 바랄게요. 저에겐 입사미가 그런 학원이었어요!
성공의 비결은 '확실한 선택'
🏆
김도연
-
이화여자대학교 디자인학부
1. 성공의 비결은 '확실한 선택'
Q. 입시 준비 과정을 설명한다면?
A. 중학교 때 예고 입시에 실패한 상태로 고등학교에 왔어. 내 스스로 실패한 것에 대해 속상하기도 하고 악도 생기면서 당장 눈앞의 일들에 대해 열심히 하자는 마음이 생겨서 학교생활을 내 나름대로 열심히 했던 것 같아. 1, 2학년 때는 실기를 했는데 그때도 실기 학원은 내신 기간에 아예 나가지 않았어. 실기 학원에서는 내신 기간에도 학원에 계속 나오라고 하고, 다른 친구들은 그 말을 듣고 다 학원에 나가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 이어서 눈칫밥 좀 먹었어. 그래도 나는 내신 기간에 실기 학원을 나가다 보면 내신 공부에 집중이 되지 않는 느낌을 많이 받아서 실기는 해도 방학때 주로 열심히 했고, 3학년이 되어서는 학생부 종합전형으로 입시 방향을 확실히 정하고 실기를 stop! 했어. 내신과 수능에만 집중하자는 마인드로!
Q. 실기를 그만둔다고 했을 때 주변 반응은 어땠나?
A. 사실 나도 처음에는 미술을 하는데 학생부 종합전형을 목표로 한다는게 정말 불안했어. 나는 중학교 때부터 실기를 해왔고 이게 미술이라고 생각했는데 비실기로 방향을 돌린다는게 너무 불안했지. 미술학원에서 상담을 받아도 학생부 종합은 가능성이 없으니까 실기를 더 많이 하라고만 이야기하더라고.
Q. 특별히 노력을 기울였던 부분이 있나?
A. 너무 교과서적인 대답일지도 모르겠지만 정말로 내신 공부와 교내 활동을 열심히 한게 다른 친구들과의 차별점이 아닐까 싶어. 그리고 많은 친구들이 '미술=실기'라고 생각해서 내신을 신경 쓰지 않는다는걸 되게 많이 봤어. 근데 내신이랑 학교생활, 학생부 관리는 잘 해놓아서 나쁠 거 없고 그걸 잘 해놔야 나중에 후회할 일이 안 생길 것 같다고 판단했어. 교내 활동은 뭐든 다 열심히 했던 것 같아. 턱없이 부족했던 교내 미술 공모전도 선생님께 열어달라고 부탁드려서 1년에 5개씩 열기도 했고, 자율 동아리도 만들고, 교내 활동 중에 '미술' 또는 '디자인'이 들어가면 전부 다 했던 것 같아. 그렇게 교내 활동을 일심히 하다 보니 선생님께서 활동을 제안해 주기도 하셨고, 선생님이랑 친해져서 정보도 많이 얻을 수 있었어. 학교에서 열리는 행사와 활동에서 미술 쪽으로 많이 참여했던 게 도움이 많이된 것 같아.
Q. 학생부 종합전형을 선택하게 된 더 확실한 이유가 있다면 ?
A.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이면 대부분은 그럴 거라고 생각해, 수시 때 공부에 집중하려고 실기 학원을 안 다녔는데 수시가 잘 안되면 정시 때 어떡하지? 이게 딱 내가 고2, 고3 초기 때까지 했던 고민이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실기를 그만두었던 건 '확실히 하기'위해서 였어. (근데 이건 나의 경우고 사람마다 상황이 다르니까 자신의 상황을잘 파악해서 들어줬으면 좋겠다!) 공부와 실기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다가 이도저도 아니게 되어버린다면 그것이야말로 대참사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단호하게 실기를 그만두고 공부에 집중했어. 정말 단호한 마음가짐과 확신, 그리고 꼭 성공하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한길만 파다 보니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아.
Q. 입사미에서의 상담은 다른 미술학원과 다른 점이 있었나?
A. 그 시기에 입사미에서 상담을 받았는데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어. 모든 미술학원들이 실기를 안하면 안된다고 했을 거야. 그런데 입사미에서 상담받고 나니까 나의 경우에는 정말 실기를 할 필요가 없다는 확신이 들더라고. 만에 하나 수시에 안 되면 정시에 가서도 가, 나, 다군 모두 홍익대에 넣을 수 있다는 걸 그때야 알게 됐어. 정시는 수능만 잘 나오면 나는 실기 없어도 가, 나, 다군 모두 홍익대에 합격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더라고.
Q. 어느 대학에 지원했고 결과는 어땠나?
A. 수시에서 홍익대, 이화여대, 세종대, 경희대, 홍대 세종을 채워서 지원했어. 결과는 홍익대 본교 빼고 모두 합격! 사실 제1의 목표였던 홍익대는 2단계 서류 전형도 무난히 통과했어. 면접도 입사미에서 연습한 대로 잘봤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수능이 평소만큼 나와주지 않았어. 너무 아쉽게 한 문제 차이로 최저 기준을 맞추지 못한 거야. 정말 속상했지. 최저를 받지 못할 거라고는 단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는데. 다행히 홍익대 본교를 제외한 이화여대, 경희대, 세종대, 홍대 세종 등 내가 지원한 나머지 대학은 모두 합격을 했어!
Q. 실기에 집중했을 때보다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생각하나?
A. 만일 내가 실기 준비까지 했더라면 정말 수능은 끔찍한 점수가 나왔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우리 학교에 미술 하는 애들이 25명 정도 있는데, 그 친구들 모두 미술학원에서 실기를 준비했어. 정말 놀랍게도 그 친구들 중 대학 간 친구가 한 명도 없어. 25명 중에 그나마 대학에 간 친구들은 모두 학생부 종합전형으로만 합격했더라고. 만약 나도 미술학원에서 실기만 준비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생각만 해도 가슴이 답답하다. 너희들도 좀 더 잘 알아보고 신중히 판단하길 바랄게.
Q. 실기 전형으로 준비했을 때 합격 결과가 그렇게 좋지 못한가?
A. 물론 실기로 대학 가는 애들도 없지는 않겠지만 우리 학교뿐만 아니라 다른 학교 친구들 말을 들어봐도 실기 전형으로 원하는 대학에 간 경우가 거의 없더라고. 나도 마찬가지로 그 친구들처럼 입시를 준비했다면 내신도 떨어지고 수능도 더 낮게 나왔을 거야. 그 친구들이 못해서가 아니라 나도 그 친구들처럼 했으면 당연히 재수를 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Q. 학생부 종합전형을 준비하면서 배우거나 느낀 것이 있나?
A. 입사미에서 서류와 면접을 준비하면서 가장 크게 얻은 것이 있어. 나에 대한 이해와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는 확실한 주관이야. 일단 입사미에 다니기 전에 나는 미술을 왜 하는지, 미술을 통해 어떤 사람이 될 것이고, 내가 미술을 통해 이루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잘 몰랐었어. 일반 실기 학원을 다니면서도 '난 미술을 왜 시작했지?' 이런 고민을 정말 끊임없이 했었고, 이유를 모르니까 그림을 그리는 게 지루해지기도 했어.
Q. 입사미는 답을 떠먹여주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한다던데, 어땠나?
A. 미술을 진로로 선택한 것에 대해 살짝씩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을 때 (2학년 가을쯤이었던 것 같아), 학교 친구로부터 입사미를 소개받게 되었고 병수 쌤, 석현 쌤과 상담을 하게 되었어. 긴장되는 첫 상담의 모든 질문이 '왜?'였어. 내가 항상 스스로 질문해왔지만 답을 찾을 수 없었던 바로 그 질문들이라서 많이 놀라고 당황했어. 아무말 대잔치를 했던 기억이 나. 계속되는 질문에 나는 '내가 나를 이렇게 몰랐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 이런 것도 모르면서 미술을 하겠다고 한 나 자신이 되게 한심하기도 하고, 그 질문에 진지하게 생각해볼 기회가 생겨서 나름 기분이 좋았던 것 같기도 해.
Q. 질문을 통해 깨달은 게 있나?
A. 집에 오면서부터 계속해서 스스로에게 다시 질문하기 시작했어.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지? 미술을 왜 좋아하게 됐지? 절대로 짧은 시간에 답을 찾을 수는 없었어., 지속적으로 선생님들과 상담을 하면서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어.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서 말이야, 전시를 봐도 내가 어떤 것에 홍미가 있는지, 내 기준에서 어떤 것이 미적으로 좋아 보이는지 등등 나만의 개성과 선호에 대해서 알게 되었고 그렇게 19년 동안 몰랐던런 내가 조금씩 이해가 되기 시작했어. 내가 영화, 특히 판타지 영화 보는 걸 좋아하는구나!
Q. 판타지 영화를 좋아하면 진로가 영상 쪽으로 정해지게 되는 것인가?
A. 보통 판타지 영화를 좋아한다고 하면 시각디자인이나 영상디자인을 하면 된다라고 말해줄 거야, 나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어, 하지만 병수 쌤은 예상밖의 말씀을 해주셨어. '시각디자이너, 영상디자이너는 직업의 이름일 뿐이지 그것이 진로는 아니다'라고 말씀하셨어, 처음엔 그게 무슨 말인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가더라고, 좀 충격이었지. 판타지 영화를 좋아하면 나는 어떤 직업을 가질 수 있지? 어떤 과를 가야 하지?라고 생각하는 게 보통 사람들의 생각이잖아. 병수 쌤은 전혀 다른 질문을 던져주셨어.
Q. 어떤 질문을 받았나?
A. 병수 쌤은 이렇게 질문하셨어. "판타지 영화를 왜 좋아하지? 판타지 영화는 너를 이해하는 하나의 단서일 뿐이야, 판타지라는 요소를 통해 네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내야 해" 이렇게 질문했을 때 진정한 나의 진로를 찾을 수 있다고 말씀하셨어.
Q. 그 질문에 대해 어떤 답을 얻었나?
A. 나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정말로 많은 고민을 했어. 판타지, 영상, 가상세계 등을 통해 내가 무엇을 추구하는지를 끝없이 고민해보았어. 그 생각의 끝에서 나는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을 좋아하는구나!, 더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고 싶다!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영상을 활용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어.
Q. 질문이 바뀌니까 생각하는 방향이 월씬 깊어진것 같다. 역시 좋은 질문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
A. 병수 쌤이 '판타지 영화를 좋아하니 영상디자인을 전공하고 싶다'라고 이어지는 논리는 너무나 도식적이고 값싼 답변에 불과하다고 말씀하셨는데, 그 말의 의미를 그제야 알게 된 거 같아. 만일 판타지 영화를 좋아하니까 영상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는 생각에 그 단편적인 직업명을 내 진로라고 결론 내렸다면 나는 내가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진정으로 알지 못한 채 영상기법을 배우는 것에 머물러 버렸을 거야. 영상은 수단일 뿐이지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닐 텐데… 영상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는 것과 영상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어.
Q.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가 명확해졌으니 동기 부여가 많이 되었을 것 같다.
A. 목표가 생기니까 자신감이 생겼고, 미술을 하는 것이 자랑스러워졌어. 내가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한 영상을 찾아보기도 하고 프로덕션 디자인이나 특수효과에 대한 책을 찾아보기도 하면서 간접적인 경험을 스스로 하게 되었어, 상담 이전에는 별것 아니게 느껴졌던 일상들도 상담 후에는 나를 이해하는 과정이 됐어. 내가 다른 학원만 다녔을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정말 값진 성과였지. 서류 작성을 하면서 생각으로만 했던 것들이 문서화되고 정리되면서 미술에 대한 생각과 주관은 점점 확고해졌어. 나라는 사람이 나 스스로에게조차 항상 모호하게 느껴졌는데, 서류 작성과 면접 준비를 거치면서 다른 사람에게 나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해 있더라. 그래서 나는 나라는 사람을 스스로 이해하고, 깨닫는 계기를 얻었던 게 가장 큰 도움이 된 것 같아.
2. 나만을 위한 맞춤형 입시
Q. 입사미에서 서류를 작성할 때 어떤 과정을 거쳤나?
A. 먼저 병수 쌤과 석현 쌤이랑 상담하면서 나에 대해 더 자세히 이해하고 알아보는 경험을 할 수 있었어. 상담을 통해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싶고, 대학에 가서 미술을 배우고 싶은지에 대해서도 꾸준히 생각해볼 수 있었는데, 내 스스로 충분히 생각해보고 대답할 수 있을 때까지 다른 사소한 질문들을 하시면서 그 답을 찾도록 도와주셨어. 그 다음에는 '내 마음의 MRI'라는 노트에 실린 몇 가지 가이드 질문에 답하면서 상담을 통해 했던 생각들을 문서화해 정리하면서 그 노트에 적은 내용을 바탕으로 서류를 작성했어. 선생님들께서 내 서류의 어떤 점이 좋다는 걸 피드백 해주셔서 나 스스로도 내 서류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어.
Q. 지원한 대학 모두 합격했으니 서류를 정말 잘 쓴 것 같다. 자신의 서류의 강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A. 입시 때 내 서류가 좋게 보였던 이유는 내가 정말로 느꼈던 점을 간결하게 전달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특히 활동에 대해 쓸 때 그 활동을 '왜' 하게 되었고 '어떻게' 하였고, '무엇'을 느꼈는지가 명확히 보였던 게 가장 큰 장점이 아니었나 싶어. 근데 나 같은 경우는 활동 하나하나를 곱씹어보면 그 '왜', '어떻게' '무엇'이 모호할 때도 종종 있었어. 선생님들께서는 그런 모호한 것들을 스스로 생각해보면서 해결할 수 있도록 상담 과정에서 큰 도움을 주셨던 것 같아. 선생님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나는 내가 한 활동들만 나열하고 관념적인 말들이 가득한 서류를 썼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다행히도 선생님들이 상담에서 던져주시는 질문을 통해 내가 했던 활동들에 대해 생각해보고 그것을 나한테 도움이 되도록 기록할 수 있었어. 내가 했던 활동의 내용이나 느낀 내용 중에 어떤 점이 나에게 강점이 되는지를 함께 상담하면서 찾아주셨던 게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해! 왜냐면 나는 내가 한 활동이니까 활동 하나하나가 내 자식처럼 느껴져서 어떤 걸 골라서 씨야 함지 감이 안 잡혔는데, 상담하면서 쌤이 단호하게 이건 빼자, 해주셔서 결정할 수 있있어, 또 쌤이 내가 쓴 글을 읽고 별로면 어떤 점이 문제인지 확실히 알려주셔서 문제를 빨리빨리 고치면서 신속 정확하게 서류를 쓸 수 있었던 것 같아.
Q. 입시 과정에서 특벌히 중점을 둔 부분이 있나?
A. 나의 입시 성공 원인은 나에게 맞는 입시 방향을 설정한 것이라고 생각해, 나는 1, 2학년 때 실기 학원을 다니면서 내 스스로 '이걸 왜 그려이야 하지?라는 질문을 했을 때 끝까지 마땅한 답을 찾을 수 없었어. 게다가 내신 기간에도 학원을 나오라는 강요를 계속해서 받다 보니 심리적으로 불안했지. 아무리 생각해도 학교생활을 소홀히 하면서까지 실기 시간을 늘리는 게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 모르겠더라. 그렇게 점점 그림 그리는 게 지루해지니까 이대로라면 내가 미술을 싫어하게 될 것 같다는 마음에 실기 학원을 나가지 않고 입시미술이 아닌 미술 활동과 공부에만 집중해보기로 했어.
Q. 어떤 보람을 느꼈나?
A. 근데 웬걸! 벽화 봉사 활동, 해외 전시 이런 활동들에 참여하다 보니 너무 재미있었어. 그래서 형식적인 그림을 기계적으로 그리는 입시 준비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작업들을 하면서 할 수 있는 입시 준비를 하자고 마음 먹었어. 입시 준비도 기왕이면 즐겁게 하는 게 좋으니까! 그래서 내가 관심 있던 3D 애니메이션이나 그래픽디자인, 무대 미술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강연을 찾아보기도 했고, 교내 공모전도 많이 참가해보면서 내가 어떤 디자인을 할 때 행복한지 경험해보기도 했어. 나에게는 그 경험들이 실기 학원에서 남들과 똑같은 그림을 반복해서 그리는 시간보다 훨씬 유익하게 느껴졌어, 그것들이 나에게는 피가 되고 살이 되었던 것 같아.
Q. 입시 준비 과정이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 긍정적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A. 입시라고 해서 꼭 괴로워야 하는 건 아니잖아, 물론 진짜로 괴로운 순간도 있지만… 그래도 굳이 내가 하기 싫은 걸 억지로 해가면서 입시 준비를 하고 그것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일을 싫어하게 되는 건 너무 슬픈 일인 것 같아. 디자이너로서의 나에 대해 더 생각해보고 경험해볼 수 있는 기회라고 판단하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입시에 임하면서 배우려고 했던 것이 나의 가장 큰 성공 원인이었던 것 같아! 내가 실기와 비실기 사이의 갈림길에서 실기를 선택했다면, 또는 두 가지를 같이 가지고 갔다면 정.말 이도저도 아니게 되었을지도 몰라. 어느 것에도 집중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면서 불안했을 거야. 비실기라는 확신을 가지니까 하나에만 오롯이 집중할 수 있었고,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미술, 디자인에 대해 많이 고민해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던 것 같네요.
그 과정에서 서미컨의 도움을 받게 되었지. 특히 아트로직 수업을 들으면서 미술 작품을 보는 것이 아니라 느낄 수 있었어. 전에는 그냥 지나쳤던 길 위의 조형물이나 그림들을 보면서 이제는 그 의미를 생각해보고 표현 방법에 대해 생각하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어. ㅋㅋ ㅋ 아트로직 수업을 통해서 일상에서도 계속해서 생각하는 습관을 가지게 되었어. 사소한 것에 대해서도 호기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걸 해소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 서미컨을 만나지 못했다면 나는 아마 미술을 왜 하는지조차 모르는 미대 입시생, 생각하지 않는 디자이너로만 남아 있을지도 몰라.
Q. 아트로직은 기존의 미술학원 수업과 많이 다르다고 들었다.
A. 아트로직 수업에서 나 스스로 디자인을 해보고 친구들과 선생님 앞에서 발표하고 크리틱을 받아보는 과정이 없었다면 이걸 평생 알지 못하지 않았을까 싶어. 또 내 디자인을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설득하는 과정에서 말을 조리 있게 하는 방법도 알게 된 것 같아. 내 생각을 뚜렷하게 말할 수 있고 무엇보다도 스스로 계속 생각하는 습관을 갖게 된 게 입사미에서 받은 가장 큰 도움인 것 같아.
3. '생각'이 답이다
Q. 실기를 그만두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있있나? 고민이 아주 많았을것 같다.
A. 미술학원을 그만두고 학생부 종합전형을 선택한 이유는, 똑같은 그림을 반복하고 그걸로 누가 더 묘사를 잘했는지 비교하는 순위를 나누는 경쟁 때문이었어. 미술이 좋아서 미술을 시작했는데 오히려 미술이 질리기 시작했어, 나는 분명 즐거워지고 싶어서 미술을 시작했는데 왜 내가 좋아하는 걸 하면서 상처받아야 하고 좌절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거든, 매일매일 학원을 나갈 때마다 한숨이 나왔고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기초디자인 하는 사람들은 알텐데 시험을 보고 벽에다 그림을 걸면 그림이 정말 다 똑같은 거야. 사실 그 그림들 사이에서 내 그림을 못 찾은 적도 많아. 다 똑같아서 구분조차 안 되는 걸 보고 자괴감이 들었어.
Q. 입시미술을 하게 되면서부터 오히려 미술과 멀이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A. 그런 걸 보면서 솔직히 점점 미술에 흥미를 잃어 갔어, 차라리 인문계로 돌릴까 이런 생각을 한 적도 많았거든, 차라리 그 편이 내 개성이 더 생기는 것 같아서 말이야, 내 존재가 사라지는 느낌이 들어서 나는 그게 너무 불쾌했고 인간성이 느껴지지 않았어, 우리가 무슨 그림 그려내는 기계도 아니고 말이야. 내가 미술대학에 간다고 해도 무엇을 할지도 모르겠고,
디자이너가 될 거긴 한데 무슨 디자이너가 될지도 모르겠고, 근데 대학은 가야 하니까 그림은 그려야겠고. 이런 억지스러운 상황이 싫었어.
Q. 실기 전형을 준비하지 않고 학생부 종합전형을 선택했기 때문에 오히려 미술에 대해 더 깊은 생각을 가질 수 있게 된 것 같다.
A. 사실 중학교 때 너무 질리게 많이 겪기도 했고, 선생님의 마음에 드는 그림을 그리지 않으면 혼났던 상황들이 나에게는 상처로 남았거든. 그래서 면접과 서류를 통한 입시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 어찌 보면 실기에 대한 도피였을지도 몰라. 근데 학생부 종합전형을 준비하면서 읽은 디자인 관련도서들, 보고 온 전시들, 강연들이 나에게 정말 큰 도움이 됐어. 실기학원에서 하루 종일 그림 그리면서 오늘 날씨가 어떤지, 무슨 요일인지도 모르는 생활을 할 때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보고 들을 수 있었고, 그건 4시간 동안 그리는 그림 한 장보다 몇백 배는 더 값진 거였어.
Q. 자신에게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그때도 느꼈나?
A. 그전까지 나는 수동적인 사람이었는데 이제는 나 스스로 디자인한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디자이너가 되기 위한 공부를 하기 시작했어. 그렇게 하다 보니 즐겁게 입시를 준비했던 것 같아. 진짜 내가 궁금한 것에 대해 배우고 나의 안목이 바뀌고 주관이 생기는 게 일상에서도 느껴졌으니까!
Q. 숙련된 실기 능력이 없으면 대학 수업을 듣는 데 지장이 있지는 않나?
A. 어제 전공 수업 교수께서 하신 말씀이 있는데 드로잉은 수단일 뿐이지 목적이 아니라고 하셨어. 그림 그리는 실력은 머리에서 '생각하는 것'을 표현하기 위한 도구여야 하고 그 '생각'이 드로잉의 핵심이라고. 그 말씀이 정말 와 닿더라. 그림을 그리는 주체의 생각과 개성은 중요하지 않은게 우리나라 입시미술의 가장 큰 문제잖아. 나는 생각과 개성이 미술하는 사람들의 엔진이라고 생각하거든. 그게 있어야 좋은 작품을 만들고, 다른 사람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 내 생각을 정확히 보여줄 수 있을 정도의 드로잉 실력이면 디자이너 할 수 있어! 교수님이 말씀하신 거니까 믿어도 될 것 같아.
Q. 미대 준비생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A. 붓질을 어떻게 할지, 연필 선을 어떻게 쓸지, 이런 고민보다는 전시도 많이 보고 책도 많이 읽으면서, 또는 영화를 보거나 일기를 쓰거나 하면서 나에 대해 이해하고 생각을 키우는 게 더 중요한 것 같아. 주관이 생기면 면접 때 무엇을 물어보더라도 대답할 수 있는 힘이 생기더라구. 서류 쓸 때도 엄청 수월하고! 뭔가를 꾸며내거나 인위적으로 꾸밀 필요 없이 '나'를 보여주면 되니까! 입시 과정에서 생긴 자신감이 앞으로 디자이너가 되는 데 있어서 정말 큰 도움이 될 것 같아. 그래서 나는 이 글을 읽고 있는 예비 미대생 친구들이 실기에만 너무 노력을 기울이면서 입시를 준비하는 게 아니라 자신을 이해하고 다른 사람들의 좋은 작업들도 보면서 경험을 넓히는 입시 준비를 했으면 좋겠어. 그 경험들은 분명 나중에 대학에 와서도 직장에 가서도 정말 큰 도움이 될 거니까!
Q. 고민하거나 힘들어 하고 있는 학생들에게도 한마디 해주세요.
A. 실기 실력 때문에 상처받거나 좌절하지 말고! 또 교수님이 하신 말씀을 인용하자면 '실기 실력은 디자인의 일부인데 생각은 디자인의 핵심'이라고 하셨어. 그니까 혹시나 실기에 대한 회의감이 든다면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이해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거라고 생각해. 대학을 가기 위해 입시 준비를 하는 것보다는 더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기 위해, 나 자신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입시 준비를 하는 거라고 생각하면서! 그러면 분명 좋은 결과가 있을 거야! 자기 주관을 가지고 생각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 교수님들도 다 그걸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고! 꼭 본인에게 도움이 되는 입시 준비해서 좋은 결과 있었으면 좋겠어! 대학 정말 재밌어. ^_^ 힘들어도 좀만 더 힘내서 원하는 대학 가면 좋겠다!!
제대로 준비하고 있는 것일까?
🏆
윤여진
-
홍익대학교 디자인학부
1. 제대로 준비하고 있는 것일까?
Q. 미대입시 준비는 언제부터, 어디에서 시작했나?
A. 나는 고등학교 2학년 때 대형 미술학원에서 처음으로 실기를 시작했어. 딱 들으면 아는 대형 미술학원에서. 왜냐면 사람이 많으면 비교할 그림 도 많아질 테니까 좋을 거라고 생각했거든.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좋은 선택이 아니란 걸 알게 됐어. 비교할 그림이 많아진다기보다 그 많 은 아이들이 다 똑같아져 간다는 걸 느꼈으니까.
Q. 어떤 점에서 그렇게 느꼈나?
A. 계속 다닐수록 '이렇게 하면 합격할 수 있겠다’가 아니라 ‘이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나는 서울대, 홍익대, 국민대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자꾸 기초디자인을 시키는 거야. 심지어 홍익대 준비는 시작도 안 했어. 내가 재촉해도 나중에 고3 때 할 테니 '기다리라'는 말만 반복하고.
Q. 홍익대가 목표인데 홍익대 준비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
A. 그렇지! 홍익대도 학생을 선발하는 기준이 있을 텐데 그렇게 아무런 준비도 안 하다가 고3 때 갑자기 준비해서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잖아? 내가 생각해도 너무 이상했어. 홍익대를 가지 말라는 건가? 이렇게 계속 실기 만 하다가 결국 실기로만 지원하게 만드는 건가? 이런 의심이 들기 시작 했어.
Q. 홍익대 준비는 그렇다치고, 서울대 준비는 잘 되고 있었나?
A. 2학년 2학기 말부터는 분반이 되어서 서울대 수업을 듣기 시작했어. 그런데 말은 서울대 반이었지만 그 전에 배웠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더라고. 뭔가 그럴듯하게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 것 같지만 정작 그 안에 내용은 하나도 없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 서울대 반만 만들어 놓고 코스프레하는 느낌이랄까?
Q. 어떤 점에서 그렇게 느꼈나?
A. 서울대 기출 문제를 읽어보면 누구나 알 수 있겠지만, 서을대는 고정된 유형이 있는 게 아니잖아? 매년 다양한 상황이 제시되고 그 상황에 맞는 나만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나 스스로도 느꼈거든. 그런데 수업 내용은 자꾸 표현력 위주로만 연습을 시키더라고. 문제 해결력이니 창의력이니 이런 말만 그럴싸하게 해놓고 결국에는 그림을 잘 그리 게 만드는 것만이 유일한 목적처럼 느껴졌어. 그 수업을 받는다고 해서 서울대 시험을 잘 볼 수 있을 거란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어. 반 이름만 서울대 반이지, 하는 내용은 이전과 하나도 다를게 없었으니까. 환장하겠어서 학원을 나와버렸어.
2. 홍익대 준비는 뒷전, 오직 실기만?
Q. 다니던 학원을 그만두기가 쉽지 없었을텐데. 그 후 어떤 학원을 가게 됐나?
A. 이제는 나에게 맞는 내가 목표하는 대학에 맞는 입시 준비를 하고 싶다 고 생각해서 고3 때 학원을 찾아보기 시작했어. 열심히 찾아서 합격률이 좋은 중소 규모 학원에 등록했어. 대형 학원의 맹점을 나도 겪어봤으니까. 그 많은 학생들 중 극소수의 학생들만 합격자 명단에 오르는 거잖아, 합격자가 많다기보다 애들이 그보다 훨씬 더 많았던 거겠지. 이건 내가 직접 경험해 본사실이야.
암튼 서울대는 자신이 점점 없어져서 국민대는 꼭 붙자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학원을 선택하는 기준을 국민대 합격률이 괜찮은 학원으로 정했어.
Q. 새로 옮긴 미술학원에서는 준비가 잘 되어 갔나?
A. 새로 옮긴 학원을 다니는 초반엔 좋았어. 실기 실력이 을라갔고. 이대로만 하면 국민대는 붙을 것 같은 거야. 근데 중요한 건, 내 1지망이 어디였더라? 홍대였지! 근데 난 왜 또 실기 준비만 하고 있지? 나는 국민대보다는 홍대에 더 치중하고 싶었어. 일단 내신이 좋았고 학교생활도 열심히 해서 생기부도 괜찮았거든! 또 국민대는 정시잖아. 난 정시까지 버틸 자신이 없었고 되도록이면 수시로 끝내고 싶었어. 왜나면 시간이 갈수록 수능에 대한 자신감이 점점 떨어졌거든.
Q. 홍익대가 목표라면 홍익대 준비롭 민저 헤야 하는 것 아닌가? 홍익대 준비는 어떻게 했나?
A. 홍대 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그리고 누가 봐도 난 정시에 가능성이 낮은 거 같은데도 국민대 실기만 시키니까 정말 답답했어. 특히 홍대 미활보는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었거든. 너무 답답해 서 미슬학원 선생님께 말씀드리니까 서류는 학원에서 내 생기부를 바탕으로 다 써주신다는 거야. 대필을 해준다는 말이었지.
Q. 서류틀 대필해준다고? 그런 게 가능한가?
A. 오… 서류가 막막하던 나에겐 좀 회소식이었지. 그래서 ‘그럼 언제쯤 될 까요?’ 하니까 일주일이면 다 쓴대. ‘아 그래요?’ 했지. 근데 막상 생각해보니까 누가 내 서류를 써준다는 게 찝찝하기도 하거니와 서류를 바탕으로 면접을 볼 텐데, 그걸 면접에서 내가 커버할 수 있을지에 대한 자신이 없는 거야. 내가 쓴 게 아니잖아! 불안한 마음이 더 커지기 시작했어. 학원에서는 계속 홍대 서류나 면접 준비 없이 실기만 진행했고. 그 막판 짧은 1~2주 내에 서류나 면접을 다 준비해준다고 하는데… 정말일까? 정말 그게 가능한 걸까? 그리고 그게 옳은 일일까? 나는 자신이 없었어. 홍대 전형 관련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이었으니까 뭐가 맞는 건지도 모르겠고.
Q. 홍익대 준비시켜준다고 말만 하고 결국은 실기만 시킨 것이다. 학원에 항의해야 하는 거 아닌가?
A. 결국 실기 학원은 국민대 준비만 계속시켰어. 국민대는 일단 수능 점수가 되어야 하는데 점수는 '점점 떨어지는 상황에서 실기만 준비하는 것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지. 사실 이런 상황이라면 실기를 더 할게 아니라 하루 빨리 서류를 잘 써서 홍익대 합격해야 하는데... 정시로 가봤자 나는 승산이 전혀 없는데 내가 지금 뭐하는 것일까? 국민대는 홍대 서류 접수 끝나고 시작해도 될 것 같은데… 정말 불안함의 연속이었어, 진짜 맨날 수만휘 들락거리고 난리 났었음.
Q. 정말 생각이 많았겠다. 무엇이 중요한지 확신을 가지지 못한 상태였 던 것 같다.
A. 솔직히 수시 학생부 전형에 지원했다가 안 되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이 지짜 많이 들었어. 실기 학원에서도 1안, 2안 다음의 3안을 만들어둬야 한다고, 실기를 반드시 해야 한다고 누누이 애기했었으니까. 홍대 안되면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었어. 그런데 갈수록 내가 입시를 이상하게 준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거야. 제일 중요한 홍대 준비는 하지도 않고 실기만 하고 있다는 게 이상했던 거지. 2안, 3안을 준비한다는 생각으로 정작 제일 중요한 1안을 놓치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어. 그리고 홍대는 준비해야 할 게 서류밖에 없는데도 그 시간조차 투자하지 못 하고 2안, 3안에 모든 시간을 다 쏟고 있는 내가 바보같이 느껴졌어.
Q. 주변에서도 이상하다고 조언해주지 않았나?
A. 같이 다니던 친구들도 나더러 니 생기부에 내신이면 홍대에 올인했을 거라고 왜 실기를 하냐고 다그치는 거야! 결국 실기는 나중에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 홍대를 준비하기로 했어. 홍대 안 될 가능성을 전제로 정시만 준비하다보면 결국 홍대 준비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었으니까.
Q. 미술학원은 실기를 시키지 못해서 안달이 난 사람들 같다. 학생에게 필요한 것을 찾아주기보다는 무작정 실기를 권유하는 것 같이 느껴진다.
A. 진짜 그런 거 같아. 미술학원은 학생들에게 무조건 실기를 시켜야 하는 입장이잖아. 그래서인지 내가 실기를 그만두지 않게 하기 위해 계속 불안감을 조성한 거 같아. 불안감 때문에 2안, 3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말 체가 그럴 듯하게 들렸지. 하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결국 미술학원 이 실기를 시키기 위해서 만들어 낸 말장난에 불과한 거란 생각이 들어.
Q. 어떤 점에서 그렇게 생각을 했나?
A. 학생부 종합전형만 제대로 준비해도 층분히 그 안에서도 1,2,3안을 만 들 수 있어. 홍익대뿐만 아니라 학생부 종합으로 지원할 수 있는 대학이 생각보다 많더라고. 만일 수시에 안 된다 하더라도 정시에 홍대를 가, 나, 다군 세 번이나 칠 수 있으니까. 수시, 정시 총 9번의 기회를 다 살릴 수 있잖아.
Q. 만일 실기로 2안, 3안을 준비했다면 성공했을까?
A. 실기를 준비해서 1, 2, 3안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거 같아. 왜냐면 내가 국민대 실기를 열심히 했다고 치자. 가군에는 국민대를 치고, 나머지 나군, 다군은 어디를 치게 될까? 나군에는 어차피 홍대를 쳤겠지. 그럼 다군은? 잘 알아뒤야 해. 다군에는 정말 지원할 대학 자체가 없어. 있다 하더라도 국민대 실기와는 전혀 다른 실기를 준비해야 해. 그걸 2안, 3안이라 생각하고 그 실기까지 준비했다면 내 입시는 완전히 망했겠지. 국민대 실기 하나만 준비해도 내 수능은 점점 하향세였는데, 다른 대학 실기까지 준비한다고? 실기 유형 하나를 더 해야 한다고? 정말 답이 없었을 거 같아. 많은 학생들이 답 안 나오는 준비를 하고 있을 거야. 정말 좋지 않은 선택이라고 꼭 말해주고 싶어. 빨리 그 틀 안에서 벗어나기를 바랄 뿐이야.
3. 현명한 선택
Q. 그 미술학원도 계속 다녀서는 안 될 상황이었다. 또 다시 미술학원을 옮겨야 할 상황에서 자신에게 맞는 학원을 어떻게 찾았나?
A. 정보를 엄청 알아보고, 여기저기 최대한 수소문을 해봤어. 노력 끝에 서울대와 홍대를 둘 다 합격하신 선배분의 어머니와 연락이 닿게 된거야.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연락하라고… 너무 감동받아서 울 뻔했어. 내 사정에 대해 말씀드리니까 그런 사정을 너무나도 잘 알고 계시더라고. 미술학원들이 무작정 실기만 시키기 위해 짜놓은 불필요한 교육에 대해 매우 좋지 않게 생각하고 계셨어. 엄청 공감이 가더라고. 대화 끝에 입사미에 한번 가서 상담해보라고 추천해주셨어!
Q. 입사미에서 상담은 어땠나?
A. 어머님 말씀을 들을수록 뭔가 학생부 종합에 힘을 쏟고 싶어졌어. 자문을 구할 데가 없어 난감하던 나에게 찰떡인거야. 바로 상담에 가봤지! 가 보고 무릎을 쳤다, 정말. 게다가 상담 날에 쌤께서 서병수 선생님이 쓰신 책을 주셨는데 거기 있는 선배들의 수기가 너무 절절하게 내 얘기인거야.
Q. 그 수기를 읽고 이제 본인이 수기를 쓰게 되었다.
A. 올해 내가 이 수기를 쓰게 될 줄이야. 그때 만약 다니던 미술학원에서 실기만 계속했더라면 내 인생이 어떻게 되었을까?
지금 이 시기에 합격 수기를 쓰고 있는 게 아니라 학원에서 다시 일년 더 입시를 준비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면 끔찍해진다. 입시는 정말 올바른 선택이 중요한 거 같아. 난 운 좋게 확실한 정보를 주신 합격생 어머님을 만나게 되었고, 제대로 된 선택을 해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거 같아. 중요한 시기에 큰 도움을 받았던 것처럼 나도 더 많은 사람들 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 이 인터뷰가 좋은 선택을 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
Q. 입사미에 가서 어떤 방향으로 전략 수정을 했나?
고2 때까지만 하더 라도, 고3 때공부 열심히 하면 수능이 오를거라 믿었어. 아 물론 열심히 하면 오를 수도 있겠지. 하지만 우리는 고3이 되면서 실기를 더 많이 하게 되잖아. 특히 여름방학 때는 공부할 시간이 전혀 없었어. 실기 특강이다 뭐다 하느라 공부할 시간이 거의 없어지더라고. 시간 뿐 아니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 집에 오면 지치고, 미술학원 가면 스트레스 받고… 내가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 동안 인문계 아이들은 그 시간에 정말 치열하게 공부를 할 거란 말이야. 절대적 시간량 자체가 부족한데, 무조건 성적이 오를거라 가정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는 판단을 했어. 그래서 나는 정시보다 수시를 택한 거였어.
Q. 대부분의 학생들은 그래도 정시를 택하는 것 같다. 본인도 정시에 집중했더라면 어떤 결과를 얻었을까?
A. 내가 만약에 기존 미술학원에서 계속 실기만 준비했다면 일단 수시는 광탈했겠지. 꾸역꾸역 정시를 준비했겠지만… 그마저도 떨어졌을 것 같아. 정시는 너무 위험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것 같아. 기복이 있는 실기 실력 과 낮은 수능 성적, 정시에 적합하지 않은 두 요소를 모두 갖춘 나… 이도 저도 아닌 상황이 되었겠지. 잘 다듬으면 수시에서 층분히 합격할 수 있 는 성적과 생기부를 날리고, 가능성도 거의 없는 정시를 했다면… 와… 끔찍하다.
미술학원을 그만둘 때 나는 이렇게 생각하고 거기서 빨리 벗어날 수 있었어. 하지만 대부분의 친구들은 그냥 잘 되겠지 하고 미술학원을 계속 다니더라고. 실제로 정시 합격 결과는 좋지 못할 게 뻔한데… 정시는 재수생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잖아. 조금만 생각해봐도 당연히 그렇다는 걸 알았겠지. 나도 만약 정시까지 갔더라면 분명 재수를 했을 거야.
난 그래도 내신이 괜찮았으니 탈출구가 있었지만 미술학원 다니면서 내신까지 망가뜨린 대부분의 아이들은 정말 대학 가기가 힘들 수밖에 없어. 실제로 실기 전형으로 대학 간 친구들은 거의 없더라고. 그렇게 열심 히 했는데도. 이걸 꼭 알아야 해! 미술학원에서 시키는 대로 실기만 하다 보면 진짜 망할지도 몰라. 그런데 그건 네 잘못이 아니고 무조건 지는 게임을 선택하도록 만든 사람들의 잘못이야. 말 안 해도 누구인지 알겠지? 속지 말았으면 좋겠어. 조금만 더 이성적으로 생각해 보길 바랄게.
4. 진심을 담은 서류
Q. 입사미의 서류 교육은 이전 미술학원들과 어떤 점에서 달랐나?
A. 이전 미술학원에서는 서류 교육이라기보다는 대신 써준다고 했지. 놀랍게도 전에 다녔던 두 학원 모두가 그랬어. 서류를 어떻게 써야 할지 몰랐던 나는 처음엔 '오, 좋은데?' 싶었어. 근데 뭔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계속 드는 거야. 거짓말로 쓰면 걸릴 것 같은 거야. 뭐든지 진심이 들어있어야 통하지 않겠니? 그런데 입사미는 서류를 스스로 쓰게 만들어줘. 쓸 수 있는 생각이 들게끔 도와준다거나 감을 잡아준다고 해야 하나?
Q. 어떤 서류가 좋은 서류라고 생각하나?
A. 내가 처음에 혼자 썼던 서류를 보면 가관이야. 진짜 일단 너무 길고 말이 많아. 온갖 있어 보이는 단어들은 다 갖다 썼었지. 입사미에서는 말을 억지스럽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런 겉치레를 다 없애 나갔어.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줄 수 있게 만드는 것 같아. 처음엔 '뭐야 좀 있어 보이게 써야 하는 거 아닌가?' 싶었어. 뭔가 더 어렵고 고상하게 쓰는 게 좋을 것 같았거든. 하지만 입사미에서는 오히려 어려운 표현, 현학적 표현 등은 배제하고 쉽고 간결하게 내 생각을 서술할 수 있도록 도와줬어. 일단 내가 최초합으로 붙은 걸 보니, 그게 확실히 좋은 방향이었던 거 같아. 화려한 말보다는 진정성이 중요한 것 같아.
Q. 진정성을 찾는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A. 아무래도 진정성을 갖기 위해서는 스스로에게 많은 질문을 해보고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한데. 나는 스스로에게 무슨 질문을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었거든. 그런데 입사미에서 그런 틀을 잡아줘서 나는 그 답을 찾아가면 되니까 훨씬 수월했어. 또 제일 중요한 건... 나는 그 답을 누가 대신 써주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
Q. 면접 준비는 어땠나?
A. 우선 되게 자아성찰을 많이 하게 됐었어. 나의 내면을 탐구하는 시간... 나는 왜 미술을 할까... 근데 나는 이게 너무 마음에 들었던 게 항상 고민했던 부분이었거든. 면접에서 이런 질문을 하면 어떡하지? 하고. 시뮬레이션 했던 질문들의 근본적인 뿌리가 다 이런 깊은 고민을 해보지 않으면 진정성 있게 대답할 수 없는 것들이었어. 그런데 나는 그 진정성을 갖고 싶어서 애를 쓰고 있었거든. 겉핥기 같은, 면접을 위해 급조한 가짜 대답들 말고 진심으로 대답할 수 있길 바랐는데 입사미에서의 면접 준비는 그런 부분을 캐치해줘서 너무 좋았어.
5. 안될 것에 대비하지 말고 될 것에 집중하라!
Q. 입시 치르고 느낀 점이 있나? 입시생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어떤 말일까?
A. 홍대를 지원하기로 했으면 홍대에 집중했으면 좋겠어. 홍대 안될지 모르니까 2안, 3안까지 준비해야 된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그건 잘못된 생각인 거 같아. 막상 입시가 불안하니까 그 말에 혹할지도 몰라. 근데 입시를 치뤄보면 알게 될 거야. 불필요한 불안감 때문에 정말 중요한 걸 놓치면 안 돼. 특히 수시 끝나기도 전에 정시 걱정하지 마! 괜히 수시 서류 전형만 하면 무서우니까 억지로 실기 꾸역꾸역 하다 보면 서류도 떨어지고 실기도 떨어진다. 이도저도 아니게 돼. 한 우물만 파. 제발!
Q. 그렇다고 정시를 완전히 포기할 수는 없지 않은가?
A. 정시 준비는 수능이라 생각하고 수능에 집중하는 게 좋아. 어차피 수능 점수 안 나오면 정시 지원도 의미가 없잖아. 수능 점수 잘 나오면 정시에 홍대 또 넣을 수도 있어! 이렇게 준비하는 게 합격 가능성이 휠~씬 높은거 같아. 우리 학교는 물론이고 예전 실기 학원 같이 다녔던 친구들만 봐도 입시 결과가 정말 좋지 못해. 실기로 대학 간 경우는 정말 거의 없어. 특히 인서울로 가는 경우는 적어도 내 주변에서는 못 본 거 같아. 대학 간 친구들은 거의 학종으로 붙었어. 재수생 상황은 내가 잘 모르지만 적어도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는 그렇게 봐도 될 거 같아.
Q. 서류와 면접에 대해서도 해줄 말이 있나?
A. 그리고 서류나 면접에서는 진심을 보이려고 노력하는 게 좋은 것 같아. 괜히 있어 보이려고 그럴듯한 말로 꾸미다 보면 나중에 수습하기 힘들어져. 초반의 내가 그랬지. 남의 서류 어떻게 썼나 기웃기웃대면서 어떻게든 티 안 나게 베껴보려고 했었는데 그러지 말자! 실기 학원에서 홍대 준비시켜준다고 철썩 같이 믿지 말고. 제대로 된 서류를 준비하기 바랄게. 진짜 서류는 자기 생각을 찾아주는 과정이 담겨야 할 것 같아. 그런 학원이 좋은 학원이야. 내가 전에 다닌 미술학원에서는 서류를 그냥 글짓기 정도로만 생각했던 것 같아. 그에 반해 입사미는 내 생각을 찾아 나가는 데 큰 힘이 되어줘서 좋았던 거 같아.
Q. 미대입시를 준비하면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
A. 가장 중요한 건 내신과 학교생활... 알차게 살아둬! 있는 거는 다 해둬! 나중에 입시가 훨씬 쉬워질 거야. 난 수시로 갈 수 있는 탈출구가 있어서 다행이었어. 하지만 미술 하게 되면서 학교생활을 완전히 등진 애들도 많아. 그런 친구들은 정말 대학 가기가 힘든 게 현실이야. 결국 재수를 해도 모든 학생들이 또 정시 실기로 지원하게 될 거잖아. 재수생. 삼수생들끼리 경쟁하는 거니까. 쉽지 않은 거 같아.
Q. 끝으로 비교과 활동에 대한 팁을 준다면?
A. 동아리도 만들면 좋아. 나 같은 경우에는 동아리를 만들어서 내가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프로젝트들을 진행했거든. 학교생활로는 채울 수 없는 것들을 동아리 프록트로 진행했어! 이게 진짜 내가 봐도 서류나 면접에서 먹어준 것 같아. 그리고 뭐 포스터나 유씨씨 이런 것도 좋은데 좀 색다른 매체로 활동해보는 것도 좋아. 나는 의미 있는 배지를 디자인하고 실제로 주문도 넣어서 제작했었거든.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에도 올리고. 이게 되게 마음에 들었어. 대학 가서도 써먹었는데 반응이 좋았단다.
활동 반경을 좀 확장해 봐. 무슨 활동을 하든 좋아하는 걸 바탕으로 시작하는 게 좋은 것 같아. 나 같은 경우는 영화를 많이 써먹었는데 서류나 면접 준비할 때도 내가 더 신나서 쓰게 되더라고... 너의 오타쿠스러운 성향을 뽐내보렴. 꼭 합격해서 홍대에서 보자!!
본인의 미대입시 준비 과정을 돌아본다면?
🏆
강세원
-
홍익대학교 디자인학부
1. 전략
Q. 본인의 미대입시 준비 과정을 돌아본다면?
A. 난 미술학원을 다니기 시작한 게 미술을 시작한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 그냥 그림이 한번이라도 내 일상이 된 적이 있다면 그때부터가 미술을 시작한 게 아닐까? 난 어렸을때부터 늘“난 절대 회사에서 서류 치고 있는 사람이 되지 않을거야!너무 지루하잖아?”라고 말하고 다녔어.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초등학교때부터 미대를 가고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한국 최고의 미대라고 불리는 홍대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늘 했었던 것 같아. 그러다가 중2때, 지인의 미술수업을 해주시는 선생님을 만났어. 선생님이 집에 오시거나 내가 선생님 집에 가서 4명이서 수업하는 방식이었어. 나는 다른 입시미술 학원을 다니는 친구들이 하는 소묘, 기초디자인, 발상의 전환같은 것에 집중하지 않았어. 내 상상속의 동물들을 그려보고, 한 그림을 다양한 화가의 방식대로 그려보고, 터져나오는 아이디어들을 정돈하는 방법이나 예술하는 사람으로서 지녀야 할 것들에 대해 배웠던 것 같아. 미대입시 준비한다는 애들 사이에서 나만 자유롭다는 느낌이 들어서 가끔 회의감이 들기도 했지만, 미술에 대한 내 열정과 애정을 더 키울 수 있었던 수업이었어. 그리고 나는 일반 입시학원에서 논술 수업을 꾸준히 받았었어! 인문학에 대해 공부하니까, 그림을 그리거나 아이디어를 내는 데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되더라구. 그러다가 고2가 되면서, 홍대뿐만이 아니라 서울대와 이대 등 한국 탑인 대학들은 다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 열정이 넘쳤던 시절인 것 같아.
Q. 홍대 준비는 어떤 방식으로 하게 되었나?
A. 홍대 준비를 위해 대형학원들의 커리큘럼이나 교육과정에 대해 상담을 받아본 적은 있어. 그리고 많은 내 친구들이 대형입시 학원을 다녔었고, 생생한 경험들을 보고 들었어. 나도 상담을 갔는데, 홍대 준비반이라는 게 따로 있더라. 나는 혹해서 들어갈까 했어. 그런데 커리큘럼을 들어보니까 뭔가 이상하더라고. 그때가 고2여서 학생들이 대부분 주 4회정도 나와서 하루 4시간 정도 그림을 그리고 가는데, 홍대 준비반은 주말 이틀을 하루에 6시간 씩 총 12시간을 그린다는거야. 1주일에 투자하는 시간으로 치면 거의 차이가 안나잖아? 조삼모사도 아니고 이건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 그냥 이름만 홍대반일 뿐, 가르치는 내용도 똑같은 그림그리기 훈련밖에 시키지 않는다는 것도 알게 되었어.
Q. 실기 학원의 경우 무늬만 '홍대 준비반'인 경우가 많다. 어떤 점을 유의해야 하나?
A. 맞아. 홍대가고 싶어 하는 심리를 활용해서 학생을 모집 한 뒤, 결국 실기를 시키는 경우가 많은 거 같아. 심지어 홍대는 내신이 중요한데, 내신기간까지 실기에 예외가 있는 게 아니더라고. 학원 말을 믿고 끝까지 다닌 내 친구들은 1학년때는 성적이 괜찮았는데, 3학년이 되니까 도저히 어느 대학에 내밀 내신이 아니게 되더라고. 학년이 더 올라가니까 학원에서는 주 6회를 부르고, 과제를 줘서 애들이 과제하느라 새벽 3~4시에 잠들고, 학교 와서도 부족한 잠을 자던지, 과제를 마저 하던지 둘 중 하나더라구. 공부는 완전히 놓게 되는거지. 그래서 내신도 안되고, 그렇다고 실기도 엄청 잘하는 것도 아니고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 애들이 많았어. 결국 입시 결과도 좋지 않았고.. 나도 그렇게 했다면 어떻게 됐을 지 상상이 안 돼. 아마 갈 곳 잃고 방황하지 않았을까 싶어. 지금까지도 방향을 못 잡고 있었을 수도 있지.
Q. 남들과 다르게 한다는 것이 불안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나?
A. 입시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좀 불안했었어. 애들은 주 6회 학원에 가서 그림 그리고, 심지어 숙제를 받아와서 학교에서도 그림만 그리더라고. 내가 목표가 홍대인데 얘네랑 경쟁해서 이길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 엄마 친구분 딸 소개로 입사미를 알게 되었고, 그곳에 가서 도움을 받아보는 게 어떻겠냐는 말을 들었어. 알아보니 홍대 보내는 걸로 유명하더라고. 그래서 무작정 찾아갔지. 가면 나한테 무슨 말을 하실까 걱정했어. 내가 거쳐온 방법들이 틀렸다고 하지 않을까? 이미 늦었다고 하지 않을까? 주4회 실기 수업을 들으러 오라고 하는게 아닐까?
일단 모든 걱정들을 안고 상담실을 들어갔는데, 나한테 물어보시더라고. “왜 미술을 하고 싶고, 어떤 미술을 하고 싶은건데?” 난 너무 당황했지. 보통은 바로 스펙부터 물어보고, 바로 서류작성을 시작할거라고 생각했거든. 난 미술에 애정을 쏟은 시간이 긴만큼 자신있게 대답했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디자인을 하고 싶어요.”그랬더니 “왜 디자인이 사람들과 소통해야 되는데?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뭔데?”라고 날카롭게 질문하시더라고. 난 그때 깨달았어. 내가 입시에 맞춘다고 겉만 꾸미는 것에 너무 집중했다는 것을. 그리고 나한테 실기에 집중하지 말고 공부에 집중하라고 하시더라고. 입시미술학원인데 공부에 집중하라는 말에 처음엔 당황했지만, 이 말 덕분에 나는 이곳을 믿어도 되겠다는 확신이 생겼어. 내가 틀리지 않았다는 믿음을 줬고, 진짜 나를 발견하고, 발전시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
Q. 입시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원인이 무엇이라 생각하나?
A. 틀에 갇혀있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아. 나는 늘 기존 입시학원들에 대해 문제의식을 늘 가지고 있었어. 어렸을때부터 같은 꿈을 가진 친구들이 입시미술학원에 가더니 스킬만 화려해지고, 자기만의 그림 하나를 제대로 못 그리더라고. 그리더라도 다들 비슷한 그림들만 그리고 있는 모습에 난 꽤나 충격을 받았었어.
난 시사에 관심이 많았어서, 시사를 보고 스크랩하고, 문제가 있다면 이를 해결하는 디자인 아이디어를 내보기도 하고, 사회를 비판하는 그림을 그려보기도 했었어. 그게 아니면 그냥 자유주제로 내가 그리고 싶은 것들을 마음껏 그렸지. 다만 어렸을때처럼 아무 생각 없이 그린 그림들은 아니었어. 내 그림 속의 작은 요소들에도 의미 부여를 하기 시작했고, 그러다보니 그림 한장이 많은 이야기들을 가지게 되더라고. 이게 나중에 홍대 면접 가서 빛을 발한 것 같아. 면접 때 그린 그림 속의 이야기를 내가 신나서 막 말하니 면접관님들의 표정이 밝아졌던 기억이 나. 그리고 그림에만 집중하지 않고, 시간 배분을 잘한 것 같아. 그림은 주말에만 잠깐씩 그리고, 평일에는 내신과 수능공부만 했었어. 그러다보니 주말에 그림 그리는 시간이 되면 너무 신나더라고. 덕분에 그림을 그린다는 건 나에게 부담을 주는 행동이 아닌, 그냥 너무나도 즐거운 작업이었어.
Q. 홍대는 물론 이대까지 합격했다.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A. 마찬가지로 틀에 갇혀있지 않았고 진솔했기 때문인 것 같아. 미대생은 미술만 해야 한다.라는 틀 말이야. 난 학교활동이나 봉사활동이나, 미술관련된 것에만 집중하지 않았어. 난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았어서 캠페인도 많이 하고, 요양원도 다니고, 장애인근로 센터도 다녔어. 미대생은 국영사만 챙기면 되지. 라는 말도 무시했어. 난 수학이나 과학을 뛰어나게 잘하지는 않았어도, 싫어하지는 않았어. 그래서 내신도 버리지 않았고, 교내 수학대회나 과학대회도 막 나갔었어! 수상을 많이 하지는 않았어도, 좋은 경험이 되더라고. 이런 좋은경험들은 나중에 미활보에도 자연스럽게 들어가더라!
이러한 과정들을 모두 미활보에 담았는데, 교수님들이 내 생기부와 미활보를 통해 “얘는 정체성이 뚜렷하네.”라고 판단하지 않았을까 싶어. 난 거짓으로 미활보를 꾸며내지 않았거든. 미활보나 생기부에 겉멋만 잔뜩 든 학생들은 결국 면접때 대부분 실패를 겪었던 것 같아.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이 왜 그렇게 유명한지 새삼 느끼게 되더라ㅋㅋ
Q. 미대입시=실기 라고만 생각하고 실기만 하는 학생들이 많다. 이들을 위해 진심어린 조언을 해준다면?
A. 표현력이 좋으면 좋지. 하지만 그림의 메세지도 동시에 중요한것 아닐까? 대다수의 입시미술 학원에서 배우는 것은 잘 그리는 것에만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모든 학생의 생각을 다 똑같이 만들어 버리는 것 같아. 겉멋만 잔뜩 든 그림인거지. 이런걸 주4~6회나 한다는건 스스로를 망치는 일 같아. 속에 든 게 없는 그림은 결국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 애초에 미술이라는 게 그림의 퀄리티가 가장 중요한거면 홍대가 실기전형을 적극 추진하지 않았을까? ‘왜 면접 때 그림 그릴 시간을 24분 밖에 안줄까?’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고 봐.
내가 합격한 친구들의 그림도 다 봤는데, 그림실력 자체는 평범한 애들이 많아. 근데, 그림의 내용들을 들어보면 정말 입이 떡 벌어지더라구.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하지? 어떻게 생각이 저렇게 깊지? 싶어. 자신만의 철학을 가진 애들이 정말 많더라. 미대 상위권을 가고 싶어하는 친구들은 나중에 사회에서도 성공하고 싶은 마음이 큰 거잖아. 근데 요즘 트렌드를 보면, 작가가 아닌 이상 가장 위에 있는 사람은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이더라고. 그러면 나머지 분들이 그걸 기술적으로 표현해주는 일을 하시더라. 어쩔 수 없이 실기 전형을 봐야한다면, 실기에 집중하는걸 피할 수는 없지만, 조금은 그 그림들 속에 너희만의 이야기를 담아보려고 노력해봤으면 좋겠어.
Q. 미술을 시작하는 학생들에게 해줄 말이 있다면?
A. 미술을 계속 하더라도, 처음 미술을 시작할 때의 열정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림은 너희를 표현하는 하나의 방법이지, 너희를 억누르는 게 아냐. 나중에 그림의 노예가 되지 않았으면 해. 그리고 미술을 한다고 미술에만 집중하지 말고, 영화가 좋으면 영화도 보러 다니고, 여행도 다니고. 친구가 좋다면 다양한 친구들도 마음껏 만나봐! 미술을 제외했을때도 너희가 내세울 게 있는 사람이 되길 바라. 다양한 경험들은 결국 너희에게 큰 힘이 될테니까! 그리고 미술을 시작했는데, 미술이 너희와 맞지 않다는걸 알게 될 수도 있어. 이미 시간이 많이 지나서 돌이킬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해. 요즘 뉴스나 인턴프로그램 같은거 보면 알겠지만, 다양한 분야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결국 잘 풀리더라. 대학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 외길인생 걸어온 애들도 좋지만, 좀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이 좋지 않을까?
내신 절대 포기하지마! 절대로 절대로 내신을 포기하면 안되!! 이미 알고 있는 친구들도 있겠지만, 홍대는 내신 좋고 수능성적 잘나오면 교과로 한방에 들어올 수 있는 전형도 있다는 걸 명심했음 좋겠어!ㅋㅋ 그리고 내신이 안좋으면, 내신을 안보는 실기전형을 찾게 될거야. 실기는 3수가 기본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정도로 실력도 실력이지만 엄청난 운이 따라줘야 하는 과정이야.. 너희가 많이 상처받을 수 있어.
이 얘기들을 들으면 절망할 수도 있어. 하지만 고등학교 생활을 고통스럽게 빡빡하게 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 틀에 얽메이지 말고, 학교의 시스템만을 따라가지 말고 너희가 스스로의 방향을 제시하다 보면 힘들어도 즐거운 학교 생활이 될거고,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좋은 위치에 있을거야. 이 과정들을 조금은 즐겼으면 해!
Q. 홍대 지원을 망설이는 학생들에게 해줄 말이 있다면?
A. 미대를 지망하는데, 한국 최고 대학이라는 데는 한번 도전이라도 해봐야 하지 않겠어?ㅋㅋ 미대 지망생들은 사실 수시때 6개 다 쓰는 경우가 많지는 않아. 그러니까 써봐! 대신, 쓴다면 스스로에 대한 고민을 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으면 해. 어려운건 아니잖아? 부모님도 좋고, 친구들이랑도 얘기를 해보면 도움이 많이 될거야. 입시때 겁먹지 말고, 한번 불도저처럼 밀고 나가봐! 그래야 후회하지 않을거야
2. 면접
Q. 홍익대 면접 고사 내용을 말해달라.
A. 대기실이 꽤나 많았는데, 다 학생 수가 다르더라. 수능 보고 최저를 못 맞췄다고 판단한 애들이 안 온 것 같았어. 나의 경우 12명씩 들어갔어. 들어가면 면접순서를 알려주는데, 무작위 추첨이었어. 그리도 대기하는 동안 아무 자료도 못 보게 했어. 자는 친구도 있었고, 멍때리는 친구들도 있었고 면접 주의사항 종이 뒷면에 낙서하는 친구들도 있었어. 난 나눠준 종이 뒷면에 내가 준비했던 자기소개, 지원동기, 인상깊은 책의 답변들을 쭉 적어나가면서 생각을 정리했고, 난 1시간30분정도 그렇게 대기했어. 이름이 불려서 강의실 뒤편에 있는 문제푸는 부스 안에 들어갔고, 연필 2자루와 지우개를 받고 24분동안 문제를 풀었어. 안에 시계는 없었고, 끝나기 3분전과 끝났을때 밖에 있는 도우미분이 말해주셨어. 첫번째 문제는 3가지 사진을 주고 비교분석하는 문제였어. A.몬드안과 패션콜라보 작품 B. 앤디 워홀의 수프 캔 C. 쿠사마 야요이의 잡화점 공간디자인 사진이었어. 문제지를 한손에 들고 면접관님들한테 보여주면서 설명했어야 했어. 첫번째 문제부터 설명해보세요.라고 하셨어. “공통점부터 살펴보면, 첫번째는 모두 실생활이 담겨있다는 것입니다. A의 경우 의상이고, B의 경우는 사람들이 실제로 먹는 수프 캔이고, C는 실제 사람들이 거니는 공간을 디자인했기 때문입니다. 두번째는 모두 간단한 색채를 사용했다는 점인데요, A의 경우 기본 삼원색만을 사용했고, B와 C는 레드색상과 화이트 색상만을 사용했습니다. 세번째는 변형이 이루어졌다는 것인데, 이때 차이점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A의 경우 기하학적 평면그림이었던 몬드리안의 작품을 패턴으로 재해석해 이를 의상디자인으로 활용했는데, 평면을 입체로 바꿨습니다. B는 실제로 먹는 입체적인 수프 캔을 평면적으로 나타냈습니다. C는 원이라는 기본 조형요소를 반복하고, 크기의 변형을 통해 공간감을 나타냈습니다. 평면으로 입체를 나타낸 것이죠. 그리고 각각의 작품을 살펴보면,(여기서부터는 이미 알고 있던 작품내용이나 작가의 특징들을 말했어!) A는 기하학적인 무늬이지만 생명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마치 화려한 도시를 높은 곳에서 내려다본 느낌을 줍니다. B는 평소에 우리가 보던 것을 강조함으로서 너희가 이 대상의 본질에 대해 알아?라고 묻는 것 같으면서 복제가 이루어지는 산업혁명시대를 비판하는 느낌도 듭니다. C는, 우선 쿠사마 야요이는 어렸을 때 부모에게 학대를 당해 세상의 모든 것들이 점으로 보이는 병을 가지게 됐는데요, 이 작품을 통해 그녀만의 독창적인 세계관을 엿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다양한 크기의 원들을 굉장히 많이 사용했다는 점에서 잡화점의 특성을 잘 살린 것 같습니다.”라고 답했지. 얘기할 때, 조금 긴장되기도 하고, 아는 작가가 나와서 반가움에 흥분상태여서 그런지 중간중간 좀 버벅댔어. 쿠사마 야요이를 쿠사마 ‘뱌’요이라고 말하기도 하는 참사도 일어났었어..ㅜㅜ
음..그러면 가장 마음에 와닿는 작품은 뭐에요? 라고 추가질문을 하셨어. 사실 완전히 당황했어. 아무것도 마음에 와닿지 않았거든ㅋㅋ 3초 정적 뒤에 “ 저는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이 와닿는 것 같습니다. 그녀는 병을 가졌고, 자신의 아픈 점을 미술을 통해 치유하고 자신만의 그림으로 나타낸다는 점에서 저는 희망을 봤습니다. 그래서 마음에 와닿는 것 같습니다.”라고 답했어. 순발력이 필요했어..ㅜㅜ
혹시 좋아하는 콜라보 작품 있어요?라고 물어보셨어. 난 평소에 콜라보 작품에 크게 관심이 없었는데, 관심 있는 척했다가 더 깊은 질문 들어오면 큰일 날 것같아서 솔직하게 말했어. “저는 사실 콜라보레이션 작품에 관심이 많지 않아서 정확히 알지는 못합니다.”라고 하니까 교수님들이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이시더라고. 난 여기서 콜라보 관심 대신 전시회에 관심이 많았던 걸 조금 어필하려고 “그런데 제가 얼마 전 다녀온, ‘이상한 나라의 괴짜들’이라는 전시회에서 김지희 작가님이 인상깊었다고 생각했었는데요, 김지희 작가님은 늘 교정기를 낀 웃고 있는 소녀의 얼굴을 그리셨는데 교정기는 사회적 기준을 의미하고 소녀의 미소는 억지웃음입니다. 진실을 말하는 눈은 욕망을 나타내는 안경으로 가려져 있구요, 저는 이게 굉장히 마음에 와닿았었는데, 김지희 작가님 특유의 장식적인 형태를 활용해 백 브랜드와 콜라보레이션한 작품을 본 적이 있습니다. 정확한 브랜드명은 기억이 안나네요!”라고 답했어. 어쩌다 보니 김지희 작가님에 대한 tmi가 되버렸는데, 그만큼 내가 전시회를 가면 정말 진지하게, 주의 깊게 보고 온다!라는 걸 어필하려고 했어.
이제 두번째 문제로 넘어갔어. 문제는 앤디 워홀의 BRILLO박스가 중앙에 있었고, 나머지는 자유 상상해서 그림 그리는 방식이었어. 나는 정장 입은, 거대한 뚱뚱한 윤기 나는 남자가 박스 위에 앉아서 돈을 날리고 있고, 박스를 기준으로 가로선을 그려서 박스 위는 도시, 박스 아래는 지하인데, 지하에 있는 사람들이 서로 기어오르면서 박스를 받치고 있는 그림을 그렸어. 시간이 부족해서 도시는 그냥 네모난 건물 두어개랑 구름 그리고, 지하에 있는 사람들은 흔히들 말하는 졸라맨처럼 그렸어.
학생이 그린 작품에 대해 설명해줄래요? 라고 하셔서 설명했어. “네, 저는 우선 박스에 나와있는 영어 글자들을 살펴봤습니다. 첫번째 제가 발견한 것은 GIANT SIZE었고, 두번째는
SHINES ALUMINUM, 즉 알루미늄에 빠르게 광택을 낸다는 것이었습니다. 광택을 낸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자연 그대로의 상태를 보는 것이 아니라 인위적으로 변형시킨다는 뜻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라고 하니까 교수님이 피식 웃으시더라고. 긍정의 의미였다고 믿고 있어ㅋㅋ! “그래서 저는 믿음이나 돈으로 시민들을 현혹시켜 혼자 반짝반짝 빛나려는 일부 기득권층을 비판하고자 했습니다. 먼저 보시면, 그림은 하늘과 지하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국민들은 지상으로 나갈 길이 오직 BRILLO박스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헌신적으로 박스를 받치고 있는 반면, 박스에서 나온 기득권층을 나타내는 굉장히 뚱뚱한 남자는 윤기가 나고, 그는 돈이나 뿌리며 놀고 있습니다.”
그러면 이 그림을 채색한다면 어떻게 할거에요? “ 우선 기득권자는 시야가 넓게 세상을 바라볼 수 있기 때문에, 몬드리안의 작품처럼 화려한 색들을 활용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시민들이 있는 지하세계는 어둡고, 그들이 볼 수 있는 것은 오직 브릴로 박스로 시야가 좁기 때문에 희미한 흰색으로 흰색 빛만 보이게 할겁니다.”사실 당황해서, 뻔한 내용을 말하게 됐어ㅜㅜ그래서 문제1번의 몬드리안 작품 속 화려한 도시를 조금 언급했었지!
이제 문제 질문은 끝났어!
좋아하는 그래픽 디자이너나 뭐..그런거 있어요? 내 생기부에 3학년 진로희망사항은 아트디렉터였어! “그래픽 디자이너는 없구요, 존경하는 아트디렉터님은 있습니다. 늘 독특한 인터렉션 디자인으로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려 하는 아트디렉터인 이지철님을 존경합니다. 그 분은 다양성을 추구하는 마인드를 가졌는데, 그가 직접 창립한 회사인 자이언트 스텝의 모토가 ‘하고 싶은 것은 마음껏 하라!’ 라는 자유로움을 강조하는 것을 볼때 이를 알 수 있습니다. 그는 늘 다양한 사람들의 협업을 이끌어내고, 다양한 분야의 융합을 꾀하기에 데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아트디렉터셨습니다.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을 정확하게 파악해 끊임없이 자신의 역량과 전문분야를 넓혀나가고자 노력하는 부분이 존경스러웠습니다.”이 질문은 미리 준비해둔 거였어! 홍대 면접때 존경하는 사람을 많이 물어보더라구. 준비한 말을 할때, 외운 티가 안나게 일부러 조금씩 뜸을 들이면서 고민하는 척을 했어!ㅋㅋ 정말 약았지만, 외운것처럼 보이는 건 안좋기 때문에 약간의 연기가 필요해!
음..자이언트 스텝이 뭐하는 곳인지는 알죠? “네! 자이언트 스텝 자체가 다양한 분야로 구성돼있고, 그만큼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 이번에 평창동계올림픽에서는 태극공연의 CG를 담당해 외국인들이 한국에 대해 가지고 있던 안좋은 편견들을 깨고,한국의 고유성을 나타낼 수 있는 작품을 기획했습니다.”질문이 되게 날카롭지? 사실 굉장히 당황했어.. 존경하는 인물을 준비할 때, 진짜가 아니라 설정이라면 그 사람의 업적까지 확실하게 알도록 해! 그리고 알고보니 이 질문을 하셨던 교수님이 학교에 영상전공을 가르치시는 분이더라고..정말 놀랐는데 홍대 미대 교수님들은 정말 아는 것도 많으시고 경험도 많으셔서 철저하게 준비해가야해! 수박 겉핥기 식으로 준비해가면 교수님이 바로 알아 채실거야.
시간이 30초 남았는데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있어요? “네! 저는 미술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켜 사람들의 뜨거운 가슴을 차분하게, 차가운 가슴은 따뜻하게, 피끓는 분노는 감동으로, 모든 절망은 희망으로 바꿀 수 있는 미술을 하고 싶습니다. 저는 홍익대학교 미술자율전공학과에 합격해 이런 제 꿈을 이뤘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하니까 웃으면서 나가보세요~하시길래 “네!! 감사합니다!!”하고 소리지르고 나왔어ㅋㅋ 면접이 잘 풀렸다고 생각해서 흥분상태였거든..
내가 면접을 보면서 느낀건, 자신감이 제일 중요하다는 거야. 네가 말하는 것에 확신이 없더라도 당당하게 말해! 그럼 교수님들도 그냥 웃으면서 끄덕끄덕 해주시더라구. 그냥 오구오구 식으로 느껴져도ㅋㅋ그래도 분위기가 싸해지지는 않더라구. 난 그냥 계속 긍정에너지를 뿜으면서 면접 봐서 분위기는 되게 좋았어! 분위기가 중요한 것 같아. 그리고 이번 면접때 나온 작품의 작가들을 난 미리 알고 있어서 수월했다고 봐. 내가 모르는 작가가 나왔으면 팩트랑 감상을 같이 말하는 게 아니라 감상만 주구장창 말했을거야..난 면접 준비할 때, 다른학교 친구들의 미술교과서들을 모아서 작품들 쭉 보면서, 감상을 말로 하는걸 연습했어! 모르는 작품이 면접 때 나올 수 있으니까!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작가들도 한번씩 조사해보고 노트에 정리했었어.
3. 서류
Q. 입사미의 서류교육이 어떤 도움이 되었나?
A. 입사미는 겉치장에 집중하고 있던 나에게 정신 차리라고 말해준 것 같아. 대학에 내는 미활보는 퀄리티가 높아야겠지? 내 수준은 안받아줄지도 몰라. 라는 불안감 때문에 좀 더 현학적인 표현을 찾기도 하고, 내가 했던 활동들을 더 화려하게 보이게 꾸미기도 했어. 이렇게 쓴 초안을 입사미에 가져갔을 때, 선생님이 '네가 하고 있는 말들을 네가 진짜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지?'라는 질문을 던지셨는데, 답을 못하겠더라고. 정말 10분동안 정적이 흐르다가, 내가 답을 못하겠다고 했어. 겉치레에 집중하지 말고, 너의 있는 그대로를 써오라고 하셨어. 그래서 난 거의 7시간동안 쓴 초안을 다 뒤엎고, 고민에 빠졌었어. 고민 끝에 하나하나 정말 솔직하게 써내려가다 보니, 초안을 다 쓰는 데 이번에는 정말 2시간정도밖에 안걸리더라. 선생님한테 칭찬받았을 때 어찌나 짜릿했던지..이런 게 진짜 입시구나. 싶었어. 남을 속이는 방법을 배우는 게 아니라, 나를 진솔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찾는 것 말이야! 이 마인드를 면접까지 갖고 갔어. 교수님을 속이려 하지 말고, 솔직하고 담백하게 얘기해서 교수님이 나에 대해 더 알아가고 싶게 하자!라고 생각했어. 그리고 이게 결국 빛을 발한 게 아닐까 싶어.
Q. 이전 미술학원이나 학교, 혹은 기타 학원 등에서 서류 교육을 받아 보았다면 그것과 비교해서 서술할 것
A. 사실 우리 학교는 미대를 수시로 보내는 것 자체가 내가 최초여서 베이스가 없는 상태였어. 선생님한테 개인적으로 서류 교육을 받았는데, 끝나고 나서 한숨밖에 안나오더라. 그냥 멋져보이는 예시 몇 개 주시고, 이런 식으로 해봐~가 끝이였어. 진짜 어이없지?ㅋㅋ 첨삭 받으러 가지고 가도 그냥 모범답안이랑 비교해보고.. 난 나에 대해 쓰는게 아니라, 그냥 모범 답안 속 그 사람을 각색한다는 느낌밖에 안들더라구. 그렇다고 해서 선생님에게 내가 어떤 사람인지 막 설명하려 드는건 시간낭비라고 생각했어. 왜냐하면 사실 나도 나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태였거든. 이게 입사미랑 달랐던 것 같아. 학교에서는 답을 먼저 던져줬고, 입사미는 나만의 답을 찾기를 요구했다는거야. 사실 누군가가 계속해서 나 자신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건 누구한테나 생소한 경험일거야. 그만큼 고민이 많이 필요한 과정이었어. 그리고 그 고민들이 모여서 나에게 자심감이 됐던 것 같아.
4. 기타
Q. 입시를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을 해준다면?
A. 입시를 너무 고통스럽고 두려운 과정으로만 생각 안했으면 좋겠어. 입시라는 게 고통이 없을 수 없는 거지만, 중간중간 즐기는 게 정말 중요한 것 같아. 그게 끝까지 달리는 원동력이 되거든.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라는 말이 정말 맞는 것 같아. 개인적으로 미대 입시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특권이 아닐까 생각하는데, 공부를 하다가 너무 힘들면 전시회도 가끔은 보러 다니고, 영화를 너무 좋아한다면 영화를 가끔씩 봐도 좋아. 그래도 예술을 하겠다는 사람이 문화생활을 하나도 안한다는건 상식적으로 말이 안되잖아? 대신 그냥 아무생각없이 놀러간다고 생각하지 말고, 뭘 경험하고 왔으면 보고 느낀걸 한번 쭉 써봐. 이런 게 나중에 모여서 미활보에도 들어가는 거거든! 그리고 공부를 안한 시간만큼 좀 더 열심히 하면 돼.
그리고 미대 입시를 준비하다 보면, 공부와 그림 사이에서 고민해야 하는 순간들이 정말 많이 올거야. 이럴 때는 무조건 공부를 택했으면 좋겠어. 너희가 아무리 활동을 화려하게 하고, 면접을 기똥차게 잘봐도, 수능최저를 못 맞추면 다 말짱 도루묵이거든. n수를 할거라면 준비했던 과정들이 중요한 밑거름이 되겠지만, 목표가 몇년 더 해서 성공하는건 아니잖아? 공부는 정말 놓지 않았으면 좋겠어. 너희가 계속해서 미대입시를 준비하다가, 고2나 고3이 돼서 미술이 정말 안맞아서 길을 바꿔야 할때도, 내신이나 수능이 잘나오면 다른 과를 교과로 써도 돼. 공부를 챙겨두면, 갈 수 있는 길이 정말 많아져. 쉽지 않은 과정이겠지만, 대학이 절실하다면 너희에게 길은 열릴거라 믿어!
대학에 막상 와보니, 자기는 어렸을 때부터 미술밖에 안해서, 미술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할 줄 아는 게 미술밖에 없어서 미대를 왔다는 친구들도 있더라고. 마음이 아프더라. 정말 미대가 절실한데도 못 온 친구들이 생각나서 마음이 아프고, 힘들게 대학 와서도 방황하는 그 애들의 허무함 때문에 마음이 아팠어.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너희가 진정 원하는 것을 찾고, 그 길로 갔으면 좋겠다는거야. 부모님의 강요로 미술을 택한 애들도 분명히 있을거야. 대학에 와보니, 수업과정들이 미술을 억지로 한 애들이 결코 견딜 수 있는 과정이 아니더라. 그래서인지 휴학하거나 자퇴하는 사람도 은근 많아. 너희가 미술을 진정 좋아한다면 이 길로 그대로 가도 좋아. 하지만 그런 게 아니라면 한번쯤 고민해보는 게 좋을 것 같아. 대학 와서도 방황하는 친구들이 많아서 하는 말이니 꼭 새겨들었으면 좋겠어!
Q. 끝으로 하고 싶은데 하지 못한말이 있다면?
A. 입시 과정을 꼭 대학에 가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미래의 나를 위한 기초 토대를 쌓는다, 즉 준비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아! 너 자신을 게임처럼 점점 레벨업시키는 느낌이 들면, 입시라는 과정이 나름 재미있게 느껴질거야. 실기능력, 드로잉이나 채색은 너희의 생각을 전달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야. 수단에 집착하지 말고, 너희의 본질, 알맹이라고 부르지? 너희의 생각을 키우는 데 중점을 두는 게 좋을 것 같아. 자기 주관이 뚜렷한 게 너희 스스로에게도 좋고, 교수님들도 좋아하셔! 전시회도 많이 다니고, 영화같은 것도 많이 보고, 책도 읽고, 강연도 듣고! 입시를 그냥 너희 스스로를 찾아가고, 키워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어. 그러다보면 어느새 좋은 결과를 맞이하게 될거야! 대학을 와보니, 수업이 정말 자유로워. 자기만의 생각이 없으면 안되겠더라구. 교수님이 이런걸 그려라! 하시는 게 아니라, 이 재료를 이용해서 아무 주제로 자유창작해봐! 하고 그냥 냅두셔ㅋㅋㅋ정말 난감해. 평소에 자유롭게 창작활동도 마음껏 해봐! 일주일에 한번 정도는 실기를 하는 것이 괜찮지 않을까 싶어! 하루종일 말고 좀 짧게나마! 그러면서 스트레스도 풀고 그림에 대한 애정도 조금씩 생기고 그래ㅎㅎ
입시를 각자만의 방법으로 준비하고 있겠지만, 너희의 정체성이 희미해진다는 생각이 들면 바로 stop!할 줄 알아야 해. 예를 들어서 디자이너가 되고는 싶은데, 무슨 디자이너가 될지도 모르겠고, 일단 대학은 들어가야 될 것 같아서 억지로 뭔가를 하는 상황들이 반복되다 보면 스스로가 상처도 많이 받고 회의감도 들거야. 그럴때는 터닝포인트가 필요하다는 걸 명심해!
지금은 밤새 그림을 그리거나, 밤새 공부하는 것들이 정말 힘겨울때도 많을거야. 대학을 오면 똑같이 과제 때문에 야작을 하는 상황이 생기지만.. 대신 대학에서는 친구들과 다함께 치킨도 시켜먹으면서 밤새 수다떨면서 즐겁게 작업할거야. 상상만 해도 즐겁지 않니 *^ㅁ^*!!
꼭 학교에서 봤으면 좋겠어! 합격하고 이 수기를 읽었다고 연락주면 밥 사주면서 학교 생활 팁 공유해줄게ㅎㅎ 그때까지 화이팅!
수능을 망치고 정시는 어떻게 준비했나?
🏆
박00
-
홍익대학교 미대자율전공
1. 입시전략
Q. 본인의 미대입시 준비 과정을 돌아본다면?
A. 저는 고등학교 2학년 6월부터 미술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어요. 대형학원에서 서울대 실기를 위주로 하는 반에 들어가서 1년 반정도 서울대를 바라보며 실기를 했어요. 고등학교 3학년 6월이 되어서야 제가 홍대에 지원할 성적이 된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고3 때는 홍대 준비를 짧게 밖에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서울대 실기도 떨어지고, 수능 1주일 전 홍익대 2차 서류 심사에서도 떨어졌어요. 수능 때까지 제대로 집중을 못했어요. 이미 재수를 예감하고 있었습니다. 수능도 제가 받아보지 못했던 점수로 정말 망쳤어요. 미술학원에 제 점수를 써내면서 많이 울었습니다.
Q. 수능을 망치고 정시는 어떻게 준비했나?
A. 수능 이 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기초디자인을 처음 배워서 건대 커뮤니케이션 디자인과와 패션 디자인과, 가천대 시각디자인과에 지원했습니다. 물론 준비하면서 꼭 건대에 붙겠다는 마음으로 매일매일 열심히 했지만 건대 떨어지면 재수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좀 높게 썼어요. 홍대와 서울대를 지원했던 만큼 눈이 높았거든요.
Q. 재수 때는 어떻게 준비했나?
A. 결국 셋 다 떨어지고 바로 재수를 했고, 입사미는 재수 4월달부터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성적이 뒷받침을 해줘야 실기를 제대로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재수하는 동안에는 1달 정도 일주일에 8시간 국민대 실기를 하다가 또 성적이 불안해져서 바로 그만두고 공부와 홍대 서류에만 집중했습니다.
Q. 서울대 준비 과정을 돌아본다면?
A. 고3 때 수시를 준비하면서 내내 서울대에 치중했고 매주 금,토,일과 방학 때는 특강을 나가면서 준비했습니다. 제가 재수를 하면서 가장 후회했던 게, 고3 때 서울대에만 집중했던 거예요. 서울대의 예상하지 못하는 문제 유형과 정말 높은 경쟁률을 생각한다면 학생들이 거치기엔 너무 위험한 입시라고 생각해요. 근데 학원의 커리큘럼을 따라 배우고, 칭찬도 받고 하면서 100명 중 한명이 나일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도 들고, 전과목 3등급(수능최저)이란 말이 참 쉬워 보였어요. 실기학원을 다니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작정 모의고사 성적 3등급이 된다고 다 서울대를 준비하는 건 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또 그렇게 시키는 학원도 문제가 있는 학원이라 생각이 들어요. 저는 모의고사 볼 때만 해도 당연히 다 3등급은 나오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4등급도 나왔어요,,,
그리고 서울대는 정말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내신 성적이 되는 친구들이라면 홍대를, 내신이 부족하다면 다른 정시 학교를 우선 순위로 두고 서울대를 부로 준비하는 게 더 안전한 입시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학원들의 너무 낙관적인 말을 다 믿으면 안됩니다!
Q. 주변 친구들의 입시 결과는 어땠는가?
A. 저를 포함해서 같이 미술학원을 다녔던 친구들 대부분 재수를 했습니다. 그제서야 서울대에만 치중했던 게 후회되더라고요. 미대가 재수를 많이 한다지만 이렇게 많이 할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서울대를 잘 보내는 학원은 세상에 없습니다.. 아무리 잘 보낸다 해도, 서울대 공예, 디자인 다 합쳐봤자 35명 밖에 되지 않아요. 35명 정원에 모든 것을 걸고 입시를 하는 것을 추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합격도 어려울 뿐더러 예측하기도 힘든 학교예요. 여러분은 좀 더 똑똑한 입시를 하길 바라요.
Q. 홍대는 물론 이대까지 합격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A. 착실한 학교 생활이 중요한 거 같아요. 저는 일반고를 나왔어요. 이대는 예고가 많이 붙는다고 그래서 전혀 기대하지 못했는데 붙은 걸 보면 학교에서 꾸준하게 보여준 미술 활동과 미술 외에 영역에서도 성실하게 참여했던 게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생각해요. 저는 홍대를 쓰겠다는 생각은 고 3 6월에서야 했지만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학교에서 미술활동을 직접 만들고 챙겨서 했어요. 매 학년마다 반 친구들끼리 모임을 만들어서 각자 원하는 분야에 대한 책이나 ted강연을 보고 발표하고 서로 토론하는 활동도 했고, 수업시간에도 미술에 관련된 거라면 작은 것이라도 다 참여했습니다. 그 외에 영역에서는 학교에 모든 대회에도 나갔고, 반장이나 동아리 부장도 했어요. 저는 대회에서 거의 대부분 장려상을 탔는데 어떤 성적을 냈느냐보다 얼마나 적극적인 자세로 전반적인 학교 생활에 임했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저희 학교가 생활기록부를 좀 잘 챙겨주는 학교로 지역 내에서 유명하기도 했고, 저도 선생님들과의 관계가 다 좋아서 미술 선생님뿐만 아니라 국어, 수학, 과학 등 모든 선생님들이 세부 특기사항도 다 자세하게 적어 주신 것을 보고 학교 생활을 성실히 했다고 판단하신 것 같아요. 그리고 버리는 과목 없이 전과목 성적을 고르게 챙긴 것도 홍대와 이대 모두 합격할 수 있었던 큰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Q. 실기학원을 고민하고 있는 학생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말이 있나?
A. 저는 정말 실기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근데 어떤 실기를 할 지 잘 생각해야 해요. 미술을 하겠다고, 미대에 가겠다고 다 실기 학원에 가야 하는 게 아닌데, 저도 그렇고 대부분의 친구들이 바로 학원들의 부풀려진 광고를 믿고 실기 학원으로 갑니다. 그리고 대부분 시키는 유형의 실기를 합니다. 서울대 붙으면 정말 좋지만 학생들에게는 정말 위험한 입시라고 생각해요. 그 위험을 안고 서울대를 정말 가고 싶다면 한번 도전하는 것도 좋지만 떨어졌을 경우를 가정하고 철저하게 대비해야 해요. 무작정 시키는 실기를 할 게 아니라 나에게 맞는, 내가 올바르게 선택한 입시를 하는 자세가 필요해요.
Q. 홍대 지원을 망설이는 학생들에게 해줄 말이 있다면?
A. 객관적인 성적이 갖춰진 이상 수시의 기회를 버리는 건 아깝다고 생각해요. 경쟁률 면에서도 홍대가 상대적으로 가능성이 높은 학교이기도 하고요. 서류 쓰는 데 시간이 많이 들까봐 걱정하는 게 아마 가장 클 것 같아요. 실기하는 시간에 비하면 시간이 많이 드는 건 아니에요. 실기시간을 조금 줄이고 서류와 공부 시간을 조절한다면 충분히 서류를 쓸 수 있을 거예요.
2. 면접
Q. 본인의 면접 고사 내용을 말해달라.
A. 바로 그림 비교 문제를 풀었어요. 긴장해서 손도 많이 떨었는데 교수님께서 웃으시면서 편하게 하라고 말씀해 주셔서 긴장 풀고 면접에 임할 수 있었어요. 저는 비교를 하면서 말 순서를 정리하지 못했는데 여러분이 면접을 준비하실 때는 꼭 말 하는 순서를 정리하시는 게 도움이 되실 것 같아요. 그리고 딱 한 문장만이라도 남들이 잘 하지 않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저는 몬드리안의 작품과 그 작품이 담긴 입생로랑의 원피스의 사진을 보면서 기존의 원피스 형태와 입생로랑의 원피스 형태를 비교해보기도 했어요. 객관적인 비교를 하면서도 자신만의 생각을 보여주시길 바라요.
추가 질문 없이 바로 그림 그리는 문제 풀이를 했어요. 저는 문제를 풀면서 제가 잡은 주제가 너무 평범하다고 생각했지만 더 좋은 생각이 안 나서 그냥 빨리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앤디워홀의 브릴로 상자를 보고 저는 앤디워홀의 실크스크린을 통한 복제가 생각났고 이에서 다 똑같이 생긴 가족, 다 똑같은 모양을 하고 있는 현대인들이 생각나서 5명의 얼굴을 브릴로 상자로 똑같게 만들어서 가족 사진처럼 그렸어요. 그리고 가장 어리고 매체의 영향을 덜 받은 막내만 잭슨폴록의 작품처럼 어디로 튈 지 모르는, 다시는 똑같이 그릴 수 없는 무늬를 담은 옷을 입혔어요. 제가 하고 싶은 말을 막내에게 투영시켜서 왜 우리는 다 똑같아요? 라고 묻는, 현대인의 남을 의식하고 다 똑같아 지는 문제점을 담아내려고 했습니다. 아마 이런 주제 의식을 가진 사람이 많았을 거예요. 그래도 그 와중에 내 주제 의식을 어떻게 조금 다르게 전달할까 고민했던 게 좋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는 이 작품을 제목을 짓는다면 어떻게 할거냐, 어떤 사람이 되고 싶고 그걸 위해서 무엇을 배우고 싶냐 그런 것들을 물어보셨어요.
저는 제가 예상 질문으로 준비했던 거라서 준비한 대로만 말하고 분위기 좋게 면접이 끝났어요. 하고 싶은 말 다 하고 후회 없이 면접장을 나와서 만족했어요. 비교문제, 그림 그리는 문제는 많이 말 해볼수록 느니까 많이 연습하고 또 기본 면접 질문에 대한 답변을 철저히 준비하는 게 좋아요. 전 정말 준비한 대로 여쭤 보셔서 면접 잘 볼 수 있었어요. 면접할 때 쫄지 말고 하고 싶은 말 다 하신다면 좋은 결과 있을 거예요!
Q. 입사미의 면접 수업이 어떤 도움이 되었는지?
A. 지식 암기가 아니라 생각하는 법을 가르쳐 줬어요. 문제 풀이를 많이 해 보는 것도 면접 때 말을 유창하게 하는 데 필요하지만 입사미에서는 양보다는 질의 수업을 해요. 깊이 있게 생각해보고 그 사고의 방향을 배우는 게 도움이 됩니다. 수강생이 많은 만큼 학원에서 배운 방향을 개인이 많은 기출 문제에 적용해보고 말하는 연습을 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면접을 위해 올려주시는 영상 자료나 글들도 저는 꼼꼼히 읽고 면접 때 배경지식으로 잘 써먹을 수 있었어요.
3. 미술활동보고서
Q. 입사미 서류 수업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A. 전에 다녔던 입시 학원에서도는 한 문장 한 문장 고쳐 주셨습니다. 그래서인지 처음 입사미에서 수업을 받았을 때는 불안함이 있었습니다. 근데 상담을 거듭할수록 입사미의 방법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군가 한 문장을 고쳐주는 것보다 큰 맥락과 이야기를 담아내는 것이 더 중요하니까요. 제가 미술을 하는 이유, 디자인을 하는 이유를 찾아가는 과정이 홍대 입시에서 더 중요한 부분이라고 느꼈습니다. 입사미에서는 제 생기부를 보시면서 제가 어떤 성향을 가졌는지, 어떤 활동을 많이 했는지, 또 미술활동이 아닌 영역에서도 저의 큰 틀을 파악하시는 모습에서 믿음이 갔어요. 이 전 학원에서도 생기부를 활용하기는 했어요. 하지만 입사미에서는 생기부를 읽어내고 저에 대해 파악하는 수준이 좀 달랐던 것 같아요. 훨씬 더 깊이 있게 저에 대해 파악하고, 저에 대해 제 스스로 알 수 있게 도움을 줬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좀 힘들어요. 그냥 내가 쓴 문장을 다듬는 수준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저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해야되니 답답하고 괴롭고 힘들었어요. 하지만 그 과정이 오히려 '여긴 좀 다르다', '재밌다'는 생각으로 변하게 되었어요. 특히 종합란 작성을 할 때 입사미의 방식이 끌렸어요. ‘어렸을 때부터~’ 이런 뻔한 미술 이야기가 아니라 미술과 관련한 저만의 상상과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어서 하나의 잘 읽히는 서류가 나왔어요. 저의 성향과 제가 그리는 그림들의 큰 이야기를 끄집어 내 주시는 게 입사미의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써 내려 가는 과정에서 다시 틀어진 방향을 잡기도 하고, 조금 더 디테일하게 내가 설정한 학생으로 더 잘 보일 수 있게 수정해 나갈 방법을 함께 모색합니다. 흔들리지 않는 중심축을 잘 설정한 게 서류를 작성하면서 가장 큰 도움이 됐습니다.
Q. 마지막으로 수험생들에게 해줄 말이 있다면?
A. 내가 열심히 한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더 열심히 더 치밀하게 준비해야 해요. 공부도 다 안다고 생각해도 더 보고 더 외우고, 서류도 정말 더 이상 질려서 못 보겠어도 꾹 참고 볼 정도로 정말 내가 생각한 것 이상의 노력을 쏟아야 해요. 그리고 불안해하지 말고 자신을 믿어야 해요. 전 현역 때는 당연히 대학 갈 줄 알았는데 재수를 하니까 삼수할거 같고 정말 너무 불안해서 계속 선생님이 좋다고 할 때까지 확인 받으려고 했었어요. 불안하지 않을 때까지 스스로가 완벽하게 입시를 준비하는 게 최선이겠지만.. 그러기 쉽지 않죠ㅠㅠ 자만이 아니라 노력과 계획을 근거로 불안해하지 말고 나를 믿는 게 정말 필요한 자세라고 생각해요. 전 그러지 못해서 정말 힘들었거든요. 모두 파이팅!!~!
고려대 합격의 비결
🏆
이예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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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디자인조형학부 합격
1.면접 준비방식
면접은 입사미 학원에서 준비했습니다. 해도해도 모자르고 하면 할수록 불안한 것이 준비라고들 이야기합니다. 저는 자신에 대해 본인이 세워놓은 기준치만큼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정말 불안해하는 사람입니다. 따라서 현역 시절에 비록 최저를 맞추지 못해 대학 최종의 문턱에서 떨어졌지만 입사미에서 준비했던 면접 덕분에 면접장에서의 좋은 기억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이 떠올라, 입사미를 한 번 더 찾아 면접을 준비했습니다. 학원에서 이야기하는 모든 면접의 기반은 홍익대학교였고, 홍익대학교의 면접을 기준으로 다른 대학교의 면접을 준비하는 형식으로 진행됐습니다. 조형요소, 조형원리에 대한 내용을 파악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나누어 주신 프린트물을 암기하고, 미술사에 대한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입사미 프로그램 중 하나인 ‘아트로직’을 수강했습니다. 무작정 암기하는 미술사가 아닌, 미술이라는 하나의 큰 흐름을 자연스레 이해하고 배운 내용을 쉽게 홍익대학교 면접에서 적용할 수 있었기에 현역 시절과 재수할 당시에 모두 듣게 되었습니다. 입사미에서 면접을 준비할 때, 모의 면접에서 저의 자세, 언행, 습관, 시선처리 등의 제 모습을 카메라로 담아 보내주셨습니다. 이를 모니터링하며 짧은 면접 준비 기간동안 작았던 제 목소리, 눈으로만 웃었기에 마스크에 가려 자칫 우울해보일 수 있는 표정 등 많은 것들을 고칠 수 있었습니다. 이후, 홍익대학교 면접이 아닌 일반 면접, 서류 기반 면접을 도와주시는 선생님들께서 특정 활동에 대한 활동 내용, 어떤 활동들을 했는지 제 생활기록부를 낱낱이 파헤쳐 살피시고 질문을 던져주셨습니다. 이를 통해 저는 전보다 제 생활기록부에 쓰여있는 내용들에 대해 저 자세하게 알게 되었고, 선생님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에 했던 질문과 대답들을 복기하고 집에서 대답이 미흡했다고 생각하는 부분들을 생활기록부에서 찾아 쓰거나 관련된 자료를 찾고 제 느낀점까지 추가하여 보다 완성도 있는 대답을 만들어내고자 노력했습니다. 또한 제 생활기록부인만큼 제가 모르는 부분이 없다고 생각했기에 활동명, 활동내용, 느낀점 등을 적어 가지고 다니며 ‘이것이 어떤 활동이냐’고 물어봤을 때, 막힘이 없을 정도로 암기했습니다. 또한 그날의 컨디션도 중요하다고 생각했기에 수능이 끝나고 2~3일 정도는 생활기록부를 살펴보며 푹 쉬어주었습니다. 그 후부터는 다시 수면 패턴, 식습관을 면접 시간과 맞춰 생활했으며 자세와 언행은 하루 아침에 고쳐지는 것이 아니기에 입사미 학원에서 보내준 영상을 모니터링하며 말도 평소보다 예쁘게 사용하고 허릴 곧게 펴 올바른 자세로 앉아있는 연습을 했습니다. 평소에 준비를 일상화 했을 때, 당일의 컨디션이 완벽하진 못하더라도 준비를 일상화 했기에 하던대로 한다면 그 내용을 전부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최대한 입사미 시스템의 도움을 받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전부 찾아 면접 보는 당일에 최상의 컨디션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2.면접의 진행 방식
미디어학부 건물의 강당에서 대기를 하고 있으면 진행 요원들이 한 명씩 호명을 해주십니다. 진행 요원을 따라 미디어학부의 계단을 타고 지하로 내려가면 내부가 훤히 보이는 회의실이 복도를 따라 주욱 늘어서 있습니다. 그 방들의 문 앞에 놓여있는 탁자와 의자에 짐을 올려놓은 뒤, 노트북과 마이크를 제외한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하얀 방에 들어가 노트북 앞에 앉습니다. 그렇게 노트북에 교수님들의 얼굴이 뜨고 면접이 시작됩니다.
3.질문
고려대학교 디자인조형학부를 지원하게 된 지원동기?
: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공간을 디자인하고 싶습니다. 교내 미술 전시를 진행하면서 고간의 변화가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 크게 와 닿았습니다. 공간의 변화로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위해서는 공간과 사람이 어떤 식으로 상호작용 하는지,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공간적 요소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에 대해 총체적으로 알아야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고려대학교 디자인조형학부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공간을 디자인하고자 하는지?
: 아까 말씀 드렸다시피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공간을 디자인하고 싶습니다. 코로나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사람들의 정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공간, 꼭 코로나 뿐만 아니더라도 사람들에게 있어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공간을 디자인하고 싶습니다.
인상깊었던 활동은 무엇이었는지?
: 교내 미술 전시 활동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교무실 앞이라는 딱딱하게 느낄 수 있는 공간을교내의 누구나 와서 전시품들을 감상하고 그들을 체험하는 공간으로 만들어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 수 있었습니다. 공간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 지에 대해 몸소 깨달을 수 있었고, 공간 디자인을 하고자 하는 계기가 된 활동이었기에 교내 미술 전시라는 활동이 학교에서 했던 활동 중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ㄴ교내 공간 디자인을 했을 때 어떤 식으로 구성했나?
: 테이블 위에 채도가 낮은 붉은 벨벳 재질의 천을 깔아 깔끔하고 작품이 돋보일 수 있게 했고 교무실 앞의 공간까지 올라오는 계단에는 교무실에 가까워질수록 더 많은 작품을 볼 수 있도록 하여 전시에 대한 관심을 유도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더불어 천장에 학생들의 작품인 드림캐쳐를 달아 직접 만져 체험할 수 있도록 하여 전시를 관람하는 이들이 관심과 흥미를 유발할 수 있도록 공간을 디자인했습니다.
ㄴ교무실 앞이라는 공간의 천장에 작품을 설치했다고 하는데, 이는 공간디자인이 아닌 설치미술아닌가?
:좁은 범위에서 보면 설치미술, 넓은 범위에서 보면 공간디자인이라고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ㄴ그렇다면 공간디자인과 설치미술의 차이점은 뭐라고 생각하는가?
: 둘 다 공간을 활용하는 것에서 공통점이 있지만 공간디자인은 사용자를 고려하여 미적으로 디자인 하는 것이라면 설치미술은 작가의 의도,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작품을 공간에 설치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공간디자인이 설치미술을 포함할 수 있는 조금 더 넓은 범위의 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과학 성적이 높은데 열심히 공부한 이유가 있나?
: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공간을 디자인하기 위해서는 사람을 잘 이해해야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생각했을 때, 과학이 사람을 생물학적으로 가장 잘 파악할 수 있는 과목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흥미를 가지고 열심히 공부했고 그 결과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과학 뿐 아니라 다른 과목도 마찬가지로 열심히 공부한다면 그 경험이 나중에 사람을 이해하고 그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들을 잘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모든 과목에 최선을 다 해 공부했습니다.
고려대학교 디자인조형학부에 들어와서 어떤 디자이너로 성장하고 싶은가?
: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공간 디자이너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라고 말씀 드린 후, 이유를 말씀 드리려고 할 때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나 교수님들께서 그쯤하면 됐다고 말씀 주셔서 면접을 종료하게 되었습니다.
4.교수님의 모습, 태도는 어땠는가?
원래는 진행 요원이 말씀 주신 것처럼 제가 준비가 되었으면 시작 버튼을 누르고, 그 신호를 받은 교수님들께서 면접 시작 버튼을 눌러야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고 면접이 시작되지만 오류가 있었는지, 면접 시간이 앞에서 지체가 되었는지 저는 앉자마자 교수님들의 얼굴이 화면에 나오게 되었고 바로 면접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아무것도 없고 개미 한 마리도 기어 다니지 못할 것 같은 반도체 공장 같은 분위기의 회의실에서 울리는 제 목소리와 교수님들의 목소리를 들으니 여태 하지 않았던 긴장감이 한 번에 몰려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머릿속이 면접이 진행되는 회의실의 하얀 벽처럼 하얘지는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나이가 지긋하신 남자 교수님과 여자 교수님 두 분이 면접을 진행 하셨습니다. 지원동기, 어떤 디자인을 하고자 하는지, 학교에 들어와서 어떤 디자이너로 성장하고 싶은지 같은 기본적인 질문은 남자 교수님께서, 구체적인 활동과 그와 관련된 세부 질문들은 여자 교수님께서 해주셨습니다. 기본적으로 남자 교수님께서는 인상이 포근하시고 나긋나긋한 말투로 질문을 해주셔서 빨리 정신을 차릴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자 교수님께서는 정말 생각지도 못한 질문을 계속해서 하시고 대답을 드렸을 때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해주셨지만 날카로운 질문을 처음 받았을 때 그 충격은 빨리 가시지 않았습니다. 당황하면 얼굴이 정말 빨개지기에 당황한 티를 정말 많이 내고 왔지만 준비한 것을 모두 보여드리기 위해 질문에 대한 대답 하나하나 정말 최선을 다해 답변을 했습니다.
5. 압박면접은 아니었는가?
압박 면접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교수님들께서는 결코 학생들의 상식에서 벗어난 질문을 하시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본인이 판단하기에 본인의 학업, 면접을 보는 대학교와 관련되지 않은 질문을 했을 때 모른다고 솔직하게 대답을 하더라도 면접에 있어 큰 마이너스는 없을 것입니다. 정말 단순히 이 학생이 얼만큼 알고 있는가 궁금한 마음에 교수님들께서 물어보셨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잘 대답을 하게 된다면 플러스 요소가 되겠지만 그렇다고 대답을 못했을 때 마이너스가 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6. 옷, 차림새, 화장의 정도
옷은 최대한 깔끔하고 학생답게 보일 수 있는 옷이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현역 시절에 입었던 옷을 그대로 입고 갔습니다. 흰 블라우스, 채도 낮은 청록색 긴팔티, 검정 슬렉스, 검정 코트를 입었습니다. 코트는 거추장스러울 수 있다고 판단되어 면접실에 들어가기 전에 테이블에 개인 물품들을 놓을 때 같이 벗어두고 면접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마스크를 쓰고 진행했기 때문에 마스크 위의 인상이 중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마스크 위로 볼 수 있는 외적 요소 중에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머리와 눈썹이라고 생각했기에 반곱슬인 머리는 아침에 고데기와 드라이기로 전부 깔끔하게 폈고, 눈썹은 깔끔하게 다듬어 빈 곳만 채우는 정도로 정리했습니다. 피부의 상태도 중요하다고 생각했기에 화장을 두껍게 하기보다는 이마의 잡티를 가리는 정도로만 가려주었고 마스크를 벗는 상황을 고려해 정말 연한 색이 들어가 있는 립밤만을 발라 혈색이 돌 수 있도록 화장을 했습니다.
7.떨지 않을 수 있는 꿀팁
정말 준비만이 답이라고 생각합니다. 중대한 일을 앞두고 그 일이 생각한대로 완벽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하는 완벽한 준비는 없겠지만 그래도 최대한 일어날 일에 대한 모든 경우를 생각해 최선을 다해 준비한다면 준비할수록 안정을 찾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준비를 어느정도 마치고 본인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아니면 누가 이 학교를 가?’, ‘이렇게까지 준비하는데 학교가 나를 뽑지 않는다면 인재를 놓치는 것이다’ 등과 같이 여태껏 잘 해왔던 본인에게 지속되는 채찍질보다는 따뜻한 말 한마디와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는 말을 끊임없이 해주었습니다. 더불어 어느정도 마음을 내려놓는 것이 중요합니다. 포기하라는 소리가 아닙니다. 이렇게까지 준비했는데 합격되지 않는다면 나보다 더 준비한 사람들, 3년동안 나보다 열심히 살았던 사람들이 붙는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정말 준비를 많이 했기에 마음을 조금 편하게 하는 위의 말들을 끊임없이 되뇌여 면접에 들어갔을 때 조금의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여지를 본인에게 줄 수 있었습니다. 준비, 무엇이든 최선을 다하겠다는 마음가짐, 준비한만큼 그에서 우러나오는 여유와 자신감, 편한 마음가짐 이것들이 제게 있어 면접장에 들어가서 떨었더라도 금방 정신을 차리고 여유를 가질 수 있게 해 준 요인들이었습니다.
"성공과 실패의 갈림길, 어떤 길을 선택했나요?"
🏆
한승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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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대학교목조형가구학과합격
Q. 본인의 미대입시 준비 과정을 간략히 설명해주세요.
미대에 진학하기로 결심한 건 고등학교 1학년 초반이었습니다. 저랑 같은 진로희망을 가지고 있던 친구가 미술부에 들어갔다는 얘기를 듣고 저도 급하게 미술부에 들어간 후로 자연스럽게 미대 진학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미대하면 떠오르는 대학은 홍익대 밖에 없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홍익대학교 입시에 대해 알아보게 되었고, 제 진로와 맞는 과가 있어서 그 과를 최종 목표로 잡고 입시를 시작했습니다.
제대로 된 입시 미술은 고1 여름방학 이후에 시작했습니다. 첫 입시학원은 홍대 근처의 대형학원이었고 그곳에서 약 8개월 동안 그림을 배웠습니다. 첫 4개월은 고1 예비반에서 초상화, 컷 만화, 소묘연습, 크로키 등 다양한 그림 수업을 받았습니다. 그 후 4개월은 고2 입시반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기초디자인을 준비했고, 매주 1회 이상 연합시험을 보며 굉장히 많은 주제와 제시물들을 표현하는 연습을 했습니다.
국민대, 연세대 등 여러 대학의 실기 대회도 준비하기 위해 주 4-5회 학원을 다니면서 실기에 엄청나게집중을 했지만, 이후 과도한 실기가 저의 입시전략에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공부의 비중을 높이고 실기를 같이 준비할 수 있도록 소형미술학원으로 옮겼습니다. 미술학원에 다니는 시수도 주 2회로 줄였고, 남는 시간에는 홍익대 서류전형을 준비하기 위해 미활보에 관련된 활동을 주로 했습니다.
Q. 다양한 특성의 미술학원을 경험했네요. 각각의 장단점에 대해 느낀 점을 말해주세요.
입사미를 다니기 전에 총 두 개의 미술학원을 다녔습니다. 하나는 누구나 다 알만한 대형 학원이었고 다른 하나는 학생 수가 10명도 안되는 소형학원이었습니다. 처음으로 다녔던 대형학원은 실기력을 정말 빠른 시간 안에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빽빽한 수업시간으로 인해 학교가 멀었던 저로써는 밥을 챙겨먹을 시간조차 부족했고 무엇보다 실기 위주의 대학을 준비시키는 학원이었기 때문에 저같이 홍익대를 같이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공부하는 시간이 너무나도 부족하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또한 한 반에 학생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선생님 1명과 보조 1-2명으로 수업을 진행하기에는 학생 한 명 한 명이 수업시간 동안 잃는게 너무 많다고 느꼈습니다.
소형학원은 이러한 문제는 확실히 덜했지만, 학생 수가 너무 적으므로 학생들끼리 굉장히 빨리 친해집니다. 이게 좋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로 인해 수업 시간에 떠드는 빈도도 늘고, 학원 수업시간 외의 친목 활동이 많아집니다. 너무 조용하고 어색한 분위기도 좋지 않지만, 수업시간 중 학생들끼리 너무 편하게 대화할 수 있는 분위기가 입시를 준비하기에는 오히려 더 안좋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제가 다녔던 소형학원은 선생님도 학생들을 자유롭게 놔두는 분위기였고, 학생들도 같은 학교에 재학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좀 극단적인 예시일 수도 있지만, 무작정 편하고 조용한 분위기라고 해서 소형학원에 들어가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Q. 기존 미술학원들에서 계속 입시를 했다면 어떤 결과를 얻었을 것이라 생각하나요?만약 첫번째 대형학원에서 실기 전형만 준비했다면 제가 홍익대에 입학할 확률은 굉장히 낮았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저는 미술우수자 전형으로 홍대 목조형가구학과, 논술전형으로 캠퍼스자율전공에 합격했습니다. 두 개의 전형 모두 실기 전형만 준비해서는 합격하기 힘든 전형들입니다. 홍대 미술우수자 전형은 관련된 자료의 양이나 합격 데이터가 실기만을 준비하는 대형학원에서는 현저히 부족하고, 논술에 관한 정보는 실기 학원에서 얻기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애초에 지원 할 생각도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만약 이러한 전형을 포기하고 실기 전형만 준비했다면 상위권 대학에 들어가기는 더더욱 어려웠을 것입니다. 저는 고2까지 모의고사 성적이 정말 낮았기 때문에 성적으로 학생을 구분하는 상위 대학 준비반에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저희 학원은 서울대, 국민대 급의 실기 유형은 상위권 반에서만 학생들에게 준비를 시켰고, 나머지 학생들은 기초디자인, 사고의 전환 등의 실기 유형만 연습시키며 중위권 대학을 목표로 하도록 했습니다. 제가 이런 상황에서 실기를 준비했다면 공부량도 줄어들었을 것이고, 내신도 챙기지 못해 수시 비실기 대학의 안정권에도 못들어가 결국 아무 결과도 얻지 못하는 어정쩡한 상황이 왔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Q. 입사미를 신뢰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입사미는 제가 기존에 알던 미술학원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또한 ‘컨설팅’이라는 것 자체가 미대가 아닌 일반대학 진학에만 필요한 것인 줄 알았던 저는 입사미를 크게 신뢰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첫 상담을 받고 나서부터 왜 입사미가 저에게 필요한지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에 입시 상담을 할 때, 어떤 학교를 갈 것인가 그래서 어떤 유형의 실기를 준비해야 하는가가 아니라, 일반학과의 대학을 선택하듯 대학 선택의 주요 요인을 내신과 수능 실기를 기준으로 사사분면으로 나눠 자신의 강점에 따라 어느 학교를 선택할 수 있을 지 분석했던 과정은 기존에 제가 입시를 준비했던 것과는 너무나도 달랐고 새로웠습니다.
그 전까진 ‘대학만 가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만가지고 있었는데, 이렇게 정교한 방식으로 입시에 접근하니 향후에 어떤 방식으로 준비할지에 대한 계획이 확실히 잡히게 되었고, 제가 대학을 선택하고 고3 1년을 집중하며 준비하는 데 정말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이렇게 계획이 잡히고 미래에 대한 길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부터, 입사미를 점점 더 신뢰하게 되었고, 그 후 서류 면접 등의 수업도 입사미의 수업을 들으며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Q. 입시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이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제가 입시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던 이유는 단 한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명확하고 구체적인 목표가 있었던 것. 저는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홍익대학교 목조형가구학과에 입학하는 것을 꿈꿔왔습니다. 저는 이 이외에 다른 학교에 들어간다는 것을 고3 초반까지는 생각도 해본 적이 없습니다. 너무 극단적일 수 있지만, 진짜 자신이 원하는 목표가 무엇인지 아는 것 만으로도 입시의 50프로는 성공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럼 나머지 50프로는? 이 목표를 실현할 수 있는 의지와 끈기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잠이 많은 스타일이었기 때문에 고3때도 12시를 넘겨서 자는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서 한정된 시간 안에 할 일을 빠르게 끝내야 했죠. 오히려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준비하다 보니 짧은 시간 최대의 집중력을 이끌어 내어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합니다. 자고 싶고, 놀고 싶을 때마다 제 책상 앞에 붙여놓은 ‘홍익대’라는 세 글자를 보며 힘을 얻었고, 대학에 합격했을 때의 그 기쁨을 상상해 보며 더욱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목표를 가지고, 꿈을 가지는 것, 그리고 이 목표를 실현할 수 있도록 옆에서 저를 계속 도와주신 부모님, 선생님들 이 있었기에 입시에서 성공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Q. 실기만 열심히 준비하다가 결국 입시에서 실패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습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노력만큼의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후배들에게 조언을 부탁합니다.
미대입시는 무조건 실기를 열심히 해야 한다. 제 주변에 이렇게 생각하는 친구들이 정말 많습니다. 물론 실기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림 잘 그려서 마이너스될 것 하나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기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만 알아줬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실기에 대한 자신이 조금 부족했기 때문에 실기만 준비하는 학생들과는 반대로 오히려 공부, 서류라는 돌파구를 찾으려고 했습니다. 실기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실기만을 준비하는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성적이 높아지면서 지원할 수 있는 대학의 폭도 넓어졌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더 높은 대학에 지원할 기회가 생겼고, 실기를 줄이면서 생긴 남은 시간에 논술 전형도 준비하면서 홍대에 합격하는 행운도 얻었기 때문에 저는 이 길을 적극 추천해주고 싶습니다.Q. 입시 때문에 힘들어 하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이 있나요?
저에게는 정말 힘든 과정이었기 때문에 무작정 참고 견디라는 말은 못해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자신만의 목표가 확고히 잡혀있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어떠한 힘든 과정도 참아낼 자신만 있다면! 원하는 대학에 무조건 합격 할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저는 실기에 대한 스트레스가 엄청 컸기 때문에 중간에 미술을 그만두고 싶었던 적이 정말 수도 없이 많았습니다. 머릿속에 있는 이미지가 손으로 그려지지 않았을 때, 그리고 이러한 상황이 계속 반복되었을 때,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혼자 방에서 눈물을 글썽인 적도 많습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항상 대학에 들어간 저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다시 활기를 얻었고, 계속 넘어지고 일어서며 얻은 상처를 통해 더욱 강해지는 저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후배분들도 힘들 때 자신이 대학에 합격하는 모습을 한 번씩 상상해 보셨으면 좋겠어요. 상상만으로도 행복하고 그 꿈을 이뤘을 때의 행복함은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제발 포기하지 말고 파이팅 하세요!!
Q. 홍익대 지원을 망설이고 있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이들에게 조언을 부탁합니다.
절대 망설이지 마세요! 저는 1학년 내신이 미술우수자전형 합격자 평균 내신보다 훨씬 낮았기 때문에 홍대에 지원하기 힘들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많이 갖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정말 홍익대에 가고 싶은 마음이 컸고 홍익대라는 목표가 확고했기 때문에 공부를 더욱 열심히 했고, 그 덕분에 내신을 안정권으로 끌어올릴 수 있었습니다. 또한 홍대는 미대로 들어갈 수 있는 많은 전형들이 있습니다. 학교생활우수자전형, 교과우수자전형 심지어 논술전형도 있습니다. 저는 제가 논술로 홍대에 합격할 줄을 꿈에도 몰랐지만, 홍대 논술은 문제가 어렵지 않은 편이었기 때문에 논술을 한달 정도밖에 준비하지 않았음에도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내신이 낮다고 해서, 그림을 못 그린다고 해서 홍대에 지원하는 걸 포기하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정말 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고 계속 노력할 의지만 있다면,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본인을 믿고 끝까지 목표에 집중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면접 현장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달해 주세요"
Q. 홍익대 면접 고사 내용을 상세히 들려주세요.저는 맨 마지막 순서였기 때문에 대기실에서 거의 2시간 정도 기다렸습니다. 면접 대기를 시작할때 면접 순서를 알려주고 시작하지 않기 때문에, 제가 첫 번째일지, 마지막일지는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결국 마지막에 제 번호가 불리고 문제 푸는 공간에 들어간 후 두 문제를 풀었습니다.
1번 문제는 로버트 인디애나 조형물, 이름 모르는 문자로 이루어진 사람 두명 조형물, 문자도, 이렇게 제시된 세개의 이미지를 보고 저의 생각을 말하는 문제였습니다. 2번문제는 백지 중간에 커터칼(?) 같은 물건 있고 위에 자유롭게 상상하여 그리는 문제였습니다. 면접고사장에 들어가니 선한 인상의 여자 면접관 두 분이 계셨습니다.
면접관: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자리에 앉고 종이 책상 위에 올려주세요.
나: 넵!
면접관: 지원 동기 들어볼 수 있을까요?
나: 저는 가구가 사람의 몸의 일부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런 가구가 사람들 곁에서 소통하고 상호작용하며 단지 하나의 상품이 아닌 삶의 동반자처럼 살아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저는 이렇게 사람들을 옆에서 든든하게 서포트해주는 가구를 만들고 싶고! 그런 가구를 만들기 위해 홍익대 목조형가구학과에 지원했습니다.
면접관: (미소)..네 잘 들었습니다. 여기 생기부 진로희망란을 보면 어머니와 함께 간 여행에서 어떤 가구를 보고 영감을 받아 가구디자이너를 꿈꾸게 됐다고 했는데, 이 가구가 어떤 가구였나요?
나: 어머니와 함께 여행을 간 곳에서 어떤 사무실을 들릴 일이 있었는데, 거기서 본 방음용 의자가 가장 기억에 남았습니다. 여러 사람들이 있는 공간 안에서 팀원들끼리 서로 앉아 아이디어를 나눌 수도 있고, 사적인 전화를 할 수도 있는 (몸짓으로 형태 설명) 이렇게 생긴 의자였는데,, 저도 사람들 삶을 저렇게 편리하게 해줄 수 있는 가구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면접관: 혹시 그 가구의 이름이나 디자이너가 누군지 아시나요?
나: 제가 그 후로 계속 그 가구를 찾아보려고 했었는데... 비슷한 방음 의자만 나오고 똑 같은 의자는 찾지 못했습니다...
면접관: ***(기억 안남) 라구요?
나: ...네?
면접관: 아아아 알겠습니다. 혹시 좋아하는 작가나 디자이너가 있나요?
나: 음.. 좀 최근에 관심을 가지게 된 Alex Brokamp라는 신예 가구 디자이너가 있는데, 노동자 집안 출신이라 그런지 노동자, 소외된 계층들의 삶을 잘 이해하는 것 같아서 정말 인상깊었습니다.
면접관: 예를 들면 어떤 작품이 있었죠?
나: 거울 같은 게 있었는데.. 밑 부분에 방지턱 모양으로 되어있어서 외출하기 전 속도를 늦추고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라는 의미를 가진 작품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면접관: 그러면 그 전에는 좋아하는 작가가 없었나요?
나: 예전이요?
면접관: 네.
나: Patricia Urquiola라고 스페인 출신의 가구디자이너.. 겸 건축가를 좋아합니다.
면접관: 가장 인상깊었던 작품은?
나: 모듈라 소파 컬렉션..(아 이거 카림 라시드껀데) 아아아 이게아니라.. 블루미 체어라고 꽃모양의 쿠션이 여러 개 있어서 정말 푹신해 보이고 세련된 디자인의 의자가 있는데 그 작품이 정말 인상깊었습니다.
면접관: 그러면 학생은 첫번째 작가처럼 사람들의 삶과 관련된 디자인을 좋아하는 건가요? 아니면 두번째처럼 세련된 디자인을 좋아하는 건가요?(웃음)
나: 어떤 디자인을 콕 찝기 보다는.. 두 디자이너의 작품을 보고 자신만의 컨셉과 디자인 신념이 확실하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에…
면접관: 아하. 그럼 첫번째 문제 볼까요?
나: (세 작품의 공통점을 ‘문자’로 엮어서 설명. 첫번째 두번째 작품 / 세번째 작품으로 나누어 설명. 1,2는 문자 그대로 사용했지만 3은 문자에 변형을 주었다는 점을 차이점으로 설명.)
면접관: 세 작품 중에 가장 인상깊은 작품은 무엇이 있을까요?
나: 아무래도 첫번째 작품(로버트 인디애나 – Love)이 가장 인상깊은 것 같습니다. 단순히 LOVE라는 글자를 나열한 것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빨간색이라는 강렬한 색을 사용함으로써 그 단어의 의미를 무엇보다 잘 나타내주고 있고, 그냥 나열했으면 심심했을 법 한데 가운데 O를 살짝 기울여 변형을 준 것도 정말 재밌고 인상깊은 포인트였던 것 같습니다.
면접관: 혹시 이 작품들 작가의 이름을 아는 게 있을까요?
나: 아... 이름은 잘 모르겠습니다 ㅜ
면접관: 네~ 그럼 다음 문제로 넘어 갈게요
나: 네 저는 제시된 물건을 커터칼? 이라고 생각하고 그렸습니다. 커터칼에 있는 칼날이 우리에게 아픔을 주는 존재잖아요.. 날카롭고.. 그래서 커터칼 안에 칼날 대신 칼처럼 저에게 아픔을 주는 것들이 대신 나오고 있는 장면을 그렸습니다.
면접관: 저게 뭐에요? 명세서? (웃음)
나: 네ㅎㅎ 제가 요즘 부모님이 카드 명세서 때문에 힘들어하시는 모습을 많이 봐서.. 그리고 뒤에는 항상 저에게 아픔을 주는 시험 성적표랑.. 돈이랑.. (면접관 분들이 재밌어하시는게 보여서 텐션이 살짝 올라갔습니다)
면접관: 굳이 이런 구도로 그린 이유가 있을까요?
나: 뭔가 뿜어져 나오는 듯한? 느낌을 주고 싶었습니다. 종이가 휘날리는 것처럼 표현하기에는 이 구도가 알맞다고 생각했습니다.
면접관: 만약에 시간이 더 있었다면 어떤 걸 추가하고 싶으세요? 또 다른 재료를 사용한다면 어떻게?
나: 아직 다 완성을 하진 못한 것 같아서.. 조금 더 자세히 그렸으면 좋을 것 같아요. 음.... 그리고 색연필? 같은 재료를 사용해서 이런 부분에 조금 더 강조를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면접관: 음~~ 네 수고하셨구요. 지금.. 딱 50초!! 남았는데 더 하고싶은 말 있으세요?
나: (울먹이며) 저 진짜..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홍익대 목조형가구학과만 바라보고 공부해왔고.. 이 학과 들어가고싶은 마음은 그 누구보다!!! 크다고 자신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제 열정과 목조과에서 배우는 지식이 합쳐지면 진짜!! 좋은 가구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면접 볼 수 있는 기회 주신 것 만으로도 정말 감사합니다
면접관: (미소) 네 수고하셨구요 그림 놓고 나가시면 됩니다~~
면접관 두 분과 계속 눈 마주치려 노력했습니다! 작가 이름 몰라서 당황했지만 2번문제 때 면접관 분들이 웃으시는 거 보고 자신감 생겨서 안 떨고 말했습니다! 저는 맨 마지막 순서일줄 전혀 예상하지 못해서 면접관분들이 지루해 하시면 어쩌지 엄청 걱정됐는데, 그냥 아파트 이웃 아주머니라고 생각하니 긴장이 풀리면서 말도 또박또박 하게 되더라구요.
면접관 분들은 제 얘기를 친절하게 끝까지 잘 들어주셨고, 마지막 순서였음에도 불구하고 지루해하지 않으시며 웃어주시는 등의 반응을 보여주셨습니다. 저는 모의면접에서 연습했던 것처럼 문제 풀이가 처음, 지원동기가 나중에 나올 줄 알고 있었는데, 들어가자마자 지원동기부터 물어보셔서 상당히 많이 당황을 했습니다. 하지만 입사미 면접 과정에서 수도 없이 말해본 지원동기였기 때문에 떨지 않고 잘 말할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면접을 잘 마무리 할 수 있었습니다.Q. 홍익대 면접을 보고 난 소감을 말해주세요.
저는 제가 그림 실력이 아주 뛰어난 편은 아니라 생각했기 때문에 면접을 준비하기 전부터 “나는 안될거야”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입사미의 수업을 듣고 나니 이러한 걱정은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서선생님의 수업은 홍대 면접에서 중요한 게 무엇인지를 저에게 깨닫게 해주셨습니다. 단순한 키워드만으로 자신의 아이디어를 잘 표현해내도록 했던 수업은, 제가 그림을 그릴 때 어떻게 갈피를 잡고 시작할 지에 대해 정말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이렇게 방향을 잡고 꾸준히 그려본 결과 실제 면접장에서는 10분안에 그림을 완성시켜냈습니다. 제가 그린 그림을 말로 설명하는 과정에 대한 고민도 많았는데, 여러 명이 둘러 앉아 그림을 발표하고 서로 평가하는 수업 방식이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그림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으면서 제 그림을 다시 한 번 돌아볼 수도 있었습니다. 또한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는 연습을 계속 하다 보니 두 명 앞에서 말하는 실제 면접장에서는 크게 긴장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가장 많은 도움이 되었던 건 마지막에 했던 모의면접 두 번이었습니다. 실제 시험장처럼 시간을 제한해서 문제를 풀어보며 면접에 대한 감을 익혔던 것도 정말 중요한 경험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홍대 면접이 끝나고 서병수 선생님 생각이 가장 먼저 났던게, 선생님과 진행했던 모의 면접에서 나왔던 질문들이 거의 똑같이 나왔고, 같은 답변을 얘기했을 때 선생님과 교수님들의 표정이 너무나 비슷했기 때문에.. 정말 끝나고 소름 돋는 줄 알았습니다. 입사미의 면접 교육을 의심 없이 믿고 따라간 것이 합격의 가장 큰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미대입시 준비생들이 놓치지 말아야할 중요한 팁이 있나요?"
Q. 입시를 준비하는 후배들이 놓칠 수도 있는 중요한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지 알려주세요.
입시를 준비할 때 공부도 중요하고 실기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체력, 몸 관리가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아무리 3년간 죽도록 열심히 해봤자 수능날, 실기날 아프면 다 소용없어진다는 것 알아줬으면 합니다. 저는 일정 시간 이상을 자지 못하면 다음날 일상생활이 거의 불가능한 체질이라 수험생 시절에 많이 고생했습니다. 무리해서 새벽까지 공부하다 하루를 통째로 날린 적도 많았고, 위경련, 위염 등 각종 병 때문에 고생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수능 2주 전 감기에 걸려 공부를 거의 하지 못하는 일도 발생했습니다. 제가 3년동안 노력해온 모든 것이, 감기 하나 때문에 끝나는 줄 알고 정말 절망적인 마음 뿐이었습니다. 후배분들은 절대 이런 상황 겪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부모님이 해주시는 음식 꼬박꼬박 챙겨먹고!! 약도 꾸준히 드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또한 스트레스를 너무 품고만 있는 것도 몸에 안좋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축구 보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축구 경기가 있는 일요일에는 공부를 마치고 집에 일찍 들어와 가족끼리 밥도 먹고, 저녁에는 야식을 먹으며 축구를 봤습니다. 이러한 소소한 행복이 한 주를 견디는 원동력이 될 수 있고, 일주일동안 받은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귀중한 기회이기 때문에 후배분들도 이렇게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 입시가 끝나고 대학에 합격했을 때, 이러한 작은 행복들을 맘껏 누릴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가지시고, 힘든 일이 있더라도 꿋꿋이 버텨내셨으면 좋겠습니다!Q.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이 있나요?
이 합격수기를 작성하면서 입시에 대한 기억을 다시 꺼내보니, 힘든 기억도 많았지만 정말 좋은 순간들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몰래 야자실에서 빠져나왔던 날, 학교 시험에서 처음 1등급을 받았던 날 등 수험생이 아니면 다신 경험하지 못할 일들도 기억에 남습니다. 안 좋은 날이 있으면, 좋은 날도 있습니다. 안 좋았던 경험을 통한 상처가, 나중의 성공을 위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굳게 믿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들도 꼭 내년에 저처럼 누워서 간식 먹으며 합격 수기를 작성하는 날이 꼭 왔으면 좋겠습니다. 대학에서 뵙기를 기대할게요!!
홍대 준비 과정, 합격 과정을 들려주세요
🏆
장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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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대학교 디자인학부 합격
홍대 준비 과정, 합격 과정을 들려주세요
Q. 본인의 미대입시 준비 과정을 들려 주세요.
저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화실을 취미로 다니기 시작하면서 미술을 시작했습니다. 초등학생이었던 제가 공부에 흥미를 별로 보이지 않아서 부모님께서 저를 미술이라도 시키려고(..), 또 미술학원 선생님께서 초등학교 5학년 때 제가 그림 그리는 것에 흥미도 느끼기 때문에 미술 쪽으로 진로를 선택하는 것을 추천해주셔서 조금 큰 학원으로 옮기면서 미술 분야로 진로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예고 진학을 생각하고 입시 미술학원을 다니면서 정물소묘와 정물수채화, 예고 유형의 수채화(풍경에 동물이나 사물 넣는 것이었습니다)를 중학교 3학년 예고 시험 볼 때까지 3년 반 정도 꽤 빡세게 준비했었습니다. 예고에 떨어지고 미술반이 있는 일반고에 진학하였고, 고1 초반부터 입사미를 다니면서 내신공부와 미술활동 같이 챙기면서 미대를 준비했어요.Q. 초등학교 6학년 때 부터 입시 미술을 경험 했군요. 본인에게 이 과정은 어떤 의미인가요?
정물을 그리더라도 왜 그렇게 그리는 것이 필요한지, 또 그렇게 하려면 표현을 어떻게 하면 되는지, 이렇게 이유와 과정을 연결해서 설명해서 이해한 후 그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렇지만 학원에서는 그림만 주구장창 그리게 시키고 “이렇게 그려!!” 하니까 그림 그리는 기계가 된 것만 같고, 잘 못한다고 자꾸 혼나면서 자존감만 떨어졌습니다. 또 시험 때마다 원리를 모르고 감에 의존해서, 또 전에 그렸던 걸 외워놓고 그리니까 나오는 정물에 따라, 주제에 따라 매번 그림 상태가 심하게 차이가 나서, 평소 실력에 비해 항상 시험을 망쳤던 것 같아요.
Q. 예고 입시 준비 자체가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본인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았군요.
저는 예고입시 과정에서 자존감도 많이 떨어지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습니다. 미술이 점점 싫어지고 이게 과연 필요가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많이 가졌어요.나중에 할 전공과 입시를 위해 준비하는 것이 서로 동떨어져 있다는 점 또한 저에게 많은 혼란을 준 것 같습니다.
또한 과정에 맞춰서 똑같이 그리는 것에만 익숙해지다 보니, 입시 끝난 직후에는 무언가 그림을 그려보려고 해도 뭘 그려야 할지, 어떻게 그려야 할지 모르겠더라구요. 눈앞에 놓인 정물 외에는 무언가를 그려야겠다는 생각이 안 들었고, ‘그렇다면 전에는 뭘 그렸지? 내가 왜 그림 그리지?’ 하는 생각으로 이어지면서 정말 입시 후에 완벽히 틀에 갇혀버린 기계로 변신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동안 노력했던 것이 저한테 안 좋게 돌아왔다는 생각에 한동안 정말 속상하고 우울했었습니다.Q. 홍익대 준비가 미술을 하는 과정에서 전환점이 된 것 같습니다. 만약 기존의 방식을 고수했다면 어떤 결과를 얻었을것이라 생각하나요?
성적은 성적대로 떨어지고 실기에도 회의감을 느끼고, 어정쩡한 상태로 대학에 진학하지 않았을까요. 또 애초에 실기를 했으면 지금 원서 썼던 대학들을 쓰지 못할 성적이었을 것 같아요.
힘들게 성적을 유지해서 홍익대 1차 내신, 2차 미활보, 수능최저 다 뚫고 올라왔다 하더라도, 결국 면접에서 제 생각을 말하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외운 것만 이야기하다 떨어졌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고 나서 분명 “대학에서 보려고 하는 것이 지금까지 배운 것과 다른데, 내가 왜 여태까지 힘들게 이걸 준비를 했지?”하고 생각했을 것 같아요.
이것은 막연한 가정이 아니라 제가 면접을 보고 나서 확실하게 느낀 점입니다.
Q. 다른 학생들과 다르게 준비한다는 것에서 불안감을 느끼지는 않았나요?
전 고등학교 들어오기 전 부터 실기를 할 필요가 없다고 확실하게 깨달은 상태였기 때문에 특별히 불안한 부분은 없었습니다. 애초에 그렇게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렇지만 저희 학교는 미술반이 있는 학교고, 학교 안에서 미술 실기를 오랫동안 했고 지금도 계속 하고 있는 다른 친구들과 함께 경쟁하면서 미술 내신을 챙겨야 한다는 점이 두렵긴 했어요.
입사미에서 아트로직 수업을 들으면서 작품을 보는 본질적인 원리나 표현하는 방법 같은 것도 생각해보게 되어서 학교 실기도 그 수업에서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생각해보고 선생님들께서 이 활동을 통해서 어떤 것을 보고 싶어하시는지에 대해 생각하며 작품을 공략하니 실기 점수도 괜찮게 나오더라구요. 또 실기 준비를 거의 안하니까 다른 친구들이 실기학원 다니느라 바쁜 시간에 학교 작품에 시간을 더 많이 쏟을 수 있었던 것도 실기 점수를 잘 받을 수 있었던 요인이라고 생각해요.Q. 돌이켜 보았을 때, 입시에서 성공 할 수 있었던 요인이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가장 큰 이유로는 전략을 잘 짰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솔직히 올해 홍대 가는 사람들 중 가장 에너지를 절약(?)한 사람이라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ㅋㅋㅋ. 고등학교 들어올 때 실기전형을 준비해도 변수가 너무 크고 들이는 시간에 비해 확률이 너무 낮다고 생각해서 실기를 과감하게 버리고 공부에 집중했습니다. 공부도 특히 국어, 영어, 사탐에만 집중하고 나머지 과목은 직전에만 조금 공부해서 챙겼습니다. 그 결과 내신을 잘 챙길 수 있었어요. 실기를 병행했다면 이정도의 내신을 절대 받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비록 홍대는 내신을 1차에서만 보니까 아주 큰 이득을 얻지는 못했지만 내신이 높으니까 대학 원서를 넣을 때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또 불안함이 줄어들어서 좋았어요. 제가 불안한 요소가 크면 집중을 잘 못하는 스타일이라 내신이 높지 않았으면 수능이나 서류를 쓸 때 집중을 잘 못했을 것 같아요. 이런 점을 고려해 보았을 때 제가 다른 친구들보다 좀 더 안정적으로 홍대를 준비하지 않았나 싶네요.
또 그렇게 선택한 전략을 의심하지 않고 믿고 쭉 밀고 나갔기 때문에 결국에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과정이 안정적이었기 때문에 그 상태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꾸준히 노력했죠.
마지막으로 입사미에 3년 간 다니면서 디자인이나 미술에 대해서, 제 자신이 어떤 디자인에 관심이 있는지 생각해볼 수 있었던 것이 도움이 되었어요. 미활보 쓸 때, 혹은 면접 준비할 때 아예 그런 것들을 생각해본 적이 없었으면 많이 힘들었을 것 같아요.홍익대 입시, 후배들에게도 추천해 줄 수 있나요?
Q. 예고 입시도 경험 했고 홍익대 입시도 경험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느낀점이 있나요?
주변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미술’하면 ‘그림그리기’라고 반사적으로 생각하고, 저 역시 그랬었기 때문에 실기를 준비했었습니다. 홍익대가 실기를 폐지했다는 것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미대가 실기를 보지 않는데 그게 미대냐?”하는 반응을 보입니다. 보통 미술 관련으로 꿈을 가지면 바로 그림을 그리는 미술학원에 등록하게 돼요. 그렇지만 이 글을 보게 된 미술을 하는 친구들은 먼저 자신이 미대에 왜 가려고 하는지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면 좋겠어요.
그리고 실기를 통해 배울 수 있는 부분들도 물론 있긴 하지만 그게 그 정도로 시간을 많이 투자해서 할 일인지에 대해서, 또 더 효율적인 길이 있는데 굳이 더 많은 시간을 들일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면 좋겠어요. 실기를 하는 것만이 자신의 미래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닌 거 같아요. 오히려 그냥 그리는 것보다 그림의 원리에 대해 더 생각을 해보는 것이 더 의미 있는 길이라고 생각하구요.
Q. 미술을 처음 시작하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절대 미술을 쉽게 시작하지 마세요. 제가 정말 미술이라는 것이 저랑 안 맞다는 생각을 진짜~ 많이 했었기 때문에!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정말로 깊은 동기가 있어서가 아니라 어렸을 때 그냥 그림 좀 잘 그린다고 들었고 또 어렸을 때 공부를 워낙 안해서.. 부모님이 공부는 좀 아닌 것 같다 그래서 미술을 시작했어요. 그 결과 중학교 때 입시미술을 하면서 하루에 두 번 이상 미술을 때려 칠까 고민했어요. 저랑 잘 안 맞는다고 생각하고. 왜 미술을 하고 있는 것인지 제 자신이 이해를 못했습니다. 애초에 미술 하겠다고 결심한 것도 그냥 그림 그리는 것이 좋아서였지만, 그것조차 입시미술을 하면서 그림 그리는 것이 정말 싫어졌어요. 그럼에도 중학교 때 그림을 그리던 이유는 제 눈에는 정말 화려해보이던 예고가 너무 가고 싶었기 때문에 그림 그리는 게 그렇게 싫었지만 엄청 노력했어요.
하지만 예고에 떨어지게 되어서, 처음엔 미술을 포기하려고 했습니다. 미술을 할 이유가 없어져버렸거든요. 저에게 미술은 그림 그리는 것이었고, 그건 좋은 학교에 가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방학동안 이런저런 일을 겪고 결국 미대입시를 다시 생각하고 입사미에 와서 제가 뭐에 관심이 있는지 생각을 해보았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결국 제가 시각 매체가 지닌 힘과 효과에 관심이 많고, 그걸 직접 다루고 활용해보고 싶어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시각 매체를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가치 있는 정보를 알리고 싶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어요. 디자인을 하는게 맞다는 확신을 했어요.
저도 처음에 미술을 왜 하는지에 관한 동기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미술을 하면서도 이런 기나긴 방황을 거쳤습니다.. 저는 결국엔 미술이 저에게 맞는 것이라고 제가 깨달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무작정 시작했다가 자신에게 맞지 않는 게 진짜 사실일 수도 있어요! 사실은 미술이 아니라 다른 것이 더 맞는데 오해한 것일 수 있어요. 그러니까 수학하기 싫어서 미술을 선택했다거나 단순히 그림 그리는 것이 좋아서 시작한 것이라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세요. 특히 그림 그리는 것이 좋았다면, 왜 좋았는지 다시 생각해보면 자신이 어떤 걸 하는 것이 좋을지에 관해 좀 더 괜찮은 결론이 나올 것입니다.
Q. 홍익대 지원을 망설이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홍대는 다른 대학과 달리 실기고사가 없다는 점 때문에 의아스럽거나 당황스러울 수 있을 거에요. 그리고 이 지점을 부정적으로 부각시켜 홍익대에 대한 나쁜 인식을 조성하는 선생님들도 많은 것 같아요. 하지만 홍익대를 직접 준비하다 보면 이런 오해는 자연스레 사라질 겁니다. 홍익대는 기존의 실기고사는 없지만 훨씬 더 복합적인 관점에서 학생이 지닌 실기능력, 미술에 대한 소양을 테스트 합니다.
또 제가 입시를 경험하면서 배웠던 그림 그리기 훈련이 지금 이 시대에 반드시 배워야 할 가치 있는 지식이라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물론 구도에 관한 것, 형태나 색에 관한 것, 물체를 보면서 관찰력을 늘리는 것이 미술인으로서 반드시 필요한 능력입니다. 그렇지만 조형연습이 입시라는 구조 속에서 맹목성을 띄게 되는 것이 문제인 것 같아요. 어느 순간 미술이 남을 이기기 위한 시합이 되어버리더라고요. 그러면서 점차 미술에 흥미를 잃게 되는 것 같았어요.
홍대 학생부 종합 전형을 준비하면서 공부도 좀 더 여유롭게 하고, 여러 활동을 경험해보며 자신과 미술 또는 디자인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이 더 상대적으로 적은 시간과 노동(?)을 들이고 앞으로 필요한 것에 더 근본적으로 가까운 무언가를 얻어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홍익대를 망설이는 다른 이유는 ‘성적대가 너무 높아서’일 거에요. 성적은 사실 홍대가 1차를 내신으로 6배수 뽑기 때문에 생각보다 내신이 아주 높지는 않아도 됩니다. 이 기준이 좀 불분명 할텐데 잘 알아보고 1단계만 통과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 자신감을 가지고 준비해 보기를 권해요.
제 주변 친구들 중에서도 성적이 높지 않은데도 1차에 붙은 친구들을 꽤 많이 봤어요. 아마 그 친구들보다 성적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1차에서 잘릴까봐 겁먹어서, 또는 정보를 몰라서 홍대에 지원하지 못한 친구들도 꽤 있을 거에요. 자신의 성적이 생각보다 홍대를 지원하기에 나쁜 성적이 아닐 수 있어요! 또 그래서 현재 가능성이 있는 성적이라면, 차라리 다른 학교 준비한다고 실기를 준비하는 시간을 과감히 줄이고 성적관리에 시간 투자를 많이 하는 걸 추천해요. 시간 투자를 많이 하면 확실히 성적이 오르긴 합니다. 충분히 홍대 준비해볼 만하다고 생각해요.Q. 홍익대 준비하면서 힘들었던 점, 기억나는 점이 있나요?
학교 선생님께서 미활보의 내용보다는 활동 양에 집착하셔서 좀 갈등이 많았습니다..ㅠㅠ 학교에서는 무조건 활동의 양이 많고 다양한 것이 중요하다고 했어요. 반면에 입사미에서 지도받은 다음 쓴 서류는 왠지 서류에 제가 드러나는 느낌이었어요. 활동을 하면서 제가 느끼고 깨달은 점에서 제가 관심이 있는 것들이나, 제 관점들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더라구요. 그렇게 다 써서 학교에 가져갔는데 선생님께서는 제가 한 활동들을 무조건 양이 많아보이게 묶어야 한다고 하시면서 가져간 서류에 제가 한 활동의 반도 안 된다고 화내셨어요. 그렇지만 저는 입사미에서 지도받고 쓴 서류가 맞다고 생각해서 수정 없이 그냥 제출했고, 선생님과 갈등을 겪은 그 서류로 결과적으로 홍대 합격했습니다.
면접은 어땠나요?Q. 홍익대 면접 고사 내용을 상세하게 전달해 주세요.
처음에 들어가자마자 크게 ‘안녕하십니까!!’ 하고 인사하고 ‘1번 문제 답하겠습니다!!!’ 하니까 교수님이 이 학생 참 씩씩하다고 깔깔 웃으셨어요. 그래서 시작할 때 좀 분위기가 좋은 상태에서 시작했습니다. 세 가지 그림을 비교하는 문제였는데, 제가 보고 느낀 대로 친구한테 말하듯이 이야기한 것 같아요.
한 작품에 대해 ‘이 그림은 왜곡시킨 정도가 옆의 두 그림보다 커서 주제가 잘 느껴진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니까 교수님이 ‘왜곡시키면 표현이 잘 전달이 되는 거야?’ 하고 공격적인 질문을 하셨습니다. 듣자마자 약간 ‘아 내가 좀 잘못 말한건가..’하고 잠깐 생각하긴 했지만, 결국에는 제가 대처하는 것을 보기 위한 질문이라고 생각하고 차분하게 대답했어요. ‘주제를 심화시키기 위해 다양한 방법이 있는데, 소재를 통해서도 할 수 있고 이런 방법으로도 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다시 말했어요. 다시 교수님이 왜곡보다 과장이라는 말이 더 맞지 않나? 하셔서 왜곡이 좀 더 비트는 느낌이 강해서 제 관점에서는 왜곡이 더 맞는 것 같다고 답했어요. 1번 문제에 대한 답을 끝내니 세 그림에 제목을 붙여보라고 하셨습니다. 제가 한 말이 정리가 안 되는 건가 생각이 들긴 했지만.. 생각나는 대로 제목을 붙여봤어요.
그리고 2번 문제에서 인간이 상품화된 현실을 자판기에서 인간이 뽑혀져 나오는 모습을 그렸는데, 설명 하자마자 교수님이 또 공격적이게 “아니 이렇게 그리면 이게 인형인지 사람인지 어떻게 알아? 인형 자판기 같은 것도 요새 많은데, 그거랑 똑같잖아?”하고 말하셨습니다. 그래도 당황하지 않고 시간이 한정되어 있어서 아주 사실적으로 사람을 그릴 순 없었고, 이런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이 최선이었고, 만약 그런 인형 자판기가 있다면 사진을 찍어오는 과제였다면 그걸 찍어왔을 거라고 말했습니다. 그냥 교수님은 끄덕끄덕하는 반응이었어요.
그러고 생기부, 미활보 질문으로 들어갔는데, 참여문학에 대해서 발표를 한 것을 이야기하시면서 참여문학에 대표적인 작가가 누가 있냐고 물어보셨습니다. 미활보에 전혀 없는 내용을 물어보셔서 질문 듣고 되게 의외라고 생각했어요. 김수영 시인이 있다고 대답하니까 김수영 시인의 대표적인 시를 하나 외워보래요. 제가 어떻게 알겠어요.. 그래서 그냥 전문을 외우긴 힘들 것 같고 ‘풀’이라는 시가 있는데 풀이 누웠다 이런 말을 민중들이 저항하는 그런 거에 빗댄 시라고 말했습니다. ‘전문을 외우긴 힘들 거 같고’ 이러니까 교수님들이 깔깔 웃었습니다. 그게 그렇게 웃긴 대답이었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그리고 그래피티와 뱅크시 관련해서 미활보에 썼는데, 뱅크시에도 관심이 많냐고 물어보셔서 뱅크시 작품 보고 느낀 점 얘기하다가 사례를 얘기하면 좋을 거 같아서 “제가 뱅크시 작품 중에서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장벽에 그린 작품이 인상적이었는데, (어떤 게 그려져 있는지 말하고) 이 작품을 보고 작품이 그려지는 공간도 작품의 한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이런 식으로 답했어요. 그러니까 교수님이 또 좀 웃으면서 “오!! 공간도 작품의 한 요소가 될 수 있다? ㅋㅋㅋ” 하고 말하면서 웃으시고 “너 그러면 사회적인 문제 뭐 이런 거에 관심이 많구나~”하고 말하셔서 맞다고 디자인을 통해 그런 부분에 참여하고 싶다는 식으로 말했어요. 그러고 그냥 수고했고 가라고 해서 인사하고 나왔습니다. 일반적으로 물어보는 지원동기 같은 거도 하나도 안 물어봐서 특이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뒷 번호여서 앞 번호에 비해서 일반적이지 않은 질문들이 많이 들어올 거라고 예상하긴 했지만 생각보다도 더 마구 질문이 들어오는 느낌. 바로 전 주에 다른 학교 면접을 망하고 거의 체념한 채로 빨리 집에 가겠다는 목표로(?) 임했더니 오히려 더 잘 풀리고 그냥 선생님이랑 편하게 얘기하다가 온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편하게 면접을 보는 게 가장 좋은 거 같아요,
후배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Q. 미대입시를 준비하는 후배들이 고민이 많습니다. 이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도움이 되는 말을 전해주세요.
첫 번째로, 냉정하게 생각해서 자신이 가장 적은 시간을 들여서, 높은 효율을 낼 수 있는 전형과 학교를 찾으세요. 솔직히 실기전형은 준비하는데 들이는 시간과 난이도에 비해 너무 효율이 떨어집니다. 또 변수가 굉장히 많아요. 물론 학종도 변수가 존재하지만 실기에 비해서는 비교적 덜합니다. 또 내신 제대로 챙기세요. 자신이 현재 할 수 있는 것, 자신이 해야 할 것 중 가장 중요한 것부터 차근차근 해나가세요. 미대 입시는 공부에다가 활동 준비도 굉장히 다양하게 해야 되고 여기다 실기까지 겹친다면 정말 바쁠 것입니다. 자신이 가장 효율적이게 갈 수 있는 방향을 찾고, 그 방향에 도달하기 위해 가면서 해야 할 일들의 우선순위를 정해놓고 실천해가다 보면 언젠가 어딘가에는 와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로 이건 저도 잘 못한 거지만 정말 편하게 생각하세요. 자신이 잘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무언가를 하면 좋겠습니다. 너무 초조하게 생각하고, 집착하게 될수록 잘 안풀립니다. 저는 수능이 좀 자신이 없었는데, 전날에 그냥 4등급 맞을 각오하고 임했습니다. 떨지 않고 그냥 풀었더니 점수가 괜찮게 나왔어요. 또 제가 연세대를 1차 두 번 통과해 놓고, 두 번 다 면접에서 떨어졌는데요. 제시문이 어려웠던 것도 있지만 저 자신 스스로 너무 연대가 가고 싶어서 떨어질까봐 불안해하며 떨었던 것도 있는 것 같아요. 가장 마지막에 면접 본 홍대는 거의 체념하다시피 아무것도 생각 안하고 들어갔더니 오히려 더 잘 풀렸어요. 걱정하고 집착해도 결과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는 걸 너무 늦게 깨달았네요.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저는 그나마 미술반이 있는 일반고등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학생부 종합 전형을 익숙하게 느꼈고, 처음부터 당연히 그 방법으로 미대 진학을 하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봉사활동이나 강연을 듣는 것 등)이 조금은 수월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많은 친구들이 활동을 얻기나 학생부 종합 전형에 관한 정보 자체를 얻기 힘든 상황에 놓여있다고 생각해요. 학생부 종합 전형을 알게 되어서 관심이 생겨도, 예고나 미술반 있는 일반고도 아닌데 활동 챙기는 것이나 미활보 준비 같은 것들 때문에 막막하고 준비할 게 못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그런 상황이라면, 입사미가 아주 많이 도움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또 고등학교동안 입시를 하면서 정말 제대로 느끼지만, 사람의 체력에는 한계가 있어요.. 옛날부터 막 ‘독하게 열네시간 공부하기!’ ‘졸려도 절대 자지 말고 공부하기!’ 이런 말 하면서 괴롭게 공부하고 입시를 준비하는 것이 많이 퍼트려져 있는데, 특히 저같은 체력 쓰레기는 더욱!! 정신력으로 버틴다고 될 문제가 아니에요. 미술하는 친구들 중에는 실기학원에서 하루 종일 그림 그리고 힘든 상태로 집에 와서 카페인 음료 마시면서, 억지로 버텨가면서 공부해서 실기와 공부 두 가지를 힘들게 다 잡으려는 친구들이 많은데 그냥 한 가지에만 제대로 투자하세요.
그리고 그걸 공부에 온전히 투자하고, 활동을 좀 채워서 학생부 종합 전형으로 가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 가지 비효율적으로 다 노력하다가 몸은 몸대로 상하고, 그래서 공부에도 지장이 가는 것 보다는 딱 몇 가지만 챙겨서 그걸로 갈 수 있는 학교들을 지원하세요. 저는 한 사람이 입시에서 가장 최대의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통해 가장 큰 효율을 내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무리하게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에서 너무 많은 것을 늘리려고 했다가는 이도저도 아닐 수 있어요.
물론 제가 이렇게 말했다고 쉽게만 입시를 한 건 아닙니다. 저도 힘든 부분이 많았고 할 게 너무 많아서 죽을 것 같던 때도 있었어요. 하지만 한 것만큼 보상을 받을 수 있었던 건 한 가지만 제대로 팠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을 보는 친구들이 있다면 꼭 입시에서 자신이 받을 수 있는 최대의 결과를 낼 수 있으면 좋겠네요.홍익대, 합격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나요?
🏆
윤소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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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대학교 디자인학부 합격
PART1. 홍익대, 합격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나요?
Q. 본인의 미대입시 준비 과정을 간략히 설명해 주세요
A. 나는 고2 여름부터 미술을 해야겠다고 결심해서 대형 입시미술학원에 다니게 됐어. 사실 처음엔 어떤 대학에 가고 싶은지 깊게 생각해보지도 않았어. 정말 막연하게 ‘나는 미술을 좋아하니까 미대를 가야지’라는 생각으로 다녔던 거라 수업 나오라 하면 나가고, 특강 나오라면 나가는 식의 입시를 하고 있었지. 이학년 학기말이 되자 진학 상담을 했고 선생님께서 너는 서울대, 국민대, 과기대를 준비하면 된다고 하셔서 알겠다고 대답했어. 거기가 정말 가고 싶은 학교인지, 동시에 준비할 수 있는 대학인지 생각해보지도 않은 채 내 목표를 세우게 되었지.
Q. 미술학원의 입시 가이드가 본인에게 잘 맞지 않았나요?
A. 다니던 미술학원은 수업 시수가 엄청 많았어. 매일 밤 10시까지 학원에 잡아두니 공부할 시간이 매우 부족했고 성적이 좋은 학생은 정말 손에 꼽혔어. 그러다보니 홍익대는 거의 불가능한 대학으로 취급되는 분위기였고 나 또한 당연히 홍익대는 내 길이 아니라고 생각했어.
Q. 미술학원에서는 홍익대 준비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나요?
A. 홍익대에 대해 간혹 물어보면 ‘나중에 따로 반을 개설해주겠다. 지금은 실기에만 집중해라.’와 같은 대답만 돌아왔고, 그런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아 내가 너무 성급하게 굴었나보다. 그래도 언젠가 준비해주시겠지. 일단 실기나 열심히 하자.’ 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 그리고 홍대는 내 성적으로 아슬아슬하다면서 추천하지 않는 분위기였어. 자꾸 그러시니까 ‘내가 지금 주제넘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도 많이 했어. 결국 입사미 상담을 통해 알게 되었지만 나는 홍대 디자인학부 지원 가능한 성적이었어. 그때 미술학원 말만 믿고 정보를 찾아보지도 않았다면 당연히 홍대는 지원 조차 하지 않았겠지? 정말 무섭다.
Q. 서울대와 과기대 두 대학의 실기 유형이 전혀 다르다고 알고 있어요. 하나만 제대로 하기도 어려웠을 것 같고, 준비 시간도 부족했을 것 같아요. 두 대학을 동시에 준비하는 것이 효율적 전략인가요?
A. 선생님께서는 서울대를 중심으로 하되, 서울대 떨어질 경우를 대비해서 과기대도 준비해야 한다고 하셨어. 나는 사실 과기대에 대해 많이 알아보지 않은 상태여서 그닥 가고 싶은 마음은 없었는데 서울대 경쟁률이 높은 건 사실이잖아? 올해부터는 서울대가 정시로 옮긴다고 하니까 이런 혼란은 없겠지만, 내 경우에는 수시에 서울대가 있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혼란스럽기만 했거든.
서울대만 써서 떨어진다고 생각하니 진짜로 불안해져서 과기대 유형을 엄청 열심히 준비했어. 그렇게 시험 유형도 다르고 학교 분위기도 다른 두 곳을 동시에 준비하다보니 점점 시험 날짜는 다가오는데 공부는 공부대로 못하고 실기도 더디게 느는거야. 불안함은 점점 커져만 가고... 그래서 내가 선택한 건 서울대를 포기하는 거였어. 실기 100%인 서울대를 지원하느니 1차 때 성적으로 잘라서 경쟁률을 10:1로 줄일 수 있는 과기대에 올인하자. 사실 이렇게 결심하면서도 과기대가 그렇게 가고 싶진 않았어. 무서워서 도망 친거라고 봐야지.
Q. 수시 실기위주전형은 과기대에만 지원했나요?
A. 입시를 해보면 알게 되겠지만, 과기대 실기 유형으로는 수시 때 지원할 수 있는 학교가 없어. 실기에 시간을 그렇게 쏟아 부었는데 수시 때 실기로 쓸 수 있는 학교가 과기대 뿐 이었던거지. 정말 대책 없이 학원에서 하라는 대로 준비하고 있었는데 수시 지원 날짜가 점점 다가오는거야… 그때서야 수시 카드 6개를 어디로 채워야할지 생각해보기 시작했어. 내가 준비한 실기 유형으로는 다른 곳을 지원할 수가 없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그제서야 알게 된거야.
Q. 수시에 6번의 기회에 대한 구체적 계획 없이 실기만 열심히 하다보면 대학에 갈 수 있을거라 생각했던 거네요.
A. 돌이켜 보면 정말 위험천만한 입시를 했던거야. 나는 홍익대 합격해서 천만 다행이지만, 이런 비효율적인 입시를 애시당초 하지 않기를 바래. 죽자사자 열심히 실기를 준비하다라도, 정작 실기로는 수시에 합격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지원할 수 있는 대학도 고작해야 한 두 대학 밖에 없다는 사실을 꼭! 알아야해. 실기만으로는 절대 수시 6번의 기회를 살릴 수 없어. 결국엔 학종으로 나머지를 채워야해. 사실 나머지를 ‘학종으로 채운다’는 생각 자체가 잘못이었지. 학종도 실기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준비가 필요한 전형이었는데…! 그래서 나는 좀 늦었지만 학종을 빨리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고 이때부터 홍대에 대한 열망을 다시 키우게 되었던 것 같아. 고 3 5월 말경에 입사미를 찾게 되었어. 돌이켜 보면 너무 멀리 돌아온 거라 생각해.
Q. 수시에서 어떤 결과를 얻었나요?
A. 결과적으로 나는 수시 여섯 개 중 홍대만 붙었어. 내가 만약 실기만 준비했다면 수시에서 전부 떨어졌겠지? 혹여 실기로 다른 대학을 붙었다 하더라도 홍대 붙은 것만큼 기쁠 순 없었을 거고. 그리고 만약 재수해야 되는 상황이 와도 또 실기로 넣게 되었을 거야. 미술학원에 있는 선배들은 실기 전형으로 준비해서 떨어지면 그 다음 루트로 또 실기를 하니까... 그걸 보는 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그렇게 했겠지? 학종이 갖는 성공 가능성은 선택지에서 완전히 배제해버린 채 말이야.
Q. 홍익대 붙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그런데 왜 미대입시를 처음 시작할 때 바로 홍익대를 준비하지는 않았나요?
A. 다시 입시를 하라고 하면 당연히 그렇게 할거야. 하지만 당시에는 그 누구도 홍대 입시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주는 사람이 없었어. 올바른 선택을 하기가 진짜 어려운게 사실이야. 나는 미술학원의 영향으로 인해 홍대 가는 사람은 거의 전설인 줄 알았어. 거기서는 마치 홍대 합격을 복권 당첨쯤으로 여겼거든. 선배들도 미활보를 2일만에 써서 냈다고 하더라고! 당연히 붙은 사람은 없었고... 대충 준비했으니 붙지 못하는건데 ‘홍대는 원래 가기 힘들어. 면접도 어려워서 어차피 못붙어.’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어.
Q. 미술학원에서 홍익대를 준비해 준다고 말을 하지만, 정작 홍익대 지원을 포기하게 만드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군요.
A. 나는 홍대를 가고 싶은데 학원에서는 내가 말도 안되는 목표를 세운 것처럼 여기니까 자존심 상하기도 하고 홍대 지원이 두려워지기도 했어. 불필요한 감정만 늘어나고 불안감만 커져갔어. 점점 학원에 대한 신뢰가 사라질 때쯤 입사미를 오게 되었지.
PART2. 복잡한 미대입시, 더 좋은 방향은 무엇일까요?
Q. 입시전략을 전면적으로 수정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A. 입사미에서는 나의 상황을 미술학원과 전혀 다르게 해석했어. 나의 경우에는 수시 실기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거야! 사실 나는 수시 실기로 합격할 만한 상황도 아니었고, 여섯개 중 하나밖에 쓸 수 없는데 그에 비해 실기에 투자하는 시간이 너무 많으니 말도 안되는 방법으로 입시를 준비하고 있었어. 막연하게 알고는 있었든데, 그걸 확실히 깨닫게 되었어. 인정하기 힘들었지만 전부 맞는 말이었어. 너무 정곡을 찔려서 무섭기까지 하더라. 열심히는 하고 있는데 내가 대학에 갈 수 있는 방향으로 열심히 했던게 아니라 그냥 학원에서 시키는 대로 실기를 열심히 하고 있었던 거였어.
Q. 입사미를 믿게 된 또 다른 계기가 있었나요?
A. 처음 상담 했을 때 나눴던 대화 중 아직 기억에 남는 점이 있어. 내가 왜 미대에 가야하는지 부터 시작해서 실기만 하느라 회피하고 있던 질문들을 막 물어보셧어. 나는 입시 상담하러 왔는데 그런 원초적인 질문을 던지다니! 근데 이런 기본적인 질문도 대답할 수 없는데 정말 미대입시는 왜 하는 걸까? 결국 한 시간 내내 얼버무리다가 상담이 끝났는데 내 자신이 스스로에게 무책임 하다는 생각이 들더라. 미대를 가겠다고 이렇게 열심히 준비하는데 정작 왜 가고 싶은지는 모르다니! 이런 것도 대답 못하는 와중에 지금 실기가 중요한가? 그래서 꼭 여기를 다니면서 이 질문들과 끝장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홍대는 그 이유를 미활보와 면접으로 확인하고 학생을 뽑는 거니까 더더욱 학종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너무 거창하게 대답했는데 정말 나는 도전 같은 느낌으로 입사미를 다니기로 결정했어.
Q. 입시에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이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A. 뻔한 답처럼 들리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을 꼽으라면 ‘나를 믿었던 것’이라고 생각해. 나는 내성적인 편인데 그래도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것에 있어서는 꼭 하려고 하거든. 모의 면접때도 내 주관이 뚜렷한 게 장점이라고 해주셨고. 실제 면접에서도 내 생각을 전달하는 것에 있어서는 기죽지 않고 말씀 드렸는데 합격에 크게 작용한 거 같아. 그리고 입시 땐 소신껏 해야 결과가 어떻든 후회 없는 듯! 그러니 이걸 보며 망설이던 친구들은 더 이상 망설이지 마!
Q. ‘미대입시=실기’ 라고만 생각하고 실기만 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인 것 같아요. 그 학생들에게 해 줄 수 있는 말이 있나요?
A. 미대입시는 전략이 정말 중요한 것 같아. 실기는 입시 전략 중 하나일 뿐이고, 그것이 본인에게 맞는 전략이라면 다행이지만 만약 본인에게 맞지 않다고 생각된다면 과감히 버려도 된다고 생각해. 실기가 불안한 사람이라면 어차피 그걸로 성공하기 힘들다는 걸 본인이 가장 잘 알거야. 나 같은 경우엔 가장 유리한 전략이 학종이었고 학종을 준비하면 실기만 했을 때보다 더 많은 대학을 지원할 수 있었어.
사실 나는 학원에서 조성했던 불안감과 이상한 집착 때문에 결국 끝까지 실기를 그만두진 못 했는데 결과는? 슬프지만 돈과 시간만 허비하게 됐어…! 그리고 만약 실기 대학에 붙었다 하더라도 당연히 홍대를 선택했을거야. 그러니까 나한테 실기 준비는 더더욱 필요 없는 과정이었던거지. 내 얘기를 듣고 실기에 대한 미련을 좀 떨칠 수 있길 바래! 너희도 본인에게 적합한 전형이 뭔지 알아냈다면 그냥 본인을 믿고 밀어붙이길!
Q. 미술을 처음 시작하려는 학생들에게 해줄 말이 있나요?
A. 병수쌤을 만나게 되면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왜?’라는 말이 될거야. 거기에 익숙해져야해. 나는 어렸을 때부터 내가 미술을 잘한다고 생각했어. 낙서 같은 걸로도 칭찬받고 미술대회 상도 많이 탔었거든. 그래서 진로를 결정할 때쯤 되니까 공부로 갖는 직업보다는 미술로 직업을 갖는 게 더 재밌겠더라. 그러려면 미대를 꼭 가야겠고... 그래서 미술학원을 등록했어! 근데 나처럼 생각해서 미술을 시작한다면 나중에 미술을 하면서도 후회할 수 있어. 학원이 하라는 대로 끌려 다닐 확률이 높고, 막상 미대에 가서도 행복하지 않을 수 있을거 같거든. 난 왜 미술이 좋은지, 어떤 미술을 하고 싶은지, 왜 미대에 가야하는지 같은 것들에 분명히 대답할 수만 있다면 미술 시작하는 거 전혀 겁내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어!
Q. 홍대 지원을 아직도 망설이는 학생들에게 해줄 말이 있다면?
A. 나도 많이 불안해봤던 사람으로서 본인이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느낀다면 그걸 그냥 믿어보라고 하고 싶어. 불안하다는 건 그만큼 간절하게 가고 싶다는 거 아닐까? 너무 가고 싶으니까 안 좋은 결과를 미리 막 예상하면서 불안해하는 것 같아. 근데 불합격이 두려워서 시작조차 안하면 합격도 못 해! 자신감을 갖고 시작하라고 말해주고 싶어. 입시하다보면 자존감 낮아져서 나를 못 믿게 되지만 홍대 지원을 고려해봤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가능성이 있다는 거야. 그 가능성을 믿어 봐! 오글거리지만 서류 준비는 입시라기 보다는 '나'라는 사람을 알아간다는 마음으로 시작해보는 걸 추천해. 홍대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을거야!
PART3. 면접 문제, 어떻게 풀었나요?
Q. 홍익대 면접 고사 내용을 아주 상세하게 얘기해 주세요.
A. 들어가서 앉자마자 2번 질문 어떻게 풀었는지 설명해보라고 하셨어. 당연히 1번 먼저 할 줄 알았는데! 그래도 당황하지는 않았어.
2번 질문은 ‘다음 그림은 사회 문제를 비유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이처럼 사회 문제를 비유적으로 표현하시오’였어.제시된 그림은 환경 파괴 문제를 인간의 폐에 빗대어 표현한 그림이었어. 사실 이 질문을 받았을 때 진짜 저절로 웃음이 나왔는데 왜냐면 내가 입사미 면접 수업 때 거의 똑같은 문제로 풀어본 적이 있었거든. 그때는 현대 사회의 풍속화를 그리라는 게 질문이었는데 나는 ‘물질만능주의’를 주제로 사회비판적인 메시지를 담았었어. 그래서 그냥 그대로 그리면 되겠다고 생각했지. 정말 대박이지 않니?
나는 물질만능주의를 제사풍습에 비유했는데, 제사상 위에 귀금속이 올라가 있는 장면을 그렸어. 사람들이 물질적인 가치를 너무 중요시한 나머지 제사가 사람의 안녕이 아닌 물질을 염원하고 신격화하는 자리로 변질된 상황을 가정해보았다고 설명했어.
근데 교수님이 물질만능주의가 사회 문제랑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다고 하셨어. 물질만능주의는 문명과 관련된 현상이지 않냐면서 나보고 문제지를 제대로 읽었냐는거야! 나는 물질만능주의가 사회 문제라는 걸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정말 당황스러웠어. 하지만 일단 동의하면서 시작했어.
"면접관님 말씀처럼 물질만능주의는 문명적인 현상이지만, 문명은 사회는 유기적으로 얽혀 있는 문제라 가정했다. 문명 현상에 문제가 있으면 사회적으로도 악영향이 생길 것이다. 물질만능주의가 심화되어서 인간 본연으로서의 가치가 물질적인 가치보다 경시되는 게 그런 예시이다."고 했어.
그러자 면접관님께서 물질만능주의가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언제 그렇게 느끼게 되었냐고 물어 보셨어. 내 경험을 물어보는 거였는데 너무 개인적인 얘기는 하면 안 될 것 같아서 뻔하지만 과시 소비를 예로 들었어. 그런데 과시 소비를 설명하다보니 명품 구입을 부정적으로 얘기하게 됐어. 말하면서도 내가 명품 자체를 안 좋게 보는 사람이 되기는 싫어서 후회스러웠지만 이미 말해버린 상태였지.
역시 다음 질문은 이거였어. ‘본인이 지원한 곳은 디자인학부이다. 디자인은 어찌 됐든 상업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낼텐데 그러면 사람들에게 물질만능주의를 조장할 수 있지 않냐. 본인이 그린 그림과 본인의 지향점이 굉장히 상충하는 것 같이 느껴지는데 어떻게 변호할 것이냐.’ 정말 저렇게 여쭤보셨는데 당황스럽기 보다는 일부러 나를 압박하려고 그러시는 것 같았어. 그래서 그냥 차분하게 내 생각을 말씀 드렸어. 내 그림은 물질을 중요시하는 정도가 지나쳐서 더 중요한 가치를 잃어버린 상황을 가정한 것이며, 사람들의 필요를 충족시켜주는 상업 활동은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했어. 그게 디자이너의 일이기도 하고.
그리고 다음 질문은 그런 물질만능주의가 왜 생긴 것 같은지, 사람들이 돈을 중시하게 된 이유가 뭐인 것 같은지 여쭤보셨어. 진짜 내가 철학과 면접에 온건지...! 어차피 좋은 대답은 못할 것 같아서 "돈으로 모든 욕구를 충족할 수 있다는 풍조가 생겨서 그런 것 같다." 고 했어. 근데 막상 뱉고 나니까 내가 한 말은 그냥 물질만능주의 뜻풀이더라고... ‘아 망했구나’ 라는 생각이 잠깐 스쳤는데 병수쌤이 망친 것 같아도 다른데서 만회하라고 한 게 생각나서 리셋하려고 애썼어.
그 다음에서야 ‘물질만능주의’에서 벗어난 질문이 나오더라고. 내 그림이 굉장히 대칭적이었는데 면접관님이 좀 더 구도를 다이나믹하게 바꾸면 더 재밌을 것 같다면서 지금 바꿔보라고 하셨어. 그런데 내가 좌우 대칭 구조를 쓴 건 이유가 있었기 때문에 바꾸고 싶지 않았어. 그리고 나한테 그 이유를 설명하도록 유도하시려는 것 같기도 했고. 그래서 내가 좌우 대칭 구도를 써서 가운데 놓인 대상을 부각시키고자 했던 거라고 말씀 드리면서 만약 역동적인 구도를 써서 다른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면 그것도 한 번 고민해보고 싶다고 했어. 면접 때 면접관님이랑 논쟁할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줏대 없이 내 생각을 전부 면접관에게 맞추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해. 내 생각이 없어보일 수도 있으니까. 계속 그걸 명심하면서 의견을 절충한다는 느낌으로 면접관님과 대화했던 것 같아.
Q. 2번 문제 다음으로는 어떤 질문을 받았나요?
A. 시간이 꽤 많이 지나서 지원동기 여쭤보실 줄 알았는데 1번 문제 세번째 그림 누가 그렸냐고 여쭤보셨어. 바스키아 그림이라고 하자 면접관님께서 ‘근데 이 그림 너무 원시적이지 않아요? 유치원생 그림 같기도 하고.. 바스키아가 유치원생하고 뭐가 달라요?’ 라고 하셨어. 듣자마자 들었던 생각이 바스키아 그림의 차별점을 말하되 유치원생 그림을 안좋게 말하진 말자는 거였어. 그러면 유치원생 그림은 그림이 아니라는거에요? 이러실 것 같았거든. 그래서 그림에 담겨 있는 감정의 깊이가 다른 것 같다고 했어. ‘아기들이 그림을 그리는 이유와 바스키아가 그림을 그리는 이유는 비슷한 것 같다. 아기들도 자신의 감정 상태를 표출하려고 그림을 그린다. 하지만 이 그림이 아기들 그림보다 높게 평가되는 이유는 바스키아가 굴곡진 인생을 살아오면서 느낀 여러 고통, 정신적 고뇌 같은 것이 쌓여서 비로소 탄생한 그림이기 때문인 것 같다’고.
그러자 옆에 계시던 면접관님이 ‘그럼 이번엔 학생이 비평가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바스키아 그림이 쓰레기야. 말을 어떻게 해주고 싶어요?’ 라고 하셨는데 나는 이때 바스키아 그림이 쓰레기라는 사람들에게 비평가로서 바스키아를 옹호하라는 뜻으로 잘못 알아들었어. 그래서 아까 질문하고 똑같은 거 아닌가? 왜 또 시키시지? 하면서도 바스키아 그림 옹호를 다른 근거를 들어서 한 번 더 했어.
그랬더니 면접관님이 약간 짜증내시면서 ‘아니 쓰레기라고 해보라니까. 비판해보라고.’ 이러셨어. 면접관님 말을 못 알아듣다니! 큰 실수 한 것 같아서 너무 당황스러웠는데 일단 사과부터 드렸어. 제가 질문을 잘못 이해한 것 같다. 죄송하다. 비판해보겠다. 그렇게 말하고 그림을 다시 봤는데 정말 못하겠는거야. 방금까지 칭찬하라 해놓고 이번엔 비판해보라니... 그래서 면접관님이 아까 말씀하셨던 원시적인 표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해봤어. ‘여기 막 그어진 선들이나 난잡하게 쓰여진 색상들에 전부 의미가 있나요? 그냥 막 칠한 것 같은데 무작위성이 전부 예술이라고 할 수 있나요?’라고. 그랬더니 면접관님이 ‘애썼다’ 이러셨어. 칭찬인지 조롱인지 모르겠어…
이후부터는 철학적이거나 어려운 질문이 없었거든. 1번 문제 첫 번째 그림 미술사조 중에 뭐랑 비슷한 것 같냐, 그런 표현 방식을 썼을 때 얻는 효과가 뭐냐 같은 거? 이 질문들은 입사미 모의면접 때 충분히 준비했던 거라 막힘 없이 말할 수 있었어. 근데 이거 말하고 있을 때 시간이 다 되어서 밖에서 문이 잠깐 열렸는데 면접관님이 닫으라는 식으로 손짓했던 것 같아. 그리고 내 말을 끊으면서 우리 학교 오면 뭐 배우고 싶냐고 여쭤보셨어. 원래 문 열리면 시간 끝난 거 아닌가? 그래서 아 나한테 관심이 있으신가보다! 하고 자신감을 좀 얻었던 것 같아.
나는 광고를 하고 싶었기 때문에 그 쪽으로 관련되게 말했어. 광고 중에서도 공익광고가 하고 싶었기 때문에 나중에 사회문화적디자인 스튜디오를 들어가고 싶다고 했어. 아 그리고 인터랙티브 광고도 관심이 많다고 했어. 그랬더니 인터랙션은 왜 하고 싶은지 여쭤보시고,, 대답하고,, 인터랙션 광고 예시 말하라고 하셨고,, 내가 좋아하던 광고 설명했어!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자신 있게 해보라고 하셨어. 면접관님 두 분이셨는데 둘 다 처음으로 웃으면서 자신 있게! 이러시길래 갑자기 긴장 다 풀려서 정말 후련하게 내가 광고를 얼마나 하고 싶은지, 입학하면 어떻게 공부할지 같은 내 각오를 말하고 나왔어!
PART4. 후배들에게 보내는 ‘진심을 다한 충고’
Q. 입시를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말을 해주세요.
A. 면접 얘기부터 하자면 나는 입사미에서 풀었던 문제랑 거의 똑같이 나왔어. 하지만 아무리 풀어봤던 문제라 하더라도 제대로 풀어놓지 않았다면 합격할 수 없었을 거야.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입사미에서 수업할 때 문제를 많이 푸는 것에만 치중하지 말고 좋은 그림이 나올 때까지 스스로 반복해서 풀어봤으면 좋겠다는 거야. 앞서 면접 내용에서 설명했던 그 문제의 경우도, 수업 마치고 남아서 여러 번 질문해가며 고쳐 놨던 그림이라 더 반가웠던 것 같아!
그날 그날 자기가 그린 것도 의미를 파악해가며 다시 그려보고, 칭찬 받는 친구들 그림은 그냥 감탄하고 끝내는 게 아니라 주제를 키워드로 뽑아서 표현 방식이랑 같이 외워두었는데 나중에 내 그림에 써먹을 때가 꼭 있더라고. 아 그리고 공익광고 찾아보는 것도 추천할게. 간단하지만 분명하게 전달되는 이미지를 분석하기에 최고인 것 같아.
Q.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데 하지 못한말이 있으면 해주세요.
A. 마지막으로 입시는 순간의 선택이 정말 중요한 거 같아.. 미활보도 2달 동안 낑낑대며 썼는데 마감 6시간 전에 다시 읽어보니까 내가 어떤 사람인지 전혀 안 보이고 절대 못 붙을 거 같은 거야!! 사실 그때까진 교과, 비교과, 종합란 간 연결성은 포기한 상태였거든. 그래서 그냥 눈 딱 감고 처음부터 끝까지 연결되도록 다 갈아 엎었어. 어차피 이걸로는 못 붙는다, 그냥 떨어지나 갈아엎고 떨어지나 똑같으니 그냥 엎자! 라는 생각으로 엎었는데 정말 잘한 거 같아! 그때 안 바꿨다면 면접까진 가보지도 못했을 것 같다ㅠㅠ
그리고 나 같은 경우엔 수시 6개 지원 중에 나머지는 전부 떨어지고 홍대만 붙었는데 만약에 홍대를 안 썼다면 어떻게 됐을까? 정말 무섭다. 입시하다보면 고민되는 순간이 엄청 많이 올 텐데 주변의 말을 듣는 것도 좋지만 본인이 후회 남지 않을 선택을 하는 게 최고인 것 같아. 확신이 안서더라도 본인이 맞는 것 같다면 그렇게 해! 너무 타인의 말에 휘둘리지 말고, 불안감 때문에 이도저도 아닌 선택을 하지말고, 주도적으로 입시라는 문제 상황을 해결해 나가길 바래.
생생한 면접 현장
🏆
문예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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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예술종합학교 방송영상 홍익대학교 미대 자율전공
1. 생생한 면접 현장
Q. 홍대 면접 현장에서 어떤 문제가 나왔고, 본인은 어떻게 문제를 풀이했는지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주세요.
A. 첫 번째 문제에서는 마그리트의 작품, 뱅크시의 작품, 동양화까지 총 세 그림이 제시되었어요. 문제를 받자마자 가장 눈에 띈 특징은 ‘언어' 였죠. 마그리트의 작품에서는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는 문구가, 동양화에서는 한문이, 그리고 뱅크시의 작품에서는 “parking”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언어를 중심으로 마인드맵을 작성했어요, ‘왜 이 문구들을 넣었어야 했을까?’라는 의문점을 안고 출발했죠. 다행히도 그와 관련된 질문을 받았어요. 작품에서의 언어가 어떤 기능을 하는지 물으시더라구요. 저는 감상자가 작품을 해석할 때 작가의 의도를 알아채는데 도움을 주기 때문에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는 취지로 답했어요.
Q. 두 번째 문제는 어떤 문제가 나왔나요?
A. 두 번째 문제는 선으로 간단하게 그려진 그림 위에 창의적으로 그림을 덧그려 보라는 문제였어요. 주어진 그림을 처음 딱 봤을 때의 인상은 '소' 같았어요. 사실 소를 소처럼 해석하지 않고 색다른 방법으로 해석해보고 싶었는데, 주어진 시간이 부족하더라구요. 이후에 제가 어떻게 문제를 풀었는지는 교수님과의 대화를 통해 적어볼게요!
교수: 본인의 그림을 설명해볼까요?
나: 그림을 보자마자 든 생각은 “어, 소네?” 였어요. 사실 소를 소처럼 해석하지 않고 색다른 방법으로 해석해보고 싶었는데, 한 번 소라는 생각이 들고 나니 다른 생각이 잘 나지 않았어요.
교수: (웃음) 괜찮아요. 편하게 말해보세요.
나: 제가 느낀 그림의 첫 인상은 “쓸쓸하다”였어요. 더 구체적인 감정으로 표현해본다면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라는 문구가 적합할 거 같아요. 선으로 한 마리만 덩그러니 그려져 있어서 그런지 쓸쓸해 보이더라구요. 제가 선택한 상황을 표현하기 위해 줄에 묶인 소와 그 줄을 잡아끄는 사람의 손을 그려 넣고, 소의 뒤에는 연필로 옅게 그림자를 채워 넣었어요. 대상의 뒷모습에 길게 드리워지는 그림자가 감정의 여운을 더해 줄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또 면으로 표현된 그림자들을 통해 선과 면의 대비도 주고 싶었어요. 그림자들 속에는 송아지 등의 실루엣을 그려 넣어 쉽게 발을 뗄 수 없는 듯한 어미소의 심정을 연출했어요.
교수: 부정적인 해석이네요. 혹시 반대로, 긍정적으로는 해석해보지 않았나요?
나: 긍정적인 해석도 생각해봤지만,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주어진 시간 내에 제가 더 잘 표현할 수 있다고 판단한 쪽을 선택했습니다.
교수: 솔직해서 좋네요! (웃음),그럼 시간이 더 주어진다면 본인이 그린 그림에서 어떤 요소를 극대화시켜 볼거예요?
나: 사실 그림자들을 조금 더 조형적으로 표현해보고 싶었어요, 그런 의미에서 그림자들의 크기를 서로 다르게 한 후에, 층층이 쌓아서 그림자 들의 면과 면이 충돌하도록 표현해보고 싶어요.
교수: 생기부로 넘어가 볼게요. 자율전공에 지원한 동기와 장래희망을 이야기해볼래요?
나: 저는 운 좋게 제품 포장 디자인에 참여했던 경험이 있어요. 원래 포장 디자인에는 큰 관심이 없었는데, 콘텐츠에 디자인을 적용하는 방식에 따라 제품의 분위기와 실적이 달라진 다는 것을 체험한 후 디자인의 힘을 실감했습니다. 더 많은 분야를 배워보고 싶어 지원하게 되었습니 다. 하고 싶은 분야 한 가지만 하는 것도 좋지만, 다양한 경험을 쌓아 남들보다 더 많은 분야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디자이너가 되고 싶습니다. 위의 대화 내용이 끝나고 교수님들께서 계속 더 자세히 설명해달라고 하셔서 조금은 당황했었어요. 하지만 입사미에서 연습했던 경험들을 떠을 리며, 위의 내용처럼 대체적으로 순조로운 대화를 진행하며 마무리할 수 있었답니다!
2. 진짜 면접 vs 가짜 면접
Q. 면접을 순조롭게 진행한 것 같아요. 어떤 태도로 임하는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나요?
A. 많은 합격 수기들을 보면 흔히들 솔직함이 중요하다고 하죠. 그런 수기들을 보면 ‘당연히 면접은 솔직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곤 해요. 하지만 막상 면접에서 모르는 질문을 들으면 대답하기 어려워요. 여기서 제가 말하는 ‘모른다’는 상황은 크게 두 가지예요. 정말 모르는 개념에 대한 질문이거나, 자기 스스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거나.
Q. 첫 번째 경우, 즉 모르는 개넘이 나오는 경우에 대비해서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요?
A. 사실 첫 번째 경우는 입사미에서 제공하는 수업에 충실히 임한다면 쉽게 해결 가능한 문제라고 생각해요. 서병수 선생님이 수업 첫 날에 미술사에 영향을 미친 작품들을 중심으로 입체적으로 정리해 주시거든요. 수업 중에 언급하는 작품의 수가 많지 않아서 들을 땐 ‘겨우 이 정도만으로 모든 작품을 이해할 수 있다고?’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이 흐름을 이해해야 나머지 작품도 이해할 수 있어요. 가장 기반이 되는 수업이에요. 이 수업 하나만으로도 수업을 듣기 전과 후로 나뉜다고 말하고 싶어요.
Q. 수업이 개념을 정리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나 보네요. 어렵진 않았나요?
A. 큰 흐름을 빠르게 정리하다 보면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어요. 그럴 땐 선생님께 질문을 하든, 자료를 찾든지 해서 어떻게든 이해하세요. 예를들어 원근법을 고안해 내기 전과 후의 작품의 차이를 이해하고 나면 익숙하지 않은 작품이라 하더라도 핵심이 되는 요소들만으로도 문제풀이가 가능하거든요. 면접 준비 커리큘럼 중, 이 첫 시간 수업에 꼭 집중해야 한다고 당부하고 싶어요.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모든 수업은 이 날로부터 시작됩니다!
Q. 그렇다면 두 빈째 경우, 자신에 대한 깊이 있는 질문은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요?
A. 그렇죠. 문제는 두 번째 상황이겠죠. 미활보를 쓰기 위해 오로지 입시만을 바라보고 달려왔던 내가 대학 진학 후에 정확히 뭘 하고 싶은지, 왜 미대에 가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반문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해요.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렇게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는 시간들이 별로 없다는게 문제죠. 이렇듯 여유롭지 못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입사미 선생님들께서는 면접 준비를 통해 단순히 면접 당일 하루만을 위해 꾸며진'나'가 아 니라 진정한 '나'를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어요.
Q. 어떤 도움을 받았는지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세요.
A. 저는 막연하게 ‘드라마 감독이 되고 싶다’라고 꿈꿨어요. 내가 왜 이걸 하고 싶고, 무슨 ‘이야기’를 담는 드라마를 만들고 싶은지는 생각해보지 못 했어요. 그러다 보니 막상 ‘왜?’ 라는 질문을 받으면 턱 막히게 돼요. ‘그냥 좋아서, 하고 싶어서’라는 말밖에 안 나오죠. 하지만 이런 순간에 스스로를 한 번 더 돌아봐야 해요. 전 선생님들과의 대화를 통해 ‘과연 난 내가 하고 싶어하는 일에 대해 진정으로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봤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게 되었어요. 그렇게 질문하면서 내면에 집중 하다 보니 내가 하고 싶은 것에 대해 훨씬 능동적으로 찾아보게 되더라rn요.
Q. 면접 고사장에서도 자신의 생각을 잘 보여주고 나왔나요?
A. 흔히들 ‘관심이 있으면 질문이 생긴다’라고 하죠. 진지하게 나에게 질문 하고 끝없이 반문하다 보면 나도 모르는 나의 모습이 보이면서, 교수님들이 나에 대한 질문을 했을 때 아무런 망설임 없이 당당하게 말할 수 있게 되죠. 그리고 이러한 시간들이 있었기에 처음으로 내가 진심으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탐색해볼 수 있었어요. 입사미는 입시생들에게 면접 준비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대학 진학 후에 마주하게 될 삶의 예고편까지 제시해주는 역할을 했다고 생각해요.
Q. 보통 면접 준비를 할 때 예상 문제를 뽑아보고 그것에 대한 답을 미리 외워서 가는 경우가 많지 않나요?
A. 대부분의 학생들은 면접을 준비할 때 예상 질문을 정리해요. 그리고 그 질문들에 대한 답을 머릿속으로 저장해두고 면접에 임하죠. 면접에 가보면 느끼겠지만 막연히 예상 질문을 정리해보는 것만으로는 부족해요. 또, 예상 질문을 정리하다 보면 불안한 마음에 답을 외우려고 하는데, 그렇게 되면 모든 대답이 생각해두었던 답에 맞춰 흘러가 버려요. 흐름에 맞지 않는 답변인데도, 익숙하게 느껴지니까 그 답이 옳다고 착각하게 되거든요. 이런 문제들을 방지하기 위해 입사미에서는 모의 면접이 자주 진행되었어요. 모의 면접은 예상치 못했던 질문들을 접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이에요.
Q. 입사미에서의 면접 준비 과정을 통해 변화가 생겼나요?
A. 모든 과정이 지나고 나면 첫 번째 모의 면접 때의 모습과 마지막 면접 때의 자신이 달라졌음을 느낄 수 있어요. 그리고 또 특별한 점은, 단순히 모의 면접을 경험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을 촬영해 피드백을 제시해준다는 점이에요. 나중에 보면 알겠지만, 생각보다 이 영상이 굉장히 충격적일 거예요. 저는 사실 평소에 면접에는 자신 있다고 생각해 왔었어요. 그런데 막상 영상에 비춰진 모습들은 고쳐야 할 것 투성이더라구요. 그 다음부터 항상 면접 전에 고쳐야 할 점들을 인식하고 들어가다 보니 조금씩 발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아예 모르고 있는 것과 조금이라도 인식하는 것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기 때문에 모의 면접 영상을 꼼꼼히 보는 것을 추천해요!
3. '왜?'라는 질문의 힘
Q. 홍대뿐 아니라 한예종 방송영상과까지 동시에 합격했네요. 입사미의 교육 과정이 홍대 입시뿐만 아니라 한예종 입시에도 도움이 되었나요?
A. 홍대 미대와 한예종 방송영상과라고 하면 다들 의아해 하세요. 서로 연관성이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동의해요! 홍대만 준비하고 한예종 면접까지 무사히 치르고 왔다는게 연결고리가 부족해 보일 테니까요. 하지만 제게 입사미의 교육과정은 단순히 홍대 면접만을 위한 과정은 아니었어요. 약간 우스갯소리를 하자면, 입사미를 다니는 동안 서병수 선생님께서 제 평생 가장 많이 말씀하시는 단어는 “왜?”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서병수 선생님은 대화할 때 하나의 대답에 서너 개의 꼬리를 달아 주세요. 처음에는 무서웠어요. 내가 뭘 잘못 대답했나, 틀린건가 별 생각이 다 드는데 사실 그게 아니거든요. 우리가 깊이 있는 생각에 익숙하지 않을 뿐이에요. 항상 답을 찾는 과정에 익숙하다 보니, 정해진 답이 없는 미술 마저도 답을 찾으려 해서 ‘왜?’라는 질문에 당황하는 거예요.
Q. 입사미 교육과정이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이 되었나요?
A. 서병수 선생님과 몇 번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일상에서도 ‘왜?’라는 질문에 답을 찾으려 노력하게 되었어요. 어느 순간 정말 궁금해지더라구요! 나는 왜 미대가 가고 싶었을까? 놀랍게도 그 끝에 마주하게 된 건 영상이었어요. 사람들의 변덕스러운 욕구를 채워주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 미술을 시작했지만, 그 변덕을 이해하기 위해 바라본 사람들의 삶이 너무 재있더라구요. 오히려 그 삶들을 담아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걸 확실하게 깨닫고 나니 한예종에 지원할 용기도 생겼던 것 같아요. 조금씩 마음에 품고 있던 꿈이었지만 막연한 꿈으로만 여기고 지나쳤던 고3 시절과 달리 행동으로 옮겼고, 이루었으니까요.
Q. 홍대와 한예종 중에서 한예종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A. 홍대와 한예종, 두 대학에 모두 붙었을 때 정말 많은 고민을 했어요 홍대로 가야 할지 한예종으로 가야 할지... 저는 고민 끝에 한예종으로 진학 하기로 결심했어요. 홍대를 포기하고 한예종에 진학한건 후회하지 않아요. 저를 믿었기 때문이겠죠.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하는 과정들이 반복해서 쌓이다 보니 어느새 나도 모르게 단단해지게 된 것 같아 요. ‘왜?’라는 질문에 대답하면서 생긴 꿈에 대한 확고함이 날 뒷받침 해주니까. 자기 자신을 스스로 믿는 것 만큼 큰 힘은 없다고 생각해요. 그 누가 나를 의심해도, 스스로에 대한 믿음만 있다면 절대 혼들리지 않아요. 한 번 길러진 생각하는 힘은 단기적으로만 효과가 있는게 아니니까, 당연히 그 힘이 한예종 입시에서도 힘을 발휘하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Q. 영상이라는 분야를 직접적으로 접해볼 기회는 많이 없었을거 같아요. 면접에서 어려움은 없었나요?
A. 입사미를 다니며 배울 수 있었던 태도를 꼽으라면 단연코 솔직함이 아닐까 싶어요. 사실 인문계 고등학교에 다니면서 영상 프로그램이나 관련 활동을 접하기란 어려워요. 특히 디자인과에 진학하려 했던 저로서는 더욱이 영상 관련 활동 경험이 적었구요. 그렇기 때문에 각 분야에서 손꼽히는 전문가로 인정받으시는 교수님들 앞에서 내가 부분적으로 경험한걸 뭔가 대단한 것처럼 말하기는 더더욱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이 과에 관심이 있다는 걸 어필하고자 하는 욕심과 활동들에 대한 애착 때문에 나도 모르게 내가 한 활동들을 부풀려 말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런 대답들은 오히려 자신에게 독이 되어 돌아와요. 전문적인 질문 하나만으로도 금방 들통나게 되거든요. 오히려 순수하게 디자인과 보다 영상에 더 관심을 갖게 된 동기와, 이곳에 진학해서 하고 싶은 것들을 차분하고 솔직하게 말씀드린 모습을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4. 전략의 핵 - 선택과 집중
Q. 지금과 달리 고3 때는 결과가 좋지 못했다고 들었어요. 당시 결과가 좋지 않았던 원인이 있다고 생각하나요?
A. 그 전에는 일반적인 미술학원들과 다를 바 없는 브랜드 미술학원의 분점에 다녔구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제 현역 입시는 실패였어요. 미술을 그만두겠다는 결심까지 하고 인문계로 걸음을 돌릴 만큼 큰 상처를 받았었죠.
Q. 기존에 다녔던 미술학원은 어땠나요?
A. 현역 시절 제가 다녔던 학원은 서울대를 굉장히 중시하는 곳이었어요. 오로지 서울대만 준비했죠. 참 위험한 방식이었어요. 우선 서울대 실기는 일반적인 실기시험과 다른 형식이기 때문에 타 학교와 잘 연계되지 않아요. 이대-고대 처럼 연결시켜 준비할 수 없다는 뜻이죠. 또 다른 문제는 고3 수능과 홍대 서류 준비를 목전에 두었음에도 불구하고 9월 한 달간 서울대 실기만을 위해 점심때부터 10시가 넘는 시간 까지 실기 준비를 했어요. 하루 종일 실기 준비를 하고 12시가 다 돼서야 집에 오는 스케줄을 소화해가며 공부하기엔 체력적으로 너무 벅찼어요.
Q. 실기 때문에 공부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했겠네요, 성적은 어땠나요?
A. 제 내신은 홍대 미대자율전공을 준비하기엔 애매한 성적이었어요. 크게 좋지도, 그렇다고 나쁘지도 않은 성적이었죠. 그렇기 때문에 1차가 매우 떨리는 관문이었어요. 그렇게 1차 합격이 되고 2차 준비를 해야 하던 날, 서류 준비를 묻는 제게 돌아온 대답은 ‘서울대 안 갈거야?’였고, 내신 성적이 좋은 친구들만 따로 불러 준비시키는 선생님의 모습을 봤어요. 그렇게 저는 저도 모르게 홍대를 포기하고 있었어요. 서류를 준비해 보기도 전에 ‘나는 안 되겠구나’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앞에서 언급했던 것 처럼, 입시는 자기 자신을 믿는게 가장 중요해요. 홍대에 못 갈 거라는 말을 들었던 제가, 재수 때는 당당히 최초합을 이루어 냈으니까요. 그리고 누구와 함께인지도 중요해요. 홍대 미대 자율전공 최초합을 이룬 제 곁에는 입사미가 있었듯이 말이죠.
Q. 현역 시절 당시에 다녔던 미술학원과 입사미의 차이는 무엇이었나요?
A. 위와 같은 방식으로 현역 입시를 준비했던 저였기에 수능이 가까워질수록 성적에 집중하도록 등원 일을 줄이는 입사미의 방식이 더 충격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아요. 재수를 하고 보니 더 와 닿는 점이지만, 입사미의 방식이 옳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실기는 미대 입시생들 간의 경쟁이지만, 수능은 전국 수험생들과의 경쟁이에요. 실기를 준비하는 그 순간에도 붓이 아닌 책을 들고 있는 학생들이 있다는 점을 늘 생각했으면 해요.
Q. 실기와 성적 중 무엇에 더 비중을 둬야 하나요?
A. 본인 성적이 굉장히 탄탄한 학생이 아니라면, 과감히 서울대를 포기해도 된다고 말하고 싶을 정도로 실기로 인해 성적을 잃는 상황을 만들지 않았으면 해요. 입시는 굉장히 긴 싸음이에요. 당장 눈앞에 놓인 수시로 끝낼 수 있다면 너무나 행복하겠지만, 2월까지 이어지는 정시까지 염두에 두어야 하는 긴 레이스예요.
Q. 좋은 입시 결과를 위해서는 이떤 마음가짐이 필요한가요?
A. 불필요 한것은 과감하게 포기하는 용기를 기르세요. 입시는 절대 모든 걸 이루어 낼 만큼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아요. 모든 대학에 합격하려고 하지 마시고 한 두 군데에 집중하세요. 한두 군데만 지원하라는게 아니라, 각 대학별로 노력을 퍼센트별로 나눠주라는 뜻이에요, 오히려 욕심을 덜어내다 보면 도리어 얻는 것들이 생겨요. 현역 시절 서울대와 홍대 모두를 준비하려다 보니 오히려 초조함이 생기더라구요. 서울대 흥대 두 가지 모두에 목매다 보면 둘 다를 놓칠 수 있어요. “둘 다 해낼 수 있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나는 00에 집중하고 00은 한번 도전해보자!”라고 생각하세요. 이렇게 하면 마음의 부담감도 덜 수 있고, 혹여 결과가 좋지 않았을 때도 충격이 적어요.
Q. 현역 시절과 달라진 전략은 무엇인가요?
A. 재수할 때는 서울대를 포기하고 오로지 흥대에만 집중했어요. 지금도 여전히 제가 했었던 그 결정에 후회는 없어요. 입시는 전략이라고 하죠! 저는 한 번의 실패를 통해 얻은 전략이지만, 제 글이 다른 분들이 전략을 짜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5. 잠시 쉬었다 가는 것
Q. 재수를 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텐데요.
A. "너에게로 가지 않으려고 미친 듯 걸었던 그 무수한 길도 실은 네게로 향 한 것이었다.” 나희덕 시인의〈푸른 밤〉이라는 시의 한 구절인데, 조금 오글거리지만 제가 재수 시절을 버티게 해준 한 마디였어요. 처음 재수를 결정했을 때,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나름 상처도 많이 받았었고 지쳐 있어서 미술을 그만뒀어요. 미술 재료도 다 버리고, 인문계 기숙학원에 들어가서 수학을 다시 시작하고 인문계로 전과했었어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오히려 그 시간들이 있었기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좋아서 시작한 미술이 스트레스가 되어버렸군요.
A. 모든 정신이 미술에 집중되어 있었던 과거와 달리, 여유롭게 다른 공부도 해가면서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처음엔 막막했어요. 미술을 시작함과 동시에 수학과 멀어졌던 내가 수학이라니… 신기하게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수학이 전환점이었어요. 머리를 다른 방식으로 쉬게 해준 달까. 물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죠. 수학 때문에 늘 성적에 대한 걱정이 떠나질 않았으니까요(미술을 하는 친구들이 수학을 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에요).
Q. 다시 미술을 하게 된 이유는요?
A. 하지만 매 모의고사마다 오르는 수학 성적을 보며 공부에 대한 자신감도 되찾았고, 그렇게 조금씩 마음에 여유가 생기다 보니 점차 미술도 다시 찾게 된 것 같아요. 현역 때는 항상 불안한 마음과 쫓기는 기분이었다면 , 재수할 때는 조금 더 나 자신을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반년 정도 지나고 나니 미술이 다시 하고 싶어지더라구요. 하고 싶어서 하는 것 과 하다 보니 하게 되는 건 정말 큰 차이예요. 바쁜 입시생활에 이게 무슨 여유 넘치는 말인가 싶을 수 있지만, 내가 미술에 끌려다니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잠깐 붓을 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본인이 하고 싶은 마음은 그 무엇보다 강한 추진력이거든요.
Q. 재수를 하는 친구들에게 할 말이 있다면
혹시 본인이 재수를 한다면 자신이 실패했음을 인정하세요. 자책을 하 라는 게 아니라, 재수도 생각보다 할 만한 일이거든요! (재수가 생각보다 할 만한 일이라던 선배들의 말을 싫어하던 제가 이 말을 쓰게 될 줄은…) 그저 한 번 더 도전할 뿐이고, 스스로에 대해 깊이 성찰할 수 있는 시간들 이기도 해요. 어떤 전략이 잘못됐었고, 옳았는지를 점검해가며 나 자신 에게 적합한 방식을 찾아가는 거죠. 처음엔 받아들이기 힘들기도 하고, 스스로가 무가치한 사람 같고 별 생각이 다 들곤 하는데,그 시간들을 견 뎌낸 후의 자신은 그 이전보다 훨씬 단단해져 있을 거예요. 본인에게 찾 아오는 분노도,슬픔도,실망도 어느 정도 받아주세요. 인정하는 순간, 같 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 노력할 거고 그 시간들의 끝에는 다시 뭐든 할 수 있올 거라는 믿음이 생겼을 거예요!
Q. 스스로에게 믿음을 가지는 좋은 방법이 있나요?
A. 모든 일에 ‘왜’라는 질문을 달아보세요. 이 습관도 서병수 선생님과 대화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생겼는데, 본인의 질문에 바로 대답할 수 있는 일 이라면 스스로가 잘하고 있다고 믿어도 된다고 생각해요. 내가 이 공부 를 왜 하는지도 모르면서 하다 보면 지치는 순간이 분명 와요. 그런 순간 이 안 오도록 예방하는 예방 접종이라고 생각하세요. 그 고민의 순간들 역시 고통스럽겠지만 그 순간순간이 모여 여러분의 서류가 되고, 면접이 되고, 여러분 자신이 된답니다!!
6. 많이 아는 만큼 그릴 수 있다
Q. 지금, 본인의 입시를 돌아보자면?
A. 홍대 입시와 한예종 입시를 하면서 많은 걸 알수록 더 많이 표현할 수 있 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렇기 때문에 관심사를 넓게 두고 많은 걸 받아들 였으면 해요! 과학, 사회, 시사 등 관심사의 폭을 넓히면 디자인을 할 때 에도 더 많은 선택지를 둘 수 있을 거예요. 요즘 입시에서는 사회적 이슈 들도 고려해가며 문제를 출제하기 때문에 분명 도움이 될 거예요.
Q. 실기와 내신, 수능 공부를 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한데, 관심사는 언제 알아보나요?
A. 제 경험을 예로 들어보자면, 재수를 할 때 국어 시험이 어려워지는 추세라 논술 대비도 할 경, 긴 글에 익숙해지기 위해 신문 사설을 매일 읽었어 요. 사설을 읽은 친구들은 알겠지만 사설에는 정치적인 이슈뿐만 아니라 사회 등 많은 이슈들을 다양한 시각으로 담아내기 때문에 우리 사회가 어떤 흐름으로 흘러가는지 눈치 정도는 첼 수 있어요! 그런데 이게 아이러니하게도 홍대와 한예종 준비에도 쏠쏠한 도음이 됐어요. 우선, 특정 스타일의 디자인에만 한정되어 있었던 나에게 더 넓은 세상에 사는사람 들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줬고, 하나의 사건도 긍정과 부정 모두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되었어요. 특히 뉴스 비평에 익숙해져야 하는 한예종 입시에서는 더욱 도음이 됐죠. 다른 이유로 시작했던 일이 오히려 더 큰 득이 되어 돌아온 셈이에요.
Q. 결국 공부가 그림에도 도움을 주었군요?
A. 주변에 그런 친구 한두 명은 있을 거예요. 실기는 많이 안했으면서 홍대 가려는 친구들. 그런데 이게 또 가능한 일이라서 더 화가 날지도 몰라요. 나도 학교 다닐 때 그랬었어요. 분명 나보다 실기 경력도 짧고 그림도 못 그리는 것 같은데 홍대에 합격하는 친구들에게 질투가 났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까 그 친구들은 단순히 내신만 좋다고 뽑힌게 절대 아니더라구요. 단지 미술을 늦게 시작해서 표현력이 부족할 뿐이지 아이디어가 통통 튀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Q. 미술의 핵심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A. 이제는 얼마나 실제와 가깝게 그리느냐?를 경쟁하는게 아니잖아요? 내가 생각한 걸 어느 정도 표현해낼 수 있는 실력만 된다면, 이제는 “무엇을 표현할 것인가?”를 생각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고 생각해요. 미술이 꼭 그림을 '잘' 그리는 것만으로 판단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림 잘 그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림도 하나의 표현방식인 거잖아요? 그러니까 그 수단에 매몰되지 말고, 본질적으로 미술을 통해 드러내고 싶은 자신의 생각을 키우는 것에 집중했으면 해요.
Q. 미술학원이 학생들에게 상처로 남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이 학생들 을 위해 해줄 수 있는 말이 있나요?
A. 마지막으로, 학원의 시스템에 너무 상처받지 않았으면 해요. 내 개인 적인 경험이지만. 입사미 다니기 전 학원에서는 상처를 많이 받았어 요. 막말이나 무시 뭐 그런 것들이요. 그래서 미술을 접었어도 입사미에서 붙잡아 주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인문계 대학에 진학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나서 보니, 그런 말들은 말 그대로 그저 막말 에 불과해요.
자신의 잘못이나 부족함 때문이 아니라는 거예요. 그런 말들에 연연하고 마음에 담아두지 마세요! 그저 흘려들으세요. 그리고 그런 면들이 자신을 혼란스럽게 만든다면, 과감하게 그만두고 진심으로 당신을 아끼고 신경써주는 학원에 가서 입시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되길 바랄게요. 저에겐 입사미가 그런 학원이었어요!
성공의 비결은 '확실한 선택'
🏆
김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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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자대학교 디자인학부
1. 성공의 비결은 '확실한 선택'
Q. 입시 준비 과정을 설명한다면?
A. 중학교 때 예고 입시에 실패한 상태로 고등학교에 왔어. 내 스스로 실패한 것에 대해 속상하기도 하고 악도 생기면서 당장 눈앞의 일들에 대해 열심히 하자는 마음이 생겨서 학교생활을 내 나름대로 열심히 했던 것 같아. 1, 2학년 때는 실기를 했는데 그때도 실기 학원은 내신 기간에 아예 나가지 않았어. 실기 학원에서는 내신 기간에도 학원에 계속 나오라고 하고, 다른 친구들은 그 말을 듣고 다 학원에 나가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 이어서 눈칫밥 좀 먹었어. 그래도 나는 내신 기간에 실기 학원을 나가다 보면 내신 공부에 집중이 되지 않는 느낌을 많이 받아서 실기는 해도 방학때 주로 열심히 했고, 3학년이 되어서는 학생부 종합전형으로 입시 방향을 확실히 정하고 실기를 stop! 했어. 내신과 수능에만 집중하자는 마인드로!
Q. 실기를 그만둔다고 했을 때 주변 반응은 어땠나?
A. 사실 나도 처음에는 미술을 하는데 학생부 종합전형을 목표로 한다는게 정말 불안했어. 나는 중학교 때부터 실기를 해왔고 이게 미술이라고 생각했는데 비실기로 방향을 돌린다는게 너무 불안했지. 미술학원에서 상담을 받아도 학생부 종합은 가능성이 없으니까 실기를 더 많이 하라고만 이야기하더라고.
Q. 특별히 노력을 기울였던 부분이 있나?
A. 너무 교과서적인 대답일지도 모르겠지만 정말로 내신 공부와 교내 활동을 열심히 한게 다른 친구들과의 차별점이 아닐까 싶어. 그리고 많은 친구들이 '미술=실기'라고 생각해서 내신을 신경 쓰지 않는다는걸 되게 많이 봤어. 근데 내신이랑 학교생활, 학생부 관리는 잘 해놓아서 나쁠 거 없고 그걸 잘 해놔야 나중에 후회할 일이 안 생길 것 같다고 판단했어. 교내 활동은 뭐든 다 열심히 했던 것 같아. 턱없이 부족했던 교내 미술 공모전도 선생님께 열어달라고 부탁드려서 1년에 5개씩 열기도 했고, 자율 동아리도 만들고, 교내 활동 중에 '미술' 또는 '디자인'이 들어가면 전부 다 했던 것 같아. 그렇게 교내 활동을 일심히 하다 보니 선생님께서 활동을 제안해 주기도 하셨고, 선생님이랑 친해져서 정보도 많이 얻을 수 있었어. 학교에서 열리는 행사와 활동에서 미술 쪽으로 많이 참여했던 게 도움이 많이된 것 같아.
Q. 학생부 종합전형을 선택하게 된 더 확실한 이유가 있다면 ?
A.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이면 대부분은 그럴 거라고 생각해, 수시 때 공부에 집중하려고 실기 학원을 안 다녔는데 수시가 잘 안되면 정시 때 어떡하지? 이게 딱 내가 고2, 고3 초기 때까지 했던 고민이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실기를 그만두었던 건 '확실히 하기'위해서 였어. (근데 이건 나의 경우고 사람마다 상황이 다르니까 자신의 상황을잘 파악해서 들어줬으면 좋겠다!) 공부와 실기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다가 이도저도 아니게 되어버린다면 그것이야말로 대참사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단호하게 실기를 그만두고 공부에 집중했어. 정말 단호한 마음가짐과 확신, 그리고 꼭 성공하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한길만 파다 보니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아.
Q. 입사미에서의 상담은 다른 미술학원과 다른 점이 있었나?
A. 그 시기에 입사미에서 상담을 받았는데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어. 모든 미술학원들이 실기를 안하면 안된다고 했을 거야. 그런데 입사미에서 상담받고 나니까 나의 경우에는 정말 실기를 할 필요가 없다는 확신이 들더라고. 만에 하나 수시에 안 되면 정시에 가서도 가, 나, 다군 모두 홍익대에 넣을 수 있다는 걸 그때야 알게 됐어. 정시는 수능만 잘 나오면 나는 실기 없어도 가, 나, 다군 모두 홍익대에 합격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더라고.
Q. 어느 대학에 지원했고 결과는 어땠나?
A. 수시에서 홍익대, 이화여대, 세종대, 경희대, 홍대 세종을 채워서 지원했어. 결과는 홍익대 본교 빼고 모두 합격! 사실 제1의 목표였던 홍익대는 2단계 서류 전형도 무난히 통과했어. 면접도 입사미에서 연습한 대로 잘봤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수능이 평소만큼 나와주지 않았어. 너무 아쉽게 한 문제 차이로 최저 기준을 맞추지 못한 거야. 정말 속상했지. 최저를 받지 못할 거라고는 단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는데. 다행히 홍익대 본교를 제외한 이화여대, 경희대, 세종대, 홍대 세종 등 내가 지원한 나머지 대학은 모두 합격을 했어!
Q. 실기에 집중했을 때보다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생각하나?
A. 만일 내가 실기 준비까지 했더라면 정말 수능은 끔찍한 점수가 나왔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우리 학교에 미술 하는 애들이 25명 정도 있는데, 그 친구들 모두 미술학원에서 실기를 준비했어. 정말 놀랍게도 그 친구들 중 대학 간 친구가 한 명도 없어. 25명 중에 그나마 대학에 간 친구들은 모두 학생부 종합전형으로만 합격했더라고. 만약 나도 미술학원에서 실기만 준비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생각만 해도 가슴이 답답하다. 너희들도 좀 더 잘 알아보고 신중히 판단하길 바랄게.
Q. 실기 전형으로 준비했을 때 합격 결과가 그렇게 좋지 못한가?
A. 물론 실기로 대학 가는 애들도 없지는 않겠지만 우리 학교뿐만 아니라 다른 학교 친구들 말을 들어봐도 실기 전형으로 원하는 대학에 간 경우가 거의 없더라고. 나도 마찬가지로 그 친구들처럼 입시를 준비했다면 내신도 떨어지고 수능도 더 낮게 나왔을 거야. 그 친구들이 못해서가 아니라 나도 그 친구들처럼 했으면 당연히 재수를 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Q. 학생부 종합전형을 준비하면서 배우거나 느낀 것이 있나?
A. 입사미에서 서류와 면접을 준비하면서 가장 크게 얻은 것이 있어. 나에 대한 이해와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는 확실한 주관이야. 일단 입사미에 다니기 전에 나는 미술을 왜 하는지, 미술을 통해 어떤 사람이 될 것이고, 내가 미술을 통해 이루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잘 몰랐었어. 일반 실기 학원을 다니면서도 '난 미술을 왜 시작했지?' 이런 고민을 정말 끊임없이 했었고, 이유를 모르니까 그림을 그리는 게 지루해지기도 했어.
Q. 입사미는 답을 떠먹여주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한다던데, 어땠나?
A. 미술을 진로로 선택한 것에 대해 살짝씩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을 때 (2학년 가을쯤이었던 것 같아), 학교 친구로부터 입사미를 소개받게 되었고 병수 쌤, 석현 쌤과 상담을 하게 되었어. 긴장되는 첫 상담의 모든 질문이 '왜?'였어. 내가 항상 스스로 질문해왔지만 답을 찾을 수 없었던 바로 그 질문들이라서 많이 놀라고 당황했어. 아무말 대잔치를 했던 기억이 나. 계속되는 질문에 나는 '내가 나를 이렇게 몰랐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 이런 것도 모르면서 미술을 하겠다고 한 나 자신이 되게 한심하기도 하고, 그 질문에 진지하게 생각해볼 기회가 생겨서 나름 기분이 좋았던 것 같기도 해.
Q. 질문을 통해 깨달은 게 있나?
A. 집에 오면서부터 계속해서 스스로에게 다시 질문하기 시작했어.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지? 미술을 왜 좋아하게 됐지? 절대로 짧은 시간에 답을 찾을 수는 없었어., 지속적으로 선생님들과 상담을 하면서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어.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서 말이야, 전시를 봐도 내가 어떤 것에 홍미가 있는지, 내 기준에서 어떤 것이 미적으로 좋아 보이는지 등등 나만의 개성과 선호에 대해서 알게 되었고 그렇게 19년 동안 몰랐던런 내가 조금씩 이해가 되기 시작했어. 내가 영화, 특히 판타지 영화 보는 걸 좋아하는구나!
Q. 판타지 영화를 좋아하면 진로가 영상 쪽으로 정해지게 되는 것인가?
A. 보통 판타지 영화를 좋아한다고 하면 시각디자인이나 영상디자인을 하면 된다라고 말해줄 거야, 나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어, 하지만 병수 쌤은 예상밖의 말씀을 해주셨어. '시각디자이너, 영상디자이너는 직업의 이름일 뿐이지 그것이 진로는 아니다'라고 말씀하셨어, 처음엔 그게 무슨 말인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가더라고, 좀 충격이었지. 판타지 영화를 좋아하면 나는 어떤 직업을 가질 수 있지? 어떤 과를 가야 하지?라고 생각하는 게 보통 사람들의 생각이잖아. 병수 쌤은 전혀 다른 질문을 던져주셨어.
Q. 어떤 질문을 받았나?
A. 병수 쌤은 이렇게 질문하셨어. "판타지 영화를 왜 좋아하지? 판타지 영화는 너를 이해하는 하나의 단서일 뿐이야, 판타지라는 요소를 통해 네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내야 해" 이렇게 질문했을 때 진정한 나의 진로를 찾을 수 있다고 말씀하셨어.
Q. 그 질문에 대해 어떤 답을 얻었나?
A. 나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정말로 많은 고민을 했어. 판타지, 영상, 가상세계 등을 통해 내가 무엇을 추구하는지를 끝없이 고민해보았어. 그 생각의 끝에서 나는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을 좋아하는구나!, 더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고 싶다!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영상을 활용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어.
Q. 질문이 바뀌니까 생각하는 방향이 월씬 깊어진것 같다. 역시 좋은 질문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
A. 병수 쌤이 '판타지 영화를 좋아하니 영상디자인을 전공하고 싶다'라고 이어지는 논리는 너무나 도식적이고 값싼 답변에 불과하다고 말씀하셨는데, 그 말의 의미를 그제야 알게 된 거 같아. 만일 판타지 영화를 좋아하니까 영상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는 생각에 그 단편적인 직업명을 내 진로라고 결론 내렸다면 나는 내가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진정으로 알지 못한 채 영상기법을 배우는 것에 머물러 버렸을 거야. 영상은 수단일 뿐이지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닐 텐데… 영상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는 것과 영상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어.
Q.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가 명확해졌으니 동기 부여가 많이 되었을 것 같다.
A. 목표가 생기니까 자신감이 생겼고, 미술을 하는 것이 자랑스러워졌어. 내가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한 영상을 찾아보기도 하고 프로덕션 디자인이나 특수효과에 대한 책을 찾아보기도 하면서 간접적인 경험을 스스로 하게 되었어, 상담 이전에는 별것 아니게 느껴졌던 일상들도 상담 후에는 나를 이해하는 과정이 됐어. 내가 다른 학원만 다녔을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정말 값진 성과였지. 서류 작성을 하면서 생각으로만 했던 것들이 문서화되고 정리되면서 미술에 대한 생각과 주관은 점점 확고해졌어. 나라는 사람이 나 스스로에게조차 항상 모호하게 느껴졌는데, 서류 작성과 면접 준비를 거치면서 다른 사람에게 나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해 있더라. 그래서 나는 나라는 사람을 스스로 이해하고, 깨닫는 계기를 얻었던 게 가장 큰 도움이 된 것 같아.
2. 나만을 위한 맞춤형 입시
Q. 입사미에서 서류를 작성할 때 어떤 과정을 거쳤나?
A. 먼저 병수 쌤과 석현 쌤이랑 상담하면서 나에 대해 더 자세히 이해하고 알아보는 경험을 할 수 있었어. 상담을 통해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싶고, 대학에 가서 미술을 배우고 싶은지에 대해서도 꾸준히 생각해볼 수 있었는데, 내 스스로 충분히 생각해보고 대답할 수 있을 때까지 다른 사소한 질문들을 하시면서 그 답을 찾도록 도와주셨어. 그 다음에는 '내 마음의 MRI'라는 노트에 실린 몇 가지 가이드 질문에 답하면서 상담을 통해 했던 생각들을 문서화해 정리하면서 그 노트에 적은 내용을 바탕으로 서류를 작성했어. 선생님들께서 내 서류의 어떤 점이 좋다는 걸 피드백 해주셔서 나 스스로도 내 서류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어.
Q. 지원한 대학 모두 합격했으니 서류를 정말 잘 쓴 것 같다. 자신의 서류의 강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A. 입시 때 내 서류가 좋게 보였던 이유는 내가 정말로 느꼈던 점을 간결하게 전달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특히 활동에 대해 쓸 때 그 활동을 '왜' 하게 되었고 '어떻게' 하였고, '무엇'을 느꼈는지가 명확히 보였던 게 가장 큰 장점이 아니었나 싶어. 근데 나 같은 경우는 활동 하나하나를 곱씹어보면 그 '왜', '어떻게' '무엇'이 모호할 때도 종종 있었어. 선생님들께서는 그런 모호한 것들을 스스로 생각해보면서 해결할 수 있도록 상담 과정에서 큰 도움을 주셨던 것 같아. 선생님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나는 내가 한 활동들만 나열하고 관념적인 말들이 가득한 서류를 썼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다행히도 선생님들이 상담에서 던져주시는 질문을 통해 내가 했던 활동들에 대해 생각해보고 그것을 나한테 도움이 되도록 기록할 수 있었어. 내가 했던 활동의 내용이나 느낀 내용 중에 어떤 점이 나에게 강점이 되는지를 함께 상담하면서 찾아주셨던 게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해! 왜냐면 나는 내가 한 활동이니까 활동 하나하나가 내 자식처럼 느껴져서 어떤 걸 골라서 씨야 함지 감이 안 잡혔는데, 상담하면서 쌤이 단호하게 이건 빼자, 해주셔서 결정할 수 있있어, 또 쌤이 내가 쓴 글을 읽고 별로면 어떤 점이 문제인지 확실히 알려주셔서 문제를 빨리빨리 고치면서 신속 정확하게 서류를 쓸 수 있었던 것 같아.
Q. 입시 과정에서 특벌히 중점을 둔 부분이 있나?
A. 나의 입시 성공 원인은 나에게 맞는 입시 방향을 설정한 것이라고 생각해, 나는 1, 2학년 때 실기 학원을 다니면서 내 스스로 '이걸 왜 그려이야 하지?라는 질문을 했을 때 끝까지 마땅한 답을 찾을 수 없었어. 게다가 내신 기간에도 학원을 나오라는 강요를 계속해서 받다 보니 심리적으로 불안했지. 아무리 생각해도 학교생활을 소홀히 하면서까지 실기 시간을 늘리는 게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 모르겠더라. 그렇게 점점 그림 그리는 게 지루해지니까 이대로라면 내가 미술을 싫어하게 될 것 같다는 마음에 실기 학원을 나가지 않고 입시미술이 아닌 미술 활동과 공부에만 집중해보기로 했어.
Q. 어떤 보람을 느꼈나?
A. 근데 웬걸! 벽화 봉사 활동, 해외 전시 이런 활동들에 참여하다 보니 너무 재미있었어. 그래서 형식적인 그림을 기계적으로 그리는 입시 준비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작업들을 하면서 할 수 있는 입시 준비를 하자고 마음 먹었어. 입시 준비도 기왕이면 즐겁게 하는 게 좋으니까! 그래서 내가 관심 있던 3D 애니메이션이나 그래픽디자인, 무대 미술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강연을 찾아보기도 했고, 교내 공모전도 많이 참가해보면서 내가 어떤 디자인을 할 때 행복한지 경험해보기도 했어. 나에게는 그 경험들이 실기 학원에서 남들과 똑같은 그림을 반복해서 그리는 시간보다 훨씬 유익하게 느껴졌어, 그것들이 나에게는 피가 되고 살이 되었던 것 같아.
Q. 입시 준비 과정이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 긍정적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A. 입시라고 해서 꼭 괴로워야 하는 건 아니잖아, 물론 진짜로 괴로운 순간도 있지만… 그래도 굳이 내가 하기 싫은 걸 억지로 해가면서 입시 준비를 하고 그것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일을 싫어하게 되는 건 너무 슬픈 일인 것 같아. 디자이너로서의 나에 대해 더 생각해보고 경험해볼 수 있는 기회라고 판단하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입시에 임하면서 배우려고 했던 것이 나의 가장 큰 성공 원인이었던 것 같아! 내가 실기와 비실기 사이의 갈림길에서 실기를 선택했다면, 또는 두 가지를 같이 가지고 갔다면 정.말 이도저도 아니게 되었을지도 몰라. 어느 것에도 집중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면서 불안했을 거야. 비실기라는 확신을 가지니까 하나에만 오롯이 집중할 수 있었고,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미술, 디자인에 대해 많이 고민해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던 것 같네요.
그 과정에서 서미컨의 도움을 받게 되었지. 특히 아트로직 수업을 들으면서 미술 작품을 보는 것이 아니라 느낄 수 있었어. 전에는 그냥 지나쳤던 길 위의 조형물이나 그림들을 보면서 이제는 그 의미를 생각해보고 표현 방법에 대해 생각하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어. ㅋㅋ ㅋ 아트로직 수업을 통해서 일상에서도 계속해서 생각하는 습관을 가지게 되었어. 사소한 것에 대해서도 호기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걸 해소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 서미컨을 만나지 못했다면 나는 아마 미술을 왜 하는지조차 모르는 미대 입시생, 생각하지 않는 디자이너로만 남아 있을지도 몰라.
Q. 아트로직은 기존의 미술학원 수업과 많이 다르다고 들었다.
A. 아트로직 수업에서 나 스스로 디자인을 해보고 친구들과 선생님 앞에서 발표하고 크리틱을 받아보는 과정이 없었다면 이걸 평생 알지 못하지 않았을까 싶어. 또 내 디자인을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설득하는 과정에서 말을 조리 있게 하는 방법도 알게 된 것 같아. 내 생각을 뚜렷하게 말할 수 있고 무엇보다도 스스로 계속 생각하는 습관을 갖게 된 게 입사미에서 받은 가장 큰 도움인 것 같아.
3. '생각'이 답이다
Q. 실기를 그만두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있있나? 고민이 아주 많았을것 같다.
A. 미술학원을 그만두고 학생부 종합전형을 선택한 이유는, 똑같은 그림을 반복하고 그걸로 누가 더 묘사를 잘했는지 비교하는 순위를 나누는 경쟁 때문이었어. 미술이 좋아서 미술을 시작했는데 오히려 미술이 질리기 시작했어, 나는 분명 즐거워지고 싶어서 미술을 시작했는데 왜 내가 좋아하는 걸 하면서 상처받아야 하고 좌절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거든, 매일매일 학원을 나갈 때마다 한숨이 나왔고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기초디자인 하는 사람들은 알텐데 시험을 보고 벽에다 그림을 걸면 그림이 정말 다 똑같은 거야. 사실 그 그림들 사이에서 내 그림을 못 찾은 적도 많아. 다 똑같아서 구분조차 안 되는 걸 보고 자괴감이 들었어.
Q. 입시미술을 하게 되면서부터 오히려 미술과 멀이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A. 그런 걸 보면서 솔직히 점점 미술에 흥미를 잃어 갔어, 차라리 인문계로 돌릴까 이런 생각을 한 적도 많았거든, 차라리 그 편이 내 개성이 더 생기는 것 같아서 말이야, 내 존재가 사라지는 느낌이 들어서 나는 그게 너무 불쾌했고 인간성이 느껴지지 않았어, 우리가 무슨 그림 그려내는 기계도 아니고 말이야. 내가 미술대학에 간다고 해도 무엇을 할지도 모르겠고,
디자이너가 될 거긴 한데 무슨 디자이너가 될지도 모르겠고, 근데 대학은 가야 하니까 그림은 그려야겠고. 이런 억지스러운 상황이 싫었어.
Q. 실기 전형을 준비하지 않고 학생부 종합전형을 선택했기 때문에 오히려 미술에 대해 더 깊은 생각을 가질 수 있게 된 것 같다.
A. 사실 중학교 때 너무 질리게 많이 겪기도 했고, 선생님의 마음에 드는 그림을 그리지 않으면 혼났던 상황들이 나에게는 상처로 남았거든. 그래서 면접과 서류를 통한 입시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 어찌 보면 실기에 대한 도피였을지도 몰라. 근데 학생부 종합전형을 준비하면서 읽은 디자인 관련도서들, 보고 온 전시들, 강연들이 나에게 정말 큰 도움이 됐어. 실기학원에서 하루 종일 그림 그리면서 오늘 날씨가 어떤지, 무슨 요일인지도 모르는 생활을 할 때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보고 들을 수 있었고, 그건 4시간 동안 그리는 그림 한 장보다 몇백 배는 더 값진 거였어.
Q. 자신에게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그때도 느꼈나?
A. 그전까지 나는 수동적인 사람이었는데 이제는 나 스스로 디자인한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디자이너가 되기 위한 공부를 하기 시작했어. 그렇게 하다 보니 즐겁게 입시를 준비했던 것 같아. 진짜 내가 궁금한 것에 대해 배우고 나의 안목이 바뀌고 주관이 생기는 게 일상에서도 느껴졌으니까!
Q. 숙련된 실기 능력이 없으면 대학 수업을 듣는 데 지장이 있지는 않나?
A. 어제 전공 수업 교수께서 하신 말씀이 있는데 드로잉은 수단일 뿐이지 목적이 아니라고 하셨어. 그림 그리는 실력은 머리에서 '생각하는 것'을 표현하기 위한 도구여야 하고 그 '생각'이 드로잉의 핵심이라고. 그 말씀이 정말 와 닿더라. 그림을 그리는 주체의 생각과 개성은 중요하지 않은게 우리나라 입시미술의 가장 큰 문제잖아. 나는 생각과 개성이 미술하는 사람들의 엔진이라고 생각하거든. 그게 있어야 좋은 작품을 만들고, 다른 사람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 내 생각을 정확히 보여줄 수 있을 정도의 드로잉 실력이면 디자이너 할 수 있어! 교수님이 말씀하신 거니까 믿어도 될 것 같아.
Q. 미대 준비생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A. 붓질을 어떻게 할지, 연필 선을 어떻게 쓸지, 이런 고민보다는 전시도 많이 보고 책도 많이 읽으면서, 또는 영화를 보거나 일기를 쓰거나 하면서 나에 대해 이해하고 생각을 키우는 게 더 중요한 것 같아. 주관이 생기면 면접 때 무엇을 물어보더라도 대답할 수 있는 힘이 생기더라구. 서류 쓸 때도 엄청 수월하고! 뭔가를 꾸며내거나 인위적으로 꾸밀 필요 없이 '나'를 보여주면 되니까! 입시 과정에서 생긴 자신감이 앞으로 디자이너가 되는 데 있어서 정말 큰 도움이 될 것 같아. 그래서 나는 이 글을 읽고 있는 예비 미대생 친구들이 실기에만 너무 노력을 기울이면서 입시를 준비하는 게 아니라 자신을 이해하고 다른 사람들의 좋은 작업들도 보면서 경험을 넓히는 입시 준비를 했으면 좋겠어. 그 경험들은 분명 나중에 대학에 와서도 직장에 가서도 정말 큰 도움이 될 거니까!
Q. 고민하거나 힘들어 하고 있는 학생들에게도 한마디 해주세요.
A. 실기 실력 때문에 상처받거나 좌절하지 말고! 또 교수님이 하신 말씀을 인용하자면 '실기 실력은 디자인의 일부인데 생각은 디자인의 핵심'이라고 하셨어. 그니까 혹시나 실기에 대한 회의감이 든다면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이해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거라고 생각해. 대학을 가기 위해 입시 준비를 하는 것보다는 더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기 위해, 나 자신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입시 준비를 하는 거라고 생각하면서! 그러면 분명 좋은 결과가 있을 거야! 자기 주관을 가지고 생각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 교수님들도 다 그걸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고! 꼭 본인에게 도움이 되는 입시 준비해서 좋은 결과 있었으면 좋겠어! 대학 정말 재밌어. ^_^ 힘들어도 좀만 더 힘내서 원하는 대학 가면 좋겠다!!
제대로 준비하고 있는 것일까?
🏆
윤여진
-
홍익대학교 디자인학부
1. 제대로 준비하고 있는 것일까?
Q. 미대입시 준비는 언제부터, 어디에서 시작했나?
A. 나는 고등학교 2학년 때 대형 미술학원에서 처음으로 실기를 시작했어. 딱 들으면 아는 대형 미술학원에서. 왜냐면 사람이 많으면 비교할 그림 도 많아질 테니까 좋을 거라고 생각했거든.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좋은 선택이 아니란 걸 알게 됐어. 비교할 그림이 많아진다기보다 그 많 은 아이들이 다 똑같아져 간다는 걸 느꼈으니까.
Q. 어떤 점에서 그렇게 느꼈나?
A. 계속 다닐수록 '이렇게 하면 합격할 수 있겠다’가 아니라 ‘이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나는 서울대, 홍익대, 국민대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자꾸 기초디자인을 시키는 거야. 심지어 홍익대 준비는 시작도 안 했어. 내가 재촉해도 나중에 고3 때 할 테니 '기다리라'는 말만 반복하고.
Q. 홍익대가 목표인데 홍익대 준비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
A. 그렇지! 홍익대도 학생을 선발하는 기준이 있을 텐데 그렇게 아무런 준비도 안 하다가 고3 때 갑자기 준비해서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잖아? 내가 생각해도 너무 이상했어. 홍익대를 가지 말라는 건가? 이렇게 계속 실기 만 하다가 결국 실기로만 지원하게 만드는 건가? 이런 의심이 들기 시작 했어.
Q. 홍익대 준비는 그렇다치고, 서울대 준비는 잘 되고 있었나?
A. 2학년 2학기 말부터는 분반이 되어서 서울대 수업을 듣기 시작했어. 그런데 말은 서울대 반이었지만 그 전에 배웠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더라고. 뭔가 그럴듯하게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 것 같지만 정작 그 안에 내용은 하나도 없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 서울대 반만 만들어 놓고 코스프레하는 느낌이랄까?
Q. 어떤 점에서 그렇게 느꼈나?
A. 서울대 기출 문제를 읽어보면 누구나 알 수 있겠지만, 서을대는 고정된 유형이 있는 게 아니잖아? 매년 다양한 상황이 제시되고 그 상황에 맞는 나만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나 스스로도 느꼈거든. 그런데 수업 내용은 자꾸 표현력 위주로만 연습을 시키더라고. 문제 해결력이니 창의력이니 이런 말만 그럴싸하게 해놓고 결국에는 그림을 잘 그리 게 만드는 것만이 유일한 목적처럼 느껴졌어. 그 수업을 받는다고 해서 서울대 시험을 잘 볼 수 있을 거란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어. 반 이름만 서울대 반이지, 하는 내용은 이전과 하나도 다를게 없었으니까. 환장하겠어서 학원을 나와버렸어.
2. 홍익대 준비는 뒷전, 오직 실기만?
Q. 다니던 학원을 그만두기가 쉽지 없었을텐데. 그 후 어떤 학원을 가게 됐나?
A. 이제는 나에게 맞는 내가 목표하는 대학에 맞는 입시 준비를 하고 싶다 고 생각해서 고3 때 학원을 찾아보기 시작했어. 열심히 찾아서 합격률이 좋은 중소 규모 학원에 등록했어. 대형 학원의 맹점을 나도 겪어봤으니까. 그 많은 학생들 중 극소수의 학생들만 합격자 명단에 오르는 거잖아, 합격자가 많다기보다 애들이 그보다 훨씬 더 많았던 거겠지. 이건 내가 직접 경험해 본사실이야.
암튼 서울대는 자신이 점점 없어져서 국민대는 꼭 붙자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학원을 선택하는 기준을 국민대 합격률이 괜찮은 학원으로 정했어.
Q. 새로 옮긴 미술학원에서는 준비가 잘 되어 갔나?
A. 새로 옮긴 학원을 다니는 초반엔 좋았어. 실기 실력이 을라갔고. 이대로만 하면 국민대는 붙을 것 같은 거야. 근데 중요한 건, 내 1지망이 어디였더라? 홍대였지! 근데 난 왜 또 실기 준비만 하고 있지? 나는 국민대보다는 홍대에 더 치중하고 싶었어. 일단 내신이 좋았고 학교생활도 열심히 해서 생기부도 괜찮았거든! 또 국민대는 정시잖아. 난 정시까지 버틸 자신이 없었고 되도록이면 수시로 끝내고 싶었어. 왜나면 시간이 갈수록 수능에 대한 자신감이 점점 떨어졌거든.
Q. 홍익대가 목표라면 홍익대 준비롭 민저 헤야 하는 것 아닌가? 홍익대 준비는 어떻게 했나?
A. 홍대 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그리고 누가 봐도 난 정시에 가능성이 낮은 거 같은데도 국민대 실기만 시키니까 정말 답답했어. 특히 홍대 미활보는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었거든. 너무 답답해 서 미슬학원 선생님께 말씀드리니까 서류는 학원에서 내 생기부를 바탕으로 다 써주신다는 거야. 대필을 해준다는 말이었지.
Q. 서류틀 대필해준다고? 그런 게 가능한가?
A. 오… 서류가 막막하던 나에겐 좀 회소식이었지. 그래서 ‘그럼 언제쯤 될 까요?’ 하니까 일주일이면 다 쓴대. ‘아 그래요?’ 했지. 근데 막상 생각해보니까 누가 내 서류를 써준다는 게 찝찝하기도 하거니와 서류를 바탕으로 면접을 볼 텐데, 그걸 면접에서 내가 커버할 수 있을지에 대한 자신이 없는 거야. 내가 쓴 게 아니잖아! 불안한 마음이 더 커지기 시작했어. 학원에서는 계속 홍대 서류나 면접 준비 없이 실기만 진행했고. 그 막판 짧은 1~2주 내에 서류나 면접을 다 준비해준다고 하는데… 정말일까? 정말 그게 가능한 걸까? 그리고 그게 옳은 일일까? 나는 자신이 없었어. 홍대 전형 관련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이었으니까 뭐가 맞는 건지도 모르겠고.
Q. 홍익대 준비시켜준다고 말만 하고 결국은 실기만 시킨 것이다. 학원에 항의해야 하는 거 아닌가?
A. 결국 실기 학원은 국민대 준비만 계속시켰어. 국민대는 일단 수능 점수가 되어야 하는데 점수는 '점점 떨어지는 상황에서 실기만 준비하는 것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지. 사실 이런 상황이라면 실기를 더 할게 아니라 하루 빨리 서류를 잘 써서 홍익대 합격해야 하는데... 정시로 가봤자 나는 승산이 전혀 없는데 내가 지금 뭐하는 것일까? 국민대는 홍대 서류 접수 끝나고 시작해도 될 것 같은데… 정말 불안함의 연속이었어, 진짜 맨날 수만휘 들락거리고 난리 났었음.
Q. 정말 생각이 많았겠다. 무엇이 중요한지 확신을 가지지 못한 상태였 던 것 같다.
A. 솔직히 수시 학생부 전형에 지원했다가 안 되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이 지짜 많이 들었어. 실기 학원에서도 1안, 2안 다음의 3안을 만들어둬야 한다고, 실기를 반드시 해야 한다고 누누이 애기했었으니까. 홍대 안되면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었어. 그런데 갈수록 내가 입시를 이상하게 준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거야. 제일 중요한 홍대 준비는 하지도 않고 실기만 하고 있다는 게 이상했던 거지. 2안, 3안을 준비한다는 생각으로 정작 제일 중요한 1안을 놓치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어. 그리고 홍대는 준비해야 할 게 서류밖에 없는데도 그 시간조차 투자하지 못 하고 2안, 3안에 모든 시간을 다 쏟고 있는 내가 바보같이 느껴졌어.
Q. 주변에서도 이상하다고 조언해주지 않았나?
A. 같이 다니던 친구들도 나더러 니 생기부에 내신이면 홍대에 올인했을 거라고 왜 실기를 하냐고 다그치는 거야! 결국 실기는 나중에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 홍대를 준비하기로 했어. 홍대 안 될 가능성을 전제로 정시만 준비하다보면 결국 홍대 준비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었으니까.
Q. 미술학원은 실기를 시키지 못해서 안달이 난 사람들 같다. 학생에게 필요한 것을 찾아주기보다는 무작정 실기를 권유하는 것 같이 느껴진다.
A. 진짜 그런 거 같아. 미술학원은 학생들에게 무조건 실기를 시켜야 하는 입장이잖아. 그래서인지 내가 실기를 그만두지 않게 하기 위해 계속 불안감을 조성한 거 같아. 불안감 때문에 2안, 3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말 체가 그럴 듯하게 들렸지. 하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결국 미술학원 이 실기를 시키기 위해서 만들어 낸 말장난에 불과한 거란 생각이 들어.
Q. 어떤 점에서 그렇게 생각을 했나?
A. 학생부 종합전형만 제대로 준비해도 층분히 그 안에서도 1,2,3안을 만 들 수 있어. 홍익대뿐만 아니라 학생부 종합으로 지원할 수 있는 대학이 생각보다 많더라고. 만일 수시에 안 된다 하더라도 정시에 홍대를 가, 나, 다군 세 번이나 칠 수 있으니까. 수시, 정시 총 9번의 기회를 다 살릴 수 있잖아.
Q. 만일 실기로 2안, 3안을 준비했다면 성공했을까?
A. 실기를 준비해서 1, 2, 3안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거 같아. 왜냐면 내가 국민대 실기를 열심히 했다고 치자. 가군에는 국민대를 치고, 나머지 나군, 다군은 어디를 치게 될까? 나군에는 어차피 홍대를 쳤겠지. 그럼 다군은? 잘 알아뒤야 해. 다군에는 정말 지원할 대학 자체가 없어. 있다 하더라도 국민대 실기와는 전혀 다른 실기를 준비해야 해. 그걸 2안, 3안이라 생각하고 그 실기까지 준비했다면 내 입시는 완전히 망했겠지. 국민대 실기 하나만 준비해도 내 수능은 점점 하향세였는데, 다른 대학 실기까지 준비한다고? 실기 유형 하나를 더 해야 한다고? 정말 답이 없었을 거 같아. 많은 학생들이 답 안 나오는 준비를 하고 있을 거야. 정말 좋지 않은 선택이라고 꼭 말해주고 싶어. 빨리 그 틀 안에서 벗어나기를 바랄 뿐이야.
3. 현명한 선택
Q. 그 미술학원도 계속 다녀서는 안 될 상황이었다. 또 다시 미술학원을 옮겨야 할 상황에서 자신에게 맞는 학원을 어떻게 찾았나?
A. 정보를 엄청 알아보고, 여기저기 최대한 수소문을 해봤어. 노력 끝에 서울대와 홍대를 둘 다 합격하신 선배분의 어머니와 연락이 닿게 된거야.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연락하라고… 너무 감동받아서 울 뻔했어. 내 사정에 대해 말씀드리니까 그런 사정을 너무나도 잘 알고 계시더라고. 미술학원들이 무작정 실기만 시키기 위해 짜놓은 불필요한 교육에 대해 매우 좋지 않게 생각하고 계셨어. 엄청 공감이 가더라고. 대화 끝에 입사미에 한번 가서 상담해보라고 추천해주셨어!
Q. 입사미에서 상담은 어땠나?
A. 어머님 말씀을 들을수록 뭔가 학생부 종합에 힘을 쏟고 싶어졌어. 자문을 구할 데가 없어 난감하던 나에게 찰떡인거야. 바로 상담에 가봤지! 가 보고 무릎을 쳤다, 정말. 게다가 상담 날에 쌤께서 서병수 선생님이 쓰신 책을 주셨는데 거기 있는 선배들의 수기가 너무 절절하게 내 얘기인거야.
Q. 그 수기를 읽고 이제 본인이 수기를 쓰게 되었다.
A. 올해 내가 이 수기를 쓰게 될 줄이야. 그때 만약 다니던 미술학원에서 실기만 계속했더라면 내 인생이 어떻게 되었을까?
지금 이 시기에 합격 수기를 쓰고 있는 게 아니라 학원에서 다시 일년 더 입시를 준비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면 끔찍해진다. 입시는 정말 올바른 선택이 중요한 거 같아. 난 운 좋게 확실한 정보를 주신 합격생 어머님을 만나게 되었고, 제대로 된 선택을 해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거 같아. 중요한 시기에 큰 도움을 받았던 것처럼 나도 더 많은 사람들 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 이 인터뷰가 좋은 선택을 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
Q. 입사미에 가서 어떤 방향으로 전략 수정을 했나?
고2 때까지만 하더 라도, 고3 때공부 열심히 하면 수능이 오를거라 믿었어. 아 물론 열심히 하면 오를 수도 있겠지. 하지만 우리는 고3이 되면서 실기를 더 많이 하게 되잖아. 특히 여름방학 때는 공부할 시간이 전혀 없었어. 실기 특강이다 뭐다 하느라 공부할 시간이 거의 없어지더라고. 시간 뿐 아니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 집에 오면 지치고, 미술학원 가면 스트레스 받고… 내가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 동안 인문계 아이들은 그 시간에 정말 치열하게 공부를 할 거란 말이야. 절대적 시간량 자체가 부족한데, 무조건 성적이 오를거라 가정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는 판단을 했어. 그래서 나는 정시보다 수시를 택한 거였어.
Q. 대부분의 학생들은 그래도 정시를 택하는 것 같다. 본인도 정시에 집중했더라면 어떤 결과를 얻었을까?
A. 내가 만약에 기존 미술학원에서 계속 실기만 준비했다면 일단 수시는 광탈했겠지. 꾸역꾸역 정시를 준비했겠지만… 그마저도 떨어졌을 것 같아. 정시는 너무 위험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것 같아. 기복이 있는 실기 실력 과 낮은 수능 성적, 정시에 적합하지 않은 두 요소를 모두 갖춘 나… 이도 저도 아닌 상황이 되었겠지. 잘 다듬으면 수시에서 층분히 합격할 수 있 는 성적과 생기부를 날리고, 가능성도 거의 없는 정시를 했다면… 와… 끔찍하다.
미술학원을 그만둘 때 나는 이렇게 생각하고 거기서 빨리 벗어날 수 있었어. 하지만 대부분의 친구들은 그냥 잘 되겠지 하고 미술학원을 계속 다니더라고. 실제로 정시 합격 결과는 좋지 못할 게 뻔한데… 정시는 재수생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잖아. 조금만 생각해봐도 당연히 그렇다는 걸 알았겠지. 나도 만약 정시까지 갔더라면 분명 재수를 했을 거야.
난 그래도 내신이 괜찮았으니 탈출구가 있었지만 미술학원 다니면서 내신까지 망가뜨린 대부분의 아이들은 정말 대학 가기가 힘들 수밖에 없어. 실제로 실기 전형으로 대학 간 친구들은 거의 없더라고. 그렇게 열심 히 했는데도. 이걸 꼭 알아야 해! 미술학원에서 시키는 대로 실기만 하다 보면 진짜 망할지도 몰라. 그런데 그건 네 잘못이 아니고 무조건 지는 게임을 선택하도록 만든 사람들의 잘못이야. 말 안 해도 누구인지 알겠지? 속지 말았으면 좋겠어. 조금만 더 이성적으로 생각해 보길 바랄게.
4. 진심을 담은 서류
Q. 입사미의 서류 교육은 이전 미술학원들과 어떤 점에서 달랐나?
A. 이전 미술학원에서는 서류 교육이라기보다는 대신 써준다고 했지. 놀랍게도 전에 다녔던 두 학원 모두가 그랬어. 서류를 어떻게 써야 할지 몰랐던 나는 처음엔 '오, 좋은데?' 싶었어. 근데 뭔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계속 드는 거야. 거짓말로 쓰면 걸릴 것 같은 거야. 뭐든지 진심이 들어있어야 통하지 않겠니? 그런데 입사미는 서류를 스스로 쓰게 만들어줘. 쓸 수 있는 생각이 들게끔 도와준다거나 감을 잡아준다고 해야 하나?
Q. 어떤 서류가 좋은 서류라고 생각하나?
A. 내가 처음에 혼자 썼던 서류를 보면 가관이야. 진짜 일단 너무 길고 말이 많아. 온갖 있어 보이는 단어들은 다 갖다 썼었지. 입사미에서는 말을 억지스럽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런 겉치레를 다 없애 나갔어.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줄 수 있게 만드는 것 같아. 처음엔 '뭐야 좀 있어 보이게 써야 하는 거 아닌가?' 싶었어. 뭔가 더 어렵고 고상하게 쓰는 게 좋을 것 같았거든. 하지만 입사미에서는 오히려 어려운 표현, 현학적 표현 등은 배제하고 쉽고 간결하게 내 생각을 서술할 수 있도록 도와줬어. 일단 내가 최초합으로 붙은 걸 보니, 그게 확실히 좋은 방향이었던 거 같아. 화려한 말보다는 진정성이 중요한 것 같아.
Q. 진정성을 찾는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A. 아무래도 진정성을 갖기 위해서는 스스로에게 많은 질문을 해보고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한데. 나는 스스로에게 무슨 질문을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었거든. 그런데 입사미에서 그런 틀을 잡아줘서 나는 그 답을 찾아가면 되니까 훨씬 수월했어. 또 제일 중요한 건... 나는 그 답을 누가 대신 써주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
Q. 면접 준비는 어땠나?
A. 우선 되게 자아성찰을 많이 하게 됐었어. 나의 내면을 탐구하는 시간... 나는 왜 미술을 할까... 근데 나는 이게 너무 마음에 들었던 게 항상 고민했던 부분이었거든. 면접에서 이런 질문을 하면 어떡하지? 하고. 시뮬레이션 했던 질문들의 근본적인 뿌리가 다 이런 깊은 고민을 해보지 않으면 진정성 있게 대답할 수 없는 것들이었어. 그런데 나는 그 진정성을 갖고 싶어서 애를 쓰고 있었거든. 겉핥기 같은, 면접을 위해 급조한 가짜 대답들 말고 진심으로 대답할 수 있길 바랐는데 입사미에서의 면접 준비는 그런 부분을 캐치해줘서 너무 좋았어.
5. 안될 것에 대비하지 말고 될 것에 집중하라!
Q. 입시 치르고 느낀 점이 있나? 입시생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어떤 말일까?
A. 홍대를 지원하기로 했으면 홍대에 집중했으면 좋겠어. 홍대 안될지 모르니까 2안, 3안까지 준비해야 된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그건 잘못된 생각인 거 같아. 막상 입시가 불안하니까 그 말에 혹할지도 몰라. 근데 입시를 치뤄보면 알게 될 거야. 불필요한 불안감 때문에 정말 중요한 걸 놓치면 안 돼. 특히 수시 끝나기도 전에 정시 걱정하지 마! 괜히 수시 서류 전형만 하면 무서우니까 억지로 실기 꾸역꾸역 하다 보면 서류도 떨어지고 실기도 떨어진다. 이도저도 아니게 돼. 한 우물만 파. 제발!
Q. 그렇다고 정시를 완전히 포기할 수는 없지 않은가?
A. 정시 준비는 수능이라 생각하고 수능에 집중하는 게 좋아. 어차피 수능 점수 안 나오면 정시 지원도 의미가 없잖아. 수능 점수 잘 나오면 정시에 홍대 또 넣을 수도 있어! 이렇게 준비하는 게 합격 가능성이 휠~씬 높은거 같아. 우리 학교는 물론이고 예전 실기 학원 같이 다녔던 친구들만 봐도 입시 결과가 정말 좋지 못해. 실기로 대학 간 경우는 정말 거의 없어. 특히 인서울로 가는 경우는 적어도 내 주변에서는 못 본 거 같아. 대학 간 친구들은 거의 학종으로 붙었어. 재수생 상황은 내가 잘 모르지만 적어도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는 그렇게 봐도 될 거 같아.
Q. 서류와 면접에 대해서도 해줄 말이 있나?
A. 그리고 서류나 면접에서는 진심을 보이려고 노력하는 게 좋은 것 같아. 괜히 있어 보이려고 그럴듯한 말로 꾸미다 보면 나중에 수습하기 힘들어져. 초반의 내가 그랬지. 남의 서류 어떻게 썼나 기웃기웃대면서 어떻게든 티 안 나게 베껴보려고 했었는데 그러지 말자! 실기 학원에서 홍대 준비시켜준다고 철썩 같이 믿지 말고. 제대로 된 서류를 준비하기 바랄게. 진짜 서류는 자기 생각을 찾아주는 과정이 담겨야 할 것 같아. 그런 학원이 좋은 학원이야. 내가 전에 다닌 미술학원에서는 서류를 그냥 글짓기 정도로만 생각했던 것 같아. 그에 반해 입사미는 내 생각을 찾아 나가는 데 큰 힘이 되어줘서 좋았던 거 같아.
Q. 미대입시를 준비하면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
A. 가장 중요한 건 내신과 학교생활... 알차게 살아둬! 있는 거는 다 해둬! 나중에 입시가 훨씬 쉬워질 거야. 난 수시로 갈 수 있는 탈출구가 있어서 다행이었어. 하지만 미술 하게 되면서 학교생활을 완전히 등진 애들도 많아. 그런 친구들은 정말 대학 가기가 힘든 게 현실이야. 결국 재수를 해도 모든 학생들이 또 정시 실기로 지원하게 될 거잖아. 재수생. 삼수생들끼리 경쟁하는 거니까. 쉽지 않은 거 같아.
Q. 끝으로 비교과 활동에 대한 팁을 준다면?
A. 동아리도 만들면 좋아. 나 같은 경우에는 동아리를 만들어서 내가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프로젝트들을 진행했거든. 학교생활로는 채울 수 없는 것들을 동아리 프록트로 진행했어! 이게 진짜 내가 봐도 서류나 면접에서 먹어준 것 같아. 그리고 뭐 포스터나 유씨씨 이런 것도 좋은데 좀 색다른 매체로 활동해보는 것도 좋아. 나는 의미 있는 배지를 디자인하고 실제로 주문도 넣어서 제작했었거든.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에도 올리고. 이게 되게 마음에 들었어. 대학 가서도 써먹었는데 반응이 좋았단다.
활동 반경을 좀 확장해 봐. 무슨 활동을 하든 좋아하는 걸 바탕으로 시작하는 게 좋은 것 같아. 나 같은 경우는 영화를 많이 써먹었는데 서류나 면접 준비할 때도 내가 더 신나서 쓰게 되더라고... 너의 오타쿠스러운 성향을 뽐내보렴. 꼭 합격해서 홍대에서 보자!!
본인의 미대입시 준비 과정을 돌아본다면?
🏆
강세원
-
홍익대학교 디자인학부
1. 전략
Q. 본인의 미대입시 준비 과정을 돌아본다면?
A. 난 미술학원을 다니기 시작한 게 미술을 시작한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 그냥 그림이 한번이라도 내 일상이 된 적이 있다면 그때부터가 미술을 시작한 게 아닐까? 난 어렸을때부터 늘“난 절대 회사에서 서류 치고 있는 사람이 되지 않을거야!너무 지루하잖아?”라고 말하고 다녔어.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초등학교때부터 미대를 가고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한국 최고의 미대라고 불리는 홍대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늘 했었던 것 같아. 그러다가 중2때, 지인의 미술수업을 해주시는 선생님을 만났어. 선생님이 집에 오시거나 내가 선생님 집에 가서 4명이서 수업하는 방식이었어. 나는 다른 입시미술 학원을 다니는 친구들이 하는 소묘, 기초디자인, 발상의 전환같은 것에 집중하지 않았어. 내 상상속의 동물들을 그려보고, 한 그림을 다양한 화가의 방식대로 그려보고, 터져나오는 아이디어들을 정돈하는 방법이나 예술하는 사람으로서 지녀야 할 것들에 대해 배웠던 것 같아. 미대입시 준비한다는 애들 사이에서 나만 자유롭다는 느낌이 들어서 가끔 회의감이 들기도 했지만, 미술에 대한 내 열정과 애정을 더 키울 수 있었던 수업이었어. 그리고 나는 일반 입시학원에서 논술 수업을 꾸준히 받았었어! 인문학에 대해 공부하니까, 그림을 그리거나 아이디어를 내는 데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되더라구. 그러다가 고2가 되면서, 홍대뿐만이 아니라 서울대와 이대 등 한국 탑인 대학들은 다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 열정이 넘쳤던 시절인 것 같아.
Q. 홍대 준비는 어떤 방식으로 하게 되었나?
A. 홍대 준비를 위해 대형학원들의 커리큘럼이나 교육과정에 대해 상담을 받아본 적은 있어. 그리고 많은 내 친구들이 대형입시 학원을 다녔었고, 생생한 경험들을 보고 들었어. 나도 상담을 갔는데, 홍대 준비반이라는 게 따로 있더라. 나는 혹해서 들어갈까 했어. 그런데 커리큘럼을 들어보니까 뭔가 이상하더라고. 그때가 고2여서 학생들이 대부분 주 4회정도 나와서 하루 4시간 정도 그림을 그리고 가는데, 홍대 준비반은 주말 이틀을 하루에 6시간 씩 총 12시간을 그린다는거야. 1주일에 투자하는 시간으로 치면 거의 차이가 안나잖아? 조삼모사도 아니고 이건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 그냥 이름만 홍대반일 뿐, 가르치는 내용도 똑같은 그림그리기 훈련밖에 시키지 않는다는 것도 알게 되었어.
Q. 실기 학원의 경우 무늬만 '홍대 준비반'인 경우가 많다. 어떤 점을 유의해야 하나?
A. 맞아. 홍대가고 싶어 하는 심리를 활용해서 학생을 모집 한 뒤, 결국 실기를 시키는 경우가 많은 거 같아. 심지어 홍대는 내신이 중요한데, 내신기간까지 실기에 예외가 있는 게 아니더라고. 학원 말을 믿고 끝까지 다닌 내 친구들은 1학년때는 성적이 괜찮았는데, 3학년이 되니까 도저히 어느 대학에 내밀 내신이 아니게 되더라고. 학년이 더 올라가니까 학원에서는 주 6회를 부르고, 과제를 줘서 애들이 과제하느라 새벽 3~4시에 잠들고, 학교 와서도 부족한 잠을 자던지, 과제를 마저 하던지 둘 중 하나더라구. 공부는 완전히 놓게 되는거지. 그래서 내신도 안되고, 그렇다고 실기도 엄청 잘하는 것도 아니고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 애들이 많았어. 결국 입시 결과도 좋지 않았고.. 나도 그렇게 했다면 어떻게 됐을 지 상상이 안 돼. 아마 갈 곳 잃고 방황하지 않았을까 싶어. 지금까지도 방향을 못 잡고 있었을 수도 있지.
Q. 남들과 다르게 한다는 것이 불안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나?
A. 입시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좀 불안했었어. 애들은 주 6회 학원에 가서 그림 그리고, 심지어 숙제를 받아와서 학교에서도 그림만 그리더라고. 내가 목표가 홍대인데 얘네랑 경쟁해서 이길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 엄마 친구분 딸 소개로 입사미를 알게 되었고, 그곳에 가서 도움을 받아보는 게 어떻겠냐는 말을 들었어. 알아보니 홍대 보내는 걸로 유명하더라고. 그래서 무작정 찾아갔지. 가면 나한테 무슨 말을 하실까 걱정했어. 내가 거쳐온 방법들이 틀렸다고 하지 않을까? 이미 늦었다고 하지 않을까? 주4회 실기 수업을 들으러 오라고 하는게 아닐까?
일단 모든 걱정들을 안고 상담실을 들어갔는데, 나한테 물어보시더라고. “왜 미술을 하고 싶고, 어떤 미술을 하고 싶은건데?” 난 너무 당황했지. 보통은 바로 스펙부터 물어보고, 바로 서류작성을 시작할거라고 생각했거든. 난 미술에 애정을 쏟은 시간이 긴만큼 자신있게 대답했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디자인을 하고 싶어요.”그랬더니 “왜 디자인이 사람들과 소통해야 되는데?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뭔데?”라고 날카롭게 질문하시더라고. 난 그때 깨달았어. 내가 입시에 맞춘다고 겉만 꾸미는 것에 너무 집중했다는 것을. 그리고 나한테 실기에 집중하지 말고 공부에 집중하라고 하시더라고. 입시미술학원인데 공부에 집중하라는 말에 처음엔 당황했지만, 이 말 덕분에 나는 이곳을 믿어도 되겠다는 확신이 생겼어. 내가 틀리지 않았다는 믿음을 줬고, 진짜 나를 발견하고, 발전시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
Q. 입시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원인이 무엇이라 생각하나?
A. 틀에 갇혀있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아. 나는 늘 기존 입시학원들에 대해 문제의식을 늘 가지고 있었어. 어렸을때부터 같은 꿈을 가진 친구들이 입시미술학원에 가더니 스킬만 화려해지고, 자기만의 그림 하나를 제대로 못 그리더라고. 그리더라도 다들 비슷한 그림들만 그리고 있는 모습에 난 꽤나 충격을 받았었어.
난 시사에 관심이 많았어서, 시사를 보고 스크랩하고, 문제가 있다면 이를 해결하는 디자인 아이디어를 내보기도 하고, 사회를 비판하는 그림을 그려보기도 했었어. 그게 아니면 그냥 자유주제로 내가 그리고 싶은 것들을 마음껏 그렸지. 다만 어렸을때처럼 아무 생각 없이 그린 그림들은 아니었어. 내 그림 속의 작은 요소들에도 의미 부여를 하기 시작했고, 그러다보니 그림 한장이 많은 이야기들을 가지게 되더라고. 이게 나중에 홍대 면접 가서 빛을 발한 것 같아. 면접 때 그린 그림 속의 이야기를 내가 신나서 막 말하니 면접관님들의 표정이 밝아졌던 기억이 나. 그리고 그림에만 집중하지 않고, 시간 배분을 잘한 것 같아. 그림은 주말에만 잠깐씩 그리고, 평일에는 내신과 수능공부만 했었어. 그러다보니 주말에 그림 그리는 시간이 되면 너무 신나더라고. 덕분에 그림을 그린다는 건 나에게 부담을 주는 행동이 아닌, 그냥 너무나도 즐거운 작업이었어.
Q. 홍대는 물론 이대까지 합격했다.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A. 마찬가지로 틀에 갇혀있지 않았고 진솔했기 때문인 것 같아. 미대생은 미술만 해야 한다.라는 틀 말이야. 난 학교활동이나 봉사활동이나, 미술관련된 것에만 집중하지 않았어. 난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았어서 캠페인도 많이 하고, 요양원도 다니고, 장애인근로 센터도 다녔어. 미대생은 국영사만 챙기면 되지. 라는 말도 무시했어. 난 수학이나 과학을 뛰어나게 잘하지는 않았어도, 싫어하지는 않았어. 그래서 내신도 버리지 않았고, 교내 수학대회나 과학대회도 막 나갔었어! 수상을 많이 하지는 않았어도, 좋은 경험이 되더라고. 이런 좋은경험들은 나중에 미활보에도 자연스럽게 들어가더라!
이러한 과정들을 모두 미활보에 담았는데, 교수님들이 내 생기부와 미활보를 통해 “얘는 정체성이 뚜렷하네.”라고 판단하지 않았을까 싶어. 난 거짓으로 미활보를 꾸며내지 않았거든. 미활보나 생기부에 겉멋만 잔뜩 든 학생들은 결국 면접때 대부분 실패를 겪었던 것 같아.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이 왜 그렇게 유명한지 새삼 느끼게 되더라ㅋㅋ
Q. 미대입시=실기 라고만 생각하고 실기만 하는 학생들이 많다. 이들을 위해 진심어린 조언을 해준다면?
A. 표현력이 좋으면 좋지. 하지만 그림의 메세지도 동시에 중요한것 아닐까? 대다수의 입시미술 학원에서 배우는 것은 잘 그리는 것에만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모든 학생의 생각을 다 똑같이 만들어 버리는 것 같아. 겉멋만 잔뜩 든 그림인거지. 이런걸 주4~6회나 한다는건 스스로를 망치는 일 같아. 속에 든 게 없는 그림은 결국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 애초에 미술이라는 게 그림의 퀄리티가 가장 중요한거면 홍대가 실기전형을 적극 추진하지 않았을까? ‘왜 면접 때 그림 그릴 시간을 24분 밖에 안줄까?’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고 봐.
내가 합격한 친구들의 그림도 다 봤는데, 그림실력 자체는 평범한 애들이 많아. 근데, 그림의 내용들을 들어보면 정말 입이 떡 벌어지더라구.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하지? 어떻게 생각이 저렇게 깊지? 싶어. 자신만의 철학을 가진 애들이 정말 많더라. 미대 상위권을 가고 싶어하는 친구들은 나중에 사회에서도 성공하고 싶은 마음이 큰 거잖아. 근데 요즘 트렌드를 보면, 작가가 아닌 이상 가장 위에 있는 사람은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이더라고. 그러면 나머지 분들이 그걸 기술적으로 표현해주는 일을 하시더라. 어쩔 수 없이 실기 전형을 봐야한다면, 실기에 집중하는걸 피할 수는 없지만, 조금은 그 그림들 속에 너희만의 이야기를 담아보려고 노력해봤으면 좋겠어.
Q. 미술을 시작하는 학생들에게 해줄 말이 있다면?
A. 미술을 계속 하더라도, 처음 미술을 시작할 때의 열정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림은 너희를 표현하는 하나의 방법이지, 너희를 억누르는 게 아냐. 나중에 그림의 노예가 되지 않았으면 해. 그리고 미술을 한다고 미술에만 집중하지 말고, 영화가 좋으면 영화도 보러 다니고, 여행도 다니고. 친구가 좋다면 다양한 친구들도 마음껏 만나봐! 미술을 제외했을때도 너희가 내세울 게 있는 사람이 되길 바라. 다양한 경험들은 결국 너희에게 큰 힘이 될테니까! 그리고 미술을 시작했는데, 미술이 너희와 맞지 않다는걸 알게 될 수도 있어. 이미 시간이 많이 지나서 돌이킬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해. 요즘 뉴스나 인턴프로그램 같은거 보면 알겠지만, 다양한 분야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결국 잘 풀리더라. 대학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 외길인생 걸어온 애들도 좋지만, 좀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이 좋지 않을까?
내신 절대 포기하지마! 절대로 절대로 내신을 포기하면 안되!! 이미 알고 있는 친구들도 있겠지만, 홍대는 내신 좋고 수능성적 잘나오면 교과로 한방에 들어올 수 있는 전형도 있다는 걸 명심했음 좋겠어!ㅋㅋ 그리고 내신이 안좋으면, 내신을 안보는 실기전형을 찾게 될거야. 실기는 3수가 기본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정도로 실력도 실력이지만 엄청난 운이 따라줘야 하는 과정이야.. 너희가 많이 상처받을 수 있어.
이 얘기들을 들으면 절망할 수도 있어. 하지만 고등학교 생활을 고통스럽게 빡빡하게 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 틀에 얽메이지 말고, 학교의 시스템만을 따라가지 말고 너희가 스스로의 방향을 제시하다 보면 힘들어도 즐거운 학교 생활이 될거고,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좋은 위치에 있을거야. 이 과정들을 조금은 즐겼으면 해!
Q. 홍대 지원을 망설이는 학생들에게 해줄 말이 있다면?
A. 미대를 지망하는데, 한국 최고 대학이라는 데는 한번 도전이라도 해봐야 하지 않겠어?ㅋㅋ 미대 지망생들은 사실 수시때 6개 다 쓰는 경우가 많지는 않아. 그러니까 써봐! 대신, 쓴다면 스스로에 대한 고민을 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으면 해. 어려운건 아니잖아? 부모님도 좋고, 친구들이랑도 얘기를 해보면 도움이 많이 될거야. 입시때 겁먹지 말고, 한번 불도저처럼 밀고 나가봐! 그래야 후회하지 않을거야
2. 면접
Q. 홍익대 면접 고사 내용을 말해달라.
A. 대기실이 꽤나 많았는데, 다 학생 수가 다르더라. 수능 보고 최저를 못 맞췄다고 판단한 애들이 안 온 것 같았어. 나의 경우 12명씩 들어갔어. 들어가면 면접순서를 알려주는데, 무작위 추첨이었어. 그리도 대기하는 동안 아무 자료도 못 보게 했어. 자는 친구도 있었고, 멍때리는 친구들도 있었고 면접 주의사항 종이 뒷면에 낙서하는 친구들도 있었어. 난 나눠준 종이 뒷면에 내가 준비했던 자기소개, 지원동기, 인상깊은 책의 답변들을 쭉 적어나가면서 생각을 정리했고, 난 1시간30분정도 그렇게 대기했어. 이름이 불려서 강의실 뒤편에 있는 문제푸는 부스 안에 들어갔고, 연필 2자루와 지우개를 받고 24분동안 문제를 풀었어. 안에 시계는 없었고, 끝나기 3분전과 끝났을때 밖에 있는 도우미분이 말해주셨어. 첫번째 문제는 3가지 사진을 주고 비교분석하는 문제였어. A.몬드안과 패션콜라보 작품 B. 앤디 워홀의 수프 캔 C. 쿠사마 야요이의 잡화점 공간디자인 사진이었어. 문제지를 한손에 들고 면접관님들한테 보여주면서 설명했어야 했어. 첫번째 문제부터 설명해보세요.라고 하셨어. “공통점부터 살펴보면, 첫번째는 모두 실생활이 담겨있다는 것입니다. A의 경우 의상이고, B의 경우는 사람들이 실제로 먹는 수프 캔이고, C는 실제 사람들이 거니는 공간을 디자인했기 때문입니다. 두번째는 모두 간단한 색채를 사용했다는 점인데요, A의 경우 기본 삼원색만을 사용했고, B와 C는 레드색상과 화이트 색상만을 사용했습니다. 세번째는 변형이 이루어졌다는 것인데, 이때 차이점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A의 경우 기하학적 평면그림이었던 몬드리안의 작품을 패턴으로 재해석해 이를 의상디자인으로 활용했는데, 평면을 입체로 바꿨습니다. B는 실제로 먹는 입체적인 수프 캔을 평면적으로 나타냈습니다. C는 원이라는 기본 조형요소를 반복하고, 크기의 변형을 통해 공간감을 나타냈습니다. 평면으로 입체를 나타낸 것이죠. 그리고 각각의 작품을 살펴보면,(여기서부터는 이미 알고 있던 작품내용이나 작가의 특징들을 말했어!) A는 기하학적인 무늬이지만 생명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마치 화려한 도시를 높은 곳에서 내려다본 느낌을 줍니다. B는 평소에 우리가 보던 것을 강조함으로서 너희가 이 대상의 본질에 대해 알아?라고 묻는 것 같으면서 복제가 이루어지는 산업혁명시대를 비판하는 느낌도 듭니다. C는, 우선 쿠사마 야요이는 어렸을 때 부모에게 학대를 당해 세상의 모든 것들이 점으로 보이는 병을 가지게 됐는데요, 이 작품을 통해 그녀만의 독창적인 세계관을 엿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다양한 크기의 원들을 굉장히 많이 사용했다는 점에서 잡화점의 특성을 잘 살린 것 같습니다.”라고 답했지. 얘기할 때, 조금 긴장되기도 하고, 아는 작가가 나와서 반가움에 흥분상태여서 그런지 중간중간 좀 버벅댔어. 쿠사마 야요이를 쿠사마 ‘뱌’요이라고 말하기도 하는 참사도 일어났었어..ㅜㅜ
음..그러면 가장 마음에 와닿는 작품은 뭐에요? 라고 추가질문을 하셨어. 사실 완전히 당황했어. 아무것도 마음에 와닿지 않았거든ㅋㅋ 3초 정적 뒤에 “ 저는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이 와닿는 것 같습니다. 그녀는 병을 가졌고, 자신의 아픈 점을 미술을 통해 치유하고 자신만의 그림으로 나타낸다는 점에서 저는 희망을 봤습니다. 그래서 마음에 와닿는 것 같습니다.”라고 답했어. 순발력이 필요했어..ㅜㅜ
혹시 좋아하는 콜라보 작품 있어요?라고 물어보셨어. 난 평소에 콜라보 작품에 크게 관심이 없었는데, 관심 있는 척했다가 더 깊은 질문 들어오면 큰일 날 것같아서 솔직하게 말했어. “저는 사실 콜라보레이션 작품에 관심이 많지 않아서 정확히 알지는 못합니다.”라고 하니까 교수님들이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이시더라고. 난 여기서 콜라보 관심 대신 전시회에 관심이 많았던 걸 조금 어필하려고 “그런데 제가 얼마 전 다녀온, ‘이상한 나라의 괴짜들’이라는 전시회에서 김지희 작가님이 인상깊었다고 생각했었는데요, 김지희 작가님은 늘 교정기를 낀 웃고 있는 소녀의 얼굴을 그리셨는데 교정기는 사회적 기준을 의미하고 소녀의 미소는 억지웃음입니다. 진실을 말하는 눈은 욕망을 나타내는 안경으로 가려져 있구요, 저는 이게 굉장히 마음에 와닿았었는데, 김지희 작가님 특유의 장식적인 형태를 활용해 백 브랜드와 콜라보레이션한 작품을 본 적이 있습니다. 정확한 브랜드명은 기억이 안나네요!”라고 답했어. 어쩌다 보니 김지희 작가님에 대한 tmi가 되버렸는데, 그만큼 내가 전시회를 가면 정말 진지하게, 주의 깊게 보고 온다!라는 걸 어필하려고 했어.
이제 두번째 문제로 넘어갔어. 문제는 앤디 워홀의 BRILLO박스가 중앙에 있었고, 나머지는 자유 상상해서 그림 그리는 방식이었어. 나는 정장 입은, 거대한 뚱뚱한 윤기 나는 남자가 박스 위에 앉아서 돈을 날리고 있고, 박스를 기준으로 가로선을 그려서 박스 위는 도시, 박스 아래는 지하인데, 지하에 있는 사람들이 서로 기어오르면서 박스를 받치고 있는 그림을 그렸어. 시간이 부족해서 도시는 그냥 네모난 건물 두어개랑 구름 그리고, 지하에 있는 사람들은 흔히들 말하는 졸라맨처럼 그렸어.
학생이 그린 작품에 대해 설명해줄래요? 라고 하셔서 설명했어. “네, 저는 우선 박스에 나와있는 영어 글자들을 살펴봤습니다. 첫번째 제가 발견한 것은 GIANT SIZE었고, 두번째는
SHINES ALUMINUM, 즉 알루미늄에 빠르게 광택을 낸다는 것이었습니다. 광택을 낸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자연 그대로의 상태를 보는 것이 아니라 인위적으로 변형시킨다는 뜻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라고 하니까 교수님이 피식 웃으시더라고. 긍정의 의미였다고 믿고 있어ㅋㅋ! “그래서 저는 믿음이나 돈으로 시민들을 현혹시켜 혼자 반짝반짝 빛나려는 일부 기득권층을 비판하고자 했습니다. 먼저 보시면, 그림은 하늘과 지하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국민들은 지상으로 나갈 길이 오직 BRILLO박스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헌신적으로 박스를 받치고 있는 반면, 박스에서 나온 기득권층을 나타내는 굉장히 뚱뚱한 남자는 윤기가 나고, 그는 돈이나 뿌리며 놀고 있습니다.”
그러면 이 그림을 채색한다면 어떻게 할거에요? “ 우선 기득권자는 시야가 넓게 세상을 바라볼 수 있기 때문에, 몬드리안의 작품처럼 화려한 색들을 활용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시민들이 있는 지하세계는 어둡고, 그들이 볼 수 있는 것은 오직 브릴로 박스로 시야가 좁기 때문에 희미한 흰색으로 흰색 빛만 보이게 할겁니다.”사실 당황해서, 뻔한 내용을 말하게 됐어ㅜㅜ그래서 문제1번의 몬드리안 작품 속 화려한 도시를 조금 언급했었지!
이제 문제 질문은 끝났어!
좋아하는 그래픽 디자이너나 뭐..그런거 있어요? 내 생기부에 3학년 진로희망사항은 아트디렉터였어! “그래픽 디자이너는 없구요, 존경하는 아트디렉터님은 있습니다. 늘 독특한 인터렉션 디자인으로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려 하는 아트디렉터인 이지철님을 존경합니다. 그 분은 다양성을 추구하는 마인드를 가졌는데, 그가 직접 창립한 회사인 자이언트 스텝의 모토가 ‘하고 싶은 것은 마음껏 하라!’ 라는 자유로움을 강조하는 것을 볼때 이를 알 수 있습니다. 그는 늘 다양한 사람들의 협업을 이끌어내고, 다양한 분야의 융합을 꾀하기에 데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아트디렉터셨습니다.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을 정확하게 파악해 끊임없이 자신의 역량과 전문분야를 넓혀나가고자 노력하는 부분이 존경스러웠습니다.”이 질문은 미리 준비해둔 거였어! 홍대 면접때 존경하는 사람을 많이 물어보더라구. 준비한 말을 할때, 외운 티가 안나게 일부러 조금씩 뜸을 들이면서 고민하는 척을 했어!ㅋㅋ 정말 약았지만, 외운것처럼 보이는 건 안좋기 때문에 약간의 연기가 필요해!
음..자이언트 스텝이 뭐하는 곳인지는 알죠? “네! 자이언트 스텝 자체가 다양한 분야로 구성돼있고, 그만큼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 이번에 평창동계올림픽에서는 태극공연의 CG를 담당해 외국인들이 한국에 대해 가지고 있던 안좋은 편견들을 깨고,한국의 고유성을 나타낼 수 있는 작품을 기획했습니다.”질문이 되게 날카롭지? 사실 굉장히 당황했어.. 존경하는 인물을 준비할 때, 진짜가 아니라 설정이라면 그 사람의 업적까지 확실하게 알도록 해! 그리고 알고보니 이 질문을 하셨던 교수님이 학교에 영상전공을 가르치시는 분이더라고..정말 놀랐는데 홍대 미대 교수님들은 정말 아는 것도 많으시고 경험도 많으셔서 철저하게 준비해가야해! 수박 겉핥기 식으로 준비해가면 교수님이 바로 알아 채실거야.
시간이 30초 남았는데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있어요? “네! 저는 미술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켜 사람들의 뜨거운 가슴을 차분하게, 차가운 가슴은 따뜻하게, 피끓는 분노는 감동으로, 모든 절망은 희망으로 바꿀 수 있는 미술을 하고 싶습니다. 저는 홍익대학교 미술자율전공학과에 합격해 이런 제 꿈을 이뤘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하니까 웃으면서 나가보세요~하시길래 “네!! 감사합니다!!”하고 소리지르고 나왔어ㅋㅋ 면접이 잘 풀렸다고 생각해서 흥분상태였거든..
내가 면접을 보면서 느낀건, 자신감이 제일 중요하다는 거야. 네가 말하는 것에 확신이 없더라도 당당하게 말해! 그럼 교수님들도 그냥 웃으면서 끄덕끄덕 해주시더라구. 그냥 오구오구 식으로 느껴져도ㅋㅋ그래도 분위기가 싸해지지는 않더라구. 난 그냥 계속 긍정에너지를 뿜으면서 면접 봐서 분위기는 되게 좋았어! 분위기가 중요한 것 같아. 그리고 이번 면접때 나온 작품의 작가들을 난 미리 알고 있어서 수월했다고 봐. 내가 모르는 작가가 나왔으면 팩트랑 감상을 같이 말하는 게 아니라 감상만 주구장창 말했을거야..난 면접 준비할 때, 다른학교 친구들의 미술교과서들을 모아서 작품들 쭉 보면서, 감상을 말로 하는걸 연습했어! 모르는 작품이 면접 때 나올 수 있으니까!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작가들도 한번씩 조사해보고 노트에 정리했었어.
3. 서류
Q. 입사미의 서류교육이 어떤 도움이 되었나?
A. 입사미는 겉치장에 집중하고 있던 나에게 정신 차리라고 말해준 것 같아. 대학에 내는 미활보는 퀄리티가 높아야겠지? 내 수준은 안받아줄지도 몰라. 라는 불안감 때문에 좀 더 현학적인 표현을 찾기도 하고, 내가 했던 활동들을 더 화려하게 보이게 꾸미기도 했어. 이렇게 쓴 초안을 입사미에 가져갔을 때, 선생님이 '네가 하고 있는 말들을 네가 진짜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지?'라는 질문을 던지셨는데, 답을 못하겠더라고. 정말 10분동안 정적이 흐르다가, 내가 답을 못하겠다고 했어. 겉치레에 집중하지 말고, 너의 있는 그대로를 써오라고 하셨어. 그래서 난 거의 7시간동안 쓴 초안을 다 뒤엎고, 고민에 빠졌었어. 고민 끝에 하나하나 정말 솔직하게 써내려가다 보니, 초안을 다 쓰는 데 이번에는 정말 2시간정도밖에 안걸리더라. 선생님한테 칭찬받았을 때 어찌나 짜릿했던지..이런 게 진짜 입시구나. 싶었어. 남을 속이는 방법을 배우는 게 아니라, 나를 진솔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찾는 것 말이야! 이 마인드를 면접까지 갖고 갔어. 교수님을 속이려 하지 말고, 솔직하고 담백하게 얘기해서 교수님이 나에 대해 더 알아가고 싶게 하자!라고 생각했어. 그리고 이게 결국 빛을 발한 게 아닐까 싶어.
Q. 이전 미술학원이나 학교, 혹은 기타 학원 등에서 서류 교육을 받아 보았다면 그것과 비교해서 서술할 것
A. 사실 우리 학교는 미대를 수시로 보내는 것 자체가 내가 최초여서 베이스가 없는 상태였어. 선생님한테 개인적으로 서류 교육을 받았는데, 끝나고 나서 한숨밖에 안나오더라. 그냥 멋져보이는 예시 몇 개 주시고, 이런 식으로 해봐~가 끝이였어. 진짜 어이없지?ㅋㅋ 첨삭 받으러 가지고 가도 그냥 모범답안이랑 비교해보고.. 난 나에 대해 쓰는게 아니라, 그냥 모범 답안 속 그 사람을 각색한다는 느낌밖에 안들더라구. 그렇다고 해서 선생님에게 내가 어떤 사람인지 막 설명하려 드는건 시간낭비라고 생각했어. 왜냐하면 사실 나도 나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태였거든. 이게 입사미랑 달랐던 것 같아. 학교에서는 답을 먼저 던져줬고, 입사미는 나만의 답을 찾기를 요구했다는거야. 사실 누군가가 계속해서 나 자신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건 누구한테나 생소한 경험일거야. 그만큼 고민이 많이 필요한 과정이었어. 그리고 그 고민들이 모여서 나에게 자심감이 됐던 것 같아.
4. 기타
Q. 입시를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을 해준다면?
A. 입시를 너무 고통스럽고 두려운 과정으로만 생각 안했으면 좋겠어. 입시라는 게 고통이 없을 수 없는 거지만, 중간중간 즐기는 게 정말 중요한 것 같아. 그게 끝까지 달리는 원동력이 되거든.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라는 말이 정말 맞는 것 같아. 개인적으로 미대 입시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특권이 아닐까 생각하는데, 공부를 하다가 너무 힘들면 전시회도 가끔은 보러 다니고, 영화를 너무 좋아한다면 영화를 가끔씩 봐도 좋아. 그래도 예술을 하겠다는 사람이 문화생활을 하나도 안한다는건 상식적으로 말이 안되잖아? 대신 그냥 아무생각없이 놀러간다고 생각하지 말고, 뭘 경험하고 왔으면 보고 느낀걸 한번 쭉 써봐. 이런 게 나중에 모여서 미활보에도 들어가는 거거든! 그리고 공부를 안한 시간만큼 좀 더 열심히 하면 돼.
그리고 미대 입시를 준비하다 보면, 공부와 그림 사이에서 고민해야 하는 순간들이 정말 많이 올거야. 이럴 때는 무조건 공부를 택했으면 좋겠어. 너희가 아무리 활동을 화려하게 하고, 면접을 기똥차게 잘봐도, 수능최저를 못 맞추면 다 말짱 도루묵이거든. n수를 할거라면 준비했던 과정들이 중요한 밑거름이 되겠지만, 목표가 몇년 더 해서 성공하는건 아니잖아? 공부는 정말 놓지 않았으면 좋겠어. 너희가 계속해서 미대입시를 준비하다가, 고2나 고3이 돼서 미술이 정말 안맞아서 길을 바꿔야 할때도, 내신이나 수능이 잘나오면 다른 과를 교과로 써도 돼. 공부를 챙겨두면, 갈 수 있는 길이 정말 많아져. 쉽지 않은 과정이겠지만, 대학이 절실하다면 너희에게 길은 열릴거라 믿어!
대학에 막상 와보니, 자기는 어렸을 때부터 미술밖에 안해서, 미술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할 줄 아는 게 미술밖에 없어서 미대를 왔다는 친구들도 있더라고. 마음이 아프더라. 정말 미대가 절실한데도 못 온 친구들이 생각나서 마음이 아프고, 힘들게 대학 와서도 방황하는 그 애들의 허무함 때문에 마음이 아팠어.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너희가 진정 원하는 것을 찾고, 그 길로 갔으면 좋겠다는거야. 부모님의 강요로 미술을 택한 애들도 분명히 있을거야. 대학에 와보니, 수업과정들이 미술을 억지로 한 애들이 결코 견딜 수 있는 과정이 아니더라. 그래서인지 휴학하거나 자퇴하는 사람도 은근 많아. 너희가 미술을 진정 좋아한다면 이 길로 그대로 가도 좋아. 하지만 그런 게 아니라면 한번쯤 고민해보는 게 좋을 것 같아. 대학 와서도 방황하는 친구들이 많아서 하는 말이니 꼭 새겨들었으면 좋겠어!
Q. 끝으로 하고 싶은데 하지 못한말이 있다면?
A. 입시 과정을 꼭 대학에 가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미래의 나를 위한 기초 토대를 쌓는다, 즉 준비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아! 너 자신을 게임처럼 점점 레벨업시키는 느낌이 들면, 입시라는 과정이 나름 재미있게 느껴질거야. 실기능력, 드로잉이나 채색은 너희의 생각을 전달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야. 수단에 집착하지 말고, 너희의 본질, 알맹이라고 부르지? 너희의 생각을 키우는 데 중점을 두는 게 좋을 것 같아. 자기 주관이 뚜렷한 게 너희 스스로에게도 좋고, 교수님들도 좋아하셔! 전시회도 많이 다니고, 영화같은 것도 많이 보고, 책도 읽고, 강연도 듣고! 입시를 그냥 너희 스스로를 찾아가고, 키워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어. 그러다보면 어느새 좋은 결과를 맞이하게 될거야! 대학을 와보니, 수업이 정말 자유로워. 자기만의 생각이 없으면 안되겠더라구. 교수님이 이런걸 그려라! 하시는 게 아니라, 이 재료를 이용해서 아무 주제로 자유창작해봐! 하고 그냥 냅두셔ㅋㅋㅋ정말 난감해. 평소에 자유롭게 창작활동도 마음껏 해봐! 일주일에 한번 정도는 실기를 하는 것이 괜찮지 않을까 싶어! 하루종일 말고 좀 짧게나마! 그러면서 스트레스도 풀고 그림에 대한 애정도 조금씩 생기고 그래ㅎㅎ
입시를 각자만의 방법으로 준비하고 있겠지만, 너희의 정체성이 희미해진다는 생각이 들면 바로 stop!할 줄 알아야 해. 예를 들어서 디자이너가 되고는 싶은데, 무슨 디자이너가 될지도 모르겠고, 일단 대학은 들어가야 될 것 같아서 억지로 뭔가를 하는 상황들이 반복되다 보면 스스로가 상처도 많이 받고 회의감도 들거야. 그럴때는 터닝포인트가 필요하다는 걸 명심해!
지금은 밤새 그림을 그리거나, 밤새 공부하는 것들이 정말 힘겨울때도 많을거야. 대학을 오면 똑같이 과제 때문에 야작을 하는 상황이 생기지만.. 대신 대학에서는 친구들과 다함께 치킨도 시켜먹으면서 밤새 수다떨면서 즐겁게 작업할거야. 상상만 해도 즐겁지 않니 *^ㅁ^*!!
꼭 학교에서 봤으면 좋겠어! 합격하고 이 수기를 읽었다고 연락주면 밥 사주면서 학교 생활 팁 공유해줄게ㅎㅎ 그때까지 화이팅!
수능을 망치고 정시는 어떻게 준비했나?
🏆
박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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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대학교 미대자율전공
1. 입시전략
Q. 본인의 미대입시 준비 과정을 돌아본다면?
A. 저는 고등학교 2학년 6월부터 미술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어요. 대형학원에서 서울대 실기를 위주로 하는 반에 들어가서 1년 반정도 서울대를 바라보며 실기를 했어요. 고등학교 3학년 6월이 되어서야 제가 홍대에 지원할 성적이 된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고3 때는 홍대 준비를 짧게 밖에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서울대 실기도 떨어지고, 수능 1주일 전 홍익대 2차 서류 심사에서도 떨어졌어요. 수능 때까지 제대로 집중을 못했어요. 이미 재수를 예감하고 있었습니다. 수능도 제가 받아보지 못했던 점수로 정말 망쳤어요. 미술학원에 제 점수를 써내면서 많이 울었습니다.
Q. 수능을 망치고 정시는 어떻게 준비했나?
A. 수능 이 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기초디자인을 처음 배워서 건대 커뮤니케이션 디자인과와 패션 디자인과, 가천대 시각디자인과에 지원했습니다. 물론 준비하면서 꼭 건대에 붙겠다는 마음으로 매일매일 열심히 했지만 건대 떨어지면 재수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좀 높게 썼어요. 홍대와 서울대를 지원했던 만큼 눈이 높았거든요.
Q. 재수 때는 어떻게 준비했나?
A. 결국 셋 다 떨어지고 바로 재수를 했고, 입사미는 재수 4월달부터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성적이 뒷받침을 해줘야 실기를 제대로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재수하는 동안에는 1달 정도 일주일에 8시간 국민대 실기를 하다가 또 성적이 불안해져서 바로 그만두고 공부와 홍대 서류에만 집중했습니다.
Q. 서울대 준비 과정을 돌아본다면?
A. 고3 때 수시를 준비하면서 내내 서울대에 치중했고 매주 금,토,일과 방학 때는 특강을 나가면서 준비했습니다. 제가 재수를 하면서 가장 후회했던 게, 고3 때 서울대에만 집중했던 거예요. 서울대의 예상하지 못하는 문제 유형과 정말 높은 경쟁률을 생각한다면 학생들이 거치기엔 너무 위험한 입시라고 생각해요. 근데 학원의 커리큘럼을 따라 배우고, 칭찬도 받고 하면서 100명 중 한명이 나일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도 들고, 전과목 3등급(수능최저)이란 말이 참 쉬워 보였어요. 실기학원을 다니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작정 모의고사 성적 3등급이 된다고 다 서울대를 준비하는 건 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또 그렇게 시키는 학원도 문제가 있는 학원이라 생각이 들어요. 저는 모의고사 볼 때만 해도 당연히 다 3등급은 나오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4등급도 나왔어요,,,
그리고 서울대는 정말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내신 성적이 되는 친구들이라면 홍대를, 내신이 부족하다면 다른 정시 학교를 우선 순위로 두고 서울대를 부로 준비하는 게 더 안전한 입시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학원들의 너무 낙관적인 말을 다 믿으면 안됩니다!
Q. 주변 친구들의 입시 결과는 어땠는가?
A. 저를 포함해서 같이 미술학원을 다녔던 친구들 대부분 재수를 했습니다. 그제서야 서울대에만 치중했던 게 후회되더라고요. 미대가 재수를 많이 한다지만 이렇게 많이 할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서울대를 잘 보내는 학원은 세상에 없습니다.. 아무리 잘 보낸다 해도, 서울대 공예, 디자인 다 합쳐봤자 35명 밖에 되지 않아요. 35명 정원에 모든 것을 걸고 입시를 하는 것을 추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합격도 어려울 뿐더러 예측하기도 힘든 학교예요. 여러분은 좀 더 똑똑한 입시를 하길 바라요.
Q. 홍대는 물론 이대까지 합격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A. 착실한 학교 생활이 중요한 거 같아요. 저는 일반고를 나왔어요. 이대는 예고가 많이 붙는다고 그래서 전혀 기대하지 못했는데 붙은 걸 보면 학교에서 꾸준하게 보여준 미술 활동과 미술 외에 영역에서도 성실하게 참여했던 게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생각해요. 저는 홍대를 쓰겠다는 생각은 고 3 6월에서야 했지만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학교에서 미술활동을 직접 만들고 챙겨서 했어요. 매 학년마다 반 친구들끼리 모임을 만들어서 각자 원하는 분야에 대한 책이나 ted강연을 보고 발표하고 서로 토론하는 활동도 했고, 수업시간에도 미술에 관련된 거라면 작은 것이라도 다 참여했습니다. 그 외에 영역에서는 학교에 모든 대회에도 나갔고, 반장이나 동아리 부장도 했어요. 저는 대회에서 거의 대부분 장려상을 탔는데 어떤 성적을 냈느냐보다 얼마나 적극적인 자세로 전반적인 학교 생활에 임했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저희 학교가 생활기록부를 좀 잘 챙겨주는 학교로 지역 내에서 유명하기도 했고, 저도 선생님들과의 관계가 다 좋아서 미술 선생님뿐만 아니라 국어, 수학, 과학 등 모든 선생님들이 세부 특기사항도 다 자세하게 적어 주신 것을 보고 학교 생활을 성실히 했다고 판단하신 것 같아요. 그리고 버리는 과목 없이 전과목 성적을 고르게 챙긴 것도 홍대와 이대 모두 합격할 수 있었던 큰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Q. 실기학원을 고민하고 있는 학생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말이 있나?
A. 저는 정말 실기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근데 어떤 실기를 할 지 잘 생각해야 해요. 미술을 하겠다고, 미대에 가겠다고 다 실기 학원에 가야 하는 게 아닌데, 저도 그렇고 대부분의 친구들이 바로 학원들의 부풀려진 광고를 믿고 실기 학원으로 갑니다. 그리고 대부분 시키는 유형의 실기를 합니다. 서울대 붙으면 정말 좋지만 학생들에게는 정말 위험한 입시라고 생각해요. 그 위험을 안고 서울대를 정말 가고 싶다면 한번 도전하는 것도 좋지만 떨어졌을 경우를 가정하고 철저하게 대비해야 해요. 무작정 시키는 실기를 할 게 아니라 나에게 맞는, 내가 올바르게 선택한 입시를 하는 자세가 필요해요.
Q. 홍대 지원을 망설이는 학생들에게 해줄 말이 있다면?
A. 객관적인 성적이 갖춰진 이상 수시의 기회를 버리는 건 아깝다고 생각해요. 경쟁률 면에서도 홍대가 상대적으로 가능성이 높은 학교이기도 하고요. 서류 쓰는 데 시간이 많이 들까봐 걱정하는 게 아마 가장 클 것 같아요. 실기하는 시간에 비하면 시간이 많이 드는 건 아니에요. 실기시간을 조금 줄이고 서류와 공부 시간을 조절한다면 충분히 서류를 쓸 수 있을 거예요.
2. 면접
Q. 본인의 면접 고사 내용을 말해달라.
A. 바로 그림 비교 문제를 풀었어요. 긴장해서 손도 많이 떨었는데 교수님께서 웃으시면서 편하게 하라고 말씀해 주셔서 긴장 풀고 면접에 임할 수 있었어요. 저는 비교를 하면서 말 순서를 정리하지 못했는데 여러분이 면접을 준비하실 때는 꼭 말 하는 순서를 정리하시는 게 도움이 되실 것 같아요. 그리고 딱 한 문장만이라도 남들이 잘 하지 않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저는 몬드리안의 작품과 그 작품이 담긴 입생로랑의 원피스의 사진을 보면서 기존의 원피스 형태와 입생로랑의 원피스 형태를 비교해보기도 했어요. 객관적인 비교를 하면서도 자신만의 생각을 보여주시길 바라요.
추가 질문 없이 바로 그림 그리는 문제 풀이를 했어요. 저는 문제를 풀면서 제가 잡은 주제가 너무 평범하다고 생각했지만 더 좋은 생각이 안 나서 그냥 빨리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앤디워홀의 브릴로 상자를 보고 저는 앤디워홀의 실크스크린을 통한 복제가 생각났고 이에서 다 똑같이 생긴 가족, 다 똑같은 모양을 하고 있는 현대인들이 생각나서 5명의 얼굴을 브릴로 상자로 똑같게 만들어서 가족 사진처럼 그렸어요. 그리고 가장 어리고 매체의 영향을 덜 받은 막내만 잭슨폴록의 작품처럼 어디로 튈 지 모르는, 다시는 똑같이 그릴 수 없는 무늬를 담은 옷을 입혔어요. 제가 하고 싶은 말을 막내에게 투영시켜서 왜 우리는 다 똑같아요? 라고 묻는, 현대인의 남을 의식하고 다 똑같아 지는 문제점을 담아내려고 했습니다. 아마 이런 주제 의식을 가진 사람이 많았을 거예요. 그래도 그 와중에 내 주제 의식을 어떻게 조금 다르게 전달할까 고민했던 게 좋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는 이 작품을 제목을 짓는다면 어떻게 할거냐, 어떤 사람이 되고 싶고 그걸 위해서 무엇을 배우고 싶냐 그런 것들을 물어보셨어요.
저는 제가 예상 질문으로 준비했던 거라서 준비한 대로만 말하고 분위기 좋게 면접이 끝났어요. 하고 싶은 말 다 하고 후회 없이 면접장을 나와서 만족했어요. 비교문제, 그림 그리는 문제는 많이 말 해볼수록 느니까 많이 연습하고 또 기본 면접 질문에 대한 답변을 철저히 준비하는 게 좋아요. 전 정말 준비한 대로 여쭤 보셔서 면접 잘 볼 수 있었어요. 면접할 때 쫄지 말고 하고 싶은 말 다 하신다면 좋은 결과 있을 거예요!
Q. 입사미의 면접 수업이 어떤 도움이 되었는지?
A. 지식 암기가 아니라 생각하는 법을 가르쳐 줬어요. 문제 풀이를 많이 해 보는 것도 면접 때 말을 유창하게 하는 데 필요하지만 입사미에서는 양보다는 질의 수업을 해요. 깊이 있게 생각해보고 그 사고의 방향을 배우는 게 도움이 됩니다. 수강생이 많은 만큼 학원에서 배운 방향을 개인이 많은 기출 문제에 적용해보고 말하는 연습을 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면접을 위해 올려주시는 영상 자료나 글들도 저는 꼼꼼히 읽고 면접 때 배경지식으로 잘 써먹을 수 있었어요.
3. 미술활동보고서
Q. 입사미 서류 수업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A. 전에 다녔던 입시 학원에서도는 한 문장 한 문장 고쳐 주셨습니다. 그래서인지 처음 입사미에서 수업을 받았을 때는 불안함이 있었습니다. 근데 상담을 거듭할수록 입사미의 방법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군가 한 문장을 고쳐주는 것보다 큰 맥락과 이야기를 담아내는 것이 더 중요하니까요. 제가 미술을 하는 이유, 디자인을 하는 이유를 찾아가는 과정이 홍대 입시에서 더 중요한 부분이라고 느꼈습니다. 입사미에서는 제 생기부를 보시면서 제가 어떤 성향을 가졌는지, 어떤 활동을 많이 했는지, 또 미술활동이 아닌 영역에서도 저의 큰 틀을 파악하시는 모습에서 믿음이 갔어요. 이 전 학원에서도 생기부를 활용하기는 했어요. 하지만 입사미에서는 생기부를 읽어내고 저에 대해 파악하는 수준이 좀 달랐던 것 같아요. 훨씬 더 깊이 있게 저에 대해 파악하고, 저에 대해 제 스스로 알 수 있게 도움을 줬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좀 힘들어요. 그냥 내가 쓴 문장을 다듬는 수준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저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해야되니 답답하고 괴롭고 힘들었어요. 하지만 그 과정이 오히려 '여긴 좀 다르다', '재밌다'는 생각으로 변하게 되었어요. 특히 종합란 작성을 할 때 입사미의 방식이 끌렸어요. ‘어렸을 때부터~’ 이런 뻔한 미술 이야기가 아니라 미술과 관련한 저만의 상상과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어서 하나의 잘 읽히는 서류가 나왔어요. 저의 성향과 제가 그리는 그림들의 큰 이야기를 끄집어 내 주시는 게 입사미의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써 내려 가는 과정에서 다시 틀어진 방향을 잡기도 하고, 조금 더 디테일하게 내가 설정한 학생으로 더 잘 보일 수 있게 수정해 나갈 방법을 함께 모색합니다. 흔들리지 않는 중심축을 잘 설정한 게 서류를 작성하면서 가장 큰 도움이 됐습니다.
Q. 마지막으로 수험생들에게 해줄 말이 있다면?
A. 내가 열심히 한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더 열심히 더 치밀하게 준비해야 해요. 공부도 다 안다고 생각해도 더 보고 더 외우고, 서류도 정말 더 이상 질려서 못 보겠어도 꾹 참고 볼 정도로 정말 내가 생각한 것 이상의 노력을 쏟아야 해요. 그리고 불안해하지 말고 자신을 믿어야 해요. 전 현역 때는 당연히 대학 갈 줄 알았는데 재수를 하니까 삼수할거 같고 정말 너무 불안해서 계속 선생님이 좋다고 할 때까지 확인 받으려고 했었어요. 불안하지 않을 때까지 스스로가 완벽하게 입시를 준비하는 게 최선이겠지만.. 그러기 쉽지 않죠ㅠㅠ 자만이 아니라 노력과 계획을 근거로 불안해하지 말고 나를 믿는 게 정말 필요한 자세라고 생각해요. 전 그러지 못해서 정말 힘들었거든요. 모두 파이팅!!~!
고려대 합격의 비결
🏆
이예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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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디자인조형학부 합격
1.면접 준비방식
면접은 입사미 학원에서 준비했습니다. 해도해도 모자르고 하면 할수록 불안한 것이 준비라고들 이야기합니다. 저는 자신에 대해 본인이 세워놓은 기준치만큼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정말 불안해하는 사람입니다. 따라서 현역 시절에 비록 최저를 맞추지 못해 대학 최종의 문턱에서 떨어졌지만 입사미에서 준비했던 면접 덕분에 면접장에서의 좋은 기억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이 떠올라, 입사미를 한 번 더 찾아 면접을 준비했습니다. 학원에서 이야기하는 모든 면접의 기반은 홍익대학교였고, 홍익대학교의 면접을 기준으로 다른 대학교의 면접을 준비하는 형식으로 진행됐습니다. 조형요소, 조형원리에 대한 내용을 파악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나누어 주신 프린트물을 암기하고, 미술사에 대한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입사미 프로그램 중 하나인 ‘아트로직’을 수강했습니다. 무작정 암기하는 미술사가 아닌, 미술이라는 하나의 큰 흐름을 자연스레 이해하고 배운 내용을 쉽게 홍익대학교 면접에서 적용할 수 있었기에 현역 시절과 재수할 당시에 모두 듣게 되었습니다. 입사미에서 면접을 준비할 때, 모의 면접에서 저의 자세, 언행, 습관, 시선처리 등의 제 모습을 카메라로 담아 보내주셨습니다. 이를 모니터링하며 짧은 면접 준비 기간동안 작았던 제 목소리, 눈으로만 웃었기에 마스크에 가려 자칫 우울해보일 수 있는 표정 등 많은 것들을 고칠 수 있었습니다. 이후, 홍익대학교 면접이 아닌 일반 면접, 서류 기반 면접을 도와주시는 선생님들께서 특정 활동에 대한 활동 내용, 어떤 활동들을 했는지 제 생활기록부를 낱낱이 파헤쳐 살피시고 질문을 던져주셨습니다. 이를 통해 저는 전보다 제 생활기록부에 쓰여있는 내용들에 대해 저 자세하게 알게 되었고, 선생님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에 했던 질문과 대답들을 복기하고 집에서 대답이 미흡했다고 생각하는 부분들을 생활기록부에서 찾아 쓰거나 관련된 자료를 찾고 제 느낀점까지 추가하여 보다 완성도 있는 대답을 만들어내고자 노력했습니다. 또한 제 생활기록부인만큼 제가 모르는 부분이 없다고 생각했기에 활동명, 활동내용, 느낀점 등을 적어 가지고 다니며 ‘이것이 어떤 활동이냐’고 물어봤을 때, 막힘이 없을 정도로 암기했습니다. 또한 그날의 컨디션도 중요하다고 생각했기에 수능이 끝나고 2~3일 정도는 생활기록부를 살펴보며 푹 쉬어주었습니다. 그 후부터는 다시 수면 패턴, 식습관을 면접 시간과 맞춰 생활했으며 자세와 언행은 하루 아침에 고쳐지는 것이 아니기에 입사미 학원에서 보내준 영상을 모니터링하며 말도 평소보다 예쁘게 사용하고 허릴 곧게 펴 올바른 자세로 앉아있는 연습을 했습니다. 평소에 준비를 일상화 했을 때, 당일의 컨디션이 완벽하진 못하더라도 준비를 일상화 했기에 하던대로 한다면 그 내용을 전부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최대한 입사미 시스템의 도움을 받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전부 찾아 면접 보는 당일에 최상의 컨디션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2.면접의 진행 방식
미디어학부 건물의 강당에서 대기를 하고 있으면 진행 요원들이 한 명씩 호명을 해주십니다. 진행 요원을 따라 미디어학부의 계단을 타고 지하로 내려가면 내부가 훤히 보이는 회의실이 복도를 따라 주욱 늘어서 있습니다. 그 방들의 문 앞에 놓여있는 탁자와 의자에 짐을 올려놓은 뒤, 노트북과 마이크를 제외한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하얀 방에 들어가 노트북 앞에 앉습니다. 그렇게 노트북에 교수님들의 얼굴이 뜨고 면접이 시작됩니다.
3.질문
고려대학교 디자인조형학부를 지원하게 된 지원동기?
: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공간을 디자인하고 싶습니다. 교내 미술 전시를 진행하면서 고간의 변화가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 크게 와 닿았습니다. 공간의 변화로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위해서는 공간과 사람이 어떤 식으로 상호작용 하는지,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공간적 요소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에 대해 총체적으로 알아야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고려대학교 디자인조형학부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공간을 디자인하고자 하는지?
: 아까 말씀 드렸다시피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공간을 디자인하고 싶습니다. 코로나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사람들의 정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공간, 꼭 코로나 뿐만 아니더라도 사람들에게 있어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공간을 디자인하고 싶습니다.
인상깊었던 활동은 무엇이었는지?
: 교내 미술 전시 활동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교무실 앞이라는 딱딱하게 느낄 수 있는 공간을교내의 누구나 와서 전시품들을 감상하고 그들을 체험하는 공간으로 만들어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 수 있었습니다. 공간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 지에 대해 몸소 깨달을 수 있었고, 공간 디자인을 하고자 하는 계기가 된 활동이었기에 교내 미술 전시라는 활동이 학교에서 했던 활동 중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ㄴ교내 공간 디자인을 했을 때 어떤 식으로 구성했나?
: 테이블 위에 채도가 낮은 붉은 벨벳 재질의 천을 깔아 깔끔하고 작품이 돋보일 수 있게 했고 교무실 앞의 공간까지 올라오는 계단에는 교무실에 가까워질수록 더 많은 작품을 볼 수 있도록 하여 전시에 대한 관심을 유도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더불어 천장에 학생들의 작품인 드림캐쳐를 달아 직접 만져 체험할 수 있도록 하여 전시를 관람하는 이들이 관심과 흥미를 유발할 수 있도록 공간을 디자인했습니다.
ㄴ교무실 앞이라는 공간의 천장에 작품을 설치했다고 하는데, 이는 공간디자인이 아닌 설치미술아닌가?
:좁은 범위에서 보면 설치미술, 넓은 범위에서 보면 공간디자인이라고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ㄴ그렇다면 공간디자인과 설치미술의 차이점은 뭐라고 생각하는가?
: 둘 다 공간을 활용하는 것에서 공통점이 있지만 공간디자인은 사용자를 고려하여 미적으로 디자인 하는 것이라면 설치미술은 작가의 의도,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작품을 공간에 설치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공간디자인이 설치미술을 포함할 수 있는 조금 더 넓은 범위의 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과학 성적이 높은데 열심히 공부한 이유가 있나?
: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공간을 디자인하기 위해서는 사람을 잘 이해해야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생각했을 때, 과학이 사람을 생물학적으로 가장 잘 파악할 수 있는 과목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흥미를 가지고 열심히 공부했고 그 결과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과학 뿐 아니라 다른 과목도 마찬가지로 열심히 공부한다면 그 경험이 나중에 사람을 이해하고 그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들을 잘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모든 과목에 최선을 다 해 공부했습니다.
고려대학교 디자인조형학부에 들어와서 어떤 디자이너로 성장하고 싶은가?
: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공간 디자이너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라고 말씀 드린 후, 이유를 말씀 드리려고 할 때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나 교수님들께서 그쯤하면 됐다고 말씀 주셔서 면접을 종료하게 되었습니다.
4.교수님의 모습, 태도는 어땠는가?
원래는 진행 요원이 말씀 주신 것처럼 제가 준비가 되었으면 시작 버튼을 누르고, 그 신호를 받은 교수님들께서 면접 시작 버튼을 눌러야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고 면접이 시작되지만 오류가 있었는지, 면접 시간이 앞에서 지체가 되었는지 저는 앉자마자 교수님들의 얼굴이 화면에 나오게 되었고 바로 면접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아무것도 없고 개미 한 마리도 기어 다니지 못할 것 같은 반도체 공장 같은 분위기의 회의실에서 울리는 제 목소리와 교수님들의 목소리를 들으니 여태 하지 않았던 긴장감이 한 번에 몰려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머릿속이 면접이 진행되는 회의실의 하얀 벽처럼 하얘지는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나이가 지긋하신 남자 교수님과 여자 교수님 두 분이 면접을 진행 하셨습니다. 지원동기, 어떤 디자인을 하고자 하는지, 학교에 들어와서 어떤 디자이너로 성장하고 싶은지 같은 기본적인 질문은 남자 교수님께서, 구체적인 활동과 그와 관련된 세부 질문들은 여자 교수님께서 해주셨습니다. 기본적으로 남자 교수님께서는 인상이 포근하시고 나긋나긋한 말투로 질문을 해주셔서 빨리 정신을 차릴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자 교수님께서는 정말 생각지도 못한 질문을 계속해서 하시고 대답을 드렸을 때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해주셨지만 날카로운 질문을 처음 받았을 때 그 충격은 빨리 가시지 않았습니다. 당황하면 얼굴이 정말 빨개지기에 당황한 티를 정말 많이 내고 왔지만 준비한 것을 모두 보여드리기 위해 질문에 대한 대답 하나하나 정말 최선을 다해 답변을 했습니다.
5. 압박면접은 아니었는가?
압박 면접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교수님들께서는 결코 학생들의 상식에서 벗어난 질문을 하시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본인이 판단하기에 본인의 학업, 면접을 보는 대학교와 관련되지 않은 질문을 했을 때 모른다고 솔직하게 대답을 하더라도 면접에 있어 큰 마이너스는 없을 것입니다. 정말 단순히 이 학생이 얼만큼 알고 있는가 궁금한 마음에 교수님들께서 물어보셨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잘 대답을 하게 된다면 플러스 요소가 되겠지만 그렇다고 대답을 못했을 때 마이너스가 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6. 옷, 차림새, 화장의 정도
옷은 최대한 깔끔하고 학생답게 보일 수 있는 옷이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현역 시절에 입었던 옷을 그대로 입고 갔습니다. 흰 블라우스, 채도 낮은 청록색 긴팔티, 검정 슬렉스, 검정 코트를 입었습니다. 코트는 거추장스러울 수 있다고 판단되어 면접실에 들어가기 전에 테이블에 개인 물품들을 놓을 때 같이 벗어두고 면접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마스크를 쓰고 진행했기 때문에 마스크 위의 인상이 중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마스크 위로 볼 수 있는 외적 요소 중에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머리와 눈썹이라고 생각했기에 반곱슬인 머리는 아침에 고데기와 드라이기로 전부 깔끔하게 폈고, 눈썹은 깔끔하게 다듬어 빈 곳만 채우는 정도로 정리했습니다. 피부의 상태도 중요하다고 생각했기에 화장을 두껍게 하기보다는 이마의 잡티를 가리는 정도로만 가려주었고 마스크를 벗는 상황을 고려해 정말 연한 색이 들어가 있는 립밤만을 발라 혈색이 돌 수 있도록 화장을 했습니다.
7.떨지 않을 수 있는 꿀팁
정말 준비만이 답이라고 생각합니다. 중대한 일을 앞두고 그 일이 생각한대로 완벽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하는 완벽한 준비는 없겠지만 그래도 최대한 일어날 일에 대한 모든 경우를 생각해 최선을 다해 준비한다면 준비할수록 안정을 찾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준비를 어느정도 마치고 본인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아니면 누가 이 학교를 가?’, ‘이렇게까지 준비하는데 학교가 나를 뽑지 않는다면 인재를 놓치는 것이다’ 등과 같이 여태껏 잘 해왔던 본인에게 지속되는 채찍질보다는 따뜻한 말 한마디와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는 말을 끊임없이 해주었습니다. 더불어 어느정도 마음을 내려놓는 것이 중요합니다. 포기하라는 소리가 아닙니다. 이렇게까지 준비했는데 합격되지 않는다면 나보다 더 준비한 사람들, 3년동안 나보다 열심히 살았던 사람들이 붙는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정말 준비를 많이 했기에 마음을 조금 편하게 하는 위의 말들을 끊임없이 되뇌여 면접에 들어갔을 때 조금의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여지를 본인에게 줄 수 있었습니다. 준비, 무엇이든 최선을 다하겠다는 마음가짐, 준비한만큼 그에서 우러나오는 여유와 자신감, 편한 마음가짐 이것들이 제게 있어 면접장에 들어가서 떨었더라도 금방 정신을 차리고 여유를 가질 수 있게 해 준 요인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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